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백일 선물이야. 오늘 꼭 여기 오고 싶었어." 대한민국의 북쪽 끝에서 남쪽 끝까지 네가 한땀 한땀 수놓아 온 그 길이 고스란히 내 앞에 놓이는 순간. 조금 전까지만 해도 출근 시간을 재촉하는 시멘트길 밖에 없던 나에게 그렇게 길고 정성스러운 길이 한없이 펼쳐지는 순간. 그 순간의 내 심장이 짓던 표정을 어떻게 전해줄 수 있을까. 오히려 한 마디도 꺼내지 않는 게 가장 잘 전하는 방법인 것만 같아서 고맙다는 말 밖에 하지 못했었어. 전화를 차마 끊고 그대로 서서 3412를 기다리는데 나는 꼭 내가 여행한 것처럼 데미안의 일기장에 적혀있을 시간들이 하나씩 떠올랐어. 통일 전망대에서 어떤 연인의 차를 얻어 타고 국경까지 갔었다던, 설악산에서 오대산에서 바위도 짚고 땅도 짚고 나무도 짚으면서 시원하게도 아찔하게도 오르고 내려왔다던, 문득 걷기가 싫어서 일찍 숙소를 잡고 죽은듯이 잠들기도 했던, 10여 킬로미터를 쭈욱 늘어선 메타세콰이어 가로수길이 그렇게 싱그러웠다던, 보일러가 들어오지 않아서 마르지 않은 빨래를 새벽녁에 일어나 입고 잤다던, 걷다가 경운기를 타고 가시던 할머니 할아버지께 유기농 포도^^도 얻어먹고 끝없이 이어지던 광주길은 그렇게도 지루했다던, 그리고 또 오래오래 그렇게 걸었다던... 어제는 비를 맞고 걸었다고, 오늘 꼭 여기 오고 싶었다던. 데미안의, 어쩌면 사는 동안 가장 특별해질지도 모를 2004년의 시월이 간곡히 담겨져 있는, 그런 선물. 몇 시간 연락 없다고 볼멘소리 한마디도 숨기지 못하는 내가 나랑 전화하는 것 보다 봉순영 보는 게 더 좋으냐고 묻는 내가 좋은 공연 같이 가주지 않는다고 서운한 말들 한없이 꺼내놓는 내가 너는 도대체 나를 좋아하는 거냐고 물었던 내가 이런 선물을 아무렇지 않게 받고 마냥 좋아해도 되는 건지 말이야. 우린 참 다르다고 생각했어. 나는 네가 늘 어른스럽다고 생각하는데 너는 내가 늘 아이같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성격도 사랑하는 방식도 그만큼 우리는 정말 다르다고.. 서로 다르다고 생각할 때는 쉽게 힘들어졌었어. 데미안은 나랑 너무 다르다, 왜 이렇게 하지 못할까, 왜 바꾸지 못할까, 서로 달라서 나와는 맞지 않는 것 투성인 사람 그래서 나와 비슷하게 바꾸고 싶어지는, 그러면 그럴수록 아픔만 자라게 하는 사람 나와 다른 데미안은 자꾸 그런 사람이 되어서 멀어지는 것 같았거든. 언젠가 땅에 넘어진 꼬마가 거기 주저앉아서는 땅을 때리면서 우는 모습을 본 기억이 난다. 제가 발을 헛디딘 생각은 않고 고사리 손으로 땅을 막 때리는데 참 우스우면서도 가끔 사람들도 저렇게 우는 때가 있지 않나, 싶었었어. 사랑은 사람을 참 어리석게 만든다. 늘 그대로 놓여있는 땅이 뭘 그렇게 잘못한다고, 왜 내가 안 넘어지게 좀 더 평평하지 못하냐고, 왜 나 넘어지게 해 놓고 미안하다는 말도 안하냐고 어처구니 없는 생떼를 쓰게 만든다. 가끔은 그게 정말 어리석다는 걸 알면서도. 지금은 다시 생각해. 우리는 서로에 대해 모른다, 아니 알아가고 있다.^^ 이제 내가 안 너는 고작 꽃보다는 화분을 좋아하고, 어머님이 만들어주신 초밥을 좋아하고, 세상에 대해 보이지 않는 호기심이 많다는 정도지만 어쩌면 네가 아는 나도 겨우 뭐든 글로 적어두기를 좋아하고, 사소한 일에 울고 웃기를 잘하고, 영화 보기를 좋아한다는 정도일지도 모르지만 그래서 우리는 지금 아는 것이 이것밖에 되지 않아서 그것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 앞으로 알아가야 할 시간이 많다, 라고. 적어도 우리가 서로에 대해 알고 싶어하는 한, 혹은 평생^^. 혹시 또 가끔 내가 모르는 부분을 갖고 나와 다른 것만 같은 너에게 심술이 나면 오늘 선물 받은 요 길에 앉아서 곰곰히 생각해 봐야지. 다만 몰랐던 부분은 아니었는지.. 학원에 도착하자마자 오늘 내 마음은 '해남' 아래 '토말'에 담아 놓았어. 서방님이 먼길을 떠나니까 내 맘도 어찌나 보내달라고 보채는지, 요 지도 위에 서방님 걸음따라 놓아줬었거든. 내 마음의 주인은 난데 요것이 주인보다 서방님이 더 좋은가봐.^^ 너는 사소한 것에 신경을 두지 않는데 나는 사소한 순간의 관심에서 너를 읽으려고 했었어. 너는 큰 하늘을 한폭 떼어다 나를 담아 놓았는데 나는 가끔만 보이는 그 하늘이 자주 서운했었어. 너를 내 멋대로 정의하려다 그러지 말걸 그랬다고, 나는 몇번이나 한숨을 쓸었는지 너는 이따금씩 말없이 긴 숨을 놓는 나를 이해하기 어렵다, 여겼을거야. 서운했다는 말은 반으로 접고 새로 알아가는 너를 담아야지. 가슴을 쓸었던 긴 숨을 접은 곳엔 불쑥 두드리는 우리 마음을 들여놓을거야. 그런 어느 날에는 굳이 접어야 채워지던 마음들이 속속들이 들어와서 서운하고, 긴 숨을 쓸던 지난 날을 추억하고 있지 않을까. 데미안, 데미안이라는 이름이 정말 좋아. 단지, '데', '미', '안'이라서가 아니라 그게 너의 이름이기 때문이야. 데미안이 평생 데미안의 이름인 것처럼 나도 그렇게 너의 옆에 있고싶어. 데미안, 하고 부를 때마다, 너도 그렇게 내 옆에 있어주었으면 좋겠다고 기도해. 너를 부르면 부를수록 너는 넓고 나는 작은 것 같아. 너는 깊고 나는 얕은 것 같아. 너의 넓이를, 너의 깊이를 닮아가려고 한 뼘씩, 한 치씩 나를 데려다 놓는, 너를 만나는 날들이 매일매일 고맙고 소중해. 너와 내일 함께 보낸다는 생각만 해도 버스에 오르면서도, 샤프연필의 꼭지를 두번 누르는 사이에서도, 무장무장 설레이게 되는, 너는 내게 그런 사람이야. 어깨 위의 무거운 짐을 홱 쏟아버리고 싶은 날, '한 걸음씩 걷다보면 어느 새 다 와 있을 거에요', 하고 귓전에 와서 다독여 주는, 그리고 너는 나에게 그런 사람이야. .........^^ 이렇게 긴 여정을 와놓고, 처음으로 되돌아 갔다 왔더니, 한마디도 제대로 전하지 못한 것 같은 이런 마음.. 아무리 애써도 말은 언제나 마음의 흉내만 내다 돌아간다. 데미안, 세상에서 가장 많은 글자수로도 너를 말할 수는 없을거야. 그보다도 내가 너를 생각하는 마음을 말할 수는 더더욱 없을거야. 그런데 지금, 나 그 많은 글자들 중에서도 가장 흔한 조합으로, 그것도 고작 다섯 글자로 내 마음을 전하려고 해. 그래도 받아줄거지? 이렇게 보잘 것 없는 옷 밖에 입지 못하지만 이렇게 보잘 것 없는 옷을 자꾸만 입고 싶게 하는 너를, 사 랑 합 니 다.
이틀 밤 꼬박 담은 연애편지
"이거 백일 선물이야. 오늘 꼭 여기 오고 싶었어."
대한민국의 북쪽 끝에서 남쪽 끝까지 네가
한땀 한땀 수놓아 온 그 길이 고스란히 내 앞에 놓이는 순간.
조금 전까지만 해도 출근 시간을 재촉하는
시멘트길 밖에 없던 나에게
그렇게 길고 정성스러운 길이 한없이 펼쳐지는 순간.
그 순간의 내 심장이 짓던 표정을 어떻게 전해줄 수 있을까.
오히려 한 마디도 꺼내지 않는 게
가장 잘 전하는 방법인 것만 같아서
고맙다는 말 밖에 하지 못했었어.
전화를 차마 끊고 그대로 서서 3412를 기다리는데
나는 꼭 내가 여행한 것처럼
데미안의 일기장에 적혀있을 시간들이 하나씩 떠올랐어.
통일 전망대에서 어떤 연인의 차를 얻어 타고
국경까지 갔었다던,
설악산에서 오대산에서 바위도 짚고 땅도 짚고 나무도 짚으면서
시원하게도 아찔하게도 오르고 내려왔다던,
문득 걷기가 싫어서 일찍 숙소를 잡고 죽은듯이 잠들기도 했던,
10여 킬로미터를 쭈욱 늘어선 메타세콰이어 가로수길이
그렇게 싱그러웠다던,
보일러가 들어오지 않아서 마르지 않은 빨래를
새벽녁에 일어나 입고 잤다던,
걷다가 경운기를 타고 가시던 할머니 할아버지께
유기농 포도^^도 얻어먹고
끝없이 이어지던 광주길은 그렇게도 지루했다던,
그리고 또 오래오래 그렇게 걸었다던...
어제는 비를 맞고 걸었다고,
오늘 꼭 여기 오고 싶었다던.
데미안의,
어쩌면 사는 동안 가장 특별해질지도 모를 2004년의 시월이
간곡히 담겨져 있는, 그런 선물.
몇 시간 연락 없다고 볼멘소리 한마디도 숨기지 못하는 내가
나랑 전화하는 것 보다 봉순영 보는 게 더 좋으냐고 묻는 내가
좋은 공연 같이 가주지 않는다고 서운한 말들 한없이 꺼내놓는 내가
너는 도대체 나를 좋아하는 거냐고 물었던 내가
이런 선물을 아무렇지 않게 받고 마냥 좋아해도 되는 건지 말이야.
우린 참 다르다고 생각했어.
나는 네가 늘 어른스럽다고 생각하는데
너는 내가 늘 아이같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성격도 사랑하는 방식도 그만큼 우리는 정말 다르다고..
서로 다르다고 생각할 때는 쉽게 힘들어졌었어.
데미안은 나랑 너무 다르다,
왜 이렇게 하지 못할까,
왜 바꾸지 못할까,
서로 달라서 나와는 맞지 않는 것 투성인 사람
그래서 나와 비슷하게 바꾸고 싶어지는,
그러면 그럴수록 아픔만 자라게 하는 사람
나와 다른 데미안은 자꾸 그런 사람이 되어서 멀어지는 것 같았거든.
언젠가 땅에 넘어진 꼬마가 거기 주저앉아서는
땅을 때리면서 우는 모습을 본 기억이 난다.
제가 발을 헛디딘 생각은 않고 고사리 손으로 땅을 막 때리는데
참 우스우면서도 가끔 사람들도 저렇게 우는 때가 있지 않나, 싶었었어.
사랑은 사람을 참 어리석게 만든다.
늘 그대로 놓여있는 땅이 뭘 그렇게 잘못한다고,
왜 내가 안 넘어지게 좀 더 평평하지 못하냐고,
왜 나 넘어지게 해 놓고 미안하다는 말도 안하냐고
어처구니 없는 생떼를 쓰게 만든다.
가끔은 그게 정말 어리석다는 걸 알면서도.
지금은 다시 생각해.
우리는 서로에 대해 모른다,
아니 알아가고 있다.^^
이제 내가 안 너는 고작
꽃보다는 화분을 좋아하고,
어머님이 만들어주신 초밥을 좋아하고,
세상에 대해 보이지 않는 호기심이 많다는 정도지만
어쩌면 네가 아는 나도 겨우
뭐든 글로 적어두기를 좋아하고,
사소한 일에 울고 웃기를 잘하고,
영화 보기를 좋아한다는 정도일지도 모르지만
그래서 우리는 지금 아는 것이 이것밖에 되지 않아서
그것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
앞으로 알아가야 할 시간이 많다, 라고.
적어도 우리가 서로에 대해 알고 싶어하는 한, 혹은 평생^^.
혹시 또 가끔 내가 모르는 부분을 갖고
나와 다른 것만 같은 너에게 심술이 나면
오늘 선물 받은 요 길에 앉아서
곰곰히 생각해 봐야지.
다만 몰랐던 부분은 아니었는지..
학원에 도착하자마자
오늘 내 마음은 '해남' 아래 '토말'에 담아 놓았어.
서방님이 먼길을 떠나니까 내 맘도 어찌나 보내달라고 보채는지,
요 지도 위에 서방님 걸음따라 놓아줬었거든.
내 마음의 주인은 난데 요것이 주인보다 서방님이 더 좋은가봐.^^
너는 사소한 것에 신경을 두지 않는데
나는 사소한 순간의 관심에서 너를 읽으려고 했었어.
너는 큰 하늘을 한폭 떼어다 나를 담아 놓았는데
나는 가끔만 보이는 그 하늘이 자주 서운했었어.
너를 내 멋대로 정의하려다 그러지 말걸 그랬다고,
나는 몇번이나 한숨을 쓸었는지
너는 이따금씩 말없이 긴 숨을 놓는 나를
이해하기 어렵다, 여겼을거야.
서운했다는 말은 반으로 접고 새로 알아가는 너를 담아야지.
가슴을 쓸었던 긴 숨을 접은 곳엔
불쑥 두드리는 우리 마음을 들여놓을거야.
그런 어느 날에는 굳이 접어야 채워지던 마음들이 속속들이 들어와서
서운하고, 긴 숨을 쓸던 지난 날을 추억하고 있지 않을까.
데미안,
데미안이라는 이름이 정말 좋아.
단지, '데', '미', '안'이라서가 아니라
그게 너의 이름이기 때문이야.
데미안이 평생 데미안의 이름인 것처럼
나도 그렇게 너의 옆에 있고싶어.
데미안, 하고 부를 때마다,
너도 그렇게 내 옆에 있어주었으면 좋겠다고 기도해.
너를 부르면 부를수록
너는 넓고 나는 작은 것 같아.
너는 깊고 나는 얕은 것 같아.
너의 넓이를, 너의 깊이를 닮아가려고
한 뼘씩, 한 치씩 나를 데려다 놓는,
너를 만나는 날들이 매일매일 고맙고 소중해.
너와 내일 함께 보낸다는 생각만 해도
버스에 오르면서도,
샤프연필의 꼭지를 두번 누르는 사이에서도,
무장무장 설레이게 되는, 너는 내게 그런 사람이야.
어깨 위의 무거운 짐을 홱 쏟아버리고 싶은 날,
'한 걸음씩 걷다보면 어느 새 다 와 있을 거에요', 하고
귓전에 와서 다독여 주는, 그리고 너는 나에게 그런 사람이야.
...
...
...
^^
이렇게 긴 여정을 와놓고, 처음으로 되돌아 갔다 왔더니,
한마디도 제대로 전하지 못한 것 같은 이런 마음..
아무리 애써도 말은 언제나 마음의 흉내만 내다 돌아간다.
데미안,
세상에서 가장 많은 글자수로도 너를 말할 수는 없을거야.
그보다도 내가 너를 생각하는 마음을 말할 수는 더더욱 없을거야.
그런데 지금, 나 그 많은 글자들 중에서도 가장 흔한 조합으로,
그것도 고작 다섯 글자로 내 마음을 전하려고 해.
그래도 받아줄거지?
이렇게 보잘 것 없는 옷 밖에 입지 못하지만
이렇게 보잘 것 없는 옷을 자꾸만 입고 싶게 하는 너를,
사
랑
합
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