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몰라요!

큰가방2004.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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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몰라요!


나는 몰라요!  11월의 하순으로 접어들면서 날씨는 초겨울의 날씨처럼 싸늘해 졌지만 해변의 날씨는 늦가을을 연상하게 할 만큼 따스합니다. 멀리 보이는 산에는 이제 서야 붉은색 노란색 하얀색 갈색 그리고 녹색의 울긋불긋한 오색 단풍이 천천히 물들고 있습니다. 해안선을 따라 길게 뻗어있는 해안도로에 서 있는 은행나무는 천천히 노란색 옷으로 갈아입고 지나가는 바람에게 몸을 맡기고 머리를 흔들어 대고 있습니다. 같은 보성군에 속해있으면서도 산악지대인 보성읍과 해안지대인 회천면의 기온차가 섭씨 약 7도 정도의 차이가 나기 때문에


나는 몰라요!  겨울에도 눈(雪)을 거의 볼 수없을 정도로 온화하고 따스한 날씨 때문에 이제야 늦가을의 정취를 맛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들판의 쪽파 밭에는 오늘도 많은 아낙네들이 쪽파 수확에 한창입니다. 한쪽에서는 수확한 쪽파를 트럭에 옮겨 싣는 작업이 한창이고 또 다른 밭에서는 내년 봄 종자용으로 사용할 감자를 캐내어 부대에 담기도 하면서 짧은 겨울의 하루해를 넘기고 있습니다. 저는 오늘도 이 마을 저 마을로 부지런히 우편물을 배달하다보니 하루  해가 서산에 걸려있을 무렵 우편물 배달은 모두 끝나고


나는 몰라요!  회천면 천포에 있는 주유소에 우리 우체국 사무실 직원이 보관하여 놓은 라면박스 보다 더 큰 소포 두개를 배달하러 다시 오토바이에 소포를 싣고 소포의 새로운 주인을 향하여 달려갑니다. 잠시 후 소포 한개는 수취인에게 배달을 하고 마지막 남은 소포 하나를 가지고 회천면 화죽리 용산 마을로 향합니다. 용산 마을에서 소포의 수취인 댁에 도착하여 “계십니까? 계세요?” 하고 주인을 불렀는데 아무런 대답이 없습니다. 그래서 소포의 수취인 주소 란을 보니 휴대 전화번호가 적혀있습니다. “옳지! 휴대전화를 해 보면 되겠다!”


나는 몰라요!  싶어 수취인에게 휴대전화를 걸어보았지만 그러나 신호만 부지런히 가고 있을 뿐 전화를 받지 않아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소포를 다시 사무실로 가지고 갖다 내일 다시 배달을 해? 아니면 주인이 없으니까 그냥 소포를 방안에 놓아두고 가?”하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마침 할머니 한 분이 조그만 바구니 하나를 머리에 이고 제 옆으로 천천히 걸어오고 계십니다. “할머니! 혹시 김성동 씨 어디계신지 알고 계세요?”하였더니 할머니께서는 “거시기 파 작업할라고 나갔으껏이여! 그란디 으째 그래?”하십니다.


나는 몰라요!  “다름이 아니고 소포가 한개 왔는데 주인이 안계시네요!” 하였더니 “이 우게 올라가문 사람이 만드만 그리 한번 가보씨요! 거가 있는가 몰것네!”하십니다. “예! 할머니! 고맙습니다!”하고서는 저는 용산 마을 위쪽에 있는 두곡 마을로 향합니다. 그리고 두곡 마을 못 미처 넓은 밭에서 쪽파를 수확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작업을 하고 있는 밭쪽으로“혹시 거기 김성동 씨 계세요?”하고 큰소리로 물었더니“아니! 여그는 읍는디 으째 그라요?”“소포가 하나왔거든요!”


나는 몰라요!  “아이고~오! 날도 저물어 간디 고생해 싼네! 저짝 밭에 가보씨요! 거가 있는 것 같드만!”하고 대답을 하시기에“예! 잘 알았습니다!”하고서 저는 다시 건너편 밭으로 향합니다. 그리고는 다시 쪽파 수확하는 작업에 여념이 없는 아주머니들께 “혹시 거기 김성동 씨 계세요?”하고 큰 소리로 물었더니 “여가 금방있었는디 쩌 아래로 내려간 것 같드만 쩌 밑에 사람들 보이지라 그리 가보씨요! 거가 있으껏이요!”하는 대답을 듣고 다시 아래 쪽 밭으로 향합니다. 그리고는 사람들이 모여 작업을 하는 밭 옆으로


나는 몰라요!  오토바이를 세우고는 다시 “거기 김성동 씨 계세요?”하고 큰 소리로 물었더니 아주머니 한 분께서 “예~에! 우리가 김성동이요! 그란디 으째 그라요?”하십니다. 그래서“아! 드디어 찾았구나!”하는 안도감과 함께“예! 다름이 아니고 소포가 하나 왔거든요! 그래서 이리 가지고 왔어요! 이 쪽으로 잠시 와 보시겠어요?”하였더니 “아니 우리 집에 소포 올 것이 읍는디 뭔 소포가 왔다요? 이상하네! 으디서 소포가 왔소?”하고 다시 물으십니다. “예~에! ㅇㅇ조합이라고 써있네요!”하고 대답을 하였더니


나는 몰라요!  아주머니께서는 천천히 밭에서 오토바이 가까이 오시더니 소포를 한번 슬쩍 훑어보시고는 “예! 말이요! 또 뭔 약 보내주라고 그랬소? 잉?” 하며 누군가를 향하여 물어보십니다. 그러자 아저씨로 보이는 분이 아니라는 듯 손사래를 치십니다. “그라문 뭔 약이 또 왔다요?”하시자 역시 아니라는 듯 다시 손사래를 치자 저를 한번 힐끗 쳐다보시더니 갑자기 “아저씨! 이것을 뭣하러 여그까지 갖고 왔소? 잉! 나는 몰라요!”하시며 버럭 언성을 높이십니다. “아니! 이건 또 무슨 말씀인가?”싶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는 몰라요!  “아주머니! 저하고 무슨 감정이 있으세요? 왜 갑자기 화를 내고 그러세요?” 하며 빙그레 웃었더니 “아니여라우! 아저씨한테 화를 낸 것이 아니고 이 사람들이 먼자 은제 한번도 약을 보내갖고 할 수 없이 우리 애기 아부지가 약 값 갚니라고 죽을 욕을 봤는디 또 이라고 약을 보낸께 그라제라!”하십니다. “아주머니! 저희들도 소포를 보면 알아요! 아주머니 자녀들이 보낸 소포 같으면 그냥 아주머니 방안에 놓아두고 가도 되거든요! 그래도 아직 아무런 일도 없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이 소포는 그런 소포가 아니어서


나는 몰라요!  혹시 몰라 물어물어 여기까지 아주머니를 찾아왔는데 갑자기 화를 내시니까 제가 할말이 없네요! 화를 내지 마시고 좋게 말씀하세요! 그래도 저희들은 다 알아듣거든요! 아시겠어요?”하였더니 금방까지도 몹시 화난 얼굴을 하고 계시던 아주머니께서 갑자기 얼굴이 밝아지면서 “우메! 그랬소? 미안하요! 나는 억지로 소포를 받어라 그란지 알고 그랬단 말이요!”하시며 빙그레 웃으십니다. “이 소포는 아주머니 방에 놓아두고 가면 결국은 저희들이 약을 사라는 소리 밖에는 되지 않거든요! 그래서 혹시 몰라 여기 밭까지


나는 몰라요!  가지고 왔어요! 소포를 받으시면 다시 아주머니 댁으로 가져다 드리고 받지 않으시면 그냥 우체국에 가지고 가서 반송을 시키면 되니까요! 아시겠지요?”하였더니 아주머니께서는 “금메! 그란 것을 무단히 내가 오해를 했단께라 미안해서 으짜까? 그나저나 고생해싸시요! 해가 저물어간디 아저씨! 미안하제만 이 약은 우리가 안 받을랑께 그냥 보내부씨요 잉!”하십니다. 아주머니께서 받기를 거부하는 소포를 빨간 오토바이 적재함에 싣고 저는 우체국을 향합니다. 오늘도 저의 하루는 이렇게 끝이 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