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 (1부 2막 : 적청(赤靑)의 추억 #04)

J.B.G2004.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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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태자 적룡은 은밀히 무장을 하고 적장이 묵고 있는 누각의 지붕을 통해 잠입했다. 그리고 미란은 여장을 한 채 한 무리의 소녀무리에 섞여서 적장의 침실로 숨어 들었다. 적장은 매일 밤 어린 소녀들을 자신의 방으로 들여 집단으로 음탕한 짓을 하는 것을 즐기는 자로 소문이 나 있는 호색한 이었다. 그리고 미란은 이러한 적장의 약점을 최대한 이용하고 있는 것이었다.

 

미란이 들어선 적장의 침실에는 예상한 대로 한 무리의 호위무사가 있었다. 그리고 속이 훤히 다 비치는 얇은 천만 걸친 소녀들이 음악을 연주하고 또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고 있었다. 소녀들은 번갈아 가며 옷을 벗고 있었고, 옷을 벗은 채 적장의 치부를 비롯한 온 몸에 자신의 알몸을 비벼대고 있었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미란은 속이 매스꺼웠지만 잘 인내하고 있었다.

 

한참 무희들에 섞여 춤을 추던 미란은 갑자기 호위무사에게 다가가 그를 홀리는 듯 하더니 그의 검을 빼 들어 검무를 연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몸에 몇 조각의 천만 걸친 아름다운 소녀가 아슬아슬한 검무를 펼치자 적성주 탁승(卓昇)은 넋을 읽고 미란에 빠져들고 말았다.

 

‘미란 군사가 저런 낭자였나…?’

 

미란의 행동은 천장에서 은밀히 이를 지켜보고 있는 태자조차 빠져들게 하는 것이었다. 한편, 성 밖에서는 더 이상 굴욕을 참지 못한 채석기(蔡昔記)가 적청과 대치하고 있었다.

 

“네 이름이 무엇이냐?”

“적청이라 합니다.”

“우리 수추국의 병사가 될 의향은 없느냐?”

“수추국의 병사에게는 이미 많은 핍박을 받았으니, 그것으로 족합니다.”

“적성에 살던 백성인가?”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협상의 여지는 없겠군.”

“먼저 시작하겠습니다.”

 

그리고 곧 두 사람의 조우가 시작되었다. 한편, 용의 진영에서는 진군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명심해라! 적장의 머리가 떨어지는 순간, 적성을 치는 것이다. 한치의 오차도 있어서는 아니 된다.”

“알겠습니다.”

 

미란은 지금 신호를 기다리며 초조하게 검무를 펼치고 있었다.

 

‘뭐해. 적청! 어서 적장을 해치워. 어서!’

 

미란은 이미 살기를 드러내며 조심스럽게 적장의 품에 안기고 있었다. 그 시각. 성 밖에서는 단 세 번의 경합으로 적장 채석기의 목이 땅에 떨어졌다. 그리고 일제히 함성과 함께 용군이 적성으로 진격하기 시작했다.

 

“이건, 웬 소란이지?”

 

갑작스러운 함성에 탁승이 놀라 당황하자 때를 기다리던 미란은 검무를 펼치던 검으로 단숨에 그의 심장을 찔렀다. 그의 심장에서 피가 샘솟듯이 솟구쳐 오르자 소녀들의 비명이 이어졌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호위무사들이 미란에게 달려들고 있었다. 그러나 호위무사의 칼날이 미쳐 미란을 주살하기도 전에 지붕이 무너져 내렸고, 그 혼란 속에서 태자 적룡과 미란은 잔광석화 같이 호위 무사들을 베어 소란을 잠재웠다. 그러나 이러한 소란은 용국과의 전투로 소란해 진 성 내의 그 누구도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태자 전하! 시간이 얼마 없습니다.”

“알고 있다.”

 

태자는 곧 피를 쏟으며 고통 받고 있는 적장 탁승의 목을 베고는 그의 목을 들고 방을 나섰다. 그 길로 탁승의 저택을 빠져 나온 두 사람은 성문으로 말을 달렸다. 그리하여 탁승의 목을 들고 전투가 한참 벌어지고 있는 성문에 도달한 미란과 태자는 곧 문을 지키는 병사를 주살하고 성 문을 개방했다. 그러자 이를 목격한 적성의 병사들이 곧 두 사람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적장의 이에 개의 치 않고 탁승의 머리를 긴 장대에 매단 채 성을 빠져 나왔고, 그들을 뒤 쫓던 적의 병사들은 곧 적청이 주살했다.

 

“장군! 저기…”

“탁승의 목 입니다.”

 

성을 한참 공략하던 용군은 장대에 적장의 목을 높이 달고 달려오는 세 영웅을 향해 함성을 질렀고, 수추국 병사는 장대에 매달려 멀어져 가는 탁승의 머리를 보자 그만 그 사기가 일시에 꺾여 버렸다. 더구나 성문은 이미 개방되어 있었다.

 

“어서 성 문을 닫아라!”

“이미 적군이 들어서고 있습니다.”

“이럴 수가…”

 

성 문이 개방되고 세 영웅이 무사히 귀환하자 용군의 기세는 가히 하늘을 찌를 듯 했다. 이리하여 노도같이 밀려드는 용의 군사 앞에 수추국의 군사들은 싸움도 한번 해 보지 못하고 모두 항복하고 말았다.

 

그날 밤.

적성 내에서 승전으로 축제가 한창일 때 미란이 갑자기 태자를 불러냈다.

 

“무슨 일이냐?”

“절 따라오세요.”

 

미란은 곧 적청이 있는 진영으로 이동했고 그곳에서 다시 적청을 불러냈다. 그리고 세 사람은 승강(承江)의 상류인 적산의 강가로 이동했다.

 

“무슨 일이냐? 미란”

“두 분과 함께 낚시를 하려고요?”

“낚시?”

“네”

 

적룡과 적청은 미란의 이러한 예측할 수 없는 돌발적인 행동을 모두 받아주고 있었다. 그리고 곧 세 사람은 미리 미란이 준비한 대로 한 자리에 나란히 앉아 낚시를 하기 시작했다.

 

“제대로 해야 돼요. 가장 많이 낚는 사람이 사형이 되는 거에요.”

“뭐?”

“아~ 이제부터 질문은 사절 이에요.”

 

미란은 적청에게 계속 끊임없이 말하고 있었다. 용국과 황제와 태자와 자신들의 야망에 대해서… 그렇게 한참 시간이 지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잡은 고기를 셈하기 시작했다.

 

“흠… 적청이 가장 많이 잡았네... 그리고… 내가 막내잖아… 쳇.”

 

미란은 단도를 빼 들더니 잡은 고기를 떠서 안주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품에서 술병과 술잔을 꺼내 들었다.

 

“할아버지가 술은 아직 안 된다고 하셨지만… 오늘은 특별한 날이니… 한잔쯤을 상관없겠지?”

 

태자 적룡이 미란에게 물었다.

 

“특별한 날이라니…”

“그건… 우리 셋이 의형제의 결의를 맺는 날이니까요?”

 

그녀의 이 발언에 적룡과 적청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어떠한 이유에서인지 아무도 반대를 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럼, 반대하는 사람은 없는 것 같고… 고기를 많이 잡은 순서대로 하면… 그래! 적청 사형이 큰형님이니 이 막내의 술을 먼저 받아요.”

 

적청은 망설였다. 그러나 미란은 막무가내로 재촉했다.

 

“뭐야? 내가 사매로서 부족하다는 건가?”

“아니… 그것이 아니라…”

 

적청은 어쩔 수 없이 잔을 받았고, 곧 미란은 적룡에게도 술을 따랐다. 그리고 적청이 미란의 잔에 술을 따르자 세 사람은 잔을 부딪친 후 술을 마셨다.

 

“자 그럼 각자 소원을 말해요”

 

미란이 손을 탁자에 얻으며 말했다.

 

“미래를 위해!”

 

적룡이 미란의 손에 손을 얻으며 말했다.

 

“태평성대를 위해!”

 

적청이 마지막으로 손을 얻으며 말했다.

 

“백성을 위해!”

 

그리고 세 사람은 크게 외쳤다.

 

“천하를 통일하자!”

 

그리고 그 메아리는 온 적산에 울려 퍼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