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술,술로 휘청거리는 대한민국

쯧쯧2007.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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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가 ‘술병’으로 시름에 젖어 있다. 20세 이상 성인 한 사람이 한 해 동안 마시는 술은 무려 8만4900㎖에 달한다. 하루에 232㎖ 이상의 술을 마시는 꼴이다. 이로 인한 사회적 피해는 연간 14조9000억원. GDP의 2.86%를 차지할 정도다. 술에 대해 유독 관대한 우리의 음주문화에 대해 우려가 증폭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본지는 ‘건전음주 신(新)르네상스’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4회에 걸쳐 술문화 실태를 점검한다. 아울러 건전한 음주문화 정착을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는 주류업계의 행보도 함께 집중 조명해본다. <편집자주> 19일 저녁 7시. 온 세상에 어둠의 그림자가 짙게 깔리기 시작하자 샐러리맨 7년차인 L사의 배용석(35ㆍ가명) 대리는 오늘도 어김없이 신사역 네거리 단골 술집을 찾아 출근(?) 도장을 찍는다. 신사역 네거리 한쪽에 위치한 선술집 문지방을 제 집 안방처럼 밀치며 들어가 익숙한 목소리로 “이모! 4명인데 자리 있어요?”를 외친다.

이제 갓 퇴근 무렵이건만 5평 남짓한 술집은 일찌감치 자리를 틀고 앉은 술꾼들로 북적였다. 배 대리 일행은 메뉴판도 보지 않은 채 다짜고짜 아귀찜 대(大)자 하나를 시키고는 마지막 남은 테이블 하나를 꿰차고 앉는다.

테이블 위에 당연하다는 듯 차려지는 소주 2병과 밑반찬. “우선 목부터 축이자고”하는 배 대리의 말 한마디에 자리를 함께한 일행은 연이어 투명한 술잔에 소주를 가득히 채운다. 말할 틈도 없이 순식간에 술잔이 서너 순배 돌았다. 조금 뒤 주방에서 안주가 나오자 본격적인 술꾼들의 파티(?)가 시작된다. 잠시 뒤 “이모! 여기 소주 한 병 더” 소리가 쏟아지며 5평 남짓한 술집 안은 주당들의 알기 힘든 웃음과 열변으로 후끈 달아올랐다.

지난 연말 잇단 송년모임으로 흥청망청 도미노 술자리가 이어졌고, 이로 인해 체력과 호주머니는 모두 밑바닥을 보였건만 술자리는 올해도 여전히 쉼표 없는 질주를 계속하고 있다. 이러한 모습은 이젠 낯설지 않은, 아니 오히려 몸에 밴 풍광이 됐다. 두주불사(斗酒不辭)의 하루는 이처럼 오늘도 그 화려한(?) 서막을 올리고 있었다.

“뭐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월요일은 원래 먹고, 화요일은 화 나서 먹고, 수요일은 수없이 먹고, 목요일은 목이 터져라 먹고, 금ㆍ토일은 금세 토할 때까지 먹고, 일요일은 일어나자마자 먹고’라는 말도 있잖아요….” 배 대리는 “왜 술을 먹냐?”는 기자의 우문(愚問)에 말끝을 흐린다.

배 대리 일행이 2시간여 동안 마신 소주는 8병. 한 사람당 2병의 소주병을 비운 셈이다. 이 테이블 저 테이블을 기웃거려 봐도 술자리의 잔해는 밑바닥을 드러낸 소주병들로 넘쳐났다.

“오늘은 그래도 간단하게 마신 거예요. 상사한테 깨지거나 기분 안 좋은 일이 있을 땐 1차에서부터 소주에 맥주를 말아 마시거든요. 한자리에서만 소폭(소주폭탄)을 10잔가량 마실 때도 있어요. 이제 입가심하러 가야죠.” 취기가 오른 배 대리 일행은 또 다른 입가심(?)을 위해 어깨동무를 한 채 인근 호프집으로 발길을 옮겼다.

호프집에서 한 사람당 3000㏄씩 생맥주를 마신 배 대리 일행의 얼굴은 이미 벌겋게 달아올랐고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취한 사람도 보였다. “오늘 끝까지 달려보는 거야. 빠지는 ×, 알아서 해!”하는 배 대리의 호기찬 말에 일행은 호프집을 나와 30m 거리에 인접한 P단란주점으로 향한다.

하지만 방이 15개나 되는 P단란주점은 벌써 만원사례. 30여분을 전전하다 간신히 찾은 N단란주점. 왁자지껄하며 자리에 앉은 일행은 주문한 술과 안주가 나오자 어김없이 양주와 맥주를 섞어 폭탄주를 제조(?)하기 시작했다.

한 잔, 두 잔, 석 잔…. 폭탄주는 거의 융단폭격으로 인식될 만큼 계속해서 숫자가 늘어만 갔다. 늘어난 폭탄주 숫자만큼이나 양주도 빠르게 밑바닥을 보이고 있었다. 술과 노래에 흥건히 취해 먹어치운 양주만 4병. 맥주는 수를 헤아릴 틈도 없이 쉴 새 없이 방을 왔다갔다 했다.

비슷한 시각, 젊은 대학생이 몰리는 서울 신촌 일대 M맥주집. 대학생 네 명이 늦게 나온 친구에게 ‘후래삼배’라며 연거푸 벌주를 권한다. 지각생 김영석(23ㆍ가명) 씨는 “나 어제도 죽었는데∼”(술을 마신 뒤 정신을 잃는 것을 ‘죽었다’는 표현을 씀)라며 볼멘소리를 하면서도 친구들의 강권에 서너 잔을 벌컥벌컥 단숨에 들이켠다.

목젖을 타고 시원스럽게 넘어가는 소리가 하루이틀 먹어본 솜씨가 아니다. 시작부터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김씨는 그제서야 마음이 편한 듯 친구들과 웃고 떠들며 술잔을 주고받기 시작했다.

“아직도 대학가에선 주량이 자랑거리죠. ‘나 소주 몇 병 마셔’ 하면 대부분이 부러운 듯 쳐다보곤 해요. 아직까지 술자리에선 으레 정신이 혼미해질 때까지 술을 마셔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라며 김씨는 또 한잔의 맥주에 몸을 빠뜨리고 있었다.

이처럼 주당들의 밤은 불야성을 이루는 유흥가의 네온사인과 뒤섞인 채 낮과 전혀 다른 ‘술 취한 코리아’의 주인공이 된다. ‘술(?) 먹는 하마’처럼 밤 늦도록 부어라 마셔라 술에 취한 주당들은 새벽 2시가 조금 넘어서야 겨우 또 다른 내일의 술사냥(?)을 다짐하며 호기스런 목소리로 택시를 잡는다. “영등포 따블!!!” ◇500자 음주통계=술 소비량이 예년보다 훨씬 늘었다. 성인들의 음주 횟수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 보건복지부 조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 1년 동안 술을 한 잔 이상 마신 음주인구 비율은 20세 이상 인구의 73.2%에 달한다.

음주 횟수를 보더라도 월 2∼3회가 31.0%로 가장 많았으며 ▷월 1회 이하 29.6% ▷주 1∼2회 24.4% ▷거의 매일 5.3% 등의 순으로 나타나 술에 대해서만큼은 아직도 사회적으로 호의적인 태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음주인구가 많아지면서 술 소비량도 천문학적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성인은 1인당 8만4900㎖의 술을 마셨다. 360㎖ 소주병으로 환산하면 235.83병에 달한다.

대한주류공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소비된 소주는 대략 31억병(360㎖ 기준). 20세 이상 성인인구가 3577만명인 점을 감안하면 성인 1인당 소주 86병을 마신 셈이다. 맥주는 작년 한 해 동안 39억병(500㎖ 기준)이 출고돼 성인 1인당 109병을 마셨다. 위스키는 1.32병(판매량 4731만426병)이다. 성인 1인당 매달 6.91병의 소주와 9.08병의 맥주, 0.11병의 위스키를 마셨다는 계산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