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훈네가 중국에서 사는 이야기-향수병

중국아줌마2004.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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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병

 

1년 동안 한국에 2번이나 갔다 온 사람이 무슨 향수병 이냐구?

어쩌면 향수병이 아닐는지 모른다.

겨울이 오는 소리에 민감해 진건지도…

며칠전 아들네미가 점심을 먹고 난 후(여기 학교는 점심시간에 집에 온다.

기숙사 생활하는 아이들이야 그냥 학교에 남아 있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집에 오거나 밖에 나와서 해결한다.) 잠시 내 무릎에 머리를 얹는다.

머리 큰 놈이 내 무릎 베게를 한 모양이 우스웠지만 잠깐만 있자고 하니…

 

“야! 엄마, 중국어 테이프 들어야 해. 어서 일어나!”

“엄마! 3분만…. 외로워서 그래…”

“외로워? 뭐가…. 중국 친구들 있잖아. 없으면 찾아서 마음에 맞는

친구를 사귀어야지. 여자친구말고 남자 친구 말이야.”

“아무리 찾아 봐도 없어… 그래서 심심하고 외로와.”

“그래..엄마도 외롭다. 밖에 나가도 말 통하는 사람 없고 집에 있어도

일하는 아줌마 역시 중국 사람이니…”

“엄마는 컴으로 채팅 하면 되잖아…”

“모르는 사람끼리 무슨 할말이 있다고 채팅을 하냐?

그래도 마주보면서 이야기도 하고 수다를 떨어야 하지..

기계 앞에서 자판 두드리며 무슨 이야기를 하냐?”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는 남편 생각하면 사치라고 생각할 지 모르지만

아들네미와 나는 분명 서로 같은 병을 앓고 있는 거다.

 

요즈음 아들네미가 HSK(중국어 인증시험) 공부를 하고 있다.

학교 중간고사가 내일 모레인데 중간고사는 뒷전이고 HSK공부만 하고 싶다고..

내가 보기엔 그리 열심히 하는 것 같아 보이지 않아 잔소리를 하고 싶은 마음이

목까지 차 올라 있는데도 ‘참자, 참자’ 하며 목하 고민 중이다… 우찌할거나 하고..

 

HSK는 3급이 초급이고 급수가 높을수록 잘하는 거다.

다른 거랑 반대인 것이다… 남편보고 한국에서 올 때 초급용 책을 사오라고 했더니

8급을 사왔다… 바둑이나 다른 인증시험 생각하고 3급이나 4급은 넘~ 높아서

무리일거 같아 8급을 사왔단다…(아무리 관심이 없어도 그렇지...)지훈네가 중국에서 사는 이야기-향수병

 

그래서 경품을 내걸었다.

8급 따면 남편이 이번에 새로 사온 아빠의 노트북을 주고 6급 따면 컴 본체를

바꿔주기로 했다. 1년 정도 공부하면 6급을 딸 수 있다고 하던데…

아들네미는 학원에 다니는 것도 아니고(학원이 왕징이나 우다코에 있고 개인교습도

이곳에서는 구할 수가 없다고 봐야 한다.)스스로 해야 하는 형편이고

모르는 독해는 중국직원이 일주일에 3번 1시간씩 봐주기로 했다.

HSK시험은 처음으로 보는데 큰 기대는 하지 않는다.

경험을 쌓는 것도 중요 할 것 같아서 보라고 했다.

나쁜 성적이 나와도 할 수 없지 않은가…그래도 우리 아들인걸…ㅎㅎ

 

그 동안 컴을 친구 삼아 친구들과 ‘메신저’와 ‘버디버디’로 소식을 전하다

HSK공부한다고 지 스스로 제재를 하더니 무지나 심심하였나 보다.

가끔씩 우리가 지훈이를 외롭게 키우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이렇게 친구도 없이 외따로 떨어 뜨린 일이 잘하는 일일까? 하고…

1년이 다 되어 가는데 마음에 맞는 친구도 사귀지 못하고

지금 내 무릎을 베고 외롭다고 이야기 하는 아들네미가 안쓰러웠다.

 

평소 때 언제나 웃음을 짓고 털털 거리며 주위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지훈이가 가끔씩 외로움을 타고 있었나 보다.

내 무릎에 앉아 이제는 귀를 파 달라고 하는 지훈이를 보았다.

무작정 중국으로 왔는데도 큰 투정 안 부리고 지금까지 잘 적응 했다고

생각했는데 마음속으로는 혼자 끙끙거리지는 않았는지…

 

흐린 회색빛 하늘이 오늘은 왜이리 달라 보이는지…

요즈음 화이로우 호수를 산책하노라면(주로 석양이 질 때 한다)

고기 잡는 배들과 그 동안 못 보던 많은 철새들이 날아 다닌다.

그 풍경을 바라 보고 있노라면 가슴이 울컥해지며 눈물이 나오려고 한다.지훈네가 중국에서 사는 이야기-향수병

가슴이 시린 것이다…

호수의 아름다운 풍경 때문에 가슴이 저며 오는 것이다.

 

오늘(토요일) 지훈이가 학교를 빼먹고 우다코(중국의 대학가:북경대, 칭화대, 인민대등

많은 대학들이 모여있다.)에 버스를 타고 가겠단다…

교회 친구들과 점심을 먹기로 했다고…

한껏 멋을 부리며 나갔다.

 

“엄마 이 남방에는 어떤 바지가 어울려?”

“베이지색 바지 입으면 되겠네.”

“---- 베이지색 바지가 없어…다 작아서 안 맞아.”지훈네가 중국에서 사는 이야기-향수병

(지훈이가 7Kg정도 쪄서 맞는 바지가 없다. 검정 바지 1개 밖에..)

“그럼, 아빠 바지 입고가.”

“지난번에 입어 봤는데 통이 커서 싫어”

“그럼 또 검정바지 입고 가야겠네~..”

“계속 그 바지만 입고 다니는데..”

“괜찮아..아무도 너가 무슨 색 바지 입었는지 기억하는 사람 없다.”

 

툴툴 거리며 나갔다…1시 30분에 만나기로 했는데 워낙 멀고 처음 가는길이라

11시쯤 출발했다.. 버스를 3-4번 정도는 갈아 타야 한다고 하는데…

또래 아이들과 실컷 이야기하고 싶은지 그리 친하지 않은 친구들인데

그 먼길을 학교도 빼먹고 가고 싶었나 보다.

 

밖을 내다 보니 생각나는 글귀가 있다. 

나이 들수록사랑하는 사람보다는좋은 친구가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너무 커서 너무 소중하게 느껴져서자신을 한없이 작고 초라하게 만드는 사람보다는.. 자신과 비록 어울리지 않지만부드러운 미소를 주고받을 수 있는사람이 더 간절할 때가 있습니다.. 말할 수 없는 사랑 때문에 가슴이 답답해지고 하고픈 말이 너무 많아도  상처받으며 아파 할까봐..차라리 혼자 삼키며 말없이웃음만 건네 주어야하는 사람보다는.. 허물없이 농담을 주고받을 수 있는사람이 더 절실할 때가 있습니다.. 아무리 배가 고파도차마 입을 벌린다는 것이 흉이 될까봐 염려되어 식사는커녕 물 한 방울 맘껏 마실 수 없는.. 그런 사람보다는편하게 다시 만날 수 있는 사람이런 사람이 더 의미 있을 수 있습니다. 어쩜 나이들수록비위 맞추고 사는 게 버거워내 속내를 맘 편히 털어놓고 받아주는..친구하나 있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좋은생각" 中에서*] 즐겁고 행복한 주말 되세요.(^^) 짜이찌엔!지훈네가 중국에서 사는 이야기-향수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