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의 춤[影舞]27 - 제2장 죽음과 삶의 기록들 6

내글[影舞]2004.11.15
조회283

그림자의 춤[影舞] 27 - 제2장 죽음과 삶의 기록들  6 -내글-

- 죽음은 삶의 마침표가 아니다, 단지 삶의 쉼표이지…

6


정민은 결심이 서자 활을 만들 재료를 구하기 위해 주변을 돌아보기로 했다. 배낭등과 같은 무거운 장비를 휴대하고 다니는 것은 비효율적이라 생각한 정민은 자신이 쉬던 자리를 당분간 임시거처로 삼기로 했다. 정민은 만일의 비상상황을 대비하기위해 배낭을 풀어 두 개의 군장으로 다시 꾸리기로 했다.

식량과 구급함, 도구함을 비롯한 낙하산줄 중 반을 따로 분리해 비상낙하산을 해체한 다음 그 주머니에 꾸리고 나머지는 배낭에 담아 낙하산을 덥고 야전삽으로 땅을 조금 더 판 다음 그 곳에 넣고 흙을 뿌려 위장을 했다.

시계를 보니 11시를 조금 지났다. 정민은 소총을 비롯한 무기는 모두 챙기고 등에 비상 낙하산 주머니와 야전삽을 등에 진 다음 왼손에 노란빛 기린을 들고 어둠을 밝히며 지금까지 걸어 온 쪽의 반대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지난 일주일처럼 정신없이 무언가에 쫒기 지도 않았고, 어둠을 충분히 밝혀주는 조명도 있었기 때문에 세심하게 살피면서 걸음을 옮겼다. 노란빛기린은 그 빛이 눈이 부실 정도로 강렬하지 않으면서 상상 이외로 멀리까지 볼 수 있게 해주었다.

그것은 정민이 사용하면서도 아직 알아내지 못한 기능 중에 하나였다. 노란빛기린이 전해주는 기를 운용하는 법만 안다면 빛이 없는 어둠 속에서도 대낮과 같이 볼 수 있는 시력을 갖게 해주는 공능이었다. 다른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는 기의 빛 이었지만 정작 정민은 알지 못하고 그저 환하게 비춰주는 손전등 대용으로 밖에는 인식 하지 못하고 있었다.

물론 빨간빛새매와 파란빛해태도 환경에 따라 이와 유사한 능력을 가지게 할 수 있고, 때에 따라 서는 초인적인 능력을 부여할 수 도 있지만 정민은 전혀 모르고 지니고 있었다. 정민이 알고 있는 것은 단지 빛을 낸다는 것과 고유의 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뿐이었다.

동굴은 별다른 변화 없이 죽 이어지고 있었다.

‘언제 이굴의 끝에 도착할 수 있을까? 지겹도록 단순하군. 그래도 물을 건너기 전에 지나온 곳은 물도 떨어지고 작은 연못도 있었는데 이곳은 진짜 메마른 사막과 같은 곳이군.’

 정민이 왔던 길을 생각하면 속으로 투덜거리며 걸었다. 그렇게 지루하게 느끼며 10분여를 걸었을 때 답답한 굴이 끝나고, 시야가 탁 터지며 거대한광장이 나타났다.

천정은 거대한 돔(dome) 모양으로, 바닥은 약간 깊은 접시모양으로 되어있어 좌석을 설치한다면 십만 명 이상의 관중을 수용할 수 있는 축구경기장으로 쓸 수도 있을 정도로 거대한 규모의 광장이었다. 가장 높은 곳은 50m 이상 이었고, 낮은 곳은 3m 정도였다. 20층짜리 건물을 세워도 될 정도의 높이와 긴 곳은 500m 넘고 짧은 곳은 250m 정도의 긴 타원형의 지하광장이었다. 정민을 더욱 놀라게 한 것은 이렇게 거대한 광장이 하나의 거대한 바위에 뚫려있다는 사실이었다.

정민은 입구에 서서 광장의 거대한 규모에 감탄하였다.

‘와, 이런 광장이 지하에 있다니! 어떻게 이런 거대한 지하 광장이 생길 수 있을까? 이걸 개발한다면 세계적인 명소가 될 수도 있겠다! … 후후, 내 처지에 이런 생각을 다 하다니, 아직은 처지가 절박하지 않은 모양이군.’

정민은 아직 여유를 부리는 자신에게 묘한 반감을 느끼며, 광장을 살피기 시작했다. 그가 서있는 입구 쪽에서 200m 떨어진 곳에 검은색의 거대한 동물이 서있는 것을 보고 순간 놀라 긴장했다.

‘헉, 저건 뭐지?’

정민은 침착하게 입구 쪽으로 후퇴하여 벽에 붙으면서 총구를 앞으로 겨누려다 총구가 막혀 있다는 사실을 생각해 내고는 소총을 내렸다.

‘제기랄, 총 손보는 걸 잊었군.’

 정민은 당황하여 속으로 대책 없는 자신에게 소리치고는 곧바로 대검을 허리에서 뽑아 소총에 꽂았다. 저것이 달려들게 되면 속절없이 당할지도 모른 다는 생각이 들자, 이마와 총을 잡은 손에 땀이 차 흘렸다. 왼손 바닥에 들려있는 노란빛 기린을 든 채로 총을 왼쪽 겨드랑이 사이에 끼고 팔뚝으로 받친 후 수리검 하나를 오른손에 던지기 쉽게 집어 들었다.

‘여기서 이렇게 끝나는 건가? 아니야 침착하자.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살 수 있다고 하지 않은가?’

정민은 노란빛 기린을 그대로 비추면서 미동도 하지 않고 그것을 관찰했다. 5분여를 지켜보았지만 별다른 움직임이 없이 그대로 있는 게 동물은 아닌 것으로 보였다. 정민은 침착하게 다시 10분을 기다렸다. 검은 물체는 마치 석상처럼 미동도 하지 않았다.

정민은 검은 물체가 움직임이 없자, 소총을 옆구리에 끼고 수리검을 오른손에 든 채로 아주 천천히 접근했다. 점차 거리가 좁혀지면서 정민은 더욱 긴장하였지만, 그 검은 물체는 전혀 움직임이 없었다. 정민은 긴장감이 풀리면서 모습이 뚜렷해지는 검은 물체를 자세히 관찰할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허허, 나무로군!’

멀리서 볼 때는 동물이 두발로 서서 앞발을 벌리고 있는 모양으로 보였는데, 정민이 가까이 접근해보니 나무였다. 밑둥치만 남아있고 윗부분이 잘린 나무였다. 양옆에 난 두 개의 큰 가지가 앞발을 치켜든 것처럼 보였고 밑둥치의 굵은 뿌리가 땅위로 들어나 있어서 두발로 서있는 곰처럼 보였다. 색도 검어서 어느 정도의 거리에서 자세히 보지 않는 다면 누구든지 속아 넘어갈 너무나 비슷한 모습이었다.

‘후후, 괜스레 긴장을 했군. 근데 무슨 나무가 이렇게 검지?’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신기한 모양의 고사목 이었다. 마치 불에 타서 숯이 된 것같이 검은 색의 거목 이었다. 정민은 조심스럽게 검은 거목으로 다가섰다. 다가갈수록 모습이 뚜렷해졌는데, 모양도 모양 이지만 그 크기가 장난이 아니었다. 높이는 거의 20m 나 되었고, 지름도 9m나 되는 거대한 나무였다. 광장이 너무나 거대했기 때문에 작아 보였을 뿐, 문자 그대로 거목이었다. 정민은 그 거대함에 광장에 이어 다시 한 번 질렸다.

‘후우, 잘리지 않고 온전하게 있었다면 100m가 넘게 자랄 수 있는 나무였겠는 걸. 저 정도라면 저안에 뭐가 튀어나올 줄 모르겠군!’

정민은 혹시 있을지 모를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나무에 접근해가다가 50m 정도 떨어진 곳에 멈추어 서서 조그만 바위 뒤에 몸을 숨기고 나무를 관찰했다. 정민의 눈에 보이는 부분에는 뿌리가 바닥위로 들어나 굴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곳과 곰의 벌린 입처럼 보이는 것 이외에 구멍이나 숨어있을 만한 곳은 보이지 않았다. 정민은 수리검을 바위위에 조심스럽게 내려놓고 돌을 집어 들어 나무를 향해 힘껏 던졌다.

- 휘익

- 탁, 또르르

그러나 등에 지고 있는 것들 때문에 힘을 제대로 쓰지 못해 멀리 나가지 못하고 30m 정도 날아가다 바닥에 떨어져 굴렀다.

‘에고, 이렇게 허무할 수가! 괜히 힘만 썼네. 안되겠다, 더 접근해서 한 번 더 던져서 반응을 봐야겠는데.’

정민은 다시 수리검을 집어 들고 나무쪽으로 가려고 일어섰다.

‘잠깐, 여기에다 등짐을 내려놓고 가볍게 움직이는 게 낳겠군.’

정민은 바로 나서려고 하다, 등짐을 내려 나무가 있는 쪽에서 볼 수 있도록 내려놓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만약 다른 쪽에서 위험이 닥치면 신속하게 등짐을 챙기기 쉽게 하고 이종 중에도 쉬운 확인을 위해서였다. 다시 30m 정도를 더 접근한 정민은 수리검을 갈무리한 후 다시 돌을 집어 들고 나무를 향해 힘껏 던졌다.

- 휙

- 쾅 앙

“으, 윽!”

정민은 자신도 모르게 비명을 지르며 양손에 들고 있던 수리검과 노란빛 목각을 놓치며 양손으로 귀를 틀어막고 그 자리에서 주저앉았다. 고막이 터져 나갈 것 같은 상상외의 커다란 소리와 함께 공명에 의해 광장과 동굴이 흔들리는 여파가 휩쓸고 지나갔다.

- 우르릉

- 타, 다다닥

그 여파로 동굴 벽과 천장에 붙어있던 돌들이 떨어지는 소리가 이어졌다. 다행인 것은 광장 쪽에는 돌들이 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그 이유는 광장이 하나의 거대한 바위 안에 형성 되어있어 거대한 알(卵)의 내부처럼 이루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반면에 광장입구까지의 긴 동굴은 여러 가지 지층을 통과하며 뚫려있는 까닭에 많은 돌과 흙더미가 떨어졌고 어딘가는 여파로 무너졌을 지도 모르는 일이였다. 동굴 쪽에서 광장 쪽으로 흙먼지가 한차례 몰려온 후 잠잠해졌다.

정민은 소리의 여파가 지나가면서 다행히 몸에는 이상이 없었지만, 곤란한 지경에 빠졌다. 노란빛기린을 손에서 놓치자 바로 빛 하나 없는 동굴의 어둠이 정민을 감쌌기 때문이었다. 멍하니 어둠 속에서 귀를 감싸고 있던 정민은 귀에서 천천히 손을 내리고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기고 주변의 변화를 확실하게 알기위해서 잠시 동안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수십 초의 시간이 흘렀지만 더 이상의 소리나 움직임은 없었고 깊은 정적만이 흐르고 있었다. 정민은 주변에 별다른 움직이나 소리가 없음을 확인하고, 조심스럽게 오른손을 들어 왼쪽윗주머니에서 손에 잡히는 대로 한 쌍의 목각을 꺼내들었다. 두 쌍의 목각 중에 빨간빛새매가 손에 집혀 나왔다. 정민은 목각을 둘로 나누어 손바닥에 올려놓았다. 그 순간 깜깜하기만 하던 시야가 다시 밝아졌다.

그런데, 정민은 주위에 보이는 것들이 전혀 다르게 보여 크게 당황했다. 노란빛기린으로 밝히던 때와는 달리 색감이 완전히 달랐다. 이곳 광장에 오기 전에는 옅은 붉은색안경을 쓴 것처럼 보이던 것이 이제는 완전히 짙은 색안경을 쓴 것처럼 보였다.

“뭐, 뭐야…!”

--------------------------------------------------------------------

활기찬 한 주보내세요.

한글날이 국경일이 되는 그 날까지... 아자!

한글을 사랑 합시다.

내글이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