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의 춤[影舞] 10 - 제1장 9

내글[影舞]2004.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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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의 춤[影舞] 10 - 제1장 지나온 세월, 그리고 새로운 출발  9 -내글-

- 새로운 출발은 항상 기분을 들뜨게 한다. 약간의 두려움을 주기도 하지만... 

   

9


 

김인문은 정민의 차갑고 아무런 감정이 섞이지 않은 말에 등에 소름이 돋는 느낌에 진저리를 쳤다. 처음 볼 때나 지금이나 정민은 김인문으로 하여금 거역하지 못할, 그리고 두렵게 하는 무언가가 있는 존재였다. 아니 지금은 더욱 큰 긴장감을 가지게 하는 인물이었다.

2개월 전 김인문은 연정에게 정민의 처지를 알려주면서 잔뜩 겁을 주었다. 김인문의 말대로 정민이 하지 않으면 곧바로 신상에 감당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날 수 있다는 암시를 했다. 군 권력이 무소불위의 힘을 보이던 시절이었으므로 쉽게 연정이 김인문의 말에 넘어갔다. 연정이 정민과 카페에서 만났을 때 정민에게 마지막으로 설득한 것이 김인문의 요구가 어떤 희생을 요구하는 것인지를 모르고 무조건 들어 주라는 것이었다.

정민은 화가 났다. 김인문의 목적을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에 대해서, 그리고 그의 아킬레스건이 된 연정까지도 이용해 이렇게 압력을 가하는 것을 정민은 이해할 수 없었다. 정민은 이미 군입영통지서를 받은 후였기 때문에 그냥 사병으로 군 생활을 하면 조용히 끝나려니 했다. 그러나 정민의 바람은 오늘로 물거품이 됐다.

김인문은 정민이 군입영통지서를 받고 있다는 것을 알고, 그 당시 집을 떠나 종적이 묘연했던 정민을 그의 부모를 이용하여 마지막으로 설득을 했었으나 실패했다. 그런데 설득에 실패한 김인문이 난감해 할 때, 연정이 그 자리에 나타나 게 되었고,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김인문은 연정을 이용해서 정민을 잡아낼 방법을 찾아낼 수 있었다. 정민은 연정의 말을 듣고 김인문의 제안을 받아드리기로 하고 기다렸으나, 의외로 김인문으로부터 연락이 없었다. 정민은 훈련소에 들어오면서 별일 없이 30개월간의 군 생활을 마칠 것만을 생각했다. 그러나 불과 보름도 못 넘기고 김인문의 뜻대로 특수요원 훈련을 받게 될 운명이 된 것이다.

정민은 김인문의 능글맞은 얼굴을 보면서 화를 삼켰다. 우선은 김인문의 도움이 필요한 시기임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었다. 정민은 지원서를 쓰면서 김인문에게 말을 건넸다.

“김 문관님, 연정이건은 잘 해결될 것으로 믿겠습니다. 그런데 앞으로 저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아, 네! 정민 씨는 앞으로 6개월간의 특수훈련을 받고 국내과 소속으로 배치될 겁니다. 그 후에는 우이동에 있는 안가에서 지내게 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국내과의 직할대는 그곳에 있는 것이 보통이니까요. 그곳에서 여러 가지 임무를 수행하게 되겠지요. 거기까지 제가알고 있는 전부입니다. 정민 씨는 국내과에서 특별 관리를 하려고 하는 것으로 보아, 내 말대로 될 겁니다.”

“그렇습니까? 그런데 그 국내과란 곳이 뭐하는 곳 입니까?”

“문자 그대로 국내 정보 수집을 하는 곳 이지요. 그곳 과장님께서 정민 씨를 적극적으로 원하고 있어요.”

“그렇다면 그런 특수훈련을 받을 필요가 있습니까?”

“하하하, 국내 정보수집이라는 게 때로는 가기 힘든 곳도 가는 수가 있고요, 때에 따라서는 습득하기 힘든 것도 빼내야 하는 경우도 있으니, 그런 임무를 수행하기 위한 특수 훈련이 필요로 하는 겁니다.”

“가기 힘든 곳이라는 곳이 우리나라 어디에 있나요? 가기 어려운 곳이라면 쓸 만한 정보도 없을 것 아닙니까?”

“후후. 국내에서 가기 힘든 곳이 없다니, 반이나 가기 힘든 곳이 있는 데요.”

“...!” 

김인문의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기 때문에 정민은 순간 말을 잃었다.

“자자, 다 썼나요? 이리 주세요. 좋아요, 이젠 됐어요. 정민 씨는 여기서 조금 쉬고 있도록 하세요.”

“아니요, 그냥 내무반으로 돌아가 사물을 정리해야 되겠군요.”

“하하하, 아까 말했지 않았나요? 바로 여기서 출발한다고 했는데요. 개인 사물은 이미 정리하고 있을 겁니다. 잠시 쉬고 있다 사물이 도착하면 확인만 하면 됩니다.”

“그렇군요. 그럼 전화를 좀 해도 될까요? 지금 훈련에 들어가면 최소한 6개월은 연락을 못할 것 같은데.”

“하하하, 이곳에서는 좀 곤란 하고요! 이따가 이동하다가 전화를 하도록 하지요. 그냥 편하게 쉬도록 하세요. 옆방에 잠시 들렸다가 출발 합시다.”

“그렇군요! 그럼 무언가 먹을 것 좀 없나요? 아까 저녁식사를 제대로 못했습니다.”

“그래요? ‘피’자가 붙으면 언제나 배고프고, 졸리고, 힘든 거니까, 하하하! 조금만 있어요. PX에 전화해서 먹을 것을 가져오도록 하지요. 마침 저도 출출 하내요, 하하하! 그럼 잠시 여기에 있도록 하세요.”

김인문은 기분이 매우 좋았다. 정민이 이렇게 쉽게 그의 뜻에 따라준 것도 그렇고, 박성일의 건방진 태도도 당분간은, 아니 정보사를 떠나기 전까지 보지 않을 것이라는 예감 때문이었다. 김인문은 자신의 기분을 숨기지 않고, 웃으며 옆방으로 갔다.

김인문이 나가고 혼자 남은 정민은 앞으로 다가올 일들에 대해 생각에 잠겼다. 힘든 특수훈련을 어떻게 이겨내야 할까를, 그리고 다시 엮인 연정과의 관계를 어떻게 풀어야 될지를 생각했다.

‘후우,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연정과 깊은 관계로 가는 게 아닌데, 그때 너무 쉽게 결정을 내렸군. 그래 6개월간은 얼굴을 볼 수 없겠지, 또 연정이 힘들게 생겼구나...!’

30여분이 흘렀을까, 정적을 깨고 황준일이 손에는 정민의 사물과 먹을 것을 들고 정민이 쉬고 있는 곳으로 들어왔다. 황준일은 들고 있던 물건들을 내려놓으며 정민에게 말을 걸었다.

“저기, 정민 씨! 정민 씨 사물인데 확인하세요.”

“아, 네! 확인 하겠습니다.”

정민은 황준일이 가져온 사물을 확인했다. 빠진 건 없었다. 물건을 확인하고 있는 정민을 바라보던 황준일은 전부터 알고 싶었던 박성일의 상태를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물었다.

“정민 씨! 한 가지만 물어봅시다.”

“네, 무엇을...?”

“박 중위를 어떻게 한 거죠?”

“그거요? 합기도 기술을 응용한 몸통 받기입니다.”

“아니, 아니요! 나도 웬만한 무술은 해본사람입니다. 몸통으로 받았다면 분명히 갈비뼈에 이상이 생겼어야 되는데 호흡곤란과 가슴 통증이라니,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데 어떻게 그럴 수 있습니까?”

“후후, 방법을 알고 싶은 것 같군요?”

“...!” 

황준일은 어색한 미소를 띠우며 뒷머리를 만졌다.

“설명만으로는 이해하기 힘드니 직접 당해볼래요?”

“어어, 잠깐만! 난 고생하기 싫습니다.”

“괜찮습니다. 제가 풀어 드리면 박 중위처럼 고생할 필요가 없습니다. 어깨로 받으면 뼈가 부러집니다. 그러나 약간 몸을 틀어서 등으로 받으면 근육이 부딪히는 관계로 뼈가 상할 위험이 줄어드는 대신 몸속 장기에 타격을 줄 수가 있는데 가슴의 가운데를 받으면 심장에 타격을 주어 외상없이도 죽음에 이를 수가 있지요. 조심해야 합니다. 간단하게 징벌용으로는 손바닥으로 오른쪽 가슴을 치는 것으로 응용할 수 있는데 속도 조절이 중요합니다. 너무 빠르면 멍이 들고 너무 느리면 노리는 효과가 없어요. 그럼 한번 실례, 이렇게!”

정민은 그의 설명을 듣는데 빠져있는 황일준의 오른쪽으로 다가서며 오른쪽 가슴에 손을 날렸다.

- 팡

- 허 억

황일준의 입에서 바람 빠지는 소리 같은 신음이 흘러나오며 약간 앞으로 수그러들었다. 황준일은 순간 몸을 바로 세우고 가슴을 만져보았다. 정민의 손이 가슴을 칠 때 약간의 묵직함만을 느꼈을 뿐 별다른 느낌은 없었다.

“하하하! 미안 합니다. 스스로 느껴야 함부로 손을 쓰지 않게 되기 때문에, 그리고 속도와 느낌을 익히기 위해서 한 겁니다. 어떻지요?”

황준일은 말을 하기 위해 숨을 들이켰고, 이어서 말을 하려 했다.

“그...!” 

- 으~흑

황준일은 가슴을 부여잡고 앞으로 비틀거렸다. 박성일처럼 볼 상 사납게 넘어지지는 않았지만 숨이 턱에 차면서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았다.

“이, 이...게!”

“후후, 자 풀어 드릴게요. 자 숨을 깊게 들어 마시고, 내뿜고. 다시 들어 마시고...!”

- 팡

- 으윽

정민은 황준일의 옆에 서서 한손으로 명치를 밀어 주면서 등을 가슴을 치던 정도로 쳤다.

“이제 말해보세요, 후후후!”

황준일은 순간 가슴을 짓누르던 무언가가 사라지는 듯 상쾌해짐을 느꼈다.

“아하! 이거 신기하네, 진짜 신기합니다. 하하하.”

“박 중위에게 한 수법은 황 중사님과는 약간 다릅니다. 하지만 푸는 방법은 같습니다. 이런 식으로 풀어주지 않으면 황 중사님도 일주일은 갈 겁니다. 혼자서 푸는 방법도 있습니다. 더 간단해요. 유도의 후방낙법을 한 번만 하면 됩니다. 단 숨을 들이마시면서요. 박 중위는 김 문관님과 저를 봐서 조금고생하게 놔두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숙달하기 전까지는 사람을 상대로 수련하지마시고 얇은 판자 뒤에 물 풍선을 두고 치는 연습을 하세요. 물 풍선이 판자를 쳤는데 터진다면 성공한 겁니다. 열심히 해보세요. 그리고 몸통으로 하는 건 샌드백에 몸을 부딪쳤을 때 샌드백이 움직이지 않고 소리가 난다면 성공한 겁니다. 열심히 해보세요.”

“감사합니다. 좋은 기술입니다. 참 이것 드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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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번째로 올립니다.

이야기 진행이 들어주신는 분에겐 약간 지루 하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이 이야기는 상당히 긴 이야기입니다.

때문에 도입부인 지금은 빠른 이야기 전개 보다는

세세한 인물 표현중심으로 보시는 것이 좋을 겁니다.

내글이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