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큼한 이야기★★ (36) 한 여름밤의 꿈결처럼 찾아온

瓚禧2004.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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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큼한 이야기★★







(36) 한 여름밤의 꿈결처럼 찾아온





정말 깝깝해 죽을 맛이였다. 항상 옆에 있던 애완동물이 없어진 느낌이였다. 뭐 표현이 다소 엄할수도 있지만, 나로써는 최고의 의미였다.




항상 그 녀석과 팩소주를 빨던 놀이터도 더 이상 우리의 파라다이스가 아니였다.








“에잇! 소심한 녀석, 비굴비굴한 녀석, 나쁜놈”






이라고 나혼자 읊조려 봐야........미치년으로 오해만 받을 뿐이였다. 제길!





어쨌든 우리의 정겨운 동네 어귀 어디에서도 범익놈의 모습은 코딱지 만큼도 보이지 않았다. 매정한 녀석!.......






“이놈의 상판때기는 너무 이뻐서 탈이라니깐!”





이라고 미친척 해봤자, 알아주는 사람 하나 없는 이 놈의 팔자.....이럴때는 얄팍한 내 인간관계가 무지 쪽팔렸다. 하지만, 그래봤자 없는 친구가 생기기라도 하리오......휴.....




벌써 몇일째, 어디론가 싸돌아 다니고 싶은 내 발걸음을 집으로 옮기고 있었다. 가고싶어도 갈곳이 있어야 가지...우리의 엽기 삼총사 아그들은 각자의 애정 행실에 바빠 이 친구의 외로움을 달래줄 것들이 아니였다.








“에휴.......”







터덜 터덜 우리집 대문을 뻥차고 들어가니, 우리 어마마마 칠공주파들과 모여 고스톱 삼매경에 빠지셨다. (어마마마와 그의 일당들(?)은 7명으로 동네에서는 칠공주파라고 불리고 있다.)



엄마는 칠공주파이 총무로써, 먹자계를 위장한 고스톱파의 부두목임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었다. 아마도 나의 휘날리는 고스톱 실력은 어렸을때부터 보고 배운 수련의 결과가 아닐까 싶다.







“어매?! 이집 딸래미 와부렀네?!”


“요즘 왠일로 집에 촐싹 촐싹 기어들어온다냐?!”


“어머! 날이갈수록 이뻐지네?!”


“아자! 쓸쓸! 다들 피 한 장씩 토해내라고!”





정말 7명이서 다른말을 하면서 서로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저 대단한 능력! 나도 늙으면 저런 모습이 될까?! 싶었다. 그중 내가 가장 싫어하는 현수 아줌마(이 아줌마의 웃음소리는 반경 300m안이라면 다 들을수 있다.)는 나의 곁으로 슬금 슬금 그 무거운 몸을 이끌고 오시더니 내 손에 떡 하니 지폐한장을 쥐어주며 말했다.






“과자 사머그라!”


“뭐 그런걸 주고 그래! 애 버릇나빠지게!”





라는 우리엄마의 말에( 이 대목에서 우리엄마는 나를 쳐다보지도 않고, 여전히 고스톱에 매진하고 계셨다.)






“그랴도, 고스톱이란 고리 뜯어먹는 맛이 있어야재! 안그르나?!”





라며 다시 고스톱 판에 끼어드셨다. 하지만, 이건 하루이틀 있는 일도 아니고, 내가 컸음에도 불구하고 현수아줌마가 주시는 지폐는 항상......천원짜리 단, 단, 단 한 장이였다. 두장도 아니고 한 장.......





어쨌든 그 돈을 고이 꾸겨 쥐고는 내 방으로 향했다. 책상에 턱하니 가방을 휙 던져 놓고, 곰순이를 끌어앉고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고 있을때 밖에서 참으로 요란스러운 목소리-이 목소리는 항상 현수 아줌마의 것이였다. -가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야야! 느그 갸 알재?!”


“누구 말인데?!”





역시 현수 아줌마의 물음에 대답해 주는건 우리 엄마였다. 다른 이들은 고스톱 삼매경에 빠져있을때 대화에 참여하면서 고스톱 돈을 따는 그런 능력! 그런 능력의 소유자가 바로 우리 엄마였던 것이다.








“왜! 걔 있잖냐! 저쪽 파란 지붕집아 말이다.”






파란지붕???! 파란지붕이면 우리 동네에는 동창놈네 집밖에 없었다.

무시해야지 하면서도 난 어느새 슬금 슬금 방문쪽으로 기어가 귀를 살포시 대고 엿듣고 있는 중이였다.








“아! 그 훤칠하게 생긴애 말하는거구나?! 근데 걔가 왜??!”


“몇일전에 사고 났다 안카나!”


“무슨사고?!”


“오도바이사고, 갸가 오도바이끌고 가다가 택시랑 받았지 아마?!”






현수아줌마는 걸쭉한 사투리를 구사하며 항상 오토바이를 ‘오도바이’라고 발음하곤 했다. 그런 현수 아줌마의 발음에 웃던 나였는데....사고가 났다는 그 말 한마디에 내 가슴이 두방망이질 치기 시작했다.






‘뭐야?! 지금 범익놈이 사고가 났다는 거야?! 그런거야?!’








난 대뜸 벌컥 방문을 열어 현수아줌마에게 달려갔다.








“아줌마! 아줌마! 걔 , 그러니깐 사고났다는 걔 어느병원에 갔는지 알아요?!”


“왜그카는데?! 여 근처 병원이래봤자 연수병원밖에 더있나?!”








연수병원이라는 말을 듣자 마자 난 뒤도 안돌아 보고 그대로 연수병원을 향해 뛰어갔다. 택시와 부딧히는 사고였음, 엄청 큰 사고였을텐데......






‘흑흑...범익아.....너 괜찮은거지?! 그치?! .....범익아!“








난 흡사 하니처럼, 정말 절실히 열심히 달리고 또 달렸다. 숨이 턱까지 차 올라서야 도착한 병원 앞........숨조차 쉬어지지 않고 있었다. 애써 심호흡 해 가며 안으로 들어가 안내 데스크의 언니에게 범익이의 이름을 힘겹게 물었다.








“여.....여기......권범익이란 애.....몇호실이예요?!”


“312호실이네요!”








엘리베이터 기다릴 시간조차도 아까웠다. 난 그대로 계단으로 달려가 거침없이 3층으로 올라서 미친 듯 312호를 찾아 방문을 벌컥 열었다.







많이 다쳤음...어쩌지?!.....어디가 못쓰게 된건 아니겠지......라는 온갖 잡념들을 떨치고, 병실문을 열었을때, 내 예상과는 틀린 모습의 범익이 있었다.








상황재현 1





나, 방문을 벌컥 열었다.



범익놈, 만화책 보며 과자먹다 놀라 나를 쳐다봤다.




나, 범익군의 몸상태를 확인했다.




범익놈, 그런 나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봤다.







제길, 그랬다. 범익놈은 흡사 나이롱 환자의 형태로 앉아 낄낄대며 만화책을 보고 있었던 것이였다.







“너 여기 왠일이냐?!”



“야! 야! 야! 이 나쁜놈아!!!”






난 왠일이냐라는 범익놈의 말을 기준으로 미친 듯 범익놈을 패기 시작했다. 정말 미친듯.........그런 나에게 한참동안 맞아주던 동창놈이 별안간 나를 확 안아버렸다. 사고 정지!






정확히 동창놈의 손길이 내 몸에 닿자 마자 나의 사고는 정지되어 있었고, 범익놈에게 어정쩡하게 안긴채 내 손은 허공에 멍하니 떠있었다.








“걱정....했냐?!”


“거....걱정은 무슨......미친......난 또 너 죽었음 고스톱이라도 쳐줄려고 왔더니....”






라는 내 말에 범익놈이 작게 웃었다. 피식 거리는 그 녀석의 웃음 바람이 내 목덜미를 살며시 간질거리자, 내 발까락 저 끝에서부터 묘한 짜릿함이 다리를 지나 머리까지 쭈빗 올라오는 느낌이였다. 그 이상한 느낌에 범익놈을 뿌리칠려고 그녀석을 있는 힘껏 밀쳐 보았지만, 그래도 그 녀석 왕년에 날리던 놈이여서 그런지 꿈적 조차 않한다.








“근데 왜 눈물은 달고 들어오냐?! 바보....”



“이.....이....이건....”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허공에 멍하니 떠있던 내 손을 들어 올려 내 눈가를 훔쳤을때는 상당량의 눈물이 몽글 맺혀 내 손끝에 달랑거리고 있었다.







“생각도 못했는데 와줘서 고맙네....”






라며 그 녀석이 내 등을 살포시 두들겨 주었을때, 다른때 같았음 니가 감히 나를 쳤냐?! 거리면서 그 녀석의 등짝을 마구 마구 두들겼을 내가, 그냥 그 녀석의 손짓 하나에 눈물이 덜컥 나 버렸다.




“으엉엉어어어”






느닷없이 봇물 터지듯 터져 버린 내 울음에 잠깐 놀란 듯 움틀거렸던 그 녀석이 더 힘주어 나를 껴안아 주었고, 나는 그렇게 근 10분간 사탕 빼앗긴 아이마냥 서럽게 울어 제꼈다.







“휴지좀 줘......훌쩍..”


“날씨 참 좋네?! 그치?!”


“병신..병신같이 사고나 나고...병신....”


“그래! 그렇다고 해라! 쿡쿡”







새초롬 하니 눈을 뜨고 노려보는 내가 귀엽다는 듯 범익놈은 내 볼을 톡톡 쳐대면서 웃고 있었다. 그 녀석 웃음 하나에 내 심장이 이렇게 안심이 되었던가?! 미쳐 몰랐던 내 가슴이, 내 감정이 그 녀석의 행동 하나 하나에 반응하고 있었다.




그 녀석의 병실을 나와 노을지는 하늘을 바라보며 터덜 터덜 집으로 향하는데,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게 사랑이란 놈일까?!.........”










아무래도 그런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