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여자아이가 있었습니다. 분홍색 리본이 달린 블라우스와 곤색 맬빵바지가 잘 어울리는 아이였습니다. 천진난만한 웃음과 수줍음이 많은 그런 아이였습니다. 작은 것에도 감사할 줄 알고, 작은 것에도 고마워할 줄 아는 그런 아이. 눈물도 참 많은 아이. 부모님과의 마찰에도 항상 부모님을 사랑하는 그런 아이. 처음엔 그 여자 아이를 막연히 좋아만 했습니다. 시간이 지나 바로 얼마 전까지도 그 좋아함이 막연한, 말 그대로 막연한 사랑인 줄 알았습니다. 사랑이란 걸 잘 몰랐으니까요. 그 여자아이는 말하는 것을 참 좋아합니다. 즐거운 일이나 힘든 일이나. 참 부럽습니다. 힘든 일도 주변사람들에게 말할 수 있는 그런 아이를 참 부러워했습니다. 쇼핑도 참 좋아합니다. 그래도 검소합니다. 그래서 더욱 그 아이가 사랑스럽습니다. 막연히... 하늘의 구름처럼. 그 여자아이와 세 번이나 이별을 했습니다. 제가 너무 아프게했나 봅니다. 철이 없었나 봅니다. 이제 여자아이는 더이상 아이가 아닌 성인이 되었습니다. 아직까지도 저는 그 성인이 된 아이에게서 옛날 모습을 보려한 것은 아닐까요. 오늘 전 한 달 만에 초췌해진 모습의 그녀를 보았습니다.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너무 미안했습니다. 예전의 맑은 눈은 너무 지쳐서 어둡게 그리웁니다. 세상 사는 것이 힘든가 봅니다. 제가 짐을 하나 더 주는 것인 줄도 모르겠습니다. 다시 예전의 그 미소를, 그 모습을 한 번만 더 볼 수 있다면 악마에게 비록 보잘 것 없으나마 제 영혼도 팔겠습니다.
그런 여자아이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더이상 여자아이는 없습니다. 삶에 지친 그녀가 되었습니다. 이제 그녀가 두렵습니다. 아직도 전 그녀를 잘 모릅니다. 예전의 여자아이를 알 뿐입니다. 이제는 그녀를 알고 싶습니다. 진정으로.
그런 남자아이가 있었습니다. 항상 자신에 차있고, 모든 일을 혼자하는 당돌한 아이였습니다. 집안이 너무 가난해서 밥이 없어도 기죽지 않았습니다. 가진 것이 없어도 가진 것 많은 친구들을 다스렸습니다. 지는 것은 참지 못하는 그런 아이였습니다. 그런 아이에게는 10년지기 친구가 있었습니다. 희노애락을 항상 함께하고 모든 것을 주고 줘도 아깝지 않은 그런 자신의 목숨보다 소중한 친구. 이 세상에 처음이자 마지막 친구였습니다. 그런 친구를, 그 친구의 이 세상 마지막 날을, 마지막 순간을 그 남자아이는 맞이했습니다. 남자아이는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세상을 더불어 살아가는 대상이 아닌 싸워 물리쳐야하는 대상으로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약한 모습은 절대로 보여선 안됩니다. 슬프고 힘든 모습도 보여선 안됩니다. 함께 기뻐할 사람은 있으나, 함께 슬퍼할 사람은 없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리본이 달린 분홍색 블라우스와 멜빵바지를 입은 여자아이가 나타났습니다. 극과 극이 만났습니다. 그 여자아이를 만나는 동안에도 남자아이는 세상과 싸웠습니다. 남자아이가 사는 세상은 서로를 잡아먹는 그런 밀림 같은 세상이었습니다. 그 싸움에 지친 남자아이는 여자아이를 보며 안식을 찾았습니다. 힘든 일이 있어도 울고 싶은 일이 있어도 여자아이에겐 말하지 않았습니다. 너무 여리고 밝은 아이였으니까요. 남자아이는 여자아이에게 숨기는 것이 많았습니다. 여자아이가 말하는 것만 들어도 행복했으니까요. 아니, 같이 있는것만으로도 행복했습니다. 막연한 사랑이라고 하겠습니다. 남자아이는 여자아이와의 세 번의 이별에도 철이 들지 않았습니다. 남자아이에겐 이번에 큰 난관이 닥쳤습니다. 그간에 얻은 모든 것을 잃어버리게 된 것이지요. 남자아이는 슬펐습니다. 아니 분노했습니다. 그래서 여자아이를 찾았습니다. 너무 보고싶었습니다. 그런데 여자아이는 이미 그녀가 되어 그 자리에 없었습니다. 남자아이가 있었습니다. 신의 존재를 믿지 않았습니다. 그런 아이가 오늘 처음으로 신에게 빌었습니다. 오늘 그녀의 집 앞에 갔었습니다. 일곱 시간을 추위에 떨었습니다. 하지만 가까운데 있을 수 있어서 마음만은 따뜻했습니다. 여섯 시가 되었습니다. 핸드폰 알람과 따르릉 시계가 웁니다. 그런데 방 안에 기척이 없었습니다. 20분이 지나도, 남자아이는 불안했습니다. 온갖 불안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때 아이는 신에게 약속했습니다. 다시 못봐도 좋으니 아무일 없이 일어나게 해달라고. 비로소 그녀가 일어났습니다. 우습습니다. 이제 신과의 약속을 지켜야 할 거 같습니다. 아니 어쩌면 애당초 신이 아닌 그녀가 마음이 정해졌으니까요. 이제 남자아이는 가진게 없습니다. 남자아이는 가끔 꿈을 꿈니다. 그 이전의 그녀가 아닌 그 여자아이를 안는 꿈을. 피를 토해가며 붙잡고도 싶습니다.
남자아이는 이제 없습니다. 그냥 남자일 뿐입니다. 이제야 막연했던 사랑을 알게 되었으니까요. 이제 남자는 그녀를 사랑합니다. 그 여자아이가 아닌 그녀를. 이제는 모든 것을 털어놓고 가끔은 기대고도 싶습니다. 남자는 그랬습니다.
마지막편지
그런 여자아이가 있었습니다.
분홍색 리본이 달린 블라우스와 곤색 맬빵바지가 잘 어울리는 아이였습니다. 천진난만한 웃음과 수줍음이 많은 그런 아이였습니다.
작은 것에도 감사할 줄 알고, 작은 것에도 고마워할 줄 아는 그런 아이. 눈물도 참 많은 아이. 부모님과의 마찰에도 항상 부모님을 사랑하는 그런 아이.
처음엔 그 여자 아이를 막연히 좋아만 했습니다. 시간이 지나 바로 얼마 전까지도 그 좋아함이 막연한, 말 그대로 막연한 사랑인 줄 알았습니다. 사랑이란 걸 잘 몰랐으니까요.
그 여자아이는 말하는 것을 참 좋아합니다. 즐거운 일이나 힘든 일이나. 참 부럽습니다. 힘든 일도 주변사람들에게 말할 수 있는 그런 아이를 참 부러워했습니다. 쇼핑도 참 좋아합니다. 그래도 검소합니다. 그래서 더욱 그 아이가 사랑스럽습니다.
막연히... 하늘의 구름처럼. 그 여자아이와 세 번이나 이별을 했습니다. 제가 너무 아프게했나 봅니다. 철이 없었나 봅니다. 이제 여자아이는 더이상 아이가 아닌 성인이 되었습니다.
아직까지도 저는 그 성인이 된 아이에게서 옛날 모습을 보려한 것은 아닐까요. 오늘 전 한 달 만에 초췌해진 모습의 그녀를 보았습니다.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너무 미안했습니다. 예전의 맑은 눈은 너무 지쳐서 어둡게 그리웁니다. 세상 사는 것이 힘든가 봅니다. 제가 짐을 하나 더 주는 것인 줄도 모르겠습니다. 다시 예전의 그 미소를, 그 모습을 한 번만 더 볼 수 있다면 악마에게 비록 보잘 것 없으나마 제 영혼도 팔겠습니다.
그런 여자아이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더이상 여자아이는 없습니다. 삶에 지친 그녀가 되었습니다. 이제 그녀가 두렵습니다. 아직도 전 그녀를 잘 모릅니다. 예전의 여자아이를 알 뿐입니다. 이제는 그녀를 알고 싶습니다. 진정으로.
그런 남자아이가 있었습니다.
항상 자신에 차있고, 모든 일을 혼자하는 당돌한 아이였습니다. 집안이 너무 가난해서 밥이 없어도 기죽지 않았습니다. 가진 것이 없어도 가진 것 많은 친구들을 다스렸습니다. 지는 것은 참지 못하는 그런 아이였습니다.
그런 아이에게는 10년지기 친구가 있었습니다. 희노애락을 항상 함께하고 모든 것을 주고 줘도 아깝지 않은 그런 자신의 목숨보다 소중한 친구.
이 세상에 처음이자 마지막 친구였습니다. 그런 친구를, 그 친구의 이 세상 마지막 날을, 마지막 순간을 그 남자아이는 맞이했습니다.
남자아이는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세상을 더불어 살아가는 대상이 아닌 싸워 물리쳐야하는 대상으로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약한 모습은 절대로 보여선 안됩니다. 슬프고 힘든 모습도 보여선 안됩니다. 함께 기뻐할 사람은 있으나, 함께 슬퍼할 사람은 없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리본이 달린 분홍색 블라우스와 멜빵바지를 입은 여자아이가 나타났습니다. 극과 극이 만났습니다. 그 여자아이를 만나는 동안에도 남자아이는 세상과 싸웠습니다. 남자아이가 사는 세상은 서로를 잡아먹는 그런 밀림 같은 세상이었습니다. 그 싸움에 지친 남자아이는 여자아이를 보며 안식을 찾았습니다.
힘든 일이 있어도 울고 싶은 일이 있어도 여자아이에겐 말하지 않았습니다. 너무 여리고 밝은 아이였으니까요.
남자아이는 여자아이에게 숨기는 것이 많았습니다. 여자아이가 말하는 것만 들어도 행복했으니까요. 아니, 같이 있는것만으로도 행복했습니다. 막연한 사랑이라고 하겠습니다. 남자아이는 여자아이와의 세 번의 이별에도 철이 들지 않았습니다.
남자아이에겐 이번에 큰 난관이 닥쳤습니다. 그간에 얻은 모든 것을 잃어버리게 된 것이지요. 남자아이는 슬펐습니다. 아니 분노했습니다. 그래서 여자아이를 찾았습니다. 너무 보고싶었습니다. 그런데 여자아이는 이미 그녀가 되어 그 자리에 없었습니다.
남자아이가 있었습니다. 신의 존재를 믿지 않았습니다. 그런 아이가 오늘 처음으로 신에게 빌었습니다. 오늘 그녀의 집 앞에 갔었습니다. 일곱 시간을 추위에 떨었습니다. 하지만 가까운데 있을 수 있어서 마음만은 따뜻했습니다. 여섯 시가 되었습니다. 핸드폰 알람과 따르릉 시계가 웁니다. 그런데 방 안에 기척이 없었습니다. 20분이 지나도, 남자아이는 불안했습니다. 온갖 불안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때 아이는 신에게 약속했습니다. 다시 못봐도 좋으니 아무일 없이 일어나게 해달라고. 비로소 그녀가 일어났습니다. 우습습니다. 이제 신과의 약속을 지켜야 할 거 같습니다. 아니 어쩌면 애당초 신이 아닌 그녀가 마음이 정해졌으니까요.
이제 남자아이는 가진게 없습니다. 남자아이는 가끔 꿈을 꿈니다. 그 이전의 그녀가 아닌 그 여자아이를 안는 꿈을.
피를 토해가며 붙잡고도 싶습니다.
남자아이는 이제 없습니다. 그냥 남자일 뿐입니다. 이제야 막연했던 사랑을 알게 되었으니까요. 이제 남자는 그녀를 사랑합니다. 그 여자아이가 아닌 그녀를. 이제는 모든 것을 털어놓고 가끔은 기대고도 싶습니다. 남자는 그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