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졸업한 지 2년. 그 2년 동안 정신없이 살아가기 위해 원치 않았던 시간을 보냈던 터라 열심히 공부했던 내용들은 다 가물가물했고 한때 날리던 컴퓨터 실력도 예전같지는 못했지만, 한달 즈음 시간이 지나자 그래도 처음 해보는 정상적인 회사일에 제법 익숙해졌다.
게다가 바쁘니까 대충 설명하겠다고 하면서도 미리 직접 업무파일까지 만들어주고 다른 직원들은 잘 알지 못할 사항까지 세세히 알려준 윤비서 덕분에 업무 자체에 대한 어려움은 크지 않았다.
다만 신경 쓰인 것은 갑자기 대리로 발령난 자신에 대한 직원들의 눈길이었다. 아직 나이도 많이 않았던 데다가 혹시라도 자신이 예전에 사장 밑에서 무슨 일을 했었던 건지 아는 사람이 있을까봐 내심 걱정을 했지만 모두들 단순한 사장의 개인 비서 정도로만 보았고 유미의 학벌 덕분에 의심스러운 눈길로 보는 사람은 없었다. 윤비서가 말을 어떻게 해 둔 건지는 몰라도 다들 유미를 '사장 밑에서 직접 일을 처리하던 엘리트 비서' 라는 시선으로 바라보아서 오히려 부담스러울 정도였다.
유미는 오랜만에 사람들과 어울린다는 게 어색했지만 기본적으로 외향적인 성격이었기 때문에 금새 부서 사람들과 친해질 수 있었다. 사실 친해졌다고 해도 바로 얼마 전까지 쓰러질 정도로 몰아친 일 때문에 모두들 정신이 없어서 제대로 밥 한끼 같이하기 힘이 들 정도였었다.
그러던 것이 이제 근 한달이 지나고서부터는 일도 어느정도 안정 궤도에 들어서게 되면서 며칠 전 드디어 유미가 부서에 들어온 기념 회식을 할 수 있었다.
"유미씨. 이거 다 검토 한거야?"
"네. 검토 다 끝냈고 저기 저 서류들이랑 같이 그대로 결재 받으면 되요."
"그래? 그럼 이거 유미씨가 사장실 좀 갔다와야겠어. 내가 지금 외근나가야하니까 좀 갖다와줘요."
"..네? 제가요?"
"유미씨 오랜만에 사장님 얼굴이나 뵙구 오라구. 그럼 난 나가볼게."
"어? 한과장님!!"
뜬금없이 유미에게 결재 서류를 맡긴 한과장은 누가 쫒아올새라 급하게 옷을 챙겨입고는 밖으로 나갔다.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라 가만히 서있는 유미를 구제해 준 건 강주란씨였다. 유미보다는 2살 연상이었지만 대학원을 졸업하고 갓 취직한 새내기나 다름 없었던 그녀였기 때문에 해외 사업부로 와서 가장 친해지게 된 사람이었다.
"에휴~ 과장님 또 다른 사람한테 넘기고 도망가시네~ 어쩔수 없지 뭐. 유미씨가 좀 다녀와요. 과장님은 왠만해서 사장님께 잘 안가려고 하셔. 직접 호출하시기 전에는... 뭐 사장님이 너무 무섭다나? 하여튼 소심해가지고.."
"..제가 가도 되는 거에요? 과장님 일이신데.."
"사장님은 원래 그런거 신경 안쓰셔. 직함은 과장, 대리 이렇게 달려 있긴 하지만 최대한 자율적이고 합리적인 분위기를 좋아하셔서.... 굳이 과장님이 올라가지 않아도 일처리가 정확히 되기만 한다면 상관안하셔. 게다가 유미씨는 평사원도 아닌 대리고, 사장님 바로 밑에 있어서 잘 알거아냐. 사장님 분위기."
"..네.. 그렇긴 하지만... 그럼, 지금 다녀올까요?"
"응. 빠를 수록 좋아. 어서 갔다오시죠, 강유미 대리님~."
누가 가든 상관없다면서도 방긋 웃으며 유미를 재촉하는 것을 보면 한과장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그다지 위에 올라가고 싶어하지는 않는 듯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한시가 바빠서 중간 서류를 결재 받으러 올라가는 것에 시간을 허비하고 싶지 않는 눈치들이어서 상대적으로 덜 바쁜 유미가 다녀올 수 밖에 없었다.
다른 회사 같으면 서로 사장 눈에 들려 안달일텐데도.. 알아서 갔다오라는 분위기라니..
* * *
해외사업부에서 일하게 된 이후 한동안은 사장실에 올라갈 일이 없어서 그런 건가.... 사장실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를 타는 순간부터 모든게 어색하기만 했다.
오랜만에 들어가자 왜 이렇게 안놀러오냐고 투정 아닌 투정을 부리는 김비서와 느긋하게 미소지어주는 윤비서를 뒤로 하고 사장실에 들어갔을 때 본 건 언제나처럼 서류에 파묻혀 있는 상운이었다.
- 우리 회사는 사장님이 너무 일을 열심히 해서 탈이야.. 사장님이 너무 지나치니까 밑에 사람들도 눈치보여서 일을 안 할수가 없잖아.
그런 그를 보자 회식 때 한 과장님이 푸념처럼 했던 말이 떠올랐다. 유미가 봐도 상운은 정말 일에 파묻혀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사장님. 결제 서류입니다."
이대로 그가 서류작업하는 것을 바라만 보다가는 결재 받으려면 1시간도 더 걸리겠다는 생각이 들어 먼저 말을 걸었다. 정말 회사원처럼 그에게 말을 건다는 사실이 어색했지만 지금은 그 어색함마저 기분이 좋았다.
"아.. 한과장은 어쩌고 강유미씨가 왔지?"
"외근나가셨습니다."
"...또 도망쳤군."
유미의 대답에 상운은 보일 듯 말듯 작게 피식 - 하고 웃으며 말했다. 난생 처음 보는 미소에 유미는 너무 놀라 그에게 서류를 전해 주다가 그대로 굳어 버렸다.
"..왜 그러지?"
서류를 건네주고도 멍하니 자신을 바라보는 유미가 이상했는 지 상운이 물었다.
"아..아닙니다."
저렇게 웃을 줄도 아는 사람이었나...
그 웃음을 보고 나서 유미는 어쩌면 부서 내 사람들이 말하던 상운의 이미지가 틀린 것만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운의 밑에서 일했다는 것을 듣고서 모두들 하나같이 사장님은 성격 좋으시고 화통하신 분이라고...일에 있어서는 뒤끝없이 깔끔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직원들을 위해줄 줄 아는 좋은 분이라는.. 유미로서는 이해가 가지 않는 칭찬 일색이었다. 그나마 단점이 있다면 한과장님의 말처럼 사장의 위치에서 안해도 될 일까지 하면서 지나치게 일을 많이 해서 아래사람이 좀 피곤하게 한다는 것 뿐..
"..ㅇ..미..! 유미씨! 강유미씨! "
"..하앗! 네엣!"
한참을 그 생각에 빠져 있느라 유미는 상운이 바로 앞에서 부르는 것 조차 눈치채지 못하고 있다가 상운이 눈 앞에서 손을 흔들 때 겨우 정신을 차렸다. 눈 앞에는 어이가 없다는 듯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상운이 서있었다.
"도대체 무슨 딴 생각 중인거야? 내가 한 말 들었어 못들었어?"
"죄송합니다. 못들었습니다."
"하아... 이건 다시 검토하고, 이건 이대로 진행하라고 해. 그리고 이 진행 서류중에서 체크된 거는 이번주 금요일까지 프레젠테이션 자료로 준비해오도록."
"아..알겠습니다."
"그리고 다음 번에도 한과장 도망갔다 걸리면 혼난다고 전해줘."
"..풋.. .. 죄송.. 네, 알겠습니다."
걸리면 혼난다니.. 무슨 도망가는 학생 잡는 것도 아니고 사장이 직원한테 하는 말 치고는 상당히 유치한 것 같은 표현에 유미는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난데없는 유미의 웃음으로 놀란 상운이 자신이 빤히 바라보자 한 소리 듣겠구나 걱정이 됐지만 상운은 싱겁다는 듯 다시 서류로 고개를 돌릴 뿐이었다.
"......나가봐."
웃어버린 것 때문에 나도 혼나려나.. 하고 생각하던 유미는 특별한 반응이 없는 상운이 의아했지만 그래도 다행이다 싶은 마음으로 재빨리 사장실을 빠져나왔다.
"유미씨!"
"아..김비서님."
"유미씨 오늘은 무조건 나랑 점심먹는거야!"
"네?"
사장실을 나오자 마자 기다렸다는 듯 김비서가 유미를 붙잡았다. 일을 하던 도중에 나온 지라 빨리 내려가야지 싶었지만 김비서는 유미가 대답할 때 까지 놓아줄 기색을 안보였다.
"오늘은...확실히 모르겠는데..."
점심을 간단히 먹고 일이나 빨리 마무리 지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던 차였기 때문에 김비서와의 점심이 시간상 좀 곤란하긴 했지만 너무나 애절하게 자신을 쳐다보는 김비서를 차마 거절할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승락하고 말았다.
"아싸! 그럼, 내가 이따가 전화할테니까 그때봐!!"
"네."
같이 점심한다는 것 만으로도 저렇게 좋아하는 김비서이니....
'하기사, 여기 있으면 바쁘기만 하고 혼자 외롭긴 하겠다..'
유미의 생각으로도 윤비서와 상운 사이에서 김비서가 말벗도 없이 얼마나 쓸쓸할까..싶기는 했다.
'그래 뭐..오랜만에 김비서님과 밥 먹는 것도 괜찮지.'
* * *
12시부터 점심시간인데 반해 20분이나 일찍 전화해서 나오라고 닥달하는 김비서 덕에 바쁜 부서에서 눈치를 받으며 빠져나와 끌려간 곳은 일식집이었다. 이곳 일식집 점심 세트가 싸고 맛이 좋다며 다른 선택의 여지 없이 끌고 나가는 김비서였지만, 일식보다는 한식쪽을 더 좋아하는 김비서가 굳이 일식집으로 가는 건 자신을 생각해서 그런 거라는 것쯤 알고 있었기 때문에 유미는 아무 말 없이 그녀를 따라갔다.
"도대체 유미씨 열흘이나 쉬면서 뭐 한거야?"
자리에 앉자 마자 메뉴는 보지도 않고 '점심세트 2개요~!' 하고 외치고서는 눈을 반짝거리며 유미에게 묻는 김비서. 유미는 그럴 줄 알았다는 얼굴로 웃으면서 대답했다.
"음.. 정말 오랜만에 푹 잤어요."
"에게~ 그게 다야?"
- 사실은 신우물산 유회장을 만나서 4번이나 저녁을 먹고 사장님의 친구라는 박해빈씨를 만나서 신나게 놀았어요.
라고 말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동안 일하느라고 늦잠 한번 못잤잖아요. 여행이라도 가볼까 했지만 그냥 집에서 쉬고 싶더라고요..그래서 그냥 쉬면서 기분전환 좀 했어요."
"아아....머리 파마하고 염색한거? 그거 되게 잘어울려 유미씨! 윤비서님이야 그렇다 쳐도 사장님도 유미씨 보고 빨개지시던걸?"
"....아하하 사장님이요? 설마.."
"아냐! 진짜야! 아.. 유미씨는 아직 잘 모르나? 난 사장님이랑 음...어릴 적 부터 친구여서...친구였다는 건 비밀이다. 알겠지? 어쨌든 친구여서 아는데 그 사장놈 유미씨한테 반했다니까."
김비서가 상운과 오랫동안 알아온 사이라는 건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어렸을 때부터 친구라는 건 금시초문이었다. 유독 사이가 좋은 거 같다 싶긴 했었지만... 하기사 친구라고 생각해보면 그 동안 김비서가 상운에게 스스럼없이 말하는 것들이 다 납득이 되기는 했다.
그렇지만 상운이 자신에게 반했다니.. 그건 정말 김비서가 잘못 봐도 한참 잘못 본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에게 뭘 시키면서도 얼굴색 하나 안변하던 사람인데....
"에이~ 김비서님이 잘못 보신 걸 거에요."
"아냐, 두고봐. 지금은 내 말이 안믿길 지 모르겠지만... 두고보면 알거야."
너무나 자신만만한 얼굴로 씩 웃는 김비서에게 뭐라고 대꾸할 말이 없어 유미는 그냥 앉아서 물만 계속 마셔댔다.
상운이 자신에게 반했다.....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아니 상상도 못한 일이었다.
만약 그가 정말 자신에게 반했다면?
' 그건 나에게 기회가.. 되는 걸까? '
김비서가 맛있다고 극찬을 하던 점심 세트가 드디어 나왔다. 생각보다 맛이 있고 오랜만에 제대로 먹는 밥에 아까까지는 없던 입맛이 돌았다.
"그나저나 쉬는 동안 유미씨 얼굴이 많이 밝아졌네."
"..아..그래요?"
"응. 예전에는 얼굴 어디엔가 그늘이 진거 같았는 데, 쉬고 나서보니까 좀 나아지고 그리고 또 오랜만에 보니까 더 나아진 거 같아. 해외사업부 일에 많이 익숙해졌나봐."
"한달 정도 부대끼니까..이제는 할 만해요."
"다행이다. 사장 따라다니면서 늙수구레한 놈들 상대하는 것 보다는, 제대로 일하는 게 훨씬 낫지."
".....네."
유미는 피식, 자조적인 미소를 지었다.
그래, 김비서님도 어느정도는 알고 있겠지..
의미를 두고 한 말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늙수구레한 놈들 상대하는 것' 이란 말은 유미의 가슴에 박혀버렸다. 불과 한달 전까지 유미가 할 수 밖에 없었던 일.
정말 단순한건지, 어쩐건지...... 상운을 보아도 그렇게까지 그가 원망스럽지도 않고 그렇게 끔찍했던 지난 일 들도 무심코 잊어버리는 것을 보면....
' 나도 참 단순한가봐.... 그런 일들을 잊어버리고 있다니.. '
김비서가 안타까운 눈으로 쳐다보는 것을 알지 못한 채 자신도 모르게 음식을 앞에 두고 생각에 빠져버렸다.
"유미씨. 내가 사주는 거니까 마음 놓고 많이 먹어."
"네. 감사해요."
- 띠리리리..
"잠시만요."
"응, 괜찮아. 얼른 받아."
회사에서 온 전화인가.. 싶은 마음에 핸드폰을 확인해보니 다름 아닌 유사장의 전화였다. 그때 문자를 보낸 이후로는 연락이 없었고 자신도 정신없이 바빠서 생각지도 못하고 있었던 터라 갑작스런 전화에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다른 사람도 아닌 김비서를 앞에 두고 전화를 받기를 망설이다가 안받으면 더 이상하게 바라볼거라는 생각이 들어 전화를 받았다.
"네"
- 오랜만이군.
"아, 지금 점심 먹고 있어요. 곧 들어 갈거에요."
- 통화하기 곤란한 상황인가 보지? 나중에 시간 될 때 지금 뜨는 이 번호로 전화줘.
"네, 빨리 들어 갈게요."
갑자기 무슨 일일까....
그의 전화를 받은 후로 유미의 가슴은 심하게 뛰었다. 자신이 벌인 일이지만 막상 김비서 앞에서 전화 한통 온 것 만으로도 이렇게 긴장되는데, 만약에 상운이나 윤비서와 같이 있는 자리에서 전화가 오거나 마주치기라도 했다면...!
유미는 상상만으로도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 들었다. 가능하면 그런 상황이 오지 않도록 해야 겠지만 자신이 유사장에게 먼저 손을 내민 이상 아마도 그런 상황은 머지 않아 다가올 것이 분명했다.
"회사야?"
"네. ..아무래도 바쁘니까요."
"그렇지? 요새 전반적으로 회사가 바쁘다니까. 확고하게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는 증거지. 에휴..하기사.. 사장님이 그렇게 노력했으니 이제 자리잡고 잘 될 때도 됐지."
"....네."
그래, 그는 확실히 노력했지. 능력외에도 다른 걸 이용해서까지 말이야...
"유미씨도 사장님옆에서 일하면서 오랜 시간이 지나게 되면, 아마 사장님이 어떤 분인 줄 알게 될거야. 이 회사는.. 정말 사장님의 피땀으로 이루어 진 거나 마찬가지니까... 어느 시점부터는 이 회사가 사장님의 목표이자 전부가 될 수 밖에 없었거든.. "
유미의 생각을 읽은 건지 김비서가 사뭇 진지한 어조로 말했다. 아마도 상운의 곁에서 오랜 시간 있으면서 그를 보아온 김비서는 유미는 모르는 다른 무언가를 알고 있을 것이었다. 표면상으로는 그리 오래되지 않은 회사였지만....
"그렇군요. 그래도 제 입장에서는 사장님이 아무리 좋은 분이라고 해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으니까요."
"...응. 그렇다고 해도 언젠가 유미씨도.. 알게되면 .. 그때는 꼭 이해해 주길 바래. 아니 이해가 불가능하더라고 최소한 .. 용납은 해주길 바래. .... 그게 지금의 유미씨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의 전부야."
그것은 결국 그 외에는 어떤 것도 말해줄 수 없다는 김비서의 말.
상운에게 있어 이 회사가 어느 정도의 의미이길래, 다른 사람도 아닌 김비서가 자신에게 이런 말을 하는 지는 모르겠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유미에게 있어 자신의 인생을 좌지우지한 한상운이라는 사람은 절대 가슴에서 지울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이었다.
누구에게나 사랑할 권리는 있다...17
대학 졸업한 지 2년. 그 2년 동안 정신없이 살아가기 위해 원치 않았던 시간을 보냈던 터라 열심히 공부했던 내용들은 다 가물가물했고 한때 날리던 컴퓨터 실력도 예전같지는 못했지만, 한달 즈음 시간이 지나자 그래도 처음 해보는 정상적인 회사일에 제법 익숙해졌다.
게다가 바쁘니까 대충 설명하겠다고 하면서도 미리 직접 업무파일까지 만들어주고 다른 직원들은 잘 알지 못할 사항까지 세세히 알려준 윤비서 덕분에 업무 자체에 대한 어려움은 크지 않았다.
다만 신경 쓰인 것은 갑자기 대리로 발령난 자신에 대한 직원들의 눈길이었다. 아직 나이도 많이 않았던 데다가 혹시라도 자신이 예전에 사장 밑에서 무슨 일을 했었던 건지 아는 사람이 있을까봐 내심 걱정을 했지만 모두들 단순한 사장의 개인 비서 정도로만 보았고 유미의 학벌 덕분에 의심스러운 눈길로 보는 사람은 없었다. 윤비서가 말을 어떻게 해 둔 건지는 몰라도 다들 유미를 '사장 밑에서 직접 일을 처리하던 엘리트 비서' 라는 시선으로 바라보아서 오히려 부담스러울 정도였다.
유미는 오랜만에 사람들과 어울린다는 게 어색했지만 기본적으로 외향적인 성격이었기 때문에 금새 부서 사람들과 친해질 수 있었다. 사실 친해졌다고 해도 바로 얼마 전까지 쓰러질 정도로 몰아친 일 때문에 모두들 정신이 없어서 제대로 밥 한끼 같이하기 힘이 들 정도였었다.
그러던 것이 이제 근 한달이 지나고서부터는 일도 어느정도 안정 궤도에 들어서게 되면서 며칠 전 드디어 유미가 부서에 들어온 기념 회식을 할 수 있었다.
"유미씨. 이거 다 검토 한거야?"
"네. 검토 다 끝냈고 저기 저 서류들이랑 같이 그대로 결재 받으면 되요."
"그래? 그럼 이거 유미씨가 사장실 좀 갔다와야겠어. 내가 지금 외근나가야하니까 좀 갖다와줘요."
"..네? 제가요?"
"유미씨 오랜만에 사장님 얼굴이나 뵙구 오라구. 그럼 난 나가볼게."
"어? 한과장님!!"
뜬금없이 유미에게 결재 서류를 맡긴 한과장은 누가 쫒아올새라 급하게 옷을 챙겨입고는 밖으로 나갔다.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라 가만히 서있는 유미를 구제해 준 건 강주란씨였다. 유미보다는 2살 연상이었지만 대학원을 졸업하고 갓 취직한 새내기나 다름 없었던 그녀였기 때문에 해외 사업부로 와서 가장 친해지게 된 사람이었다.
"에휴~ 과장님 또 다른 사람한테 넘기고 도망가시네~ 어쩔수 없지 뭐. 유미씨가 좀 다녀와요. 과장님은 왠만해서 사장님께 잘 안가려고 하셔. 직접 호출하시기 전에는... 뭐 사장님이 너무 무섭다나? 하여튼 소심해가지고.."
"..제가 가도 되는 거에요? 과장님 일이신데.."
"사장님은 원래 그런거 신경 안쓰셔. 직함은 과장, 대리 이렇게 달려 있긴 하지만 최대한 자율적이고 합리적인 분위기를 좋아하셔서.... 굳이 과장님이 올라가지 않아도 일처리가 정확히 되기만 한다면 상관안하셔. 게다가 유미씨는 평사원도 아닌 대리고, 사장님 바로 밑에 있어서 잘 알거아냐. 사장님 분위기."
"..네.. 그렇긴 하지만... 그럼, 지금 다녀올까요?"
"응. 빠를 수록 좋아. 어서 갔다오시죠, 강유미 대리님~."
누가 가든 상관없다면서도 방긋 웃으며 유미를 재촉하는 것을 보면 한과장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그다지 위에 올라가고 싶어하지는 않는 듯 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한시가 바빠서 중간 서류를 결재 받으러 올라가는 것에 시간을 허비하고 싶지 않는 눈치들이어서 상대적으로 덜 바쁜 유미가 다녀올 수 밖에 없었다.
다른 회사 같으면 서로 사장 눈에 들려 안달일텐데도.. 알아서 갔다오라는 분위기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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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사업부에서 일하게 된 이후 한동안은 사장실에 올라갈 일이 없어서 그런 건가.... 사장실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를 타는 순간부터 모든게 어색하기만 했다.
오랜만에 들어가자 왜 이렇게 안놀러오냐고 투정 아닌 투정을 부리는 김비서와 느긋하게 미소지어주는 윤비서를 뒤로 하고 사장실에 들어갔을 때 본 건 언제나처럼 서류에 파묻혀 있는 상운이었다.
- 우리 회사는 사장님이 너무 일을 열심히 해서 탈이야.. 사장님이 너무 지나치니까 밑에 사람들도 눈치보여서 일을 안 할수가 없잖아.
그런 그를 보자 회식 때 한 과장님이 푸념처럼 했던 말이 떠올랐다. 유미가 봐도 상운은 정말 일에 파묻혀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사장님. 결제 서류입니다."
이대로 그가 서류작업하는 것을 바라만 보다가는 결재 받으려면 1시간도 더 걸리겠다는 생각이 들어 먼저 말을 걸었다. 정말 회사원처럼 그에게 말을 건다는 사실이 어색했지만 지금은 그 어색함마저 기분이 좋았다.
"아.. 한과장은 어쩌고 강유미씨가 왔지?"
"외근나가셨습니다."
"...또 도망쳤군."
유미의 대답에 상운은 보일 듯 말듯 작게 피식 - 하고 웃으며 말했다. 난생 처음 보는 미소에 유미는 너무 놀라 그에게 서류를 전해 주다가 그대로 굳어 버렸다.
"..왜 그러지?"
서류를 건네주고도 멍하니 자신을 바라보는 유미가 이상했는 지 상운이 물었다.
"아..아닙니다."
저렇게 웃을 줄도 아는 사람이었나...
그 웃음을 보고 나서 유미는 어쩌면 부서 내 사람들이 말하던 상운의 이미지가 틀린 것만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운의 밑에서 일했다는 것을 듣고서 모두들 하나같이 사장님은 성격 좋으시고 화통하신 분이라고...일에 있어서는 뒤끝없이 깔끔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직원들을 위해줄 줄 아는 좋은 분이라는.. 유미로서는 이해가 가지 않는 칭찬 일색이었다. 그나마 단점이 있다면 한과장님의 말처럼 사장의 위치에서 안해도 될 일까지 하면서 지나치게 일을 많이 해서 아래사람이 좀 피곤하게 한다는 것 뿐..
"..ㅇ..미..! 유미씨! 강유미씨! "
"..하앗! 네엣!"
한참을 그 생각에 빠져 있느라 유미는 상운이 바로 앞에서 부르는 것 조차 눈치채지 못하고 있다가 상운이 눈 앞에서 손을 흔들 때 겨우 정신을 차렸다. 눈 앞에는 어이가 없다는 듯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상운이 서있었다.
"도대체 무슨 딴 생각 중인거야? 내가 한 말 들었어 못들었어?"
"죄송합니다. 못들었습니다."
"하아... 이건 다시 검토하고, 이건 이대로 진행하라고 해. 그리고 이 진행 서류중에서 체크된 거는 이번주 금요일까지 프레젠테이션 자료로 준비해오도록."
"아..알겠습니다."
"그리고 다음 번에도 한과장 도망갔다 걸리면 혼난다고 전해줘."
"..풋.. .. 죄송.. 네, 알겠습니다."
걸리면 혼난다니.. 무슨 도망가는 학생 잡는 것도 아니고 사장이 직원한테 하는 말 치고는 상당히 유치한 것 같은 표현에 유미는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난데없는 유미의 웃음으로 놀란 상운이 자신이 빤히 바라보자 한 소리 듣겠구나 걱정이 됐지만 상운은 싱겁다는 듯 다시 서류로 고개를 돌릴 뿐이었다.
"......나가봐."
웃어버린 것 때문에 나도 혼나려나.. 하고 생각하던 유미는 특별한 반응이 없는 상운이 의아했지만 그래도 다행이다 싶은 마음으로 재빨리 사장실을 빠져나왔다.
"유미씨!"
"아..김비서님."
"유미씨 오늘은 무조건 나랑 점심먹는거야!"
"네?"
사장실을 나오자 마자 기다렸다는 듯 김비서가 유미를 붙잡았다. 일을 하던 도중에 나온 지라 빨리 내려가야지 싶었지만 김비서는 유미가 대답할 때 까지 놓아줄 기색을 안보였다.
"오늘은...확실히 모르겠는데..."
점심을 간단히 먹고 일이나 빨리 마무리 지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던 차였기 때문에 김비서와의 점심이 시간상 좀 곤란하긴 했지만 너무나 애절하게 자신을 쳐다보는 김비서를 차마 거절할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승락하고 말았다.
"아싸! 그럼, 내가 이따가 전화할테니까 그때봐!!"
"네."
같이 점심한다는 것 만으로도 저렇게 좋아하는 김비서이니....
'하기사, 여기 있으면 바쁘기만 하고 혼자 외롭긴 하겠다..'
유미의 생각으로도 윤비서와 상운 사이에서 김비서가 말벗도 없이 얼마나 쓸쓸할까..싶기는 했다.
'그래 뭐..오랜만에 김비서님과 밥 먹는 것도 괜찮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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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시부터 점심시간인데 반해 20분이나 일찍 전화해서 나오라고 닥달하는 김비서 덕에 바쁜 부서에서 눈치를 받으며 빠져나와 끌려간 곳은 일식집이었다. 이곳 일식집 점심 세트가 싸고 맛이 좋다며 다른 선택의 여지 없이 끌고 나가는 김비서였지만, 일식보다는 한식쪽을 더 좋아하는 김비서가 굳이 일식집으로 가는 건 자신을 생각해서 그런 거라는 것쯤 알고 있었기 때문에 유미는 아무 말 없이 그녀를 따라갔다.
"도대체 유미씨 열흘이나 쉬면서 뭐 한거야?"
자리에 앉자 마자 메뉴는 보지도 않고 '점심세트 2개요~!' 하고 외치고서는 눈을 반짝거리며 유미에게 묻는 김비서. 유미는 그럴 줄 알았다는 얼굴로 웃으면서 대답했다.
"음.. 정말 오랜만에 푹 잤어요."
"에게~ 그게 다야?"
- 사실은 신우물산 유회장을 만나서 4번이나 저녁을 먹고 사장님의 친구라는 박해빈씨를 만나서 신나게 놀았어요.
라고 말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동안 일하느라고 늦잠 한번 못잤잖아요. 여행이라도 가볼까 했지만 그냥 집에서 쉬고 싶더라고요..그래서 그냥 쉬면서 기분전환 좀 했어요."
"아아....머리 파마하고 염색한거? 그거 되게 잘어울려 유미씨! 윤비서님이야 그렇다 쳐도 사장님도 유미씨 보고 빨개지시던걸?"
"....아하하 사장님이요? 설마.."
"아냐! 진짜야! 아.. 유미씨는 아직 잘 모르나? 난 사장님이랑 음...어릴 적 부터 친구여서...친구였다는 건 비밀이다. 알겠지? 어쨌든 친구여서 아는데 그 사장놈 유미씨한테 반했다니까."
김비서가 상운과 오랫동안 알아온 사이라는 건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어렸을 때부터 친구라는 건 금시초문이었다. 유독 사이가 좋은 거 같다 싶긴 했었지만... 하기사 친구라고 생각해보면 그 동안 김비서가 상운에게 스스럼없이 말하는 것들이 다 납득이 되기는 했다.
그렇지만 상운이 자신에게 반했다니.. 그건 정말 김비서가 잘못 봐도 한참 잘못 본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에게 뭘 시키면서도 얼굴색 하나 안변하던 사람인데....
"에이~ 김비서님이 잘못 보신 걸 거에요."
"아냐, 두고봐. 지금은 내 말이 안믿길 지 모르겠지만... 두고보면 알거야."
너무나 자신만만한 얼굴로 씩 웃는 김비서에게 뭐라고 대꾸할 말이 없어 유미는 그냥 앉아서 물만 계속 마셔댔다.
상운이 자신에게 반했다.....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아니 상상도 못한 일이었다.
만약 그가 정말 자신에게 반했다면?
' 그건 나에게 기회가.. 되는 걸까? '
김비서가 맛있다고 극찬을 하던 점심 세트가 드디어 나왔다. 생각보다 맛이 있고 오랜만에 제대로 먹는 밥에 아까까지는 없던 입맛이 돌았다.
"그나저나 쉬는 동안 유미씨 얼굴이 많이 밝아졌네."
"..아..그래요?"
"응. 예전에는 얼굴 어디엔가 그늘이 진거 같았는 데, 쉬고 나서보니까 좀 나아지고 그리고 또 오랜만에 보니까 더 나아진 거 같아. 해외사업부 일에 많이 익숙해졌나봐."
"한달 정도 부대끼니까..이제는 할 만해요."
"다행이다. 사장 따라다니면서 늙수구레한 놈들 상대하는 것 보다는, 제대로 일하는 게 훨씬 낫지."
".....네."
유미는 피식, 자조적인 미소를 지었다.
그래, 김비서님도 어느정도는 알고 있겠지..
의미를 두고 한 말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늙수구레한 놈들 상대하는 것' 이란 말은 유미의 가슴에 박혀버렸다. 불과 한달 전까지 유미가 할 수 밖에 없었던 일.
정말 단순한건지, 어쩐건지...... 상운을 보아도 그렇게까지 그가 원망스럽지도 않고 그렇게 끔찍했던 지난 일 들도 무심코 잊어버리는 것을 보면....
' 나도 참 단순한가봐.... 그런 일들을 잊어버리고 있다니.. '
김비서가 안타까운 눈으로 쳐다보는 것을 알지 못한 채 자신도 모르게 음식을 앞에 두고 생각에 빠져버렸다.
"유미씨. 내가 사주는 거니까 마음 놓고 많이 먹어."
"네. 감사해요."
- 띠리리리..
"잠시만요."
"응, 괜찮아. 얼른 받아."
회사에서 온 전화인가.. 싶은 마음에 핸드폰을 확인해보니 다름 아닌 유사장의 전화였다. 그때 문자를 보낸 이후로는 연락이 없었고 자신도 정신없이 바빠서 생각지도 못하고 있었던 터라 갑작스런 전화에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다른 사람도 아닌 김비서를 앞에 두고 전화를 받기를 망설이다가 안받으면 더 이상하게 바라볼거라는 생각이 들어 전화를 받았다.
"네"
- 오랜만이군.
"아, 지금 점심 먹고 있어요. 곧 들어 갈거에요."
- 통화하기 곤란한 상황인가 보지? 나중에 시간 될 때 지금 뜨는 이 번호로 전화줘.
"네, 빨리 들어 갈게요."
갑자기 무슨 일일까....
그의 전화를 받은 후로 유미의 가슴은 심하게 뛰었다. 자신이 벌인 일이지만 막상 김비서 앞에서 전화 한통 온 것 만으로도 이렇게 긴장되는데, 만약에 상운이나 윤비서와 같이 있는 자리에서 전화가 오거나 마주치기라도 했다면...!
유미는 상상만으로도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 들었다. 가능하면 그런 상황이 오지 않도록 해야 겠지만 자신이 유사장에게 먼저 손을 내민 이상 아마도 그런 상황은 머지 않아 다가올 것이 분명했다.
"회사야?"
"네. ..아무래도 바쁘니까요."
"그렇지? 요새 전반적으로 회사가 바쁘다니까. 확고하게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는 증거지. 에휴..하기사.. 사장님이 그렇게 노력했으니 이제 자리잡고 잘 될 때도 됐지."
"....네."
그래, 그는 확실히 노력했지. 능력외에도 다른 걸 이용해서까지 말이야...
"유미씨도 사장님옆에서 일하면서 오랜 시간이 지나게 되면, 아마 사장님이 어떤 분인 줄 알게 될거야. 이 회사는.. 정말 사장님의 피땀으로 이루어 진 거나 마찬가지니까... 어느 시점부터는 이 회사가 사장님의 목표이자 전부가 될 수 밖에 없었거든.. "
유미의 생각을 읽은 건지 김비서가 사뭇 진지한 어조로 말했다. 아마도 상운의 곁에서 오랜 시간 있으면서 그를 보아온 김비서는 유미는 모르는 다른 무언가를 알고 있을 것이었다. 표면상으로는 그리 오래되지 않은 회사였지만....
"그렇군요. 그래도 제 입장에서는 사장님이 아무리 좋은 분이라고 해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으니까요."
"...응. 그렇다고 해도 언젠가 유미씨도.. 알게되면 .. 그때는 꼭 이해해 주길 바래. 아니 이해가 불가능하더라고 최소한 .. 용납은 해주길 바래. .... 그게 지금의 유미씨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의 전부야."
그것은 결국 그 외에는 어떤 것도 말해줄 수 없다는 김비서의 말.
상운에게 있어 이 회사가 어느 정도의 의미이길래, 다른 사람도 아닌 김비서가 자신에게 이런 말을 하는 지는 모르겠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유미에게 있어 자신의 인생을 좌지우지한 한상운이라는 사람은 절대 가슴에서 지울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이었다.
그 존재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 그리고 어떤 의미로 변한다고 할지라도, 결코 지워질 수 없는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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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편 올렸습니다..^- ^ ....
알바중에 올리려고 했지만..역시나 눈치가 보여서 '바람이-' 하나 올리고 말았거든요..
그래서 집에서 수정을 더 하고 올립니다.
수정을 하면서 읽고 읽고 하다보니 생각하는 건데..
제 글솜씨가 부족한건지 어째선지...처음에 생각했던 것 처럼
글이 써지질 않아서 많이 슬프네요..
원래 밝고 명랑하고 긍정적이었지만 갑작스런 환경의 변화때문에
자신의 주위에 두꺼워서 아무도 다가갈 수 없을 것 같은,
그러나 사실 스티로폼처럼 약하기 그지없는 ..
그런 두터운 벽을 치고 말아 버린 유미를 표현하고 싶었는데..
다시 읽어보면 성격이 너무 억지스러운 것 같아요. ..
그게 제일 마음에 걸리네요..
그런 점 때문에 그만 쓸까! 싶은 생각도 많이 들었지만...
한번 시작한 글, 게다가 부족한대로 예뻐라 해주시는 님들이 있어서
쉽게 그만두지도 못하겠더라구요.
이렇게 이 글 한편 완성하고, 또 다른 글 완성하고... 그러다 보면
저도 조금은 나아지겠죠?
아직은 부족한 제가 좀 더 재밌는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하는 중입니다!
그러니까 예쁘게, 보듬어주는 마음으로 읽어주시면 너무너무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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