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이 용을 넘보던 수추국은 또 다시 남하하여 국경지대에서 용국의 대군과 대치를 하고 있었다.
용의 황도 진양(眞陽).
어전에서는 지금 문, 무 대신들이 모여 작금의 전란에 대해 논의하고 있었다.
“수추국의 움직임은 어떠합니까?”
“계속 전투를 벌이고는 있지만 아직까지는 우리 용국의 영토에 발을 들여놓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양국의 군사가 서로 거점을 서로 주고 받기를 매일 반복하고 있다 합니다.”
“허면, 봉국의 움직임은 어떠합니까?”
“아직까지는 공세를 펴지 않은 채, 광잔성(珖潺城)과 연포(連浦) 앞바다에서 시위만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수군이 허점을 보이면 언제 상륙을 시도할지 알 수 없는 일입니다.”
황제는 지금 적청에 이어 미란 마저 자신의 집에 칩거하자 깊은 상심했을 뿐 아니라, 군사적으로도 사면초가에 빠져 있었다.
“사매는 아직인가?”
“네… 아직은 때가 아니라면 전혀 집을 나서지 않고 있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달리 전하는 말이 없었는가?”
“그저… 더 잘 된 일이라고 만 했습니다.”
“적국이 양쪽에서 침략을 도모하고 있는데… 더 잘 된 일이라니…”
적룡은 미란의 말에 대해 깊이 숙의하고 있었지만, 그 진의를 알기는 쉽지 않았다.
‘사매가 책략에 능하다는 것이야 천하가 다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이래서는…. 도대체, 어쩌려는 것이냐? 미란…’
적룡이 이러한 생각에 잠겨 있는 사이에 제상 무위가 미란을 만나고 온 내관에게 다시 물었다.
“다른 하명은 없었는가?”
“대군을 북으로 보내 수추국만을 막으라 하였습니다.”
“광잔성과 연포는 어찌 대처하라 하던가?”
“그곳을 잃는다면, 더 큰 것을 얻을 수 있다 했습니다.”
이 말을 전해들은 적룡은 생각했다.
‘미란… 이것을 구실로 사형을 끌어들일 셈이냐…’
그리고 적룡은 지금 심한 갈등에 사로잡혀 있었다.
‘허나 너무 쉽게 광잔성과 연포를 내어주면 사형은 틀림없이 이번에는 네 의도대로 움직여 지지 않을 터… 그 미묘한 차이를 어찌 극복할 셈인 것이냐? 그리고 설사 그렇게 되더라도, 너는 어찌 다시 잃은 영토를 회복할 생각인 것이냐…?’
북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수취국과 용국의 국지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봉은 끊임없이 전투를 회피한 채, 무해도(舞海島)와 무해진(舞海津)의 해군으로 광진성과 연포에서 군사적 긴장을 유발하는 시위를 하고 있었다.
해상의 봉국 전함.
대장군 호령(虎靈)이 자신을 따르는 선단을 주시하고 있었다.
“이 전략은 전광석화 같아야 합니다.”
“잘 알고 있습니다.”
“일단 상륙을 하면 정예군으로 반나절에 적의 황도를 손에 넣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이후로 우리는 하루 만에 목적을 달성하고 퇴각해야 합니다.”
“명심하고 있습니다.”
지금 봉국(鳳國)의 대장군 호령은 정예의 선단을 이끌고 무해도와 용국의 전진(展津)을 잊는 외해를 항해하고 있었다.
‘이 전투에서 우리는 반드시 용국 황제의 목을 취해야 한다. 반드시…’
며칠 후.
불을 밝히지 않은 채 멀리 용국의 진을 보고 있던 호령은 어둠이 드리운 전진에서 불길이 일기 시작하는 것을 목격했다.
“때가 된 모양입니다.”
“기다리세요. 10분 후에도 봉화가 오르지 않으면 상륙합니다.”
“알겠습니다.”
“비전조(飛戰鳥)는?”
“적의 전서조(傳書鳥)를 막기 위해 이미 하늘을 감시하고 있습니다.”
“반드시 오늘 용의 황제를 잡아야 합니다. 반드시…”
그날 새벽.
용국 황도에서는 개국 이래 유래 없는 큰 사건이 발생했다. 바로, 봉의 군대가 황도에 발을 들여놓은 것이었다.
“응?”
미란이 손에 들고 있던 찻잔이 갈라져 내용물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젠장… 뭐지?’
미란은 불길한 마음을 안고 출타 할 차비를 했다.
‘벌써 광전성과 연포를 잃은 것인가? 그렇다면, 이제 할아버지의 유품을 사형한테 줄 때가 된 것인가…? 반드시 일어나 주어야 할 텐데. 할아버지… 절 도와주세요.’
그녀는 때가 되었음을 직감하고 적청에게 가려고 집을 나서고 있었다. 그때 미란은 멀리에서 들려오는 함성을 들었다.
‘무슨 일이지? 왜 이리 도성이 소란스러운 거야?’
그렇게 외성 남문 밖의 적청을 만나기 위해 이동하던 미란은 곧 믿지 못할 광경을 목격했다.
“이건?”
이미 외성을 비롯한 황도 전체에 거세게 불길이 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화재?”
바로 그때 거대한 함성이 노도같이 내성을 향해 몰려들고 있었다. 그리고 곧 한 무리의 기마병이 그녀의 앞을 바람을 가르며 지나갔다.
“봉(鳳)…의… 기마대?!”
순식간에 외성을 무력화 시킨 봉의 군사들이 황도를 유린하고 내성의 궐로 진격하고 있었다. 그리고 황제를 호위하는 금위군 만이 필사적으로 궐이 있는 내성 문을 황급히 걸어 잠그고 방어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터무니 없는 수적 열세의 싸움이었다.
한편, 내성 밖에 있는 용의 관료들의 집은 이미 불타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미란의 집과 제상 무린의 집도 예외는 아니어서 이미 깊은 화염에 휩싸여 있었다. 어둠 속에서 황도에 있는 대부분의 관료의 집을 불타고 가족은 모두 참살 되고 있었다. 한편, 제상 무린의 부인은 은밀히 창고에 패인 작은 흙구덩이에 아들인 소년 무영(撫映)과 어린 딸 무연(撫淵)을 데리고 숨어 있었다.
“어머니…”
“쉿! 저들이 우릴 발견하면 인질이 되거나 주살될 게 분명하니… 만약 인질이 된다면 우린… 제상의 가족이기 때문에… 그렇기 때문에 자결해야 할 것이다.”
그들이 숨을 죽이고 있는 그 시각에도 밤이 맞도록 학살은 계속 되고 있었다.
봉(鳳)의 본대는 계속 궐을 둘러싼 내성에서 성벽을 사이에 두고 용(龍)군과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황제 적룡은 직접 칼을 들었고, 금위군과 성내로 들어선 황도 수비군을 이끌며 봉의 정예군에 맞서고 있었다. 황제와 관료들은 지금 타오르는 불길에 삼키어지고 있는 황도를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무능하여… 백성들이 고초를 당하는 구나…”
불타는 황도를 바라보며 황제 적룡은 가슴이 미어졌다.
“아…”
그러나 마냥 한탄만 하고 있을 여유가 적룡에게는 없었다. 그 시각에도 성벽으로 봉군이 올라서고 있기 때문이었다.
“사매는? 사매는 어디 있느냐?”
“아직 날이 밝기 전에 적이 밀려드는 바람에 아직 입궐하지 못 한 것 같사옵니다.”
적룡은 그 무엇보다도 사매인 미란을 걱정하고 있었다. 그녀가 없다면 오늘의 이 치욕을 되돌려줄 방법을 그는 찾을 수 없을 것 만 같았다.
‘사매… 반드시 살아남아 있어야 한다. 반드시…’
적룡은 다시 무린에게 전황을 물었다.
“전황은 어떠한가?”
“황도와 가장 가까운 장성(場城)의 군사는 이미 황도에 도달했으나 그 숫자가 미흡하여 봉국의 군사와 북문에서 대치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 곧 경성(景城)과 용산성(容山城)의 군사가 합류하면 저들은 곧 물러갈 것입니다.”
“어찌 그리 생각하는가?”
“저들은 무해진(武海津)을 거쳐 전진(展津)을 통해서 입성했습니다. 만약 너무 시간을 지체한다면 연포(連浦)의 우리 수군에게 퇴로를 차단당할 것이 분명 합니다. 저들로서는 이 전쟁으로 큰 피해를 원치 않으므로 대규모 해전을 피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연포(連浦)의 우리 수군이 전진에 입항하기 전에 물러갈 예정일 것입니다. 따라서 그들에게는 하루의 시간 여유 밖에는 없습니다.”
영웅 (1부 2막 : 적청(赤靑)의 추억 #16)
제국력(帝國曆) 1328년.
끊임없이 용을 넘보던 수추국은 또 다시 남하하여 국경지대에서 용국의 대군과 대치를 하고 있었다.
용의 황도 진양(眞陽).
어전에서는 지금 문, 무 대신들이 모여 작금의 전란에 대해 논의하고 있었다.
“수추국의 움직임은 어떠합니까?”
“계속 전투를 벌이고는 있지만 아직까지는 우리 용국의 영토에 발을 들여놓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양국의 군사가 서로 거점을 서로 주고 받기를 매일 반복하고 있다 합니다.”
“허면, 봉국의 움직임은 어떠합니까?”
“아직까지는 공세를 펴지 않은 채, 광잔성(珖潺城)과 연포(連浦) 앞바다에서 시위만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수군이 허점을 보이면 언제 상륙을 시도할지 알 수 없는 일입니다.”
황제는 지금 적청에 이어 미란 마저 자신의 집에 칩거하자 깊은 상심했을 뿐 아니라, 군사적으로도 사면초가에 빠져 있었다.
“사매는 아직인가?”
“네… 아직은 때가 아니라면 전혀 집을 나서지 않고 있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달리 전하는 말이 없었는가?”
“그저… 더 잘 된 일이라고 만 했습니다.”
“적국이 양쪽에서 침략을 도모하고 있는데… 더 잘 된 일이라니…”
적룡은 미란의 말에 대해 깊이 숙의하고 있었지만, 그 진의를 알기는 쉽지 않았다.
‘사매가 책략에 능하다는 것이야 천하가 다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이래서는…. 도대체, 어쩌려는 것이냐? 미란…’
적룡이 이러한 생각에 잠겨 있는 사이에 제상 무위가 미란을 만나고 온 내관에게 다시 물었다.
“다른 하명은 없었는가?”
“대군을 북으로 보내 수추국만을 막으라 하였습니다.”
“광잔성과 연포는 어찌 대처하라 하던가?”
“그곳을 잃는다면, 더 큰 것을 얻을 수 있다 했습니다.”
이 말을 전해들은 적룡은 생각했다.
‘미란… 이것을 구실로 사형을 끌어들일 셈이냐…’
그리고 적룡은 지금 심한 갈등에 사로잡혀 있었다.
‘허나 너무 쉽게 광잔성과 연포를 내어주면 사형은 틀림없이 이번에는 네 의도대로 움직여 지지 않을 터… 그 미묘한 차이를 어찌 극복할 셈인 것이냐? 그리고 설사 그렇게 되더라도, 너는 어찌 다시 잃은 영토를 회복할 생각인 것이냐…?’
북에서는 하루가 멀다 하고 수취국과 용국의 국지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봉은 끊임없이 전투를 회피한 채, 무해도(舞海島)와 무해진(舞海津)의 해군으로 광진성과 연포에서 군사적 긴장을 유발하는 시위를 하고 있었다.
해상의 봉국 전함.
대장군 호령(虎靈)이 자신을 따르는 선단을 주시하고 있었다.
“이 전략은 전광석화 같아야 합니다.”
“잘 알고 있습니다.”
“일단 상륙을 하면 정예군으로 반나절에 적의 황도를 손에 넣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이후로 우리는 하루 만에 목적을 달성하고 퇴각해야 합니다.”
“명심하고 있습니다.”
지금 봉국(鳳國)의 대장군 호령은 정예의 선단을 이끌고 무해도와 용국의 전진(展津)을 잊는 외해를 항해하고 있었다.
‘이 전투에서 우리는 반드시 용국 황제의 목을 취해야 한다. 반드시…’
며칠 후.
불을 밝히지 않은 채 멀리 용국의 진을 보고 있던 호령은 어둠이 드리운 전진에서 불길이 일기 시작하는 것을 목격했다.
“때가 된 모양입니다.”
“기다리세요. 10분 후에도 봉화가 오르지 않으면 상륙합니다.”
“알겠습니다.”
“비전조(飛戰鳥)는?”
“적의 전서조(傳書鳥)를 막기 위해 이미 하늘을 감시하고 있습니다.”
“반드시 오늘 용의 황제를 잡아야 합니다. 반드시…”
그날 새벽.
용국 황도에서는 개국 이래 유래 없는 큰 사건이 발생했다. 바로, 봉의 군대가 황도에 발을 들여놓은 것이었다.
“응?”
미란이 손에 들고 있던 찻잔이 갈라져 내용물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젠장… 뭐지?’
미란은 불길한 마음을 안고 출타 할 차비를 했다.
‘벌써 광전성과 연포를 잃은 것인가? 그렇다면, 이제 할아버지의 유품을 사형한테 줄 때가 된 것인가…? 반드시 일어나 주어야 할 텐데. 할아버지… 절 도와주세요.’
그녀는 때가 되었음을 직감하고 적청에게 가려고 집을 나서고 있었다. 그때 미란은 멀리에서 들려오는 함성을 들었다.
‘무슨 일이지? 왜 이리 도성이 소란스러운 거야?’
그렇게 외성 남문 밖의 적청을 만나기 위해 이동하던 미란은 곧 믿지 못할 광경을 목격했다.
“이건?”
이미 외성을 비롯한 황도 전체에 거세게 불길이 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화재?”
바로 그때 거대한 함성이 노도같이 내성을 향해 몰려들고 있었다. 그리고 곧 한 무리의 기마병이 그녀의 앞을 바람을 가르며 지나갔다.
“봉(鳳)…의… 기마대?!”
순식간에 외성을 무력화 시킨 봉의 군사들이 황도를 유린하고 내성의 궐로 진격하고 있었다. 그리고 황제를 호위하는 금위군 만이 필사적으로 궐이 있는 내성 문을 황급히 걸어 잠그고 방어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터무니 없는 수적 열세의 싸움이었다.
한편, 내성 밖에 있는 용의 관료들의 집은 이미 불타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미란의 집과 제상 무린의 집도 예외는 아니어서 이미 깊은 화염에 휩싸여 있었다. 어둠 속에서 황도에 있는 대부분의 관료의 집을 불타고 가족은 모두 참살 되고 있었다. 한편, 제상 무린의 부인은 은밀히 창고에 패인 작은 흙구덩이에 아들인 소년 무영(撫映)과 어린 딸 무연(撫淵)을 데리고 숨어 있었다.
“어머니…”
“쉿! 저들이 우릴 발견하면 인질이 되거나 주살될 게 분명하니… 만약 인질이 된다면 우린… 제상의 가족이기 때문에… 그렇기 때문에 자결해야 할 것이다.”
그들이 숨을 죽이고 있는 그 시각에도 밤이 맞도록 학살은 계속 되고 있었다.
봉(鳳)의 본대는 계속 궐을 둘러싼 내성에서 성벽을 사이에 두고 용(龍)군과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황제 적룡은 직접 칼을 들었고, 금위군과 성내로 들어선 황도 수비군을 이끌며 봉의 정예군에 맞서고 있었다. 황제와 관료들은 지금 타오르는 불길에 삼키어지고 있는 황도를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무능하여… 백성들이 고초를 당하는 구나…”
불타는 황도를 바라보며 황제 적룡은 가슴이 미어졌다.
“아…”
그러나 마냥 한탄만 하고 있을 여유가 적룡에게는 없었다. 그 시각에도 성벽으로 봉군이 올라서고 있기 때문이었다.
“사매는? 사매는 어디 있느냐?”
“아직 날이 밝기 전에 적이 밀려드는 바람에 아직 입궐하지 못 한 것 같사옵니다.”
적룡은 그 무엇보다도 사매인 미란을 걱정하고 있었다. 그녀가 없다면 오늘의 이 치욕을 되돌려줄 방법을 그는 찾을 수 없을 것 만 같았다.
‘사매… 반드시 살아남아 있어야 한다. 반드시…’
적룡은 다시 무린에게 전황을 물었다.
“전황은 어떠한가?”
“황도와 가장 가까운 장성(場城)의 군사는 이미 황도에 도달했으나 그 숫자가 미흡하여 봉국의 군사와 북문에서 대치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 곧 경성(景城)과 용산성(容山城)의 군사가 합류하면 저들은 곧 물러갈 것입니다.”
“어찌 그리 생각하는가?”
“저들은 무해진(武海津)을 거쳐 전진(展津)을 통해서 입성했습니다. 만약 너무 시간을 지체한다면 연포(連浦)의 우리 수군에게 퇴로를 차단당할 것이 분명 합니다. 저들로서는 이 전쟁으로 큰 피해를 원치 않으므로 대규모 해전을 피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연포(連浦)의 우리 수군이 전진에 입항하기 전에 물러갈 예정일 것입니다. 따라서 그들에게는 하루의 시간 여유 밖에는 없습니다.”
“처음부터 이 황도를 노렸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