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한 철 놀기 뭐하다고 랑은 국경장사를 한다고 했다. 랑은 알렉한드로와 옷을 잔뜩 싣고 차를 몰고 이구아수 폭포가 있는 브라질 국경으로 갔다. 겨울의 아르바이트가 여름의 주업종 수입을 능가한다나 어쩐다나... 희망을 품고 그들은 떠났다.
가기전에 알렉한드로 구두 뒤축이 떨어져 계단에 흘리고 가는걸 얼른 줏어서 쫓아가서 줬다. 어유 어리버리. 저 두 어리버리가 어케 이문은 남겨 올라나 몰러.
그들은 놀러갔는지, 장사를 하러갔는지 모를 정도로 관광을 실컷하고 왔다. 아무래도 일 핑계로 관광을 다녀 온 사람들 같다.
거기에서 랑은 아르헨티나의 질 좋은 옷을 넘겨주고 이거저거 선물을 사들고 왔다. 세금을 물리지 않아 싸게 구입할 수 있는 내가 좋아하는 향수를 종류별로 사왔다. 아무래도 그 좁아터진 여관에서 내 비싼 향수 함부로 쓴다고 지랄 떨며 싸운 기억이 깊게 남았나보다.
사진을 보니 이구아수 폭포 위에서 찍은 사진 배타고 밑을 지나며 찍은 사진 등등 여러가지가 있었다. 무지개도 떠서 참 이쁜 사진도 있었다. 그런데 대부분 배를 탄 이쁜 아르헨티나 가이드 아가씨 사진이 거의 80프로 이상을 차지했다. 어휴 이 늑대들. 암튼 알아줘야 해.
뭐 딴엔 너무 멋진 풍경이라 날 데리고 가고 싶었대나. 다음에 갈 기회가 되면 꼭 같이 가보잰다.
치. 나도 가보고싶어라.
돈을 좀 남겨왔다는데... 사실 난 랑이 사업한답시고 얼마 벌었네 하는거 전혀 기대 안한다. 그거 그냥 숫자에 불과할 뿐이다.
랑이 들으면 섭할 일이지만, 그 사업해서 벌은 돈이 내 앞으로 집이 한 채 있던가, 멋들어진 차가 한 대 있게 해줬다면 아 사업해서 돈 벌었구나 싶은데, 사업해서 얼마 벌었어 해놓고 1-2년 후에 다 날렸어 이럼 그야말로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심정이다.
그래서 지금은 그냥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보낸다. 내 손에, 내 주머니에 들어오지 않는 돈. 아무런 의미가 없다.
여름이 다가오니 아버님이 한국에서 다시 들어오셨다.
랑은 올 해에는 창고에서 지내지말고 집을 얻어야 한다고 며칠을 두고 아버님을 설득했다. 아버님은 그러자고 하셨다. 대신 생활비를 더 아껴 쓰기로 했다.
랑은 아버님과 산타페 주 우리가 머물 집을 구하러 내려갔다. 창고에서, 여관에서 너무 힘들게 살았으니 이번 여름엔 집에서 지내게 해주마 하며 내려가서 여름 맞을 준비를 하고 왔다.
창고에서 좀 떨어진 동네에 집을 얻었댄다.
돌아와서 하는 말이 집이 집 같지가 않고, 창고보다는 좀 낫다고 생각하면 된다나. 잉 그게 뭔말이여. 집이면 집이지. 그래도 창고에서 살지않고 우리가 살 집을 얻었다니 기대가 되었다.
이제 땅바닥에서 설거지 안해도 되겠지? 갈대 숲의 뱀을 무서워 안해도 되겠지? 부엌은 어떻게 생겼을까? 요리를 할 수 있는 부뚜막도 있을꺼구 식탁도 있겠지.
우린 김치도 담고, 무우 짠지, 오이짠지 담가놓은걸 싸고 읽을 책과 교민 신문 등등을 챙겨서 시골로 향했다.
여름이 시작되는 들판은 푸르렀다. 공기는 한없이 맑고, 햇빛은 반짝였다.
가다가 고속 도로 옆에 소금지대가 나왔는데, 거긴 한국 정부 소유의 땅이랜다. 어느 인간이 농사를 짓는다고 한국 정부에서 돈을 대출받아서 정말 농사를 지을 땅을 사질 않고 그 싸디 싸고, 풀도 제대로 못자라는 아무 쓰잘데기 없는 황무지 소금지대 땅을 산거다.
그 나쁜 한국 사람은 한국 정부에 비싼 값에 샀다고 허위신고를 하고 그 차액 돈을 갖고 행방이 묘연해졌다나. 그래서 어처구니 없게도 그 소금지대 땅은 한국 정부가 산 땅이되어서 누런 황무지에 여기저기 작은 수정같은 소금 덩어리만 빛을 내고 있었다. 질척한 소금 웅덩이에 그나마 가끔 소금끼 없는 데도 있는지 누렇고 억세보이는 가시 풀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정말 정부 상대로 사기를 친 넘 면상을 함 보고 싶었다. 그러고 싶을까 몰라.
농사도 못짓는 불모의 땅을 지나고, 한가로이 소들이 풀을 뜯는 농장, 호박밭, 해바라기밭, 콩밭 등등 다시 같은 풍경이 되풀이 되었다.
사방을 둘러보아도 산 하나, 언덕배기 구릉 하나 없는 평평한 땅 산타페 지역. 높 낮이도 구부러진 데도 전혀 없이 똑바로 만들어진 도로. 너무 졸렸다. 운전하는 사람도 습관적으로 운전하게 되는 길이다. 한 시간을 가도 핸들을 꺽을 일이 없다.
저 멀리 지평선 근처에 있는 차는 그대로 머물러 보이다 20분쯤 가야 가까워지며 우리 곁을 쌩소리를 내며 지나갔다.
그 동안 자주 지나 다니며 랑은 어느 휴게소 어느 집이 맛있고 맛없는지를 꿰뚫고 있었다. 우린 맛있는 집만 골라 다녔는데, 스파게티를 닭간을 섞어서 하는지 스파게티에서 닭간 냄새가 나게 하는 집이 있었다. 특이했고 정말 맛있게 잘했다. 그 희한하고 고소한 맛은 두고 두고 또 먹고싶게해서 꼭 그 집에서 끼니를 때우게끔했다. 그 시커머죽죽한 스파게티를 어케 맹그는지 심히 궁금했지만 물어볼 수가 없었다.
동네 전체가 빈티나는 독일인 동네 팔라시오스에 도착했다. 늘 느끼는 거지만 왜 무슨 이유로 이 추레하고 가난한 동네 이름이 '왕궁'이라고 지어졌을까 궁금하다. 독일의 왕족 친척이라도 흘러와 살았던 것일까?
유난히 낡아보이는 희끄무레한 갈색 벽돌집들이 흩어져 있고 그 반대편으로 동네랑은 뚝 떨어져 있는 아버님 친구분 농장으로 들어갔다.
멍청하고 무식한 개 도베르만 두 마리가 먼저 마중을 나와 꼬리를 흔들어대며 짖어댔다. 도베르만은 씹는걸 못봤다. 굵다란 뼈다귀도 그냥 꿀꺽 삼켜버린다. 개 중에서 가장 야생성이 남아있어서 가끔 미친척 주인도 물어버리는 성질이 더러운 개다.
매미 소리가 요란했다. 매미는 7년동안 그렇게 땅속에서 있다가 나온댔지? 잠깐의 여름을 지내고 그들은 땅 속에 알을 낳고 죽어간다.
매미가 잔뜩 달라붙은 나무는 발로 한번 밑둥을 차면 촤르르 물방울이 비오듯 쏟아진다. 팔라시오스에 사는 랑 친구는 그게 매미 오줌이라고 하는데 암튼 우리가 가까이 가면 매미들은 극성을 떨어대며 요란스레 울어댔다. 한 나무에 수천마리씩 있어보였다.
팔라시오스 그 뒷 정원엔 포도나무도 심고, 그 동안 밭도 일구어 놓으셔서 오이, 수박, 참외, 고추, 상추 열무 등등 종류별로 고랑마다 심어져 있었다. 이 분들은 이거 키우는 재미로 이 시골서 사시나부다. 한 겨울에도 여기서 지내는 시간이 더 많은 분들이다.
포도 나무는 품종이 한국 포도나무 품종이라 한국 포도가 열린댄다. 우와~ 기대된다. 남미 포도는 보통 알이 굵고 껍질이 잘 안벗겨지는 거봉 포도다. 그래서 대부분의 한국 교민들은 껍질이 쏙쏙 벗겨지는 한국의 보통 포도를 그리워한다. 나도 그 맛이 너무 그리웠다. 포도가 열리면 꼭 그 포도 맛을 나에게 보여주기로 식구마다 약속을 하라고 강요했다.
다시 우린 집을 얻어 놓은 동네로 향하였다. 쎄레스시의 변두리로 한참을 들어가고 꼬부러지고 하며 집을 찾아갔다. 시골이래도 도시처럼 한 블럭이 정확하게 나뉘어져 있었다. 한 블럭을 '우나 만사나'라고 했는데 야외 수영장을 지나서 블럭 구분히 확연히 드러나는 풀밭 지대를 지나서 작은 담벼락도 있는 집 마당으로 들어섰다.
문은 쇠문이었고, 마당은 넓어서 트럭이 자유롭게 들어갔다.
왼쪽에는 차고가 있었다. 아무런 열쇠나 대문도 없이 그냥 옆 마당에 녹슨 양철 지붕하나 얹어져서 집과 연이어져 있었다.
랑이 집 주인에게 받아 온 열쇠로 문을 따고 들어갔다.
철제 4인용 식탁이 흙바닥에 그냥 놓여져 있었다. 뭐 집에서도 신발을 신고 사는 아르헨티나니 그렇겠지. 옆엔 부뚜막으로 보이는 시멘트 구조가 있었다.
짐을 내리는데 길이가 6-7센티미터 정도 되는 방개가 많이 날라다녔다. 납작하게 생긴 게 날개까지 피면 무지 커보였다.
방개들을 보니 올해에도 멋진 반딧불 향연이 기대가 되어서 흥분이 되었다. 그래서 우리를 반겨주는 그 방개들이 이뻐 보였다. 아들넘이 방개 한 마리를 벌써 들고 왔다.
거 참 희한하게도 납작하니 생겼다. 좀 징그러웠다. 아르헨티나는 나라가 크니깐 이상한 곤충도 많네 싶었다. 둘이서 그걸 쳐다보고 있는데 랑이 소리쳤다.
"야~ 바퀴벌레 갖고 뭐해?"
"헉 바퀴벌레? 이케 큰게 뭔 바퀴벌레야."
"여긴 바퀴벌레가 그래."
아들 넘 손에 있던 바퀴벌레를 얼른 버리라고 소리쳤다.
으~ 징그러. 어쩐지 방개가 이상하니 납작하며 징그럽더라니.
저녁 나절 온 들판을 날라다니는 저 방개들이 정말 그 징그러운 바퀴벌레 맞어?
그 들판의 바퀴벌레들은 풀밭 사이로 이리저리 매미처럼 날라다녔다. 저녁 어스름 노을빛 속에서의 그 풍경은 아이러니컬 하게도 멋지게 보였다.
<아르헨티나, 아르헨티나> 55. 방개 아녀?
겨울 한 철 놀기 뭐하다고 랑은 국경장사를 한다고 했다.
랑은 알렉한드로와 옷을 잔뜩 싣고 차를 몰고 이구아수 폭포가 있는 브라질 국경으로 갔다. 겨울의 아르바이트가 여름의 주업종 수입을 능가한다나 어쩐다나... 희망을 품고 그들은 떠났다.
가기전에 알렉한드로 구두 뒤축이 떨어져 계단에 흘리고 가는걸 얼른 줏어서 쫓아가서 줬다. 어유 어리버리. 저 두 어리버리가 어케 이문은 남겨 올라나 몰러.
그들은 놀러갔는지, 장사를 하러갔는지 모를 정도로 관광을 실컷하고 왔다. 아무래도 일 핑계로 관광을 다녀 온 사람들 같다.
거기에서 랑은 아르헨티나의 질 좋은 옷을 넘겨주고 이거저거 선물을 사들고 왔다. 세금을 물리지 않아 싸게 구입할 수 있는 내가 좋아하는 향수를 종류별로 사왔다. 아무래도 그 좁아터진 여관에서 내 비싼 향수 함부로 쓴다고 지랄 떨며 싸운 기억이 깊게 남았나보다.
사진을 보니 이구아수 폭포 위에서 찍은 사진 배타고 밑을 지나며 찍은 사진 등등 여러가지가 있었다. 무지개도 떠서 참 이쁜 사진도 있었다. 그런데 대부분 배를 탄 이쁜 아르헨티나 가이드 아가씨 사진이 거의 80프로 이상을 차지했다. 어휴 이 늑대들. 암튼 알아줘야 해.
뭐 딴엔 너무 멋진 풍경이라 날 데리고 가고 싶었대나. 다음에 갈 기회가 되면 꼭 같이 가보잰다.
치. 나도 가보고싶어라.
돈을 좀 남겨왔다는데...
사실 난 랑이 사업한답시고 얼마 벌었네 하는거 전혀 기대 안한다. 그거 그냥 숫자에 불과할 뿐이다.
랑이 들으면 섭할 일이지만, 그 사업해서 벌은 돈이 내 앞으로 집이 한 채 있던가, 멋들어진 차가 한 대 있게 해줬다면 아 사업해서 돈 벌었구나 싶은데, 사업해서 얼마 벌었어 해놓고 1-2년 후에 다 날렸어 이럼 그야말로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심정이다.
그래서 지금은 그냥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보낸다. 내 손에, 내 주머니에 들어오지 않는 돈. 아무런 의미가 없다.
여름이 다가오니 아버님이 한국에서 다시 들어오셨다.
랑은 올 해에는 창고에서 지내지말고 집을 얻어야 한다고 며칠을 두고 아버님을 설득했다.
아버님은 그러자고 하셨다. 대신 생활비를 더 아껴 쓰기로 했다.
랑은 아버님과 산타페 주 우리가 머물 집을 구하러 내려갔다.
창고에서, 여관에서 너무 힘들게 살았으니 이번 여름엔 집에서 지내게 해주마 하며 내려가서 여름 맞을 준비를 하고 왔다.
창고에서 좀 떨어진 동네에 집을 얻었댄다.
돌아와서 하는 말이 집이 집 같지가 않고, 창고보다는 좀 낫다고 생각하면 된다나.
잉 그게 뭔말이여. 집이면 집이지.
그래도 창고에서 살지않고 우리가 살 집을 얻었다니 기대가 되었다.
이제 땅바닥에서 설거지 안해도 되겠지?
갈대 숲의 뱀을 무서워 안해도 되겠지?
부엌은 어떻게 생겼을까?
요리를 할 수 있는 부뚜막도 있을꺼구 식탁도 있겠지.
우린 김치도 담고, 무우 짠지, 오이짠지 담가놓은걸 싸고 읽을 책과 교민 신문 등등을 챙겨서 시골로 향했다.
여름이 시작되는 들판은 푸르렀다.
공기는 한없이 맑고, 햇빛은 반짝였다.
가다가 고속 도로 옆에 소금지대가 나왔는데, 거긴 한국 정부 소유의 땅이랜다.
어느 인간이 농사를 짓는다고 한국 정부에서 돈을 대출받아서 정말 농사를 지을 땅을 사질 않고 그 싸디 싸고, 풀도 제대로 못자라는 아무 쓰잘데기 없는 황무지 소금지대 땅을 산거다.
그 나쁜 한국 사람은 한국 정부에 비싼 값에 샀다고 허위신고를 하고 그 차액 돈을 갖고 행방이 묘연해졌다나.
그래서 어처구니 없게도 그 소금지대 땅은 한국 정부가 산 땅이되어서 누런 황무지에 여기저기 작은 수정같은 소금 덩어리만 빛을 내고 있었다.
질척한 소금 웅덩이에 그나마 가끔 소금끼 없는 데도 있는지 누렇고 억세보이는 가시 풀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정말 정부 상대로 사기를 친 넘 면상을 함 보고 싶었다. 그러고 싶을까 몰라.
농사도 못짓는 불모의 땅을 지나고, 한가로이 소들이 풀을 뜯는 농장, 호박밭, 해바라기밭, 콩밭 등등 다시 같은 풍경이 되풀이 되었다.
사방을 둘러보아도 산 하나, 언덕배기 구릉 하나 없는 평평한 땅 산타페 지역. 높 낮이도 구부러진 데도 전혀 없이 똑바로 만들어진 도로.
너무 졸렸다.
운전하는 사람도 습관적으로 운전하게 되는 길이다. 한 시간을 가도 핸들을 꺽을 일이 없다.
저 멀리 지평선 근처에 있는 차는 그대로 머물러 보이다 20분쯤 가야 가까워지며 우리 곁을 쌩소리를 내며 지나갔다.
그 동안 자주 지나 다니며 랑은 어느 휴게소 어느 집이 맛있고 맛없는지를 꿰뚫고 있었다. 우린 맛있는 집만 골라 다녔는데, 스파게티를 닭간을 섞어서 하는지 스파게티에서 닭간 냄새가 나게 하는 집이 있었다.
특이했고 정말 맛있게 잘했다. 그 희한하고 고소한 맛은 두고 두고 또 먹고싶게해서 꼭 그 집에서 끼니를 때우게끔했다. 그 시커머죽죽한 스파게티를 어케 맹그는지 심히 궁금했지만 물어볼 수가 없었다.
동네 전체가 빈티나는 독일인 동네 팔라시오스에 도착했다.
늘 느끼는 거지만 왜 무슨 이유로 이 추레하고 가난한 동네 이름이 '왕궁'이라고 지어졌을까 궁금하다. 독일의 왕족 친척이라도 흘러와 살았던 것일까?
유난히 낡아보이는 희끄무레한 갈색 벽돌집들이 흩어져 있고 그 반대편으로 동네랑은 뚝 떨어져 있는 아버님 친구분 농장으로 들어갔다.
멍청하고 무식한 개 도베르만 두 마리가 먼저 마중을 나와 꼬리를 흔들어대며 짖어댔다. 도베르만은 씹는걸 못봤다. 굵다란 뼈다귀도 그냥 꿀꺽 삼켜버린다. 개 중에서 가장 야생성이 남아있어서 가끔 미친척 주인도 물어버리는 성질이 더러운 개다.
매미 소리가 요란했다.
매미는 7년동안 그렇게 땅속에서 있다가 나온댔지? 잠깐의 여름을 지내고 그들은 땅 속에 알을 낳고 죽어간다.
매미가 잔뜩 달라붙은 나무는 발로 한번 밑둥을 차면 촤르르 물방울이 비오듯 쏟아진다. 팔라시오스에 사는 랑 친구는 그게 매미 오줌이라고 하는데 암튼 우리가 가까이 가면 매미들은 극성을 떨어대며 요란스레 울어댔다. 한 나무에 수천마리씩 있어보였다.
팔라시오스 그 뒷 정원엔 포도나무도 심고, 그 동안 밭도 일구어 놓으셔서 오이, 수박, 참외, 고추, 상추 열무 등등 종류별로 고랑마다 심어져 있었다. 이 분들은 이거 키우는 재미로 이 시골서 사시나부다. 한 겨울에도 여기서 지내는 시간이 더 많은 분들이다.
포도 나무는 품종이 한국 포도나무 품종이라 한국 포도가 열린댄다. 우와~ 기대된다.
남미 포도는 보통 알이 굵고 껍질이 잘 안벗겨지는 거봉 포도다. 그래서 대부분의 한국 교민들은 껍질이 쏙쏙 벗겨지는 한국의 보통 포도를 그리워한다. 나도 그 맛이 너무 그리웠다. 포도가 열리면 꼭 그 포도 맛을 나에게 보여주기로 식구마다 약속을 하라고 강요했다.
다시 우린 집을 얻어 놓은 동네로 향하였다. 쎄레스시의 변두리로 한참을 들어가고 꼬부러지고 하며 집을 찾아갔다. 시골이래도 도시처럼 한 블럭이 정확하게 나뉘어져 있었다. 한 블럭을 '우나 만사나'라고 했는데 야외 수영장을 지나서 블럭 구분히 확연히 드러나는 풀밭 지대를 지나서 작은 담벼락도 있는 집 마당으로 들어섰다.
문은 쇠문이었고, 마당은 넓어서 트럭이 자유롭게 들어갔다.
왼쪽에는 차고가 있었다. 아무런 열쇠나 대문도 없이 그냥 옆 마당에 녹슨 양철 지붕하나 얹어져서 집과 연이어져 있었다.
랑이 집 주인에게 받아 온 열쇠로 문을 따고 들어갔다.
철제 4인용 식탁이 흙바닥에 그냥 놓여져 있었다.
뭐 집에서도 신발을 신고 사는 아르헨티나니 그렇겠지.
옆엔 부뚜막으로 보이는 시멘트 구조가 있었다.
짐을 내리는데 길이가 6-7센티미터 정도 되는 방개가 많이 날라다녔다. 납작하게 생긴 게 날개까지 피면 무지 커보였다.
방개들을 보니 올해에도 멋진 반딧불 향연이 기대가 되어서 흥분이 되었다.
그래서 우리를 반겨주는 그 방개들이 이뻐 보였다.
아들넘이 방개 한 마리를 벌써 들고 왔다.
거 참 희한하게도 납작하니 생겼다.
좀 징그러웠다.
아르헨티나는 나라가 크니깐 이상한 곤충도 많네 싶었다.
둘이서 그걸 쳐다보고 있는데 랑이 소리쳤다.
"야~ 바퀴벌레 갖고 뭐해?"
"헉 바퀴벌레? 이케 큰게 뭔 바퀴벌레야."
"여긴 바퀴벌레가 그래."
아들 넘 손에 있던 바퀴벌레를 얼른 버리라고 소리쳤다.
으~ 징그러. 어쩐지 방개가 이상하니 납작하며 징그럽더라니.
저녁 나절 온 들판을 날라다니는 저 방개들이 정말 그 징그러운 바퀴벌레 맞어?
그 들판의 바퀴벌레들은 풀밭 사이로 이리저리 매미처럼 날라다녔다. 저녁 어스름 노을빛 속에서의 그 풍경은 아이러니컬 하게도 멋지게 보였다.
참말로.
누가 믿을 것이야. 이 바퀴벌레의 향연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