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아르헨티나> 41. 고양이를 따라서

무늬만여우공주2004.10.22
조회3,175

창고 한 켠에 다 녹슨 철제 침대가 있었다.
그건 그저 철로 모양새만 있고 가운데 스프링만 있는 낡은 침대였다. 한 쪽은 아예 망가져서 무너져 있었고 구멍이 커다랗게 뚫려 있었다.
난 그 철제 침대가 우리 놀이터에 있었으면 했다. 그 자연 그늘 아래서 그 철제 침대에서 놀면 편하고 재밌을듯 싶었다. 내 요구대로 아버님과 랑은 그 무건 철제 침대를 우리 쥐엄나무 숲 그늘로 옮겨다 주었다.

그 침대 위에 박스를 얻어다 얹었다. 그리고 걸레로 몇 번 훔친 다음 깔개를 깔았다. 훌륭한 야외 침대가 되었다. 아들넘이 어려서 나랑 둘이 올라가도 별로 무게가 안나가니 그 매트리스는 버텨 주었다.
랑이 씨에스타 시간에 들어오면 그 매트리스를 노렸는데 거기 랑이 누우면 매트리스는 거의 비명 지르는 소리가 나며 땅바닥에 닿을 듯 말듯 내려가 있었다. 난 그 매트리스가 고장이 날까봐 걱정되어서 못눕게 했지만 랑은 툭하면 거기 누워서 코를 곯기 일쑤였다.

사실 그 숲 그늘은 바람도 선선하니 불어주었고, 적당한 그늘로 인해서 기분좋은 장소였다. 찜통이 된 창고 안보다 훨씬 쾌적한 장소이긴했다. 하지만 씨에스타 시간에 거길 뺏기면 아들넘과 난 일하다 들어와 낮잠자는 아버님과 랑을 위해서 밖으로 나가주었다.

갈대 밭 깊숙이에는 뱀이 있을까 무서워 들어가지 못하고 창고 근처 갈대가 없는 곳에서 우린 메뚜기를 잡고 놀았다. 방아깨비, 여치, 사마귀 등등 땅좋은 아르헨티나라 그런지 아주 많은 곤충들이 있었다.

어릴적에 메뚜기를 잡아서 구워먹던 기억이 나서 아들에게 메뚜기를 잡아서 갖고 있으라고 했다. 메뚜기는 아주 작은 메뚜기부터 송장 메뚜기, 그리고 생전 첨보는 메뚜기도 있었다. 그 메뚜기는 어른 손가락 굵기만했는데, 아주 멋있게 생긴 메뚜기였다. 보통 메뚜기의 10배는 컸다. 그 메뚜기가 상당히 날랬지만, 내가 시골서 그런거 잡고 컸기에 메뚜기 잡는건 선수였다.

커다란 메뚜기와 작은 메뚜기를 들고 있던 아들 넘은 둘이 사랑해 하며 안으라고 둘을 부둥켜 안게 해줬다. 아들녀석은 둘이 뽀뽀를 한다고 "뽀뽀 뽀뽀" 하고 외쳤다.
구경하기 위해서 그걸 보다가 난 기절 초풍했다. 커다란 메뚜기가 작은 메뚜기 입을 통해서 작은 메뚜기 진액을 다 빨아먹고 있었다. 작은 메뚜기는 다 빨려서 홀쭉해져서 죽어 있었다. 너무 끔찍했다. 그걸 얼른 뺏어서 버렸다. 아들넘은 메뚜기 다시 잡아내라고 울어댔지만 너무 징그럽다는 생각에 아이를 달래서 도로 창고로 들어왔다.

남자들이 오후 일을 하고 들어와서 우린 저녁을 해먹었다. 커다란 창고에 불이라곤 전등 달랑 하나라 컴컴했다. 그래서 내가 설겆이를 하거나 하면 아버님이 트럭에 시동을 걸어서 트럭에 달린 불을 환하게 켜주시곤 했다.

왜그렇게 끼니 때는 자주오는지 몰랐다. 아버님과 랑은 입맛이 심히 까다로운 사람들이라 반찬에 여간 신경써야 하는 것이 아니었다. 국과 고기 요리는 꼭 있어야했다. 한 낮에 땀을 너무 흘리며 일하기 때문에 짠 반찬도 꼭 있어야했다. 내년엔 짠지 종류를 여러가지 담아 놔야겠단 생각을 했다.

저녁을 해먹고 들판에서 불어오는 저녁 바람을 맞으며 난 설겆이를 했다. 그 날 따라 달도 없어서 불빛이 너무 부족했다. 깜뽀(들판, 농장)에서의 달빛은 큰 힘이된다. 달빛이 있으면 걷기도 아주 편하다. 근데 그 날은 달도 없는 그믐이었다. 그래서 랑은 내가 설겆이를 잘 하게끔 옆에서 전등을 비춰주고 있었다.

달빛 하나 없는 그믐 밤에 졸졸 수도꼭지에서 물 내려가며 커다란 다라에 담가있던 모든 설겆이를 끝냈다.

아버님이 아들 넘을 찾았다. 잉 우린 아버님하고 있는지 알았는데.....
우린 놀래서 아들 넘을 찾았는데 창고 안 어디에도 없었다. 창고 문이 살짝 비껴져 열려 있었는데...저리로 나갔을까?

컴컴한 그믐 밤

불빛하나 없는 시골에서 달빛이 없다는 것은 암흑천지란거다.
사방에 뱀들이 우글거리는 갈대밭으로 둘러싸여있고, 또 바로 옆엔 철책 구분도 안되어 있는 그냥 고속도로라 커다란 트럭들이 짐을 하나가득 싣고 쌩쌩거리며 무서운 속도로 달려가는 곳이다. 차가 가끔 지나가는 곳이긴 해도 한 번 지나갈 때의 속도는 무지 쎘다.

등에서 식은 땀이 났다.

아버님과 랑, 난 미친듯이 아이를 찾아서 돌아다녔다. 이제 두살이 되는 아가를 어디서 찾는단 말인가. 달도 없는 데서 울며 아이를 찾아서 모두 밖으로 뛰쳐 나갔다.

아버님과 랑은 나보고 창고에 남아 있으라고 했다.
가슴을 졸이며 기도했다. 아이가 무사하게 오기만 기도했다.

이 들판에 무서운 짐승도 살지도 모르는데....
가끔 여우도 지나가는거 봤는데...
들개도 많은데.....

눈물이 막 나왔지만, 아이가 걱정이 되어서 울지도 못하고 있었다.

오늘따라 아이는 반바지를 훌러덩 벗어던지고 놀아서 윗도리 하나만 달랑 입고 밖으로 나간거다. 제발 무사하기만 바랬다.

시간이 얼마간 흐른 후, 랑이 아이를 안고 창고로 들어왔다. 아이는 새끼 고양이를 안고 있었다.

랑 직감에 고속도로 옆으로 잔디밭이 죽 이어져 있는데 거기로 갔을꺼 같더란다. 그래서 무조건 앞으로 뛰어갔더니 한 100미터 앞쪽에 아들 넘이 새끼 들고양이 꼬리를 잡고 가고 있었댄다.
아들넘은 그 고양이가 도망가니까 가지마라며 꼬리를 잡고 쫓아간거다.

고양이가 막 갈대밭 쪽으로 도망가려고 해서 아이도 갈대밭으로 들어가는 순간이었댄다.
만약 그 갈대밭으로 들어갔다면 어디가서 아이를 찾는단 말인가.
이 넓은 갈대밭에서... 사방 지평선이 보이는 갈대밭 어디에서 아이를 찾는단 말인가....

아들넘은 들고양이 새끼를 잡아온 걸 무지 기뻐하는 얼굴이었다. 어른 셋은 사색이 되어 있었다. 아이를 씻겨서 업어줬다. 돌아온게 너무 기뻤다. 무사한게 너무 감사했다. 등에서 몇 번 꼼지락 대더니 이내 잠이 들어버렸다.

저 넘의 고양이를....어카지?

아침에 놔줘야겠다. 지금 내보내면 지네 엄마가 못데려갈지 모르니깐 낮에 밖으로 내놔야겠단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