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시간이 흘러 12월이 되었을 때, 전강욱이 연정에게 전화를 해왔다. 2주후에 생도대에서 쌍쌍파티가 있으니 참석해달라는 이야기를 했다. 조건은 그가 잘 아는 후배의 파트너가 되어야한다는 것이었다. 연정의 단짝인 승연은 이미 강정석의 파트너로 파티에 참석하기로 되어있었다. 전강욱은 2살 위인 누나의 강권으로 누나를 파트너로 참석하기로 했기 때문에 연정은 쌍쌍파티에 참석하고 싶었지만 포기하고 있었다가, 그런 제안을 받자 상대가 누구인지 자세히 알아보지도 않고 바로 승낙을 했다.
쌍쌍파티가 있는 당일, 연정은 오전에 전강욱의 전화를 받고 들뜬 마음으로 약속장소로 나갔다. 약속장소에는 뜻밖에 어색한 웃음을 흘리며 정민이 전강욱과 전강욱의 누나와 함께 나와 있었다. 당황하는 연정에게 전강욱은 당당하게 정민이 연정의 짝이 돼야 한다는 말로 어색한 분위기를 한방에 날려버렸다. 연정은 생도들의 생활모습과 쌍쌍파티에 대한 호기심과 더불어 집에 자랑까지 하고 나왔기 때문에 일단은 정민과 함께하기로 했다.
찜찜한 마음을 가지고 쌍쌍 파티에 참석한 연정은 정민의 알뜰한 보살핌(?)을 받았다. 지난 만남과는 달리 정민은 연정이 심심하지 않게 재미난 농담도 걸어주었고, 좋은 분위기를 위해 다른 동기나 선배들을 소개하고 연정을 돋보이게 하여 연정의 마음을 잘 풀어 주었다.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출 때는 누구보다도 빼어난 솜씨를 자랑했다. 연정은 정민의 예전과 전혀 다른 모습에 놀라고 그에 대한 생각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단지 동기들하고는 잘 어울리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헤어질 때 연정은 진심으로 정민과 헤어지기가 아쉬웠다. 정민과의 그 하루는 연정이 그에 대한 지금까지의 생각을 완전히 뒤바뀌게 만든 시발점이 되었다.
사관학교의 겨울 휴가-겨울방학-가 시작됨과 동시에 다시 5인의 만남은 자연스럽게 이루어 졌다. 전과는 달리 모이면 대화의 주도권은 정민이 잡아갔다. 연정은 그런 그를 전혀 다른 사람으로 보며 신기해했지만, 전강욱이나 강정석은 당연한 듯이 인정하고 있었다. 어떤 때는 선후배가 바뀐 게 아니가 하는 착각을 들게 했다.
해가 바뀌어 정민은 3학년에 진급을 하였고, 연정은 대학 이 학년 되어 주중에는 공부와 아르바이트를 하며, 정민과의 만남이 있는 주말이면 모든 일을 다포기하고 전화기 옆에 꼭 붙어 앉아 정민의 전화만을 기다리는 생도 애인 증후군(?) 이라는 병 아닌 병에 걸렸다. 정민이 나오지 못하는 주말은 면회를 가서 하루를 보냈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다가 정민이 운동 중에 입은 부상을 치료하기 위해 의무대에 입원해 있을 때, 정민의 부모를 정식으로 볼 수가 있었다. 정민의 어머니는 노골적으로 연정을 못마땅한 눈치를 주었지만, 연정은 계속 정민과의 미래를 키워나갔다.
그런데, 순조롭기만 하던 관계가 갑자기 틀어졌다. 1984년 1월, 비행훈련을 받기위해 훈련비행단에 내려갔던 정민이 마지막 신체검사에서 불합격 판정을 받았다. 다시 학교로 복귀한 정민은 두 달도 않되 퇴교했다. 그때부터 모든 게 뒤죽박죽되기 시작했다. 정민은 일방적으로 사관학교와 관련된 모든 인연을 끊겠다며 연정에게 헤어지자고 했으나, 연정은 자신의 모든 것이 된 정민과의 이별을 인정하지 않았다.
두 달 전부터는 아예 정민과의 연락이 되질 않아 연정의 속을 태웠다. 생각다 못한 연정은 용기를 내서 정민의 집을 찾아 던 것이다. 마침 작년 여름휴가 때 설악산 등산을 같이 간 까닭에 친해진 정민의 바로 아래동생 정훈이 있었기 때문에 정민이 없는 집에 들어올 수 있었고, 정민의 어머니는 그런 연정을 마지못해 맞이했다.
원래 정민에게는 집안끼리 결혼을 하기로 유하란이 있었다. 미국에서 유학중이라는 그녀는 정민과 어려서부터 오빠, 동생 하는 사이였다. 정민은 그녀를 동생이상으로는 생각하지 않았으나, 본인과 집안은 미래의 정민의 신부 감으로 굳히려고 했지만, 정민은 오로지 조종사가 되는 게 전부였기 때문에 그런 집안 어른들의 애기에는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다. 연정을 만나면서 부터는 그런 말 자체를 집안에서 못하게 했고, 그 덕분에 정민의 부모로부터 연정은 환영을 받지 못했다.
“애야, 뭐하니?”
정민과 만난 지난날을 회상하며 멍하니 있는 연정을 정민의 어머니가 불러 세웠다.
“아, 네 어머니.”
“그렇게 멍하니 있지 말고, 이거나 먹으렴.”
“네! 잘 먹겠습니다, 어머니!”
“민이가 여행 간다고 해서 너랑 간줄 알았는데, 그게 아닌가 보구나. 왜 이렇게 속을 썩이는지 모르겠다. 벌써 두 달이나 객지를 떠돌아다니니..., 밥이나 제 때 챙겨먹는지 모르겠다. 그놈의 고집통에 여러 사람 고생하는 구나. 집안도 몰래 속이고 재수까지 해서 어렵게 들어간 학교를 이제 와서 때려치우고 뭘 하겠다는 건지?”
“...!”
연정은 할 말이 없었다. 정민의 집에 오면 최소한 그가 있는 곳을 알아낼 수 있으리라는 희망도 사라져 버리고, 단지 정민 어머니의 한탄만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연정은 아무런 소득 없이 정민의 집을 나설 수밖에 없었다.
그 후, 연정은 정민과의 더 이상 연락은 되질 않았다. 연정은 이별의 아픈 가슴만을 쓸며 일 년을 보냈다. 다른 남자도 만나 보았으나 얼마가지 못 했다. 정민의 빈자리는 생각보다 컸다. 연정은 정민을 쉽게 잊을 수 없었다.
1985년 8월의 어느 날, 연정은 카페에서 만나기로 약속한 친구를 기다리며 창밖을 내다보다가 정민과 닮은 사람을 발견했다. 아니 분명 정민이었다. 연정은 급히 계산을 치루고 정민의 뒤를 쫒았다. 정민의 모습은 변한 게 거의 없었고, 머리는 장발이지만 특유 자신 만만하고 여유 있는 걸음은 변함없었다. 연정은 눈물이 흐르려는 것을 참으며 정민의 뒤를 부지런히 따랐다.
정민은 얼마를 걷지 않아서 근처에 있는 지하다방으로 망설임 없이 들어갔다. 연정은 당장 나서고 싶었으나 정민이 어떻게 나올지, 또한 누굴 만나는 것인지 몰랐기에 잠시 망설이다 그 다방으로 뒤 쫒아 들어갔다. 다행이 다방의 조명은 어두웠다. 정민은 마르고 안경을 낀 중년의 신사와 같은 자리에 앉아서 무언가에 잔뜩 화난 얼굴로 신사의 말을 듣고 있었다. 연정은 두 사람이 알아채지 못하게 그들의 자리에서 가까운 곳으로 자리를 잡고 앉았다.
정민은 격양된 목소리로 앞에 앉은 중년의 신사에게 말하고 있었다.
“김인문 문관님! 제가 전에 말했지요, 군에 관련된 일 절대로 하지 않겠다고. 그만 포기해주세요.”
“정민 씨, 그러지 말라고. 당신은 군대체질이야. 사관학교에서 있었던 일로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요?”
“흥, 내가 왜 돈을 훔쳤다고 하고 퇴교를 한줄 아시오? 그냥 퇴교를 하면 4학년이기 때문에 중사로 최소 5년은 군대 밥을 먹어야 제대할 수 있기 때문이오. 하루라도 더 짧게 군대 생활을 끝내기 위해, 아니 군대를 벗어나기 위해 그런 극단 적인 선택을 했단 말이요. 당신이 무엇을 노리고 나를 일 년 이상 쫒고 있는지 모르겠으나, 이제는 아저씨도 그만 두었고 사촌형님도 다음선거에서 지역구 출마를 포기하고 있으니 나의 가치도 없을 텐데 그만합시다.”
“후후, 그런 건 상관없소이다. 그건 이미 작년에 회장님 당번이 되지 않겠다고 했을 때 효력을 잃어버린 것입니다. 단지 지금은 당신의 능력을 요구하시는 분의 심부름을 하고 있을 뿐입니다. 일 년이나 용케 피했지만 이제는 그만 포기하시지요.”
“당신들, 나를 너무 과대평가하시는 거 아니요? 난 당신네들이 탐을 낼 만큼의 능력을 가지지 못 햇소.”
“후후, 왜 이러시나? 검도 2단, 합기도 2단, 유도도 이미 고등학교 때 단을 땄고, 거기다가 태권도는 국가대표도 때려눕힐 실력을 가지신분이?”
“그건 운동 좀 하고 돈 있는 사람이라면 다주는 단 증이요, 실력이 있어서 받는 건 아닙니다.”
“하하, 그렇습니까! 그런데 그것뿐만 아니죠, 지난 일 년 동안 이상한 곳에서 굉장한 프로젝트를 수행하셨더군요.
“아니 그건 비밀로 분류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당신이...?”
“후후, 이거 너무 괄시하지 마시오, 나도 1급 비취인가를 받은 몸이라고, 당신의 능력이 모자란다면 국내외의 석학들이 모여 있는 곳에서 일익을 담당할 수 있겠소?”
“그건 아는 분의 부탁으로 심부름 만했을 뿐이요, 너무 과대평가 하지 마시오.”
“과대평가라? 1학년 때 공군본부 전산실의 대형 컴퓨터를 가지고 놀던 분이 너무 겸손하군요.”
“...!”
“나이도 어린 당신을 내가 이렇게 말을 올려주는 데는 다 이유가 있어요. 이쯤에서 생각을 돌리고 지원서에 도장 찍읍시다.”
“싫습니다. 더 이상 할 말 없습니다. 집안 어른께 더 이상 전화를 하지 말아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거, 참! 고집 세구만. 오늘은 그냥 가지요. 그러나 이달 안으로 결판 날거라는 걸 알고 계시라고.”
“...!”
굳은 얼굴로 김인문을 노려보던 정민은 말없이 일어서서 출입구 쪽으로 걸어 나갔다. 김인문은 나가는 정민의 뒤에 대고 소리쳤다.
“올해가 가기 전에 다시 볼 수밖에 없을 거요!”
정민은 막 문을 나서려다 뒤돌아보았다. 김인문과 눈을 마주친 뒤 살기 띤 눈초리로 쏘아보았다. 정민의 눈길과 마주친 김인문은 순간 무엇인가에 감전된 듯 멍했다.
그림자의 춤[影舞] 6 - 제1장 5
그림자의 춤[影舞] 6 - 제1장 지나온 세월, 그리고 새로운 출발 5 -내글-
- 새로운 출발은 항상 기분을 들뜨게 한다. 약간의 두려움을 주기도 하지만...
5
그렇게 시간이 흘러 12월이 되었을 때, 전강욱이 연정에게 전화를 해왔다. 2주후에 생도대에서 쌍쌍파티가 있으니 참석해달라는 이야기를 했다. 조건은 그가 잘 아는 후배의 파트너가 되어야한다는 것이었다. 연정의 단짝인 승연은 이미 강정석의 파트너로 파티에 참석하기로 되어있었다. 전강욱은 2살 위인 누나의 강권으로 누나를 파트너로 참석하기로 했기 때문에 연정은 쌍쌍파티에 참석하고 싶었지만 포기하고 있었다가, 그런 제안을 받자 상대가 누구인지 자세히 알아보지도 않고 바로 승낙을 했다.
쌍쌍파티가 있는 당일, 연정은 오전에 전강욱의 전화를 받고 들뜬 마음으로 약속장소로 나갔다. 약속장소에는 뜻밖에 어색한 웃음을 흘리며 정민이 전강욱과 전강욱의 누나와 함께 나와 있었다. 당황하는 연정에게 전강욱은 당당하게 정민이 연정의 짝이 돼야 한다는 말로 어색한 분위기를 한방에 날려버렸다. 연정은 생도들의 생활모습과 쌍쌍파티에 대한 호기심과 더불어 집에 자랑까지 하고 나왔기 때문에 일단은 정민과 함께하기로 했다.
찜찜한 마음을 가지고 쌍쌍 파티에 참석한 연정은 정민의 알뜰한 보살핌(?)을 받았다. 지난 만남과는 달리 정민은 연정이 심심하지 않게 재미난 농담도 걸어주었고, 좋은 분위기를 위해 다른 동기나 선배들을 소개하고 연정을 돋보이게 하여 연정의 마음을 잘 풀어 주었다.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출 때는 누구보다도 빼어난 솜씨를 자랑했다. 연정은 정민의 예전과 전혀 다른 모습에 놀라고 그에 대한 생각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단지 동기들하고는 잘 어울리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헤어질 때 연정은 진심으로 정민과 헤어지기가 아쉬웠다. 정민과의 그 하루는 연정이 그에 대한 지금까지의 생각을 완전히 뒤바뀌게 만든 시발점이 되었다.
사관학교의 겨울 휴가-겨울방학-가 시작됨과 동시에 다시 5인의 만남은 자연스럽게 이루어 졌다. 전과는 달리 모이면 대화의 주도권은 정민이 잡아갔다. 연정은 그런 그를 전혀 다른 사람으로 보며 신기해했지만, 전강욱이나 강정석은 당연한 듯이 인정하고 있었다. 어떤 때는 선후배가 바뀐 게 아니가 하는 착각을 들게 했다.
해가 바뀌어 정민은 3학년에 진급을 하였고, 연정은 대학 이 학년 되어 주중에는 공부와 아르바이트를 하며, 정민과의 만남이 있는 주말이면 모든 일을 다포기하고 전화기 옆에 꼭 붙어 앉아 정민의 전화만을 기다리는 생도 애인 증후군(?) 이라는 병 아닌 병에 걸렸다. 정민이 나오지 못하는 주말은 면회를 가서 하루를 보냈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다가 정민이 운동 중에 입은 부상을 치료하기 위해 의무대에 입원해 있을 때, 정민의 부모를 정식으로 볼 수가 있었다. 정민의 어머니는 노골적으로 연정을 못마땅한 눈치를 주었지만, 연정은 계속 정민과의 미래를 키워나갔다.
그런데, 순조롭기만 하던 관계가 갑자기 틀어졌다. 1984년 1월, 비행훈련을 받기위해 훈련비행단에 내려갔던 정민이 마지막 신체검사에서 불합격 판정을 받았다. 다시 학교로 복귀한 정민은 두 달도 않되 퇴교했다. 그때부터 모든 게 뒤죽박죽되기 시작했다. 정민은 일방적으로 사관학교와 관련된 모든 인연을 끊겠다며 연정에게 헤어지자고 했으나, 연정은 자신의 모든 것이 된 정민과의 이별을 인정하지 않았다.
두 달 전부터는 아예 정민과의 연락이 되질 않아 연정의 속을 태웠다. 생각다 못한 연정은 용기를 내서 정민의 집을 찾아 던 것이다. 마침 작년 여름휴가 때 설악산 등산을 같이 간 까닭에 친해진 정민의 바로 아래동생 정훈이 있었기 때문에 정민이 없는 집에 들어올 수 있었고, 정민의 어머니는 그런 연정을 마지못해 맞이했다.
원래 정민에게는 집안끼리 결혼을 하기로 유하란이 있었다. 미국에서 유학중이라는 그녀는 정민과 어려서부터 오빠, 동생 하는 사이였다. 정민은 그녀를 동생이상으로는 생각하지 않았으나, 본인과 집안은 미래의 정민의 신부 감으로 굳히려고 했지만, 정민은 오로지 조종사가 되는 게 전부였기 때문에 그런 집안 어른들의 애기에는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다. 연정을 만나면서 부터는 그런 말 자체를 집안에서 못하게 했고, 그 덕분에 정민의 부모로부터 연정은 환영을 받지 못했다.
“애야, 뭐하니?”
정민과 만난 지난날을 회상하며 멍하니 있는 연정을 정민의 어머니가 불러 세웠다.
“아, 네 어머니.”
“그렇게 멍하니 있지 말고, 이거나 먹으렴.”
“네! 잘 먹겠습니다, 어머니!”
“민이가 여행 간다고 해서 너랑 간줄 알았는데, 그게 아닌가 보구나. 왜 이렇게 속을 썩이는지 모르겠다. 벌써 두 달이나 객지를 떠돌아다니니..., 밥이나 제 때 챙겨먹는지 모르겠다. 그놈의 고집통에 여러 사람 고생하는 구나. 집안도 몰래 속이고 재수까지 해서 어렵게 들어간 학교를 이제 와서 때려치우고 뭘 하겠다는 건지?”
“...!”
연정은 할 말이 없었다. 정민의 집에 오면 최소한 그가 있는 곳을 알아낼 수 있으리라는 희망도 사라져 버리고, 단지 정민 어머니의 한탄만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연정은 아무런 소득 없이 정민의 집을 나설 수밖에 없었다.
그 후, 연정은 정민과의 더 이상 연락은 되질 않았다. 연정은 이별의 아픈 가슴만을 쓸며 일 년을 보냈다. 다른 남자도 만나 보았으나 얼마가지 못 했다. 정민의 빈자리는 생각보다 컸다. 연정은 정민을 쉽게 잊을 수 없었다.
1985년 8월의 어느 날, 연정은 카페에서 만나기로 약속한 친구를 기다리며 창밖을 내다보다가 정민과 닮은 사람을 발견했다. 아니 분명 정민이었다. 연정은 급히 계산을 치루고 정민의 뒤를 쫒았다. 정민의 모습은 변한 게 거의 없었고, 머리는 장발이지만 특유 자신 만만하고 여유 있는 걸음은 변함없었다. 연정은 눈물이 흐르려는 것을 참으며 정민의 뒤를 부지런히 따랐다.
정민은 얼마를 걷지 않아서 근처에 있는 지하다방으로 망설임 없이 들어갔다. 연정은 당장 나서고 싶었으나 정민이 어떻게 나올지, 또한 누굴 만나는 것인지 몰랐기에 잠시 망설이다 그 다방으로 뒤 쫒아 들어갔다. 다행이 다방의 조명은 어두웠다. 정민은 마르고 안경을 낀 중년의 신사와 같은 자리에 앉아서 무언가에 잔뜩 화난 얼굴로 신사의 말을 듣고 있었다. 연정은 두 사람이 알아채지 못하게 그들의 자리에서 가까운 곳으로 자리를 잡고 앉았다.
정민은 격양된 목소리로 앞에 앉은 중년의 신사에게 말하고 있었다.
“김인문 문관님! 제가 전에 말했지요, 군에 관련된 일 절대로 하지 않겠다고. 그만 포기해주세요.”
“정민 씨, 그러지 말라고. 당신은 군대체질이야. 사관학교에서 있었던 일로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요?”
“흥, 내가 왜 돈을 훔쳤다고 하고 퇴교를 한줄 아시오? 그냥 퇴교를 하면 4학년이기 때문에 중사로 최소 5년은 군대 밥을 먹어야 제대할 수 있기 때문이오. 하루라도 더 짧게 군대 생활을 끝내기 위해, 아니 군대를 벗어나기 위해 그런 극단 적인 선택을 했단 말이요. 당신이 무엇을 노리고 나를 일 년 이상 쫒고 있는지 모르겠으나, 이제는 아저씨도 그만 두었고 사촌형님도 다음선거에서 지역구 출마를 포기하고 있으니 나의 가치도 없을 텐데 그만합시다.”
“후후, 그런 건 상관없소이다. 그건 이미 작년에 회장님 당번이 되지 않겠다고 했을 때 효력을 잃어버린 것입니다. 단지 지금은 당신의 능력을 요구하시는 분의 심부름을 하고 있을 뿐입니다. 일 년이나 용케 피했지만 이제는 그만 포기하시지요.”
“당신들, 나를 너무 과대평가하시는 거 아니요? 난 당신네들이 탐을 낼 만큼의 능력을 가지지 못 햇소.”
“후후, 왜 이러시나? 검도 2단, 합기도 2단, 유도도 이미 고등학교 때 단을 땄고, 거기다가 태권도는 국가대표도 때려눕힐 실력을 가지신분이?”
“그건 운동 좀 하고 돈 있는 사람이라면 다주는 단 증이요, 실력이 있어서 받는 건 아닙니다.”
“하하, 그렇습니까! 그런데 그것뿐만 아니죠, 지난 일 년 동안 이상한 곳에서 굉장한 프로젝트를 수행하셨더군요.
“아니 그건 비밀로 분류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당신이...?”
“후후, 이거 너무 괄시하지 마시오, 나도 1급 비취인가를 받은 몸이라고, 당신의 능력이 모자란다면 국내외의 석학들이 모여 있는 곳에서 일익을 담당할 수 있겠소?”
“그건 아는 분의 부탁으로 심부름 만했을 뿐이요, 너무 과대평가 하지 마시오.”
“과대평가라? 1학년 때 공군본부 전산실의 대형 컴퓨터를 가지고 놀던 분이 너무 겸손하군요.”
“...!”
“나이도 어린 당신을 내가 이렇게 말을 올려주는 데는 다 이유가 있어요. 이쯤에서 생각을 돌리고 지원서에 도장 찍읍시다.”
“싫습니다. 더 이상 할 말 없습니다. 집안 어른께 더 이상 전화를 하지 말아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거, 참! 고집 세구만. 오늘은 그냥 가지요. 그러나 이달 안으로 결판 날거라는 걸 알고 계시라고.”
“...!”
굳은 얼굴로 김인문을 노려보던 정민은 말없이 일어서서 출입구 쪽으로 걸어 나갔다. 김인문은 나가는 정민의 뒤에 대고 소리쳤다.
“올해가 가기 전에 다시 볼 수밖에 없을 거요!”
정민은 막 문을 나서려다 뒤돌아보았다. 김인문과 눈을 마주친 뒤 살기 띤 눈초리로 쏘아보았다. 정민의 눈길과 마주친 김인문은 순간 무엇인가에 감전된 듯 멍했다.
“제기랄, 저놈의 눈만 보면 오금이 저려 꼼짝 못 하겠으니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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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과 일요일 잘보내시고, 다음주에 뵙겠습니다.
내글이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