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너를 놓으려 한다
詩: 송해월
이제 너를 놓으려 한다
태풍이 오려는지
바람이 심상치 않게 불던 간밤엔
기도하는 이처럼 골방에 앉아
내내 생각했다
이전에도 없었던 감정의 사치
그 외에 무엇이 더 있다고
늘 가슴이 젖어
햇살이 쨍한 날에도 코끝이 찡하고
고운 하늘빛
수면 위로 여울 지는 물 그림자 위를
냉랭하게 쓸고 가는 가을 바람처럼
앓는 소리로 울던 쓸쓸한 날들
이제 너에로부터 돌아서려 한다
너는 절벽이다
너는 애초부터 바다 한가운데
아름답게 떠있는 절벽의 섬
네 안에서 종종 절벽을 만날 때마다
네 속에 있는 또 다른 길들을 찾았지만
끝내 이르는 곳은 어쩔 수 없는 절벽이었다
난 아찔한 정신을 가다듬으며
투신하지 않으련다
네가 만약 동산 한가운데 있는
생명나무 열매 한 입만 베어 물게 했더라면
아니 아니
네 속에 나있는 길 위에서 길을 잃고 헤매던 날
네 가슴 한 쪽 열어 목마름에 견딜 수 없어 하던 내게
시원하고 단 물 한 모금만 마시우게 했던들
나는 너에게로 가 기꺼이 투신했으리라
태풍주의보라도 쏟아 놓으려는지
여전히 불안한 바람이 속이 뒤집힌 채
미친 듯이 내 달리는 아침
너에게로 열려 덜컹거리던 마음의 문
혹여 문짝마저 떨어져 나갈까 성급히 빗장을 걸고
단단히 못 질을 하여 폐쇄하였다
이제는 네게로 드나들던 길 위에
얼마 지나지 않아 잡초가 무성해지고
여린 잡목들 뿌리를 내려 길이었던 흔적마저도
가늠해 볼 수 없는 날들 올 것이다
가끔은 산책길에 더듬어 보기도 하겠지만
쓴 웃음 짓는 일 말고 무엇이 있겠는가
아직은 문 틈 사이로 드나드는 바람까지야
어쩌겠느냐 마는 행여 본 척하지 마라
나는 이렇게 너에게 안녕을 고하는 일로
오늘 아침 분주했다.
이제 너를 놓으려 한다(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