그림자의 춤(影舞) 3 - 제1장 지나온 세월, 그리고 ... 2

내글[影舞]2004.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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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의 춤(影舞)  3 - 제1장 지나온 세월, 그리고 새로운 출발  2

 

- 새로운 출발은 항상 기분을 들뜨게 한다. 약간의 두려움을 주기도 하지만...

2


일주일 뒤 윤도형 소령은 자신의 사무실 책상에서 황 중사의 보고서를 읽고 있었다.


인사기록 사-4016호

성명 : 정 민

생년원일 : 1961년 4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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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교일자 : 1984년 3월 22일

퇴교사유 : 불명예사건 연류 - 생도 자치회의 결정에 따라 퇴교.

... 

사건개요 :

1984년 3월 18일 내무실에서 중대 기금 35,000원이 분실되었고, 중대장생도의 조사결과 정민이 이를 훔쳐 동생의 사진 앨범을 사준 것으로 밝혀짐. 이에 중대장 생도가 동년 3월 19일 훈육중대장에게 보고하고, 동시에 생도 명예위원회에 보고 위원회를 동년 동월 20일에 소집 즉시퇴교를 결정, 생도 전대장에게 보고되었음. 이후 동년 3월21일 교장에게 보고되었고 동년 동월 21일 퇴교조치를 내림.

... 

특이사항 :

1. 동기 평가 : 평균이하.

2. 훈육관 평가 : 책임감과 희생정신이 높음.

...

8. 기타 : 관례상으로는 보통 5일에서 10일 걸리는 생도의 퇴교결정이, 생도전대장의 적극적인 상신에 의해 사건발생 후 3일 만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짐.

...

윤도형은 자세를 고쳐 앉으며, 앞에 있는 인터폰을 눌렀다.

-뚜우. 

-찰칵 

“야, 박형기!”

인터폰에서 군기가 꽉 잡힌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이병 박 형기!”

윤 도형의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 정보사로 온지 5년, 세 번째 신병을 받았다. 신병만 오면 겪는 일이였다. 아침에 출근하면서 정문에서 사복으로 출근하는 방위병들의 군기 잡는 헌병들의 모습이 떠올라 본부 중대 사병들도 군기를 잡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그로서는 건수를 잡은 셈이었다.

“야! 네 사수 누구야, 아직도 관등성명을 대냐? 교육 받은 거야 말은 거야?”

“시정하겠습니다.” 

당황한 박형기의 목소리가 인터폰을 통해 들려왔다.

“시정은 무슨 놈에 시정, 이따가 일과 끝나고 네 사수, 내무반장, 그리고 너도 완전군장으로 운동장으로 나와, 알았어?”

“네, 알겠습니다.”

거의 죽어가는 목소리의 긴장된 외침이 다시 인터폰을 타고 흘러나왔다.

“황 계장하고 김 문관보고 회의실에서 오늘 오후 3시에 내가 보잖다고전해.”

“네, 알겠습니다.”

-찰칵

윤도형은 정민의 기록을 다시 보며 생각에 잠겼다.

‘참 특이한 놈이네. 그랬단 말이지. 입교서열 9위에다가, 1학년성적은 상위 40위, 2학년 때는73위, 그리고 3학년 때에는 128위, 게다가 권총도 차고, 오호 3학년 때는 수술도 받았고. 후후, 골고루 다했네. 비행훈련 갔다가 신체검사 불합격으로 다시 복귀했고, 예비생도 교육대에서 내무지도도 했군. 어라? 럭비 대표선수로 있다가 무릎 관절염으로 그만 두었군. 검도가 공인 2단, 이상한데? 3년 동안에 검도 2단이 될 수 있나? 내가 생도시절엔 2단이 되려면 4학년 2학기에야 비로서 승단심사자격이 되는데 이 녀석은 빨리도 됐군. 보자 유도1단, 태권도도 했는감. 게다가 중학교 때는 농구선수라? 가만 키가 180cm,  키가 크군. 어머니는 현재병원에 입원 중이라... 복잡하구만. 외삼촌은 재벌급 재산가고, 국회위원인 외사촌 형에 다가... 빵빵 하구만. 제기랄, 나는 모야. 기죽이네. 아버지는 경찰출신의 운전기사라. 이건 나보다 못 하군, 후후.’

-뚜우 

윤도형은 인터폰 소리에 흠칫했다.

- 찰칵

“뭐야?” 

그는 바로 짜증나는 목소리로 인터폰에 대고 소리를 질렀다.

“이병 박형기. 부관께서 오셨습니다.”

“너, 죽을래? 아직도 정신 못 차리고, 엉?”

거의 울음이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시정하겠습니다.” 

“정신 차려, 자식아. 들어오시라고 해.”

‘제기랄, 신병 놈이 눈치도 없이 군대용어를 쓰고 지랄이야.’

윤도형은 속으로 투덜거렸다.

사령관 부관 방중식 대위는 윤 소령의 육사 동기인 비서실장 나순식 소령의 직속 후배다. 곧 새로이 부대장들의 재배치가 있을 예정인데, 부대장 재배치에서 좋은 보직을 받아야 진급이 보장 되는 것이다. 작년에 있었던 하반기 진급심사에서 중령 진급을 못한 육사 출신 임관동기생 23명중 둘이 정보사령부의 비서실장인 나순식 소령과 감찰실장 윤도형 소령인 것이다.

윤도형과 나순식은 부딪치는 일이 많았다. 현 정보사 사령관의 오른팔 노릇을 착실히 잘하는 나 소령에 비해 윤도형은 그렇지 못했다. 윤도형은 회의 때 마다 늘 나순식의 활약에 박수 부대 역할 밖에는 못하는 입장이었다. 보직이 감찰실장 이다보니 동료들로부터 욕먹는 일이 많았고, 충돌이 많았다.

그래서 올해 안에 진급이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윤도을 괴롭혔다. 그러다 보니 부관 방중식 대위가 3년 후배이지만 껄끄러울 수밖에 없었다. 분명 신병의 실수가 사령관의 귀에 들어가지 말라는 법이 없다. 소위 가장부대인 정보사는 모든 군대용어를 쓰지 못하도록 되어있었다. 부대 정문의 명패는 없었고 정문을 들어서면 '극동전자 주식회사'라는 흰색의 입간판만 있었고, 보안사의 파견대가 정문 옆에 있는 막사에 자리 잡고 앉아 수시로 보안 상태를 점검하고 있었다.

연말에 있을 장군들의 진급심사에서 현 보안사 사령관과 현 정보사 사령관간의 3성 진급을 둘러싼 경합으로 보이지 않는 다툼이 공공연하게 일어나고 있는 미묘한 시점이었다. 그러니, 더욱 더 예민할 수밖에 없었다. 방중식은 진급이 빨라 까딱하면 윤도형이 후배에게 추월당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이런 미묘한 시점에 갑자기 찾아오는 후배를 환영할 의사는 없었다.

- 똑똑

“들어와!” 

윤도형은 자리에 앉아서 방중식을 맞이했다. 일종의 시위였고, 후배에 대한 무언의 압력이기도 했다.  방 대위는 노골적인 박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윤도형의 앞에 서서 정중하게 거수경례를 붙였다.

“왔나? 거기 앉지.”

“네, 윤 과장님.”

“그래, 무슨 일로 귀하신 몸께서 이렇게 직접 누추한 곳까지 납시셨나?”

윤도형은 다분히 조롱과 도발을 겸한 말을 내 뱉었다.

“그런 말씀은 듣기 거북 합니다, 선배님!”

“왜? 선배님이라니! 나 실장이 보냈나? 나를 떠보라 했나보지?”

“아닙니다, 선배님. 절대로 그런 일은 없었습니다. 단지 회장님이 직접 지시하신 사항을 전하려고 왔습니다. 나 실장님은 제가 이곳에 온 것을 모르실 겁니다.”

물론 회장님은 현 사령관을 말하는 것이다.

“오호, 그래!”

의외라는 듯 방중식를 다시 노려보았다. 잠시 무거운 침묵이 둘 사이를 흘렀다.

“그래 무슨 일인가? 회장님의 직접 나에게 내린 지시가 무엇인가?”

질린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방중식이 입을 열었다.

“후우, 오래간만에 온 사람에게 너무 하시는 군요! 생도생활 중 선배님은 이렇게 후배를 박대하지 않으셨는데, 차라도 한잔 주시죠.”

방중식 생도 시절을 이야기하자 윤 소령은 버럭 소리를 질렀다.

“두더지가 많이 컸구나, 이젠 선배에게 말대꾸도 다하고! 그래 회장님 옆에 있으니 보이는 게 없나?”

두더지는 방 대위의 별명이 아니다. 각 사관학교에는 1학년에게 생도라는 호칭을 불러 주지 않는다. 일학년 생도들은 육사에서는 두더지, 해사에서는 바텀(Bottom : 바닥, 배 밑창의 온갖 더럽고 지저분한 것들이 쌓여있는 장소를 지칭), 그리고 공사는 메추리라는 호칭으로 불린다. 윤 소령이 4학년 일 때 방 대위는 1학년 이었으므로 1년 동안은 두더지로 불렸던 것 이였다. 순간 방중식은 크게 웃으면서 말했다.

“하하하! 과연 선배님이십니다. 두더지 방 중식, 선배님께 보고 드립니다. 회장님께서 일과 끝나기 전에 회장실로 올라오시랍니다. 이번 부대장 재배치 건으로 하실 말씀이 있다고 하십니다.”

“이게 끝까지 날 놀리고 있네. 이 봐, 회장님이 뭐 때문에 부대장 재배치에 대해 나를 보자고 하실 하등의 이유가 없는데? 예하부대의 감찰 보고를 받고 싶으신 게로군.”

“아닙니다. 그런 일이라면 내일 주간 첩보회의에서 보고하시면 됩니다. 선배님과 관련된 일로 알고 있습니다.”

방중식은 여전히 웃음을 띤 얼굴로 말했다.

“또, 한 가지 더 있습니다. 그건 선배님께서 지금 보고 계신 보고서와 관련이 있는 것입니다.”

“뭐야, 내가 보고 있는 보고서와 관련이 있다니?”

놀란 목소리로 윤도형은 방중식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그 보고서는 어제 회장님께 미리 보고가 되었습니다. 그 보고서의 주인공 삼촌이 국회 국방위원회 국회위원이 아닙니까? 그러니, 당연히 회장님께서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우연히 황 계장이 주임계장에게 이야기 했고, 아부의 극치를 달리는 주임계장이 바로 회장님에게 말씀드렸습니다. 결국어제 오후에 황 계장이 회장님께 직접 보고했습니다.”

“어라, 황 계장. 이게 직속상관을 무시해!”

“너무 그러지 마십시오. 황 계장도 어쩔 수 없었을 겁니다. 하사관끼리는 주임상사가 모든 명령 계통에 우선하지 않습니까?”

“그래도 그렇지 회장님께 보고하기 전에 나에게 말을 했어야하는 거 아닌가? 정말 나를 핫바지로 보는...”

흥분하는 윤 소령을 쳐다보던 방 대위가 윤 소령의 말을 자르면서 말했다.

“그만 흥분 하십시오. 그 일보다는  선배님의 영전이나 챙기시는 게 어떻습니까?”

“영전이라니?” 

“하하하, 선배님께서 곧 2927대 부사장님(부부대장)으로 가실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내년에는 사장님이 되실 것 같은데요. 축하드립니다.”

“갑자기 무슨 소리야?”

“하하하, 차나 한잔 주세요.”

“아, 알았어!"

- 뚜우

- 찰칵

“박형기!” 

“네, 이병 박형기.”

“제기랄! 너 죽을래, 이따가 보자. 야, 빨리 차 좀 가져와라.”

“...”

“큭, 흐흐흐.”

-찰칵

일과를 끝 난 시간 운동장- 다른 부대에서는 연병장이라고 한다. -에는 세 명의 사병이 완전 군장으로 쳇바퀴를 돌고 있었다. 윤도형은 사무실 창가에서 멍한 두 눈으로 그들의 뒤를 쫒으며 생각에 잠겨 있었다. 오늘은 아침부터 많은 일을 겪었다. 꼭 한 달 동안 겪을 일을 하루에 다 겪은 기분이 들었다.

‘흠, 그렇단 말이지. 그놈이 그렇게 대단하단 말이지. 내일은 국내과장님과 의논해야 될 것 같군. 제기랄, 누군 배경이 좋아 불명예로 퇴교당하고도 복교를 할 수 있고, 누구는 이렇게 간당간당 진급에 매달리니. 그러나 저러나 공사교장이 누구인지 몰라도 곧 옷 벋을 일만 남았군. 정진 국무총리하고도 인척간이라… 흐흐흐, 재미있어 거의 불가능한 일인데, 덕분에 여러 놈 잡게 생겼군. 공사내부에 구린 구석이 있으니 정민, 이놈이 어떻게 마음을 정하느냐에 따라 정해지겠군. 하여간 해답을 찾을 수 있겠지.’

제 3 망루 쪽으로 붉은 태양이 세 사람의 그림자를 길게 늘이며 빛을 흐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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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회분을 올렸습니다.

처음 시작부분의 단락이 작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내글이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