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성의 백성은 이미 여러 번의 전투로 다 쓰러져가는 성벽 주위에 함정과 장애물을 설치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맞은편에는 연(燃)의 정예 병과 후방에 수 많은 보병들이 진을 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해서 태양이 중천에서 밝게 전장을 밝히고 있을 즈음 적장 귀절과 목진국의 장수가 된 적령이 마주섰다. 드디어 최후의 결전의 시간이 된 것이었다.
“정말 이대로 괜찮은 것입니까? 성주님”
“나도 이 결정이 옳은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믿어보기로 했다. 그뿐이다.”
무위는 가장 높은 성벽에 올라 다른 부장들과 이 결전을 지켜보고 있었으며, 양국의 모든 병사들도 첨예하게 대치한 채 두 사람의 대결을 숨을 죽인 채 고대하고 있었다.
“붉은 투구와 갑옷이라…”
“…”
“더구나, 눈을 가리다니 무슨 짓이냐?”
“피를 보고 싶지 않을 뿐이다.”
“…”
귀절은 적령을 자세히 살펴 보았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아무리 보아도 그녀가 들고 나온 것은 ‘적령’ 이라고 씌어 있는 깃발 외에는 아무것도 무기는 없어 보였다.
“무기는?”
“네 쌍검 중 하나를 쓸 생각이다.”
“…”
그녀의 이 말에 귀절은 잠시 놀라는 듯 하더니 곧 흥미를 느끼는 듯 보였다.
“어떻게 빼앗을 거지?”
“그냥 하나 받을 생각이다.”
“훗…”
귀절의 이 실소와 함께 잠시 긴 침묵이 흘렀다.
“내가 네게 검을 주면 넌 나에게 무엇을 주겠느냐? 네 목숨이냐?”
“네가 내게 검을 준다면, 이제 비록 너는 여기서 죽겠지만 네 검은 천하를 호령할 것이다. 그 정도면 만족하는가?”
“하! 하! 하!”
귀절은 호탕하게 웃고는 곧 자신이 쌍검 중 하나를 적령에게 건네 주었다. 그러자 칼을 받아 들며 적령이 말했다.
“너에 대해서는 스승님께 익히 들어 잘 알고 있다.”
“그런가? 난 네 이름을 들어본 적은 없으나, 한번 자웅을 겨뤄보자”
드디어 결전의 시간이 죽음의 그림자를 몰고 밀려오고 있었다. 지금 이 자리에서 두 영웅 중 하나는 죽어야만 할 운명 이었다. 그리고 두 장수가 만나는 찰나의 순간에 벌어진 단 일 합의 신속의 발도. 그 단 일 합으로 이 전쟁의 승패가 갈리어 버렸다.
‘슈각!’
투구의 틈을 가르는 살을 에는 날카로운 울림과 함께 귀절의 목이 땅에 떨어졌다. 그의 목이 잘린 것을 확인 한 적령은 그가 들고 있던 검을 집어 들고는 둘로 절단해 버렸다.
“검술의 달인은 하나면 족하다.”
그녀는 귀절의 목을 들고는 그에게 말했다.
“옛날에 나의 스승님께서 말씀하셨다. 혹시, 전장에서 귀절이라는 장수를 만나거든, 그의 한쪽 검을 무력화 시켜라. 그 전에는 절대로 승부를 하지 말라고… 난 이제부터 전쟁의 귀신이 될 것이다. 그리고 네 검은 귀신의 벗이 되어 귀절도(鬼切刀) 라는 이름으로 천하를 호령할 것이다.”
그녀가 자신의 검에 귀절의 목을 꽃아 높이 쳐드는 순간 목진군의 함성이 하늘을 찌르듯 드높여 졌고, 연의 진영은 두려움에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참담한 연성에서의 마지막 혈전이 벌어졌다. 그리고 그 전쟁이 끝날 즈음… 붉은 갑옷에 눈을 가린 심안의 적령은 전쟁의 귀신이 되어 있었다.
승전으로 밤을 하얗게 밝히며 축하연을 하는 진을 바라보며 장군 적령(赤靈)은 아득히 먼 과거가 되어버린 지난날을 회상하고 있었다.
‘결국, 돌아오고 말았군… 운명의 굴레로…’
그로부터… 적령은 목진의 무위의 부장으로 그 이름을 세상에 알리기 시작했다.
그 해 겨울.
목진의 황도인 선루(善婁)의 외성에서 성 내의 도시를 바라보며 무표정하게 서 있는 적령에게 무위가 다가와 물었다.
“벌써 수 개월이나 지났군요. 아군마저 공포에 떨게 만들었던… 귀절과의 일전…”
“그런가요…?”
무위는 그녀의 옆에 와 앉았다.
“한가지 물어도 되겠습니까?”
“무엇을 말입니까?”
“그날의 그 생생한 전투는 절대로 촌부의 기세가 아니었습니다. 아무리 전쟁으로 아들을 잃었다 하지만… 그건, 단순히 분노가 아니라… 오히려 냉철한 이성을 겸비한 마치 귀신과 같았습니다.”
“무엇이 묻고 싶은 것입니까?”
“중림의 한 식당에서 장군에 대해 들었습니다. 저는 평민 운령 이전의 당신이 알고 싶습니다.”
무위의 물음에 적령의 얼굴이 이내 굳어졌다.
“부탁 하나 드려도 되겠습니까?”
“…”
“운령은 죽었습니다. 그 이름은 다시는 듣고 싶지 않습니다.”
“...”
“당신이 그런 것을 조사하고 다닐 줄 알았다면, 중림부의 운령이라는 여인을 아는 자들을 모두 주살했을 것입니다.”
“…”
“더 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까?”
“…”
그녀의 이 냉기 가득한 대답에 무위는 그만 침묵해 버렸다. 그리고 한참이 지난 뒤에야 무위가 또 다시 물었다.
“그렇게 자신의 흔적을 지우려 하면서도 어찌 중림에는 발길을 끊지 못하는 것입니까?”
“자식까지 지울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그 아이가 내 마음 속에서 지워지지 않아야… 이 사무치는 원한이 사라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당신…”
무위는 이미 떨려 전해져 오는 그녀의 목소리에 그만 또 다시 묻기를 멈추고 말았다. 그리고 한참 시간이 지난 뒤에야 또 다시 물을 수 있었다.
영웅 (1부 1막 : 묘령(昴靈)의 추억 #21)
연성의 백성은 이미 여러 번의 전투로 다 쓰러져가는 성벽 주위에 함정과 장애물을 설치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맞은편에는 연(燃)의 정예 병과 후방에 수 많은 보병들이 진을 치기 시작했다. 그렇게 해서 태양이 중천에서 밝게 전장을 밝히고 있을 즈음 적장 귀절과 목진국의 장수가 된 적령이 마주섰다. 드디어 최후의 결전의 시간이 된 것이었다.
“정말 이대로 괜찮은 것입니까? 성주님”
“나도 이 결정이 옳은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믿어보기로 했다. 그뿐이다.”
무위는 가장 높은 성벽에 올라 다른 부장들과 이 결전을 지켜보고 있었으며, 양국의 모든 병사들도 첨예하게 대치한 채 두 사람의 대결을 숨을 죽인 채 고대하고 있었다.
“붉은 투구와 갑옷이라…”
“…”
“더구나, 눈을 가리다니 무슨 짓이냐?”
“피를 보고 싶지 않을 뿐이다.”
“…”
귀절은 적령을 자세히 살펴 보았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아무리 보아도 그녀가 들고 나온 것은 ‘적령’ 이라고 씌어 있는 깃발 외에는 아무것도 무기는 없어 보였다.
“무기는?”
“네 쌍검 중 하나를 쓸 생각이다.”
“…”
그녀의 이 말에 귀절은 잠시 놀라는 듯 하더니 곧 흥미를 느끼는 듯 보였다.
“어떻게 빼앗을 거지?”
“그냥 하나 받을 생각이다.”
“훗…”
귀절의 이 실소와 함께 잠시 긴 침묵이 흘렀다.
“내가 네게 검을 주면 넌 나에게 무엇을 주겠느냐? 네 목숨이냐?”
“네가 내게 검을 준다면, 이제 비록 너는 여기서 죽겠지만 네 검은 천하를 호령할 것이다. 그 정도면 만족하는가?”
“하! 하! 하!”
귀절은 호탕하게 웃고는 곧 자신이 쌍검 중 하나를 적령에게 건네 주었다. 그러자 칼을 받아 들며 적령이 말했다.
“너에 대해서는 스승님께 익히 들어 잘 알고 있다.”
“그런가? 난 네 이름을 들어본 적은 없으나, 한번 자웅을 겨뤄보자”
드디어 결전의 시간이 죽음의 그림자를 몰고 밀려오고 있었다. 지금 이 자리에서 두 영웅 중 하나는 죽어야만 할 운명 이었다. 그리고 두 장수가 만나는 찰나의 순간에 벌어진 단 일 합의 신속의 발도. 그 단 일 합으로 이 전쟁의 승패가 갈리어 버렸다.
‘슈각!’
투구의 틈을 가르는 살을 에는 날카로운 울림과 함께 귀절의 목이 땅에 떨어졌다. 그의 목이 잘린 것을 확인 한 적령은 그가 들고 있던 검을 집어 들고는 둘로 절단해 버렸다.
“검술의 달인은 하나면 족하다.”
그녀는 귀절의 목을 들고는 그에게 말했다.
“옛날에 나의 스승님께서 말씀하셨다. 혹시, 전장에서 귀절이라는 장수를 만나거든, 그의 한쪽 검을 무력화 시켜라. 그 전에는 절대로 승부를 하지 말라고… 난 이제부터 전쟁의 귀신이 될 것이다. 그리고 네 검은 귀신의 벗이 되어 귀절도(鬼切刀) 라는 이름으로 천하를 호령할 것이다.”
그녀가 자신의 검에 귀절의 목을 꽃아 높이 쳐드는 순간 목진군의 함성이 하늘을 찌르듯 드높여 졌고, 연의 진영은 두려움에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참담한 연성에서의 마지막 혈전이 벌어졌다. 그리고 그 전쟁이 끝날 즈음… 붉은 갑옷에 눈을 가린 심안의 적령은 전쟁의 귀신이 되어 있었다.
승전으로 밤을 하얗게 밝히며 축하연을 하는 진을 바라보며 장군 적령(赤靈)은 아득히 먼 과거가 되어버린 지난날을 회상하고 있었다.
‘결국, 돌아오고 말았군… 운명의 굴레로…’
그로부터… 적령은 목진의 무위의 부장으로 그 이름을 세상에 알리기 시작했다.
그 해 겨울.
목진의 황도인 선루(善婁)의 외성에서 성 내의 도시를 바라보며 무표정하게 서 있는 적령에게 무위가 다가와 물었다.
“벌써 수 개월이나 지났군요. 아군마저 공포에 떨게 만들었던… 귀절과의 일전…”
“그런가요…?”
무위는 그녀의 옆에 와 앉았다.
“한가지 물어도 되겠습니까?”
“무엇을 말입니까?”
“그날의 그 생생한 전투는 절대로 촌부의 기세가 아니었습니다. 아무리 전쟁으로 아들을 잃었다 하지만… 그건, 단순히 분노가 아니라… 오히려 냉철한 이성을 겸비한 마치 귀신과 같았습니다.”
“무엇이 묻고 싶은 것입니까?”
“중림의 한 식당에서 장군에 대해 들었습니다. 저는 평민 운령 이전의 당신이 알고 싶습니다.”
무위의 물음에 적령의 얼굴이 이내 굳어졌다.
“부탁 하나 드려도 되겠습니까?”
“…”
“운령은 죽었습니다. 그 이름은 다시는 듣고 싶지 않습니다.”
“...”
“당신이 그런 것을 조사하고 다닐 줄 알았다면, 중림부의 운령이라는 여인을 아는 자들을 모두 주살했을 것입니다.”
“…”
“더 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까?”
“…”
그녀의 이 냉기 가득한 대답에 무위는 그만 침묵해 버렸다. 그리고 한참이 지난 뒤에야 무위가 또 다시 물었다.
“그렇게 자신의 흔적을 지우려 하면서도 어찌 중림에는 발길을 끊지 못하는 것입니까?”
“자식까지 지울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그 아이가 내 마음 속에서 지워지지 않아야… 이 사무치는 원한이 사라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당신…”
무위는 이미 떨려 전해져 오는 그녀의 목소리에 그만 또 다시 묻기를 멈추고 말았다. 그리고 한참 시간이 지난 뒤에야 또 다시 물을 수 있었다.
“들으셨습니까?”
“무엇을 말입니까?”
“대장군 적청이 죽자… 곧 용에 새 영웅이 나타났다고 합니다.”
“…알고 있습니다.”
“…”
적령의 목소리를 더욱 떨리고 있었다. 그러나 무위는 그 영문을 알리 없었다.
“검은 철갑으로 전신을 두르고 죽은 대장군 협성(浹性)의 창인 용화(龍火)를 승계한 맹장이라 합니다.”
“창술의 달인… 이라…”
“무슨 생각을 하시는 것입니까?”
“훗…”
귀절도의 달련 된 검날 만큼이나 냉정해진 적령이 말했다.
“그자를 만나면 어찌 죽일지… 경우의 수를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
무위는 그만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침묵한 채 한참 시간이 흐른 뒤에야 적령이 먼저 청을 했다.
“고할 것이 있습니다.”
“무엇이죠?”
“당분간은 군부의 움직임이 없을 듯 하니… 중림부에 다녀올까 합니다.”
“아들을 만나보시려고요?”
“아들을 만나본 후 또 만나볼 사람이 있습니다.”
“중림부의 사람은 모두 피하는 것이 아니었습니까?”
“장군 적령이 된 이후에 만난 여인 입니다.”
“여인… 이라…”
“남자들은 약속을 잘 지키지 않으니까요?”
“…”
한 없이 밤이 깊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