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 (1부 1막 : 묘령(昴靈)의 추억 #09)

J.B.G2004.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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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위국의 옛 황도 천양성의 밤.

묘령은 성벽에 올라 안정되어 가고 있는 전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러한 묘령을 부장 요서위가 찾았다.

 

“장군께서는 항상 승전하시는데… 어찌 한결같이 안색이 어두우신 겁니까?”

“…내가 사지로 보낸 자들을 생각하고 있었소.”

“역시… 너무 마음이 여리시군요.”

“…”

 

요서위는 생각했다.

 

‘시대를 영웅이 되기에는 아직인가…?’

 

깊은 상념에 잠긴 요서위는 마음이 무거웠다.

 

봉의 황도 천산.

18세에 전장에 이름을 알린 묘령은 황제에게 21세에 대장군의 칭호를 얻었다. 승천 축하와 함께 황제의 칙령이 낭독 되었다.

 

“…장군 묘령을 대장군의 위에 봉한다. …”

 

칙령의 낭독은 계속 되었다. 그러나 묘령에게는 그뿐이었다. 지금 그녀에게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고 있었다.

 

천강의 지류인 영림강(盈林江)이 밀림지대인 패림(沛林)으로 흐르는 입구… 그곳에서 지금 묘령은 홀로 술병을 들이키고 있었다.

 

‘스승님… 전 어찌하면 좋습니까…?’

 

묘령은 갑자기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흑… 흑… 흑…”

 

천강의 지류인 영림강의 패림은 그녀와 그녀의 어머니 호령의 스승인 장수 이성강이 참수되어 묘도 없이 버려진 곳 이었다. 영림강은 하류인 패림(沛林)으로 흐르고 있었는데, 그곳은 우거진 밀림과 늪 지대, 그리고 위험한 금수와 생물들이 범람했으며, 안개와 비가 1년 내내 끊이지 않는 일반인의 출입이 거의 불가능한 지대였다. 유일하게 이곳에 거주하는 인간들은 천년 전부터 이곳에 조상 대대로 살고 있다고 전해지는 몇몇 부족 뿐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외부와는 거의 격리 된 채 스스로의 방식대로 살아가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곳 영림강이 가로지르는 밀림지대 패림은 말 그대로 제국의 귀향지라고 해야 할만 했다. 그리고 그곳은 묘령의 스승인 이성강(李星江)이 참수되어 유배 된 곳이기도 했다.

 

“스승님!”

 

그렇게 취해서 한참을 흐느껴 울고 있는 묘령 앞에 그녀의 어머니인 호령이 나타났다.

 

“이 어미에게도 한잔 주겠느냐?”

 

그 갑작스러운 만남에 묘령은 다소 놀랐지만… 술병을 어머니에게 건네 주었다. 그리고 호령은 아무 말 없이 술병을 받아 들이켰다. 그리고 한참 동안 두 모녀는 흐르는 강을 바라볼 뿐 아무 말이 없었다.

 

“물이 참 맑구나…”

“하류는 더 맑겠죠?”

“아미도…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니까…”

“…”

“…무엇이 그리 너를 슬프게 하는 것이냐”

“…”

“이제 어미하고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기로 한 것이냐?”

 

긴 침묵 끝에 결국 묘령이 입을 열었다.

 

“…죽은 자들을 생각했어요.”

“우리는 전쟁 중이다. 그런 것을 일일이 슬퍼 하다간…”

“그런 게 아니에요. 이번에는 달라요. 지금까지와…”

“무엇이 말이냐?”

“어머니와 다투고… 이번 전쟁에 나갈 때… 제 한계를 시험해 보려 했어요. 제 한계를…”

“그래서 그런 무모한 전략을 생각한 것이었구나…”

“네…”

 

또 다시 긴 침묵 후에 묘령이 말했다.

 

“저를 따르는 구백의 군사를… 죽을 것을 알면서 사지로 보냈어요… 죽으라고…”

“…”

“그리고 명했어요. 그들에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낙오자가 단 한 명도 없어야 한다고… 그것은 무고한 백성을 죽여서라도 그 머리 수를 채우라고 명한 거에요. 비록 적국의 백성이지만… 다 같은 한 뿌리인데 아무 죄 없는 그들을… 결국, 자신의 병사를 사지로 보내면서 씻을 수 없는 죄를 짓게 명한 거에요.”

“…”

 

자신의 죄를 고변하는 묘령의 목소리를 어느새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리고, 오직 전쟁에 승리하기 위해… 아군조차 속이기 위해서 저희를 검문하는 아군 병사를 주살했고요.”

“…”

“이 모든 일이 제가 제 자신의 한계를 시험한 거에요. 그러나.. 도저히 극복할 수가 없어요. 도저히…”

 

긴 침묵이 또 다시 흘렀고, 묘령의 흐느낌과 떨림은 마치 경기라도 일으키듯 점점 더 거세지고 있었다.

 

“떨고 있구나… 아가…”

“어머니…”

 

묘령은 어머니의 품에 안겨 통곡하기 시작했다.

 

“전… 전 못하겠어요. 이런 짓… 다시는… 더 이상은…”

 

호령은 너무나 마음이 여린 이 어린 영웅이 너무나 애처로웠다.

 

“…”

 

그녀는 생각했다.

 

‘이 아이가 자신이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서는 어떤 계기기 필요하겠구나… 그것이 비록 누군가에게 떠밀리는 것이라 하더라도…’

 

이듬해.

묘령은 다시 전장으로 떠나가야 했다. 황제의 명을 받아... 묘령은 천도한 현국의 황제를 잡기 위해 현국의 천도한 새로운 황도 정진(淨眞)을 치기 위해 수군의 집결 지 무해진으로 향했다. 때는 제국력(帝國曆) 1316년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