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심장-1

바람2004.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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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판도라의 상자

 

 


1940년 브라질 아마존 강 북부.

 

하늘도 보이지 않는 열대의 우림 속을 네 명의 탐험대가 숨 가쁘게 달리고 있었다.
그들은 숨이 턱까지 올라 찼지만 멈추지 않았다. 아니 멈출 수 없었다.
그들의 눈은 핏발이 서있고 얼굴은 창백했다. 입술은 부르터서 피가 배어있었다.

 

헉!....헉!.....헉!!

 

가슴이 답답했다.
이대로 계속 달리다가는 심장이 고무풍선처럼 부풀어 올라 터 질 것 같았다.
힘겹게 달리던 구즈가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이봐!! 카터! 좀만....제발! 조금만 쉬었다 가세.”

 

그의 말에 구리 빛 피부에 날카로운 인상의 카터가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안돼! 이곳을 빨리 벗어나야해. 곧 놈들이 올 꺼야.”

 

옆에서 숨을 고르고 있던 존스와 할렌이 고개를 끄덕이며 재촉했다.

 

“일단은 샤르족의 영역을 벗어나야 해요.”

 

그들의 말에 구즈가 인상을 쓰며 소리쳤다.

 

“이렇게 달리다가 내 심장이 터져 죽을 거야!”

 

그의 말에 카터가 뭐라 말하려 할 때 숲속에서 이상한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쿠쿠쿠.....쿠쿠쿠.........쿠쿠쿠.........!!

 

그 소리를 들은 네 명은 얼굴이 경직되며 온 몸을 떨었다.
구즈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떨며 소리쳤다.

 

“와....왔다. 노....놈들이야!!”

 

카터가 권총을 꺼내들며 소리쳤다.

 

“서둘러!! 앞 쪽의 계곡만 넘으면 돼!”

 

네 명은 다시 서둘러 열대 밀림 속을 헤쳐 나가기 시작했다.
밀림은 고온다습하여 곳곳에 많은 이끼들이 자라있어 미끄러웠다. 그리고
질긴 넝쿨들이 거미줄처럼 얽히고 설켜 있어 칼로 베어가며 전진해야했다.
그만큼 그들의 속도는 늦어질 수밖에 없었다.
불안스럽게 덜덜 떨던 구즈가 혼자 중얼거리듯 말했다.

 

“바보 같았어. 그걸 가져오지 않는 거였어......가져오지 말아야 했어.”

 

계속되는 구즈의 중얼거림에 짜증이 난 존스가 소리쳤다.

 

“닥치지 못해! 이미 모두가 원해서 가져온 거야. 이제 와서 후회해도
소용없어.“

 

그의 말에 구즈가 불안스런 표정으로 숲을 둘러보며 말했다.

 

“놈들이 보고 있을 거야. 우리 모두를 죽일 거야.....우린 여기서 벗어나지 못해!”

 

떨면서 말하는 그를 할렌이 잡고서 흔들며 소리쳤다.

 

“정신 차려요! 우린 살아나갈 수 있어요.”

 

그녀의 말에 구즈는 멍한 시선으로 쳐다보며 눈물을 흘렸다.

 

“할렌! 그렇지? 우린 살아 갈 수 있지?”

 

앞서 가던 카터가 무표정한 얼굴로 뒤돌아보며 권총을 구즈에게 들이댔다.

 

“이봐! 구즈 계속 그렇게 어린아이처럼 굴면 놈들보다 내가 널 먼저 손봐주겠어.”

 

카터가 구즈에게 권총을 겨누며 말할 때,

 

팟!!

 

싸늘한 공기 마찰음이 들렸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카터 뒤 쪽에 있던 나무에
붉은 깃털을 단 화살이 꽂혔다.
그 모습을 보고 놀란 카터가 소리쳤다.

 

“모두 조심해!!”

 

그의 말을 신호로 네 명은 각기 총을 꺼내 들었다.
그들이 막 숲을 주시 할 때 괴상한 소리가 퍼지며 사방에서 아까와 같은
붉은 화살촉이 날아왔다.

 

쿠쿠쿠!!.....쿠쿠쿠........!!

 

구즈가 놀라서 벌벌 떨며 숲 속을 향해 총을 쏴댔다.

 

탕!! 탕!! 탕!!

 

“죽어!! 죽어버려!!”

 

구즈가 미친 듯이 숲을 향해 총을 쏘자 옆에 있던 할렌이 소리쳤다.

 

“이 바보야!! 총알을 아껴! 보고 쏴야 할 거 아냐.”

 

존스가 숲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저기 봐!”

 

그의 시선을 따라간 사람들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경악에 찬 표정을 지었다.
밀림 숲 곳곳에 무엇인가 움직이고 있었다. 햇빛이 거대한 나무에 가려져
어두워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하나 둘이 아니었다.
그들 주위를 포위하듯 감싸고 있었다.
얼핏 보이는 모습은 마치 고릴라 같기도 했고 사람 같기도 했다.
그러나 사람이라 부르기엔 그들의 온 몸에 기다란 털들이 듬성듬성 자라나 있었고
고릴라라고 하기엔 사람처럼 직립보행을 하며 움직이고 있었기 때문에 정확히
무어라 말 할 수 없었다.
그렇지만 그들의 붉은 눈빛은 어두운 밀림 숲에서도 반짝이고 있어서 그 괴기스러움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었다.
분명, 사람이나 사람이 아닌 동물....동물이라 부를 수 없는 인간임에 틀림없었다.
놈들은 총의 무서움을 알고 함부로 덤벼들지 않고 숲 주위를 맴돌며 작은 화살을
쏟아 댔다. 그 화살촉엔 강한 독이 묻어있어 약간만 스쳐도 죽음을 면치 못했다.
카터가 거칠게 소리쳤다.

 

“젠장!!”

 

옆에서 할렌이 겁먹은 목소리로 물었다.

 

“카터....이젠 어떻게 하지? 사방에 놈들이야 우린 포위 됐다구.”

 

카터가 할렌을 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포위를 뚫고 가야지. 우린 아마존 강 북부 아래쪽에 있으니 여기서 서쪽으로
조금만 더 가면 이 놈들의 영역을 벗어날 수 있어.“

 

그의 말에 구즈가 덜덜 떨며 물었다.

 

“어....어..떻게? 어....떻게 빠져나갈 건데?”

 

갑자기 구즈의 겁먹은 표정을 보고 짜증이 난 존스가 소리쳤다.

 

“널 먹이로 주고 가면 되겠지. 놈들은 인육을 즐기니.”

 

존스의 말에 놀라서 구즈가 총을 들이대며 소리쳤다.

 

“뭐....? 뭐? 나....날 놈들에게 줄 꺼야?”

 

존스는 농담으로 한 말을 구즈가 멍청하게 진짜인 줄 알고 떨면서
자신에게 총을 겨누자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

 

“뭐하는 거야? 총 치워! 난 그냥 농담으로 한 말이야,.”

 

그러나 구즈의 커다란 눈은 공포에 잠겨서 그의 말이 거짓으로 들렸다.

 

“아냐! 넌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놈이야. 네 놈을 차라리 제물로 받쳐야 겠어.”

 

존스가 놀라서 아무말도 못하자 카터가 구즈에게 소리쳤다.

 

“이봐! 구즈 총 내려놔! 내가 널 보호 해 줄께.”

 

헬렌도 구즈를 달래며 말했다.

 

“그래. 구즈 아무도 널 여기에 버려두지 않아. 우린 같이 갈 꺼야.”

 

구즈가 울먹이며 말했다.

 

“저....정말?”

 

구즈가 진정되는 듯 할 때 할렌이 뒤 쪽을 보며 소리쳤다.

 

“위험해 존스!”

 

놀란 존스가 뒤 돌아 볼 사이도 없이 몸을 옆으로 피하자 날카로운 칼이
바닥에 꽂혔다. 그와 동시에 숲 속에서 괴상한 소리를 지르며 샤르족들이
덤벼들기 시작했다.

 

쿠쿠쿠!! 쿠쿠쿠........!!

 

그들의 수는 얼핏 잡아도 십 여 명이 넘었다.
구즈는 놀라서 벌벌 떨며 소리쳤다.

 

“아아아!! 줘 버려!! 놈들에게 그 상자를 줘 버리란 말야!!”

 

할렌이 구즈의 뺨을 세차게 때리며 말했다.

 

“정신 차려! 이미 놈들의 목적은 상자가 아니야. 우리란 말야!”

 

그녀의 말에 구즈는 눈을 크게 뜨고 초점 잃은 눈으로 달려드는 샤르족을
향해 총을 쏴댔다.

 

“죽어! 이 놈들!! 난 네 놈들 먹이가 아니야!”

 

미친 듯이 구즈가 총을 쏴 대자 붉은 눈빛을 번뜩이며 달려들던 샤르족
하나가 가슴을 부여잡고 쓰러졌다. 그러나 놈들의 공격은 사방에서 시작되었다.

 

쿠쿠쿠!!

 

한 놈이 괴상한 소리를 내며 할렌에게 달려들었다.

 

“아!”

 

놀란 할렌이 총을 쏘려 했지만 놈이 더 빨랐다.
날카로운 송곳니가 할렌의 팔을 물었다.

 

“아아악!!”

 

고통에 할렌이 소리치자 옆에서 카터가 달려들어 할렌 위에 있던
놈을 발로 찼다.

 

“컥!”

 

카터의 발에 놈이 멀리 나가떨어지더니 바닥에 떨어지기 무섭게
스프링처럼 튀어 올랐다.

 

크아아!!

 

순식간에 번개처럼 튀어 오른 놈을 보고 기겁하며 카터가 총을 쏘았다.

 

탕!! 탕!!

 

붉은 피가 사방으로 튀며 놈이 가슴을 부여잡고 숲 속으로 떨어졌다.

 

순간!

 

핑!!

 

하는 날카로운 파공음과 함께 작은 화살이 날아왔다.
놀란 카터가 몸을 바닥으로 뒹굴었다.
그 모습을 본 샤르족 둘이 바닥에 쓰러진 카터를 덮쳤다.
팔에 상처를 입은 할렌이 그 모습을 보고 바닥에 떨어진 총을 주었다.
카터는 붉은 눈빛을 번쩍이며 날카로운 송곳니로 자신을 물려는 놈의 머리를
붙잡았다. 그러나 다른 한 놈이 커다란 칼로 그의 목을 내리치려 했다.
놀란 카터가 몸을 틀려했으나 다른 한 놈이 몸을 짓누르고 있어 움직일 수
없었다.

 

“아!!”

 

힘겨운 숨을 쉬는 커터의 눈에 거대한 칼이 내려쳐지는 것이 보였다.
카터는 눈을 질끈 감았다.

 

탕!!

 

총소리가 들리며 무엇인가 거대한 것이 바닥에 쓰러졌다.

 

탕!!

 

또 한 방의 총소리가 들리며 카터 위에서 물려 달려들던 녀석도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할렌이 소리치며 카터에게 다가갔다.

 

“카터! 괜찮아?”

 

카터는 식은땀을 흘리며 미소 지었다.

 

“멋진 솜씨야. 할렌!”

 

그들이 서로 부축하려 할 때 비명 소리가 들렸다.

 

“아아악! 살려줘! 카터!!”

 

놀란 카터와 할렌이 뒤 돌아봤다. 그리고는 경악스러움에 온몸이 굳었다.

 

“존스!!”

 

그들의 눈에 들어온 것은 이미 존스가 아니었다.
샤르족 네 놈이 존스의 몸을 붙들고 둘로 갈라놓았다. 한 놈은 공포에 질린 존스의
머리를 다른 한 놈은 존스의 팔을 들고 물어뜯고 있었다.
다른 놈들은 존스의 반 쪽 남은 몸뚱이에서 기다란 창자를 꺼내서 아작아작 씹어
먹고 있었다. 정글 바닥에 존스의 핏물이 강물처럼 흘러내리고 있었다.
헬란과 카터는 경악스러움에 입을 다물지 못하고 멍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그때 잠시 스치듯 본 놈들의 붉은 눈빛에 푸른색이 감도는 것이 보였다.
존스의 몸에서 흘러나온 붉은 피를 목욕하듯 뒤 집에 쓴 놈들은 카터와 할렌을
보고 씩 웃었다. 그들의 표정은 무척이나 흡족한 듯 보였다.
카터는 분노에 치를 떨며 놈들을 향해 총을 쏴댔다.

 

탕!! 탕!! 탕!!

 

“아아아아!! 죽어라! 이 괴물들아!!”

 

존스를 먹고 있던 샤르족은 카터의 공격에 기겁을 하고 숲으로 몸을 숨겼다.
미친 듯이 계속해서 총을 쏴대는 카터를 할렌이 붙잡으며 소리쳤다.

 

“그만!! 카터!!”

 

그녀는 울고 있었다.
진정된 카터는 할렌을 안아 주며 말했다.

 

“빨리 이곳을 벗어나자. 그런데 구즈는?”

 

할렌이 두리번거리며 구즈를 찾았다.

 

“구즈?”

 

소리쳐도 구즈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카터가 화를 내며 소리쳤다.

 

“이놈! 혼자서 도망갔구나.”

 

그들이 구즈를 찾을 때 또다시 샤르족의 소리가 들려왔다.


쿠쿠쿠쿠........쿠쿠쿠!!


카터가 인상을 쓰며 할렌에게 말했다.

 

“안되겠다. 놈들이 더 몰려오기 전에 여기를 벗어나야지.”

 

 

 

그들은 곧 숲으로 달려 나갔다. 그러나 샤르족의 소리는 계속해서
그들을 ?아 왔다. 아무리 달려도 그들의 소리는 멀어지지 않고 계속해서
뒤에서 들려왔다.
카터와 할렌은 밀림 속을 달리며 넘어져서 온 몸에 멍이 들었지만
그런 것에 신경 쓸 수 없었다. 언제 또다시 괴물 같은 놈들이 달려들지
몰랐기 때문이었다.
얼마나 달려는지 몰랐다. 숨이 막혀와 할렌은 도저히 더 이상 갈 수 없었다.

 

“카터! 난 안되겠어. 너 혼자 가!”

 

카터가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소리쳤다.

 

“안돼! 무슨 소리야? 조금만 더 가면 계곡 끝이야. 그곳 까지만 가면 샤르족
영역을 벗어나게 돼.“

 

할렌은 거의 죽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헉! 헉! 영역을 벗어난다 해도 놈들이 ?아 오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잖아?”

 

그녀의 말에 카터는 아무 말도 못하고 손을 내밀었다.

 

“그래도 우린 같이 살아서 나가야해!”

 

할렌은 카터의 간절한 눈빛을 보고 손을 잡으며 일어섰다.

 

“여기서 살아 나가면 당신을 사랑 할지도 몰라.”

 

그녀의 말에 카터는 밝게 웃으며 말했다.

 

“난 지금도 당신을 사랑해!”

 

그의 말에 할렌은 웃으며 카터에게 키스를 했다.
카터는 긴장된 순간에 맞이하게 된 할렌의 부드러운 입술에 자신도 모르게
짜릿 함을 느꼈다. 감미로운 느낌과 함께 할렌의 달콤한 숨결이 느껴졌다.
카터는 처음으로 사랑이라는 감정이 이런 것이 구나 느끼며 할렌을 더욱
깊숙이 안았다. 그런데 순간 느낌이 이상했다.
부드럽던 그녀의 입술이 차갑게 느껴졌다. 그리고 무엇인가 뜨거운 것이
할렌을 감싼 그의 팔에 흘러내렸다.
놀란 카터가 할렌의 얼굴을 보고 소리쳤다.

 

“할렌? 할렌! 할...........렌!!!”

 

그녀의 눈은 이미 생기를 잃었다. 그녀의 등 뒤엔 붉은 색 깃털의 화살이
꽂혀 있었다.

 

“안돼!! 안...................돼!!”

 

카터가 눈물을 흘리며 소리쳤다. 그러나 어둠이 몰려들기 시작한 검은 밀림엔
메아리조차 없었다.

 

 

 

쿠쿠쿠쿠......쿠쿠쿠쿠........!!


카터는 사방에서 조여 오듯 들려오는 샤르족의 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미안해. 할렌! 지켜주지 못해서.”

 

어둠 속에서 붉은 눈들이 번쩍거리는 것을 보고 카터가 총을 꺼내들었다.

 

“좋아! 해 보자 이 놈들!! 이 상자가 그렇게 네 놈들에게 중요하냐?”

 

카터가 황금 빛나는 조그만 상자를 들고 소리치자 숲 속에서 엿보고 있던
샤르족이 웅성 거렸다.


가르....가르카르........


황금빛 상자엔 둥근 원안에 일곱 개의 별 모양이 서로 겹쳐서 그려진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이 일곱 개의 별들 모양은 모두 보석으로 박혀있어 돈으로
그 값어치가 계산이 안 될 것 같았다.
카터는 어떻게 이런 문명의 상자가 저런 미개 종족에게 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리고 저들이 왜 이렇게 신성시하며 지키는 지도 알 수 없었고 그저 이 것
하나면 엄청난 부를 얻을 수 있다는 것만 알 뿐이었다.
커터는 샤르족의 움직임이 진정되는 듯 보이자 바로 옆 쪽 숲으로 달려 나갔다.
순간 시커먼 놈이 앞을 가로막으며 달려들었다.

 

탕! 탕!!

 

카터는 지체하지 않고 총을 쏴대며 그대로 놈을 통과 했다.
뒤 쪽에서 샤르족이 괴상한 소리를 내며 ?아 왔다. 소리만 들어도 삼 십 명이
넘어 보였다.

 

“안돼! 여기서 개죽음 당 할 수없어.”

 

카터는 이미 자신이 어디로 달려가고 있는지도 몰랐다. 그저 샤르족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거침없이 숲을 달렸다.


쿠쿠쿠쿠!! 쿠쿠..........


그러나 숲에서는 카터보다 놈들이 더욱 빨랐다. 그들의 주 활동 무대인
밀림 속을 문명사회에서 편하게 지내던 카터가 이길 수는 없었다.
뒤 쪽에서 두 놈이 화살을 쏟아대며 달려들자 카터가 피하며 총을 쏘았다.

 

타 탕!!

 

그러나 숨이 턱까지 차오르도록 달리는 와중에 쏘는 총이라 제대로
맞을리 없었다.
놈들은 잠시 주춤 하더니 빠른 속도로 카터를 뒤 ?았다.
그들의 거친 발걸음 소리가 바로 뒤 쪽에서 들려왔다.

 

“아아아!!”

 

카터는 이를 악물었다.

 

쿠쿠쿠........!! 쿠쿠쿠


순식간에 샤르족 두 놈이 카터의 뒤 쪽에 붙었다.
한 놈이 칼로 카터의 옆구리를 공격했다.
깜짝 놀란 카터가 몸을 피하며 총으로 놈의 가슴을 쐈다.

 

탕!!

 

가까이 접근해 카터를 공격하던 놈이 붉은 피를 뿌리며 나자빠졌다.
그러자 또 다른 놈이 카터를 향해 덤벼들었다. 잠시 주춤하듯 물러섰던
카터는 무섭게 덤벼드는 놈을 발로 걷어찼다.

 

큭!

 

놈이 거품을 물고 쓰러졌다. 카터가 총으로 놈의 머리를 쏘려할 때
샤르족이 코앞까지 몰려왔다.

 

“헛!”

 

잠시 두 놈 때문에 주춤하는 사이 샤르족 수 십 명이 바로 뒤 까지 ?아
왔던 것이다.

 

“젠장!”

 

거칠게 소리치며 카터가 앞으로 달려 나갔다. 그러나 순간 옆으로 여러 명의
샤르족이 따라 붙었다. 순식간에 놈들이 사방에서 포위 해와 카터는 어떻게
할 수 없었다. 단지 있는 힘껏 숲으로 달려 나가는 방법 밖에 없었다.

 

“오! 주여! 제발 살려주세요.”

 

카터는 소리치며 옆으로 달려드는 놈들을 향해 총을 쐈다.

 

탕! 탕!........철컥! 철컥!!

 

그러나 두 발이 나가고는 더 이상 총알은 나가지 않았다.
실탄이 부족한 것이었다. 카터에게 남은 총알은 이것이 다였다.
총에 겁먹고 옆으로 피했던 샤르족들이 총알이 없을 알고 사방에서 포위 하며
달려들었다.

 

“죽기 아니면 살기다!”

 

카터는 달려드는 놈들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앞 쪽에서 달려들던 놈이 커터의 주먹에 나가 떨어졌다. 그러나 뒤 쪽에서
다른 놈이 칼로 카터의 다리를 베었다.

 

“큭!”

 

카터는 싸늘한 느낌에 휘청거렸다. 순간 옆에서 기회를 보고 있던 놈들이
날카로운 송곳니를 들어 내며 카터의 몸을 덮쳤다.

 

“으아아아!!”

 

놈들의 송곳니가 카터의 몸 곳곳에 박혀 들어갔다. 놈들은 카터의 고통에
찬 비명소리를 듣지도 못한 듯 그의 몸을 물어 뜯어댔다.

 

‘아! 그냥 이대로 죽여줘! 제발!’

 

카터는 고통에 제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때,

 

탕! 탕! 탕!

 

총성이 울리며 카터 위에 있던 놈들이 총을 맞고 쓰러졌다. 다른 놈들은
감히 덤비지 못하고 숲으로 몸을 숨겼다.
카터가 정신을 차리고 봤을 땐 구즈가 총을 들고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구즈?”

 

구즈가 달려와 카터를 부축하며 일으켜 세웠다.

 

“괜찮아?”

 

카터가 구즈의 부축을 받으며 주위를 살폈다. 아직도 샤르족의 붉은 눈빛이
숲 속에서 껌벅 거렸다. 놈들의 눈빛은 맛있는 먹이를 놓쳐 아쉬운 듯 보였다.


쿠쿠쿠쿠.........쿠쿠쿠........!!


숲으로 도망갔던 샤르족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잠깐 총에 놀라 몸을
피했지만 자신들의 숫자가 많음을 믿고 다시 공격하려는 것이다.
카터가 놀라며 외쳤다.

 

“달려야 해 구즈!”

 

구즈는 카터를 부축하고 힘겹게 달려 나갔다. 그러나 바로 숲에서 나온
샤르족이 그들을 ?기는 쉬웠다. 순식간에 샤르족 십 여 명이 뒤 쪽에서
붙어왔다.

숲은 이미 어두웠다. 한치 앞이 보이지 않았다. 어디가 길인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카터와 구즈는 달려야 했다. 숨이 막힐 듯하고 다리의 근육이
고통스러워도 참고 달렸다.

 

쿠쿠쿠쿠........

 

샤르족은 끈질겼다. 구즈가 계속해서 총을 쏴댔지만 놈들은 더욱 거세게
달려들었다.
구즈가 막 거미줄처럼 엉켜있는 넝쿨을 칼로 쳐내서 벗겨내고 앞으로
가려하자 카터가 소리치며 그를 붙잡았다.

 

“구즈 조심해!”

 

“엇!! 이런!!”

 

넝쿨을 쳐 내고 발을 디딜려고 했던 곳은 계곡의 끝이었다. 수 십 미터에
이르는 기다란 낭떨어지였던 것이다. 그 아래쪽에는 하얀 물살이 거칠게
흘러내리고 있었다.
구즈가 바닥에 철썩 주저앉으며 말했다.

 

“이젠! 죽었군! 그래서...내가 그 물건을 훔치지 말자고 한 건데...”

 

구즈가 울먹이며 말하자 카터도 주저앉으며 한숨을 쉬었다.

 

“제길! 내 운명도 여기가 끝인가 보군.”

 

그들이 주저앉아 말하고 있을 때 숲 속에서 수 십 명의 샤르족이 모습을
들어냈다. 붉은 눈을 희번덕거리며 야릇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어떤 놈들은 침을 뚝뚝 흘리기도 했다.
그 모습을 본 카터는 구즈에게 말했다.

 

“이봐! 구즈 자넨 어떤지 모르지만 난 저 놈들의 먹이가 되고 싶진 않아.”

 

구즈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카터를 쳐다봤다.

 

“그럼?”

 

카터가 고개를 끄덕이자 구즈도 고개를 끄덕였다.
샤르족은 그들의 행동이 이상한 것을 느끼자 소리치며 갑자기 달려들었다.


쿠쿠쿠쿠....


그러나 샤르족이 달려 나왔을 때는 이미 카터와 구즈는 계곡을 향해 몸을
날리고 있었다.
샤르족이 아쉬움을 달래며 밑을 봤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어둠이 그들을 삼킨 듯 보였다.
샤르족은 괴상한 소리를 지르더니 이내 계곡에서 사라졌다.

 

 


카터는 온 몸이 욱신거리고 아팠다. 다행히 뼈가 부러지지는 않은 것 같았다.

 

“크....살았군! 구즈?”

 

카터는 정신을 차리자 바로 구즈를 찾았다. 그러나 거칠게 흘러가는
물소리만 들릴 뿐 구즈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이봐! 구즈 어디 있어!”

 

아픈 몸을 일으키며 다시 소리쳤지만 어디서도 구즈의 대답은 들리지 않았다.
카터는 인상을 쓰며 품에서 금빛 상자를 꺼냈다.

 

“이런! 젠장!!”

 

계곡에서 뛰어 내릴 때 충격을 받았는지 상자는 금이 가 있었다.
다행히 보석들은 떨어져 나가지 않았지만 상자에 상처가 생겼으니 제대로 된
돈을 받기는 다 틀렸다고 생각했다.

 

“도대체 이 상자에 무엇이 들었는데 놈들이 미친 듯이 좆는 거야?”

 

카터와 일행들은 상자의 내용물을 확인 할 시간도 없이 샤르족에게 계속
좆겼던 것이다.
카터는 상자를 열려고 했지만 여는 방법을 찾을 수 없었다.
상자는 따로 열쇠구멍도 없었고 손잡이 같은 것도 없었다. 그저 두개의 상자가
겹친 듯 붙어있을 뿐이었다.
카터가 양쪽으로 잡고 힘주어 당겼지만 마치 하나 인 것처럼 꿈쩍을 하지 않았다.
한참 카터가 상자에 신경을 쓰고 있을 때,

 

바사삭!

 

마른 나무 가지를 밟는 소리가 들렸다.
카터는 급히 품속에 상자를 집어넣고 바닥에 있던 나무 몽둥이를 주어 들었다.

 

바사삭!

 

또 다시 어두운 숲 속에서 무엇인가가 움직였다.
카터는 숨을 죽이며 긴장했다.

 

‘만약 샤르족이라면.....난 죽었다.’

 

카터는 조용히 강가의 커다란 바위 뒤로 몸을 움직였다.
숲은 너무 어두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분명 무엇인가가 그를
노리며 다가들고 있었다.
카터가 긴장하며 숲을 주시할 때 그는 갑자기 뒷목이 싸늘하게 느껴졌다.

 

‘어떻게? 어떻게 내 뒤 쪽에 와 있지?’

 

그는 느낌으로 알 수 있었다. 무엇인가가 그의 뒤에 있다는 것을....

 

‘내가 뒤를 돌면 바로 날 공격 할 것이다. 그러나 내가 뒤 돌지 않더라도
날 공격 할 것이다.‘

 

카터의 머리 속에는 수많은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온 몸에 식은땀이 흘렀다.

 

‘다...다가온다!’

 

스멀스런 느낌이 점점 그의 뒤 쪽에서 다가왔다.
이제는 다른 방법이 없다.
카터는 온 힘을 다해 뒤로 획! 돌며 나무 몽둥이를 휘둘렀다.

 

“이얏!!”

 

탁!!

 

무언가 딱딱한 것에 나무 몽둥이가 닿으며 툭! 하고 부러졌다.
뒤 돌아 선 카터는 몽둥이에 맞은 물체를 쳐다보고 경악에 찬 소리를 질렀다.

 

“컥! 뭐....뭐....야?”

 

그러나 그는 더 이상 소리칠 수 없었다.
상상 할 수 없는 강한 힘이 그의 목을 잡고 조여 왔기 때문이었다.

 

“크....크.....컥........!!”

 

카터가 숨넘어가는 소리를 내며 발부등 쳤지만 조여 오는 힘은 너무 강했다.
카터는 점점 숨이 막혀오는 것을 느끼며 앞에서 자신의 목을 조이는 것의
모습을 보고 의문에 찬 눈빛을 하며 눈이 커져갔다.

 

‘왜........?.....크.........왜? 어떻게 이......럴........수.....가!!.....말 도 안 돼!!’


그러나 그는 더 이상 의문을 가질 수 없었다.
그의 목을 조이던 힘이 갑자기 강해지며 그의 목뼈를 툭! 하고 부러트렸기 때문이었다.
카터가 마지막 본 것은 차갑게 느껴지는 푸른 눈빛이었다.
카터가 목을 축 늘여 트리고 죽자 그의 품에서 금 빛 상자가 바닥에 떨어졌다. 

 

툭!

 

바닥에 떨어진 금 빛 상자를 검은 손길이 주어 들었다.
그리고는 이내 어두운 숲 속으로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