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월드 그리고 옛 추억들

삼십대2004.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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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처음으로 싸이월드란 곳에서 사람을 찾아보았다. 설마 서른이 넘은 친구들이 이곳에 등록되어 있을까 하면서 들어갔는데, 놀랍게도 십년, 이십년 전 친구들을 대부분 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게시판을 통해서 결혼소식, 이민간 소식 등을 들을 수 있었다. 그 반가움이란...

 

혹시 전에 사귀었던 愛人들도 있을까 싶어 뒤져보았더니, 7명 중에 5명이 있었다. 한가지 웃긴 것은 내가 그들 중 몇명은 몇년생인지 잘 기억이 안 나더라는 것이다. 한 때는 죽고 못살 것 같던 사람도 십년이 지나니 까마득해진다. 이런게 人生일까?

 

위 5명 중 3명은 사진도 글도 없이 나처럼 등록만 해 놓았고, 나머지 2명만 관리를 하고 있었는데 결혼을 안했고 여자친구가 있다는 공통점을 찾을 수 있었다. 두명의 옛 남친들의 사진과 게시판을 본 소감은 뭐랄까...흐뭇함과 배신감이 번갈아 밀려왔다. 이렇게 잘 살고 있구나. 곧 결혼을 하려고 하는구나. 내가 없어도 이렇게 잘들 살거면서 그 때는 왜 그렇게 난리를 쳤는지...가슴아픈 사랑을 한 여섯번째 남자친구를 제외하고는 나머지 6명과는 슬픈 기억보다는 좋은 추억이 훨씬 더 많이 생각나니 다행이다.

 

싸이월드를 훔쳐본 또 한가지 소감은 내가 몰랐던 그들의 모습이 너무나 많았다는 것이다. 분명 그 무렵에는 서로의 인생에서 가장 큰 사람이었는데 난 그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그가 어떤 어린 시절을 보냈는지 등에 관심이 없었던 것 같다. 그저 그의 눈에 비춰진 나를 보는데만 급급해서 그의 온 세상을 나에게만 맞추었던 건 아니었을까? 난 정말로 욕심이 많은 철부지였던 것 같다. 사랑받는 걸 당연하게 여기고 고마워할 줄 모르던...지금이라도 진심으로 그때 나를 행복하게 해줘서 고마웠다고 인사하고 싶지만 차마 그들의 방명록에 글을 남기진 못하고 조용히 빠져나왔다. 추억은 어디까지나 추억으로, 옛사랑은 옛모습대로 마음속에 묻어놓아야 아름다운 법이니까.

 

다시 현실로 돌아와서, 내일 회사에 가려면 일찍 일어나야 하는데 잠이 안 온다. 이런게 싸이월드가 사람을 빨아들이는 요령인가? 문득 방에서 자고 있는 내 남편에게도 그런 추억이 있는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