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가 찾아뵙는 마음

SEAN2004.11.19
조회232

난생 첨으로 제 사생활을 웹에 올리게 되었네요..

그만큼 답답한 맘이라...조금이라도 인생을 길게 사신 분들의 경험과 연륜에게 기대고 싶은 마음에...

예전에는 이럴때 속으로 삼키던가, 친구에게 하소연하던가.... 다른 선택이 없었는데..

그저 격세지감을 느낄 뿐입니다.

 

서론이 길었습니다..

다름이아니라, 장손인 저는 자녀 둘과 아내..이렇게 분가해서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본가에는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할머님 3분이 같이 계십니다..

 

전 결혼한지 만 7년이 좀 안되었습니다만,

결혼이후로 여태껏 마음속에 부담을 가지고 사는 일이 있습니다..

그것은, 제가 분가된 상황이다 보니, 자주 부모님 아니 연로하신 할머님을 자주 찾아 뵈야 한다는 거지요..

물론..누구 하나 강요한적 없습니다.

단지..장손이고.. 할머님이 저 어릴때부터 쭉 보살펴 오신 애틋한 정을 잘알기에.. 조금이나마 효도한다는 마음으로 그러게 되었습니다.

 

결혼 후 처음 몇년간은 거의 매주일마다 찾아뵈었지요..그때는 그나마 차로 30여분 거리로 가까운 편이었고요.. 첫애가 생기고 애가 조금씩 커가다보니..차츰 가족일도 많아지고... 매주는 좀 부담스럽게 느꼈었는데...할머님이 이제는 2주에 한번씩만 찾아오라고..하시더군요.. 못이기는체하고 받아들였고 한동안 1주 또는 2주 간격으로 번갈아 찾아뵙다가... 자연스럽게 이후로는 2주에 한번으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겁니다..

저희가 찾아뵙는것이 강요에 의한것이 아니라 자의에 의한 효도하는 마음이라고는 하지만.. 솔직히 마음에서 우러나올정도로.. 찾아뵙는것이 즐거운 일이 못된다는 것이지요..

전통적인 유교사상을 가진 우리나라에서 이런 맘을 갖는것 자체가 불효라고 욕하실지는 모르겠지만요..

결혼하시고..비슷한 입장이시라면 잘 아실수 있겠지만..

자주 찾아뵙는것이 부담스러운 것은 그것이 저 혼자만의 일이 아니기 때문일 것입니다.

우선..누구나 그러겠지만 집사람이 제일 힘듭니다. 특히 저희 본가는 어머님이 일이 있는 관계로 (저녁에 퇴근하시지요) 찾아뵈면 할머님만 계실때가 대부분 입니다. 아버님은 비록 정년 이후시라지만.. 여러일로 바쁘시기 때문이죠.. 

속된말로.. 찾아뵙는 날이 아내의 일일 파출부 날이라고 표현하는것이 정확한 표현이지요..

 

그리고, 제 애들에게 미안해집니다..

아무리 바리바리 싸가지고 가도... 두자녀 놀 장난감도 모자라고... 비록 큰집이지만.. 집밖에 갈만한 곳이 없고 낯설기에... 심심할 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책을 많이 가져가서 본다든지 하면 좋겠지만.. 많이 가져가는것이 하기도 하거니와... 본가에서 할머님 혼자 T.V 보고 계시다보니 분위기 조성도 않되고.. 그러다보니... 본의아니게 본가 가는날이 애들 T.V 보는 날로 굳어지게 되었지요..

 

그래도...어쩔수없는 제 일이라 생각하고.. 지속적으로 찾아 뵈었습니다.

문제는 약 1년전부터 발생했습니다..

할머님 기력이 많이 쇠약해 지시고.. 혼자서 계시는 것이 어렵게 되자..고모님 중 한분이 매일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할머님께는 오히려 잘 된 셈이지요..그전에는 기력이 있었다해도 혼자 계실때도 많았으니 말입니다.

저도 처음에는 다행이라고 생각했고요.. 헌데, 몇달안가서 부터.. 분위기가 좀 이상하게 되더군요.. 언제부터인가..저희가 본가에 찾아 뵙는 날은 고모님과 눈도장만 찍고.. 고모님은 집으로 귀가하는 거였지요.. 물론 고모님도 가정이 있고.. 집도 멀리 떨어져 있기에 쉬고 싶은 마음 이해 못하는 바 아니었지요.... 하지만, 이후로는 2주에 한번 찾아뵙는 것이 완전히 의무사항으로 바뀌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일이 있고..약속이 있어도...말이지요.. 아주 간혹 못찾아뵐때는.. 미리 전화도 드려야 하는 상황까지 만들어졌고요..  

 

그와중에 본가가 훨씬 먼곳으로 이사가게 되었지요..

편도로 1시간 이상 걸리기에 솔직히 부담스럽기도 한데.. 얼마안가..아버님이 본가오는 날은 아침 일찍 오라고 하시더군요.. 고모님이 힘드셔서..우리가 찾아뵙는 날은 하루라도 쉬어야 하신다고.. 솔직히 두애들 챙겨서... 아침일찍 먹고 찾아뵙는 일이 쉬운일은 아니지만, 묵묵히 따랐습니다. 그전에는 점심때 가서.. 저녁 먹고..정리하고 밤에 오던것이 이제는 아침부터 밤까지로 바뀐셈이지요..

 

근데..점점 힘들더군요.. 얼마전부터 주 5일 근무로 바뀌어 다소 나아졌음에도 불구하고..2주에 한번씩 하루를 완전히.. 본가에서 보내고 나면..(솔직히 저는 아무일도 안합니다만,) 다음날 심신이 힘들고.. 한편으론 '다음주 휴일은 우리것이구나' 하는 안도감이 들곤 합니다..

그래서.. 얼마전부터 꾀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회사일도 힘들고.. 집도 멀어.. 2주에 한번은 무리라고... 볼멘소리를 해가며.. 3주에 한번 씩 찾아뵙겠다고 한거지요..

이에 대해 아무말도 없으시더군요..

솔직히..예전같으면... 상관없겠습니다만, 할머님이 연로하시고... 옆에 누가 없으면 안되는 상황이기에.. 옆에 계신 고모님 눈치를 볼수 밖에 없고.. 고모님의 휴가는 저희가 찾아뵙는 날이기 때문이지요.

서로의 이해관계가 걸리다보니... 정말..ㅠㅠ

 

참... 얘기가 길어지다 보니, 논점이 빗나가는것 같네요...

제 심정은 이렇습니다.

제가 장손이고 (굳이 우리네 정서를 들먹이고 싶진 않지만,) 어려서 할머님 슬하에서 정을 듬뿍 받고

자랐기에..이제는 알량하지만 자주 찾아뵙는것이 제 본분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결혼이후 7년간 꾸준히 해왔다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제 주위나 처가 주위를 봐도... 분가한 사람들 중에는 그런 분 없더군요.. 물론 더 잘하시고..부모님과 같이 사시는 분들 앞에서는 할얘기가 아닙니다만,) 

또 계속해서..살아계실때까지만이라도 그렇게 찾아뵙고 싶은 마음 변함없고요.. 

헌데..어느순간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듭었습니다..

고모님이 힘들게 할머님 수발 드시는것 잘 알고 있습니다만, (솔직히 1년전까지는 생업이 바쁘셔서 할머님 찾아뵙는것이 연중 행사이셨지요....이런얘기하기 뭐하지만, 생활비 명목으로 따로 받으시고 있고요..)  그것은 자식의 입장에서... 또 저희 부모님과 얘길 하셔서 해결 해야 할일이라 보는거지요..

고모님의 하루 휴식을 위해 저희가 희생하는 날로 만들거나 그런 감정을 갖게 하는것은 뭔가 잘못됐다는 겁니다.

 

물론.. 어려운 얘기입니다..

2주 한번씩 쉬는 날을 위해 따로 파출부를 두기도.. 다른 누군가를 데려오기도 쉬운일이 아니니까요.

지난번에도 그런일이 생기더니... 오늘도 결국 발생했지요.

집사람이 어머님에게 전화를 했지요.. 뭐..다른 얘기하다가...이번주말에 본가 오냐고 어머님이 물어보셨다고 하더군요. 요며칠 10개월된 둘째 아이가 아파서.... 3주차에 찾아뵙겠다고 하고 끊었답니다. 헌데..고모님이 전화해서..본인이 일이 있으니 왠만하면 오라고 하셨다는군요.. 집사람 입장에서... 거부하기 뭐해서.. 병원 들렸다가 가겠다고 했다는군요..

물론..제가 주말에 딱히 무슨 일이 있어서 못가는 것은 아닙니다만, 아이도 아프고.해서..병원도 가야하고.. 또 편히 집에 있고 싶은 것이 솔직한 저의 심정이고..저희 가족의 마음인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저나 집사람 생각은 이렇습니다.

효도도 자의로..마음에서 우러나와야 하는것이 진정한 효도이지..이렇게...반 강요로 하는 일은... 서로에게 피곤하고..좋은 일이 못된다고요..

고모님이나 부모님이 저희에게 어떤 기대감을 갖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저희가 찾아뵙는것을 어떤 의무이고 의당 해야할 정기적인 일로 생각하시는 것 같아... 불쾌하기까지 하는게 사실입니다. (처음 고모님이 본가에 오시고 부터는 저희보고 찾아올때 빈손으로 온다고 면박까지 주곤 했었지요..그리고는 다른 누구하고 종종 비교해서 말씀하시더군요..)

 

이런 제 생각이 틀린것일까요?

솔직히 자문 구하고 싶습니다. 저는 참고로.. 학창시절 외국에서 오랫동안 지낸지라....(그렇다고 1.5세는 아닙니다. 그리고 아내는 아주 보수적이기 조차한 한국 여자이자 아내이고요..) 합리적이고 투명한것에 길들여진 것이 사실입니다. 어쩔때는 이런 제가 정이 없고.. 전통적 우리 도덕가치에 저해된다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세상사 모든 일이 Give & Take 이고.. 최소한 남에게 피해가 가는 일을 싫어하고..또 받기 싫어하는 저로서는 저의 이러한 일이 난감하기 조차 합니다.  

 

어떻게 풀어나가야 하는지요? 여러분들의 솔직한 얘기 경청하겠습니다.

두서없이 긴 얘기 들어주셔서 감사할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