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경쟁상대는 '무협지'

아르거스2004.11.29
조회9,872

안녕하세요? 오랫만에 글을 남기게 되네요. 지난 번 네이트에 '조기축구'때문에 열받은 어느 분의 글을 읽으면서 지난 봄의 저를 떠올렸답니다.나의 경쟁상대는 '무협지' 딱 저더군요. 그래도 전 '조기축구'는 웬만큼 포기했거든요. 이젠 우리 둘째 6살되는 내년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 땐 9살 되는 큰 넘이랑 같이 아빠 축구에 보내고 전 한가한 일요일 오후를 보내려고 계획 중이거든요.나의 경쟁상대는 '무협지'

 

그런데 새로운 복병이 나타나고야 말았습니다.나의 경쟁상대는 '무협지' 이름하야 '무협지'!!

울 신랑 무협지 좋아하는 거야 신혼초부터 알고 있었지만 요 최근 몇 년 그 강도가 심해지고 있거든요.

몇 가지 실례를 든다면..나의 경쟁상대는 '무협지'

엊그제 토요일 가까이 사는 오빠집에 놀러 가기로 했습니다. 쉬는 토요일이라 큰 아이 학교 파하는 대로 학교 앞에서 태우고 가기로 했었지요. 아이 보내고 둘 다 잠시 취침.. 깨어보니 11시가 조금 넘었더군요. 집 좀 치우고 가려면 서둘러야 하는데 울 신랑 일어나자 마자 무협지 (아, 환타지소설이라고 불러달라고 했지.나의 경쟁상대는 '무협지') 잡더군요. 저도 잔 죄가 있어 애교섞인 목소리로

"자기야, 빨리 준비하고 가야하는데.." 했죠. 그리고 10분... 아이 학교 끝날 시간은 다가오고 학교 앞에서 기다릴 아이 생각에 마음이 타는데... 아직도 무협지..

(목소리를 조금 높여서) "여보.!!"

"어, 조금만 보면 돼. 10분이면 될거야. "

아직 한참 남았구만.. 나의 경쟁상대는 '무협지'

'참자, 참자, 내가 참자.' "내가 연체료 내줄게. 빨리 하고 가자." (이제 돈으로 밀어부치기로 했죠.)

결국 아이를 데리러 가고 전 열심히 집을 치웠죠. 30분후 아이 둘이 왔습니다.

"아빠는?"

"어, 차에..."

내려갔더니 울 신랑 또 책을 잡고 있더군요..나의 경쟁상대는 '무협지' 슬슬 올라오는 열기나의 경쟁상대는 '무협지'

"뭐야?"

"어, 조금만 읽으면 돼."

차에서 멀뚱멀뚱 기다리다 아이들 데리고 밑에 상가 가서 어묵 먹고 계란빵 먹고 그랬는데도 감감무소식!!나의 경쟁상대는 '무협지'

씩씩거리면서 올라왔더니 아직 독서중..

괜시리 아이들에게 신경질을 내는데도 꿋꿋하게 그 책 다 읽고 출발했답니다. 

 

가끔 1시가 넘게 책을 잡고 있을 때도 있죠. 한 시 정도면 자줘야 다음날 무리가 없을 것 같아..

"자자.." 그러면서 눈치를 줘도..

"조금만 보고.." 나의 경쟁상대는 '무협지'

그러면 슬슬 터지는 심술보.. 불을 확 꺼 버리죠나의 경쟁상대는 '무협지' 웬만하면 따라 들어와서 잘 만한데도...

"에휴, 최심술.." 하면서 다시 불을 켜고 봅니다..나의 경쟁상대는 '무협지' 

 

제가 그런답니다.

"당신은 나랑 무협지랑 떠내려가면, 분명히 무협지 먼저 건질거야.."하구요나의 경쟁상대는 '무협지'

 

읽는 책을 봐도 그 내용이 그 내용 같고, 참 유치해 보이는데 말이죠.. 왜 그리 좋아하는지.. 신간 나오면 먼저 봐야하고.. 신간 나오길 기다리고...

'회사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저렇게라도 풀어야지' 하고  이해를 하면서도 가끔은 너무 하다는 생각도 드네요.  그런데 무협지가 그렇게 재미있나요?

 

 

나의 경쟁상대는 '무협지'  32년을 살면서 가장 난감했던 순간 나의 경쟁상대는 '무협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