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미안해...

백수6년차2004.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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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예배시간에 정말 오랜만에 엄마 옆에 앉았더랬지.

그래서... 성경책을 넘기는 손에 난 검버섯을 이제야 본거야.

거칠고 상처투성이 손......

눈물이 핑 돌았어.

울지 않고자 입술을 깨물며 이제서야 늙으신 어머니를 발견한 날 용서할 수가 없었어.

새벽 일찍 장사나가시고 언제나 늦게 돌아오시는 부모님....

이십년동안 5시간 이상 주무신 적이 없었지.

심지어는 3시간 주무시고 나가시기 예사였지.

추운 겨울 꽁꽁 언 손 녹이며 새벽장 보러 가시는 부모님을 두고 난.... 어떻게 그렇게 나태하게 놀수 있었을까?

나이가 들어 이젠 힘들다고, 몸이 아프다고 그렇게 얘기하셨건만...

집에서 쉬셔야할 나이에... 새파랗게 젊은 손님들에게 함부러 대접받으면서도 살기 위해 물건 하나라도 더 팔아야하는 것을... 

그야말로 눈감고 귀가리고 난.... 현실을 도피하며 살았던 거야.

부모님이니깐... 원래 부모는 힘들게 사는거라고... 그렇게 믿어버렸던 거지.

나중에 다 갚아드리겠다고. 혹여 강퍅한 내 마음에 늙으신 부모님 모른척 할까... 부모님 모실수 있는 능력과 마음을 달라고 십년가량 기도했으면서... 허울뿐인 기도였던 거야.

혹여 딸뿐인 부모님 늙으셔서 춥고 배고프고 외롭게 사실까... 그리고 고집만 강하신 할아버지, 까탈스러운 시어머니, 시할머니 모시면서 고생한 어머니 보면서 난 저렇게 살지 않겠노라 그래서 결혼같은 건 하지 않겠노라 어려서 결심했더랬지. 아니... 결혼같은 건 생각도 하지 않았더랬지. 나도 욕심많고 이기적이고 자기밖에 모르는 할머니한테 너무 치였으니깐...

아니... 사실은... 친가족과의 관계만도 내겐 너무 벅찬데... 생판 남이었던 사람만나 또다른 관계를 맞는다는 게 너무 두렵고... 싫었던 거야.

어려서부터의 자기 최면이 효과가 있었는지.. 나... 이 나이 되도록 첫사랑도 안해봤어.

엄마는 모르겠지만, 나 남성기피증이 너무 심해... 말도 제대로 한적 없고 친한 사람도 없었어. 그렇다고 여자들이랑도 친한 것도 아냐. 오죽하면 대학다니면서도 혼자 밥먹고 다녔겠어. 그래... 이젠 그게 문제였단 걸 알아.... 이런 얘기 엄마한테 한적도... 이해시킨 적도 없었지.

그래서.... 취직도 안한 백수 딸... 무능력하고 대인관계 엉망이고, 사회에 나가기 무서워서 껍질 속에 꼭꼭 숨어버린 맏딸... 믿고 또 믿고... 기다리시다가 더 늙기 전에.... 능력 되실 때에 보내시겠다고 선보라고 여러 차례 강요하시는 말씀에... 난... 자기 방어적으로 뽀죡하게 되어버려서는 시집가지 않겠다고. 결혼을 왜하냐고 또 못박는 소릴 해버렸지.

능력도 안되는 주제에.... 왜 그렇게 자기 고집만 있었든지....

못이긴 척 그냥 보기만 할 수도 있었던 것을...

난 겁이 났던 거야.

사람만나는 것이... 또 선보다가 부모님 얼굴에 먹칠하는 행동을 할까봐.... 평범하지 못한 나자신을 들킬까봐...

부모님은 인정하시기 싫겠지만... 난... 사회 부적응자니깐... 현실도피자니깐....

어쩌면...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이니깐...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가책없이 오랫동안 집구석에 박혀 있을 수는 없는거잖아?

아프신 할머니 돌봐야 한다는 좋은 핑계가 있었지. 하지만, 벗어날려고만 하면 벗어날 수도 있었는데 난 그러지 않았어. 아니, 못했지. 오히려 이력서 썼다가 면접보러 오라 그러면 겁부터 났어. 또 면접에서 못난꼴 보일까봐... 그리고, 혹여 붙어서 지금의 게으름을... 안락함을 포기해야 할까봐...

진작에 나가서 공장에라도 들어갔어야 하는건데...

차라리 대학같은 거 가지 않고 여상나와서 취직이나 하는건데...

못배우고 못먹고 자란 부모님이 자녀만큼은 번듯하게 키우시겠다는 욕심에 동조하는 척하며 사실은 나 편하자고 했던 거야.

그리고 이제서야... 세월은 기다려주지 않고, 내가 해드리고자 하기 전에 부모님이 먼저 돌아가실수도 있다는 걸 깨달았던 거야.

난... 바보에 천하에 다시 없는 불효녀였던 거야.

또 울고 있어... 안울고자 해도 눈물이 흘러버리네.

하지만... 더이상... 자기 위안 삼아 우는 것도... 자기 만족의 잠깐의 뉘우침도.. 하지 않을래.

이젠 껍질을 깨고 나가야할 때라는 걸 아는걸.

아늑한 껍질 속을 벗어나기가 너무나 힘들고... 아프겠지만, 이젠 똑바로 현실을 보고 나갈거야.

이 나이에 이제와서 사회속에 들어간다는 게 너무 힘들겠지만... 속은 철들지도 않고, 세상 아무것도 모르고 미숙한 스무살 같고 겉만 서른이어서 좌절만 많이 겪겠지만....

조금씩 한발 한발 나가다 보면 언젠간 뛰게 되겠지.

그때까지... 조금만... 조금만 더 기다려줘.

비록 외손주는 안겨드리지 못하겠지만... 그래서... 많이 속썩이겠지만.... 또... 어쩌면... 스스로를 책임질 수 있기까지 한참이 걸리겠지만... 조금만 더 믿고 기다려줘... 그리고... 내가 은혜 갚을 수 있게 오래 건강하게 살아줘.

너무 흔한 말 같지만... 미안해... 그리고, 사랑해... 정말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