醜面游龍 (119)

솔아2004.11.08
조회577

  산 속이라서 인가 하루가 다르게 날씨가 추워지고 있다. 아침의 공기는 숨쉴 때 한자이상의 입김이 서리고 밀려오는 칼바람에 저절로 옷깃이 여미어질 지경인데  쉴 틈 없이 밀어 붙였다고는 하나 아직까지 형태를 갖추지 못한 건물이 태반이어서 겨울이 오기 전에 골격을 갖추기 위해서는 더 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절실했던 것이다. 또한 유혼교의 발호가 예상되고 있어 이에 대비하여야하는 문제도 심각한 것이었는데......

기다리던 사람들은 오지 않고 유혼교의 움직임이 이제는 아미산 중턱까지 뻗치기 시작하여 아무래도 조만간 그들의 재침이 있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들자 효연은 부득이 어려운 결정을 내리게 되었다. 전력이 될 수 있는 인원을 제외하고는 전부 아미산에서 내려가도록 그래야만 쓸데없는 인명피해를 줄이게 될 것이고 또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인원을 줄여 집중력을 갖고 싸울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하였기 때문이었다.

효연은 사제가 정말 강호에 나설 것인가에 대하여 많은 생각을 하였고 그 대안에 골몰하였으나 지금처럼 명문정파를 자처하는 각 문파의 협력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천무장 단독적으로 대항하기에는 그 힘의 차이가 극명하게 보일 것 이라는 판단이 되므로 최대한의 시간을 벌어야 대비책을 강구할 수 있기에.......이곳 아미를 중수하며 그들의 주의를 묶어두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이다. 기다리고만 있을 수 없는 효연은 움직이기로 결심하였다. 그리하여 아미를 사수할 것이 아니라 위험이 감지되면 즉시 아미에서 빠져나와 천무장으로 귀환하라는 명을 영충에게 전하고 자신은 금비와 함께 이곳저곳으로 직접 움직여 보려하였다.

효연이 금비에 올라 제일 먼저 찾은 곳이 숭산 이었다. 소림의 원종대사를 만나서 우선 협의를 하고 화산의 우진자에게 가는 것이 순서라고 생각을 하여 숭산에 도착을 하여보니 숭산의 산정에는 벌써 하얀 눈이 쌓여있고 소림사 중수를 위한 사람들도 필요인원을 제외하고는 전부 하산하여 스님들이 직접 거들고 있었다.

“아미타불.....미처 알지 못했습니다. 어서오시지요.”

“제가 미처 연락도 드리지 못하고 찾았습니다.”

“주대협의 도움으로 이제 어느 정도 모습을 갖추어가고 있습니다.”

“별 말씀을.....”

“소림이 주대협에게 너무 많은 신세를 지고 있어 송구합니다.”

“그런 말씀하지 마십시오. 사해가 동도이고 불력으로 평안을 강구하자는 것인데....”

“아미타불...... 주대협의 도량에는 그저 감복할 따름입니다.”

“장문인, 이번에 제가 여기에 온 것은 다름이 아니오라 이번 불사에 각파의 인원들에 협조를 구하였으나 모든 문파에서 협조를 안 하고 있어 그 원인을 알아보고자 함입니다.”

“음..... 그런 일이 있었습니까?”

“사제가 아미산을 다시 노리고 있는 것으로 판단되는데 우리 천무장의 힘으로는 감당할 수 없다는 판단이 되어 협조를 요청하였으나 아무런 소식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직접 나서서 그들의 협조를 구해보려 나선 것입니다.”

“흠..... 그럴 리가......? 무슨 곡절이 있을 것이겠지요.”

“저도 그리 생각합니다. 우선 소림과 아미, 그리고 개방의 복원이 제일 급선무라 생각하여 다른 일에는 생각할 겨를이 없었는데.....”

“그럼 제가 다시 한번 통문을 돌려보겠습니다.”

“그래주시면 좀 더 수월할지 모르지요.”

“제가 무당장문 우진자를 이리로 초청해 보겠습니다.”

“그럼 그때에 맞추어 제가 이리 오도록 하겠습니다.”

“그러시지요. 약속이 되면 열흘 쯤 전에 기별을 하겠습니다.”

“좀 서둘러 회합이 되도록 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우리 청룡단이 지금 아미에 있긴 하지만 위험한 상황이 되면 즉시 철수하라고 하였습니다. 이제 아미뿐 아니라 전 강호가 휩쓸리게 될 것으로 생각되니 걱정이 앞서는군요...”

“아미타불......”

“그럼 저는 아미에 가서 상황을 살피며 기다리겠습니다.”

“너무 노고가 크시니..... 그저 건강하시기를 기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럼 이만......”

효연은 지나는 길에 진천장에 내렸다. 진천장에선 나노사가 동분서주 정신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어서오게나.”

“노사님 그간 안녕하셨지요?”

“안녕하지 못하네. 늙은이를 이렇게 힘들게 해도 괜찮은 것인가?”

“하하하..... 누가 노사님을 늙은이라고 해요?”

“그럼 내가 젊은이로 보이나?”

“그럼요, 아직 펄펄 날 것 같은 장년으로 밖에는 안 보이는데요.”

“그래 이곳에는 무슨 바람이 불어 왔나?”

“숭산에 다녀오는 길에 잠시 들렀습니다.”

“그래? 어디 잘 되어가던가? 날이 추워서 일을 못 할텐데....”

“지금 스님들이 전부 달려들어 일을 하고 있지만 아직 멀었더군요. 그나저나 아미 쪽으로 사제가 움직이려는 기미가 보여 걱정입니다.”

“사제가?”

“예. 사제의 후예로 보이는 자들이 있어 몇 차례 겨루어 본 결과 확실하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음..... 정말 사제가 모두 강호에 나선다는 말인가?”

“저도 그 문제로 많은 생각을 해 보았지만 실제 그들이 나선다면 현재로는 대책이 없습니다.”

“으음........”

“이번에 다행히 자부선인이라는 분을 뵙게 되었는데 그분이 도와주시면 어렵지 않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런대......?”

“자부선인의 행적에 대하여 아는 사람도 없고 또 워낙 선인의 경지에 계신 분이라 인간사에 무심하신 것 같아.....”

“그런 분이 강호에 있는 것을 어찌 사람들이 몰랐을까?”

“자부선인이 장백에 계신다는 말을 들어 한번 찾아뵙겠다고 했었는데......”

“장백이라면 동이의 성산이 아닌가?”

“그렇다고 들었습니다.”

“그 멀고 험한 곳에서 예까지 어찌 올 수 있다는 말인가?”

“어쨌거나 기회가 되면 직접 찾아뵙고 도움을 청해 보아야겠습니다.”

“흠.... 그렇게 된다면....”

“아! 그리고 이것을 보시고 장원의 제자들 전부에게 수련할 수 있도록 지도해 주십시오.”

효연은 자신이 틈틈이 기록한 책자를 건네었다. 그 내용은 각 대문파의 비전절예를 응용하고 자신의 무예 중 응용하기 쉬운 초식을 알기 쉽게 풀어 놓은 것으로 무공을 배우는 사람의 입장에서 본다면 너무나 귀중한 내용이었다. 내경편과 외경편으로 나누어 기술되어 있었다. 잠시 훑어본 나노사는 눈이 화등잔처럼 커졌다. “이...이것을....전부에게 가르치란 말인가?”

“그렇습니다. 배울 수 있는 한도에서 전부 가르쳐 주십시오.”

“이...이것은.... 너무 지나친 내용..... 함부로 가르쳐 줄 수 없는 것인데......”

“아닙니다. 우리 무림의 힘이 약해진 것이 자신의 절예를 널리 알리지 않아서 입니다. 이제라도 모두들 익히게 하여 힘을 길러야 마도의 무리와 싸울 힘을 갖게 될 수 있습니다.”

“그렇긴 하지만.....”

“우리 장원의 사람은 모두 스스로 제 한 몸 정도는 지킬 수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 역시 연아 네 생각이 옳은 것 같구나. 내가 잠시 속 좁은 생각을 했어. 내 열심히 가르칠 테니까 염려 말게나.”

“감사합니다. 노사님만 믿겠습니다.” 나노사는 이러한 효연의 생각이 자랑스럽기까지 했다. 자신도 지금까지 자신만의 절예라 생각했던 부분에 대하여는 아무에게나 가르치지 않았지 않은가?

그런데 효연은 아낌없이 타인들에게 가르치려 하고 있으니.....

효연은 남은 시간동안 천무장으로 가 쉬면서 천부무서를 더 익혀야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효연이 천무장에 돌아오자 천무장은 활기를 띠며  웃음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아무리 무림사에 관여하여 바쁘다 했지만 집을 한두 달씩 비우는 일이 계속되자 내당과 별채의 웃음소리가 없어졌었는데 효연이 돌아오니...... 효연은 이런 사실에 대하여 정말 미안한 감정을 갖게 되었고 언제고 무림에 평화가 정착되면 무림을 떠나야겠다는 생각을 굳히게 되었다.

유빈이가 제법 잘 걷게 되니 벼리는 더 바쁘게 되었다. 벼리는 유빈이에게서 잠시도 눈을 떼지 않을 정도로 잘 돌보아주어 이제는 엄마보다 오히려 벼리를 더 따라다니는 상황이 되었다. 그런 벼리를 바라보는 효연의 눈빛은 자기 찬 자식을 바라보는 따스함이 있었다. 영충의 아내 추정은 한집안에 아이가 많으면 어려운 일이 있을 수 있다고 주장을 하며 장원 밖에 새로이 집을 장만하여 별도의 살림을 하고 있었다. 영충이 아직 아미에서 돌아오지 않고 있으니..... 효연은 유선에게 잘 좀 돌보아주어야겠다고 당부를 하였다.

능풍 역시 영충의 집 부근에 따로 집을 장만하여 삼령이 전부 그곳에서 생활하도록 하니 능풍의 집에는 하루에도 몇 번씩 손님을 치루어야 했다. 아무래도 은령과 옥령이 원인인 듯 하다.

청청은 배가 부른 와중에도 자신의 솜씨를 다한 두툼한 옷을 만들어 효연에게 입혀주는데 정말 따듯하고 감촉이 좋아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내가 이렇듯 무심하게 다니는데...... 이런 것만 생각하다니...’

효연은 자신의 아내인 유선과 청청 그리고 후란에 대하여 더 많은 사랑을 주어야 한다는 의무감이 자신을 지배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것만이 자신의 아내에 대한 도리가 아닐까? 이모님은 이제 완전히 관록이 붙었는지 재산관리 하는 사람들을 다루는 게 여유 있어 보인다. 효연은 살림에 대하여 거의 걱정을 할 게 없었다.

날이 쌀쌀해지자 방마다 화로에 불을 지피고 여럿이 모여 있는 시간이 길어지기 시작하였다.

효연은 벼리에게 혹독한 수련을 시키기 시작하였다. 자신의 어린 시절을 돌아보면 지금의 벼리보다는 더 고생하면서 수련했는데 이 정도는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주변에서 보기에는 효연이 벼리를 너무 심하게 가르친다는 비난을 감수해야만 했으니..... 벼리는 유선과 청청 그리고 후란 모두의 아들이라 할 만큼 행동을 한다. 붙임성이 있고 잘 따르고 자기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미리미리 챙기니......

모처럼 유선의 부름이 있어 효연이 유선의 방으로 가고 있다. 요즘 들어 모두가 효연을 밖으로 내몰고 있는데 유선이 불러주니..... 금비가 어디선가 큰 사슴을 한 마리 물어와 주방에서는 사슴요리를 하느라 분주한 것 같았다.

유선의 방에 들어갔으나 유빈이도 유선도 없었다. ‘음.... 사람을 오라해 놓고 어디 간 거야?’ 잠시 탁자에 앉아서 차를 따라 마시며 기다렸다. 차를 다 마셨는데도 유선이 안 오고 있어 나가서 찾아보려는데 발소리가 들렸다.

“어디에서 오는데 이렇게 기다리게 해?”

“어, 오래 기다렸어요?”

“아니, 그냥 차 한잔 마시고 있었으니까 별로.....”

“아, 이거 한번 드시고 맛을 좀 봐주십사 해서요.”

“이게 무언가?”

“설련자죽 이거든요. 두 사람에게 먹이려는데 맛이 어떨지 몰라서....”

“흠.... 귀한 설련자로 죽을 끓였단 말이오?”

“아무리 귀해도 두 사람보다 더 귀할까?”

“음.... 신의님께서 아시면 뭐라 하시지 않을까?”

“걱정도 팔자네요. 신의님이 설련자를 주셨는데 무슨 걱정 이예요?”

“그래? 왜 두 사람이 어디 안 좋은가? 어쩐지 요즘 내가가면 막 쫒아 내기만하고.....”

“어휴..... 답답하네요. 언니하고 공주님 배 좀 보세요. 어디가까이 오라하게 생겼어요?”

“흠.... 그렇긴 하지....”하며 설련자죽을 몇 숟가락 떠먹어 보았다. “음... 맛있네.”

“정말 맛있어요?”

“그럼 이 귀한 설련자로 선매가 끓였으니 더 이상 말해뭐할까?”

“호호호...고마워요. 그렇게 말하니 얼른 가져다주고 올께요. 잠시 기다려요.”

“알았어.”

 

독자분들 모두가 주말을 잘 보내셨는지 궁금합니다.

한주 한주가 소중하지만 이번주에는 많은 일이 기다리고있으니.....

활기차게 하루하루를 보내야 겠습니다. 건투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