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아르헨티나> 45. 아이 열 한 명 낳기

무늬만여우공주2004.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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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통을 여기저기 좋은 꿀이 나오는 곳에 잘 두어야 양봉업은 꿀이 잘 들어오나 못들어오나의 차이가 대단하다. 그리고 그 주위에 어떤 밭이 있는가도 잘 보고 두어야한다.

주위에 작물을 심는 밭이 있으면 농약을 많이 쳐서 벌이 꿀을 가져오는게 아니라 농약에 몰살당하니 그런 곳은 피해서 둬야했다. 자연히 소키우는 농장이나 그 소먹이를 주로 키우는 알파파 밭 근처에 몰아서 벌통을 갖다두었다.
그리고 알파파 꽃에서 나오는 꿀이 품질이 좋은 꿀이 나왔다. 사실 알파파 꿀이라든가, 아카시아꿀, 유채꽃 꿀 등등 모두 그 성분이 이거저거 섞인 꿀이다. 단지 그 주로 가져온 꽃의 성분으로 그 꿀의 대표 성분이 될 뿐이다.

벌은 그냥 그 근처에 있는 꽃에서 꿀을 채취해서 모아오는 것이다. 벌이 이 꽃 꿀은 여기 저 꽃 꿀은 저기, 이렇게 나뉘어서 저장하는게 아니고 마구 그냥 모아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꿀은 최고 품종이, 순하고 부드러우며, 맑고 향이 좋아야한다. 그렇게 따지면 한국의 아카시아꿀이 최상급이라고 아버님이 말씀해주셨다.

알파파꿀은 아주 좋은 품종의 꿀이었다. 너무 순해서 음식에 넣어도 음식의 맛을 변화시키지 않을정도였다.

그렇게 벌통을 농장에 갖다 두려면 밭의 주인과 꿀이 나오면 얼마간의 꿀을 준다던가, 아님 돈을 얼마 준다던가 하는 계약을 해야했다.

농장을 잘못 골라 갖다놓으면 우리에게 연락도 안하고 작물을 심는다던가 해서 벌이 몰살당하는 적도 있었고, 일꾼중에 나쁜 맘먹고 벌통을 훔쳐 달아나는 일도 종종 있었다.

대부분 농장주들이 자기 일꾼들을 시켜서 정보를 알아내서 우리에게 누가 어디쯤에 우리 벌통을 숨겨 놓는지 일러주곤했다. 그렇게 도둑을 잡아 경찰에 잡아넣게해도 하루면 방면되니 잡아넣으나마나였지만말이다.
경찰이나 잡혀간 도둑이나 어릴 때부터 같이 자란 친구니 그저 등이나 때리며 이제 그러지말라고 하며 충고 몇마디와 우리에게 위로 몇 마디 던지는게 시골 경찰이다.

그러다보니 자연 농장의 주인들과 유대관계가 형성이 되어갔다. 그래서 쎄레스 지방의 농장주들과 친하게 지내게 되었고, 그 주인들이 농장에서 살다가 쎄레스 시내에 외식을 하러 오는 날이면 같이 어울려 밥을 먹거나, 맥주를 마시는 자리에 합류해서 대화를 나누거나 했다.

그들 대부분 아주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농장들이고, 어릴 때부터 농장일이 몸에 밴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원래 돈 많은 집 자손들이어서 도시에서 대학까지 마치고 온 사람들이 많았다. 그래서 부인들은 도시에서 데리고 오거나 옆 동네 사람하고 결혼해서 살던가 했다. 이들은 상당히 교양있고, 예의 범절이 잘 되어 있는 집안이 많았다. 그들은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사는 도시인들을 상것으로 분류하며 자신들이 비록 시골에 살지만 대단한 자부심을 갖고 사는 이들이었다.

우리가 아는 농장주 중에 아이가 열 한 명인 집이 있다.

이들 부부는 남편 아내가 모두 40살인 동갑나기 부부인데 아이가 열 한 명이나 되었다. 큰 애는 20살이었고 막내는 4살이었다. 두 번의 쌍둥이를 출산하고 거의 연년생으로 아이를 낳았다.

이 집에 가정부하나, 일꾼하나, 요리사 하나, 그리고 아이 열하나의 부부 이렇게 열여섯 명이 살았다.

큰 애 하나만 도시로 유학을 갔지만 방학엔 어김없이 내려와서 농장일을 해야했다. 아이들은 저마다 자기가 맡은 일이 있었다. 그래서 아침 나절에 아버님과 랑이 그 농장을 찾아가면 자기 볼 일로 정신이 하나도 없댄다.
완전 자급자족이란다. 하다못해 작은 4살짜리 딸아이도 일을 해야했는데, 그 아이의 일은 꽃에 물을 주고, 닭과 토끼의 먹이를 갖다주어야 하는 일이랜다. 그리고 자기가 맡은 일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알기에 꾀를 부리는 아이들도 없다고 한다.

일단 자기가 일을 안하면 닭과 토끼가 배고파서 죽는다든가 하는걸 가르쳤기에 꼭 해야하는 일로 알고 열심히 자기 맡은 일을 빠짐없이 해낸다고 한다. 그리고 일을 해야지 밥을 먹을 수 있다고 가르치기도 한다.

때때로 4살짜리 막내는 말을 타고 다니기도 해서 아버님의 감탄을 듣기도 했는데, 그 아이들 엄마는 40살 나이임에도 처녀같은 몸매와 아름다움을 유지하고 있었다. 단지 이 나라 아이들이 햇빛을 너무 좋아해서 얼굴과 몸에 잔뜩 주끈깨로 덮였다는게 흠이라면 흠이었다.

남미의 유럽이라고 자부하고 사는 아르헨티나인들.

유럽은 햇빛이 항상 부족한 대륙이다. 그래서 햇빛 쪼이기를 즐기는데, 남미는 햇빛이 오히려 너무 강한 대륙이라 되도록 햇빛을 피해야 함에도 아르헨티나 인들은 햇빛쪼이기를 너무 즐겨 나이 서른 넘으면 피부가 쪼글쪼글 할머니처럼 되기 일쑤였다.
사실 내가 한국인 가운데서 그리 감탄스러울 정도의 피부는 아닌데두 그들은 내 팔뚝 피부를 만지며 아기 피부같다고 감탄을 자아냈더랬다

수영장 딸린 넓은 집에서 아이들과 남편은 일하고 엄마는 수영복을 입고 유유히 수영하며 쉬는 집이 그 집이었다. 나름대로 관리하며 일은 하겠지만, 내가 보기엔 한 마디로 여왕처럼 살고 있었다. 그런데 왜 여왕벌이 떠오를까? ㅋㅋ

그들의 아빠인 농장주는 생김이 크라크 케이블같이 생겼다.
중년의 여유스럼이 배어나오면서도 아주 매력있게 생겼는데, 토요일에 주로 외식자리에 올 때 입는 옷은 가죽으로 온 몸을 멋드러지게 꾸미고 왔다.
바지와 어깨 부분엔 언제나 덧댄 얇은 가죽이 국수가락처럼 가늘게 찢어진게 찰랑거렸는데, 서부의 사나이처럼 가죽 부츠엔 박차도 달고 다녔다.

그들의 매뉴는 엄마가 정한다는데, 아이들이 뭐 먹고싶다고 말할 권리는 없고, 단지 의견만 내놓을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일단 정해진 메뉴는 요리사가 했는데, 끼니 때마다 열 여섯 명 분량의 음식을 해대야 했으니 대단한 살림살이가 아닐 수 없다. 게다가 그들의 주식이 고기가 아닌가말이다.

그 농장주는 자기네 집에서 소비하는 고기는 일주일에 딱 소 한 마리라고 고백했다. 그래서 자기네는 절대로 도시로 이사가면 안된다고 한다. 그 고기값을 어떻게 충당하냐고 되물었다. 그 말이 맞는듯싶다. 한창 자라는 아이들 열 한명을 어떻게 먹여 살리겠는가.

그래도 그들은 참 멋지고 여유있었으며 행복해보였다. 서로 사이좋게 자라는 아이들, 서로 도우며 사는 가족이 이뻐보였다. 랑은 그들을 보며 우리도 아이를 열 명은 낳아야 하지 않겠냐고 했다.
켁. ㅡ.ㅡ;;

아버님도 그들을 보며 자식 많이 낳은걸 늘 부러워 하셨다. 그러면서 나보고 아들을 많이 낳으라고 하셨다.
흐미....딸은 싫으신가부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