醜面游龍 (92)

솔아2004.10.16
조회563

  가지런하게 정리되어있는 무림기서는 소림의 일양지, 복호권, 나한장, 달마삼검, 대승반야신공.......... 모든 무예를 망라하였고 무당, 화산......... 섭심술, 칠절독편, 구음신경 등 마도의 금기된 무공까지 정리되어있었다.

만약 이 장서중의 한권이라도 통달하게 된다면 무림에서 어느 정도 이름을 날릴 수 있는 무예가 아무렇지도 않게 꼽혀있었으니 과연 황궁의 서고다운 규모였다. 효연은 자신의 사문과 관련이 있는 책자가 있는지 궁금하여 전부를 돌아보았으나 찾을 수가 없었고 비슷한 책자를 한권 발견하였는데 현현자 파공 이란 책자였다. 효연은 자신의 사조에 관한 책이라 우선 골랐고 그 외에 달마삼검, 그리고 은하성검을 골라서 그 사이에 현현자 파공을 끼우고 몇 권을 더 고르게 되었다. 음공과 우선 눈에 뜨인 천성지화음양대법 그리고 무극진경이었다.

하루 종일 보낸 서고를 나와서 동반의 구역 안에 들어 효연은 자신이 먼저 연구한 후에 공주에게 전수하겠다고 하여 다음날부터 본격적으로 공주에게 무예를 가르치기 시작하였다. 다행스럽게 경원공주는 이미 내공이 노화순청의 지경에 있었고 오성이 뛰어나 효연의 지도를 쉽게 따라오고 있어 가르치는데 재미가 있을 정도였다.

효연은 늦은 밤에는 현현자 파공과 음공 그리고 천성지화음양대법을 익혔으며 책자를 부지런히 연구하였다.

달마삼검은 자신이 배운 것과 거의 동일하여 별 무리가 없었으나 현현자 파공을 보면서는 아연실색을 하게 되었는데 그 속에는 자신의 사문 외경의 칠할 이상을 파해할 방법을 기술하고 있었는데 효연이 보기에도 절묘한 파해법 이었다. ‘과연 누가 이렇게 쓸 수 있었을까?’ 지은이도 밝히지 않은 이 책자가 만약 밖으로 나갔다면 자신에게는 치명적인 약점이 노출되는 것이라 더욱 신경 써서 연구하여 대책을 강구하며 수련하게 되었다.

그리고 은하성검은 일종의 어검술로 신검합일의 경지에서 펼칠 수 있는 쾌검의 경지를 벗어난 검예로 마치 유성과 같이 화려하기까지 하여 경원공주에게는 정말 어울리는 검예였다. 그리하여 효연은 내경으로 무극진경을 전수하고 외공으로 달마삼검과 은하성검을 공주에게 가르치는데 동반의 원사마저 그 검예에 놀라서 찬탄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효연은 자신이 원주에게서 배웠던 천성지화음양도인법이 천성지화음양대법의 일부임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는데.... 그래서 고른 책이기도 하고 이는 밀교와 도교에서 유래한 내용으로 그 속에는 여러 가지 현묘한 치료법과 요상법 그리고 얼굴을 붉혀야할 정도의  부부간 성애에 관한 내용까지  내용이 기술되어 효연이 아직 모르고 있는 모든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효연이 고른 음공은 소리 즉, 금음, 적음, 고음 등 여러 악기를 이용하여 상대에게 내상까지 입힐 수 있는 기공으로 그 위력이 상상을 초월하여 음역 내에서는 누구라도 상해할 수 있는 가공할 위력을 갖고 있는 무공이었다.

이 모든 것을 익히며 또 공주에게 그 일부를 가르치는데 시간이 너무도 빨리 지나고 있어 효연이 황궁으로 잡혀 온지도 벌써 삼개월이 지나고 있었다. 효연은 약간의 가책을 느꼈지만 현현자 파공의 여러 부분에  가필을 하여 아무리 보아도 쉽사리 익힐 수 없는 상태로 만들고 나서 서고에 책자를 반납하였다.

경원공주 후란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효연을 좋아하게 되어서 이젠 하루라도 안보면 안 될 것 같은 상태가 되고 있었으니......

자신에게 성심을 다하여 무예를 전수해주는 것은 물론 그의 남자다운 대범함과 궁중에서는 느낄 수 없는 인간적인 소탈함 그리고 무엇보다도 관옥 같은 효연의 얼굴과 마음씨...... 이 모든 것이 겨우 성인의 문턱에 들어선 공주의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아 버린 것이었다. 효연은 아직 모르고 있었지만............

궁중의 생활은 효연에게 시간이 가는 줄 모르게 하였는지 어느새 말랐던 나무에는 새잎이 돋아 푸르게 변하기 시작하였다. 효연은 음공을 익히느라 시간이 가는 것을 모르다가 어느 날 갑자기 만춘을 느끼게 되었고 빨리 천무장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원사와 경원공주에게 제발 빨리 돌아갈 수 있도록 황제께 청원하여 달라고 부탁을 하게 되었다. 경원공주는 황제께서 아직 윤허하지 않으실 것이라며 난감해 하였고 원사 역시 공주와 동조하고 있으니 황궁과 틀어지면 또 어떻게 상황이 변할 것인가에 자신이 없는 효연은 황제의 명을 기다랄 수밖에 없었는데.... 이제 얼마 안 있으면 자신의 2세가 태어날 것을 알고 있는 효연의 마음은 급하기만 하였다.

경원공주는 효연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려 황궁에서 소장하고 있는 각종 병기를 가져와 효연에게 주는 등 효연의 마음을 얻기 위하여 갖은 노력을 다 하였다. 하지만 아직도 효연은 공주의 마음을 읽지 못하고 있었다.

효연이 가장 마음에 들어 한 것은 천잠사와 만년한옥, 홍온옥 으로 엮은 섭선 이었는데 그 그림과 글씨 또한 효연의 마음에 꼭 들어 손에서 놓지 않을 정도로 아끼게 되었다.                  

하지만 이미 마음이 천무장에 가 있는 효연은 하루가 여삼추라도 되는 듯 공주와 원사를 볶아 대었다.

그러던 중 황제의 명을 받으라는 전갈이 있어 어전으로 불려가게 되었다.

황제는 동반과 동창 그리고 여러 경로를 통하여 확인한 결과 반역의 의사가 없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으며 특히 감금된 시기에도 경원공주와 원사에게 까지 무공을 전수하여 주는 등 그 노고에 보답하는 뜻으로 황궁을 수시로 드나들 수 있는 용봉옥패를 하사한다고 하였다. ‘용봉옥패!’ 관병이나 장졸까지 한번에 부릴 수 있는 신물로 이는 당시의 황자나 황손 아니면 부마에게나 하사되는 황실의 표시인데 이를 효연에게 하사한다는 것은 무슨 뜻이란 말인가?

모든 절차가 끝나자 황제는 효연을 가까이 오게 하여 말을 하였다.

“앞으로 황궁에 자주 들려 공주에게 무예도 가르치고 황궁의 일에도 많은 협조를 해주길 바라네.”

“황공하옵니다. 불러주시면 언제라도 달려오도록 하겠습니다.”

“정말 그렇게 할 것인가?”

“어찌 거짓을 말하겠습니까.”

“경원 이리 오너라.”

“예.”

“네 젊은 사부가 이제 돌아갈 터인데 무슨 할 말이 없느냐?” 

“돌아 가신다구요?” 

“그래, 이제 모든 의혹이 풀려서 더 이상 이곳에 있을 필요가 없어졌다.”

“아직 제 무공이 완성이 안 되었는데 도요?”

“그거야 나중에 또 기회가 있을 테니까.” 공주는 노골적으로 효연이 돌아가려는 것을 막으려는 의사를 보였다. 효연이 돌아간다는 것이 어떤 것인가? 공주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였기 때문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겨우 황제의 명에 의하여 효연은 즉시 돌아갈 채비를 하고 황궁에서 내어준 말을 끌고 궁 밖으로 나서게 되었다. 물론 나서기 전에 공주를 설득하여 꼭 다시 오겠다는 약속을 하고야 겨우 풀려나게 되었음은 당연하였고.....

궁 안에서의 생활이 효연에게는 더 많은 생각과 넓은 지식을 안겨 주었고 황궁과도 가까워지게 되었으니 이 모든 것이 사부와 원주의 은공에서 비롯된 덕분이 아닌가?

궁성 밖의 세상은 더없이 맑고 시원하여 효연은 가슴이 저절로 펴지는 듯한 기분을 맛보게 되었다.

어떻게 알았는지 백호단원들이 궁성밖에 대기 하고 있어서 효연은 외롭지 않은 길을 가게 되었다.

“주공, 정말 다행입니다.”

“여러 형제들이 걱정하여 준 덕분이 아니겠습니까?”

“정말 주공이 안 계신 동안에 불안한 나날을 보내었습니다. 전서에 의하면 사모님과 원주님은 시름속에서 생활하여 건강까지 안 좋아지셨다고 합니다.”

“음...... 모두 내 불찰이오. 어서 천무장으로 갑시다.”

모두들 환호작약하며 천무장으로 향하여 말을 몰아갔다. 효연은 급한 마음에 쉬지도 않고 말을 몰았고 모두들 효연의 심정을 헤아려 힘들어도 힘들다 소리 않고 따랐다. 아미 삼령도 백호단에서의 생활이 힘들지 않았던 모양이었고..... 동정호가 가까워지며 비릿한 물 내음이 풍기기 시작하자 효연은 비로서 이제 집에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다시금 집의 중요함을 가슴속에 새기게 되었다.

벌써 사월도 절반이나 지나 관도의 길가에도 풀이 파릇파릇 돋아났고 강바람이 시원하게 느껴지기까지 한 계절이 되었으니 효연이 황궁에 끌려갈 때의 날카로운 추위는 모두 계절의 저편너머로 멀어져 효연은 자신이 천무장을 떠날 때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였다. “모두 건강하게 보내었다면 더 없이 좋았을 것을.....”

언덕을 넘어서자 천무장이 보이고 천무장의 앞에는 많은 사람들이 효연이 돌아온다는 기별을 듣고 나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특히 유선은 거의 만삭이 된 배를 안고 제일 앞에 서서 효연의 모습이 보이는 걸 바라보고 있었으니 효연은 참지 못하고 뛰는 말위에서 비약하여 순식간에 천무장앞에 내려섰다. “그간 모두들 걱정 많이 하셨지요.”

“어서 오게.” 원주가 마주 나와 먼저 효연의 손을 잡아 쥔다. 효연은 원주를 꽉 껴안고 “다시는 걱정하지 않으시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그래야지..... 어서 선아를 봐야지.”

유선과 청청이 다가오며 눈물을 글썽인다. “고생 많았소. 내가 괜한 고생을 하게 하여 정말 미안하오.”

“이렇게 건강하게 돌아오셨으니 아무 말 안하셔도 됩니다.” 유선이 나직하게 말을 하며 안도의 눈물을 흘렸고 청청은 유선 옆에 서서 유선을 부축하고 눈물만 흘릴 뿐이었다.

모두에게 인사를 하며 장원 안으로 들어서자 장원 안에서도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효연이 황궁에 끌려가고 나서 동창에서 파견된 무사와 관병이 한동안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장원 출입을 통제하는 등 많은 고초가 따랐으나 한달여 지나고 나서부터 오히려 장원의 일을 도와주는 등 그 태도가 바뀌었으며 덕분에 멀리 식량과 여러 가지 물품을 구하는 어려움까지 해소되어 잘 지내었다는 말을 듣게 되었다.

효연은 천무관에서 원종대사에게 그간의 상황을 설명하고 용봉옥패를 꺼내어 보여 주었다.

“앞으로 황궁과도 큰 마찰이 없을 것이니 이제 무림의 평화와 안녕을 위하여 힘을 모은다면 모든 것이 잘 풀릴 것입니다.”라고 말을 하였다. 원종대사는 효연의 희생으로 무림의 큰 재앙을 사전에 막아내 주었기 때문이라며 무림동도들이 앞으로 굳게 뭉쳐줄 것을 다시 호소하게 되었다.

효연이 돌아온 날 천무장은 하루 종일 잔치 분위기가 이어졌다. 많은 빈객과 무림인사들 그리고 장원내의 무사들과 모든 사람들이 효연의 귀환을 진심으로 축하하며 반겨 주었으니 효연은 더없이 즐거운 기분이었다.

흥청이던 천무장의 잔치도 밤이 이슥해지자 서서히 돌아가는 사람들과 쉬러간 사람들에 의해 조용해지기 시작하였고 효연은 원주와 앉아서 잠시 지난 사개월여의 이야기를 하였다. 그리고 나서 유선의 처소로 발걸음을 옮기게 되었다.

“선매, 정말 보고 싶었다.”

“저도 대가가 보고 싶어 죽는 줄 알았어요.”

“이제 곧 아가를 볼 수 있을 것 같네.”

“아직 두 달은 더 있어야 해요.”

“많이 힘들지?” 다정하게 어깨를 감싸며 말을 하는 효연이 정말 믿음직하다.

“저야 이곳에서 호의호식했으니 힘들게 없었지만 대가는 고초가 심했었겠지요?”

“무공이 전폐된 상태로 갇혀있는 동안에는 정말 편했어.”

“그래요?”

“흠...... 평범한 사람으로 살면 그렇게 편히 살수 있었을까?”

“힘드셨군요.”

“그렇지 않았어. 그냥 선매가 많이 보고 싶었지.” 하며 꼬옥 안아주었다.

“아!. 힘들어요. 너무 세게 안지 말아요.”

“어! 그렇지..... 알았어. 내가 너무 생각이 없었어.”

“그럴 것까지야 없고요.... 그동안 정말 아무 일 없었지요?”

“그럼 내게 무슨 일이 있었으면 하고 바랐나?”

“무슨 소리를 하고 있어요?”

“흐 ~ 농담이야. 아무 일이 없어야지......”

“대가, 제가 오늘만은 제가 대가를 차지하고 싶지만 청청언니가 대가를 너무 많이 기다렸어요. 그러니 대가가 직접 가서 위로 해 주세요.”

“흠.... 그동안 둘이 나보다 더 친해졌나?” 하며 자신이 몰래 필사한 천화지성음양대법의 책자를 유선에게 쥐어 주었다.

“이게 정말 책으로 있었던 것이군요? 하지만 아직 내게는 무용지물이네요. 호호호.... 농담 그만하고 어서 가기나 해요.”하며 효연을 밀어 내었다. 효연은 마지못해 밀려나는 것처럼 유선의 방에서 밀려나 청청에게로 가게 되었다.

청청의 처소에 가니 기다렸다는 듯 청청이 나와 반갑게 맞이한다.

 

조금후에는 출발하려 합니다. 내일 올리려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한편 더 올립니다.

모두들 즐거운 주말이 되시길 빌면서........ 솔아가 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