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증의강-2

민순임2004.11.30
조회460

애증의강 -2

 

[1366. 면회]

 

철창문이 삐거덕 소리를 내면서 교도관의 짜증어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영은 주섬 주섬 허리끈을 동여 매었다. 방금까지 꾸었던 꿈 때문인지..눈가가 촉촉히 젖어있었다.

 

[누굴까..누가 면회를 온걸까....]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교도관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야..빨리 못해..?]

[네. 다했습니다.]

[근데 교도관님...누가 면회 왔나요?]

[이 혜영 이라는데? 모르는 사람이냐?]

[아니요...동거했던 여자에요...]

[좋겟구나...어여가바라]

 

하얀 고무신에 허연 양말....이틀을 신었는지..3일을 신었는지 분간도 되지 않는 양말에 적부심으로

나가는 사람의 옷을 물려 입었으니, 모양은 그럴싸한데 자세히 보면 여간 우스꽝스러운 몰골이

아니었다.

 

3동 상 12방

 

이곳은 3일전부터 그의 방이 되었다.

콘크리트 벽과 굵은 쇠창살이 사방을 에워싸고 있고 에워싸인 창살 너머로..푸른색..흰색의 죄수복을

입은 사람들이 저마다의 사연과 눈물과 뻔뻔함으로 참회하고 웃고 떠들고 자랑하며 옹기종기 모여서

시간을 죽이는 미결수의 방이다.

 

지영은20여일 전만해도 자신이 이곳에 갖히게 될 것이라고 생각조차 해 본일이 없엇다.

단순히 길을 가다가 방법대원에게 붙들려 온거 뿐인데...잠시 조사만 하고 돌려보내 준다기에

순순히 경찰차에 올라탄거 뿐인데.......

 

[삐~~~]

벨이 울렸다.

앞서 면회를 하고 나온 40대의 남자가 울고 있었다.

수인번호 2766....노란색 번호표다.

2766이 나오자마자 교도관 두명이 그를 에워싼다.

면회대기자들이 웅성웅성 나즈막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저 사람이 연쇄 살인범이라네요]

옆에 서있던 대머리가 불쑥 한마디한다.

 

[그 왜 있자나요..잠실일대를 돌아다니면서 밤 늦게 돌아다니는 젊은 여자를 납치해다가 강간하고

죽여버린 사람이요...그것도 7명이나....]

[그사람이 저 사람이에요?]

 

 약간 이국적으로 생긴 남자가 궁금하다는듯이 아니 유명인사를 만나 너무 반가워 어쩔줄 모르겟다는 듯이 호들갑이다.

 

[근데 왜 그런짓을 했데요?]

[내가 그걸 어찌 알아요. 머 대충 듣기로는 정신이 이상한 사람이라는데...]

[멀쩡해 보이는데요? 잘 생겼구만....머]

[아씨...잘 생기면 죄 안짓나? 그닌깐 미친놈이지..]

[야..조용이 못해?]

 

두 사람의 대화에 끼어든건 스포츠 머링의 건장한 사내였다. 그도 죄인인데...20대 후반이나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이 남자의 낮지만 짦은 한마디에 두 사람은 말을 잃었다.

지영도 돌아 보았다. 일순간 찬물을 끼얹은듯 짦은 적막이 흘렀다.

연쇄살인범이 짧은 머리의 사내에게 가벼운 눈짓을 한다. 감사의 표시이리라....

짧은 머리도 그에게 가벼운 눈짓을 보냈다.

 

[삐~~]

또 벨일 울렸다.

언제 그랬냐는듯 또다시 웅성거리는 사람들 틈속에 방송이 흘러나왓다.

 

[2989 2번방, 3912-3번방, 1504-4번방, 1366-5번방............]

일제히 문이 열렸다. 구멍이 송송뚤린 아크릴판 저쪽에 혜영이 울면서 서있었다.

지영의 코 끝이 아려온다. 5분이라는 면회시간을 눈물만 흘리다가 헤어지려는듯 그렇게 한동안

말이없다.

 

[밥 먹었어?]

둘 사이에 침묵을 깬건 혜영이었다.

 

[응. 별일없지?]

[응. 자기가 고생이지 나는 밖에서 움직이기라도 하자나.]

혜영의 손이 아크릴판위에 올려졌다.

지영도 혜영의 손위에 손을 올려논다.

차가운 기운만 흘러드는데 두 사람은 너무 행복해하고 있었다.

 

[자기 정말 그런짓 하지 않앗지?]

[너도 나 못믿는거야? 난 그런짓 못해..]

[알아. 난 자기를 믿어..조금만 참어 어떻게든 내가 꺼내줄께]

[................]

말이없다.

지영은 알고 있었다.

변호사를 선임해야 나갈수 있는데 변호사를 선임하려면 수백만원이 들어가야 한다는 것을 동료들에게 들었던 것이다.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두 뺨을타고 주르르 눈물이 흘렀다.

벨이 울렷다. 돌아가야하는데 발이 떨어지지 않는 두 사람을 양쪽에 앉아있던 교도관이 끌어내었다.

뒤돌아 보지 않으리라. 뒤돌아보지 않으리라. 둘다 그런 생각을 했지만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뒤돌아보면 울고있었다.

 

비가 내리고 있었다.

10월의 마지막 날...

[오늘은 그의 생일인데...축하한다고..사랑한다고 이야기하려고 햇는데...]

차가운 곳으로 자기가 없는 곳으로 돌려보내야 한다는것이 혜영의 가슴을 미어지게 만들었다.

비인지 눈물인지 구별할 수없는 것이 온몸을 차갑게 적셔 내렸다.

[무엇부터 해야하나. 어떻게 해야할까?]

이미 피해자라고 우기는 여자도 만나보았다. 변호사를 선임하는데는 500만원이 드는데 그녀가 가진돈은 200만원의 월세 보증금이 전부였다.

[어떻게할까....어떻게 할까...]

무작정 버스에 몸을 실었다. 그의 어머니를 만나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녀에겐 너무 역부족이었다.

 

 

p.s 격려해주신 님 감사드립니다.

     먹고 살기에 버거워 많은 것을 한번에 쓰지 못함을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특별한 일이 없다면 매일 조금씩 써 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