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 이런 쥐방울만한 어린 아가를 쪼까 아프게 하고싶지는 않은디... 좋은말로 할때 갈텨, 한 대 맞고 갈텨?”
“안녕히 계세요~”
가은은 꽁지에 불이 붙은것마냥 총총걸음으로 돌아나왔다.
“어휴... 야, 난 또 너 어떻게 되는 줄 알았잖아~ 하필이면 골라도 저런 험악한 사람을 골랐냐?”
“내가 알았냐...?”
“이제 어떡할거야?”
“여기서 물러설 순 없지! 다음으로 건너뛰자!”
그로부터 한참 후...
가은의 표정이 묘해져 있었다.
우는것도, 웃는것도 아닌 표정이었다.
가은의 앞에는 다 쓰러져가는 판자집이 있었고, 안에는 꼬마들이 줄줄이 앉아 손가락을 빨고 있었다.
“하... 할머니는 어디 가셨니?”
“누구왔소...?”
안방문이 열리며, 힘든 기색이 역력한 할머니가 밖을 내다봤다.
“어디서 오셨소...?”
“아... 예... 심복녀 할머니셔요?”
“응, 내가 심복녀맞소. 아이고, 손님이신갑네. 몸이 아파 내가 일어나질 못하는데 어쩐담... 이리 들어오소~”
“아... 아니에요...”
“어디, 복지관인가 거그서 오셨소? 나는, 우리 새끼들 놓고는 절대 그런데 못들어간다는디... 왜 자꾸 찾아온다요... 내가 가면 우리 새끼들 부모도 없이 고아원으로 뿔뿔이 흩어질건디... 내가 눈뜨고 그 꼴을 어찌 보겠소. 맘 써주는건 고맙지만, 나 눈감기 전까진 우리 새끼들 거두고 살라요.”
“아... 예... 예.”
정은과 가은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골목을 내려오며 정은이 팔꿈치로 가은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야, 너 얼마썼냐?”
“육천오백원.”
“난 만원.”
둘의 표정이 침울해졌다.
“라면만 잔뜩 사놔서 어떡하지? 김치라도 좀 갖다줄까?”
“시끄럿! 지금 내가 남 돌볼 처지야!”
“건 그래...”
정은은 시무룩해져서 입을 다물었다.
“또 다른데 갈거야?”
“아... 정말 돈 받는것도 힘든거구나.”
“느네 엄마, 되게 힘드셨겠다. 그치?”
가은은 문득 엄마한테 사채업이나 한다고 소리지르던 때가 생각났다.
그때는 사채업을 하면 피도 눈물도 없는 몰인정한 인간일거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방금 나온 심복녀 할머니는 엄마의 장부에 의하면 가장 오랫동안 돈을 갚지 않은 사람이었다. 엄마도... 인정이 있는 분이구나...
...라고 생각했던건 그때뿐.
그날 저녁 엄마는 전화로 이렇게 말했다.
“니가 다른사람들 돈 받기는 좀 힘들지 모르지만, 심복녀라는 할머니한테선 받을 수 있을거야. 그 할머니가 뒷산에 땅을 좀 갖고 있거든- 돈 안갚으면 복지관에 들어가셔야 한다고 해. 그럼 그 땅 팔고 우리 돈 갚을거야.”
그럼 그렇지... 우리 엄마가 어떤 사람인데...
어쨌든, 평범하기만한 여고생 가은의 고아 아닌 고아생활이 시작되었다.
“야, 김가은.”
학교에 오자마자 반 여자애들이 가은의 주위로 몰려들었다.
“오늘 시간있어?”
“으응? 왜에?”
“그거 내기해.”
“...안돼.”
여자애들은 놀라는 눈치였다.
평소 말도 없고 내성적인 가은이가 오로지 눈을 빛내며 투지를 불태우는 일은, 내기를 할때뿐이기 때문이다. 돈이 걸린 일이라면 목숨을 거는 녀석이다.
가은의 거절에 가장 속상한 표정을 지은건 가은이와 내기에 껴서 늘 돈을 잃었던 주은이였다.
가은이를 못마땅하게 여겨, 갈수록 내기의 강도를 높이는데 주도적 역할을 했던 여자애이기도 하다.
“알았어, 알았어. 오천원 더 올릴께~!”
“안돼. 오늘부터 아르바이트 가야해.”
“아르바이트? 왠 아르바이트?”
“그렇게 됐어. 내기는 방학때나 하자.”
여자애들은 뻘쭘해져서 돌아섰다.
“너 정말 아르바이트 구했어?”
옆자리 앉은 정은이가 살며시 물었다.
“어쩔 수 없잖아. 사무실은 2년동안 임대 계약이 되있지만, 전기세나 수도세는 내야 할 것 아냐.”
“웬일이니... 니가 무슨 고아니? 엄마는 뭐라셔? 친척들한테 연락 안하셨대?”
“쳇. 돈 때문에 친척들이랑 등돌리고 산지가 몇 년인데.”
“그렇다고 니가 혼자 돈벌어 학교다니란 말씀은 아니시겠지? 뭔가 방법을 찾으시겠지.”
“꿋꿋이 잘 먹고 잘 지내라더라. 더불어 돈도 받으러 다니래.”
정은은 할 말을 잃은 듯 멍하니 가은을 쳐다봤다.
그래... 누가 우리 부모님들을 이해하겠니.
십년넘게 같이 살았던 나도 이해가 안가는데.
시험 성적표가 나온 그날, 가은은 어김없이 뒤에서부터 등수를 셌다. 그 편이 빠르기 때문에.
“어머! 가은이 너 일등 올랐다?”
“일등 올라서 뒤에서 일곱 번째다.”
“큭... 떨어지지 않은게 어디야~ 느이 엄마 좋아하셨을텐데.”
“얼굴도 못생겼지... 몸매도 별로지... 머리도 나쁘지... 거기다 이제 천애 고아인 날 누가 데려갈까...”
“그렇게 비극적으로만 얘기하지마. 대신 넌 다른 장점이 많잖아.”
“뭐어-?”
“음... 음...”
정은은 눈을 굴리며 열심히 생각하는 듯 했다.
그러더니 결국 꺼낸다는 말.
“강인한 생활력!”
“염장을 질러라, 아주!”
“왜에! 여자는 결혼하면 그게 제일 중요한거란 말야. 물론, 결혼까지 성공해야 해당되는 말이지만.”
가은은 정은을 사정없이 째려봐주고 가방을 챙겨 교실을 빠져 나갔다.
아르바이트에 늦지 않으려면 야자는 늘 빼먹어야 하는 사태였기 때문이다.
부다다다다다!
지하철이 막 떠나려는 순간이었다.
가은은 있는힘껏 계단을 내려간 탄력을 이용해 닫히고있는 지하철 문 안으로 몸을 날렸다.
그.런.데...!
문 앞에 떡하니 버티고 있는 전봇대의 몸에 가은이 정면으로 부딪치며 순식간에 가은의 상체는 전동차 바깥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꺄악! 꺄악! 꺄아아아아악!”
가은은 괴성을 지르며 팔을 허공에서 내돌리다 전봇대의 목덜미를 움켜잡았다.
가은은 필사적으로 지하철 안으로 몸을 끌어올렸다.
지하철의 문이 닫히고, 모든 것이 종료된 상황.
가은의 앞에는 가은의 손에 목덜미가 늘어날대로 늘어난 T를 입은 전봇대가 잡아먹을 듯 가은을 노려보고 있었다.
‘망했다...!’
하지만 여기서 우물거리면 셔츠값을 물어내라고 할지도 몰라.
“아니, 사람이 타면 좀 비켜줘야 하는거 아니에요! 덕분에 꽃다운 청춘 비명횡사할 뻔 했잖아요!”
“문이 닫히고 있는데 자기가 뛰어들어와놓고 누구한테 큰소리야?”
“시끄러워요! 아잇 정말 재수가 없으려니까...”
가은은 쌩 돌아서 성큼성큼 그 자리를 벗어나기 시작했다.
‘다행이다...’
라고 생각한 순간, 가은은 뭔가 이상한 낌새에 살짝 뒤를 돌아보았다.
아니, 세상에... 그 전봇대가 가은의 뒤를 어슬렁어슬렁 쫓아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쫀쫀한 놈! 치사한 놈! 벤댕이 같은 놈! 그깟 T좀 늘어났다고 끈질기게 쫓아와?’
하지만 T값 내놓으라고 들이대면 어쩌나 하는 걱정에 가은은 찍소리도 못한채 묵묵히 걸음을 옮겼다.
가은과 전봇대의 눈에 보이지 않는 치열한 추격전이 시작되었다.
결국 가은은 전봇대를 달고 전동차의 맨 끝칸까지 오고 말았다.
괘씸하다는 생각보다는 불안한 마음이 더 컸던 가은은 급기야 참지 못하고 전봇대를 정면으로 마주보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것봐요! 왜 자꾸 쫓아오는거에욧! 그깟 T좀 늘어났다고 변상이라도 하라는거야, 뭐야? 전동차 문이 내 몸의 반을 가르며 닫히기라도 했어야한단 거에요? 무슨 남자가 그렇게 쫀쫀...”
여기까지 말하던 가은은 그만 입을 다물고 말았다.
전봇대가 어딘가를 향해 손을 흔들고있었던 것이다.
‘이 녀석이 미쳤나...’
전봇대가 손을 흔든곳에는 예쁘장한 여자애가 서 있었다.
여자애는 전봇대에게 다가오며 코맹맹이 소리로 투덜거렸다.
“뭐야~ 안탄 줄 알았잖아~ 맨 끝칸이라고 했잖아~!”
“어어, 미안. 전동차가 마악 출발하려고 하길래 일단 탔어.”
가은은 뻘쭘해져서 지하철 노선표를 눈으로 읽기 시작했다.
‘음... 내려야 할 정거장이 다섯 개나 남았군... 내렸다 다시 탈까? 안돼. 어떻게 탄건데... 지각하면 안돼...’
“누구야? 너한테 소리지르는 여자애.”
“어? 몰라. 머리가 이상한 애인가봐.”
‘머리가... 이, 이상해!’
가은은 불끈 화가 치솟았지만 애써 태연한척 노선표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T가 왜그래? 볼쌍사납게 이런걸 입고다니니?”
“어어- 오다가 누구한테 멱살을 좀 잡혔어.”
“뭐? 누구한테? 어디서? 아니, 네 멱살을 잡는 사람이 있단 말야? 간이 배 밖으로 나온사람이네.”
“간이 아니라, 뇌가 밖에 달렸을걸.”
‘참자... 참자... T값 물어달라고 않으니 참아야 하느니라...’
그런데... 뭔가 답답하다.
살짝 시선을 돌려보니, 전봇대와 전봇대의 여자친구는 가은의 뒤에 바짝 붙어 서 있었다.
‘커억... 독안에 든 쥐다...!’
전봇대는 여자애와 킬킬거리고 수다를 떨며 은근슬쩍 가은에게 몸을 밀착시키고 있었다.
일부러 그러는걸까? 설마...!
다른 여자한테 이렇게 가까이 붙어있는데 여친은 뭐하고 있는거야?
한마디 할까, 말까 망설이는 사이 전동차가 멈췄다.
“저기, 이봐.”
전봇대가 부르는 소리에 가은은 깜짝 놀라 고갤 돌렸다.
전봇대의 얼굴이 닳을정도로 가깝게 있었다.
가은은 그만 전봇대의 얼굴에 대고 푸아~ 하며 참았던 숨을 뱉고 말았다.
전봇대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왜... 왜그러세요?”
가은은 잽싸게 입을 손으로 막고 대답했다.
“가방 열렸어.”
“가... 가방? 내 가방?”
가은이 두리번거리며 가방을 둘러보는 사이, 전봇대는 배로 가은의 엉덩이를 살짝~ 밀었고, 중심을 잃은 가은은 그만 열리는 전동차 밖으로 튕겨져 나가고 말았다.
“뭐, 뭐, 뭐얏!”
가방과 함께 앞으로 고꾸라진 가은이 고갤 돌리자, 이미 전동차는 문이 닫히고 출발하고 있었다.
전봇대는 능글맞은 웃음을 지으며 가은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이 나쁜새끼야! 야! 넌 걸리면 죽었어! 나쁜놈! 또라이 같은놈!”
길길이 날뛰는 가은의 모습이 오히려 즐겁다는 듯, 전봇대는 가은이 보이지 않을때까지 손을 흔들었다.
“뭐야, 너? 방금 무슨짓 한거야?”
“푸하하하하하! 아아... 정말 웃긴다.”
전봇대는 여자친구의 말에는 대꾸도 없이 내내 키득거리고 있었다.
------------------------------------------------3부에서 계속
아오이님, 또 만나게 돼서 너무 기뻐요 ^-^ 진짜 뻘쭘했는데, 오랜 친구를 만나
구제받은 느낌...!
늘 바쁘고 푸른 아오이님- (-_-; 이런 표현은 너무 뻘쭘한가...;;)
따뜻한 아오이님을 보게되서 정말 좋아요~♥ ㅎㅎㅎㅎ
닐니리님, 음화화화... 공주어무이! 공주 잘 크죠? 바다건너 하늘멀리 그 동네는
요즘 어때요? 저 초청 안해주셔요? ㅎㅎㅎㅎㅎㅎㅎㅎ
가서 공주 봐드릴 수 있는데~ ㅋ_ㅋ
아... 이제 수다 떨 수 있다... ㅠ0ㅠ 그동안 수다를 참았더니
입... 아니, 손가락에 곰팡이 피었어요~ 놀아주세요~
요즘 너무 바른생활을 했더니... - . - 저녁 9시가 되면 졸리기 시작한다는...
친구들은 그것도 모르고 여전히 새벽에 전화질을 해댄다는... ㅠㅠ
어떤 녀석은 새벽 2시에, 스타 일대일 콜? << 이따우 말을 하려고 곤히 잠든 날 깨웠다는... 죽여버리까여? - -+
#2 내가 녀석의 이름을 부르자, 녀석은 내게로 와서 웬수가 되었다
2. 사채업자의 딸
“뭐라고?”
“그러니까... 꿔간 돈 갚으시라구...요”
정은이 숨을 죽인채 멀리 숨어서 보고있는동안 가은은 장부에 적힌 고객의 주소?대로 찾아와 한 남자를 만나고 있었다.
하지만 이름만 믿고 찾아온 것이 잘못이었다.
이름은 강선우. 직장은 M.N.C 부장이라고 되어있었는데 그것이... Mad Night Club의 약자이고, 강선우라는 이름과는 전혀 이미지가 맞지 않는 거구의 깍두기일줄이야...
“하, 나원 참, 기가 막혀서. 꼬마야~ 좋은말 할때 집으로 가그라잉? 여기 있으믄 안좋당께~”
“그... 그래도 도... 돈을 주셔야...”
“나가 이런 쥐방울만한 어린 아가를 쪼까 아프게 하고싶지는 않은디... 좋은말로 할때 갈텨, 한 대 맞고 갈텨?”
“안녕히 계세요~”
가은은 꽁지에 불이 붙은것마냥 총총걸음으로 돌아나왔다.
“어휴... 야, 난 또 너 어떻게 되는 줄 알았잖아~ 하필이면 골라도 저런 험악한 사람을 골랐냐?”
“내가 알았냐...?”
“이제 어떡할거야?”
“여기서 물러설 순 없지! 다음으로 건너뛰자!”
그로부터 한참 후...
가은의 표정이 묘해져 있었다.
우는것도, 웃는것도 아닌 표정이었다.
가은의 앞에는 다 쓰러져가는 판자집이 있었고, 안에는 꼬마들이 줄줄이 앉아 손가락을 빨고 있었다.
“하... 할머니는 어디 가셨니?”
“누구왔소...?”
안방문이 열리며, 힘든 기색이 역력한 할머니가 밖을 내다봤다.
“어디서 오셨소...?”
“아... 예... 심복녀 할머니셔요?”
“응, 내가 심복녀맞소. 아이고, 손님이신갑네. 몸이 아파 내가 일어나질 못하는데 어쩐담... 이리 들어오소~”
“아... 아니에요...”
“어디, 복지관인가 거그서 오셨소? 나는, 우리 새끼들 놓고는 절대 그런데 못들어간다는디... 왜 자꾸 찾아온다요... 내가 가면 우리 새끼들 부모도 없이 고아원으로 뿔뿔이 흩어질건디... 내가 눈뜨고 그 꼴을 어찌 보겠소. 맘 써주는건 고맙지만, 나 눈감기 전까진 우리 새끼들 거두고 살라요.”
“아... 예... 예.”
정은과 가은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골목을 내려오며 정은이 팔꿈치로 가은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야, 너 얼마썼냐?”
“육천오백원.”
“난 만원.”
둘의 표정이 침울해졌다.
“라면만 잔뜩 사놔서 어떡하지? 김치라도 좀 갖다줄까?”
“시끄럿! 지금 내가 남 돌볼 처지야!”
“건 그래...”
정은은 시무룩해져서 입을 다물었다.
“또 다른데 갈거야?”
“아... 정말 돈 받는것도 힘든거구나.”
“느네 엄마, 되게 힘드셨겠다. 그치?”
가은은 문득 엄마한테 사채업이나 한다고 소리지르던 때가 생각났다.
그때는 사채업을 하면 피도 눈물도 없는 몰인정한 인간일거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방금 나온 심복녀 할머니는 엄마의 장부에 의하면 가장 오랫동안 돈을 갚지 않은 사람이었다. 엄마도... 인정이 있는 분이구나...
...라고 생각했던건 그때뿐.
그날 저녁 엄마는 전화로 이렇게 말했다.
“니가 다른사람들 돈 받기는 좀 힘들지 모르지만, 심복녀라는 할머니한테선 받을 수 있을거야. 그 할머니가 뒷산에 땅을 좀 갖고 있거든- 돈 안갚으면 복지관에 들어가셔야 한다고 해. 그럼 그 땅 팔고 우리 돈 갚을거야.”
그럼 그렇지... 우리 엄마가 어떤 사람인데...
어쨌든, 평범하기만한 여고생 가은의 고아 아닌 고아생활이 시작되었다.
“야, 김가은.”
학교에 오자마자 반 여자애들이 가은의 주위로 몰려들었다.
“오늘 시간있어?”
“으응? 왜에?”
“그거 내기해.”
“...안돼.”
여자애들은 놀라는 눈치였다.
평소 말도 없고 내성적인 가은이가 오로지 눈을 빛내며 투지를 불태우는 일은, 내기를 할때뿐이기 때문이다. 돈이 걸린 일이라면 목숨을 거는 녀석이다.
가은의 거절에 가장 속상한 표정을 지은건 가은이와 내기에 껴서 늘 돈을 잃었던 주은이였다.
가은이를 못마땅하게 여겨, 갈수록 내기의 강도를 높이는데 주도적 역할을 했던 여자애이기도 하다.
“알았어, 알았어. 오천원 더 올릴께~!”
“안돼. 오늘부터 아르바이트 가야해.”
“아르바이트? 왠 아르바이트?”
“그렇게 됐어. 내기는 방학때나 하자.”
여자애들은 뻘쭘해져서 돌아섰다.
“너 정말 아르바이트 구했어?”
옆자리 앉은 정은이가 살며시 물었다.
“어쩔 수 없잖아. 사무실은 2년동안 임대 계약이 되있지만, 전기세나 수도세는 내야 할 것 아냐.”
“웬일이니... 니가 무슨 고아니? 엄마는 뭐라셔? 친척들한테 연락 안하셨대?”
“쳇. 돈 때문에 친척들이랑 등돌리고 산지가 몇 년인데.”
“그렇다고 니가 혼자 돈벌어 학교다니란 말씀은 아니시겠지? 뭔가 방법을 찾으시겠지.”
“꿋꿋이 잘 먹고 잘 지내라더라. 더불어 돈도 받으러 다니래.”
정은은 할 말을 잃은 듯 멍하니 가은을 쳐다봤다.
그래... 누가 우리 부모님들을 이해하겠니.
십년넘게 같이 살았던 나도 이해가 안가는데.
시험 성적표가 나온 그날, 가은은 어김없이 뒤에서부터 등수를 셌다. 그 편이 빠르기 때문에.
“어머! 가은이 너 일등 올랐다?”
“일등 올라서 뒤에서 일곱 번째다.”
“큭... 떨어지지 않은게 어디야~ 느이 엄마 좋아하셨을텐데.”
“얼굴도 못생겼지... 몸매도 별로지... 머리도 나쁘지... 거기다 이제 천애 고아인 날 누가 데려갈까...”
“그렇게 비극적으로만 얘기하지마. 대신 넌 다른 장점이 많잖아.”
“뭐어-?”
“음... 음...”
정은은 눈을 굴리며 열심히 생각하는 듯 했다.
그러더니 결국 꺼낸다는 말.
“강인한 생활력!”
“염장을 질러라, 아주!”
“왜에! 여자는 결혼하면 그게 제일 중요한거란 말야. 물론, 결혼까지 성공해야 해당되는 말이지만.”
가은은 정은을 사정없이 째려봐주고 가방을 챙겨 교실을 빠져 나갔다.
아르바이트에 늦지 않으려면 야자는 늘 빼먹어야 하는 사태였기 때문이다.
부다다다다다!
지하철이 막 떠나려는 순간이었다.
가은은 있는힘껏 계단을 내려간 탄력을 이용해 닫히고있는 지하철 문 안으로 몸을 날렸다.
그.런.데...!
문 앞에 떡하니 버티고 있는 전봇대의 몸에 가은이 정면으로 부딪치며 순식간에 가은의 상체는 전동차 바깥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꺄악! 꺄악! 꺄아아아아악!”
가은은 괴성을 지르며 팔을 허공에서 내돌리다 전봇대의 목덜미를 움켜잡았다.
가은은 필사적으로 지하철 안으로 몸을 끌어올렸다.
지하철의 문이 닫히고, 모든 것이 종료된 상황.
가은의 앞에는 가은의 손에 목덜미가 늘어날대로 늘어난 T를 입은 전봇대가 잡아먹을 듯 가은을 노려보고 있었다.
‘망했다...!’
하지만 여기서 우물거리면 셔츠값을 물어내라고 할지도 몰라.
“아니, 사람이 타면 좀 비켜줘야 하는거 아니에요! 덕분에 꽃다운 청춘 비명횡사할 뻔 했잖아요!”
“문이 닫히고 있는데 자기가 뛰어들어와놓고 누구한테 큰소리야?”
“시끄러워요! 아잇 정말 재수가 없으려니까...”
가은은 쌩 돌아서 성큼성큼 그 자리를 벗어나기 시작했다.
‘다행이다...’
라고 생각한 순간, 가은은 뭔가 이상한 낌새에 살짝 뒤를 돌아보았다.
아니, 세상에... 그 전봇대가 가은의 뒤를 어슬렁어슬렁 쫓아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쫀쫀한 놈! 치사한 놈! 벤댕이 같은 놈! 그깟 T좀 늘어났다고 끈질기게 쫓아와?’
하지만 T값 내놓으라고 들이대면 어쩌나 하는 걱정에 가은은 찍소리도 못한채 묵묵히 걸음을 옮겼다.
가은과 전봇대의 눈에 보이지 않는 치열한 추격전이 시작되었다.
결국 가은은 전봇대를 달고 전동차의 맨 끝칸까지 오고 말았다.
괘씸하다는 생각보다는 불안한 마음이 더 컸던 가은은 급기야 참지 못하고 전봇대를 정면으로 마주보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것봐요! 왜 자꾸 쫓아오는거에욧! 그깟 T좀 늘어났다고 변상이라도 하라는거야, 뭐야? 전동차 문이 내 몸의 반을 가르며 닫히기라도 했어야한단 거에요? 무슨 남자가 그렇게 쫀쫀...”
여기까지 말하던 가은은 그만 입을 다물고 말았다.
전봇대가 어딘가를 향해 손을 흔들고있었던 것이다.
‘이 녀석이 미쳤나...’
전봇대가 손을 흔든곳에는 예쁘장한 여자애가 서 있었다.
여자애는 전봇대에게 다가오며 코맹맹이 소리로 투덜거렸다.
“뭐야~ 안탄 줄 알았잖아~ 맨 끝칸이라고 했잖아~!”
“어어, 미안. 전동차가 마악 출발하려고 하길래 일단 탔어.”
가은은 뻘쭘해져서 지하철 노선표를 눈으로 읽기 시작했다.
‘음... 내려야 할 정거장이 다섯 개나 남았군... 내렸다 다시 탈까? 안돼. 어떻게 탄건데... 지각하면 안돼...’
“누구야? 너한테 소리지르는 여자애.”
“어? 몰라. 머리가 이상한 애인가봐.”
‘머리가... 이, 이상해!’
가은은 불끈 화가 치솟았지만 애써 태연한척 노선표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T가 왜그래? 볼쌍사납게 이런걸 입고다니니?”
“어어- 오다가 누구한테 멱살을 좀 잡혔어.”
“뭐? 누구한테? 어디서? 아니, 네 멱살을 잡는 사람이 있단 말야? 간이 배 밖으로 나온사람이네.”
“간이 아니라, 뇌가 밖에 달렸을걸.”
‘참자... 참자... T값 물어달라고 않으니 참아야 하느니라...’
그런데... 뭔가 답답하다.
살짝 시선을 돌려보니, 전봇대와 전봇대의 여자친구는 가은의 뒤에 바짝 붙어 서 있었다.
‘커억... 독안에 든 쥐다...!’
전봇대는 여자애와 킬킬거리고 수다를 떨며 은근슬쩍 가은에게 몸을 밀착시키고 있었다.
일부러 그러는걸까? 설마...!
다른 여자한테 이렇게 가까이 붙어있는데 여친은 뭐하고 있는거야?
한마디 할까, 말까 망설이는 사이 전동차가 멈췄다.
“저기, 이봐.”
전봇대가 부르는 소리에 가은은 깜짝 놀라 고갤 돌렸다.
전봇대의 얼굴이 닳을정도로 가깝게 있었다.
가은은 그만 전봇대의 얼굴에 대고 푸아~ 하며 참았던 숨을 뱉고 말았다.
전봇대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왜... 왜그러세요?”
가은은 잽싸게 입을 손으로 막고 대답했다.
“가방 열렸어.”
“가... 가방? 내 가방?”
가은이 두리번거리며 가방을 둘러보는 사이, 전봇대는 배로 가은의 엉덩이를 살짝~ 밀었고, 중심을 잃은 가은은 그만 열리는 전동차 밖으로 튕겨져 나가고 말았다.
“뭐, 뭐, 뭐얏!”
가방과 함께 앞으로 고꾸라진 가은이 고갤 돌리자, 이미 전동차는 문이 닫히고 출발하고 있었다.
전봇대는 능글맞은 웃음을 지으며 가은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이 나쁜새끼야! 야! 넌 걸리면 죽었어! 나쁜놈! 또라이 같은놈!”
길길이 날뛰는 가은의 모습이 오히려 즐겁다는 듯, 전봇대는 가은이 보이지 않을때까지 손을 흔들었다.
“뭐야, 너? 방금 무슨짓 한거야?”
“푸하하하하하! 아아... 정말 웃긴다.”
전봇대는 여자친구의 말에는 대꾸도 없이 내내 키득거리고 있었다.
------------------------------------------------3부에서 계속
아오이님, 또 만나게 돼서 너무 기뻐요 ^-^ 진짜 뻘쭘했는데, 오랜 친구를 만나
구제받은 느낌...!
늘 바쁘고 푸른 아오이님- (-_-; 이런 표현은 너무 뻘쭘한가...;;)
따뜻한 아오이님을 보게되서 정말 좋아요~♥ ㅎㅎㅎㅎ
닐니리님, 음화화화... 공주어무이! 공주 잘 크죠? 바다건너 하늘멀리 그 동네는
요즘 어때요? 저 초청 안해주셔요? ㅎㅎㅎㅎㅎㅎㅎㅎ
가서 공주 봐드릴 수 있는데~ ㅋ_ㅋ
아... 이제 수다 떨 수 있다... ㅠ0ㅠ 그동안 수다를 참았더니
입... 아니, 손가락에 곰팡이 피었어요~ 놀아주세요~
요즘 너무 바른생활을 했더니... - . - 저녁 9시가 되면 졸리기 시작한다는...
친구들은 그것도 모르고 여전히 새벽에 전화질을 해댄다는... ㅠㅠ
어떤 녀석은 새벽 2시에, 스타 일대일 콜? << 이따우 말을 하려고 곤히 잠든 날 깨웠다는... 죽여버리까여? - -+
그런데요, 아침에 일어나니 너무 좋아요.
햇볕도 더 많이 받으니까 몸도 살균되고 -,.-;;
여러분~~~
햇빛 많이 쐬셔요~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