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우(남, 60세) : 아시아 대 배우, 엔터테인먼트, 푸른 극장 대표 -이민수(남, 21세) -한 욱(남, 21세) -지나현(여, 20세) -이태석(남, 62세) : 태석 영화사 대표 -강현민(남, 51세) -유성린(여, 60세) : 선우 약혼녀, 뮤지컬 배우
-조유리(여, 18세) -우해준(남, 18세) -진한기(남, 25세)
-박필덕 감독(남, 40대 중반)
그 외...
# 수 프로덕션 회의실.
박감독과 마주앉아 '비상'의 에피소드들 중에서 버리고 다시 넣을 새 시퀀스에 대해 의논하고 있는데
커다란 발자욱 소리가 빠르게 회의실 쪽으로 다가오더니 노크없이 문이 벌컥! 열렸다.
최선우!
박감독은 그와 내 눈치를 살피더니, 슬금 슬금 일어나 잽싸게 회의실 밖으로 튀어나갔다.
[윤아 : 감독님!]
[박감독 : 난 몰라! 몰라! 두 분이 알아서 해결하세요~ 난 한숨 자고 올거야.]
[민수 : (회의실 밖에 서 있다가) -_-;;;]
[여직원 : ? (기웃기웃)]
그는 회의실 문을 쾅-소리나게 닫았다.
밖의 사람들을 향한 경고일 수도 있으나, 나에게 화났다는 의미가 더 크다.
내 가슴은 쿵쾅쿵쾅 두세배는 더 빨리 뛰고 있었으나, 일부러 태연하게 그에게 등을 보인 앉은 그대로 있었다.
그가 테이블을 돌아와 내 맞은 편에 서서 대뜸 두 손바닥으로 테이블을 쾅! 내리치며 내 쪽으로 상체를 기울였다.
먼저 기선제압을 위한 위협적인 행동과 포즈.
[선우 : (약간 흥분한 톤) 왜 나를 빼겠다는거야?]
그가 정면으로 쏘아보는 화난 눈빛을 감당하기 힘들어, 재빨리 의자에서 일어나 뒤로 한걸음 물러나 섰다.
[윤아 : 솔직한 대답을 듣고 싶으세요?]
위협적으로 나오면, 난 더 강하게 나갈 수밖에.
[선우 : 그래.]
[윤아 : 작가는 캐릭터를 만들면, 자기 안에 들여놓아요. 그리고 연기자가 캐릭터를 자기 체질화하면, 캐릭터는 연기자가 되고 연기자는 캐릭터가 되죠.]
[선우 : 그런데!]
[윤아 : 작가 안의 캐릭터는 연기자에게 가고, 연기자의 캐릭터가 작가에게 와요. 그렇게 서로 계속 교감을 하면서, 발전하고 다듬어지면서 이야기는 흘러가구요.]
[선우 : 그런데!!]
[윤아 : 전 선생님하고 교감할 수 없어요!]
[선우 : 왜!]
난, 심호흡을 크게 했다.
[윤아 : 제 마음에 선생님이 없으니까요!]
[선우 : !! ]
그는 잠시 멍해있다가,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헛- 어이없는 짧은 웃음.
그는 상체를 일으켜, 반듯하게 섰다.
...충격 받았겠지, 상처도.
사실... 나도 내가 이렇게 쎄게 나가게 될 줄은 몰랐다.
아직... 그와 편하게 인사나눌 심리적 여유조차 없는데.
그가 테이블을 돌아, 내게 다가왔다.
[선우 : 솔직하게 말해주니, 나도 솔직하게 말하지.]
[윤아 : ...]
[선우 : 난 박상현(주인공 이름)이 맘에 든다. 누구보다 박상현으로 잘 할 자신 있어. 그리고 이번 드라마는 태석형에게 보은하고 싶은 마음으로 들어가려는 거라 빠지고 싶지 않아.]
민수 선배의 얘기도 있었고, 그는 지난 7년간 한 번도 드라마 쪽 출연은 없었고, 평소에도 드라마보다 영화 쪽을 선호한 것으로 알려졌던지라 이번 드라마가 그에게 어떤 의미일지 충분히 짐작간다.
하지만...
갑자기 그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선우 : (목소리 가라앉은) ...만약... 예전에... 내가 너한테 잘못한 것 때문에... 니가 이렇게 나오는 거라면...]
[윤아 : ! ]
마음이 쿵- 내려앉았다.
[선우 : ...정말... 미안하다. ...이런 말로 부족하겠지..., 안다... 내가 할 수 있다면... 다른 차원으로 보상이라도...]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난 나를 통제하지 못하고 그의 뺨을 짝- 소리나게 때렸다.
아주, 아.프.게.
아픈 건 그인데, 내 눈에 눈물이 잠깐 고였다.
[윤아 : 선생님은 박상현이 될 자격이 없어요. 박상현이라면 절대 그런 식으로 말하지 않을테니까!]
더 이상 그 자리에 서 있을 수 없었다.
돌아서서, 회의실 문을 열자 문 앞에 있던 사람들이 후다닥 자기 자리로 돌아가며 딴청을 피웠다.
한숨 자러 간다던 박감독은 회의실 문 바로 옆에서 황당한 표정으로 꿈쩍도 못하고 서 있었다.
[윤아 : (박감독에게) 최선생님이 안빠지면, 제가 빠집니다. 그렇게 아세요.]
[박감독 : (입만 쩍 벌린 채, 말이 안나오는)]
수 프로덕션을 뛰쳐나와, 빌딩 벽을 손으로 짚고 후들거리는 다리를 지탱하고 간신히 서 있었다.
...신윤아, 너 왜 이래. 너 왜 이래. 정말 왜 이래.
내가 나 자신한테 이렇게 놀란 적... 처음이다.
다리가 풀려 벽에 등을 기대면서 스르르 주저앉았다.
박감독이 빌딩 입구에서 뛰어나와, 저만치까지 뛰어가며 두리번거리더니 주저앉은 나를 발견하고, 내게로 돌아왔다.
[박감독 : 내 이럴 줄 알았지. 멀리도 못갔구만. 순 새가슴이면서, 무슨...]
# 박감독이 나를 끌고 간 곳은, 한강변.
아... 서울에 여기가 있었지.
2년 전, 그냥 이 한강에 뛰어내리고 말 걸. 왜 괜히 그 먼 곳까지 가서, 죽지도 못하고...
멍하니 한강물 흘러가는 걸 보고 있는데, 박감독이 캔맥주 몇 개와 안주거리를 가슴에 안고 돌아왔다.
캔맥주를 따서 내게 하나 건네고, 자기도 따서 벌컥벌컥 단숨에 캔 하나 다 비웠다.
[박감독 : 살다보니 최선생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네.^^;;;]
[윤아 : ...]
[박감독 : 아니, 미워하는 건가? 증오?]
[윤아 : ...]
[박감독 : 대체 뭔 일이야? 어? 그냥 나한테 속시원히 털어놓고, 옛날 감정은 탁탁- 털라구.]
[윤아 : ... 미워하는 거 아니예요.]
[박감독 : 그럼 그 적개심은 뭐야?]
[윤아 : ...]
[박감독 : 뭐야, 뭐냐구우...! 다들 옛날에 이렇게 저렇게 엮여 알고 지내던 사이 아냐? 내가 비록 중간에 끼어들어 온 형색이 됐어도, 그 정도 눈치는 있어. 왕따시키지 말라구.]
[윤아 : ...감독님.]
[박감독 : 어. ^^]
[윤아 : ...세상엔 모르는 게 약이란 말이 있어요.]
[박감독 : ...모르는 척 하라...?]
[윤아 : ...네.]
[박감독 : 그럴 수 없지, 신작가는 연출이 그렇게 만만해 보여? 한두명도 아닌 스탭하고 배우들, 작가까지 몽땅 묶어서 앞에서 제대로 끌고 가려면 한 놈, 한 년마다 갖고 있는 속 사정을 알아야, 뭘 하려고 다그쳐도 다그치지.]
[윤아 : ...]
[박감독 : 그럼 내가 소설 하나 써 봐?]
[윤아 : (박감독 보는) ...?]
[박감독 : 신작가, 최선생 좋아했지? 근데 최선생이 안받아줬겠지. 그래서 어린 마음에 응어리가 져서 아직까지 안풀린거야.]
[윤아 : ...]
[박감독 : 맞어, 안맞어?]
[윤아 : ...비슷해요.]
[박감독 : 허- 그래도 이해가 안 가.]
[윤아 : ...]
[박감독 : 대체 최선생이 신작가를 어떻게 거절했길래 이래? 그 양반, 여자 거절하는덴 도가 튼 인간이구만.]
[윤아 : ...]
[박감독 : 근데, 신작가가 이렇게 나오면 나 디게 곤란해.]
[윤아 : ...죄송해요.]
[박감독 : 최선생이란 카드, 이 드라마에서 엄청난 힘이야. 유선생도 뮤지컬 배우론 이름있지만, 한번도 드라마 출연한 적이 없어서 시청자들에게 최선생보단 인지도가 약해. 욱이야 영화로 10대, 20대 관객들한텐 이름 좀 알렸지만, 이 드라마는 부모세대하고 십대가 타켓이잖아. 최선생이야말로 위.아래세대에 어필가능한 우리가 가진 최고의 카드야. 게다가 학생 캐릭터는 오디션으로 신인만 뽑을거잖아. 그럼 초반 시청률은 최선생 이름 하나로 나오는거나 마찬가지라구. 그 정도 통밥 안굴러가?]
[윤아 : ... 무지 치사한 기분드네요. 내용을 보여주기도 전에, 스타 이름을 내세워야 한다니.]
[박감독 : ...어쩌겠어. 원래 인간 심리가 그런건데, 나도 처음 듣는 이름의 연기자보다, 내가 알고 좋아하는 연기자가 나오는 게 더 궁금한데.]
[윤아 : 박상현은 처음부터 주인공으로 끝까지 남아있어야 해요. 그런데 그런 대배우가, 일주일내내 찍어서 1시간짜리 드라마 한 편 방송나가는 초강행을 1년 넘게 해 줄까요? 다른 건 거의 못할텐데요.]
[박감독 : 참 멀리도 보고 걱정한다. 그럼 그 땐 다른 대타 집어넣으면 되지.]
[윤아 : ...]
[박감독 : 싫어?]
[윤아 : 싫지만, 그런 상황가면 당연히 그렇게 대처해야죠.]
[박감독 : 거 참, 이렇게 꼬박꼬박 알아듣는 거 보면 영 말귀가 어두운 건 아닌데.]
[윤아 : ...]
[박감독 : 신작가.]
[윤아 : ...네.]
[박감독 : 최선생한테 사과하고, 이 드라마 같이 가자 그래.]
[윤아 : ...]
[박감독 : 어차피 대본 쓰는 작가가 촬영장서 사는 연기자하고 마주칠 일이 뭐가 있어. 서로 사이가 좋고, 코드가 잘 맞아서 작품 얘기 나누고 그러는 거라면 또 모를까.]
박감독의 핸드폰이 울렸다.
[박감독 : 어, 민수? 신작가랑 한강에서 술한잔 하구 있어. 내 말은 통 안먹힌다. 최선생은 어떻하구 있어? (듣는) ....으응...]
박감독, 핸드폰 끊고 다시 맥주를 들이켰다.
[박감독 : (중얼중얼) 에이, 대체 이거 어떻게 돌아갈라구... 삐걱대는지. 아직 시동도 안걸었는데, 브레이크 고장나, 엑셀도 고장나...]
[윤아 : (꾸벅) 죄송합니다.]
[박감독 : 거, 죄송할 짓을 하지 않음 되잖아. 내 귀에 그 소리 못이 박히겠다. 내가 또 이런다구 여기서 빠진단 소리 입에 달지마. 안그래두 최선생 빠질 기세야, 자기 집에서 꼼짝도 안한대.]
[윤아 : ...]
박감독이 일어났다.
[박감독 : 나 간다.]
[윤아 : (당황) ...감독님..]
[박감독 : 다른 땐 신작가랑 얘기하면 재밌었는데, 이번엔 재미없어서 그냥 갈란다.]
[윤아 : ...]
[박감독 : 민수 온댄다, 너한테 할말 있다구. 기다렸다 만나구 가. 원, 내 말보다 조감독말이 더 잘먹히니... 이거 서러워서 살겠나.]
[윤아 : -_-;;;]
[박감독 : 옛날 사연 있는 사람들끼리, 얘기 잘 해봐.]
박감독은 바지 주머니에 두 손을 찔러넣고 뒤도 안돌아보고 훠이훠이 멀어져갔다.
민수 선배 얘기도 뻔하겠지. 박감독님하고 한치도 안틀리겠지.
그에게 사과하고, 같이 하자는...
민수 선배... 피하고 싶다.
지금 누구한테 무슨 소릴 들어도, 내 안의 소리보다 더 아픈 소린 없을텐데...
그걸 추스릴 겨를도 없이, 박감독님한테 끌려와 여러 소리 들었더니 많이 지쳐버렸다...
# 왜 일까, 민수 선배는 나보다 더 지쳐보인다.
민수 선배는 박감독이 남겨두고 간 술을 자기 혼자 몽땅 마셔버리고도 말없이 한강만 바라봤다.
[윤아 : ... 선배, 나 못마땅하지?]
[민수 : ...]
[윤아 : ... 나 그냥 여기서 관둘까? 그럼 모두 편할 거 아냐.]
[민수 : ...]
[윤아 : ...]
[민수 : ... 삼촌, 너 때문에 많이 힘들어했어. 돌아가신 그 분 때문이 아니라, 너 때문에.]
[윤아 : ...! ]
[민수 : 도저히 삼촌이 용서가 안되니? 2년 동안 감쪽같이 사라져서, 삼촌 충분히 힘들게 한 걸로... 그걸로 안 돼?]
[윤아 : ...! (그러나 태연히)그런 개인적인 감정, 공적인 일에 섞는 거 내 스타일 아냐. 단지 최선생님하고 같이 일하고 싶지 않을 뿐이야.]
[민수 : 결국 아직 삼촌 보기 힘들다는 거잖아.]
[윤아 : ...]
[민수 : ...]
[윤아 : 선배, ... 내가 사라졌다고 했어? 아니... 난 2년 전에 죽으려고 했었어.]
[민수 : (!, 창백해져 윤아 본다) ... 저, 정말이야?]
[윤아 : 선배가 알고 있던 신윤아는 그 때 죽었어. 죽은 사람을 터무니없이 20년 넘게 기다리는 그 남자처럼, 나 더이상 어리석지 않아.]
[민수 : !! ]
[윤아 : 날 살려주신 분이 그러더라. 사람의 감정은 졸졸 흐르는 개울물같아서 억지로 막으면, 장애물에 부딪칠수록 높게 튀어오른다고. 그러니까 그냥 흐르도록 내버려두면... 언젠간 그 물줄기가 서서히 줄어들고, 마를 수도 있다고. 나... 그렇게 하려고 해.]
민수 선배 표정이 어두워졌다.
[민수 : ...그래, 그럼 그렇게 해. 근데 너 그러려고, 삼촌 마음 일부러 함부로 하지않았음 좋겠다.]
[윤아 : ...]
[민수 : 이건... 알아둬. 삼촌... 언젠가 취해서 나한테 그랬다. 너, 어디서든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다는 소식만이라도 듣고 싶다고.]
난 입술을 앙다물었다.
내 기억 속의 그에게선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그의 마음.
[민수 : 피토하듯 그랬어. 만나지 않아도 좋고, 보지 않아도 좋으니까... 그냥 그런 소식이라도 들을 수 있으면 아무것도 안바란다고.]
민수 선배의 말은 귀로 들려오지 않고 내 가슴 한가운데를 뚫고 지나갔다.
[윤아 : (일부러 비웃는 투) 그랬단 말이지, 그 남자가 그랬단 말이지.]
[민수 : 윤아야, 우리 더 이상 엇나가지 말자.]
[윤아 : ....]
[민수 : ...나도 미안했다. 그 때... 그 때, 나 비겁했어. 널 두고 그렇게 도망치는 게 아니었는데... 그 때 가장 힘든 건 너였을건데..]
[윤아 : ...!! 그만해! 그만해, 선배!]
더 이상 도망쳐선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2년 전 그 때처럼, 오늘도 도망치면... 오늘, 다시 옛 사람과 지난 이야기를 하듯 언젠가 오늘을 괴롭게 거론할 날이 올 것이다.
그런 일을 반복하며 살 수 없다.
어차피 사랑 하나만으로 무모하게 모든 것을 버릴 수 있었던 신윤아는 이제 없는데. 남은 건 비겁한 겁쟁이 신윤아뿐인데.
내 안에서 다시 폭퐁이 휘몰아치든 말든 무슨 상관일까.
이 일을 제대로 해냄으로 마침표를 찍자. 그와도, 민수 선배와도. 그리고... 지난 시간 속 나 자신과도.
[윤아 : ...그 때 일... 최선생님 알아?]
[민수 : ...아니.]
# 그의 집 앞에서, 심호흡을 서너번 하고 벨을 눌렀다.
[선우E : 누구세요?]
[윤아 : 저, 신윤압니다. 말씀드릴게 있어서 왔습니다.]
문이 열렸다.
그의 의외라는 표정, 그러나 곧 어두워졌고...
그는 베란다 창가 쪽으로 가 자기 팔짱을 끼고, 내게 등을 보이며 창밖을 내다봤다.
더이상 마주보고 얘기하고 싶지 않다는, 그러나 들어는 주겠다는 몸짓.
난 잠시 아랫 입술을, 꽉 물었다.
그를... 설득해야 한다.
...고개를 숙였다.
[윤아 : ...사과드리러 왔습니다. 지난 번 제 행동, 제 말...]
[선우 : ...]
[윤아 : 죄송했습니다. 제 사과 받아주시고, 이 드라마... 해주셨으면 합니다.]
[선우 : ...]
[윤아 : ...]
그가 약간 몸을 틀어 나를 바라봤다.
[선우 : ...왜, 마음을 바꿨지?]
깊은 울림같은 목소리.
[윤아 : 선생님없이는 드라마가 돌아갈 수 없다고 하니까요.]
[선우 : ...]
살짝 그의 얼굴에 비웃음같은 미소가 스쳐갔다.
내 대답이 가시돋힌 듯한 느낌이겠지.
아무리 고개숙이고 들어가는 상황이래도 그가 믿지않을 거짓말로 둘러대고 싶진 않다.
[선우 : 그런 이유라면, 돌아가라. 난 나와 교감할 수 없는 작가가 쓴 캐릭터를 연기할 자신이 없다.]
...쥐고 있던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윤아 : ...교감, 억지로라도 하겠습니다.]
[선우 : ...대단하군.]
비꼬는 말투. 내 손찌검에 크게 상처받았다, 이 남자.
대체 저 마음을 어떻게 풀어야 하나...
그의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윤아 : 그 대신 특별 대본료를 더 받기로 했어요. 그만한 댓가는 요구할 수 있었어요, 선생님 덕분에. 앞으론 아마추어처럼 굴지 않기로 했습니다.]
[선우 : ...! ]
[윤아 : 이 드라마... 같이 가주셨으면 합니다.]
[선우 : ...]
[윤아 : ...도와주세요, 저, 이 작업 아니더라도 다른 일로라도 학비하고 기숙사비 벌어야 합니다.]
[선우 : ...]
[윤아 : 저...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선우 : ! ]
[윤아 : 그런 소식... 듣고 싶어하셨죠... 앞으로도 저 건강하게 잘 지낼겁니다. 그러려면 선생님 도움이 필요해요.]
차마 그의 얼굴을 올려다 볼 수 없었지만, 그가 흔들린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선우 : (깊고 차분한)...네가 안좋게 변한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
내 안에서 울컥 뭔가가 치솟았다.
[윤아 : ...안좋은 쪽으로 많이 변하지 않았어요. 제 대본 보시면, 아시게 될 거에요.]
[선우 : ...그래, 알았다. 그만 일어나라.]
꿇었던 무릎을 세워, 일어섰다.
[윤아 : 그럼 허락하신 걸로 알고, 그만 가보겠습니다. (돌아서는데)]
[선우 : 윤아야-]
멈칫, 걸음을 뗄 수 없었다.
[선우E : 대본 작업, 쉬운 일 아니다. 건강 해치지 마라.]
[윤아 : ...알겠습니다.]
간신히 대답하고, 그의 집을 나섰다.
그는... 어쩌면 내가 작가가 되는 걸 말리고 싶은 건 아닐까.
내 등에 꽃힌 그의 마지막 말의 뉘앙스가 그랬다.
피하려해도 피할 수 없었던 숙명같은 것 앞에 선 막막한 느낌...
# 방송국과 수 프로덕션의 계약은 될 듯하면서도, 밍기적대고 있었다.
답답해진 내가 박감독을 다그쳤더니, 이런저런 걸로 걸리는 사항이 좀 있다며 얼버무렸다.
[윤아 : 혹시 저 때문에 그런 거 아니예요?]
[박감독 : (미안한) ...그게..., 조금, 얼결에 내가 말실수를 좀 했거든.]
[윤아 : 어떤 말실수요? 제가 어리단 거요?]
[박감독 : ...어.]
[윤아 : 그래서요?]
[박감독 : 저기말야, 이건 내 생각이 아니고, 전적으로 우리 국장 생각이거든.]
[윤아 : 말씀하세요.]
[박감독 : 그러니까...다른 중견 작가로 가자고 하네. 꼭 신작가가 들어가야겠으면, 보조로...]
[윤아 : (벌떡 일어서며) 공동 집필도 아니고, 보조요?]
상황, 알만했다.
박감독은 내가 이 상황을 알게되면 내가 -내 자존심에 빠지겠다고- 선수칠까봐 일부러 말하지 않고 어떻게든 자기 선에서 해결해보려 동당거리고 있는 것이다.
[박감독 : (멋적게) 안되겠지? 그건? 사실 신작가가 전부 쓰는 거나 마찬가진데.]
[윤아 : 자존심있는 작가라면 이름만 빌려주는 그런 일 절대 안할걸요.]
[박감독 : 그러게 말야. 안그래도 내가 방송국 들어가면 국장님한테 신작가 얘기는 많이 하고 있거든? 좀만 기다려보자.]
[윤아 : 다른 태클은 없어요?]
[박감독 : ...그게, 좀. -.-]
[윤아 : 또 있어요? 왜요? 수 프로덕션에서 드라마 제작이 처음이라는 것도 맘에 안든대요?]
[박감독 : 그게 말야, 요즘 우리 방송국이 좀 시끄러워. 알잖아, 정계 쪽에서 걸고 넘어져서, 사장이 바뀌네 마네 하는 거. 간부급 쪽도 지금 다들 정신이 좀 없어. 이런 상황에서 미니도 아니고 시츄에이션처럼 길게 가는 거, 그것도 내년 거 섣불리 미리 계약해 놨다가, 괜히 계약서의 이런저런 사안 걸려서, 책임 불똥 튀게 되면, 국장 자리 보존도 위태로울 수 있고.]
[윤아 : (한심한) 그래서, 그렇게 몸사리면, 천년만년 국장할 수 있대요? 그렇게 계속 하고 싶대요?]
[박감독 : 신작가 뭘 모르네. 딸자식 둔 부모만 죄인 아냐.]
[윤아 : ? ]
[박감독 : 남자들. 마누라하고 자식새끼들 등에 업은 남자는 세상 앞에서 평생 죄인이다? 가장이구 먹구 살려니, 치사하구 드러워도 어떻게 해. 기라면 기고 엎어지라면 엎어지고, 폭풍불면 바짝 엎드려 지나가길 기다리는, 죄인되는 거지.]
여지껏 순하게 굴던 박감독이 이렇게까지 정색하고 나오니 내 입장에서 뭐라 할 말이 없었다.
[윤아 : ...그럼, 그냥 손놓고 기다리면 되나요? 방송국 사장이 바뀔때까지? 시간은 계속 흘러가는데....]
어차피 방송타기 전까지, 아니 방송되는 중에도 담당 제작사니, 기획안이니, 연출이니, 작가니, ... 수도없이 변경되고, 교체되는 일은 부지기수일터였다.
팔짱끼고 지켜보기만 하다간 자칫 '어쩔수없다'는 발뺌에 나만 뒷통수맞을 확률이 컸다.
박감독 말대로라면 박감독도 세상 앞에 죄인이고, 월급쟁이에 불과하므로.
나로선 이 드라마... 어렵게 결심하고 잘 해내려고 했건만.
# 그래서 난, 늦은 저녁 고급 한식당 룸에 앉아있다.
수 프로덕션 이태석 대표, 최선우와 함께.
한지문이 열리더니 박감독이 방송국 드라마 제작1국장을 모시고 들어왔다.
이대표, 최선우와 악수를 나누고 내 차례였다.
[박감독 : 여기가 신윤아 작갑니다.]
60대 후반의 흰 머리 성성한 국장은 나를 보더니 대뜸 마땅찮아하는 표정을 지었다.
[박감독 : 자, 자, 다들 앉으시죠. ^^ 국장님도 여기에-]
국장을 상석에 앉히고, 나도 다른 사람을 따라 국장의 맞은편에 앉았다.
곧 식사가 들어왔다.
[박감독 : (국장에게 아부식) 우리 신작가가 말이죠, 많이 어려보이긴 해도 속은 꽉 찬...(하는데)]
[국장 : (윤아보더니) 몇살이냐?]
...시작이다. 이 사람에게 내가 통과가 되야 '비상'이 세상을 향해 비상할 수 있다. 마음을 다잡았다.
[윤아 : 두 달 뒤면 스무살됩니다.]
국장은 잠깐 멍해있더니, 허허- 가볍고 짧은 헛웃음을 지었다. 말도 안된다는 표정.
[박감독 : 아, 생긴 것만 스무살이예요, 생긴 것만. 이 친구 천재라니까요, 얘기해보면 (윤아 머리 가리키며) 저 머리가 생각하는게 거의 저희 또래 이상이라니까요.]
[국장 : (귀찮다는) 아, 시끄러워. 작가흉내내보고, 감독흉내내보는 사람치고 딴 사람 인생 속 안들어가 본 사람 있나?]
[이대표 : 국장님, (고개 숙이는) 저희 한번만 믿어주십시오.]
[선우 : 어떤 경우이든 중요한 건 실력아닙니까.]
국장이란 사람, 드라마 연출과 예능국 데스크도 두루 거친 사람이라 수도없는 방송 대본과 콘티를 보아왔을 것이다.
어차피 어느 정도의 작법 기술은 경력 작가나 이런저런 곳에서 작법을 배운 신인 작가나 비슷하다.
그 때부턴 흡인력있는 아이디어와 시청자의 요구와 세상의 트랜디에 맞춘 타이밍, 적합한 연출과 연기, 편집, 작품 성격에 맞는 방송 시간 배정, ... 그런 것들이 승부를 결정짓는다.
국장의 위치에서 내 나이가 어리다는 것만이 이유는 아닐것이다. 거기서 거기인듯한 대본들이야 그렇다치고 시츄에이션을 끝까지 끌고 갈 역량도 미덥지 못할테고, 말같지 않은 어린애 장단에 쓰레기같은 드라마가 나올 수도 있을거고.
국장이란... 결국 결과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짊어져야 하는 위치이니.
[국장 : 어차피 이렇게 왔으니, 식사나 합시다.]
결국 나는 안되겠단 소리군.
[박감독 : 저, 국장님...(하는데)]
[윤아 : 국장님.]
[국장 : ? (본다)]
[이대표, 선우, 박감독 : (윤아 보고)]
[윤아 : 여기 자리가 좁아서 그런데, 제가 국장님 옆으로 옮겨도 될까요? ^^]
국장이 조폭 대장도 아니고, -_-;;;;
국장 앞에 나머지 모두 주르르- 나란히 앉아있는 폭이 좁긴 했다.
[국장 : (시큰둥) 그러던가.]
국장 자리 옆으로 앉았다. 박감독은 쟤가 왜 저러나- 하는 표정으로 나를 봤다.
별 수 있나. 자기 위치에서 한가닥하는 남자들 말도 안먹히니, 내가 할 수 있는 건 해봐야지. 나중에 무슨 소리를 듣더라도, 최선을 다하고 봐야지.
국장 앞에 세팅되어 엎어져있는 작은 술잔을 바로 세워 술을 따랐다.
[윤아 : ...반주...괜찮으시죠? ^^]
[국장 : (받으며) 좋지. 근데 말야, 여자는 아버지하고 남편한테만 술을 따르는거야.]
속으로 '흥' 콧웃음쳤다. 술을 잘 받아놓고, 기껏 딴 소리는.
[국장 : (다른 세 남자에게) 자네들도 한잔씩 해. 어?]
세 남자도 서로 주거니받거니 따라주고 국장이 마시는 타이밍에 맞춰, 국장에게서 고개 돌려 마셨다.
[국장 : (윤아에게) 너는 왜 안마시냐?]
[윤아 : 술잔이 비었으니까요.*^^* 국장님 안주시는데, 제가 뭘 마실 수 있겠어요.]
국장은 허허- 웃더니, 내 잔에 술을 따라줬다.
일단 인간 대 인간으론 나쁘지 않은 분위기로 풀려가는 것 같다.
이런 술자리 겸한 식사자리에서 무턱대고 봐달라고 시놉이나 대본을 들이밀고 평가해달랄 수 없고... 우선 친분부터 만들어야 될 것 같아서 여지껏 한번도 안해본 짓을 하려니, 속이 무지하게 떨린다.
이대표와 최선우는 내가 하는 짓에 의외라는 표정이다.
안주거리를 집어 국장의 개인 그릇에 놓아줬다.
[윤아 : (방긋방긋) 이것도 드세요- 술만 드시지 말고. ^^]
[국장 : 어어, 그래.^^]
[윤아 : 입에 넣어드리고 싶어도, 워낙 국장님이 보수적으로 나오시니까 이렇게 여기에 놓아드릴게요.]
국장, 내심 아쉬운 것 같다. 이미 서너잔 술이 돈 뒤라 분위기는 늘어지고 있다.
이제 어떻해야 하나. 대체 무슨 얘길 어떻게 해야, 자신의 틀에 대해 완고한 이 영감에게 최소한 보조 작가 이상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윤아 : 국장님, 제가 몇살인지 아세요?]
[국장 : 스무살이라고 안했나.]
[윤아 : 그럼 춘향이하고 이도령이 작은이도령 타령하면서 질펀하게 놀던 때 나이가 몇 살인지 아시죠.^^]
[국장 : (!) ]
질펀하단 표현이 좀 그랬나... 이렇게 나오면 말이 통한단 느낌을 줄 수 있을까 싶어서 그랬는데.
에라, 모르겠다. 내뱉었으니 줏어담을 수 없는 거고...
[윤아 : 이팔청춘 만16세, 정확하게 15살. 그쵸? ^.^]
[국장 : 그렇지.]
[윤아 : 그 당시 대중 문화였던 판소리에서 그랬다면 그 시대 상황을 반영한다는 건데. 그럼 제 스무살이 어린 걸까요? ]
[국장 : ...허- 그을쎄...]
[윤아 : ^^ 특히 사랑가에선 춘향이의 에로틱한 면도 꽤 있는 것 같던데요. 하긴 그런 건 저보다 국장님이 더 잘아시겠네요.]
국장이란 이 사람, 예능국 데스크에 있을 때 국악 프로 활성화에 애썼다지. 시청률이 낮았음에도 폐지되지 않고 지금까지도 방송되고 있는데는 이 사람의 힘이 컸다고 들었다.
...사실 오늘 여기 오기 전에 어떻게든 나이보다 어른스런 면을 어필하기 위해 인터넷으로 국장의 프로필을 훑고, 박감독에게 연락해서 이것저것 물어봤었다.
[국장 : 나야 좋아하니까 좀 듣는 편이지. ^^]
국장은 술이 좀 들어간 상황에서 자기가 좋아하는 쪽 이야기가 나오니까 기분이 좋아지고 있는 듯하다.
[윤아 : 분위기도 좋은데, 사랑가 한 대목 해드릴까요? 잘은 못하지만.]
[국장 : 허- 사랑가를 할 줄 알어? 니가 국악고등학교 출신은 아닐텐데.]
이제보니 국장의 어투에 이북 사투리가 약간 섞여있다.
술자리는 이미 국장과 나의 대화만으로 충분했다.
[윤아 : 기회가 있어서 배워뒀어요. 좋길래.^^]
기회는 개뿔 -_-;;;;
혹시나 이런 상황이 있을까 싶어서, 우리 학교에 자원봉사로 와서
특활시간에 국악을 가르쳐주는 대학생을 찾아가
몇 일동안 죽어라 배워뒀지.
에고, 속 떨려. 이럴 땐 유리가 준 진정제 환약도 전혀 도움이 안된다.
[국장 : 그럼 한 번 해봐라- ^^]
[박감독 : (신나서) 제가 추렴넣죠. ^^]
[국장 : 아냐, 아냐, 봐서 내가 하지.]
난 소리북대신 젓가락을 집어들고 술상을 두어번 친 다음 사랑가 타령에 들어갔다.
[윤아 : 그때여 춘향과 이도령이 만난 지 엊그제인듯허나 하루이틀 오육일이 넘어가니]
[국장 : 그렇지~ ]
[윤아 : 나이 어린 사람들이 부끄러움은 훨씬 멀리 하고 정만 차차 깊이 들어, 도련님이 춘향일 다리고 사랑가를 노니난디-]
[국장 : 얼쑤~]
[윤아 : 이리 오너라 업고 놀자. 이리 오너라 업고 놀자. 사랑 사랑 사랑 내 사랑이야. 사랑이로구나, 내 사랑이야. 이이히히~ 내 사랑이로다. 아매도 내 사랑아. 니가 무엇을 먹으랴느냐? 둥글 둥글 수박 웃봉지 떼뜨리고, 강릉 백청을 따르르르 부어, 씰랑 발라 버리고, 붉은 점 웁벅 떠 반간 진수로 먹으랴느냐. ]
[국장 : 아니 그것도 나는 싫소. ]
국장이란 노친네, 추렴뿐 아니고 어깨도 들썩들썩거리며 춘향의 댓구 부분을 맞장구 쳐준다.
나도 모르게 흥이 막 난다. 국장과 계속 눈을 마주치며 소리를 이었다.
얼큰히 취한 박감독과 최선우, 이대표가 각자 그릇과 술상을 북채 삼아 젓가락으로 박자맞춰 두드려댄다. -_-;;;;
그나저나 아니리 부분은 외우기 쉬웠는데, 그 뒷 부분 중중머리 부분은 사자성어투성이라 거의 안봐뒀다. 거기까지 가자고 하면 좀 골치아프겠구만.
[박감독 : (취해서) 아, 그러니까 제가 말씀드렸잖습니까. 우리 신작가 너무너무 재밌구, 속은 우리 어른보다 더 한 수 위고, 그 뭐시냐...(뭔가 생각하는 것 같다가) 한마디로 천재라니까요!!!]
[윤아 : 감독님.]
[박감독 : 어?]
[윤아 : 천재는 전생에서 배운 걸 남들보다 빨리 기억해내는 것 뿐이라는 말도 있어요.]
[박감독 : 그래? 그런 말은 처음 듣는데?]
[윤아 : ^_^]
[선우 : ...]
[이대표 : 저두 판소리가 슬슬 귀에 들어오기 시작하든데, 한 번 제대로 찾아다니며 들어봐야겠습니다.]
[국장 : 그럼, 그럼- 아직, 이 나라엔 명창들 많아! 우리 소린 안죽었어!!! 세계로 나가서 이 나라의 전통문화계 마에스트로의 진면목을 보여줘야지!!! 우리나라가 명품 모방 국가이기만 한 건 절대! 아니거든! 끄윽! 이대표 언제 내 방에 한 번 들러! 내가 특별히 이대표한테만 내가 모은 귀한 LP도 빌려줄게.]
[이대표 : 넵! 감사합니다!!!]
[국장 : (윤아에게) 근데 이쁜아.]
[윤아 : 네. ^^]
[국장 : 너는 왜 멀쩡하냐?]
[윤아 : -_-;;;]
취하니까 별 걸 다 트집잡네. 안그래도 어려운 자리라서 (국장이 주는대로 받아마신 술기운에 대항해) 최대한 정신력으로 버티고 있는 건데.
[윤아 : (당황) 저...저...]
또 술 따라준다.
[국장 : 마셔, 마셔, 쭈욱-]
[윤아 : 네...]
어쩔수없이 마셨다.
몸은 이미 마취 수준으로 넘어가 감각이 없다.
[윤아 : 국장님.]
[국장 : 어!]
[윤아 : 저 이제 제 이름으로 드라마 대본 써도 되요?]
[국장 : 그래, 써라!]
대답 한 번 시원시원하네. 진작에 이럴 걸 여러 사람 애먹이고...
하긴 술김에서 한 소리니, 다음 날 엎어도 어쩔 수 없긴 하지만.
[윤아 : (약간 비틀거리며 꾸벅) 감사합니다.]
[국장 : 고럼, 우리 이쁜이가 해야지, 고럼!]
[윤아 : 그럼 우리 프로덕션하고 계약해주시는 거예요?]
[국장 : 아이고~ (윤아 얼굴 쓰다듬으며) 이쁜 것, 걱정마라~]
[선우 : (안색 변하고)]
[박감독 : (슬그머니 인상구기고)]
[이대표 : (취해서 못 본)]
[윤아 : ^^ 남아일언중천금! 내일 딴소리하시면 저 국장님 다시 안봅니다~?]
[국장 : 알았다니까!!! 근데 이쁜아~ ^^]
[윤아 : 네~]
[국장 : (슬쩍 흘리듯) 우리 이쁜인 거기도 이쁠까?]
[윤아 : ...!]
...갈수록 태산이라더니!
국장의 말뜻을 순식간에 간파했지만, 표정을 함부로 바꿀 수 없었다.
언젠가 드라마 습작할 때 필요해서 우리 반 애 중에서, 룸싸롱에서 일하던 애한테 술 사주며 룸싸롱 일에 대해서 인터뷰했던 것이 생각났다.
[정희 : (오징어 질겅질겅 씹으며) 언니, 이거 한가지만 알면 돼. 거기선 있는 놈이 더하고, 높은 놈이 더하고, 하여튼 완전 개야.]
[윤아 : 정말루...그래? 0.0 교양있는 사람들두?]
[정희 : 허- 언니 정말 순진하네. 멍석펴주면 아주 끝간데까지 못가는 인간들이 없다니까! 지식인 교수? 사업가 회장? 웃기지말라 그래. 아는 놈들이 더하다니까, 아주 대놓고 영계찾구. 하긴 그러니까 나도 그런데서 일할 수 있었지만.]
[윤아 : (기막힌) 말이 안나온다, 말이.]
[정희 : 언니는, 세상을 너무 몰라. (술병 들어보며) 술 이것뿐이야? 누구 코에 붙일라구?]
[윤아 : ...나 돈 별로 없는 거 알잖아. ^^;;; 그걸로 모자라? ^^ 지금도 너 혼자 마시고 있는건데...]
[정희 : 그럼 담배 있어? 술 마시니까 그게 땡기네.]
[윤아 : 담배? 어, 없는데 -_-;;; 이따가 유리한테 빌려서 줄 게. 저기, 거기 얘기 더 해줄래?]
[정희 : 음... 그리고 거기선 다 사장이야, 사장 아닌 놈이 없어. 리어카 장삿꾼도 다 사장님이야.]
[윤아 : ^^;;; 허긴 그렇겠다. 그럼... (미안해하면서) 거기서 일할 때 제일 싫은게 뭐였어? 뭐 꼭 말하기 싫으면 안해도...]
[정희 : 2차. 그리고 영감탱이들이 얼마나 추근대는지. 아으~ 느끼하게 훑는 끈쩍끈쩍한 눈길도 또 어떻구? 돈 좀 있으면 나잇살먹어도 손녀뻘되는 애한테 그렇게 지랄해도 되는건지... 자기들 돈 좀 있다고 첩 해달란다, 배신만 때리지 말래. 집도 사주고, 명품도 사주고, 나중에 시집가게 되면 혼수비도 준대.]
[윤아 : 헉!!! 세상 말세다, 말세.]
벌컥! <--기숙사 방문 열리는 소리
[홍선생 : 누가 뭐래? 선생들은 소주도 아까워하며 빠는데, 니들은 방에서 몰래 양주를 빨아? 달리 세상 말세가 아냐~]
갑자기 안면바꾸고 내치면, 지금까지 온갖 애교와 아부까지해서 만들어놓은 상황이 순식간에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윤아 : (생글) 국장님~ 사랑가 마저 해드릴까요?]
[국장 : 아, 맞어~ 딸꾹! 마저 듣기로 했지.]
급히 국장의 맘이 바뀔까 싶어서 아니리 부분을 하기 시작했다.
그 뒷부분 중중머리는 내가 틀리던 말던 술취한 사람이 다 알아듣기나 하겠어?
춘향이와 이도령이 닭살스럽게 하는 핑퐁 대화다.
[윤아 : <이도령> 이 애 춘향아, 나도 너를 여태 업고 놀았으니, 너도 나를 좀 업어다오. <춘향>아이고 도련님, 도련님은 나를 가벼워서 업었지만, 나는 도련님이 무거워 어찌 업어요? <이도령>내가 널더러 무겁게 업어 달라드냐? 내 양팔을 니 양 어깨에다 얹고 , 징검징검 걸어다니면, 그 속에는 재미진 일이 많지야~]
와아아- 술취한 남자들, 재미나게 웃어제낀다.
들리긴 들리나보네.
[윤아 : 춘향이가 이제는 파급이 되어, 마구 도련님을 낭군자로 업고 노는듸. ]
[모두 : 얼쑤~ ^^]
[윤아 : 둥둥둥 내 낭군. 어허 둥둥 내 낭군. 도련님을 업고 보니, 좋을 '호'자가 절로 나~ 부용 작약의 모란화, 탐화봉접이 좋을 '호', 소상동정 칠백리 일생으 보아도 좋을 '호'로구나. 둥둥둥 어허 둥둥 어허 둥둥 내 낭군. 도련님이 좋아라고, 이 애 춘향아, 말 들어라. 너와 나와 유정허니 정자 노래를 들어라.]
그 담에 뭐더라? 여기서부턴 불경처럼 어려운 한자 사자성어, 오자성어가 수두룩한데...
담담...담...'담담장강수'였나?
아, 머릿 속이 빙글빙글 돈다.
# 판소리에 어우려진(?) 술자리 분위기가 너무 좋았던지... 3차 수준처럼 모두가 잔뜩 취해 있었다.
[국장 : (윤아 부축받으며 나온) 아냐, 아냐- 난 이쁜이하고 한 잔 더 하고 싶은데~ (윤아의 어깨를 한 팔로 두르며) 어때? 딱 한 잔 더? ^^]
이 노친네는 이만큼 취했으면 이제 그만 집에 가서 발닦고 뻗어 잠자고 싶지 않은 걸까.
자꾸 추근대는데, 초난감이다.
난 자꾸 눈이 감기고, 어디에든 머리만 대면 금방 잠들것 같은데.
[선우 : (역시 취한) 제가 댁까지 모셔다드리겠습니다, 국장님.]
[국장 : (손 사래질) 아냐, 아냐- 우리 이쁜이랑 한 잔 더 할 거라니까. 자네들은 알아서 가-]
[박감독 : (취했지만 실실 웃으며, 국장에게 매달리는) 국장님~ 저랑 한 잔 더 하시죠. 그...뭐더라, 국장님 단골집 있잖아요. 섹~쉬한 마담있다구 맨날 자랑하시는 곳, 저 오늘 한 번 꼭 데려가 주세요~ 네? (일행 돌아보며) 우리 거기 가요? 아, 근데 신작가는 안되겠다 ^^ 마담이 너무 예뻐서 신작가는 빛을 못 봐- 신작가 먼저 보내고 우리끼리 갑시다!!! 예??]
[국장 : 아, 거기 마담은 고상한 클래식은 알아도 우리 소리는 몰라- 우리 이쁜이가 최고지, 그치? (윤아에게 조르는) 딱 한 잔? 어?]
내 어깨에 얹힌 국장의 팔 무게가 더 무거워진다.
[윤아 : ^^ 그러시죠, 그럼.]
취해서 제대로 본 건진 모르지만 최선우, 이대표, 박감독의 표정이 순간적으로 굳었다.
[국장 : (좋아서) 그래, 그래 ^^ 근데 내가 너무 취하면, 우리 이쁜이 곤란하잖아? 그러니까 방으로 가자구.]
[윤아 : 술 사가지구요?]
드디어 노친네의 본심 나오시네.
[국장 : 아냐, 들어가서 시키면 돼. 그러니까 일단 가자구.]
제 걸음도 제대로 못걷는 국장을 부축해서 가까운 골목으로 걸음 옮기며 뒤에 있는 일행을 향해 잠깐 고개만 돌려 목례했다.
최선우, 그가 움찔거리지만 꼼짝도 못하는 것이 보였다.
분명 그의 옆에 있는 이대표나 박감독한테 잡힌거겠지.
[윤아 : 전 제가 마시는 맥주 종류가 따로 있는데, 그건 사서 들어가요. 네? ^^]
[국장 : (선선히) 그래! 그럼 그러자!]
# 다음 날, 오전부터 수 프로덕션에 들어가 사장실을 홀로 지키며 종이에 인쇄한 시놉과 대본을 다시 읽어가며 펜으로 수정을 봤다.
직원들이 퇴근할 시간이 되어서야 이대표가 사장실에 들어왔다.
[윤아 : (펜으로 대사 고치며) 이제 출근이세요?]
[이대표 : (안좋은 표정으로 윤아 보는) ...그래요.]
[윤아 : (이대표 본다) 계약은 하셨어요?]
[이대표 : 하고 들어오는 길입니다.]
[윤아 : (일어서며) 그럼 저하고 계약할 차례네요. ^^]
[이대표 : ...]
회의실로 가서 최선우, 박감독, 내가... 프로덕션과 각자 정식 계약을 하는 절차가 있었다.
작가 매니지먼트사를 중간에 놓고 계약한다면 신인 작가의 입장을 보호받을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작가 매니지먼트사에서 내 상황에 대해 우유부단하게 대처하려던 것에 도통 신뢰가 안갔다. 영리한 종달새 동화에서처럼 결국 보리밭에 직접 나서서 가장 열심히 수확하는 것은 그 보리밭 주인뿐이다.
그래서 혹여 나 혼자 불이익을 받더라도, 프로덕션과 직접 계약하는 방식을 택했다.
최선우와 박감독은 자신과 프로덕션이 계약하는 계약서를 대충 읽고 싸인하곤 이대표에게 넘겼다.
[윤아 : (그들 본다) ... (다시 계약서 보고) 됐네요, 제가 싸인만 하면 되죠? (계약서 두 장에 사인하면서, 지나가는 말처럼) 국장님이 제 안부 안물으시던가요? (이대표에게 계약서 건네고)]
[이대표 : (받아서, 계약서 두 장에 싸인하고, 한 장은 윤아에게 건네는)]
[박감독 : (정색) 아, 아니... 그 양반이 술버릇은 좀 나빠도, 뒷끝은 깨끗해. 자기 이름 걸고 시작한 건 끝까지 책임질 줄 아는 양반이구.]
[윤아 : (박감독 잠시 보더니, 싱긋) 그래요? 아쉽네요. (이대표에게 계약서 한 장 받아서, 이대표 사인 확인하며) 수 프로덕션보다 더 든든한 빽이 생기나 했는데.]
최선우, 그는 더 참을 수 없다는 듯이 의자를 박차고 일어나 회의실을 나가버렸다.
[박감독 : (안타까운) 신작가, 최선생한테 너무 그러지 마. 어제 우리가 병신같이 군 거 입이 열개라도 할 말없지만, 그래도 여기서 신작가 제일 생각해주는 건 최선생이야. 원래 작가 이름 그대로 내보내야한다고 밀어붙인 것도 최선생이고.]
[윤아 : (미소 지은 채, 사무적인) 그래서요...? 장정 셋이, 취한 노친네 하나 못당하든데. 그게 도시 속 정글의 법칙이란 거겠죠? 양육강식. 그래도 동물의 세계에선 그 법칙은 오로지 1차적인 힘으로, 대장의 힘이 떨어지면 합세해서 몰아내죠. 하지만 인간들 세계에서 힘이란 참 여러가지인 것 같아요. 권력, 명예, 돈, ... 비유가, 한참 잘못됐어요. ^^(계약서 챙겨서, 일어서는데)]
[윤아 : (생글거리지만 냉랭한) 제가 뭐라고 했나요? 세 분이 못한 거, 제가 알아서 제 밥그릇 챙겼죠. 그럼 된 거 아닌가요?]
[박감독 : ...]
[이대표 : ...]
회의실을 나오는데, 뒤에서 박감독이 한마디하는 게 들렸다.
[박감독E : 보통내기 아닌 줄 알았지만, 신작가 무섭네, 무서워. 대체 꼬리가 몇 개야?]
....
수 프로덕션 문을 열고, 복도로 나왔다.
문 옆에 서 있던 그가 차마 말을 못꺼내고 내 팔을 잡으려다 힘없이 다시 손을 떨어뜨렸다.
[선우 : ...]
짐짓 모른 척 몸을 돌려 복도를 몇 걸음 옮기는데 맞은 편에서 민수 선배가 뛰다시피 다가왔다. 그런데 내게 다가올수록, 표정이 영 아니다.
[윤아 : 선배. ^^]
[민수 : ...너, 너,... 우씨- (자기 머리 헝크리더니) 이런 세상 정말 싫다, 싫어.]
어젯밤 일을 어디서 줏어들었나보네.
[윤아 : (차분) 싫어도 어떻게 해. 세상이 아무리 치사하고 드러워도 먹고 살려면 싫은 일도 해야될 땐 해야지.]
[민수 : ...! (놀라서 윤아 보는)]
내 등 뒤로, 그가 수 프로덕션 옆에 나란히 위치한 그의 매니지먼트사 문으로 들어가는 발소리와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차라리 그가 내게 -인생 그렇게 살지말라-는 식으로 한마디 했다면, 나도 당당하게 -참견말라-고 대거리할 수 있었을텐데...
내게 아무 말도 못하고 힘없이 나오니까, 난 그에게 일부러 더 못되게 굴게 된다.
[윤아 : 참, 선배.]
[민수 : ...어.]
[윤아 : 촬영장소로 폐교 알아보는 거 어떻게 됐어?]
[민수 : 알아보고는 있는데, 서울쪽은 찾기 어렵고, 아무래도 니네 학교 근처도 알아봐야 할 것 같아.]
[윤아 : ...그래? 그러려면 서울하고 오가는 시간도 만만찮을텐데? 방송국의 스튜디오 촬영분도 있을 거 아냐.]
[민수 : 안그래도 그게 문제다. 아무래도 지방에서 하게 되면, 임시 숙소같은 거 마련해야 될 거야.]
[윤아 : ...응, 그렇구나. 참, 선배, 나 돈 좀 빌려줄 수 있어?]
[민수 : 왜?]
[윤아 : 휴학계 내면 기숙사에서 나와야 되거든. 그래서 일상생활할 수 있는 작업방을 구해보려는데 내가 워낙 가진게 없어서... 우리 드라마, 내년 방송 시간 배정받은 거라, 내년될 때까진 반 년이나 남았는데, 선불달라기 좀 그렇잖아. 프로덕션 형편도 쉽지 않은 거 아는데.]
[민수 : ...]
[윤아 : 나중에 나 대본료 줄 때, 선배가 알아서 까면 되잖아. 좀 빌려주라~ 응? ^^]
[민수 : ...오빠들하곤 연락 안하는 거야?]
[윤아 : (어두워지는) ...어. 명절 때나 내가 전화 한 통하는 정도야. 이 나이되서 아직 고등학생인 것도 그런데, 신세지고 싶지않고... 오빠들한테 나 그렇게 달가운 존재 아니니까... 오빠들은 내가 어디있는지도 몰라.]
[민수 : 그럼... 지금까지 학비하고 용돈은...]
[윤아 : 방학 때 아르바이트하면 좀 빠듯해도 한 학기 버틸 정도는 됐어. ^^]
[민수 : ...그랬구나. 알았어, 선불쪽으로 위에 말 넣어볼게.]
[윤아 : 그럼 너무 미안할 것 같은데...^^]
[민수 : 우리 드라마 제작비 예산이 얼만데, 그 정도도 못해줄까봐.]
[윤아 : 땡큐~^_- 그럼 나 선배 믿구, 내려간다? 빠빠이-]
[민수 : 학교로 내려가는거야?]
[윤아 : 응! ^^]
[민수 : 시골 밤 길 조심해라.]
[윤아 : 눈 감고도 훤해. ^^]
난 일부러 명랑하게 민수 선배한테서 돌아서 등을 보이면서도 두 팔을 올려 '바이바이-' 손을 흔들며 복도를 걸어갔다.
아까와 같은 민수 선배의 표정, 다신 보고 싶지 않았다...
# 늦은 밤이지만 유리의 약초&독극물 실험실은 (학교 건물에서 약간 떨어진 창고를 실험실로 개조한) 불이 환하게 켜져있었다.
[윤아 : 유리야 ^^]
[유리 : 어, 언니!]
실험 가운을 입은 유리는 칸에 갇힌 실험용 쥐의 상태를 살피며 실험 노트에 진행상황을 적고 있었다.
유리는 얼굴이 환해져서 팔짝거리며 뛰어오더니 두 팔로 내 목을 감으며 안겨왔다.
[유리 : 지금 온 거야?]
[윤아 : 응, 홍선생님한테 돌아왔다고 보고하고 여기로 온 거야. 참, 이거. 잘 썼다.^^]
유리의 포옹이 풀러지자 난 가방에서 작은 약병을 꺼내 건넸다.
[윤아 : 원래 이런 마약 종류는 실험실에서 나가면 안되는데, 빌려줘서 고마워. ^^]
[유리 : (받으며) 언니가 어디 허트루 쓸 사람인가? (살짝 열어보며) 조금 썼네?]
[윤아 : 응. 그 환각제 효과 좋드라? 아무리 술취했대도, 향만 잠깐 코에 대줬는데 지가 알아서 무아지경으로 빠지던데?]
[유리 : 그러엄~ 내가 만든 것 중에 효과없는 게 어딨어?^^ 참, 수면제는? ]
[윤아 : 아... 혹시 몰라서 다 먹였는데.]
[유리 : (눈 동그래졌다가, 풋- 웃는) 그걸 다? 한 사람이 다 먹었으면 아무리 씨름장사래두 하루는 꼬박 뻗었을건데. 내가 꼬돌이한테 몰래 실험해봤잖아. 그 녀석은 삼일을 정신없이 자드라구.^^]
[윤아 : (쿡-) 안그래도 그래서 늦어진거야. 오늘 저녁 늦게서야 계약이 됐거든. ... 혹시 질척거릴까봐 빌려간 건데, (짧은 한숨-) 아주 유용했어.]
[유리 : (실험 테이블로 가며, 고개 절래절래) 하여튼 수컷들이란.]
[윤아 : ^^;;;; 담배 있니?]
유리는 잠깐 나를 보더니, 약초상자의 가장 아랫서랍에서 담배 한 가치와 라이터를 꺼내왔다.
[유리 : (건네며) 여기 와서 담배끊은 애들은 많아도 담배 배운 사람은 언니뿐일걸?]
난 담배를 물고 불을 붙였다.
[윤아 : 응, 아마 그럴거야. ^^ 그래서 아직두 맛두 모르고, 가끔만 피우잖아.]
유리는 몸을 낮추더니, 내 눈을 들여다봤다.
[윤아 : 왜?]
[유리 : 그러니까 언닌 힘들때만 피우는거잖아. 지금은 뭐가 우리 언닐 힘들게 하나...?]
[윤아 : (싱긋 웃으며) 그런 거 없어. 그냥 앞으로 대본 쓸 생각하니까, 책임감에 마음이 무거워서 그래. 라면있어? 배고픈데.]
[유리 : 저녁 안먹었어?]
[윤아 : 오면서 역 앞에서 대충 때웠더니, 출출하다.]
[유리 : 컵라면 있는데, 먹을래?]
[윤아 : 응.]
유리는 비이커에 담긴 물을 램프로 끓여서 두 개의 컵라면에 부었다.
내 입에서 담배 맛은 아직도 지독히 쓰다. 마음이 안좋을 때만 입에 대서 그런가...
담뱃불을 잘 꺼서, 쓰레기통에 버렸다.
여긴 실험실이라 위험물질이 많아 항상 조심해야 한다.
[유리 : 언니-]
[윤아 : 응?]
[유리 : 언니가 쓰는 드라마, 연기자 오디션 본다고 그랬지?]
[윤아 : 글쎄... 내 희망사항이야. 감독님두 좋다고 하시는데, 시간이 되면... 하긴 오디션을 봐도 학생 역을 할 어린 친구들만 뽑을거라... 당장 실력있는 연기력을 기대하긴 힘들지. 아마 뽑아놓고도 따로 트레이닝이 필요할거야.]
[유리 : 나도 그 오디션 볼까? ^^]
[윤아 : 응? (의아) 니가 왜?]
[유리 : 언닌 대본 쓰면서 그 안의 주인공들하고 교감한다구 그랬잖아.]
[윤아 : 어.]
[유리 : 내가 그 중의 하날 연기하면, 나두 언니하고 교감할 수 있는 거잖아. ^^]
[윤아 : ...너만큼 날 잘 아는 애가 또 어딨다구. 그리고 연기하는 거, 보기는 쉬워보여도 막상 해보면 장난 아니야. 또 넌 학교 수업도 들어야 되고.]
[유리 : ...그래서 싫어?]
유리의 목소리가 금세 잦아든다. 저 큰 눈에 눈물이 고일 듯하다.
[윤아 : (당황) 시, 싫은게 아니구... 설사 오디션에서 뽑혀도, 너 힘들까봐 그러지. 학교 수업도...]
[유리 : 어차피 난 수업 잘 안들어가잖아. 여기 실험 보고서로 대체하는 수업일수도 많잖아. 이 연구들이야 내가 얼마든지 시간도 조절해서 할 수 있고.]
[윤아 : ...]
[유리 : (눈물 그렁) ...언니..]
어떻하지... 하여튼 난 유리 눈물에 약한게 탈이다.
[윤아 : 알았어! 오디션 보는 건 되는데, 떨어져도 난 모른다? 나 혼자 점수 매기는 게 아니니까.]
[유리 : ^0^ 응, 응...]
유리는 대뜸 활짝 웃으며 내게 와서 내 품을 파고들었다.
그러고보니 유리도 연기쪽으로 영 아닌 건 아니다. 일단 외모가 청순 분위기인데다 구체관절인형처럼 약간 외국적인 예쁜 얼굴을 가졌다. 목소리도 여성스럽고, 발음도 또렷한 편이다. 더불어 연기쪽으로 소질이 있다면...환상, 그 자체일거다.
하지만 순전히 나 때문에 해보고 싶다니... 연기가 하고 싶어 힘든 무명시절을 견디며 자신의 일생을 걸고 있는 연기자들한테 너무 미안한 계기라서...
[유리 : 그래도 언니가 기숙사 나가는 거 너무 싫어... 아무리 언니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라지만...]
[윤아 : 이 사정 저 사정 봐주다간 우리 학교 최소의 규율도 무너져. 나도 여기 있고 싶지만..., 어쩔 수 없잖아.]
[유리 : ...다른 사람하고 방 쓰는 거 끔찍해.]
[윤아 : 나 말고 다른 친구도 사귀어야지. 아주 좋은 기회네. ^^]
[유리 : (어리광) 난 언니만 있으면 되는데...]
어린아이같이 맑고 순수한 아이, 유리.
박감독은 날 천재라했지만, 유리야말로 공식적으로 아이큐 190인 천재다. (아인쉬타인은 아이큐가 200이었단다)
[윤아 : 앗! 라면 다 불었겠다!]
[유리 : 어?! ]
유리가 후다닥 컵라면을 들고왔다.
유리와 나란히 낡은 소파에 앉아 밤참을 먹었다. 내가 학교를 떠나있으면 한동안 이런 즐거움은 찾기 힘들 것 같다.
[윤아 : (후루륵 먹으며) 넌 여기 있는 화학성분을 다 알면서 용케도 잘 먹는다?]
[유리 : 일단 열량은 발산하니까. ^^ 그래서 인스턴트 먹는 우리 현대인들은 죽으면 죄다 화장해야 돼.]
[윤아 : 어?]
[유리 : 방부제 음식을 하두 많이 먹어서 시체가 안썩을거라구.]
[윤아 : (풋-) 지금 먹으라는 거야, 말라는거야.]
[유리 : 나두 먹구 있잖아. ^^]
[윤아 : ...-_-;;;]
[유리 : 참, 언니 기숙사 나가는 거 송별회 해준대. 언니 언제 시간나냐고 물어봐달라던데?]
[윤아 : 말이 좋아, 송별회지. 자기들 술마시고 놀고 싶어서 그러는 거 아냐! 됐다 그래. 나 복학해서 다시 들어오면 그 때 환영회나 찐하게 내가 쏜다고 그래.]
[유리 : *^_^*]
<계속...>
뱀발 : ~시간되시는 님은 감상해보세요~ ^_^
(금지어가 뭔지 알았습니다. 음악링크시키고 HTML편집에서 수동재생의 명령어인 a.u.t.o.s.t.a.r.t 더군요. 이걸 추가로 넣으면 음악링크된 막대기가 나와도 자동으로 음악이 실행되지 않거든요.
그런데 지난 회 올릴때도 잘 되더니, 왜 갑자기 금지어가 된건지 -_-;;;
여기 화면에서도 위의 영문자 사이에 넣은 "."를 빼고 이어서 쳐넣어도 금지어입니다.
대체 어찌된건지 알 수 없습니다만...
저는 개인적으로 게시글 들어가서, 느닷없이 음악이 튀어나오면 깜짝깜짝 놀래거든요...ㅎㅎ
그리고 두세가지 음악을 링크시키려면, 세개의 음악이 한꺼번에 뒤섞여 나온단 소린데... 어떻게 해야할지 -.-;;;; 다른 좋은 방법을 모르겠네요.
제게 있어 그녀는 단 하나의 길임을 용서하소서 제게 있어 그녀는 아침이며 제게 있어 그녀는 생명임을 용서하소서 제 자리가 아님을 알며 감히 그녈 탐함을 용서하시고 그래도 후회하지 않음을 용서하소서 이건 제 뜻이 아니었으나 오히려 감사함을 용서하시고 또 용서하소서 당신이 가르친 사랑을 그녀 앞에 제가 놓게 하시고 그 사람의 그 절망과 허무는 제게 버려 그녀 앞엔 아름다움만이 있게 하소서 / 어찌합니까 어떻게 할까요 감히 제가 감히 그녀를 사랑합니다. 조용히 나조차 나조차도 모르게 잊은척 산다는건 살아도 죽은 겁니다. 세상의 비난도 미쳐보일 모습도 모두 다 알지만 그게 두렵지만 사랑합니다. 어디에 있나요? 제 얘기 정말 들리시나요? 그럼 피흘리는 가엾은 제 사랑을 알고 계신가요? 용서해 주세요 벌하신다면 저 받을께요 허나 그녀만은 제게 그녀 하나만 허락해 주소서
[로맨스 소설]<<흡혈귀 마녀와 동침을II-06>>
에...-_-;;; 게시판 번호 5000번에 6회분을 폼나게 올릴 기회가 있었는데...^^;;;;;
열심히 글을 정리해서 [등록]버튼을 눌렀더니
'금지된 단어'가 있어서 올릴 수가 없다는 메세지가 뜨고
글이 몽땅 날라갔습니다. T_T
(얼마나 열심히 수정하고, 링크시키고 했는지... 귀신도 모를겨 ㅠㅠ)
대체 그 '금지된 단어'가 뭐였을까요? 무쟈게 궁금합니다.
그냥 이야기 들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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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소설] << 흡혈귀 마녀와 동침을II - 06 >>
쓰는 이 : 연지바른 마녀(mskim0920@nate.com)
*등장인물*
-신윤아(여, 20세, 화자)
-최선우(남, 60세) : 아시아 대 배우, 엔터테인먼트, 푸른 극장 대표
-이민수(남, 21세)
-한 욱(남, 21세)
-지나현(여, 20세)
-이태석(남, 62세) : 태석 영화사 대표
-강현민(남, 51세)
-유성린(여, 60세) : 선우 약혼녀, 뮤지컬 배우
-조유리(여, 18세)
-우해준(남, 18세)
-진한기(남, 25세)
-박필덕 감독(남, 40대 중반)
그 외...
#
수 프로덕션 회의실.
박감독과 마주앉아
'비상'의 에피소드들 중에서
버리고 다시 넣을 새 시퀀스에 대해 의논하고 있는데
커다란 발자욱 소리가 빠르게
회의실 쪽으로 다가오더니
노크없이 문이 벌컥! 열렸다.
최선우!
박감독은
그와 내 눈치를 살피더니,
슬금 슬금 일어나 잽싸게 회의실 밖으로
튀어나갔다.
[윤아 : 감독님!]
[박감독 : 난 몰라! 몰라!
두 분이 알아서 해결하세요~
난 한숨 자고 올거야.]
[민수 : (회의실 밖에 서 있다가) -_-;;;]
[여직원 : ? (기웃기웃)]
그는 회의실 문을 쾅-소리나게 닫았다.
밖의 사람들을 향한 경고일 수도 있으나,
나에게 화났다는 의미가 더 크다.
내 가슴은 쿵쾅쿵쾅 두세배는 더 빨리 뛰고 있었으나,
일부러 태연하게 그에게 등을 보인 앉은 그대로 있었다.
그가 테이블을 돌아와 내 맞은 편에 서서
대뜸 두 손바닥으로 테이블을 쾅! 내리치며
내 쪽으로 상체를 기울였다.
먼저 기선제압을 위한
위협적인 행동과 포즈.
[선우 : (약간 흥분한 톤) 왜 나를 빼겠다는거야?]
그가 정면으로 쏘아보는 화난 눈빛을 감당하기 힘들어,
재빨리 의자에서 일어나 뒤로 한걸음 물러나 섰다.
[윤아 : 솔직한 대답을 듣고 싶으세요?]
위협적으로 나오면,
난 더 강하게 나갈 수밖에.
[선우 : 그래.]
[윤아 : 작가는 캐릭터를 만들면, 자기 안에 들여놓아요.
그리고 연기자가 캐릭터를 자기 체질화하면,
캐릭터는 연기자가 되고 연기자는 캐릭터가 되죠.]
[선우 : 그런데!]
[윤아 : 작가 안의 캐릭터는 연기자에게 가고,
연기자의 캐릭터가 작가에게 와요.
그렇게 서로 계속 교감을 하면서, 발전하고 다듬어지면서
이야기는 흘러가구요.]
[선우 : 그런데!!]
[윤아 : 전 선생님하고 교감할 수 없어요!]
[선우 : 왜!]
난, 심호흡을 크게 했다.
[윤아 : 제 마음에 선생님이 없으니까요!]
[선우 : !! ]
그는 잠시 멍해있다가,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헛- 어이없는 짧은 웃음.
그는 상체를 일으켜, 반듯하게 섰다.
...충격 받았겠지, 상처도.
사실... 나도 내가 이렇게
쎄게 나가게 될 줄은 몰랐다.
아직... 그와 편하게 인사나눌
심리적 여유조차 없는데.
그가 테이블을 돌아, 내게 다가왔다.
[선우 : 솔직하게 말해주니,
나도 솔직하게 말하지.]
[윤아 : ...]
[선우 : 난 박상현(주인공 이름)이 맘에 든다.
누구보다 박상현으로 잘 할 자신 있어.
그리고 이번 드라마는 태석형에게
보은하고 싶은 마음으로 들어가려는 거라
빠지고 싶지 않아.]
민수 선배의 얘기도 있었고,
그는 지난 7년간 한 번도 드라마 쪽 출연은 없었고,
평소에도 드라마보다 영화 쪽을 선호한 것으로 알려졌던지라
이번 드라마가 그에게 어떤 의미일지
충분히 짐작간다.
하지만...
갑자기 그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선우 : (목소리 가라앉은) ...만약...
예전에... 내가 너한테 잘못한 것 때문에...
니가 이렇게 나오는 거라면...]
[윤아 : ! ]
마음이 쿵- 내려앉았다.
[선우 : ...정말... 미안하다.
...이런 말로 부족하겠지..., 안다...
내가 할 수 있다면... 다른 차원으로 보상이라도...]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난 나를 통제하지 못하고
그의 뺨을 짝- 소리나게 때렸다.
아주, 아.프.게.
아픈 건 그인데,
내 눈에 눈물이 잠깐 고였다.
[윤아 : 선생님은 박상현이 될 자격이 없어요.
박상현이라면 절대 그런 식으로 말하지 않을테니까!]
더 이상 그 자리에 서 있을 수 없었다.
돌아서서, 회의실 문을 열자
문 앞에 있던 사람들이
후다닥 자기 자리로 돌아가며
딴청을 피웠다.
한숨 자러 간다던 박감독은
회의실 문 바로 옆에서
황당한 표정으로
꿈쩍도 못하고 서 있었다.
[윤아 : (박감독에게) 최선생님이 안빠지면, 제가 빠집니다.
그렇게 아세요.]
[박감독 : (입만 쩍 벌린 채, 말이 안나오는)]
수 프로덕션을 뛰쳐나와,
빌딩 벽을 손으로 짚고
후들거리는 다리를 지탱하고
간신히 서 있었다.
...신윤아, 너 왜 이래.
너 왜 이래.
정말 왜 이래.
내가 나 자신한테
이렇게 놀란 적... 처음이다.
다리가 풀려
벽에 등을 기대면서
스르르 주저앉았다.
박감독이 빌딩 입구에서 뛰어나와,
저만치까지 뛰어가며 두리번거리더니
주저앉은 나를 발견하고, 내게로 돌아왔다.
[박감독 : 내 이럴 줄 알았지.
멀리도 못갔구만.
순 새가슴이면서, 무슨...]
#
박감독이 나를 끌고 간 곳은, 한강변.
아... 서울에 여기가 있었지.
2년 전, 그냥 이 한강에 뛰어내리고 말 걸.
왜 괜히 그 먼 곳까지 가서, 죽지도 못하고...
멍하니 한강물 흘러가는 걸 보고 있는데,
박감독이 캔맥주 몇 개와 안주거리를
가슴에 안고 돌아왔다.
캔맥주를 따서 내게 하나 건네고,
자기도 따서 벌컥벌컥
단숨에 캔 하나 다 비웠다.
[박감독 : 살다보니 최선생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네.^^;;;]
[윤아 : ...]
[박감독 : 아니, 미워하는 건가? 증오?]
[윤아 : ...]
[박감독 : 대체 뭔 일이야? 어?
그냥 나한테 속시원히 털어놓고,
옛날 감정은 탁탁- 털라구.]
[윤아 : ... 미워하는 거 아니예요.]
[박감독 : 그럼 그 적개심은 뭐야?]
[윤아 : ...]
[박감독 : 뭐야, 뭐냐구우...!
다들 옛날에 이렇게 저렇게 엮여
알고 지내던 사이 아냐?
내가 비록 중간에 끼어들어 온 형색이 됐어도,
그 정도 눈치는 있어.
왕따시키지 말라구.]
[윤아 : ...감독님.]
[박감독 : 어. ^^]
[윤아 : ...세상엔 모르는 게 약이란 말이 있어요.]
[박감독 : ...모르는 척 하라...?]
[윤아 : ...네.]
[박감독 : 그럴 수 없지,
신작가는 연출이 그렇게 만만해 보여?
한두명도 아닌 스탭하고 배우들, 작가까지
몽땅 묶어서 앞에서 제대로 끌고 가려면
한 놈, 한 년마다 갖고 있는 속 사정을 알아야,
뭘 하려고 다그쳐도 다그치지.]
[윤아 : ...]
[박감독 : 그럼 내가 소설 하나 써 봐?]
[윤아 : (박감독 보는) ...?]
[박감독 : 신작가, 최선생 좋아했지?
근데 최선생이 안받아줬겠지.
그래서 어린 마음에 응어리가 져서
아직까지 안풀린거야.]
[윤아 : ...]
[박감독 : 맞어, 안맞어?]
[윤아 : ...비슷해요.]
[박감독 : 허- 그래도 이해가 안 가.]
[윤아 : ...]
[박감독 : 대체 최선생이 신작가를 어떻게 거절했길래 이래?
그 양반, 여자 거절하는덴 도가 튼 인간이구만.]
[윤아 : ...]
[박감독 : 근데, 신작가가 이렇게 나오면
나 디게 곤란해.]
[윤아 : ...죄송해요.]
[박감독 : 최선생이란 카드, 이 드라마에서 엄청난 힘이야.
유선생도 뮤지컬 배우론 이름있지만,
한번도 드라마 출연한 적이 없어서
시청자들에게 최선생보단 인지도가 약해.
욱이야 영화로 10대, 20대 관객들한텐 이름 좀 알렸지만,
이 드라마는 부모세대하고 십대가 타켓이잖아.
최선생이야말로 위.아래세대에 어필가능한
우리가 가진 최고의 카드야.
게다가 학생 캐릭터는 오디션으로 신인만 뽑을거잖아.
그럼 초반 시청률은 최선생 이름 하나로 나오는거나 마찬가지라구.
그 정도 통밥 안굴러가?]
[윤아 : ... 무지 치사한 기분드네요.
내용을 보여주기도 전에,
스타 이름을 내세워야 한다니.]
[박감독 : ...어쩌겠어.
원래 인간 심리가 그런건데,
나도 처음 듣는 이름의 연기자보다,
내가 알고 좋아하는 연기자가 나오는 게
더 궁금한데.]
[윤아 : 박상현은 처음부터 주인공으로
끝까지 남아있어야 해요.
그런데 그런 대배우가, 일주일내내 찍어서
1시간짜리 드라마 한 편 방송나가는
초강행을 1년 넘게 해 줄까요?
다른 건 거의 못할텐데요.]
[박감독 : 참 멀리도 보고 걱정한다.
그럼 그 땐 다른 대타 집어넣으면 되지.]
[윤아 : ...]
[박감독 : 싫어?]
[윤아 : 싫지만, 그런 상황가면
당연히 그렇게 대처해야죠.]
[박감독 : 거 참, 이렇게 꼬박꼬박 알아듣는 거 보면
영 말귀가 어두운 건 아닌데.]
[윤아 : ...]
[박감독 : 신작가.]
[윤아 : ...네.]
[박감독 : 최선생한테 사과하고,
이 드라마 같이 가자 그래.]
[윤아 : ...]
[박감독 : 어차피 대본 쓰는 작가가
촬영장서 사는 연기자하고 마주칠 일이 뭐가 있어.
서로 사이가 좋고, 코드가 잘 맞아서
작품 얘기 나누고 그러는 거라면 또 모를까.]
박감독의 핸드폰이 울렸다.
[박감독 : 어, 민수?
신작가랑 한강에서 술한잔 하구 있어.
내 말은 통 안먹힌다.
최선생은 어떻하구 있어?
(듣는) ....으응...]
박감독, 핸드폰 끊고
다시 맥주를 들이켰다.
[박감독 : (중얼중얼) 에이, 대체 이거 어떻게 돌아갈라구... 삐걱대는지.
아직 시동도 안걸었는데, 브레이크 고장나, 엑셀도 고장나...]
[윤아 : (꾸벅) 죄송합니다.]
[박감독 : 거, 죄송할 짓을 하지 않음 되잖아.
내 귀에 그 소리 못이 박히겠다.
내가 또 이런다구 여기서 빠진단 소리 입에 달지마.
안그래두 최선생 빠질 기세야,
자기 집에서 꼼짝도 안한대.]
[윤아 : ...]
박감독이 일어났다.
[박감독 : 나 간다.]
[윤아 : (당황) ...감독님..]
[박감독 : 다른 땐 신작가랑 얘기하면 재밌었는데,
이번엔 재미없어서 그냥 갈란다.]
[윤아 : ...]
[박감독 : 민수 온댄다, 너한테 할말 있다구.
기다렸다 만나구 가.
원, 내 말보다 조감독말이 더 잘먹히니...
이거 서러워서 살겠나.]
[윤아 : -_-;;;]
[박감독 : 옛날 사연 있는 사람들끼리, 얘기 잘 해봐.]
박감독은
바지 주머니에 두 손을 찔러넣고
뒤도 안돌아보고
훠이훠이 멀어져갔다.
민수 선배 얘기도 뻔하겠지.
박감독님하고 한치도 안틀리겠지.
그에게 사과하고, 같이 하자는...
민수 선배... 피하고 싶다.
지금 누구한테 무슨 소릴 들어도,
내 안의 소리보다 더 아픈 소린 없을텐데...
그걸 추스릴 겨를도 없이,
박감독님한테 끌려와 여러 소리 들었더니
많이 지쳐버렸다...
#
왜 일까,
민수 선배는 나보다 더 지쳐보인다.
민수 선배는 박감독이 남겨두고 간 술을
자기 혼자 몽땅 마셔버리고도
말없이 한강만 바라봤다.
[윤아 : ... 선배, 나 못마땅하지?]
[민수 : ...]
[윤아 : ... 나 그냥 여기서 관둘까?
그럼 모두 편할 거 아냐.]
[민수 : ...]
[윤아 : ...]
[민수 : ... 삼촌, 너 때문에 많이 힘들어했어.
돌아가신 그 분 때문이 아니라, 너 때문에.]
[윤아 : ...! ]
[민수 : 도저히 삼촌이 용서가 안되니?
2년 동안 감쪽같이 사라져서,
삼촌 충분히 힘들게 한 걸로... 그걸로 안 돼?]
[윤아 : ...!
(그러나 태연히)그런 개인적인 감정, 공적인 일에 섞는 거 내 스타일 아냐.
단지 최선생님하고 같이 일하고 싶지 않을 뿐이야.]
[민수 : 결국 아직 삼촌 보기 힘들다는 거잖아.]
[윤아 : ...]
[민수 : ...]
[윤아 : 선배, ... 내가 사라졌다고 했어?
아니... 난 2년 전에 죽으려고 했었어.]
[민수 : (!, 창백해져 윤아 본다) ... 저, 정말이야?]
[윤아 : 선배가 알고 있던 신윤아는 그 때 죽었어.
죽은 사람을 터무니없이 20년 넘게 기다리는
그 남자처럼, 나 더이상 어리석지 않아.]
[민수 : !! ]
[윤아 : 날 살려주신 분이 그러더라.
사람의 감정은 졸졸 흐르는 개울물같아서
억지로 막으면, 장애물에 부딪칠수록 높게 튀어오른다고.
그러니까 그냥 흐르도록 내버려두면...
언젠간 그 물줄기가 서서히 줄어들고, 마를 수도 있다고.
나... 그렇게 하려고 해.]
민수 선배 표정이 어두워졌다.
[민수 : ...그래, 그럼 그렇게 해.
근데 너 그러려고, 삼촌 마음 일부러 함부로 하지않았음 좋겠다.]
[윤아 : ...]
[민수 : 이건... 알아둬.
삼촌... 언젠가 취해서 나한테 그랬다.
너, 어디서든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다는
소식만이라도 듣고 싶다고.]
난 입술을 앙다물었다.
내 기억 속의 그에게선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그의 마음.
[민수 : 피토하듯 그랬어.
만나지 않아도 좋고, 보지 않아도 좋으니까...
그냥 그런 소식이라도 들을 수 있으면
아무것도 안바란다고.]
민수 선배의 말은
귀로 들려오지 않고
내 가슴 한가운데를 뚫고 지나갔다.
[윤아 : (일부러 비웃는 투)
그랬단 말이지, 그 남자가 그랬단 말이지.]
[민수 : 윤아야, 우리 더 이상 엇나가지 말자.]
[윤아 : ....]
[민수 : ...나도 미안했다.
그 때... 그 때, 나 비겁했어.
널 두고 그렇게 도망치는 게 아니었는데...
그 때 가장 힘든 건 너였을건데..]
[윤아 : ...!! 그만해! 그만해, 선배!]
더 이상 도망쳐선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2년 전 그 때처럼, 오늘도 도망치면...
오늘, 다시 옛 사람과 지난 이야기를 하듯
언젠가 오늘을 괴롭게 거론할 날이 올 것이다.
그런 일을 반복하며 살 수 없다.
어차피 사랑 하나만으로
무모하게 모든 것을 버릴 수 있었던
신윤아는 이제 없는데.
남은 건 비겁한 겁쟁이 신윤아뿐인데.
내 안에서 다시 폭퐁이 휘몰아치든 말든
무슨 상관일까.
이 일을 제대로 해냄으로 마침표를 찍자.
그와도, 민수 선배와도.
그리고... 지난 시간 속 나 자신과도.
[윤아 : ...그 때 일... 최선생님 알아?]
[민수 : ...아니.]
#
그의 집 앞에서,
심호흡을 서너번 하고
벨을 눌렀다.
[선우E : 누구세요?]
[윤아 : 저, 신윤압니다.
말씀드릴게 있어서 왔습니다.]
문이 열렸다.
그의 의외라는 표정,
그러나 곧 어두워졌고...
그는 베란다 창가 쪽으로 가
자기 팔짱을 끼고, 내게 등을 보이며
창밖을 내다봤다.
더이상 마주보고 얘기하고 싶지 않다는,
그러나 들어는 주겠다는 몸짓.
난 잠시 아랫 입술을, 꽉 물었다.
그를... 설득해야 한다.
...고개를 숙였다.
[윤아 : ...사과드리러 왔습니다.
지난 번 제 행동, 제 말...]
[선우 : ...]
[윤아 : 죄송했습니다.
제 사과 받아주시고,
이 드라마... 해주셨으면 합니다.]
[선우 : ...]
[윤아 : ...]
그가 약간 몸을 틀어
나를 바라봤다.
[선우 : ...왜, 마음을 바꿨지?]
깊은 울림같은 목소리.
[윤아 : 선생님없이는 드라마가
돌아갈 수 없다고 하니까요.]
[선우 : ...]
살짝 그의 얼굴에
비웃음같은 미소가 스쳐갔다.
내 대답이 가시돋힌 듯한 느낌이겠지.
아무리 고개숙이고 들어가는 상황이래도
그가 믿지않을 거짓말로 둘러대고 싶진 않다.
[선우 : 그런 이유라면, 돌아가라.
난 나와 교감할 수 없는 작가가 쓴
캐릭터를 연기할 자신이 없다.]
...쥐고 있던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윤아 : ...교감, 억지로라도 하겠습니다.]
[선우 : ...대단하군.]
비꼬는 말투.
내 손찌검에 크게 상처받았다, 이 남자.
대체 저 마음을 어떻게 풀어야 하나...
그의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윤아 : 그 대신 특별 대본료를 더 받기로 했어요.
그만한 댓가는 요구할 수 있었어요, 선생님 덕분에.
앞으론 아마추어처럼 굴지 않기로 했습니다.]
[선우 : ...! ]
[윤아 : 이 드라마... 같이 가주셨으면 합니다.]
[선우 : ...]
[윤아 : ...도와주세요,
저, 이 작업 아니더라도 다른 일로라도
학비하고 기숙사비 벌어야 합니다.]
[선우 : ...]
[윤아 : 저...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선우 : ! ]
[윤아 : 그런 소식... 듣고 싶어하셨죠...
앞으로도 저 건강하게 잘 지낼겁니다.
그러려면 선생님 도움이 필요해요.]
차마 그의 얼굴을 올려다 볼 수 없었지만,
그가 흔들린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선우 : (깊고 차분한)...네가 안좋게 변한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
내 안에서 울컥 뭔가가 치솟았다.
[윤아 : ...안좋은 쪽으로 많이 변하지 않았어요.
제 대본 보시면, 아시게 될 거에요.]
[선우 : ...그래, 알았다.
그만 일어나라.]
꿇었던 무릎을 세워, 일어섰다.
[윤아 : 그럼 허락하신 걸로 알고,
그만 가보겠습니다. (돌아서는데)]
[선우 : 윤아야-]
멈칫, 걸음을 뗄 수 없었다.
[선우E : 대본 작업, 쉬운 일 아니다.
건강 해치지 마라.]
[윤아 : ...알겠습니다.]
간신히 대답하고,
그의 집을 나섰다.
그는... 어쩌면 내가 작가가 되는 걸
말리고 싶은 건 아닐까.
내 등에 꽃힌
그의 마지막 말의 뉘앙스가 그랬다.
피하려해도 피할 수 없었던
숙명같은 것 앞에 선 막막한 느낌...
#
방송국과 수 프로덕션의 계약은
될 듯하면서도, 밍기적대고 있었다.
답답해진 내가 박감독을 다그쳤더니,
이런저런 걸로 걸리는 사항이 좀 있다며
얼버무렸다.
[윤아 : 혹시 저 때문에 그런 거 아니예요?]
[박감독 : (미안한) ...그게..., 조금, 얼결에 내가 말실수를 좀 했거든.]
[윤아 : 어떤 말실수요? 제가 어리단 거요?]
[박감독 : ...어.]
[윤아 : 그래서요?]
[박감독 : 저기말야, 이건 내 생각이 아니고,
전적으로 우리 국장 생각이거든.]
[윤아 : 말씀하세요.]
[박감독 : 그러니까...다른 중견 작가로 가자고 하네.
꼭 신작가가 들어가야겠으면, 보조로...]
[윤아 : (벌떡 일어서며) 공동 집필도 아니고, 보조요?]
상황, 알만했다.
박감독은 내가 이 상황을 알게되면
내가 -내 자존심에 빠지겠다고- 선수칠까봐
일부러 말하지 않고 어떻게든 자기 선에서
해결해보려 동당거리고 있는 것이다.
[박감독 : (멋적게) 안되겠지? 그건?
사실 신작가가 전부 쓰는 거나 마찬가진데.]
[윤아 : 자존심있는 작가라면 이름만 빌려주는
그런 일 절대 안할걸요.]
[박감독 : 그러게 말야. 안그래도 내가 방송국 들어가면
국장님한테 신작가 얘기는 많이 하고 있거든?
좀만 기다려보자.]
[윤아 : 다른 태클은 없어요?]
[박감독 : ...그게, 좀. -.-]
[윤아 : 또 있어요? 왜요? 수 프로덕션에서 드라마 제작이
처음이라는 것도 맘에 안든대요?]
[박감독 : 그게 말야, 요즘 우리 방송국이 좀 시끄러워.
알잖아, 정계 쪽에서 걸고 넘어져서, 사장이 바뀌네 마네 하는 거.
간부급 쪽도 지금 다들 정신이 좀 없어.
이런 상황에서 미니도 아니고 시츄에이션처럼 길게 가는 거,
그것도 내년 거 섣불리 미리 계약해 놨다가,
괜히 계약서의 이런저런 사안 걸려서, 책임 불똥 튀게 되면,
국장 자리 보존도 위태로울 수 있고.]
[윤아 : (한심한) 그래서, 그렇게 몸사리면,
천년만년 국장할 수 있대요?
그렇게 계속 하고 싶대요?]
[박감독 : 신작가 뭘 모르네.
딸자식 둔 부모만 죄인 아냐.]
[윤아 : ? ]
[박감독 : 남자들. 마누라하고 자식새끼들
등에 업은 남자는 세상 앞에서 평생 죄인이다?
가장이구 먹구 살려니, 치사하구 드러워도 어떻게 해.
기라면 기고 엎어지라면 엎어지고,
폭풍불면 바짝 엎드려 지나가길 기다리는,
죄인되는 거지.]
여지껏 순하게 굴던 박감독이
이렇게까지 정색하고 나오니
내 입장에서 뭐라 할 말이 없었다.
[윤아 : ...그럼, 그냥 손놓고 기다리면 되나요?
방송국 사장이 바뀔때까지?
시간은 계속 흘러가는데....]
어차피 방송타기 전까지, 아니 방송되는 중에도
담당 제작사니, 기획안이니, 연출이니, 작가니, ...
수도없이 변경되고, 교체되는 일은
부지기수일터였다.
팔짱끼고 지켜보기만 하다간
자칫 '어쩔수없다'는 발뺌에
나만 뒷통수맞을 확률이 컸다.
박감독 말대로라면
박감독도 세상 앞에 죄인이고,
월급쟁이에 불과하므로.
나로선 이 드라마... 어렵게 결심하고
잘 해내려고 했건만.
#
그래서 난, 늦은 저녁
고급 한식당 룸에 앉아있다.
수 프로덕션 이태석 대표, 최선우와 함께.
한지문이 열리더니
박감독이 방송국 드라마 제작1국장을 모시고
들어왔다.
이대표, 최선우와 악수를 나누고
내 차례였다.
[박감독 : 여기가 신윤아 작갑니다.]
60대 후반의 흰 머리 성성한 국장은
나를 보더니 대뜸 마땅찮아하는 표정을 지었다.
[박감독 : 자, 자, 다들 앉으시죠. ^^
국장님도 여기에-]
국장을 상석에 앉히고,
나도 다른 사람을 따라
국장의 맞은편에 앉았다.
곧 식사가 들어왔다.
[박감독 : (국장에게 아부식) 우리 신작가가 말이죠,
많이 어려보이긴 해도 속은 꽉 찬...(하는데)]
[국장 : (윤아보더니) 몇살이냐?]
...시작이다.
이 사람에게 내가 통과가 되야
'비상'이 세상을 향해 비상할 수 있다.
마음을 다잡았다.
[윤아 : 두 달 뒤면 스무살됩니다.]
국장은 잠깐 멍해있더니,
허허- 가볍고 짧은 헛웃음을 지었다.
말도 안된다는 표정.
[박감독 : 아, 생긴 것만 스무살이예요, 생긴 것만.
이 친구 천재라니까요, 얘기해보면 (윤아 머리 가리키며)
저 머리가 생각하는게 거의 저희 또래 이상이라니까요.]
[국장 : (귀찮다는) 아, 시끄러워.
작가흉내내보고, 감독흉내내보는 사람치고
딴 사람 인생 속 안들어가 본 사람 있나?]
[이대표 : 국장님, (고개 숙이는) 저희 한번만 믿어주십시오.]
[선우 : 어떤 경우이든 중요한 건 실력아닙니까.]
국장이란 사람,
드라마 연출과 예능국 데스크도 두루 거친 사람이라
수도없는 방송 대본과 콘티를 보아왔을 것이다.
어차피 어느 정도의 작법 기술은
경력 작가나 이런저런 곳에서 작법을 배운 신인 작가나 비슷하다.
그 때부턴 흡인력있는 아이디어와
시청자의 요구와 세상의 트랜디에 맞춘 타이밍,
적합한 연출과 연기, 편집,
작품 성격에 맞는 방송 시간 배정, ...
그런 것들이 승부를 결정짓는다.
국장의 위치에서 내 나이가 어리다는 것만이 이유는 아닐것이다.
거기서 거기인듯한 대본들이야 그렇다치고
시츄에이션을 끝까지 끌고 갈 역량도 미덥지 못할테고,
말같지 않은 어린애 장단에 쓰레기같은 드라마가 나올 수도 있을거고.
국장이란... 결국 결과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짊어져야 하는 위치이니.
[국장 : 어차피 이렇게 왔으니, 식사나 합시다.]
결국 나는 안되겠단 소리군.
[박감독 : 저, 국장님...(하는데)]
[윤아 : 국장님.]
[국장 : ? (본다)]
[이대표, 선우, 박감독 : (윤아 보고)]
[윤아 : 여기 자리가 좁아서 그런데,
제가 국장님 옆으로 옮겨도 될까요? ^^]
국장이 조폭 대장도 아니고, -_-;;;;
국장 앞에 나머지 모두
주르르- 나란히 앉아있는 폭이
좁긴 했다.
[국장 : (시큰둥) 그러던가.]
국장 자리 옆으로 앉았다.
박감독은 쟤가 왜 저러나- 하는 표정으로
나를 봤다.
별 수 있나.
자기 위치에서 한가닥하는 남자들 말도 안먹히니,
내가 할 수 있는 건 해봐야지.
나중에 무슨 소리를 듣더라도,
최선을 다하고 봐야지.
국장 앞에 세팅되어 엎어져있는 작은 술잔을 바로 세워
술을 따랐다.
[윤아 : ...반주...괜찮으시죠? ^^]
[국장 : (받으며) 좋지.
근데 말야, 여자는 아버지하고 남편한테만 술을 따르는거야.]
속으로 '흥' 콧웃음쳤다.
술을 잘 받아놓고, 기껏 딴 소리는.
[국장 : (다른 세 남자에게) 자네들도 한잔씩 해. 어?]
세 남자도 서로 주거니받거니 따라주고
국장이 마시는 타이밍에 맞춰, 국장에게서 고개 돌려 마셨다.
[국장 : (윤아에게) 너는 왜 안마시냐?]
[윤아 : 술잔이 비었으니까요.*^^*
국장님 안주시는데, 제가 뭘 마실 수 있겠어요.]
국장은 허허- 웃더니, 내 잔에 술을 따라줬다.
일단 인간 대 인간으론
나쁘지 않은 분위기로 풀려가는 것 같다.
이런 술자리 겸한 식사자리에서
무턱대고 봐달라고 시놉이나 대본을
들이밀고 평가해달랄 수 없고...
우선 친분부터 만들어야 될 것 같아서
여지껏 한번도 안해본 짓을 하려니,
속이 무지하게 떨린다.
이대표와 최선우는 내가 하는 짓에
의외라는 표정이다.
안주거리를 집어
국장의 개인 그릇에 놓아줬다.
[윤아 : (방긋방긋) 이것도 드세요- 술만 드시지 말고. ^^]
[국장 : 어어, 그래.^^]
[윤아 : 입에 넣어드리고 싶어도,
워낙 국장님이 보수적으로 나오시니까
이렇게 여기에 놓아드릴게요.]
국장, 내심 아쉬운 것 같다.
이미 서너잔 술이 돈 뒤라
분위기는 늘어지고 있다.
이제 어떻해야 하나.
대체 무슨 얘길 어떻게 해야,
자신의 틀에 대해 완고한 이 영감에게
최소한 보조 작가 이상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윤아 : 국장님, 제가 몇살인지 아세요?]
[국장 : 스무살이라고 안했나.]
[윤아 : 그럼 춘향이하고 이도령이
작은이도령 타령하면서 질펀하게 놀던 때
나이가 몇 살인지 아시죠.^^]
[국장 : (!) ]
질펀하단 표현이 좀 그랬나...
이렇게 나오면 말이 통한단 느낌을
줄 수 있을까 싶어서 그랬는데.
에라, 모르겠다.
내뱉었으니 줏어담을 수 없는 거고...
[윤아 : 이팔청춘 만16세, 정확하게 15살. 그쵸? ^.^]
[국장 : 그렇지.]
[윤아 : 그 당시 대중 문화였던 판소리에서 그랬다면
그 시대 상황을 반영한다는 건데.
그럼 제 스무살이 어린 걸까요? ]
[국장 : ...허- 그을쎄...]
[윤아 : ^^ 특히 사랑가에선
춘향이의 에로틱한 면도 꽤 있는 것 같던데요.
하긴 그런 건 저보다 국장님이 더 잘아시겠네요.]
국장이란 이 사람, 예능국 데스크에 있을 때
국악 프로 활성화에 애썼다지.
시청률이 낮았음에도 폐지되지 않고
지금까지도 방송되고 있는데는
이 사람의 힘이 컸다고 들었다.
...사실 오늘 여기 오기 전에
어떻게든 나이보다 어른스런 면을 어필하기 위해
인터넷으로 국장의 프로필을 훑고,
박감독에게 연락해서 이것저것 물어봤었다.
[국장 : 나야 좋아하니까 좀 듣는 편이지. ^^]
국장은 술이 좀 들어간 상황에서
자기가 좋아하는 쪽 이야기가 나오니까
기분이 좋아지고 있는 듯하다.
[윤아 : 분위기도 좋은데, 사랑가 한 대목 해드릴까요?
잘은 못하지만.]
[국장 : 허- 사랑가를 할 줄 알어?
니가 국악고등학교 출신은 아닐텐데.]
이제보니 국장의 어투에
이북 사투리가 약간 섞여있다.
술자리는
이미 국장과 나의 대화만으로
충분했다.
[윤아 : 기회가 있어서 배워뒀어요. 좋길래.^^]
기회는 개뿔 -_-;;;;
혹시나 이런 상황이 있을까 싶어서,
우리 학교에 자원봉사로 와서
특활시간에 국악을 가르쳐주는 대학생을 찾아가
몇 일동안 죽어라 배워뒀지.
에고, 속 떨려.
이럴 땐 유리가 준 진정제 환약도
전혀 도움이 안된다.
[국장 : 그럼 한 번 해봐라- ^^]
[박감독 : (신나서) 제가 추렴넣죠. ^^]
[국장 : 아냐, 아냐, 봐서 내가 하지.]
난 소리북대신
젓가락을 집어들고
술상을 두어번 친 다음
사랑가 타령에 들어갔다.
[윤아 : 그때여 춘향과 이도령이 만난 지 엊그제인듯허나
하루이틀 오육일이 넘어가니]
[국장 : 그렇지~ ]
[윤아 : 나이 어린 사람들이 부끄러움은 훨씬 멀리 하고
정만 차차 깊이 들어, 도련님이 춘향일 다리고 사랑가를 노니난디-]
[국장 : 얼쑤~]
[윤아 : 이리 오너라 업고 놀자. 이리 오너라 업고 놀자.
사랑 사랑 사랑 내 사랑이야. 사랑이로구나, 내 사랑이야.
이이히히~ 내 사랑이로다. 아매도 내 사랑아.
니가 무엇을 먹으랴느냐?
둥글 둥글 수박 웃봉지 떼뜨리고, 강릉 백청을 따르르르 부어,
씰랑 발라 버리고, 붉은 점 웁벅 떠 반간 진수로 먹으랴느냐. ]
[국장 : 아니 그것도 나는 싫소. ]
국장이란 노친네, 추렴뿐 아니고
어깨도 들썩들썩거리며
춘향의 댓구 부분을 맞장구 쳐준다.
나도 모르게 흥이 막 난다.
국장과 계속 눈을 마주치며
소리를 이었다.
얼큰히 취한 박감독과 최선우, 이대표가
각자 그릇과 술상을 북채 삼아 젓가락으로
박자맞춰 두드려댄다. -_-;;;;
[윤아 : 그러면 무엇을 먹으랴느냐? 당동지지루지허니
외가지 당참외 먹으랴느냐?]
[국장 : 아니 그것도 나는 싫소.]
[윤아 : 그러면 니 무엇 먹으랴느냐? 니가 무엇을 먹으랴느냐?
포도를 주랴, 앵도를 주랴, 귤병 사탕으 혜화당을 주랴?
아매도 내 사랑아. 시금털털 개살구, 작은 이도령 서는듸 먹으랴느냐?
저리 가거라. 뒤태를 보자. 이만큼 오너라 앞태를 보자.
아장 아장 걸어라. 걷는태를 보자.
방긋 웃어라. 잇속을 보자. 아매도 내사랑아.]
중중머리 부분이 끝나자
다들 박수와 젓가락으로 그릇을 마구 두드려대며
광분에 가까운 환호성을 질렀다. -_-;;;;
내가 그렇게 잘한 거 아닌데...
이 남자들, 쫌만 더 마시면,
넥타이를 머리에 묶고
발광할지도 모르겠군.
[국장 : (아쉬운) 그 뒤에 아니리하고
중중머리가 더 재밌는데.]
[윤아 : 그럼 아니리 부분도 이을까요? ^^]
[국장 : 그 부분은- 더 감칠나게 해야 되는데,
아니, 질펀~하게~. 할 수 있나? ^0^]
[윤아 : 못할게 뭐 있어요?
정분난 남녀가 하는 짓에 오가는 대화야 뻔한건데.^^]
[국장 : 어라~ 너...아니, (잠깐 생각하다가) 이쁜이! 그래!
이쁜이는 다 안다 그거지? ^^]
[윤아 : -_-;;;]
나, 이 노친네한테 술 치면서 참 많이도 진급했다.
'너'에서 '이쁜이'로. -_-;;;
사랑가를 끝까지 다 부르면,
'신작가'로도 진급할 수 있을라나...?
그나저나 아니리 부분은 외우기 쉬웠는데,
그 뒷 부분 중중머리 부분은 사자성어투성이라
거의 안봐뒀다.
거기까지 가자고 하면 좀 골치아프겠구만.
[박감독 : (취해서) 아, 그러니까 제가 말씀드렸잖습니까.
우리 신작가 너무너무 재밌구, 속은 우리 어른보다 더 한 수 위고,
그 뭐시냐...(뭔가 생각하는 것 같다가) 한마디로 천재라니까요!!!]
[윤아 : 감독님.]
[박감독 : 어?]
[윤아 : 천재는 전생에서 배운 걸
남들보다 빨리 기억해내는 것 뿐이라는 말도 있어요.]
[박감독 : 그래? 그런 말은 처음 듣는데?]
[윤아 : ^_^]
[선우 : ...]
[이대표 : 저두 판소리가 슬슬 귀에 들어오기 시작하든데,
한 번 제대로 찾아다니며 들어봐야겠습니다.]
[국장 : 그럼, 그럼- 아직, 이 나라엔 명창들 많아!
우리 소린 안죽었어!!! 세계로 나가서 이 나라의
전통문화계 마에스트로의 진면목을 보여줘야지!!!
우리나라가 명품 모방 국가이기만 한 건 절대! 아니거든! 끄윽!
이대표 언제 내 방에 한 번 들러!
내가 특별히 이대표한테만 내가 모은 귀한 LP도 빌려줄게.]
[이대표 : 넵! 감사합니다!!!]
[국장 : (윤아에게) 근데 이쁜아.]
[윤아 : 네. ^^]
[국장 : 너는 왜 멀쩡하냐?]
[윤아 : -_-;;;]
취하니까 별 걸 다 트집잡네.
안그래도 어려운 자리라서
(국장이 주는대로 받아마신 술기운에 대항해)
최대한 정신력으로 버티고 있는 건데.
[윤아 : (당황) 저...저...]
또 술 따라준다.
[국장 : 마셔, 마셔, 쭈욱-]
[윤아 : 네...]
어쩔수없이 마셨다.
몸은 이미 마취 수준으로 넘어가
감각이 없다.
[윤아 : 국장님.]
[국장 : 어!]
[윤아 : 저 이제 제 이름으로 드라마 대본 써도 되요?]
[국장 : 그래, 써라!]
대답 한 번 시원시원하네.
진작에 이럴 걸 여러 사람 애먹이고...
하긴 술김에서 한 소리니,
다음 날 엎어도 어쩔 수 없긴 하지만.
[윤아 : (약간 비틀거리며 꾸벅) 감사합니다.]
[국장 : 고럼, 우리 이쁜이가 해야지, 고럼!]
[윤아 : 그럼 우리 프로덕션하고 계약해주시는 거예요?]
[국장 : 아이고~ (윤아 얼굴 쓰다듬으며) 이쁜 것, 걱정마라~]
[선우 : (안색 변하고)]
[박감독 : (슬그머니 인상구기고)]
[이대표 : (취해서 못 본)]
[윤아 : ^^ 남아일언중천금!
내일 딴소리하시면 저 국장님 다시 안봅니다~?]
[국장 : 알았다니까!!! 근데 이쁜아~ ^^]
[윤아 : 네~]
[국장 : (슬쩍 흘리듯) 우리 이쁜인 거기도 이쁠까?]
[윤아 : ...!]
...갈수록 태산이라더니!
국장의 말뜻을 순식간에 간파했지만,
표정을 함부로 바꿀 수 없었다.
언젠가 드라마 습작할 때 필요해서
우리 반 애 중에서, 룸싸롱에서 일하던 애한테
술 사주며 룸싸롱 일에 대해서 인터뷰했던 것이 생각났다.
------------------------회상--------------------------
기숙사 방
[정희 : (오징어 질겅질겅 씹으며) 언니, 이거 한가지만 알면 돼.
거기선 있는 놈이 더하고, 높은 놈이 더하고, 하여튼 완전 개야.]
[윤아 : 정말루...그래? 0.0 교양있는 사람들두?]
[정희 : 허- 언니 정말 순진하네.
멍석펴주면 아주 끝간데까지 못가는 인간들이 없다니까!
지식인 교수? 사업가 회장? 웃기지말라 그래.
아는 놈들이 더하다니까, 아주 대놓고 영계찾구.
하긴 그러니까 나도 그런데서 일할 수 있었지만.]
[윤아 : (기막힌) 말이 안나온다, 말이.]
[정희 : 언니는, 세상을 너무 몰라.
(술병 들어보며) 술 이것뿐이야?
누구 코에 붙일라구?]
[윤아 : ...나 돈 별로 없는 거 알잖아. ^^;;;
그걸로 모자라? ^^ 지금도 너 혼자 마시고 있는건데...]
[정희 : 그럼 담배 있어? 술 마시니까 그게 땡기네.]
[윤아 : 담배? 어, 없는데 -_-;;;
이따가 유리한테 빌려서 줄 게.
저기, 거기 얘기 더 해줄래?]
[정희 : 음... 그리고 거기선 다 사장이야, 사장 아닌 놈이 없어.
리어카 장삿꾼도 다 사장님이야.]
[윤아 : ^^;;; 허긴 그렇겠다.
그럼... (미안해하면서) 거기서 일할 때 제일 싫은게 뭐였어?
뭐 꼭 말하기 싫으면 안해도...]
[정희 : 2차. 그리고 영감탱이들이 얼마나 추근대는지.
아으~ 느끼하게 훑는 끈쩍끈쩍한 눈길도 또 어떻구?
돈 좀 있으면 나잇살먹어도 손녀뻘되는 애한테 그렇게 지랄해도 되는건지...
자기들 돈 좀 있다고 첩 해달란다, 배신만 때리지 말래.
집도 사주고, 명품도 사주고, 나중에 시집가게 되면 혼수비도 준대.]
[윤아 : 헉!!! 세상 말세다, 말세.]
벌컥! <--기숙사 방문 열리는 소리
[홍선생 : 누가 뭐래?
선생들은 소주도 아까워하며 빠는데,
니들은 방에서 몰래 양주를 빨아?
달리 세상 말세가 아냐~]
[윤아 : 서, 선생님! 0_0]
-----------------------------------------------------
이거... 어떻게 대처해야 되나.
갑자기 안면바꾸고 내치면,
지금까지 온갖 애교와 아부까지해서 만들어놓은 상황이
순식간에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윤아 : (생글) 국장님~ 사랑가 마저 해드릴까요?]
[국장 : 아, 맞어~ 딸꾹! 마저 듣기로 했지.]
급히 국장의 맘이 바뀔까 싶어서
아니리 부분을 하기 시작했다.
그 뒷부분 중중머리는 내가 틀리던 말던
술취한 사람이 다 알아듣기나 하겠어?
춘향이와 이도령이 닭살스럽게 하는 핑퐁 대화다.
[윤아 : <이도령> 이 애 춘향아,
나도 너를 여태 업고 놀았으니, 너도 나를 좀 업어다오.
<춘향>아이고 도련님, 도련님은 나를 가벼워서 업었지만,
나는 도련님이 무거워 어찌 업어요?
<이도령>내가 널더러 무겁게 업어 달라드냐?
내 양팔을 니 양 어깨에다 얹고 , 징검징검 걸어다니면,
그 속에는 재미진 일이 많지야~]
와아아- 술취한 남자들, 재미나게 웃어제낀다.
들리긴 들리나보네.
[윤아 : 춘향이가 이제는 파급이 되어,
마구 도련님을 낭군자로 업고 노는듸. ]
[모두 : 얼쑤~ ^^]
[윤아 : 둥둥둥 내 낭군. 어허 둥둥 내 낭군.
도련님을 업고 보니, 좋을 '호'자가 절로 나~
부용 작약의 모란화, 탐화봉접이 좋을 '호',
소상동정 칠백리 일생으 보아도 좋을 '호'로구나.
둥둥둥 어허 둥둥 어허 둥둥 내 낭군.
도련님이 좋아라고, 이 애 춘향아, 말 들어라.
너와 나와 유정허니 정자 노래를 들어라.]
그 담에 뭐더라?
여기서부턴 불경처럼
어려운 한자 사자성어, 오자성어가 수두룩한데...
담담...담...'담담장강수'였나?
아, 머릿 속이 빙글빙글 돈다.
#
판소리에 어우려진(?) 술자리 분위기가
너무 좋았던지... 3차 수준처럼
모두가 잔뜩 취해 있었다.
한식당을 나와 입구에서 찬 밤바람을 쐬니
조금 낫다.
[이대표 : 국장님! 코올~택시 불러드리겠습니다! 딸꾹!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핸드폰 꺼내 번호 눌러대고)]
이대표는 다들 귀먹었다고 생각하는지,
계속 소리를 질러댄다.
[국장 : (윤아 부축받으며 나온)
아냐, 아냐- 난 이쁜이하고 한 잔 더 하고 싶은데~
(윤아의 어깨를 한 팔로 두르며) 어때? 딱 한 잔 더? ^^]
이 노친네는 이만큼 취했으면
이제 그만 집에 가서 발닦고 뻗어 잠자고 싶지 않은 걸까.
자꾸 추근대는데, 초난감이다.
난 자꾸 눈이 감기고,
어디에든 머리만 대면 금방 잠들것 같은데.
[선우 : (역시 취한) 제가 댁까지 모셔다드리겠습니다, 국장님.]
[국장 : (손 사래질) 아냐, 아냐- 우리 이쁜이랑 한 잔 더 할 거라니까.
자네들은 알아서 가-]
[박감독 : (취했지만 실실 웃으며, 국장에게 매달리는)
국장님~ 저랑 한 잔 더 하시죠.
그...뭐더라, 국장님 단골집 있잖아요.
섹~쉬한 마담있다구 맨날 자랑하시는 곳,
저 오늘 한 번 꼭 데려가 주세요~ 네?
(일행 돌아보며) 우리 거기 가요?
아, 근데 신작가는 안되겠다 ^^
마담이 너무 예뻐서 신작가는 빛을 못 봐-
신작가 먼저 보내고 우리끼리 갑시다!!! 예??]
[국장 : 아, 거기 마담은 고상한 클래식은 알아도
우리 소리는 몰라-
우리 이쁜이가 최고지, 그치?
(윤아에게 조르는) 딱 한 잔? 어?]
내 어깨에 얹힌 국장의 팔 무게가 더 무거워진다.
[윤아 : ^^ 그러시죠, 그럼.]
취해서 제대로 본 건진 모르지만
최선우, 이대표, 박감독의 표정이
순간적으로 굳었다.
[국장 : (좋아서) 그래, 그래 ^^
근데 내가 너무 취하면, 우리 이쁜이 곤란하잖아?
그러니까 방으로 가자구.]
[윤아 : 술 사가지구요?]
드디어 노친네의 본심 나오시네.
[국장 : 아냐, 들어가서 시키면 돼.
그러니까 일단 가자구.]
제 걸음도 제대로 못걷는 국장을 부축해서
가까운 골목으로 걸음 옮기며
뒤에 있는 일행을 향해
잠깐 고개만 돌려 목례했다.
최선우, 그가 움찔거리지만
꼼짝도 못하는 것이 보였다.
분명 그의 옆에 있는
이대표나 박감독한테 잡힌거겠지.
[윤아 : 전 제가 마시는 맥주 종류가 따로 있는데,
그건 사서 들어가요. 네? ^^]
[국장 : (선선히) 그래! 그럼 그러자!]
#
다음 날,
오전부터 수 프로덕션에 들어가
사장실을 홀로 지키며
종이에 인쇄한 시놉과 대본을 다시 읽어가며
펜으로 수정을 봤다.
직원들이 퇴근할 시간이 되어서야
이대표가 사장실에 들어왔다.
[윤아 : (펜으로 대사 고치며) 이제 출근이세요?]
[이대표 : (안좋은 표정으로 윤아 보는) ...그래요.]
[윤아 : (이대표 본다) 계약은 하셨어요?]
[이대표 : 하고 들어오는 길입니다.]
[윤아 : (일어서며) 그럼 저하고 계약할 차례네요. ^^]
[이대표 : ...]
회의실로 가서
최선우, 박감독, 내가... 프로덕션과
각자 정식 계약을 하는 절차가 있었다.
작가 매니지먼트사를 중간에 놓고 계약한다면
신인 작가의 입장을 보호받을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작가 매니지먼트사에서 내 상황에 대해
우유부단하게 대처하려던 것에
도통 신뢰가 안갔다.
영리한 종달새 동화에서처럼
결국 보리밭에 직접 나서서 가장 열심히 수확하는 것은
그 보리밭 주인뿐이다.
그래서 혹여 나 혼자 불이익을 받더라도,
프로덕션과 직접 계약하는 방식을 택했다.
최선우와 박감독은
자신과 프로덕션이 계약하는 계약서를 대충 읽고
싸인하곤 이대표에게 넘겼다.
세 남자의 얼굴이 여전히
각자 다르게 조금씩 굳어있다.
[윤아 : (태연히 계약서 조항들을 찬찬히 읽으며, 미소띄우고)
숙취는 하셨어요들? 전 속이 부대껴서 혼났는데.]
[세 남자 : ...]
[윤아 : (그들 본다) ... (다시 계약서 보고) 됐네요, 제가 싸인만 하면 되죠?
(계약서 두 장에 사인하면서, 지나가는 말처럼) 국장님이 제 안부 안물으시던가요?
(이대표에게 계약서 건네고)]
[이대표 : (받아서, 계약서 두 장에 싸인하고, 한 장은 윤아에게 건네는)]
[박감독 : (정색) 아, 아니... 그 양반이 술버릇은 좀 나빠도, 뒷끝은 깨끗해.
자기 이름 걸고 시작한 건 끝까지 책임질 줄 아는 양반이구.]
[윤아 : (박감독 잠시 보더니, 싱긋) 그래요? 아쉽네요.
(이대표에게 계약서 한 장 받아서, 이대표 사인 확인하며)
수 프로덕션보다 더 든든한 빽이 생기나 했는데.]
최선우, 그는 더 참을 수 없다는 듯이
의자를 박차고 일어나 회의실을 나가버렸다.
[박감독 : (안타까운) 신작가, 최선생한테 너무 그러지 마.
어제 우리가 병신같이 군 거 입이 열개라도 할 말없지만,
그래도 여기서 신작가 제일 생각해주는 건 최선생이야.
원래 작가 이름 그대로 내보내야한다고 밀어붙인 것도 최선생이고.]
[윤아 : (미소 지은 채, 사무적인)
그래서요...? 장정 셋이, 취한 노친네 하나 못당하든데.
그게 도시 속 정글의 법칙이란 거겠죠? 양육강식.
그래도 동물의 세계에선 그 법칙은 오로지 1차적인 힘으로,
대장의 힘이 떨어지면 합세해서 몰아내죠.
하지만 인간들 세계에서 힘이란 참 여러가지인 것 같아요.
권력, 명예, 돈, ...
비유가, 한참 잘못됐어요. ^^(계약서 챙겨서, 일어서는데)]
[박감독 : 신작가! 우리도 신작가 보내고 후회했어.
게다가 최선생이 밤새 호텔이며 모텔 골목 헤매는 거
잡아다 앉히느라고 나하고 이대표, 한숨도 못잤다.]
[윤아 : (생글거리지만 냉랭한) 제가 뭐라고 했나요?
세 분이 못한 거, 제가 알아서 제 밥그릇 챙겼죠.
그럼 된 거 아닌가요?]
[박감독 : ...]
[이대표 : ...]
회의실을 나오는데,
뒤에서 박감독이 한마디하는 게 들렸다.
[박감독E : 보통내기 아닌 줄 알았지만, 신작가 무섭네, 무서워.
대체 꼬리가 몇 개야?]
....
수 프로덕션 문을 열고,
복도로 나왔다.
문 옆에 서 있던 그가 차마 말을 못꺼내고
내 팔을 잡으려다 힘없이 다시 손을 떨어뜨렸다.
[선우 : ...]
짐짓 모른 척 몸을 돌려
복도를 몇 걸음 옮기는데
맞은 편에서 민수 선배가 뛰다시피 다가왔다.
그런데 내게 다가올수록, 표정이 영 아니다.
[윤아 : 선배. ^^]
[민수 : ...너, 너,... 우씨- (자기 머리 헝크리더니)
이런 세상 정말 싫다, 싫어.]
어젯밤 일을 어디서 줏어들었나보네.
[윤아 : (차분) 싫어도 어떻게 해.
세상이 아무리 치사하고 드러워도
먹고 살려면 싫은 일도 해야될 땐 해야지.]
[민수 : ...! (놀라서 윤아 보는)]
내 등 뒤로, 그가 수 프로덕션 옆에
나란히 위치한 그의 매니지먼트사 문으로
들어가는 발소리와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차라리 그가 내게 -인생 그렇게 살지말라-는 식으로 한마디 했다면,
나도 당당하게 -참견말라-고 대거리할 수 있었을텐데...
내게 아무 말도 못하고 힘없이 나오니까,
난 그에게 일부러 더 못되게 굴게 된다.
[윤아 : 참, 선배.]
[민수 : ...어.]
[윤아 : 촬영장소로 폐교 알아보는 거 어떻게 됐어?]
[민수 : 알아보고는 있는데, 서울쪽은 찾기 어렵고,
아무래도 니네 학교 근처도 알아봐야 할 것 같아.]
[윤아 : ...그래? 그러려면 서울하고 오가는 시간도 만만찮을텐데?
방송국의 스튜디오 촬영분도 있을 거 아냐.]
[민수 : 안그래도 그게 문제다. 아무래도 지방에서 하게 되면,
임시 숙소같은 거 마련해야 될 거야.]
[윤아 : ...응, 그렇구나.
참, 선배, 나 돈 좀 빌려줄 수 있어?]
[민수 : 왜?]
[윤아 : 휴학계 내면 기숙사에서 나와야 되거든.
그래서 일상생활할 수 있는 작업방을 구해보려는데
내가 워낙 가진게 없어서...
우리 드라마, 내년 방송 시간 배정받은 거라,
내년될 때까진 반 년이나 남았는데, 선불달라기 좀 그렇잖아.
프로덕션 형편도 쉽지 않은 거 아는데.]
[민수 : ...]
[윤아 : 나중에 나 대본료 줄 때, 선배가 알아서 까면 되잖아.
좀 빌려주라~ 응? ^^]
[민수 : ...오빠들하곤 연락 안하는 거야?]
[윤아 : (어두워지는) ...어.
명절 때나 내가 전화 한 통하는 정도야.
이 나이되서 아직 고등학생인 것도 그런데,
신세지고 싶지않고...
오빠들한테 나 그렇게 달가운 존재 아니니까...
오빠들은 내가 어디있는지도 몰라.]
[민수 : 그럼... 지금까지 학비하고 용돈은...]
[윤아 : 방학 때 아르바이트하면 좀 빠듯해도
한 학기 버틸 정도는 됐어. ^^]
[민수 : ...그랬구나.
알았어, 선불쪽으로 위에 말 넣어볼게.]
[윤아 : 그럼 너무 미안할 것 같은데...^^]
[민수 : 우리 드라마 제작비 예산이 얼만데,
그 정도도 못해줄까봐.]
[윤아 : 땡큐~^_-
그럼 나 선배 믿구, 내려간다?
빠빠이-]
[민수 : 학교로 내려가는거야?]
[윤아 : 응! ^^]
[민수 : 시골 밤 길 조심해라.]
[윤아 : 눈 감고도 훤해. ^^]
난 일부러 명랑하게
민수 선배한테서 돌아서 등을 보이면서도
두 팔을 올려 '바이바이-' 손을 흔들며
복도를 걸어갔다.
아까와 같은 민수 선배의 표정,
다신 보고 싶지 않았다...
#
늦은 밤이지만
유리의 약초&독극물 실험실은
(학교 건물에서 약간 떨어진 창고를 실험실로 개조한)
불이 환하게 켜져있었다.
[윤아 : 유리야 ^^]
[유리 : 어, 언니!]
실험 가운을 입은 유리는
칸에 갇힌 실험용 쥐의 상태를 살피며
실험 노트에 진행상황을 적고 있었다.
유리는 얼굴이 환해져서
팔짝거리며 뛰어오더니
두 팔로 내 목을 감으며 안겨왔다.
[유리 : 지금 온 거야?]
[윤아 : 응, 홍선생님한테 돌아왔다고 보고하고
여기로 온 거야.
참, 이거. 잘 썼다.^^]
유리의 포옹이 풀러지자
난 가방에서 작은 약병을 꺼내 건넸다.
[윤아 : 원래 이런 마약 종류는 실험실에서 나가면 안되는데,
빌려줘서 고마워. ^^]
[유리 : (받으며) 언니가 어디 허트루 쓸 사람인가?
(살짝 열어보며) 조금 썼네?]
[윤아 : 응. 그 환각제 효과 좋드라?
아무리 술취했대도, 향만 잠깐 코에 대줬는데
지가 알아서 무아지경으로 빠지던데?]
[유리 : 그러엄~ 내가 만든 것 중에 효과없는 게 어딨어?^^
참, 수면제는? ]
[윤아 : 아... 혹시 몰라서 다 먹였는데.]
[유리 : (눈 동그래졌다가, 풋- 웃는)
그걸 다? 한 사람이 다 먹었으면
아무리 씨름장사래두 하루는 꼬박 뻗었을건데.
내가 꼬돌이한테 몰래 실험해봤잖아.
그 녀석은 삼일을 정신없이 자드라구.^^]
[윤아 : (쿡-) 안그래도 그래서 늦어진거야.
오늘 저녁 늦게서야 계약이 됐거든.
... 혹시 질척거릴까봐 빌려간 건데,
(짧은 한숨-) 아주 유용했어.]
[유리 : (실험 테이블로 가며, 고개 절래절래) 하여튼 수컷들이란.]
[윤아 : ^^;;;; 담배 있니?]
유리는 잠깐 나를 보더니,
약초상자의 가장 아랫서랍에서
담배 한 가치와 라이터를 꺼내왔다.
[유리 : (건네며) 여기 와서 담배끊은 애들은 많아도
담배 배운 사람은 언니뿐일걸?]
난 담배를 물고 불을 붙였다.
[윤아 : 응, 아마 그럴거야. ^^
그래서 아직두 맛두 모르고, 가끔만 피우잖아.]
유리는 몸을 낮추더니,
내 눈을 들여다봤다.
[윤아 : 왜?]
[유리 : 그러니까 언닌 힘들때만 피우는거잖아.
지금은 뭐가 우리 언닐 힘들게 하나...?]
[윤아 : (싱긋 웃으며) 그런 거 없어.
그냥 앞으로 대본 쓸 생각하니까,
책임감에 마음이 무거워서 그래.
라면있어? 배고픈데.]
[유리 : 저녁 안먹었어?]
[윤아 : 오면서 역 앞에서 대충 때웠더니, 출출하다.]
[유리 : 컵라면 있는데, 먹을래?]
[윤아 : 응.]
유리는 비이커에 담긴 물을 램프로 끓여서
두 개의 컵라면에 부었다.
내 입에서 담배 맛은 아직도 지독히 쓰다.
마음이 안좋을 때만 입에 대서 그런가...
담뱃불을 잘 꺼서, 쓰레기통에 버렸다.
여긴 실험실이라 위험물질이 많아
항상 조심해야 한다.
[유리 : 언니-]
[윤아 : 응?]
[유리 : 언니가 쓰는 드라마,
연기자 오디션 본다고 그랬지?]
[윤아 : 글쎄... 내 희망사항이야.
감독님두 좋다고 하시는데, 시간이 되면...
하긴 오디션을 봐도 학생 역을 할 어린 친구들만
뽑을거라... 당장 실력있는 연기력을 기대하긴 힘들지.
아마 뽑아놓고도 따로 트레이닝이 필요할거야.]
[유리 : 나도 그 오디션 볼까? ^^]
[윤아 : 응? (의아) 니가 왜?]
[유리 : 언닌 대본 쓰면서
그 안의 주인공들하고 교감한다구 그랬잖아.]
[윤아 : 어.]
[유리 : 내가 그 중의 하날 연기하면,
나두 언니하고 교감할 수 있는 거잖아. ^^]
[윤아 : ...너만큼 날 잘 아는 애가 또 어딨다구.
그리고 연기하는 거, 보기는 쉬워보여도
막상 해보면 장난 아니야.
또 넌 학교 수업도 들어야 되고.]
[유리 : ...그래서 싫어?]
유리의 목소리가 금세 잦아든다.
저 큰 눈에 눈물이 고일 듯하다.
[윤아 : (당황) 시, 싫은게 아니구...
설사 오디션에서 뽑혀도, 너 힘들까봐 그러지.
학교 수업도...]
[유리 : 어차피 난 수업 잘 안들어가잖아.
여기 실험 보고서로 대체하는 수업일수도 많잖아.
이 연구들이야 내가 얼마든지 시간도 조절해서 할 수 있고.]
[윤아 : ...]
[유리 : (눈물 그렁) ...언니..]
어떻하지...
하여튼 난 유리 눈물에 약한게 탈이다.
[윤아 : 알았어! 오디션 보는 건 되는데, 떨어져도 난 모른다?
나 혼자 점수 매기는 게 아니니까.]
[유리 : ^0^ 응, 응...]
유리는 대뜸 활짝 웃으며
내게 와서 내 품을 파고들었다.
그러고보니 유리도 연기쪽으로 영 아닌 건 아니다.
일단 외모가 청순 분위기인데다
구체관절인형처럼 약간 외국적인 예쁜 얼굴을 가졌다.
목소리도 여성스럽고, 발음도 또렷한 편이다.
더불어 연기쪽으로 소질이 있다면...환상, 그 자체일거다.
하지만 순전히 나 때문에 해보고 싶다니...
연기가 하고 싶어 힘든 무명시절을 견디며
자신의 일생을 걸고 있는 연기자들한테
너무 미안한 계기라서...
[유리 : 그래도 언니가 기숙사 나가는 거 너무 싫어...
아무리 언니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라지만...]
[윤아 : 이 사정 저 사정 봐주다간
우리 학교 최소의 규율도 무너져.
나도 여기 있고 싶지만..., 어쩔 수 없잖아.]
[유리 : ...다른 사람하고 방 쓰는 거 끔찍해.]
[윤아 : 나 말고 다른 친구도 사귀어야지.
아주 좋은 기회네. ^^]
[유리 : (어리광) 난 언니만 있으면 되는데...]
어린아이같이 맑고 순수한 아이, 유리.
박감독은 날 천재라했지만,
유리야말로 공식적으로 아이큐 190인 천재다.
(아인쉬타인은 아이큐가 200이었단다)
[윤아 : 앗! 라면 다 불었겠다!]
[유리 : 어?! ]
유리가 후다닥 컵라면을 들고왔다.
유리와 나란히 낡은 소파에 앉아 밤참을 먹었다.
내가 학교를 떠나있으면
한동안 이런 즐거움은 찾기 힘들 것 같다.
[윤아 : (후루륵 먹으며) 넌 여기 있는 화학성분을 다 알면서
용케도 잘 먹는다?]
[유리 : 일단 열량은 발산하니까. ^^
그래서 인스턴트 먹는 우리 현대인들은
죽으면 죄다 화장해야 돼.]
[윤아 : 어?]
[유리 : 방부제 음식을 하두 많이 먹어서
시체가 안썩을거라구.]
[윤아 : (풋-) 지금 먹으라는 거야, 말라는거야.]
[유리 : 나두 먹구 있잖아. ^^]
[윤아 : ...-_-;;;]
[유리 : 참, 언니 기숙사 나가는 거 송별회 해준대.
언니 언제 시간나냐고 물어봐달라던데?]
[윤아 : 말이 좋아, 송별회지.
자기들 술마시고 놀고 싶어서 그러는 거 아냐!
됐다 그래. 나 복학해서 다시 들어오면
그 때 환영회나 찐하게 내가 쏜다고 그래.]
[유리 : *^_^*]
<계속...>
뱀발 : ~시간되시는 님은 감상해보세요~ ^_^
(금지어가 뭔지 알았습니다. 음악링크시키고 HTML편집에서 수동재생의 명령어인 a.u.t.o.s.t.a.r.t 더군요. 이걸 추가로 넣으면 음악링크된 막대기가 나와도 자동으로 음악이 실행되지 않거든요.
그런데 지난 회 올릴때도 잘 되더니, 왜 갑자기 금지어가 된건지 -_-;;;
여기 화면에서도 위의 영문자 사이에 넣은 "."를 빼고 이어서 쳐넣어도 금지어입니다.
대체 어찌된건지 알 수 없습니다만...
저는 개인적으로 게시글 들어가서, 느닷없이 음악이 튀어나오면 깜짝깜짝 놀래거든요...ㅎㅎ
그리고 두세가지 음악을 링크시키려면, 세개의 음악이 한꺼번에 뒤섞여 나온단 소린데... 어떻게 해야할지 -.-;;;; 다른 좋은 방법을 모르겠네요.
그냥 감상하실 수 있는 링크 주소를 알려드리는 수밖에...)
[안숙선 명창의 춘향가 中 사랑가 대목]
http://boardc.sayclub.com/files/fx/blob5/sayclub/mu-/si-/ci-/nm-/an-/in-/mu-/si-/c0-/musicinmaninmusic04/b3/20./SaRang.wma
[고해 - 임재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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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게 있어 그녀는 단 하나의 길임을 용서하소서 제게 있어 그녀는 아침이며 제게 있어 그녀는 생명임을 용서하소서 제 자리가 아님을 알며 감히 그녈 탐함을 용서하시고 그래도 후회하지 않음을 용서하소서 이건 제 뜻이 아니었으나 오히려 감사함을 용서하시고 또 용서하소서 당신이 가르친 사랑을 그녀 앞에 제가 놓게 하시고 그 사람의 그 절망과 허무는 제게 버려 그녀 앞엔 아름다움만이 있게 하소서 / 어찌합니까 어떻게 할까요 감히 제가 감히 그녀를 사랑합니다. 조용히 나조차 나조차도 모르게 잊은척 산다는건 살아도 죽은 겁니다. 세상의 비난도 미쳐보일 모습도 모두 다 알지만 그게 두렵지만 사랑합니다. 어디에 있나요? 제 얘기 정말 들리시나요? 그럼 피흘리는 가엾은 제 사랑을 알고 계신가요? 용서해 주세요 벌하신다면 저 받을께요 허나 그녀만은 제게 그녀 하나만 허락해 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