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와 출산 얘기 이제 정리하자

S.O.L2006.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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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일단 남자다. 그리고, 강원도 화천의 산골짜기에서 군생활을 2년2개월간 하고 병장으로 만기전역 했다. 그 점 부터 밝히고 시작하겠다.

 

이 곳에 보면 거의 매일 군 가산점이나 여성부의 한탄스러움에 대한 얘기가 주로 올라오는 거 같다. 그래서 나름대로 내 생각을 얘기해 보고 싶다.

 

일단, 예전에 위헌 결정 받은 군제대자가산점제는 위헌이 맞다. 남자들 흥분하지 말자. 군 가산점 제는 당시 기준으로 보아 공무원 시험에서 만점 가까운 점수를 받고도 떨어지게 되는 군미필자들(주로 여성과 장애인)을 양산해왔다. 뿐만아니라, 군대 갔다온 사람들이 모두 공무원 시험을 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왜 혜택은 공무원 시험을 치는 사람만 받느냐는 것이다. 공무원(혹은 공무원이 될사람)만이 대한민국 국민은 아니다. 절대로.

 

그러나, 군제대자 가산점제가 위헌이라고 해서 군제대자에게 아무런 보상이 없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당연히 희생에는 보상이 필요하다. 인생의 황금기인 20대 초중반의 2년, 20대를 지난 사람들은 알 것이다. 20대 초중반의 1년은 3,40대의 5년이상의 값어치를 한다는 것을... 그 시기에 무엇을 경험하고 무엇을 생각하였는가에 의해 이후의 인생은 결정된다는 것을! 그 소중한 2년을 몸 멀쩡한 남자라는 이유만으로 거의 쓸모 없게 허비하게 된다. 당연히 보상은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 이 곳에서 논의되고 있는 내용은 거의 대부분 불합리한 군제대자 가산점 제도의 폐지에 대한 불만 뿐이었다. 이제 우리 좀더 생산적인 내용으로 얘기하자. 일단 내 생각부터 얘기해보면, 군제대자에 대한 보상으로 제대후 3년에서 4년정도까지 대학 또는 대학원의 등록금을 국가에서 전액 또는 부분 지원해주는 것이다. 그리고 대학 교육이 필요 없거나, 못받는 자들을 위해서 역시 제대 후 3, 4년 정도까지 직업교육과 직업알선을 국가에서 무상으로 지원해주는 것이다. 이런 정도의 보상이면 군대에 갈 수 없거나 안간 사람들도 불만을 갖을 이유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모든 제대자들이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여자도 군대가라'라는 말을 많이 듣게 된다. 일면 타당하다고 할 수도 있다고 할까? 우리들의 증고조 할아버지들이 조선군에서 병역의 의무를 이행할 때, 우리들의 증고조 할머니들은 군복으로 쓰일 옷감을 짯다. 2000년전 로마에서는 아직 아들을 낳지 못한 여자들은 거액의 병역세를 물어야 했다. 그리고, 현대에서도 대만, 이스라엘 등 병역의 의무가 존재하는 나라에서는 여자들도 병역의 의무를 어떤 식으로든 이행한다(대만의 경우 병역세, 이스라엘의 경우 직접 군에 입대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우리 군필자들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 군생활, 행복했냐? 딴 사람은 몰라도 나는 절대 아니다. 그리고 내 주변에서도 군생활이 좋았거나 행복했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 없다. 나에게 힘들고, 더럽고, 하기 싫은 일을 남한테 강요하는 건 비윤리적이다. 군생활... 그 말로 다할 수 없는 아픔을 여자들에게도 경험하게 하고 싶은가? 적어도 나는 아니다. 우리, 아무리 억울해도 그러진 말자.

 

또한 "너네가 군대가면 우리는 출산을 하잖아"라고 하는 말도 매우 자주 듣게 된다. 이건 누구에서 시작된 말인지 모르겠는데, 이런 얘기만 들으면 답답하다. 눈물이 나올 정도다. 군대가서 하는 일이 무엇인가? 아무렇지 않게 사람을 죽이는 법, 어떻게 하면 대량으로 죽일 수 있을까 하는 일이 주가 된다(물론 대한민국 육군은 삽질이 주가 되겠지만). 출산은 군대가는 것과 비교할 수 없이 성스러운 일이다. 군입대가 대한민국내에서의 행사라고 하면 출산은 전 인류적인 행사라는 것이다. 군 생활은 인간성의 상실과 고통으로 가득차지만, 출산의 과정에는 사랑과 행복이 충만한 경우가 대다수다. 우리 어머니는 말씀하신다. "여자의 인생에서 최고의 전성기는 임신에서 출산 직후까지 특히 첫째 아이"

군바리는 천대 받지만, 임산부는 당연하게 사회적으로 보호받고 관심받는다.

나는 "군생활의 고통만큼 우리도 출산의 고통을 받고 있다"라는 말을 하는 여자들을 볼때마다, 그 여자가 너무나 불쌍해 보인다. 물론 출산의 고통이 이루 말할 수 없다는 것은 잘알고 있다. 하지만, 애를 낳아보면 안다. 그 고통 후의 결과는 어떠한 고통을 감내했더라도 축복이고 행복인 것을. 그 고통은 고통이 아니다.

우리, 어머니에게 물어보자 "엄마, 나를 낳고 키우는게 고통이었어요?" 여기에 "응, 난 정말 널 낳고 키우는게 인생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기억이야"라고 말할 분이 얼마나 될까?

그래서 나는 "너네가 군대가면 우리는 출산을 하잖아"라고 말하는 여자들을 보면 가슴이 아프다. 혹시, 그들의 어머니는 "난 널 낳고 키우는게 인생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기억이야"라고 그들에게 가르친게 아닐까해서 측은하다.

 

쓰다보니 길어졌는데, 말하자면 너무나 많은 얘기들이 나올 수도 있을 것 같다. 여기까지 읽어주신 분이 계신다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