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 자신을 짖누르는 듯한 갑갑함과 땀이 맺힐 정도의 지나친 답답함때문에 비몽사몽간에 몸을 움직이려던 해인은 자신의 몸이 뜻대로 움직이지 않음을 이상하게 여겨 눈을 떳다.
"아씨..뭐야.. ..... ............. 헉!!!!"
눈을 떳을 때, 제일 먼저 보인 건 낯선 남자의 얼굴.
"꺄아아악!!!!!!!!!!!!! 야이 새끼야! 너 누구야!!"
순간 당황함에 주위를 둘러볼 겨를도 없이 해인은 자신의 앞에 보이는 남자를 향해 발길질을 했다.
"...으왓!"
- 쿵!!
몇 차례나 이어지는 해인의 거센 공격에 그녀의 몸에서 떨어져 간 남자는 해인의 확인사살 발길질에 결국 침대에서 떨어졌다.
" 야! 너 누구야! 여기 어디야! 이 씨발놈아! 이게 어디 외간 여자... "
......
해인은 바닥에 떨어진 남자에게 무차별적으로 공격을 가하며 쏘아대다가 그녀의 주먹을 피하며 고개를 든 남자의 얼굴을 본 순간 그대로 굳어버렸다.
"....너 잠 덜깼냐? ..아야야...적당히 좀 해라. "
무지막지한 그녀의 공격에 간신히 고개를 든, 아마도 해인과 같은 잠자리에서 잤을 거라 추정되는 그 남자는 다름아닌 선우였다. 해인이 짝사랑하던 선우. 다른 여자와 늘상 자던 선우. ..그리고 요 며칠 계속해서 해인을 망가뜨리기만 하는 선우.
게다가 이곳은 해인이 반찬을 바리 바리 싸들고 몇번이나 들락거렸던 선우의 집이었다. 언제나 혼자서 바라만 보던 선우의 침대 위에 같이 잠들 수 있는 날을 그렇게나 바랬건만.. 지금 그 바램대로 그녀는 여태동안 잠들어 있었던 것이다. 그것도 선우와 함께.
".................. 정선우?"
"이제 잠 깼냐? 도대체 무슨 여자애가 이렇게 무식하냐? 조그만게 힘은 더럽게 세네."
아직도 선우는 해인이 잠에서 덜 깼기 때문에 아까와 같은 행동을 했지, 실제 성격이라는 그렇다는 것은 생각조차 하지 않는 것 같았다. 해인은 지금 이 상황이 이해가 되질 않아 멍하니 선우의 얼굴만 바라보다가 머리속으로 어제의 일들이 영화처럼 촤르륵 스쳐지나 감과 동시에 차마 말로 표현할 수 조차 없는 당황함과 쪽팔림이 물밀듯이 밀려왔다.
'어떡하지? 어떡하지? 나 미친 거 아냐? 아니, 나 미쳤어, 이 미친년아! 아씨, 어떡하지?'
머리 속은 하얗게 비워진 듯 아무런 생각조차 나지 않았다. 지금 이 상황을 어떻게 넘겨야 할 지 조차 떠오르지 않았다. 어쨌거나 선우는 아직 자신에 대해 잘 모를거라는... ...가정하에, 얼굴에 철판 까는 수밖에 없었다.
'........... 기억 안나는 척 하자.'
아무 말도 안하고 자신의 얼굴만 뚫어져라 보는 해인이 이상했는지, 선우는 해인의 눈 앞에서 손을 흔들어댔다. 그 순간 너무 가까이 다가와 버린 선우의 얼굴 때문에 해인은 확! 달아오름을 느꼈다. 하필이면 이럴 때...
가까이 오지마! 아직, 벗어나지 못했단 말야!! 선우표 페로몬!! 물러가라!
- 짝! 짝!
자신의 뺨을 세차게 두번이나 때리고 나니 볼은 더 화끈거렸지만 그나마 좀 진정되는 듯 했다. 길게 한숨까지 내뱉어 주고서 해인은 강렬한 눈빛으로 선우에게 말했다.
".....뭐냐, 이 상황은."
"말투가 왜 그러냐? 뭐긴, 너랑 나랑 한 침대에서 눈 뜬 상황이지."
너무나 도전적인 해인의 말투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걸까, 선우는 잘생긴 이마를 찡그리며 대답했다. 그 모습조차 이렇게 귀여울 수가... 해인은 다시금 빨개지려는 얼굴에 고개를 세차게 흔들고 다시 선우를 똑바로 바라봤다.
"그러니까! 왜 내가 너랑 하..한 침대에서 눈을 뜨냐고!!"
자신이 말을 하면서도 자꾸만 수줍어서 결국 '한 침대' 라는 단어에서는 얼굴이 빨개지고만 해인.
'내가 훤히 다 기억하고 있단 말이다! 앵기긴 뭘 앵겨! 몸을 가누지 못해서 그냥 쓰러진 거지! 불가항력이었다고! 그리고 언제 자자고 했어! 내가 니 옆에 있는 여자들이랑 같은 줄 아냐?'
목구멍으로 나올 뻔한 말을 간신히 참아냈지만 뻔뻔하게 웃으면서 자신을 놀리는 게 분명한 선우의 얼굴에 씩씩대며 그를 노려보았다. 한마디만 더 하면 나도 참지 않겠다! 라는 생각으로 그를 바라봤지만 뭔가 자신을 바라보는 눈빛이 심상치 않아서 해인은 움찔 하며 슬슬 그의 눈치를 봤다.
' 내가.. 무슨 실수했나 정말? 기억 못하는거 아냐? ... 아닌데.. 난 술과 함께한 일생동안 필름이 끊긴 적은 단 한번도 없는데...'
"..뭐..뭐야! 왜 그렇게..쳐다 보는 데..!! "
"......"
"...왜..왜!!"
"...너, 원래 그러냐? 아님 잠이 덜 깨서 그러냐?"
"뭐가!"
"너 원래 그렇게 빽빽대냐?"
"빽빽이라니! 무슨 그런 실례의 말을!!"
"옛날에는 안그랬는데..."
말 한마디 한마디에 잔뜩 성질을 실어 대답하는 해인을 보며 선우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모습에 얼굴이 붉어지면서 잠시 다른 세상으로 빠져 있다가 문득 선우의 말이 무슨 뜻인지를 깨달았다.
' 앗! .... 어쩌냐.. 내숭을 떨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
생각해보니 자신은 어제 도서관에서 도망친 이후 술집에서는 망가졌지, 지금도 아무 생각없이 그를 대하면서 성질 부리고 있었다. 이제와서 다시 내숭을 떠는 것도 웃기고.. 그렇다고 갑자기 성질껏 하는 것도 웃긴데...
"그래도..설마, 예전에 하던 행동이 다 내숭이라고 치면 너 엄청 가식이라는 얘기잖아. 설마, 그 정도로 재수없지는 않을 테고.. 그럼, 혹시 내가 너한테 눈길 안주니까 괜히 나한테 성질부리면서 어필하는 거냐?"
"...미쳤냐!! 그래! 나 가식이다! 너한테 어필하려고 그런다는 말 듣느니 차라리 가식이라는 말이 훨씬 낫다!"
"....진짜냐?"
"학교가서 동아리 가서 선배 붙들고 물어봐라. 그 동안 내가 너한테 되먹지도 않는 내숭 떠느라 죽는 줄 알았다. 그래, 이왕 말 나온 김에 더 하자. 너, 인생 그렇게 사는 거 아니다. 어떻게 여자 하나를 사귀면 한달을 못넘기고, 얼마 사귀지도 않을 여자를 꼭 덮치고서 나몰라라 하냐? 니가 인간이냐? 그러면서 어찌 임신시키는 여자는 없는 걸 보면, 용하다 싶다. 그리고 너 얼굴 믿고 너무 싸가지 없게 구는데, 그러니까 니가 인간관계가 안좋은 거야. 오죽하면 선배들이 나한테까지 니 욕을 해대겠냐? 너같은 싸가지 인간 말종은 상대할 필요도 없으니 얼굴이 좋아서 그러는 거면 그만두라고. 그래도 내가 니 놈 면상 하나는 정말 맘에 들어서 포기 안하고 있었건만, 세상에... 지 집에 이 여자 저 여자 다 끌어들이는 니 놈! 더 이상은 더러워서 못봐주겠더라. 내가 이짓 저짓 다 해봤어도, 너처럼 더럽게 노는 놈이랑 얽혀서 나도 더러워질까 싶어서 더이상은 안되겠더라구!"
"......말 다했냐?"
해인은 가만이 서서 자신을 응시하는 선우의 목소리와 표정이 심상치 않음을 느끼자 당당하게 삿대질까지 하던 손을 슬쩍 내렸다. 그래도 내가 저 놈땜에 맘고생 한게 얼마냐! 싶은 마음에 눈 만큼은 똑바로 선우와 마주치고 있었다.
"아니, 다 못했어. 근데 이제 그만 할래. 생각해보니 앞으로 너랑 안부딪히면 그만인데 이러고서 굳이 말할 필요는 또 뭐있어?"
사실 그 동안 참아오고 쌓아온 것을 풀어버리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다. 그러려면 입만으로는 부족했고, 손과 발도 함께 나아가야 할 만큼이었다. 그러나 말없이 자신을 바라보는 선우를 보니 이쯤하고 그만 두자 싶은 마음에 아니 솔직히는 자신이 말을 하는 동안에도 무표정으로 일관하는 선우를 보고 쫄아버렸다는 것이 더 정확했다.
"어쨌든, 어제 술취해서 실례는 했다. 그냥 내버려뒀어도 동훈오빠가 알아서 집에 데려다 줬을 텐데 너 덕분에 외박까지 해서 그렇게 고마운 일은 아니지만, 길가에 버리지 않고 니 집에서라도 재워줬으....헉! 무슨..!! "
괜히 소심해져서 혼자서 중얼 중얼 거리며 아무렇게나 널부러진 겉옷을 들고서 방을 나가려는 데 갑작스런 힘에 뒤로 당겨져 도로 침대에 눕혀졌다. 그리고 뭐하는 짓이냐고 물어 볼 새도 없이 해인의 입은 그녀의 신체의 일부가 아닌 다른 것으로 인해 막혀져 버렸다.
그것도 하필이면 정선우라는 인간의 신체의 일부분인, 흔히들 마우스 투 마우스라고 하는 그 방법으로..!!
"으읍!..읍!! 으으..야아.. 야!.. 으윽!!.."
갑작스레 정신없이 밀려들어오는 혀의 움직임에 해인은 전혀 예쁘지 않은 신음소리를 내며 발버둥을 치다 어느새 꼭 붙들려 버린 두 손 대신 발을 사용해 자신을 위에서 누르고 있는 선우의 배를 차버렸다.
"으윽!"
"아야!"
우연인지 고의인지 모르겠지만 해인이 선우의 배를 발로 차는 순간 선우의 이가 말캉한 해인의 혀를 콱! 물어버리는 사태가 발생했다. 덕분에 해인의 입술에서 도는 피맛..
"으아아아아앙!!!!"
해인은 침대에 주저앉은 그대로 대성통곡을 했다. 입안에서는 짭짜름한 피맛이 도는 데가 시큰거리면서 혀가 아파왔고, 입술은 바라지도 않는 방법으로 한창동안 당해버린 키스. 언젠가, 그와의 달콤한 키스를 꿈꾼 적은 있지만, 이건 아니었다. 지나치게 능숙한 그 놈의 움직임에 반항 한번 제대로 할 새도 없이 당해버린 강압적이기만 한 키스!! 아니, 이건 키스가 아니라 겁탈이야!!
"으아아앙!! 히끅! 이.. 히끅.. 앙.. 씨.. 씨바 노마!! 허어어엉!!"
"시끄러워서 입 좀 막아봤더니 아주 더 시끄럽네. 키스 처음 해보는 것도 아니고말야. 아, 너 설마 키스도 처음이냐? 그래서 충격받았나 보지? 어찌됐든 니가 한때나마 좋아하던 사람의 키스를 받으니 좋지?"
바람이 머무르는 곳...07
"..으음... 더워....."
무언가 자신을 짖누르는 듯한 갑갑함과 땀이 맺힐 정도의 지나친 답답함때문에 비몽사몽간에 몸을 움직이려던 해인은 자신의 몸이 뜻대로 움직이지 않음을 이상하게 여겨 눈을 떳다.
"아씨..뭐야.. ..... ............. 헉!!!!"
눈을 떳을 때, 제일 먼저 보인 건 낯선 남자의 얼굴.
"꺄아아악!!!!!!!!!!!!! 야이 새끼야! 너 누구야!!"
순간 당황함에 주위를 둘러볼 겨를도 없이 해인은 자신의 앞에 보이는 남자를 향해 발길질을 했다.
"...으왓!"
- 쿵!!
몇 차례나 이어지는 해인의 거센 공격에 그녀의 몸에서 떨어져 간 남자는 해인의 확인사살 발길질에 결국 침대에서 떨어졌다.
" 야! 너 누구야! 여기 어디야! 이 씨발놈아! 이게 어디 외간 여자... "
......
해인은 바닥에 떨어진 남자에게 무차별적으로 공격을 가하며 쏘아대다가 그녀의 주먹을 피하며 고개를 든 남자의 얼굴을 본 순간 그대로 굳어버렸다.
"....너 잠 덜깼냐? ..아야야...적당히 좀 해라. "
무지막지한 그녀의 공격에 간신히 고개를 든, 아마도 해인과 같은 잠자리에서 잤을 거라 추정되는 그 남자는 다름아닌 선우였다. 해인이 짝사랑하던 선우. 다른 여자와 늘상 자던 선우. ..그리고 요 며칠 계속해서 해인을 망가뜨리기만 하는 선우.
게다가 이곳은 해인이 반찬을 바리 바리 싸들고 몇번이나 들락거렸던 선우의 집이었다. 언제나 혼자서 바라만 보던 선우의 침대 위에 같이 잠들 수 있는 날을 그렇게나 바랬건만.. 지금 그 바램대로 그녀는 여태동안 잠들어 있었던 것이다. 그것도 선우와 함께.
".................. 정선우?"
"이제 잠 깼냐? 도대체 무슨 여자애가 이렇게 무식하냐? 조그만게 힘은 더럽게 세네."
아직도 선우는 해인이 잠에서 덜 깼기 때문에 아까와 같은 행동을 했지, 실제 성격이라는 그렇다는 것은 생각조차 하지 않는 것 같았다. 해인은 지금 이 상황이 이해가 되질 않아 멍하니 선우의 얼굴만 바라보다가 머리속으로 어제의 일들이 영화처럼 촤르륵 스쳐지나 감과 동시에 차마 말로 표현할 수 조차 없는 당황함과 쪽팔림이 물밀듯이 밀려왔다.
'어떡하지? 어떡하지? 나 미친 거 아냐? 아니, 나 미쳤어, 이 미친년아! 아씨, 어떡하지?'
머리 속은 하얗게 비워진 듯 아무런 생각조차 나지 않았다. 지금 이 상황을 어떻게 넘겨야 할 지 조차 떠오르지 않았다. 어쨌거나 선우는 아직 자신에 대해 잘 모를거라는... ...가정하에, 얼굴에 철판 까는 수밖에 없었다.
'........... 기억 안나는 척 하자.'
아무 말도 안하고 자신의 얼굴만 뚫어져라 보는 해인이 이상했는지, 선우는 해인의 눈 앞에서 손을 흔들어댔다. 그 순간 너무 가까이 다가와 버린 선우의 얼굴 때문에 해인은 확! 달아오름을 느꼈다. 하필이면 이럴 때...
가까이 오지마! 아직, 벗어나지 못했단 말야!! 선우표 페로몬!! 물러가라!
- 짝! 짝!
자신의 뺨을 세차게 두번이나 때리고 나니 볼은 더 화끈거렸지만 그나마 좀 진정되는 듯 했다. 길게 한숨까지 내뱉어 주고서 해인은 강렬한 눈빛으로 선우에게 말했다.
".....뭐냐, 이 상황은."
"말투가 왜 그러냐? 뭐긴, 너랑 나랑 한 침대에서 눈 뜬 상황이지."
너무나 도전적인 해인의 말투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걸까, 선우는 잘생긴 이마를 찡그리며 대답했다. 그 모습조차 이렇게 귀여울 수가... 해인은 다시금 빨개지려는 얼굴에 고개를 세차게 흔들고 다시 선우를 똑바로 바라봤다.
"그러니까! 왜 내가 너랑 하..한 침대에서 눈을 뜨냐고!!"
자신이 말을 하면서도 자꾸만 수줍어서 결국 '한 침대' 라는 단어에서는 얼굴이 빨개지고만 해인.
그런 해인이 우스웠던 건지 어쨌는지는 모르겠지만 선우는 피식 웃었다. 뭔가 의심쩍은 웃음.
"니가 나한테 앵겼잖아."
"...뭐! 내가 언제..!!"
"기억 안나? 니가, 나한테 다가와서 앵기면서 같이 자자고 했다니까?"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를! 내가 너같은 개싸가지랑?"
'내가 훤히 다 기억하고 있단 말이다! 앵기긴 뭘 앵겨! 몸을 가누지 못해서 그냥 쓰러진 거지! 불가항력이었다고! 그리고 언제 자자고 했어! 내가 니 옆에 있는 여자들이랑 같은 줄 아냐?'
목구멍으로 나올 뻔한 말을 간신히 참아냈지만 뻔뻔하게 웃으면서 자신을 놀리는 게 분명한 선우의 얼굴에 씩씩대며 그를 노려보았다. 한마디만 더 하면 나도 참지 않겠다! 라는 생각으로 그를 바라봤지만 뭔가 자신을 바라보는 눈빛이 심상치 않아서 해인은 움찔 하며 슬슬 그의 눈치를 봤다.
' 내가.. 무슨 실수했나 정말? 기억 못하는거 아냐? ... 아닌데.. 난 술과 함께한 일생동안 필름이 끊긴 적은 단 한번도 없는데...'
"..뭐..뭐야! 왜 그렇게..쳐다 보는 데..!! "
"......"
"...왜..왜!!"
"...너, 원래 그러냐? 아님 잠이 덜 깨서 그러냐?"
"뭐가!"
"너 원래 그렇게 빽빽대냐?"
"빽빽이라니! 무슨 그런 실례의 말을!!"
"옛날에는 안그랬는데..."
말 한마디 한마디에 잔뜩 성질을 실어 대답하는 해인을 보며 선우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모습에 얼굴이 붉어지면서 잠시 다른 세상으로 빠져 있다가 문득 선우의 말이 무슨 뜻인지를 깨달았다.
' 앗! .... 어쩌냐.. 내숭을 떨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
생각해보니 자신은 어제 도서관에서 도망친 이후 술집에서는 망가졌지, 지금도 아무 생각없이 그를 대하면서 성질 부리고 있었다. 이제와서 다시 내숭을 떠는 것도 웃기고.. 그렇다고 갑자기 성질껏 하는 것도 웃긴데...
"그래도..설마, 예전에 하던 행동이 다 내숭이라고 치면 너 엄청 가식이라는 얘기잖아. 설마, 그 정도로 재수없지는 않을 테고.. 그럼, 혹시 내가 너한테 눈길 안주니까 괜히 나한테 성질부리면서 어필하는 거냐?"
"...미쳤냐!! 그래! 나 가식이다! 너한테 어필하려고 그런다는 말 듣느니 차라리 가식이라는 말이 훨씬 낫다!"
"....진짜냐?"
"학교가서 동아리 가서 선배 붙들고 물어봐라. 그 동안 내가 너한테 되먹지도 않는 내숭 떠느라 죽는 줄 알았다. 그래, 이왕 말 나온 김에 더 하자. 너, 인생 그렇게 사는 거 아니다. 어떻게 여자 하나를 사귀면 한달을 못넘기고, 얼마 사귀지도 않을 여자를 꼭 덮치고서 나몰라라 하냐? 니가 인간이냐? 그러면서 어찌 임신시키는 여자는 없는 걸 보면, 용하다 싶다. 그리고 너 얼굴 믿고 너무 싸가지 없게 구는데, 그러니까 니가 인간관계가 안좋은 거야. 오죽하면 선배들이 나한테까지 니 욕을 해대겠냐? 너같은 싸가지 인간 말종은 상대할 필요도 없으니 얼굴이 좋아서 그러는 거면 그만두라고. 그래도 내가 니 놈 면상 하나는 정말 맘에 들어서 포기 안하고 있었건만, 세상에... 지 집에 이 여자 저 여자 다 끌어들이는 니 놈! 더 이상은 더러워서 못봐주겠더라. 내가 이짓 저짓 다 해봤어도, 너처럼 더럽게 노는 놈이랑 얽혀서 나도 더러워질까 싶어서 더이상은 안되겠더라구!"
"......말 다했냐?"
해인은 가만이 서서 자신을 응시하는 선우의 목소리와 표정이 심상치 않음을 느끼자 당당하게 삿대질까지 하던 손을 슬쩍 내렸다. 그래도 내가 저 놈땜에 맘고생 한게 얼마냐! 싶은 마음에 눈 만큼은 똑바로 선우와 마주치고 있었다.
"아니, 다 못했어. 근데 이제 그만 할래. 생각해보니 앞으로 너랑 안부딪히면 그만인데 이러고서 굳이 말할 필요는 또 뭐있어?"
사실 그 동안 참아오고 쌓아온 것을 풀어버리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다. 그러려면 입만으로는 부족했고, 손과 발도 함께 나아가야 할 만큼이었다. 그러나 말없이 자신을 바라보는 선우를 보니 이쯤하고 그만 두자 싶은 마음에 아니 솔직히는 자신이 말을 하는 동안에도 무표정으로 일관하는 선우를 보고 쫄아버렸다는 것이 더 정확했다.
"어쨌든, 어제 술취해서 실례는 했다. 그냥 내버려뒀어도 동훈오빠가 알아서 집에 데려다 줬을 텐데 너 덕분에 외박까지 해서 그렇게 고마운 일은 아니지만, 길가에 버리지 않고 니 집에서라도 재워줬으....헉! 무슨..!! "
괜히 소심해져서 혼자서 중얼 중얼 거리며 아무렇게나 널부러진 겉옷을 들고서 방을 나가려는 데 갑작스런 힘에 뒤로 당겨져 도로 침대에 눕혀졌다. 그리고 뭐하는 짓이냐고 물어 볼 새도 없이 해인의 입은 그녀의 신체의 일부가 아닌 다른 것으로 인해 막혀져 버렸다.
그것도 하필이면 정선우라는 인간의 신체의 일부분인, 흔히들 마우스 투 마우스라고 하는 그 방법으로..!!
"으읍!..읍!! 으으..야아.. 야!.. 으윽!!.."
갑작스레 정신없이 밀려들어오는 혀의 움직임에 해인은 전혀 예쁘지 않은 신음소리를 내며 발버둥을 치다 어느새 꼭 붙들려 버린 두 손 대신 발을 사용해 자신을 위에서 누르고 있는 선우의 배를 차버렸다.
"으윽!"
"아야!"
우연인지 고의인지 모르겠지만 해인이 선우의 배를 발로 차는 순간 선우의 이가 말캉한 해인의 혀를 콱! 물어버리는 사태가 발생했다. 덕분에 해인의 입술에서 도는 피맛..
"으아아아아앙!!!!"
해인은 침대에 주저앉은 그대로 대성통곡을 했다. 입안에서는 짭짜름한 피맛이 도는 데가 시큰거리면서 혀가 아파왔고, 입술은 바라지도 않는 방법으로 한창동안 당해버린 키스. 언젠가, 그와의 달콤한 키스를 꿈꾼 적은 있지만, 이건 아니었다. 지나치게 능숙한 그 놈의 움직임에 반항 한번 제대로 할 새도 없이 당해버린 강압적이기만 한 키스!! 아니, 이건 키스가 아니라 겁탈이야!!
"으아아앙!! 히끅! 이.. 히끅.. 앙.. 씨.. 씨바 노마!! 허어어엉!!"
"시끄러워서 입 좀 막아봤더니 아주 더 시끄럽네. 키스 처음 해보는 것도 아니고말야. 아, 너 설마 키스도 처음이냐? 그래서 충격받았나 보지? 어찌됐든 니가 한때나마 좋아하던 사람의 키스를 받으니 좋지?"
"히끅! 이.. 히끅!!! 미티.. 노마!! 아아아앙!! 이...쑬.. 히끅!!.. 히끅! 더 ... 서!! 잘라!! 끄..찍!! 히끅!"
- 미친 놈아! 이놈의 입술 더러워서 잘라버리고 싶을 만큼 끔찍하다!!
- 내가 니놈이 좋다고 정신나간 잠시의 시절이 있다 뿐이지 이따위 키스는 질리도록 해봤다! 너처럼 더럽게 안놀아서 그렇지 할껀 다 해봤다고!!
해인은 이렇게 선우의 면상에 대고 외쳐주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지만 혀는 아파서 발음이 새지 울음은 그치지 않지, 말 한마디 제대로 하는 것 조차 힘들었다.
"왜? 너무 황홀해서 말도 안나오냐? 그런데 이걸 어쩌냐? 너한테 해주는 키스는 이제 끝인데?"
"히끅! 아아앙!! 허어어엉.. 야..아!! 히끅!!"
"정말 방정맞게도 우네. 적당히 좀 해라. 그렇게 울면서 예전에는 눈물 한방울씩 툭툭 떨어뜨리느라 꽤나 힘들었겠다?"
"아아아아아아악!!!!!!!!!!!"
하고 싶은 말을 입밖으로 내뱉으며 끓어오르는 화를 표현할 수 없는 괴로움에 해인은 집이 떠나가라 목이 쉴 정도로 소리를 질렀다. 이렇게 라도 하지 않으면 쓰러질 것 같이 화가 치밀었다. 그리고 바닥에 떨어진 가방과 옷을 챙겨들고 집밖으로 뛰쳐나갔다.
등 뒤에서 들리는 선우의 비아냥거리는 소리에 다시 한번 미친 듯이 소리를 지르며.
"진짜 시끄럽네. 저게 여자냐?"
해인은 대로로 가자 마자 택시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시간은 오전 11시. 이미 수업 하나를 빠졌고 오후에도 수업이 있었지만 지금 이 상태로 수업이 들어올 리 없었다. 해인의 머리속에서 맴도는 것은 오직 하나 - 리.벤.지.. !!
두고봐라, 정선우. 너 날 너무 얕봤어. 좋아했던 상대에 대한 예의? 그딴거 없다. 뼈저리게 후회하게 해주마!!!
"쁘드드득!!"
택시 안에서 울리는 이가는 소리에 택시 기사는 흘낏 해인을 쳐다보며 쯧쯧 - 혀를 찼다.
'아직 나이도 어려보이는데...'
자다 일어나 흐트러진 머리, 꾸겨질때로 꾸겨진 옷, 얼굴에 적나라한 이불 자국에 입가에 하얗게 서린 침자국까지.
택시 기사의 동정어린 눈빛을 아는지 모르는지 해인은 선우에게 장렬한 복수를 꿈꿀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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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짧게 짧게 여러번 올리는 게 좋을까요..
아님 길게 한번에 많이해서 가끔 올리는 게 좋을까요...
고민이네..-_ -;;;
어쨌든, 재밌게 봐주세요!! ㅎㅂ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