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이야기 (8) 땅거미가 지면 시골 마을은 적막해 지고 아이들의 땡고함소리로 시끌벅적하던 고샅길도 정적이 감돈다. 일찍 저녁을 끝내고나면 삼십 촉 백열등 밑에서 몽당연필 꾹꾹 눌러가며 숙제를 한다. 전등불이 마을을 밝힌 지도 얼마 되지 않았다. 처음 마을에 전깃불이 들어온 날을 나는 잊지를 못한다. 그 신비한 불빛은 밤을 낮으로 바꾼 마법의 등불이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어머니는 그 어둠침침한 등잔 아래서 구멍 난 양말을 깁기도 하고 헤어진 내의를 늘어놓고 바느질을 하셨다. 그것도 귀한 석유를 아끼기 위해 심지를 돋우지를 못하고 짤막하게 내려 밤을 밝혔다. 겨울밤은 긴지라 일찍 끝낸 저녁 탓에 출출해지기 시작하면 할머니는 독 속에 묻어둔 신 김치로 채를 쓸고 참기름 한 방울 친, 따뜻한 메밀묵을 말아 내온다. 숙제를 하고 나면 할머니는 어느새 알아차리고 부뚜막 가마솥에 한소끔 팔팔 물을 끓여 메밀묵을 메워 놓고는 하셨다. 메밀묵, 그것은 긴 겨울밤을 지새우는 대는 더없이 맛난 요기 거리였다. 향긋함이 배어 있는 진한 맛을 따라 입에 군침이 돌고, 보드라운 묵살이 목젖을 울릴라치면 그것은 행복한 겨울밤의 은총이었다. 푸 른 바 다 Mai Piu Cosi Lontano - Andrea Bocelli
겨울 이야기 / 8
겨울 이야기
(8)
땅거미가 지면
시골 마을은 적막해 지고
아이들의 땡고함소리로 시끌벅적하던 고샅길도 정적이 감돈다.
일찍 저녁을 끝내고나면
삼십 촉 백열등 밑에서 몽당연필 꾹꾹 눌러가며 숙제를 한다.
전등불이 마을을 밝힌 지도 얼마 되지 않았다.
처음 마을에 전깃불이 들어온 날을 나는 잊지를 못한다.
그 신비한 불빛은 밤을 낮으로 바꾼 마법의 등불이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어머니는 그 어둠침침한 등잔 아래서
구멍 난 양말을 깁기도 하고
헤어진 내의를 늘어놓고 바느질을 하셨다.
그것도 귀한 석유를 아끼기 위해
심지를 돋우지를 못하고 짤막하게 내려 밤을 밝혔다.
겨울밤은 긴지라 일찍 끝낸 저녁 탓에 출출해지기 시작하면
할머니는 독 속에 묻어둔 신 김치로 채를 쓸고 참기름 한 방울 친,
따뜻한 메밀묵을 말아 내온다.
숙제를 하고 나면 할머니는 어느새 알아차리고
부뚜막 가마솥에 한소끔 팔팔 물을 끓여 메밀묵을 메워 놓고는 하셨다.
메밀묵,
그것은 긴 겨울밤을 지새우는 대는 더없이 맛난 요기 거리였다.
향긋함이 배어 있는 진한 맛을 따라 입에 군침이 돌고,
보드라운 묵살이 목젖을 울릴라치면
그것은 행복한 겨울밤의 은총이었다.
푸 른 바 다
Mai Piu Cosi Lontano - Andrea Bocell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