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증의강-8

삶의이유2004.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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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증의강-8

 

[각방기상]

기상 나팔 소리와 함께 새벽을 깨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머물고 싶은 어스름을 억지로 밀어내려는듯 밖은 아직 새벽의 미명이 채 가시지도 않았다.

모두들 반쯤 감긴 눈을 억지로 치켜뜨려는지 이맛살을 잔뜩 찌푸리고 있었다.

그러나 습관처럼 이불을 정돈했다.

각각의 모포에는 검은색 무궁화가 인쇄되어있었다.

무궁화 가운데는 [법무부]라는 3글자가 또렷하게 쓰여져 있었다.

그들이 이리 접고 저리 접은 모포들은 하나씩 둘씩 쌓여 1미터를 훌쩍 넘기고도 남았다.

밖에서 교도관들이 잘 바라볼 수 있도록 법무부 마크가 앞을 향하게 하는 것도 잊지를 앉았다.

 

[하나. 둘. 셋. 넷.....]

왼쪽 끝방부터 점호가 취해지고 있었다.

밤 사이에 누군가 탈옥을 하지는 안았는지, 10여 시간 사이에 누군가 다치지는 안았는지 매일 아침과 저녁으로 실시되는 하루 일과의 알림이었다.

 

[하나, 둘. 셋. 넷....여덟 번호끝]

배식반장이 번호끝을 알림과 동시에 주임이. 그 뒤를 부장이. 그 뒤를 담당이 따르고 있었다.

주임은 노란색 테를 두를 모자를 쓰고 있었다. 적어도 이곳에서 10년을 넘게 근무한 사람이 오를 수 있는 자리였다. 결국 그들도 이곳을 거쳐 사회로 복귀했거나, 현재 머물거나, 앞으로 오게될 사람과 더불어 정년동안 징역을 살고 있는 거였다.

단지, 그들은 죄수와는 달리 임금을 받는다는것. 출퇴근을 한다는 것 말고는 별 다를 바가 없었다.

바라보기에 따라 교도관들이 창살에 갇혀있는 것인지, 죄수들이 갇혀있는지 분간할 수가 없었다.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갇힘과 지킴이 달라보였던 것이다.

 

[각방 배식 준비!]

소지라 불리는 죄수가 소리질렀다.

일제시대때 일본인 교관들이 편하기위해 조선인 중에서 비교적 죄질이 가볍고 협조적인 사람을 가려 청소도시키고 심부름도 시키던 사람을 일컫는 말인데, 지금도 그들이 밥을 나눠주고, 청소도하고, 교도관들의 간식거리도 마련해 주면서 나름데로의 편의를 제공받고 있었던 것이다.

 

[야..소지?]

[밥 좀 마니 주라. 이걸로 어떻게 8명이 먹냐.]

[알았어.]

관에서 주는 배급을 인심이라도 쓰듯 한 주걱 더 퍼준다.

군상들이 주욱 둘러앉았다.

1식 3찬.

한끼의 밥에 3가지 찬.

7대 3의 비율로 섞인 쌀과 보리.

미역은 보이지 않는데 미역국.

간간히 고추가루가 살짝 얹혀진 하얀김치.

고구마 튀김 한조각.

무엇하나 칭찬해 줄 것 없는 말 그대로 관에서 주는 1끼니의 3가지 반찬.

개인적으로 고추장도 사고, 참기름도 사고, 고기도 사고...이렇게 사비를 들이면 나름데로의 진수성찬이 준비되는 거였다.

지영도 그들과 더불어 빙 둘러앉았다.

배식반장이 적당한 양 만큼을 분배하고 식사~소리가 떨이지면 모두들 맛나게 먹어댔다.

 

[그래도. 이런 추운 겨울엔. 이곳이 제일 이란게..]

이곳에서 영감으로 통하는 사람이었다. 그는 상습적 무전취식으로 잡혀들어온 사람이었다.

앞이는 모두 빠져서 방 안 사람들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도 그럴것이 이렇듯 말을 할때면 입안의 음식물이 절반은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지영은 곤혹스러웠다.

영감이 말을 할때마다 한 개의 밥알이 지영의 밥 그릇이며 국 그릇을 강타했기 때문이다.

그때마다 몸을 살짝 옆으로 돌렸지만 이미 밥맛을 잃은 후여서, 슬며서 수저를 놓아야 했다.

자리를 바꿔 달라고 방장에게 건의를 해보고 싶었지만 한번도 말을 꺼낸적은 없었다.

그런 지영의 불편함을 아는지 모르는지 영감은 또 떠들어댄다.

[옷주지, 먹여주지, 재워주지, 또 지켜주지. 얼마나 좋아. 이번에는 오래 있어야할텐데....]

모두들 식사를 하다말고 깔깔대고 웃기 시작했다.

오직 한사람.

지영은 웃질 앉았다.

뒤로 물러선 지영은 수의를 단정히했다. 어제 깨끗하게 빨아두었던 하얀 고무신도 꺼내 손에 들었다.

이제 잠시후면 자신의 수번이 호명될테고, 둔탁한 소리와 함께 방 문이 열릴 것이다.

 

복도 끝으로 걸어나갔다. 몇몇이 이미 쭈그리고 앉아서 하나씩 둘씩 걸어나오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가벼운 인사를 하기 시작했다. 지영도 그들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2열로 늘어선 사람들이 경교대의 호의를 받으며 운동장 한 가운데로 모여들었다.

흡사 유치원 꼬맹이들이 선생님의 구호에 맞춰 줄을 지어가듯 단 한사람의 이탈자도 없었다.

 

노란테의 주임교도관이 수번과 이름을 하나하나 확인한후에 손을 내밀게 했다.

수갑이 채워졌고. 죄명에 따라 흰색. 노랑색. 파랑색의 밧줄이 가슴과 두 팔목을 그리고 허리를 다시 다른 사람의 팔과 허리와.....

이럴때보면 그들은 영락없는 생선 굴비 두룸에 불과했다.

호송차에 올라탔다. 여기도 철망으로 둘려쌓여있긴 마찬가지였다.

뒷줄에 경교대가 가운데 죄수들이 앞줄엔 교도관들이 자리했고, 호송 차량이 요란한 싸이렌 소리와 함께 따라붙었다.

 

수원지검까지의 25분.

오가는 사람들이 희미하게 보였다.

길게 코트를 입은사람. 두툼한 잠바를 입은사람. 이따금 미니스커트를 입은 사람이 지나갈때면 어디서부터인가 환호성이 울려퍼졌다. 그럴때면 교도관이나 경교대나 운전수모두 소리내어 웃어대곤 하였다. 지영도 입가로 미소가 번져갔다.

 

싸이렌 소리가 멈췄다. 검찰청에 도착했기 때문이었다.

출발때와 마찬가지로 수번과 이름이 확이되고 교도관을 따라 재판을 받으로 가는 사람들과 조사를 받으로 가는 사람들로 나뉘어 졌다.

 

[지영씨!]

지영은 습관처럼 뒤돌아 보았다.

아무도 없는데.....어떤 소리를 들은걸까...

또 한번 뒤돌아 보았다. 역시 아무도 없었다.

 

앞 사람이 빨리 걷는 바람에 지영은 넘어질뻔했다. 굴비처럼 엮어진 이놈의 밧줄.

밧줄의 끝을 따라 눈을 돌렸다. 13명이 한줄로 길게 이어졌다.

긴 지하 통로를 지나 나뉘어진 두 부류가 각자의 방향으로 흩어졌다.

지영은 조사를 받아야 하기때문에 검찰청 방향으로 향했다.

 

308호 검사실.

교도관의 이끌림에 따라 검사실로 들어섰다.

10평 남짓한 사무실엔 여직원. 조사관. 검사 이렇게 세사삼이 있었다.

각각의 책상에 서류뭉치가 길게 쌓여져 있었다.

교도관이 지영을 검사앞에 앉혔다.

검사가 보고있던 서류위로 슬쩍 지영을 바라보았다.

이내 교도관은 검사실을 나갔다.

 

[이름]

[김지영입니다.]

[주민등록번호]

검사의 질문은 간단명료했다.

[지난 11월 13일 이상희의 돈을 빼앗고, 그를 칼로 찌른 사실이 있지?]

[아니요.]

검사의 매서운 눈초리가 지영을 쏘아보았다.

[계장님!]

[네]

[이 껀 좀 부탁해요]

검사가 서류를 조사관에게 넘기면서 지영을  조사관앞으로 데려갔다.

지영은 조사관과 마주했다.

계장이라 불리는 조사관은 본론부터 물었다.

[너가했지?]

[멀요?]

[몰라서 물어?]

[.....]

[얌마. 법에도 눈물이 있는거야. 너가 사실대로 이야기하면 우리도 인간이고.....]

계장은 담배 한대를 지영의 입에 물려주며 계속된 설득을 시작했다.

[사람은 누구나 한번은 실수도 할 수 있는거야. 사람이 실수 없이 산다는 것은 불가능 한거거든.

넌 나이도 어리고 초범이고 하니 금방 나갈 수 있을텐데. 너가 자꾸 거짓말하고 어떻게 모면해 보려고만 수작을 부리면 우리도 어쩔수 없어.]

지영은 입에 물려진 담배를 길게 빨았다.

폐속 깊이 담배연기가 밀려들어왔다.

머리가 빙~돌았다.

무아지경.

지영의 대답은 간단했다.

[아니요]

계장이 지영을 노려보았다.

지영도 계장을 노려보았다.

두사람의 눈이 서로의 눈을 말없이 응시하기 시작했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났을까?

침묵을 깬건 계장이었다.

[좋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너가 이렇게 나오면 나도 하는수 없지]

계장은 윗 입술을 치켜들며 출입문을 향해 소리 질렀다.

[어이]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교도관이 부름을 받고 이내 들어왔다.

[네. 부르셧습니까?]

[여기 김지영이..내일도 오전 9시에 불러줘요]

[네. 알겠습니다.]

교도관은 계장에게 매우 깎듯하게 굴었다.

[너. 김지영이 .... 오늘 잘 생각해보고 . 내일 다시 이야기하자. 가봐]

턱끝으로 나가라는 시늉을 했다.

3층의 검사실을 빠져나와 조사 대기실로 자리를 옮겻다.

여기도 철창이다.

순간 참고 있던 눈물이 왈칵 쏟아져 흘렀다.

[혜영씨. 나 어떡하지. 나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나 어떡하지?]

주문을 외우는 무속인의 그것과 같이 보였다.

[당신 말대로 그날 그냥 당신과 함께 있어주었더라면. 이런일은 벌어지지 않았을텐데... 나 어떡해?]

콧등을 타고 한 방울의 눈물이 마루바닥에 흘렀다.

[혜영씨..지금 어디서 뭐해? 나 너무 많이 보구싶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