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망령 들린 <서울공화국>, 이를 어쩌나! -(하편)

권근일2004.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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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망령 들린 <서울공화국>, 이를 어쩌나! -(하편)


 

헌법재판소는 금번의 '행정수도건설법'에 대한 위헌결정에 앞서 7개월 전에는 '대통령탄핵소추'를 기각시킨바 있다. 그때는 엄격히 '성문(成文)헌법주의'로 나갔기 때문에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했다. 어떤 이해관계로 개인적·내부적으로야 비난을 퍼부었을 수도 있었겠지만 적극적·대대적인 공식적 표출은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문제가 많이 다르다. 성문헌법이 아니라 불문(不文)헌법인 관습(慣習)헌법을 그 판결을 위한 바탕으로 삼았기 때문이고, 법이란 것과 그 판결이 갖는 고질적 맹점을 극명히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관습법(관습헌법 포함)이란 한 사회의 관습에 근거를 두고 성립하는 법으로서 <<국가기관 특히 법원의 관례와 민간의 관습에 의하여 성립하는 법>>인데, 그것의 오용·남용·혼란을 막기 위해서 <<그 사회에 존재하는 관습 중에서 법적 효력을 가진 것>>이라야 하며, <<국가의 법에 의하여 인정되었거나, 어떤 법을 보충하는 의미에서 인정된 경우>>에만 국한하는 것이어야 한다.

 

따라서 <관습헌법 적용>의 필요성이나 그 허용에 관하여 <성문헌법에 명시>되지 않은 상태라면, 그리고 <<오랜 기간 <관습헌법 적용>을 "관습적" "습관적"으로 행사해오지 않아 그것이 상급법조계에서조차 일반화되어있지 않은 생소한 것>>이었다면, 관습헌법의 적용은 <<'적용' 그 자체가 분명한 '위헌'>>인 것이다!

 

법체계자체가 아예 불문법체제인 영국 같은 경우야 예외이겠으나, 몇몇 소수 국가에서 헌법에 명시해놓지 않았으면서도 관습헌법을 도입·적용하는 것은 분명히 그들의 선조의 실책을 바로잡는 용의주도함이 결여된 후손들의 또 하나의 실책의 결과일 뿐으로, 현명한 입·사법부를 보유하고 있는 발전적 국가에서는 당연히 그런 야만적이고 저급한 관례는 따르지 않는 것이다. 불문법인 관습법이 성문법보다 우위에 설 수는 없고 또 서서도 안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혼란을 막고 사회적 컨센서스(consensus)를 얻기 위해서는 관습헌법의 적용에 대한 헌법상의 명시는 필수적인 것임으로, 명시되지 않은 헌법을 갖고있는 국가에서는 그것의 명시를 위한 헌법개정을 필히 단행하여야 할 것이다.

 

결국, 이번 헌재가 도입·적용한 관습법은 <현행 대한민국 헌법을 가지고는 불가능한 위헌판결>을 끌어내기 위한 <마지막 도구>로써 사용되어진 구차하고 무리한 것이었으며, 그 수치스런 10·21 위헌판결은 대한민국의 법치주의를 심각히 훼손해버렸다. 동시에 국민과 그 국민이 만들어 준 입법부의 권위를 무참히 땅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그것은, 국민은 국민투표로써 현재의 대통령을 선택했던 것이고, 그 대통령이란 사람은 선거공약 중 가장 큰 비중을 두고서 "신행정수도건설"을 내세우면서, 가는 곳마다 빠짐없이 그 공약을 분명한 음성, 강한 톤으로, 귀에 이상이 없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분명히 알아듣도록 힘주어 외쳐댔던 것이고, 바로 그 결과가 대통령당선이었기 때문이다. 또 수도이전이 과연 까다로운 문제여서 결코 섣불리 실행해서는 안될 사안이었다면, 아무도 그 공약 내세우는 사람을 대통령으로 선출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이번 사태로, 모든 선거 결과, 특히 대통령선거 결과는 아무도 인정하지 않아도 좋게되었다든지, 혹은 대통령을 선출한 국민의 뜻은 전혀 안중에 둘 필요도 없어진 것이라는 논리가 나와도 반박하기 힘들겠다는 말이 나옴직하다. 거기다 사회 구석구석에서 이제는 <관습우위시대>임을 공공연히 내세우며 헌법이하 모든 법률의 위반에 대한 양심적 가책을 전혀 갖지 않으려는 사람이 속출하지나 않을까 매우 염려스럽다. 어쩌면 헌재는 이제부터 쉴새없이 들어오는 헌법소원으로 바빠질지도 모르겠다.

 

벌써 "수백년 간의 사회관습적 사항으로 존재해왔던 성매매와 성접대를 금지하는 것은 헌재의 법 논리에서 볼 때 분명히 위헌이다"라는 소리까지 들리고 있는 실정을 감안할 때 더욱 그렇다.

 

여기서 우리는 이것을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오늘의 다수 국민은 행정수도이전 그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지금과 같은 상황아래서의 경제문제이외의 어떤 큰 변화도 반대하고싶을 뿐인 것이다. 우리가 주위에서 보고 들어서 알 수 있듯이 "수도나 행정수도의 이전은 영원히 불가능한 것으로 묶어두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런데 이번 판결내용에서 헌재는 어떤 시기 어떤 조건하의 (행정)수도 이전도 불가능하도록 만들고자 의도했던 흔적이 판결문 곳곳에서 역력히 드러나고 있다.

 

아는 사람은 잘 알 듯이, (행정)수도 이전은 건국이래 역대 대통령들이 꼭 한번씩은 진지하게 생각해보았던 항목이었다. 적당한 사회분위기와 시기를 찾다가 그 때를 놓치고만 것으로, 대통령들의 <단골 메뉴> 중 하나였던 것이다. 북한군을 지척에 둔 청와대는 <대통령 목 배기>작전에 전율을 느껴야 했고, 그 얼마 후에는 <서울 불바다>설을 내뱉으며 서슬이 시퍼렇던 북한 정치인도 자극을 주었기 때문에 더욱 그랬을 것이다. 그리고 최근에는 저 멀리 '이라크'란 동네의 어느 무장단체로부터도 바로 그 <불바다>설을 또다시 듣는 형편이 되어있기도 하다.

 

그런데 만약 (행정)수도이전이 실행될 수만 있었다면, 누구나 자신이 그 수도이전이란 대역사의 주인공이 되고싶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것을 감히 정치초년생이 넘보게 내버려두겠느냐는 식의 정치적 공명심·이기심도 크게 작용한 것이 바로 어느 당의 신행정수도법에 대한 헌법소원(위헌심판청구)이었던 것이다.

초기에 다수로 통과시킬 때는 순수한 애국적 정신이 작용했던 것이고, 그 애국정신은 얼마가지 않아 몇배로 더 강하게 솟아오른 당리(黨利)정신에 의해 사멸해버린 것이다. 아마 차기대통령과 관련한 '착각성 자신감'이 커져가고 있었기 때문일지도 모르며, 그래서 차후에 그 역사적 사명에 대하여 자신들이 그 공로자의 위치를 차지하고싶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국민들은 깨어있다. 국민들은, 그들 정치인들이 <단 한 건의 승리>를 위하여 바로 눈앞에서 <자신들의 존재이유인 입법부의 권위가 송두리째 짓밟히는 장면>을 목격하면서도 경쟁에서 이겼다는 승리감으로 통쾌히 박수치는 <유아적 순진성>을 보면서 한심해하고 있음을 알아야 하며,

<상대방을 죽이기 위하여, 자신들의 책임, 권능, 권위를 헌신짝처럼 내버림으로써 자신들도 함께 죽는 방법을 택한>, <자신들이 다수로 통과시킨 법률을 다른 목적이 생기자 태도를 180도 바꿔 스스로 위헌이라 강변하며 헌재에 고자질하는 최후수단을 쓰는 '막가파'성 정치행위를 감행하고도 부끄럼을 모르는 '하루살이 정객'의 명칭을 피할길 없는> 그들을 더 이상 믿지 못하고 있음을 알아야 하며, 그들로부터 등을 돌릴 준비자세를 이미 취하고 있음을 명심하여야할 것이다. 동시에 그 동안 죽어지내던 신·구 약소정당들이 힘차게 기지개를 켜는 장면을 머잖아 목격하게 될 것이다!

 

다른 각도의 얘기를 해보자면, 이번의 위헌판결은 설마 헌법재판관들의 법적 논리력 부족이나 특정 정당의 압력에 영향받은 결과의 산물로 보이지는 않는다. 정계에 갓 등장한 정당이 감히 헌재에 압력을 가할 수 있었을 리가 없는 7개월 전의 탄핵판결내용을 비추어보면 쉽게 추정할 수 있는 일이다.

 

그렇다면, 앞서 생각해본 바와 같은 금번의 관습법 적용의 그 무리하고 구차함은 어디서 나온 것인가? 막대한 예산을 필요로 하는 수도이전을 하필 경제상황이 악화되어있는 시기에 단행하는 일에 기꺼이 찬성할 사람이 많지는 않겠지만, 그런 논리도 아닌, 아예 10년 후에도 30년 후에도 신수도건설이나 수도이전의 단어조차 꺼내지 못하도록 만들어야겠다는 무자비한 의도는 무엇이 영향한 결과인가? 그것은 아마 <서울-이기주의>가 심한 망령에 든 결과일 것이다.

 

혹시라도 현명하던 헌재재판관들이 망령들었다는 것이 아니라, 서울의 특권을 놓치고 싶지 않은 수많은 <서울제일주의자><서울중심주의자>들, 지방에서 살아본 적이 거의 없고, 따라서 지방의 환경이나 지방민의 정서를 고려할 필요성을 거의 느끼지 못하는 그들의 지역이기주의적 욕구가 너무 지나쳐, 대한민국은 오직 서울로 인해 존재하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면서 한때는 <<서울공화국>>이란 고유명사까지 탄생시켰던 바로 그 <서울이기주의 자체>가 망령상태가 되어버려 오직 서울밖에 안중에 없도록 만들어 놓은 것 같다는 얘기다.

 

그리하여 헌재로 하여금 저 <서울수호주의자>들과 보조를 같이해야겠다는 마음을 갖게 만들었고, 또한 그것은 <가족·친지> 등을 포함한 <서울 거주민>으로서 양심의 가책을 절감시켜주기도 하기 때문에 더욱 그쪽으로 적극적이 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란 얘기다. 그것이 바로 이번과 같은 <관습법으로 판단할만한 일반 사안과는 비교가 안 되는 국가중대사>와 관련하여서 입에 올리기조차 부끄러운 저 구차한 <관습헌법의 도입·적용>을 이끌어내고 만 것이 아니었던가 하는 얘기다.

 

어쨌든, 만약 우리 정당들과 우리 국민들이 과연 현명하고, 우리들 앞에 복된 미래가 기다리고 있으며, 우리들이 그 빛나는 미래를 맞을 준비를 하고있는 것이 우리들의 운명이라면, 우리는 앞으로 한번 정도의 개헌은 필수적이기도 하고 또 가능하리라 본다.

 

끝으로, 우리는 각종 이기주의를 줄여나가야 한다. 인간이기에 이기적 특성을 완전제거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기에 줄여나갈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하여, 우리는 서양의 박애주의·인도주의사상과 우리 고유의 홍익인간사상을 유아시기부터 정규과목으로 설정해두고 철저히 교육시켜야 할 것이다.

<<마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