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심장-24

바람2004.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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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혼돈

 

 

 

강민우와 심운중 그리고 민장호의 놀람에 찬 얼굴을 보며 창가에 서 있던 정웅기는 멀뚱한

표정으로 말했다.

 

“뭐야? 너희들! 갑자기 올라와서 왜 불은 얼굴에 비추고 난리야!”

 

그의 말을 들은 강민우가 경직된 표정으로 천천히 물었다.

 

“너...너...웅기 맞니?”

 

그의 물음에 창가에 서있던 정웅기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뭔 소리야? 너희들 또 장난 치냐? 왜 그래?”

 

그의 반응에 아이들은 놀라서 서로의 얼굴을 볼 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확인하듯 심운중이 다가서며 말했다.

 

“너....별명이 뭐냐?”

 

그의 물음에 정웅기는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장난 하냐? 삼류 아냐! 삼류 소설가! 됐냐? 이것들이 이제는 단체로 날 가지고 노네!”

 

그의 대답에 민장호가 중얼거렸다.

 

“여기 있는 것이 웅기면....아래 민아와 같이 있는 것은 누구지?”

 

민장호의 말에 창가에 있던 정웅기가 놀란 목소리로 물었다.

 

“뭔 소리야? 민아와 내가 아래층에 같이 있다니? 너희들 돌았어? 난 아까 2층에 올라와서

삐걱대는 창문을 닫고 아래로 내려가려던 참인데....왜 그래? 무슨 일 있어?“

 

그의 물음에 강민우가 답하려 할 때 창가 아래쪽에서 불빛이 어른거리는 것이

보였다.

 

“뭐지? 밖에 웬 불빛이야? 민아가 밖에 있나?”

 

그의 말에 아이들이 창가 쪽으로 몰렸다. 

 

“어? 뭐야? 누가 왔나봐!”

 

그들이 아래를 내려다보니 몇 명의 사람들이 마당에 차를 주차하며 내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 모습을 보며 강민우가 말했다.

 

“어! 내 차하고 똑 같은 찬데?”

 

“그래? 어디! 어! 저 자식 나하고 똑 같은 옷 입었네.”

 

“뭐야? 저기 민아 아니야?”

 

아이들은 이내 차에서 내린 사람들을 보고 점점 놀라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몰랐지만 그들을 자세히 관찰하니 자신들과 너무 흡사하게 생긴 것 같았던

것이다. 아니, 옷 입은 것이나 모든 것이 똑 같았다.

창가 아래를 내려다보던 정웅기가 덜덜 떨며 말했다.

 

“어떻게 된 거지? 왜 우리가 저기에 또 있는 거지?”

 

그의 물음에 모두 경악한 표정으로 아래를 내려다보며 충격에 휩싸였다.

 

“무슨...일이야....정말....이건 ....”

 

떨며 말하는 심운중을 보며 민장호가 아래 쪽 자신의 모습을 보더니 소리쳤다.

 

“숨어! 아래 쪽 내가 캠으로 건물을 찍고 있어!”

 

그의 말에 아이들이 빠르게 숨었지만 놀란 정웅기는 어설프게 창가 벽 쪽에 붙어서

덜덜 떨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강민우가 잽싸게 그를 잡아끌어서 앉혔다.

그들은 마루 바닥에 주저앉아서 서로의 얼굴을 바라 볼 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한 동안 침묵을 지키던 강민우가 다시 의심스런 목소리로 정웅기를 보았다.

 

“너 정말 정웅기 맞지? 우리와 같이 온 정웅기!”

 

그의 물음에 정웅기가 정색을 하며 말했다.

 

“다..당연하지! 그럼 내가 누구야?”

 

“그럼, 아래쪽에 있는 아이들은 누구지? 우리가 모두 꿈꾸고 있나?”

 

심운중이 덜덜 떨며 말했다.

 

“몰라! 난 이 건물을 나가겠어! 처음부터 마음에 안들었어. 정말 귀신이 있는 거야!

이 건물에 귀신이 붙어서 우리를 놀려 먹는 거야!“

 

그의 말에 민장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운중이 말이 맞아! 빨리 이 건물을 빠져 나가자!”

 

강민우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그런데 아래쪽에 있는 또 다른 우리는 어떻하지?”

 

“서...설마! 아래 쪽 우리들의 모습을 한 사람들이 귀신 일까?”

 

“귀신이면 어떻게 피해 도망가?”

 

그들이 의논하고 있을 때 창 아래쪽을 조심히 내려다보던 정웅기가 말했다.

 

“사라졌어!”

 

그의 말에 아이들이 벌떡 일어나 창가로 다가갔다.

정웅기의 말대로 또 다른 자신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심운중이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아니야! 사라진 것이 아니라 우리들처럼 건물에 들어 온 거야.”

 

그러나 그의 말에 강민우가 아래쪽에 있는 차를 가리키며 말했다.

 

“차가 한대뿐야. 어쩜 우리가 환상을 보았을 수도 있어.”

 

“정말 그럴까? 그럼 아래로 내려가 볼까?”

 

강민우가 결심이 선 듯 앞장서며 말했다.

 

“내가 먼저 내려가서 상황을 살펴볼게 너희들은 일단 여기서 기다려!”

 

그의 말에 정웅기가 나서며 말했다.

 

“나도 같이 가자!”

 

그러나 강민우는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여러 사람이 움직이면 들킬 수도 있잖아. 아래 쪽 우리들이 어떤 존재인지도

모르는데 들키면 안돼!“

 

그의 말에 아이들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조심해!”


 

강민우는 천천히 계단을 내려왔다. 소리를 내지 않기 위해 천천히 내려왔기 때문에

꾀 많은 시간이 걸렸다.

내려오면서 거실을 보니 그들이 켜 놓은 벽난로가 아직도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 강민아와 정웅기의 모습이 보였다.

 

“헛! 아래쪽에 있는 저 녀석은 정말 누구지? 그리고 방금 보았던 또 다른 우리들은

모두 어디 갔지?“

 

그는 벽난로 앞에 있는 강민아에게 다가가서 위험을 알리고 싶었지만 또 다른

정웅기 때문에 슬며시 뒤 쪽으로 몸을 움직였다. 1층을 관찰하며 주방 쪽에

뒷문이 있음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 쪽으로 몸을 움직인 것이다.

그는 주방 쪽 문을 통해 밖으로 나왔다. 밖은 처음부터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조용했다. 차를 몰고 들어온 또 다른 자신들은 보이지 않았고

바람만 스산하게 불어왔다.

 


 

정웅기와 강민아는 벽난로 앞에 앉아서 타오르는 붉은 불길을 바라보고 있었다.

걱정스런 목소리로 강민아가 말했다.

 

“2층에 올라간 아이들은 괜찮겠지? 왜 안내려오지?”

 

정웅기가 강민아의 어깨를 감싸며 말했다.

 

“걱정 하지 마! 고양이 때문에 2층에서 소리가 들렸을 수도 있잖아.”

 

“그럼, 캠에 찍힌 이상한 물체는?”

 

“가끔 카메라 조작이 잘못되면 이상한 모습으로 찍히기도 해.”

 

“그래? 정말이야?”

 

“응.”

 

정웅기는 강민아를 안심시키기 위해 둘러댔지만 그도 장담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그리고 2층으로 아이들이 올라 간지 10여분이 훨씬 지난 것 같은데

아무런 소식이 없어 이상했다.

 

‘왜 이렇게 늦지? 그냥 한번 슥 보고 오면 되는 건데....아무래도 느낌이 좋지 않아.’

 

그가 생각에 빠져있을 때 뒤 쪽 현관 쪽에서 무슨 소리가 들린 듯 했다.

 

“음?”

 

정웅기가 뒤돌아보자 강민아가 의문에 찬 시선으로 같이 현관 쪽을 쳐다봤다.

반쪽으로 떨어져 나간 현관문을 통해 밖의 모습이 흐릿하게 보였는데 무엇인가

밖에서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그 모습을 본 강민아가 정웅기를 꽉 껴안으며 낮게 소리쳤다.

 

“우...웅기야! 뭐지?”

 

정웅기도 무엇인지 잘 보이지 않아 알 수 없었다. 그러나 분명 밖에 무엇인가

서성거리고 있는 것이 확실 했다.

정웅기가 손전등을 들고 일어서자 강민아가 그를 잡으며 말렸다.

 

“가자마! 아이들이 2층에서 내려오면 같이 가자!”

 

그녀의 말에 정웅기는 갈등이 생겼으나 2층에 올라간 아이들에게서 소식이 없으니

언제까지 앉아 있을 수만은 없다고 생각했다.

 

“내가 잠깐 보고 올께.”

 

“안돼! 같이 가! 난 혼자 무서워서 못 있어!”

 

“그래. 그럼 같이 가자!”

 

정웅기가 앞장서자 강민아가 그의 손을 잡고 따라 나섰다. 현관 문 쪽으로 다가가자

반쪽으로 쪼개진 문 뒤로 밖의 모습이보였으나 특별한 것은 보이지 않았다.

강민아가 정웅기를 잡아 끌며 말했다.

 

“아무것도 없잖아. 우리가 잘 못 봤나봐. 나가지 말자!”

 

그러나 정웅기는 고개를 흔들며 현관문을 앞으로 밀었다.

 

끼이익......

 

듣기 거북한 소리를 내며 현관문이 열렸고 그 틈으로 정웅기와 강민아가 빠져 나갔다.

현관을 통해 기다란 풀들이 자란 마당으로 나오자 손전등으로 이곳저곳을 비추어보았다.

그러나 사람의 그림자는 보이지 않았다.

강민아가 안도의 한 숨을 쉬며 뒤돌려 할 때, 정웅기가 무엇인가 발견한 듯 멈추었다.

 

“뭐지? 어? 민우잖아!”

 

그의 말에 강민아가 고개를 돌려서 쳐다봤다.

흉가 모서리 끝 쪽에 사람의 그림자 얼핏 하더니 뒤 쪽으로 숨어드는 것이 보였다.

 

“뭐야? 민우라고?”

 

“응. 민우 같았는데...”

 

“무슨 소리야? 민우는 다른 아이들과 2층에 올라갔는데 왜 밖에 있겠어?”

 

“그...그러게...”

 

그들이 말할 때 흉가 모서리 끝 쪽에서 또 다시 사람이 어른거리더니 건물 뒤 쪽으로

사라졌다. 그 모습을 본 정웅기가 확신에 차서 말하며 그 쪽으로 달려갔다.

 

“맞아! 민우자식! 저 자식 우리를 놀리려는 거야.”

 

그가 말하며 달려가자 강민아가 놀라서 소리치며 따라갔다.

 

“웅기야. 같이 가!”

 

정웅기는 강민우를 밖에서 보자 의심이 들었다. 남자 녀석들 셋이서 자기와 강민아를

놀려 먹으려고 장난치는 것이 아닐까.

 

‘저번에 내가 놀렸다고 이번에는 민우 네가 복수하려는 모양인데...흥!’

 

건물 뒤 쪽으로 사라진 강민우를 좆아 가던 정웅기의 눈에 2층 창가에서 누군가 어슬렁거리는

모습이 들어왔다.

놀란 그가 다시 쳐다봤을 때는 누군가 창문을 닫으며 안쪽을 사라지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그 사람의 얼굴이 자신과 많이 닮은 것 같지 않은가!!

순간, 정웅기는 머리카락이 모두 일어서는 느낌을 받았다.

 

“뭐지? 내가 잘 못봤나? 2층에 올라간 녀석들 중 한명인가? 운중이? 장호?”

 

 

 

처음 강민우는 차에 시동을 걸어 바로 빠져나갈까 생각했으나 이내 고개를 흔들며

생각했다.

 

‘다른 아이들은 2층에 같이 있으니 괜찮지만 민아는 귀신 인지도

모르는 정웅기와 같이 있으니 위험하다.‘

 

그렇게 생각하자 강민우는 정웅기를 밖으로 유인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일부러 현관 문 앞을 얼쩡거리며 소리를 냈다. 그러자 이내 그의

생각대로 정웅기가 강민아와 밖으로 나왔다.

강민우는 건물 옆으로 숨으며 정웅기가 돌아 볼 때 모습을 잠깐 보이고는

다시 건물로 숨었다. 그 모습을 본 정웅기가 좆아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강민우는 정웅가 좆아 오자 바로 건물 뒤 쪽으로 숨으며 자신이 밖으로

나온 주방 뒷문을 통해 다시 집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다시 현관으로

나와 정웅기의 뒷모습을 보고 있는 강민아를 잽싸게 끌어안고 다시 집으로

들어왔다.

 

“허흡!”

 

놀란 강민아를 보며 강민우가 조용히 귓가에 속삭였다.

 

“나 민우야. 조용히 해!”

 

강민아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의 입에서 손을 떼어내며 강민우가 말했다.

 

“빨리 이 건물을 빠져나가자!”

 

강민아가 덜덜 떨며 말했다.

 

“무슨 일이야? 그리고 웅기는 어떻하고?”

 

강민우는 상황을 설명할 시간이 없어 그녀를 잡아 끄려다 모든 동작을

멈추고 거실 쪽을 바라보았다. 현관에 막 들어와 숨느라 거실 쪽을 보지 못했던

그는 뒤돌아보는 순간 숨이 콱 막혀왔다. 그리고 강민아 또한 그의 눈을

좆아 거실을 보고 놀라서 자신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다.

 

꺄아아아아아아!!!!

 

 

 

정웅기는 2층을 한동안 올려보다 강민아의 소리가 들리지 않자 뒤돌아 봤다.

 

“어? 민아야! 강. 민. 아.”

 

방금 까지 바로 뒤 좆아 오던 강민아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마...말도 안돼!”

 

정웅기는 순간 혼란스러웠다. 그 짧은 시간에 강민아의 모습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는

것은 불가능했기 때문이었다.

너무 놀라서 심장이 쿵! 쿵! 거렸다.

 

“강......민.....아!!!”

 

다시 크게 소리쳐 불렀지만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정웅기는 건물 뒤 쪽으로 몸을 숨기던 강민우의 모습을 생각하고는 화가 나서 소리치며

달려갔다.

 

“이 자식들 아주 날 가지고 놀아라! 너희들 잡히면 죽었어!”

 

정웅기는 화가서 씩씩거리며 건물 뒤 쪽으로 돌아갔다.

건물 뒤 쪽은 더욱 음침하고 스산한 분위를 풍겼다. 갖가지 폐기물들이 가득 쌓여있었고,

곳곳에 괴상한 생김새의 나무들이 자라 있는 것이 마치 사람들이 어둠 속에 웅크리고

있는 듯 보여 두려움을 자아냈다.

정웅기는 조심스럽게 뒤 쪽으로 다가서며 강민우를 찾았다. 그러나 그의 모습은 어디

에서도 보이지 않았다.

 

“이 자식 어디 간 거야?”

 

그는 투덜거리며 쌓여있는 페기물들을 피해 걸어 들어가며 강민우가 숨어있지 않나

살폈다. 건물 뒤 쪽을 다 돌아도 그의 흔적을 찾지 못하자 정웅기는 또 다시 두려움이

마음속에서 일어났다. 그의 마음은 차라리 아이들이 장난치는 것으로 결론 내리는

것이 편했다. 아니, 그래야 했다. 자신이 겪고 있는 이 이상한 일들은 분명 아이들의

장난이어야 했다. 만약, 장난이 아니라면....생각하기도 끔직했다.

그는 건물 뒤 쪽을 다 돌아 나왔지만 강민우의 그림자도 볼 수 없었다.

정웅기는 건물 뒤 쪽의 복잡하게 엉켜있는 넝쿨들을 헤치고 나오며 흉가의 현관

쪽으로 걸음을 옮기려 했다.

 

그때, 그의 눈에 흉가 마당에 여러 명의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있는 것이 보였다.

 

“어? 누가 또 흉가에 찾아왔나?”

 

그는 놀라며 혹시 몰라 숲에 숨어서 사람들을 관찰했다. 그리고 그는 이내

바닥에 털썩 주저앉으며 덜덜 떨었다.

 

“어....어...떻게 된 일이지? 이......건....정....정..말도 안돼!!!!”

 

놀라며 주저앉은 그의 눈에 보인 것은 처음 자신들이 흉가에 도착하던 모습이었던

것이다. 흉가 앞에서 떠들어 대던 사람들은 바로 정웅기 자신과 강민우, 강민아,

심운중 그리고 민장호 였던 것이다.

정웅기는 덜덜 떨며 흉가 마당에 서있는 차에서 짐을 내리며 소리치는 자기 자신을

바라봤다.

 

“어...떻게.....이건 꿈인가?”

 

그가 숲에 숨어서 흉가 마당에 있는 또 다른 고스트 서클 회원들을 보고 있을 때 그 중

한명인 민장호가 캠 카메라를 가지고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민장호는 캠 카메라로 흉가를 찍고 흉가 주위의 숲을 찍으며 정웅기가 숨어있는 곳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정웅기는 민장호가 캠 카메라를 들고 다가오자 놀랐다.

그때 차에서 짐을 내리던 강민우가 소리치는 것이 보였다.

 

“야 너희들 놀지만 말고 짐 좀 같이 내리자.”

 

그의 외침에 캠을 들이대던 민장호가 뒤돌아보았고, 그 순간 정웅기는 재 빨리 숨어

있던 곳에서 옆 쪽 숲으로 몸을 옮겼다.

정웅기가 몸을 숨기자마자 바로 민장호가 고개를 돌리며 무엇인가 본 듯 고개를

갸웃거리다 이내 아이들 쪽으로 달려가는 모습이 보였다.

정웅기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생각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내가 지금 정말로 꿈을 꾸고 있는 것일까? 지금 저 장면은

우리가 처음 흉가에 들어오던 장면과 똑같은데...난 다시 과거로 온 걸까? 아......

모르겠다. 정말 어떻게 된 거지?‘

 

그가 머리를 감싸며 고통스러워 할 때 누군가 그의 어깨에 살며시 손을 얹었다.

순간, 정웅기는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헉! 누....구?’

 

정웅기는 뒤돌아 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의 심장이 목구멍으로 튀어나올 정도로

쿵! 쿵! 거렸다.

 

‘누구지?’

 

그러나 뒤 돌아 보고 싶지 않았다. 뒤 돌아보는 순간 그의 모든 것이 멈춰버릴 것

같았다.

그때, 뒤 쪽에서 살며시 그의 귓가에 속삭이는 말이 들려왔다.

 

“혼란스럽지? 이제 그만 가자!”

 

그 소리는 사람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공기 중의 수많은 소리가 울리 듯 귓속으로

전해들어왔는데 여자의 목소리도 남자의 목소리도 아닌 괴상한 목소리였다.

그 소리를 들으며 순간 정웅기는 끝없는 암흑의 나락으로 빠져드는 느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