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시각. 유린당한 외성에서 평민의 옷으로 이미 갈아 입은 미란(美爛)은 적청(赤靑)이 묵고 있는 황도 외곽의 걸인촌을 찾았다. 그녀는 지금 그의 앞에 무릎을 꿇고 조아려 간절히 애원하고 있었다. “언제까지 이러고 계실 건가요?” “무엇 하러 또 온 것이냐?” “전하가 위태합니다.” “…” “황도가 적국에게 유린되고 있단 말입니다.” “…” “백성들이 고통 받고 있단 말입니다.” “…” “사형!” “도대체, 내게 무엇을 하란 말이냐?” “그들을 구해 주셔야 하지 않습니까? 사형의 사명대로…” “내… 사명…” “네. 그렇습니다. 황제를 위해서가 아니라. 이제는 백성을 위해서 검을 드셔야 할 때 입니다. 사형!” 긴 침묵 속에 미란은 적청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대답을 하지 않은 채 선 황에게서 받은 어검을 바라볼 뿐이었다. “비록, 외형적으로 철근은 깨졌지만, 내게 내려진 이 어검의 봉인은… 아직도 풀리지 않았다.” “언제까지 죽은 자의 명을 따를 요량입니까?” “…” 그러나 여전히 적청은 심히 망설이고 있었다. 지금 그는 마음을 짓누르고 있는 봉인을 떨쳐 일어서고 싶었다. 그렇지만, 신의를 지키기 위해 그렇지 못하고 있었다. “그… 검!” 이렇게 말하며 미란이 적청이 받은 황제의 어검을 받아 들었다. “제가 맡아두겠습니다. 그리고, 백성과의 신의를 위해… 새 황제와의 신의를 위해 다른 무기를 드리겠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책략을 부리는 게냐…” “이 일로 제 목이 달아나도 후회는 없습니다.” 미란은 다시 적청의 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내게 어떤 무기를 주겠느냐?” “제 조부님이며 사형의 스승이신 협성(浹性) 대장군께서 쓰시던 창! 용화(龍火)를 드리겠습니다. 그 창은 이미 조부님의 유지대로 사형의 것이었으니까요.” 적청은 침묵 끝에 어렵게 입을 열었다. “미란…” “…” “오늘 이후로 아내와 신의를 지키려 했던 무… 선왕과의 신의를 지키려 했던 대장군 적청은 죽었다. 오늘부터 나는 철기주(鐵氣走)로 다시 태어난다.” “철기주 대장군!” 미란은 끝내 참았던 눈물을 쏟기 시작했다. ‘미안하구나 미란… 내가 너를 너무 힘들게 했구나…’ 두 사람이 미란의 집에 도달했을 때 이미 그녀의 집은 거센 불길에 거의 전소되다시피 후 였다. 철기주는 곧 미란을 따라 집 안 깊숙한 밀실에 인도 되었다. 그곳에서 미란은 철기주가 가지고 있던 어검을 받아 봉양하고, 대신 조부 협성의 창을 들어 철기주에게 내어 주었다. “이제야 진정한 주인을 만나게 되네요.” 그렇게 다시 일어선 철기주는 미란의 인도대로 다시 제상 무린의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우선은 제상 무린의 집으로 가야 해요.” “그곳은 어째서…” “죄수들을 풀어 놓으려면… 그가 선왕께 받은 어명이 적힌 두루마리가 필요하니까요.” “…” “사형의 군사를 다른 장수가 맡으면서 심한 반발이 있었어요. 또한 어명을 어기는 자들이 속출했죠. 그리고 그 우두머리는 장수 무비(戊比)와 선경(宣璟)이었어요.” “그래…” “하지만, 제상 무린과 제가 그들을 파직하는 것으로 무마했어요. 그리고 그들을 지금 이곳 황도의 감찰기관인 적포청의 옥사에 감금되어 있어요.” “반역죄인들을 어찌… 황도에…” “그들을 애초에 반역죄인으로 인정한 사람은 없어요. 선황제 마저도…” “유사시의 대비책이란 말이냐?” “네… 하지만 그 대비책에도 문제가 있어요.” “그게 나란 말이냐…?” “그래요. 사형의 명이 아니면 절대로 움직이지 않을 사람들이니까요.” “그래서 가장 먼저 날 찾은 것이냐…?” “…” “…” “그리고 이제… 황제의 사면이 적힌 문서가 필요해요. 그렇지 않으면… 망설일 테니까… 지금 저희에게 망설일 시간적 여유가 없어요.” “어찌 되었든… 서둘러 제상의 집으로 가자.” 한편, 무린의 가족은 발각되어 이미 주살될 위기에 처해 있었다. 사태가 급박하게 돌아가자 인질이 되기를 거부한 무린의 아내는 자결했고, 그 시신 앞에서 무영과 무연이 통곡하고 있었다. “어머니!” 그렇게 한참을 통곡하던 무영은 결국, 어머니가 자결했던 칼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울고 있는 동생에게 말했다. “연아… 이제 그만 우리도… 어머니 곁으로 가자…” “오빠…” 주위를 둘러 싼 적국의 병사 앞에서 무력했던 무영은 동생을 죽이고 스스로 자결하려 하고 있었다. “무력한 오빠를 용서해라… 연아” “…오빠…” 무영이 동생 무연을 찌르려는 순간, 두 사람을 둘러쳤던 병사들이 피를 쏟으며 쓰러지기 시작했다. “이건…” “무영! 칼을 들 힘이 남아 있거든 적을 먼저 찌르거라!” 무영은 잠시 혼란스러워 했지만, 곧 정신을 가다듬었다. “미란… 누님…” “어서 날 따르거라.” 무영은 곧 칼을 들고 미란을 따랐고, 철기주가 이미 실신 직전인 무연을 안고 미란을 따랐다. 그들은 무린의 밀실에서 선황제의 어명이 담긴 두루마리를 가지고 곧 이미 불타버린 옥사를 찾았다. 그들이 도착했을 때, 옥사에 죄수는 이미 모두 도주한 뒤였다. “미란 누님! 아무도 없는 옥사에는 왜…” “다 도망갔어도 남아 있을 두 사람이 있단다.” “…” 옥사 깊은 곳에는 미란의 말 대로 두 사람만 포박이 풀린 채 남아 있었다. 미란은 어두운 그늘에 정좌하고 있는 두 사람을 확인도 하지 않은 채 두루마리를 펼쳐 두 사람의 죄를 방면한다는 내용의 선 황제의 어명을 읽어 내려갔다. “어서 그만 일어나시죠. 지금 황도가 적군에게 유린당하고 있습니다.” 그러자 어둠 속에서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영아. 네가 들고 있는 칼을 이리 주겠느냐?” “네? 어찌 제 이름을…” 무영은 다소 놀라는 듯 했지만, 곧 자기가 들고 있던 칼을 던져주려 했다. 그러자 미란이 무영을 막아 섰다. “어리석은 행동은 삼가거라.” “네?” “네가 그 칼을 주면 저들을 그 칼로 자결할 것이다.” “그런…” “제 말이 틀렸습니까? 무비(戊比), 선경(宣璟) 장군!” “네? 저분들이…” 미란의 말에 두 사람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미란은 사태가 화급했지만 그들의 답을 인내하며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는 이미 죄를 사함 받았으니… 스스로 죽을 자유가 생긴 것이 아닌가…?” “그렇지 않습니다.” “어째서…” 그때 철기주가 소녀 무연을 안고 모습을 드러냈다. “내가 안고 있는 힘없는 이 작은 백성들을 지키는 것이 그대들의 대의가 아니었던가?” 철기주의 등장에 두 장수는 크게 놀랐으며, 곧 일어나 무릎을 꿇고 큰 절을 올렸다.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셈인가? 너무 오래 앉아 있어서 엉덩이가 무거워진 것인가?”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적청 대장군님” “난 이제 적청이 아니다. 적청은 죽었다. 난 철기주 다.” “철기주 대장군. 명을 내려주시죠.” “일어서라!” 두 사람은 일어섰다. 그리고 철기주를 따라 옥사를 나섰다.
영웅 (1부 2막 : 적청(赤靑)의 추억 #17)
같은 시각.
유린당한 외성에서 평민의 옷으로 이미 갈아 입은 미란(美爛)은 적청(赤靑)이 묵고 있는 황도 외곽의 걸인촌을 찾았다. 그녀는 지금 그의 앞에 무릎을 꿇고 조아려 간절히 애원하고 있었다.
“언제까지 이러고 계실 건가요?”
“무엇 하러 또 온 것이냐?”
“전하가 위태합니다.”
“…”
“황도가 적국에게 유린되고 있단 말입니다.”
“…”
“백성들이 고통 받고 있단 말입니다.”
“…”
“사형!”
“도대체, 내게 무엇을 하란 말이냐?”
“그들을 구해 주셔야 하지 않습니까? 사형의 사명대로…”
“내… 사명…”
“네. 그렇습니다. 황제를 위해서가 아니라. 이제는 백성을 위해서 검을 드셔야 할 때 입니다. 사형!”
긴 침묵 속에 미란은 적청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대답을 하지 않은 채 선 황에게서 받은 어검을 바라볼 뿐이었다.
“비록, 외형적으로 철근은 깨졌지만, 내게 내려진 이 어검의 봉인은… 아직도 풀리지 않았다.”
“언제까지 죽은 자의 명을 따를 요량입니까?”
“…”
그러나 여전히 적청은 심히 망설이고 있었다. 지금 그는 마음을 짓누르고 있는 봉인을 떨쳐 일어서고 싶었다. 그렇지만, 신의를 지키기 위해 그렇지 못하고 있었다.
“그… 검!”
이렇게 말하며 미란이 적청이 받은 황제의 어검을 받아 들었다.
“제가 맡아두겠습니다. 그리고, 백성과의 신의를 위해… 새 황제와의 신의를 위해 다른 무기를 드리겠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책략을 부리는 게냐…”
“이 일로 제 목이 달아나도 후회는 없습니다.”
미란은 다시 적청의 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내게 어떤 무기를 주겠느냐?”
“제 조부님이며 사형의 스승이신 협성(浹性) 대장군께서 쓰시던 창! 용화(龍火)를 드리겠습니다. 그 창은 이미 조부님의 유지대로 사형의 것이었으니까요.”
적청은 침묵 끝에 어렵게 입을 열었다.
“미란…”
“…”
“오늘 이후로 아내와 신의를 지키려 했던 무… 선왕과의 신의를 지키려 했던 대장군 적청은 죽었다. 오늘부터 나는 철기주(鐵氣走)로 다시 태어난다.”
“철기주 대장군!”
미란은 끝내 참았던 눈물을 쏟기 시작했다.
‘미안하구나 미란… 내가 너를 너무 힘들게 했구나…’
두 사람이 미란의 집에 도달했을 때 이미 그녀의 집은 거센 불길에 거의 전소되다시피 후 였다. 철기주는 곧 미란을 따라 집 안 깊숙한 밀실에 인도 되었다. 그곳에서 미란은 철기주가 가지고 있던 어검을 받아 봉양하고, 대신 조부 협성의 창을 들어 철기주에게 내어 주었다.
“이제야 진정한 주인을 만나게 되네요.”
그렇게 다시 일어선 철기주는 미란의 인도대로 다시 제상 무린의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우선은 제상 무린의 집으로 가야 해요.”
“그곳은 어째서…”
“죄수들을 풀어 놓으려면… 그가 선왕께 받은 어명이 적힌 두루마리가 필요하니까요.”
“…”
“사형의 군사를 다른 장수가 맡으면서 심한 반발이 있었어요. 또한 어명을 어기는 자들이 속출했죠. 그리고 그 우두머리는 장수 무비(戊比)와 선경(宣璟)이었어요.”
“그래…”
“하지만, 제상 무린과 제가 그들을 파직하는 것으로 무마했어요. 그리고 그들을 지금 이곳 황도의 감찰기관인 적포청의 옥사에 감금되어 있어요.”
“반역죄인들을 어찌… 황도에…”
“그들을 애초에 반역죄인으로 인정한 사람은 없어요. 선황제 마저도…”
“유사시의 대비책이란 말이냐?”
“네… 하지만 그 대비책에도 문제가 있어요.”
“그게 나란 말이냐…?”
“그래요. 사형의 명이 아니면 절대로 움직이지 않을 사람들이니까요.”
“그래서 가장 먼저 날 찾은 것이냐…?”
“…”
“…”
“그리고 이제… 황제의 사면이 적힌 문서가 필요해요. 그렇지 않으면… 망설일 테니까… 지금 저희에게 망설일 시간적 여유가 없어요.”
“어찌 되었든… 서둘러 제상의 집으로 가자.”
한편, 무린의 가족은 발각되어 이미 주살될 위기에 처해 있었다. 사태가 급박하게 돌아가자 인질이 되기를 거부한 무린의 아내는 자결했고, 그 시신 앞에서 무영과 무연이 통곡하고 있었다.
“어머니!”
그렇게 한참을 통곡하던 무영은 결국, 어머니가 자결했던 칼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울고 있는 동생에게 말했다.
“연아… 이제 그만 우리도… 어머니 곁으로 가자…”
“오빠…”
주위를 둘러 싼 적국의 병사 앞에서 무력했던 무영은 동생을 죽이고 스스로 자결하려 하고 있었다.
“무력한 오빠를 용서해라… 연아”
“…오빠…”
무영이 동생 무연을 찌르려는 순간, 두 사람을 둘러쳤던 병사들이 피를 쏟으며 쓰러지기 시작했다.
“이건…”
“무영! 칼을 들 힘이 남아 있거든 적을 먼저 찌르거라!”
무영은 잠시 혼란스러워 했지만, 곧 정신을 가다듬었다.
“미란… 누님…”
“어서 날 따르거라.”
무영은 곧 칼을 들고 미란을 따랐고, 철기주가 이미 실신 직전인 무연을 안고 미란을 따랐다. 그들은 무린의 밀실에서 선황제의 어명이 담긴 두루마리를 가지고 곧 이미 불타버린 옥사를 찾았다. 그들이 도착했을 때, 옥사에 죄수는 이미 모두 도주한 뒤였다.
“미란 누님! 아무도 없는 옥사에는 왜…”
“다 도망갔어도 남아 있을 두 사람이 있단다.”
“…”
옥사 깊은 곳에는 미란의 말 대로 두 사람만 포박이 풀린 채 남아 있었다. 미란은 어두운 그늘에 정좌하고 있는 두 사람을 확인도 하지 않은 채 두루마리를 펼쳐 두 사람의 죄를 방면한다는 내용의 선 황제의 어명을 읽어 내려갔다.
“어서 그만 일어나시죠. 지금 황도가 적군에게 유린당하고 있습니다.”
그러자 어둠 속에서 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영아. 네가 들고 있는 칼을 이리 주겠느냐?”
“네? 어찌 제 이름을…”
무영은 다소 놀라는 듯 했지만, 곧 자기가 들고 있던 칼을 던져주려 했다. 그러자 미란이 무영을 막아 섰다.
“어리석은 행동은 삼가거라.”
“네?”
“네가 그 칼을 주면 저들을 그 칼로 자결할 것이다.”
“그런…”
“제 말이 틀렸습니까? 무비(戊比), 선경(宣璟) 장군!”
“네? 저분들이…”
미란의 말에 두 사람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미란은 사태가 화급했지만 그들의 답을 인내하며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는 이미 죄를 사함 받았으니… 스스로 죽을 자유가 생긴 것이 아닌가…?”
“그렇지 않습니다.”
“어째서…”
그때 철기주가 소녀 무연을 안고 모습을 드러냈다.
“내가 안고 있는 힘없는 이 작은 백성들을 지키는 것이 그대들의 대의가 아니었던가?”
철기주의 등장에 두 장수는 크게 놀랐으며, 곧 일어나 무릎을 꿇고 큰 절을 올렸다.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셈인가? 너무 오래 앉아 있어서 엉덩이가 무거워진 것인가?”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적청 대장군님”
“난 이제 적청이 아니다. 적청은 죽었다. 난 철기주 다.”
“철기주 대장군. 명을 내려주시죠.”
“일어서라!”
두 사람은 일어섰다. 그리고 철기주를 따라 옥사를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