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아르헨티나> 43. 무서운 불개미

무늬만여우공주2004.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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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개미'라는 소설을 난 참 재미있게 읽었다. 거기에 나오는 개미의 습성이라든지 개미의 생활을 난 다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르헨티나 깜뽀(농장) 생활이란 개미와 한 집에서 산다는걸 의미한다.

난 관찰하는 것을 즐기는 성격이라 창고에 있는 모든 종류의 개미를 알고 있었다. 작고 꼬랑지 부분만 빨간 독한 불개미, 몸 전체가 빨갛고 거의 날라다니는 수준으로 빠르게 기어다니는 개미, 온 몸이 까만 보통 개미, 등등 개미는 사람이 나라가 다르듯 종류가 달라서 그렇게 여러 종류가 서로 인사도 안하고 지나다닌다.

같은 종을 만나면 인사도 나누고 부둥켜 안고 뽀뽀도 하는듯이 보였다, 그게 개미의 페로몬이라는 화햑 침을 서로 교환하는거라고 베르나르 베르베르 책에서는 쓰고 있었는데, 암튼 아들도 나를 닮아서 조그만게 관찰하기를 즐겨해서 우리 둘은 하루종일 쥐엄 나무 숲 그늘에서 개미를 잡아다 구경을 하곤했다.

온 몸이 까만 개미들은 우리가 한국에서 자주봐온 개미들인데, 그 개미들은 꿀을 훔쳐먹고 꼬리 부분이 투명해질 정도로 꿀을 담아가지고 무거운 몸을 이끌고 도망을 간다. 대부분의 꿀을 훔쳐먹은 개미들은 일주일 뒤면 그 크기가 두 배 정도로 커지는걸 발견했는데, 걔네들이 꿀먹어서 그렇게 큰 것인지, 아니면 꿀을 더 가져가기 위해서 큰 애들을 파견했는지는 모르겠다.

아르헨티나에서 농장을 하다보면 개미가 가장 무섭다고들 한다.

어떤 개미집은 땅에서 시작된 개미굴이 지상으로도 올라와 둥그런 성이 2-3미터까지 올라간다. 키가 큰 것은 5미터까지도 올라가는데 그게 멀리서 보면 커다란 길다란 바위들이 밭 여기저기 세워져 있는 듯이 보인다.

밭에 그런 개미의 도시가 세워지면 사람들은 밭에 불을 지르고 약을 뿌리곤한다.

아버님과 랑도 벌통에 개미가 침범을 못하게끔 신경을 많이 쓰셨는데, 그래도 꿀을 훔치러 온 개미들과의 전쟁에서 진 벌통은 개미 집으로 변해있을 때도 있단다.

창고 뒤켠에 소초(밀납으로 만든 벌의 집의 기초가 되어주는 판)를 붙이는 나무들을 모아놨는데, 거기에 온통 구멍이 숭숭 뚫린 개미집이 생겼다. 그래서 그런지 창고에 날마다 보이는 개미의 숫자가 많아지고 있었다.

개미는 먼저 공격을 가해오지는 않는데, 사람이 지네들을 어떻게 일일이 살펴보고 걷는단 말인가. 그래서 혹여 밟기라도 하면 같이 길을 가던 동료 개미가 사람 발을 물곤한다. 그래서 아들넘과 난 발 여기저기 개미에 물릴 때가 많았다.

개미에 한 번 물리면 모기에 물린 것의 열 배 정도로 가렵다. 게다가 그 가려움증은 한달이 지나도 수그러들지 않고 나같이 알레르기 체질인 사람은 한군데 물려도 그 물집이 두세군데 생기며 이어진다.

같이 양봉을 하는 '팔라시오스'에 있는 랑과 동갑내기 친구는 개미에게 물린 데가 어찌나 가려운지 그 부분을 쑥뜸으로 지져버린다.

개미 집을 막대기로 살짝 파거나 하면 문지기 개미들이 커다란 머리로 그 구멍을 막아버리는데, 그래도 구멍이 커지면 전투병들이 나와서 그 막대기를 커다란 집게로 잡고 놔주질 않는다. 개미들은 비가 올 걸 한나절 전에 알아서 미리미리 개미집을 막아놓고 비가 들어오지 않도록 막는다.

아침에 일어나서 마당가에 개미들이 집을 만드느라 분주하면 그 날은 날씨가 맑다는걸 뜻했다.

창고에서 밥을 해먹는 환경이 참 열악했다. 드럼통에 올려놓고 어두 컴컴한데서 밥도하고, 국도하고, 나물도 했는데, 항상 주요리가 있어야했다. 힘들게 노동을 하고 오니 항상 고기반찬이 있어야했다. 아르헨티나야 고기가 싸니깐 삼시 세끼 고기 요리가 등장할 수 있다.

닭도리탕을 하는데 까스렌지가 휴대용이라 작기 때문에 뒤적거리다 실수해서 솥이 옆으로 넘어지게 되었다. 얼마간의 국물이 땅바닥에 떨어졌다.

그 일을 새까맣게 잊고 난 다시 그 자리로 저녁을 지으러 갔다가 드럼통 옆에 있는 땅을 밟았다. 땅이 스폰지처럼 푹신하게 들어갔다. 그리고 발이 온통 불난거처럼 따끔거렸다.

"으아~ 따까워"

내 비명 소리를 듣고 랑이 뛰어왔다. 후레쉬를 비추니 내가 밟은게 땅이 아니라 개미더미였다.

난 항상 여름 슬리퍼만 착용하고 있었다. 더운 여름이니 당연히 그렇게 지내는데, 거의 맨발이나 다름없었으니 내 발은 개미 밥이었다.

닭도리탕 국물은 그들에게 훌륭한 먹이였는지 창고 주위 개미들이 몰려와서 커다란 개미산을 이루어 놓은거다. 무릎까지 들어간 개미더미에서 발을 뺏지만, 이미 수십군데 물린 뒤였다. 팔짝팔짝 뛰고, 랑이 놀래서 나한테 달라붙은 개미들을 떼어냈지만, 난 호흡이 가빠졌다. 이 위급한 상황에 알레르기 체질이 발동이 된 것이다.

급히 병원에 가서 주사를 맞고 누웠는데, 온 몸에 가려운 작은 물집들이 생겨나다 그 주사로 인해서 좀 완화되었다. 그렇게 일주일 고생했다. 약먹고 주사맞으며...

그 때부터 개미는 내 친구이며 이웃이 아니라 적이되었다.

창고에 개미가 한 마리도 들어오는게 싫었다. 너무 징그러웠다. 아버님과 랑은 쉬는 시간 짬짬이 창고 주위 개미 퇴치에 나섰다. 창고 뒤켠에 있던 개미집에 석유를 뿌리고 불을 질렀다. 그랬더니 개미들이 하얀 알을 물고 다 도망가기에 바빴다. 거의 모든 개미들이 죽었지만 땅 속 깊 숙이에 있던 알이며 개미들은 무사할 것이다.

창고 주위에 있는 개미굴에 커다란 주전자에 물을 담아가지고 가서 다섯 번쯤 이어서 물을 부으면 한 시간 쯤 지난 후에 다른 굴과 이어졌는지 한 십미터 떨어진 다른 굴에서 물이 퐁퐁 솟았다. 그렇게 개미들과 난 서로 괴롭히기 시작했다.

설겆이를 하다보면 거기 작은 도랑에 개미들이 그 도랑을 건너려고 생 난리를 쳐대는게 보인다. 김치통을 씻으려고 김치 국물을 그 도랑에 버렸는데, 아니~ 개미들이 그 김칫국물에 닿으니까 꼼짝도 못했다. 그리고 그걸 지켜본 개미들은 도망가기 바빴다.

'아뉘~ 김칫국물이 이케 쎈거구나'

하얀 가루약도 소용없더니 제대로 된 약을 발견한거다.

그 뒤론 김치를 다 먹으면 김칫국물을 남겨 뒀다가 물로 희석해서 개미굴에 부어버렸다. 그랬더니 창고 주위에 개미들이 뜸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