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 소설]<<흡혈귀 마녀와 동침을II-08>>

연지바른 마녀2004.12.14
조회1,411

안녕하세요, 연지바른 마녀입니다  *^_^*
오늘은 별 서두없이 그냥 답글에 이어서 이야기 들어갑니다...
(사실은... 밤을 새서 현재 약간 제 정신이 아니거든요. ^^;;;)

 

----------------7회 리플 답글입니다..----------------

생딸기케잌 (2004/12/02 20:43) 
드뎌..올려주셨군요ㅜㅠ 목이 빠져버리는 줄 알았어요 ㅋ 넘넘 잘 보구 있구요~ 얼른 쾌차하세요^^ 
--> 목 빠지지 마세요, 제발 ^^;;; 쾌차 거의 했어요 ^_^
근데 또 스트레스 받고 있는 중이랍니다...
여전히 윤아랑 선우가 하는 짓들이 갈수록 맘에 안들어서요.


임경옥 (2004/12/02 14:40) 
와~~~진짜루 정말루 오랫만이시네요....ㅋㅋ....오널도 글 길게 남겨주시고~~~(절대 띄워쓰기가 많아서가 아님...히히)......영화 일이 착착 진행이 잘되가고 있는듯하네요.....유리도 함께 일하게 되서 좋구요......오늘은 뭐 윤아와 선우와의 갈등 뭐 이런게 없어서 참 편하게 읽었습니다...ㅋㅋ...다음엔 좀 더 빨리 올려주실꺼죠???...건강조심 하시구요~~~
--> 빨리 못올려서 죄송해요......지금 저도 애가 탑니다,
진행상 가장 높은 고비가 있어서 어찌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좋은아이 (2004/12/02 13:12) 
정말 윤아는 알수가 없네요.. 윤아의 진짜 마음은 뭘까요? 좀 엉뚱한 면이 있지만.. 그래도 캐릭터 자제는 마음에 정말 쏙 들어요.. 저도 저런 열정과 패기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앞으로도 화이팅!!! 
--> 윤아의 진짜 마음이라... 그건 아마도 몇 회 더 지나면 밝혀질 것 같습니다.
윤아의 마음이 밝혀질 징검다리를 못건너고 있어서, 요즘 저 혼자 답답해 미칠 것 같아요...
윤아는 열정과 패기... 멋지죠!!! 그러나 막상 저 역시 그 열정과 패기가 없네요... 흑흑, 허우적~ -_-;;;


은빛여우 (2004/12/02 11:45) 
윤아와 유리 ....의 앞으로의 일이 아주 궁금해지내요 ...작가님 넘 잘 읽고 있어요
--> 날카로우십니다.  유리가 괜히 등장한 것 같진 않죠....?
윤아하고 같이 작품도 하고요, 절대 교감이란 것도 하구요...
혹여 유리의 행동이나 대사에서 앞으로의 일이 짐작가실런지...
 
mommy (2004/12/02 10:59) 
 어흑 ㅡㅜ 기다리다 기다리다 목이 빠지는줄 알았슈 ㅋㅋㅋ 마녀님 글 올라와 있는걸 보구 앗!! 리플에 답글 달아놓았겠다 싶어 6회글을 클릭했는데.. 이룐 ㅡㅡㅋ 제가 리플을 안달아 놨더군요.. 6회글 읽다가 예전에 썼던 리플에도 답글 달아놨겠다 싶어 옛날 글들 죄다 꺼내서 제 리플의 답글을 읽다가 6회글에 리플 다는걸 깜빡했나봐여.. 쯔쯔 나이 먹으니 치매가 오나 ㅎㅎㅎ 암튼간에 잼있게 잘읽었어요.. 특히 윤아가 아라를 뭉개버리는 장면은 속이 다 시원하더이다.. ㅋㅋ 맘에 안드는 직장상사를 뭉게버리는듯한 대리만족을 느껴서 스트레스 해소에도 도움이 된듯 싶어요ㅋㅋㅋ  (218.144.152.***) 
-->  님두 제발 목 빠지지 마시구요....-.-;;;;
윤아가 아라를 박살내는 거, 요즘 드라마보면서 저 혼자 열받은 걸 글 속에서나마 풀은 거랍니다...
원래는 유리의 오디션 부분만 생각하고 쓰다가, 갑자기 추가된 부분이죠. ^^;;;;
님께 대리만족이 됐다니, 거, 제 속이 더 시원해지네요~

 

숲 (2004/12/02 10:58) 
역시 마녀님 팬들은 대단들 하시다니까여~^^ 어쩜 저리도 저랑 같은마음들이신지.. ㅋㅋ 윤아가 많이 기운차리고 일(비상촬영건)이 착착 진행되는걸 보니 조만간 윤아와 선우의 감정들도 조금씩 더 표현되어지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근데 전여 이글을 읽으면서 계속 선우의 60대모습이 그려지지 않아여.. 여전히 30대의 부드러운 그남자가 그려져여.. 왜일까여?? ^^ 연지바른 마녀님 글쓰시느라 고생하시는데 끼니는 거르지 마세여.. 위에도 안좋지만 속이허하면 추위도 더 많이 느껴지거든요..^^ 이제 또 마녀님의 글을 열시히 기둘리는 일이 남았네여^^
--> 네... 그렇죠 ^^ 드라마가 시작되면, 선우와 윤아가 한 팀의 일원이 되니까요.
서로 부딪치면서 감정들도 부딪치겠죠.
저 역시 선우 이미지 때문에 상당히 고생하며 씁니다.
요즘은 선우 연배의 중년 남자 탈렌트 사진들을 인터넷에서 주르르 찾아 놓고,
이럴 땐 이 배우 이미지를, 저럴 땐 저 배우 이미지, ...그렇게 쳐다보며 씁니다.
숲님의 지적 덕에... 앞으로 선우의 이미지를 표현하는 대사가 몇 개라도 더 나올 듯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_ _)
아... 그리고 위 부은 거 많이 가라앉았어요. 
요즘은 그래도 한끼라도 든든하게 먹을 수 있어서 견딥니다.
위가 낫고 나니까, 이번엔 웃풍 쎈 옥탑방... 손이 자꾸 얼어버리는 거 있죠. ^^;;;;
그 핑계로 또 게으름 피우고 있습니다, "손이 얼었는데, 어떻게 쓰란 말야?" <--치졸하고 치사한 자기 합리화 -_-;;;
     

박기자 (2004/12/02 10:49) 
정말 오래 기다렸는데,,, 넘넘 재밋어요,, 시나리오 작가 하시는 분인거 같아요,, 글을 어쩜,,, 너무너무 즐겁게 재밋게 봤어요 윤아두 멋지구,, 유리두 멋지구 히히 힘드시고 고생이겠지만,, 자주좀 올려주심,, 히히 감기 조심하시구요~
--> 재밌게 봐주셨다니 감사합니다.
자주 못올려서 죄송....합니다. ㅠㅠ

님도 감기 조심하시구요... 전 아직까지 감기의 공격에 무사합니다, 오버!!

 

허브향기 (2004/12/02 09:42) 
윤아의 힘찬 출발을 기대하면서...그런데 마녀님 왜이렇게 늦으셨어요..계속 기다렸는뎅 넘 기다리게 하지마세요! 넘 스트레스 받지마시고 아프지마시고 잼난글 많이 부탁드려요. 마녀님 화이팅 
--> 아자아자아자!!! 윤아는 출발을 잘했는데, 흠... 마녀는 맨날 늦은 글로 님들의 원망만 사고 있다는 -_-;;;  저도 아프고 싶지 않아요...ㅠㅠ 스트레스 받기 정말 시러요...ㅠㅠ 엉엉~ 홧팅!!


시인 (2004/12/02 09:36) 
넘넘~~ 잼 있게 읽고 갑니다. 그거 아시나요... 제가 이 글을 얼마나 기다리고 기다리는지 ㅋㅋㅋㅋㅋ 아프지 마시고 스트레스 받지 마시고 잼 있는 글 많이 써 주세요~~ 기대 만땅!! 
--> 시인님이시네요... 에공 기다리고 기다리시다 님두 목 빠지시겠네요... 죄송...
넘 기대를 하시니... 부담감을 팍팍 느끼고 있는 마녀입니다.....-_-;;;

     

지니 (2004/12/02 09:16) 
처음 글부터 쭈욱 읽은 지가 일주일을 향해가고 있었는데... 드뎌 새 글을 만났네여. 1편 마지막(2부를 시작한지가 언젠데 아직도 1부를 야그하자니 좀 멋쩍네요.^^;)을 읽고 울었는지요. 근데, 2부를 하면서 다시 새롭게 시작되는 남은 자들의 이야기... 아주 기대하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혹, 중간에 그만 두는 것은 아닌가 걱정두 했구요. 정말 기대한 만큼 아니 그 몇 배의 즐거움을 안고 갑니다... 
-->음... 솔직히 1편을 기억해두셨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그러면 앞으로 이야기를 보시는데 좀 더 재미있을 듯해요.
앞으로의 이야기 힌트는 여기까지만!!  ^^
그리고 중간에 그만두는 거... 사람 맘이 하루에도 수백번씩 변하는지라... 저도 자주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제가 선우와 윤아한테 미쳐있는 한... 그만두면, 제가 힘들어서 못삽니다.
절 아무것도 못하게, 제 머릿속과 가슴을 점령해버렸거든요... 그들이.


닉네임 (2004/12/02 08:07) 
마녀님의 글을 목빠지게 기둘렸답니당!!! 언제 오시려나 죄없는 컴만 들락날락 거렸는데...드뎌 오셨군요..^^ ^^ 마녀님께서 위가 퉁퉁 붓도록 스트레스 받아가며 쓰신 글인만큼 보는 저로써는 그 감회가 두배 세배 증가되네요....마녀님.. 다음 글은 이렇게 오래 안 기다려도 돼죠~~??^^ 윤아의 당찬 모습과 열의가 많이 엿보이는 글이었습니다... 잘 ~ 읽고 갑니다.... 즐거운 하루되세요~~~~  
--> 님도 목빠지시면 안되요오~ ㅠㅠ
위를 붓게 하고도, 제대로 쓰고나 있는지... 자주 자신감을 잃곤 합니다.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_ _)
지난 회의 윤아의 당차고 열정적이고 패기넘치는 모습이 많이 사랑받았는데,
글쎄요... 이번 회의 윤아 모습은 좀 그럴라나...
님도 즐거운 하루 되시구요........^_^
  
대님 (2004/12/02 06:27) 
 앗, 또 1등~! 마녀님, 너무너무 반가와요!!! 기다리다 지쳐 목이 10cm는 길어진 것 같았는데. 마녀님 속 타는 것과는 별개로 이야기는 점점 흥미롭게 진행되고 있네요^^  
--> 앗!!! 대님님!!! 또 1등을....^^;;; 짝짝짝~!!!!!
너무 신기하네요... 아니, 님이 부지런하신건가요...? ^^
에고... 님도 목이 빠지시려고 -_-;;;;
전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점점 더 속이 탑니다,
누구 나빠요~ 누구 조아요~이런 단순한 캐릭터들로만 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ㅠㅠ
윤아를 들여다보면서..., 저 혼자 무지하게 갑갑하기만 합니다...

 

리플 끄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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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 소설] << 흡혈귀 마녀와 동침을II - 08 >>

 

쓰는 이 : 연지바른 마녀(mskim0920@nate.com)

 

*등장인물*

 

-신윤아(여, 20세, 화자)

 

-최선우(남, 60세) : 아시아 대 배우, 엔터테인먼트, 푸른 극장 대표
-이민수(남, 21세)
-한  욱(남, 21세)
-지나현(여, 20세)
-이태석(남, 62세) : 태석 영화사 대표
-강현민(남, 51세)
-유성린(여, 60세) : 선우 약혼녀, 뮤지컬 배우

 

-조유리(여, 18세)
-우해준(남, 18세)
-진한기(남, 25세)

 

-박필덕 감독(남, 40대 중반)

 

그 외...

 


#
홍선생님과 유리의 도움을 받아
드라마팀 숙소 옥탑방으로
내 짐을 옮겼다.

 

짐이래봤자 계절별 옷 몇 벌,
습작품 뭉치와 메모 노트,
교과서와 참고서, 노트, 학용품 몇가지, 생필품 몇가지...
그리고 대본료 일부 선불받은 걸로
마련한 노트북과 소형 프린터기가 전부다.

 

어차피 이 곳에 올 때도
걸친 옷이 전부였으니까...
이것도 상당히 많아진거다.

 

사람은 살면서
왜 이렇게 자신의 것을
만들지 못해 안달일까.
결국은 쓰레기가 되는 것들을.

 

유리는 기숙사에서 계속 생활하기로 했다.
아직 유리에겐 선생님들이 가까이 계신
학교 기숙사 울타리가 안전하다.

 


[홍선생 : (두리번) 너무 휑하네.
밥은 어떻게 하고, 잠은?
맨 바닥에서 웅크리고 잘거야?]

 

[윤아 : ...^^;;;; 그렇네요, 하하- ]

 

[유리 : -_-;;;]

 

[홍선생 : 나가자!
뭐, 겨우 1년이래도 우리한테서
멋지게 독립한 기념으로
내가 밥솥이라도 하나 사 주지~ ^^]

 

[윤아 : 오호~ 정녕 진심이세요? ^0^]

 

[홍선생 : 읍내에 중고가전제품 파는데가 어디드라...?]

 

[윤아 : (쿠당~)]

 

[유리 : 언니, 혼자 여기서 괜찮겠어? Y_Y]

 

[윤아 : ^^ 걱정마~]

 


두 사람과 옥탑방에서 나오는데,
마당에서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렸다.

 

드라마 스탭들과 연기자들이 막 도착해서
각자 챙겨온 기본적인 짐을 들여놓는 중이었다.

 


[윤아 : (내려다보는) ...]

 


최선우, 그가 욱이 선배와 함께
마당에 운동기기들을 들여다 놓고 있었다.

 

문득 고개를 든 그와 눈이 마주쳤다.

 


[선우 : ...^^]

 

[홍선생 : (광분) 앗! 최선우다!!!
저거 진짜지? 진짜 최선우지? 응? 응?]

 

[윤아 : -_-;;; 선생님, 체통을 지키세요, 체통을...제발...]

 

[홍선생 : 저기 들어오는 잘 생긴 애, 쟤두 탈렌트야?
싸인 받자!!! 싸인받아서, 우리 애들한테 팔아야지! ]

 

[유리 : -_-''''']

 


아...우리 홍선생님, 하여튼 생각이 앞서신다니까.^^

 


[윤아 : 선생.. ]

 


당장이라도 최선우에게 뛰어가, 그를 덥썩 안아버릴(?) 듯한
홍선생님의 푼수끼를 좀 말려보려고 했는데,
갑자기 말문이 막혔다.

 


스포츠 가방을 메고
열린 대문을 들어오는...여자,
유성린.

 


[선우 : (다가가서 가방 받아들며) 다른 짐은?]

 

[성린 : (차 키 건네며) 차 트렁크에.]

 

[선우 : (차 키 받아, 대문밖으로 나가고)]

 


[홍선생 : ? (갸우뚱, 윤아에게) ...저 여자두 탈렌트야?
한번도 못 본 거 같은데?]

 

[유리 : 선생님은 TV를 가뭄에 콩나듯 보시면서...;;;;]

 

[홍선생 : 야, 그래두 우리 윤아가 드라마 쓴다구 그래서
요즘은 작정하구 짬날때마다 보려구 한단 말야.]

 


유성린, 그녀는 드라마 '비상'에서
여자 교장 배역을 맡았다.
내가 홍선생님을 모델로 만든 캐릭터다.

 

유성린이 마당이며 집을 둘러보다가
내 쪽을 봤다.

 

얼결에 꾸벅 인사했다.

 


[성린 : ^^ (계단 올라오는)]

 

[윤아 : (홍선생에게) 유리랑 먼저 나가고 계실래요...]

 

[홍선생 : 응! ^^ 그러자.]

 


눈치빠른 홍선생님이
나도 모르게 변한 내 표정을 읽었는지
유리를 데리고 계단을 내려갔다.

 

유성린은
홍선생님과 유리를 지나쳐
계단을 올라오면서
유리를 아는 척 했다.

 

하긴 서울서 제작발표회 할 때
유리와는 이미 안면을 텄을거였다.

 

난... 일부러 가지 않았다.
작가가 어리다는 점 때문에
괜한 말들이 많아지는 것이 싫었다.
중요한 것은 드라마 자체지,
뒷소리 잡음이 아니다.

 

난 예의상 몇계단 내려가
유성린에게 정식으로 인사했다.

 


[윤아 : 어서오세요, 선생님.]

 

[성린 : ^^, 다시 보니 반갑네.]

 

[윤아 : ...네. ^^]

 

[성린 : (옥탑방 슬쩍 보곤) 신작가 거처는 저기? 혼자?]

 

[윤아 : (당황) 아, 예- 죄송합니다.
선생님도 아랫층에서 공동생활하시는데,
제가 혼자 감히... 당장 비워드리겠습니다.]

 


미처 생각못했다.
이 세계도 엄연히 서열이 있는건데...

 


[성린 : 아니..^^ 그런 뜻 아냐.
일하는 성격이 틀린데, 작가한테 저 정돈 당연한거지.]

 

[윤아 : ...]

 

[성린 : 그냥... 웬지 섬같다, 그런 생각이 들어서.]

 

[윤아 : ...]

 

[성린 : 우리 잘해봅시다. ^_^]

 

[윤아 : 저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꾸벅)]

 

[성린 : 그럼...(돌아서는데)]

 

[윤아 : 저, 선생님.]

 

[성린 : (본다) ?]

 

[윤아 : 언젠가 저보고... 그러셨죠...꼬마 부인이라고.]

 

[성린 : ? (생각하다가) ...아...^^]

 

[윤아 : ...마음에 두지 않으셨으면 해요.
저도 이젠 그 말 뜻 압니다.
행여, 그 일 때문에 최선생님하고... 멀어지신 거라면...]

 

[성린 : ...신작가.]

 


나를 부르는 유성린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윤아 : 네.]

 

[성린 : (부드러운) 그건 선우하고 내 사이의 일이지,
신작가가 끼어들 일이 아닌 것 같은데...?]

 

[윤아 : ...죄송합니다.]

 

[성린 : 죄송까지야, 뭐. ^^]

 

[윤아 : 그래도 주제넘는 제 생각 말씀드려도 될까요.]

 

[성린 : ...해봐요.]

 

[윤아 : 최선생님하고 선생님... 이 드라마하시면서,
두 분도 잘 되셨으면 합니다.]

 

[성린 : (하늘을 올려다보더니) 글.쎄.
(내려가려다가, 윤아 보는) 신작가.]

 

[윤아 : 네.]

 

[성린 : 나야말로 주제넘은 질문하나 해도 될까.]

 

[윤아 : ...네?]

 

[성린 : 설마 2년동안 일부러 그렇게 꽁꽁 숨은 건 아니지? ^^]


...?

 


#
드라마 설정에 맞춰 리모델링 된 폐교는
아주 유용했다.

 

아침 구보부터 시작해서,
오전 내내 신인 연기자에게
O.T.를 겸한 카메라 테스트와 연기 지도가 이어졌고,
오후와 저녁 늦게까지 대본 리딩 연습과 드라이 리허설,
촬영지의 음향 녹음 및 화면 구도 세팅 등....
초강행 일정이 폐교에서 전부 이루어졌다.

 

밤늦게 숙소에 들어와 피곤해서
그대로 엎어져 자는 군상들을 보면
완전 집단 수용소가 따로 없다 -_-

 


드디어 첫 촬영을 한다기에,
모처럼 아침에 일어나 폐교에 갔다.

 

스탭들이 엄청 분주하다.

 

누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서로 말들이 엇갈리고,
여기저기 왔다갔다 뛰어다니고
장비와 세트는 계속 최상의 위치를 찾느라, 이리 바꾸고 저리 바꾸고
세 대씩이나 설치된 카메라마다 리허설 하며 카메라 사각 공간에
스탭의 그림자와 반사벽이 들어오지 않는 공간을 연출하기 위해
스탭들이 테스트를 위해 수도없이 카메라의 사각지대를 뛰어다닌다.
(나도 몇 번 뛰었다, 저기서 여기까지, 여기서 저기까지, 왔다갔다... 헉헉-)
음향 감독의 야외 음향을 잔음없이 따기 위한 위치 탐색,
연기자의 음을 제대로 따기 위해 연기자 얼굴 가까이까지 마이크를 들이대보지만
마이크가 어김없이 카메라 안에 잡혀서 끙끙대고 있는 마이크 맨,
화면 안 밝기가 어느 곳도 불퉁하지 않게 나오게 하기 위해
이리저리 계속해서 최상의 방향과 빛의 각도를 잡아보는
야외 조명 설치에 정신없는 조명 감독과 보조,
드라마 감독의 모니터링을 위한 모니터 설치,
입학식 한 씬을 촬영하기 위해 연기자들이 나란히 늘어선 줄의 길이를 재서
그 끝과 인물 사이사이에 카메라의 레일과 크레인 설치까지.
모두모두 ...어수선하고 정신이 하나도 없다.
그래도 용케도 잘들 알아듣고
하나둘... 촬영 준비가 착착 진행된다.

 

연기자들에겐 의상/메이크업/헤어 코디와 매니저가 달라붙어 있고
스크립터들은 그들을 따라다니며 의상이며 소품, 헤어스타일,
머리핀 귀걸이 목걸이 등 악세사리 이름, 얼굴색과 화장품 넘버까지
꼼꼼히 기록하고 디카에 담기 분주하다.
연결장면 편집에서 느닷없이 다른 의상과 코디로 바뀌는 대형 사고(?)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욱 : (메이크업 받으며 윤아에게)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내가 전직 강간미수범이냐?]

 


욱이 선배는 자신이 맡은 효수 배역에
대해 불만이 많다.

 

촬영 시작도 안했는데, 확 짜를까보다~^^

 


[윤아 : 고만 툴툴대, 선배.
안그래도 감독님이 뭐라해서 살인미수에서
강간미수로 죄질을 낮춘거구만.]

 

[욱 : 우리가 지금 수사극 찍냐?]

 

[윤아 : -_-;;;]

 

[유리 : 언니! ^^]

 

[윤아 : 어, 왔어? ^^]

 


유리가 와락 달려들어 안기려 하길래
한걸음 뒤로 물러났다.

 


[윤아 : 니 옷 구겨져.]

 

[유리 : 피잇-]

 

[윤아 : 넌 따로 코디 필요없어?
필요하면...]

 

[유리 : 내가 알아서 할 수 있어.^^]

 

[윤아 : 그럼 이거 니가 혼자 다 한거야?
이 옷이랑 머리? 메이크업도?]

 

[유리 : 응. ^^ 왜, 맘에 안들어?]

 

[윤아 : 아.니. ^^ ]

 


지금 유리의 모습은
내가 상상했던 서하영 모습 그대로다.

 

유리가 정말... 대본에서
내 생각을, 감정을 다 읽는 걸까.

 


[민수 : (뛰다시피 그들을 지나치며, 소리지르는) 자, 자- 스탠바이 하세요-
곧 촬영 들어갑니다!!!  스크립터, 어디갔어?
빨리 여기 두 사람 코디 내용 기록해요!
준비되신 분들, 빨리 운동장 중앙으로 나와서 제자리 위치로!!!
아까 리허설 때 서 있었던 위치 기억하죠? 서둘러 주세요!!!]

 


[박감독 : (손짓하며) 입학식 전체 풍경씬 제끼고 들어간다!!
스탠바이 하이, 큐!!  하나..., 둘..., 셋...]

 


#
촬영은 순탄하게 진행돼가고 있고,
숙소에서도 별 무리없는 공동생활이 이어지고 있다.

 

-가끔 식사당번이 도시가스를 미처 끄지 않아서,
숙소가 몽땅 타버릴뻔한 적이 몇 번 있었다거나

 

-다이어트하던 남자 신인 탈렌트가 쓰러져서, 병원에 실려갔다거나
(거식증이었다고 한다...
열받은 욱이 선배가 뒷동산으로 끌고가서
반나절을 기합주고 두둘겨패서 고쳤다나뭐라나...
하여튼 그런 믿을 수 없는 소문도 있었다.
하긴... 욱이 선배는 여지껏 운동으로 체력을 키우고 몸을 만들어 온 사람이니,
음식을 토해서 다이어트하는 건,
그것도 남자가 그런 식으로 다이어트 하는 건,
쉽게 용납이 안됐을 수도 있었겠지만...
에고...불쌍한 신인, 어쩌다 욱이 선배한테 걸려서..- -;;;)

 

-동료 신인 남자 탈렌트가 유리에게 짝사랑 고백했다가
유리 입에서 숨도 안쉬고 쏟아지는
알아듣지 못할 현란한 과학전문 용어들을,
같이 숨 안쉬고 듣다가 그만 쓰러졌다거나...-.-

 


뭐... 그런 사소한(?) 사건들을 빼면. ^_^

 

 

 

나 혼자 생활하는 옥탑방은
유성린 말대로 공동생활하는 숙소 속의 섬이다.

 

현관 문을 닫고 들어서면,
철저히 나 혼자다.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잠을 자고
혼자 음악을 듣고
혼자 대본을 쓴다.

 

감독과 스탭들, 몇몇 연기자들과 대본 회의를 하지만
최종적으로 대본을 써야 하는 건, 결국은 나 혼자다.

 

군중 속의 고독처럼,
지독히 외롭고 끝없이 고독하다.

 

지난 2년동안 늘 북적북적대는
청솔고의 기숙사와 학교 생활에 익숙해 있어서였는지
이 고독과 외로움에 익숙해지기가 쉽지 않다.

 

밤낮이 바뀐지도 오래됐다.

 

스토리가 풀리지 않아, 답답한 마음에
현관문을 열고 나오면
항상 밤이라 제작진은 죄다 자고 있거나
촬영장에 있거나 해서
사방팔방이 아주... 고요하다.
나처럼 밤잠없는 견공들의 '아우~멍멍' 짖는 소리만 요란하다.

 

...디지게(?) 외롭다, 젠장 T_T

 


#
펑펑!!! 쾅-쾅-

 

"하앗-!!!  좋아, 다시!"

 


우씨...

 

겨우 잠들었는데,
샌드백이 몰매맞고
무거운 철물들이 짤랑(?)거리는
웬 난리굿 소리?

 

옥탑방 현관문을 열고 나왔다.

 

밖이... 음, 훤하네~ -_-;;;

 


[윤아 : (마당에 대고) 잠 좀 자자! 잠 좀 자!
아니, 거기 마당에다가 체육관 차렸어?]

 


마당에서 운동하고 있던 연기자와 스탭들이
죄다 나를 올려다봤다.

 

음... 그러고보니 내 꼬락서니가
세수도 안한 면상에, 머리도 까치머리겠군.
하긴 뭔 상관이야, 나야 얼굴갖구 사는 사람도 아닌데.

 


[욱 : 어, 신윤아, 너 살아는 있었냐?]

 

[윤아 : -_-;;;]

 

[나현 : 너도 내려와 운동해! ^^
밤낮바뀌는 거 몸에 안좋아.]

 

[욱 : 그래! 당장 내려와! ^^]

 

[윤아 : 운동은 무슨... 잠이나 잘래. 헉!]

 


옥탑방으로 다시 기어들어가려는데,
어느 새 후다닥 계단을 두세개씩 뛰어올라온
욱이 선배한테 잡혔다.

 


[욱 : 임마, 깬 김에 내려오라면 내려올 것이지,
선배 말은 물이냐?]

 

[윤아 : 히잉- 그냥 자게 해조~]

 

[욱 : 안됏! ]

 


욱이 선배는
졸려서 거의 쓰러질 시늉을 하는 나를
업어줄 듯이 등을 보이더니 -_-;;;
내 두 팔을 자기 어깨에 얹게해서
그냥 그렇게 날 질질 끌고 계단을 내려갔다. -_-;;

 


[윤아 : (마당의 평상에 앉아서 꾸벅꾸벅)]

 

[욱 : 어라? (윤아 팔 잡아서 일으키려 하면)]

 

[윤아 : (웅얼웅얼) ...선배... 살려줘요... 삼일을 꼬박 샜단 말야...]

 

[선우E : 그래도 아침은 먹고 자라.]

 


억지로 눈 떠서 1층 중앙 대청마루를 보니,
그가 큰 상에 식사 준비를 하고 있다.

 

오늘 아침 당번이 그인가...?

 


[성린 : (상에 밥 놓으며) 그래, 신작가 ^^ 밥은 먹고 자라.
먹고 자면 속이 거북할라나...?]

 

[선우 : 누룽지 끓인 건 괜찮지 않나?]

 

[성린 : 음... 그게 낫겠네.]

 

[윤아 : ... (꾸벅꾸벅)]

 

[욱 : 어? (흔들며) 어이, 신윤아-]

 

[윤아 : ...ZZZ]

 

[박감독 : (욕실에서 나오며) 신작가 깨우는 요령을 모르는구만. ^^]

 

[모두 : ?]

 

[박감독 : (윤아 앞에 서서, 급하게 소리치는) 신작가, 촬영 펑크났다! 지금 비온다!
대본 수정해야 돼!!! 얼른 일어나!!! 얼른!!!]

 

[윤아 : (벌떡 일어나며) 어디요, 어디요! 어느 씬이요!]

 


에...?
햇빛에 눈부셔하며, 멍해 있는데
다음 순간 와아아- 웃음 소리가 들렸다.

 


[박감독 : (평상에 오르며) 봐라- 직빵이지.]

 

[윤아 : (박감독 장난 알아채고) 감독니임-!!! -.-]

 

[선우 : 감독님만큼이나 일중독네요, 신작가도.^^]

 

[윤아 : 감독님두 밤샘 촬영하셨어요?]

 

[박감독 : 내가? 왜? 어제 촬영일정 다 끝내고,
밤새 푸욱- 잘 잤는데. ^~^]

 

[윤아 : ...촬영은 잘되시는 거예요?]

 

[박감독 : 애들이 삘받았다. 일사천리야. ^^
대본 빨리 넘겨라~]

 

[윤아 : 칫.]

 

[박감독 : ?]

 

[윤아 : 약올라라~
혼자 작업하는 것두 싫은데,
나만 쌩 난리 고생이구, 다들 재밌게 한다 그거죠?]

 

[욱 : 억울하면 너두 연기해라? 스탭을 하든지.]

 

[윤아 : 힝~]

 


남자스탭과 배우들은 평상에서,
자외선이 두려운(?) 여자팀은 대청마루에서
식사를 시작했다.

 


[선우 : (윤아 앞에 누룽지 끓인 그릇 놓아주며) 좀 먹어봐라.]

 

[윤아 : ...감사합니다. (꾸벅)]

 

[선우 : ...?]

 

[윤아 : (꾸벅꾸벅...꾸벅, 동작 중지... 쿨... zzzzz) ]

 

[선우 : -_-;;;]

 

[박감독 : 민수야, 쟤 치워라.]

 

[민수 : (머슴 버전) 아, 네~]

 


#
지난 주에
서울 방송국 본사에서
언론 기자들을 불러 선보이는
시사회가 있었고,

 

이번 주 일요일
늦은 저녁 시간대에
첫방송이 시작됐다.

 

이제 방송이 시작되면
여유부릴 틈이 없다.

 

미리 만들어 비축해놓은 방송분은
금방 바닥날테니...
방송해야 할 정해진 시간은
늘 금방금방 다가올테고...

 

마지막 여유부린답시고
첫방송을 청솔고 휴게실에서
다른 학생들과 선생님들과 같이 봤다.
(유리는 서울 스튜디오에서
촬영 중이라 같이 보지 못했다)

 

영상과 전체적인 편집에 관해선...대체적으로 만족스럽다.

 


[홍선생 : (화면 속 유성린 가리키며,윤아에게)
윤아야, 날 너무 멋있게 만든 거 아냐?]

 

[윤아 : ^_^ 그런데 진행 속도가 좀 느리지 않아요?]

 

[해준 : 무슨 소리야, 누가 누군지 정신이 하나두 없더만.]

 


신인을 써서... 그 얼굴이 그 얼굴 같아서 그러나?

 


다음 날 촬영장에 가니
마침 박감독이 전화통화하고 있었다.
다른 스탭들과 연기자들도
촬영 준비로 분주하게 움직이면서도
박감독의 전화에 귀기울이는 눈치다.

 


[박감독 : 어, 연감독! 나야.
어떻게 됐어, 시청률?
(표정 굳는) 어... 어, 알았어. 수고!(끊고)]

 

[윤아 : (눈치 살피며) 영... 안나왔어요?]

 


나야 앞으로 아직 기회가 많다고
스스로 마인드 컨트롤 할 수 있다지만...
톱스타들에 신인들까지 동원했으니
제작진 전체 사기 문제도 있고...
수 프로덕션의 앞으로 계약건도...
어려울지 모르고,
학원물을 처음 시도하는
박감독의 마음도 많이 상할 듯 했다.
솔직히 나도 의욕이... 좀 떨어질 것 같다.

 


[박감독 : (중얼) 너무하잖아, 이거.]

 

[윤아 : 하.하. 서, 설마... 애국가 시청률은 아니겠죠?
아무리 학원물에 일요일 밤 방송물이래두...
EBS 드라마도 그 정도까진... 안 내려가는데..]

 

[박감독 : ...(자기 팔짱 끼며, 고민 포즈)]

 

[윤아 : -_-;;;; 그, 그, 이하인 거예요?]

 

[박감독 : ...]

 


...정신이 아득해졌다.

 

제길, 내일 당장
시청률 조사하는 회사로 달려가서
그 시청률 조사하는 기기란 거
우리 동네 집집마다 설치해달라고
시위를 하든가 해야지...

 

그러면 내가 우리 동네 수신료 다 내주는 한이 있어도
'비상'방송 시간엔 우리 동네는 몽땅 '비상'만 틀어놓게 하고 말거다!!!!!

 

제길... 다음에 학원물을 쓰게 되면, EBS로 가야지...
거긴 마의 시청률이 더도말고 덜도말고 딱 1%라니까... 시청률 압박이 덜하겠지.
아니... 더할라나?

 


최선우와 유성린이 다가왔다.

 

분위기가 순식간에 싸아- 하고 가라앉았으니
어른 격으로 어떻게든 수습해보려는 거겠지.

 


[박감독 : 신작가.]

 

[윤아 : (어리버리 헤매는) 네, 네, 네-]

 

[박감독 : 정신 좀 차리고!]

 

[윤아 : ...네.]

 

[박감독 : 지난 주에 첫방 들어간
미니시리즈 시청률 얼마 나왔는지 아나, 혹시?]

 

[윤아 : 아... 그 신데렐라 현대물,
전국 시청률 24.7%였을 건데요.]

 


최근 한국 드라마 제작 유행을 따라
초반 몇 회는 해외 로케로 찍었다지.
돈을 퍼붓는만큼, 볼만한 것이 얼마나 나올지 모르겠지만.
우리 땅에도 그만한 경치는 찾으려 들면 얼마든지 있을텐데...
세계 시장에 내놓을 땐, 가장 한국적인 것을 팔아야
남는 장사라는 걸 왜 모르는 걸까.

 


[박감독 : 그럼 '비상'이 첫방에서 21%나온 건?]

 

[윤아 : 네? 0.0 ]

 

[모두 : 0.0 ]

 

[박감독 : (활짝 웃으며)
첫방부터 너무 잘 나오면 부담스럽긴 하지만!!!!
이거 우리가 미니도 해먹겠잖아!!! 아자!!!
속았지? 다들 속았지롱~!! ㅋㅋ]

 

[모두 : -_-;;;;]

 


나는 와아-!!! 소리지르며
박감독을 껴안았다.

 


[박감독 : 신작가, 그렇다구 이렇게
과격한 애정표현을 하면 곤란하지!!!^^]

 


나보다 한 스텝 늦게
제작진과 연기자들 사이에서
와!!!! 함성이 터져나왔고,
서로 껴안고 박수치고 난리가 났다.

 


[선우 : (박감독과 윤아에게) 축하합니다, 감독님.
축하해요, 신작가!!!]

 

[성린 : 축하해요. ^^]

 

[윤아 : 네에~~ 이제 시작인걸요!!!]

 

[선우 : 그래, 이제 시작이다!! ^^]

 


그와 냉랭했던 관계가
서서히 녹아가는 느낌이다.
사실 나 혼자만 경계하며 냉랭했던 거지,
그의 태도는 거의 변함없었다.

 

휴우- 겨우 숨을 들이셨다가 내쉬었다.

 

믿기 힘들지만,
해냈고, 해내고 있다, 내가!!!!

 


[욱 : (성큼성큼 다가와 윤아를 터프하게 턱 안으며) 잘 했다!]

 

[윤아 : 헉! -_-;;;;]

 

[선우 : ...]

 


뜻밖에도 연기할 때 말곤,
말에 인색한 욱이 선배가 축하해준다.

 


[윤아 : (버둥버둥) 수, 숨막혀요... 이제서야 겨우 숨 쉬었구만. ㅎㅎ]

 

[욱 : (몸 떼고) 하여튼 넌 이쁜 구석이 없다.]

 

[윤아 : 칫. ^^ 선배도 축하해요, 드라마는 첨이잖아요.]

 

[민수 : 야, 야, 니 후배만 되냐?
(욱을 밀치고, 윤아 꼭 안으며) 고맙다~]

 

[박감독 : 0.0 뭐야, 순식간에 삼각관계 형성이야?]

 

[민수 : 아, 아뇨. (흘끔 선우 보며, 떨어지고)]

 

[박감독 : 민수야, 아니 조감독!!!
오늘 촬영 끝나면 자축 회식하자!!!]

 

[민수 : 넵!!!  /(^0^) 시행하겠습니다.
(윤아에게 소곤) 여기 근방에 회식할만한데 있어?]

 

[윤아 : 그건 우리 학교 남자애들이 잘 알텐데...
물어보고 알려줄게.]

 

[박감독 : 여여- 다들 뭐해!!! 오늘 스케쥴 빡빡하다!!!]

 

[모두 : 넵!  /(^0^) ]

 


#
읍내 중국집 방.

 

일명 자축 회식!

 

한 말씀하라는 재촉에
박감독이 상 앞에서
쑥스러워하며 일어섰다.

 


[박감독 : 흠흠, (쑥스러운)
뭐- 다들 아는 사항으로 축하하는 자리니까...
특별히 할 말은 없구...
그냥 이거나 봐!]

 


박감독이 안주머니에서
봉투 하나를 짠! 꺼내, 들어 보였다.

 


[유리 : ^^]

 

[민수 : 그게 뭔데요?]

 

[박감독 : 이대표가 조유리편에 내려 보낸 금일봉! 캬캬~]

 


순식간에 사방이 조용해졌다가...

 


[박감독 : ??? (0_0 )( 0_0)]

 


박감독에게 무서운 화살들이 쏟아졌다.

 


"금일봉까지 받구, 겨우 중국집입니까!"

 

"와, 너무하네!"

 

"민수야, 저거 니가 챙겨놔라!
소품 산다고 감독님 혼자 꿍쳐둘라."

 


[민수 : 아, 아니.. 여기가 읍내에서 제일 좋은 회식장소래서...온건데 -_-]

 


[유리 : (옆자리의 윤아에게 팔짱끼며) ^^ 언니 어제 방송나간 거 어땠어? 나 잘했어?]

 

[윤아 : 그럼~ ^^ 근데 너 아직 미성년자라 술은 안된다? 사이다 마셔.]

 

[유리 : 응. ^^ 정말 잘했어?]

 

[윤아 : 어.  최고였어~]

 

[성린 : (윤아와 유리에게) 두 사람은 아주 친하네?
둘이 있으면, 떨어져 있는 걸 못봤어.]

 

[유리 : (윤아에게 찰싹 붙어 윤아 어깨에 머리 기대며) 그럼요~ 우리 언닌데 ^^]

 

[성린 : (어리둥절) 둘, 친자매는 아니잖아...?]

 

[윤아 : ...^^]

 


[박감독 : (화살 맞으며) 최선생님, 유선생님 도와줘요~ T-T]

 

[선우 : (싱긋 웃더니, 일어선다) 자, 자... 첫방이 잘 나온 건 축하할 일이지만,
앞으로 갈 길이 머니 이쯤하고 내일부턴 더 바짝 긴장합시다.
(술잔을 들어올리며) 대신! 내일을 위해 오늘을 맘껏 즐기자!!! 건배!]

 


"건배!!! 건배!!! 와아- 건배!!!"

 


멋있는 폼은 혼자 다 잡는군.

 

...뭐, 멋있긴 하다.

 

조금...
아니, 많이...-.-

 


#
술자리가 무르익어,
내가 취하면서... 단속했던
미성년자 음주가 풀어졌다.

 


[윤아 : (취해서) 야... 종수, 너 술마시지 말랬지.
감히 미성년자가! 떽!! ]

 

[종수 : 에이...요즘 이것도 못마시는 애가 어딨어요.
작가님두 아직 고딩이면서.ㅎㅎ]

 

[윤아 : 뭐?! 딸꾹! ]

 

[박감독 : 야, 종수야, 신작가한테 노래 한 곡 뽑아 올려라~]

 

[종수 : 옛썰!!! 보스!!! ]

 


종수가 발딱 일어서더니,
트롯트를 구성지게 불러제낀다.

 

...어쭈? 제법이잖아?
오... 좋다, 지리산 종주 극기훈련 편에선
너 트롯트 부르는 씬 넣어주마.

 

이래서 나도 촬영장에 자주 가서
연기자들의 다른 재능도 찾아봐야 하는데...
오디션까지 그 난리를 치고 나선,
촬영장 침범까진 감독한테 월권행위같아서...
잘 기웃거리질 못했는데...
사실 대본 쓰고 잠 잘 시간이
부족해서기도 하지만.

 


[유리 : 언니, 술 많이 쎄졌네? 벌써 몇 잔 째야?]

 

[윤아 : (뜨끔) 으, 음...]

 


...그 새 적당히 취했나보다, 졸립다.

 

 

"나성에 가면 편지를 띄우세요, 빠라빠밤~
사랑의 이야기 담뿍 담긴 편지~"

 

"아싸~ 아싸~"

 


어떻게 된 술자리가 노래가 끊어지질 않는다.

 

한 사람이 노래를 끝내면,
다른 사람들이 너나할것없이 뭐라도 또 이어간다.

 

트롯트였다가, 최신 가요였다가, 발라드였다가, 댄스곡이었다가...

 

젓가락으로 상이며 그릇과 컵을 두드리며
감각적으로 박자 맞추는 인간이 있는가하면,

 

언제적 유행 춤인지 꽥꽥 오리 춤을 추는 인간이 있고,
그걸 따라 같이 붙으면서 기차놀이처럼 방안을 도는 떼거지 인간들도 보이고,

어느 새 커플이 된 신인 배우 남녀는 멋지게... 스킨쉽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_-

 

그래도 다행히 넥타이를 머리에 두른 인간은 아직 안보인다.;;;

 

이번 오디션에서 찾아낸 신인 배우들 재주도 만만찮은데다,
스탭들도 한가닥씩 하는 재주꾼이란 걸
오늘 첨 알았다.

 

그나저나 슬슬 졸리니... 슬쩍 빠져나가야겠다.

 

참, 그전에...

 


[윤아 : (민수에게) 민수 선배.]

 

[민수 : (눈동자 풀린) 응?]

 

[윤아 : 내가 못챙기더라도, 우리 유리, 학교에 꼭 바래다 줘야 돼?]

 

[민수 : 어... 알았어.]

 

[유리 : 난 괜찮아, 언니. ^^ 근데 언닌 괜찮아?]

 

[윤아 : 응... ^_^ 괜찮아, 괜찮아~]

 


맞은 편에 앉아있던 유성린은
어느 새 다른 자리로 옮겨
박감독과 무슨 얘기를 하고 있고...

 

여러 사람들이 원래 있던 자리에서
서로서로 다른 자리로 옮겨
이야기하고 노래하고 노느라 정신없으니..

 

나 하나쯤 빠져도, 모르겠지.

 


화장실 가는 척하고 중국집을 나와
벽에 기대서서 찬바람을 쐬었다.

 


[윤아 : 어?]

 


저만치서 담배피우고 있는 남자가 보인다.

 

최선우...
혼자 있는 게, 쓸쓸해 보인다.

 


[윤아 : (폴짝! 선우 앞에 등장) 쨘~ ^0^]

 


술기운을 빌려, 괜히 장난치고 싶었다.

 


[윤아 : 어, 안놀래네. 재미없어... ]

 

[선우 : ^^]

 

[윤아 : (두 손 내미는) 저두 주세요.]

 

[선우 : ? ]

 

[윤아 : 담배.]

 

[선우 : 없어.]

 

[윤아 : 칫, 거짓말.  안주머니에 있잖아요.
하나만 빌려주세요, 갚을게요.]

 

[선우 : ...너 줄 건 없어.]

 

[윤아 : 에이~ 치사하게 구네.
담배 한 가치마다 주인 이름이라도 새겨져있나요?]

 

[선우 : 응.]

 

[윤아 : -_- 이 아저씨, 고집이 고래심줄이네.]

 

[선우 : ^^;;;;  많이 취했구나.]

 

[윤아 : ...]

 


그는 피우고 있던 담배를 바닥에 떨어뜨려
신발로 비벼 껐다.

 


[윤아 : 엇! 이러면 벌금내야 되는데!!! 경범죄!!!]

 

[선우 : -_-;;;]

 

[윤아 : 제가 눈감아드릴테니까, 담배 하나만 주세요. 네? ^.-]

 

[선우 : ...]

 


그가 할 수 없이 안주머니에서 뭔가 꺼내
내 손바닥에 올려놨다.

 


[윤아 : 에? (선우 보고)]

 


담배가 아니라, 과일맛 사탕이다.

 


[선우 : 그거 먹구, 담배 피우지 마.
나도 요즘 담배 줄이려고, 갖고 다니는거야.]

 

[윤아 : ...에이... (실망하는 척)]

 


사실 담배를 피우고 싶었던 게 아니었다.

 

그래, 이렇게 가볍게... 가볍게 가자.
그와 나의 사이.
예전에 어떠했든, 이제는 가볍게.
가볍게 장난치고 받아주고, 그렇게만...

 


사탕을 입에 넣고, 돌아서는데
갑자기 머리가 띵했다.

 

휘청하면서 나도 모르게 그의 팔을 잡았다.

 


[선우E : 괜찮아?]

 

[윤아 : ...네.  갑자기 술이 확 올라오네요.]

 

[선우 : ... 어쩐지 지나치게 마시더라.]

 


나를... 지켜보고 있었나....?

 

내 팔을 잡고 부축해주는 그의 손에서
따뜻한 온기가 스며들어온다.

 

갑자기... 울고 싶어진다.

 


[윤아 : (선우 손 슬그머니 떼어내며) 저 먼저 갈게요.
누가 찾음, 그렇게 말씀해주실래요...?]

 

[선우 : ...혼자... 가게?]

 

[윤아 : ...그렇죠, 뭐. ^^ 다들 끝까지 갈 모양인데,
괜히 다른 사람 끌고 나와서, 분위기 깰 필요있나요.]

 

[유리E : 언니~ 언니~]

 


유리가 중국집 문을 열고 밖을 두리번거리는 것이 보였다.
유리 뒤로 나현의 모습이 잠깐 보였다.

 


[나현E : 야, 야, 조유리. 빨리 들어와, 니 차례야.]

 

[유리E : (울상) 언니가 없어요, 어디갔지...]

 

[나현E : (터프한) 아, 참- 니가 애냐, 애가 지 엄마찾는 것처럼 어지간히 징징거려라.
니 언니, 사라졌다.  알아서 집에 갔나보지.
(안쪽에 대고) 민수 선배~ 윤아 못봤어요? 아까부터 못봤대잖아- (유리 끌고 들어가는)]

 

[유리E : 언니이~ 언니이~]

 


곧 문이 닫히고, 유리와 나현의 모습이 안으로 사라졌다.

 


평소같았으면, 유리가 저렇게 찾지 않아도 벌써 달려갔을텐데
오늘은 날도 날이고... 유리도 이럴 때 이런 방식으로도
자주 사람들하고 어울려 봐야지...

 


[선우 : 유리가 널 많이 따르는구나...]

 


문이 닫히고,
갑작스런 침묵이 어색했는지, 그가 먼저 말을 했다.

 


[윤아 : 예에- 유리, 촬영장에선 잘 하나요?]

 

[선우 : 응... 재능 있어, 게다가 힘든 표도 안내고 항상 밝고.]

 

[윤아 : (중얼) ...다행이다.]

 

[선우 : 계속 연기로 가고 싶어하면, 뭐라도 도와주고 싶어.
이쁜 녀석이야.]

 


그를 봤다.

 

드라마 시작하면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유리때문에
늘 조마조마했는데...
(촬영장 팀은 유리의 그런 모습을
전혀 모르는 것 같았다)
그가 유리 옆에서
유리를 좋게 봐주고 있다니, 안심이 됐다.

 


[윤아 : ^^]

 

[선우 : ...?]

 

[윤아 : 고맙습니다- (꾸벅하다가 휘청)]

 


다리가 풀려 땅바닥에 털석- 주저앉았다.

 

... 아까 마신 고량주 도수가 얼마랬드라...

 

제대로 취기가 올라온다.

 


[선우 : 괜찮아?]

 


나에게 상체와 얼굴을 가까이 숙여오는
그의... 숨결이 나의 뺨에 닿아오자,
가슴이 마구 두근거린다.

 


[윤아 : 업어주세요.]

 

[선우 : 응?]

 

[윤아 : 못일어나겠어요, 업어주세요.]

 


어린애처럼 두 다리를 동동거리며, 억지를 썼다.

 


[윤아 : 업어주세요~ 업어주세요~]

 

[선우 : (손가락으로 윤아 이마를 톡 치며) 떼쟁이.^^]

 

[윤아 : 업어주세요오~]

 


...그가 말없이 등을 들이댔다.
그의 목을 내 두 팔로 두르고, 업혔다.

 


아... 따뜻하다.
언제나 그리웠던 이 사람의 체온.

 


그가 천천히 일어서서, 걸음을 옮겼다.

 


[윤아 : 선생님.]

 

[선우 : 응?]

 

[윤아 : 저 졸려요. 잘래요.]

 

[선우 : 그래.]

 


적당한 취기에, 그에 대한 경계까지 풀리자
주체할 수 없는 졸음이 쏟아지며,
눈이 스르르 감겼다.

 


[윤아 : (목소리 잦아들며) ...좀 오래 잘게요.]

 

[선우 : ...!! ]

 

 

---------------...오래 전...--------------------

[마녀 : 나 잘께...요...]

 

[선우 : 그래요...]

 

[마녀 : 미안해... 선우씨 심심하게 혼자 운전해야겠다.]

 

[선우 : 괜찮아요.]

 

[마녀 : 좀...오래 잘게...]

 

[선우 : 그래요...]

 

[마녀 : 선우씨, 내 손 좀 잡아줘... 안...녕. (잠들듯...)]

--------------------------------------------

 


[선우 : 윤아야-!]

 

[윤아 : ...zzz]

 


#
아우... 머리야...

 

머리가 깨질 것 같은 두통에 시달리며 눈을 떴다.

 

어, 여긴... 내 방인데...

 

방의 유일한 가구인 침대 매트에서
밍기적 내려와 방바닥에 발을 내딛는데
뭔가 뭉클하다.

 


[나현E : 악!  (벌떡 일어나 앉는)]

 

[윤아 : -_-;;;  나현아! 너 왜 여기 있어? 여긴 내 옥탑방... (하는데)]

 

[나현 : 우씨- 잠 좀 자자!  >_< ]

 

[윤아 : 어... 미안. 더 자.]

 


나현인 바닥에 이불을 깔고 잤나보다.
도로 벌렁 누워버린다.

 


[윤아 : 아... 머리 아퍼. +_+]

 


방문을 열고, 주방 겸 거실로 나가
냉장고 문을 열고 약봉지를 찾아 꺼내 두통약을 삼켰다.

 

... 그런데 뭔가 허전하다...?

 


[윤아 : 헉! 0.0]

 


방에 들어가, 나현일 흔들어 깨웠다.

 


[나현 : (잠에 취해 웅얼) 왜애-]

 

[윤아 : 어제 도둑들어왔나봐.]

 

[나현 : 도둑? 여기 훔쳐갈 게 뭐 있다고 도둑이 들어.]

 

[윤아 : -_-;;; 그, 그렇긴 하지... 근데 냉장고가, 비었어.]

 

[나현 : 냉장고? ]

 

[윤아 : ...응... 그리고... (앗차!)]

 


방을 튀어나가, 냉장고 옆을 확인했다.

 

없다.

 


[나현 : (엉금엉금 방을 기어나오며) 뭐가 없어졌다는 거야.]

 

[윤아 : ...술... 박스.  냉장고에 있던 술두...]

 

[나현 : 아하? 그거? ]

 

[윤아 : (나현 보는) ?]

 

[나현 : 그거 아랫층으로 끌구내려가서, 다들 마셔버렸을걸?]

 

[윤아 : (방방 뛰며) 야! 내 걸 맘대루!!! (버럭) 누구야? 누가 그랬어?
그거 배달두 안되서, 내가 얼마나 힘들게 들고 온건데!]

 

[나현 : ...-_-;;;]

 

[윤아 : 어떤 자식이 그랬냐니까!!!]

 

[나현 : (차분히) 윤아야-]

 

[윤아 : 왜!!! ]

 

[나현 : 내가 보기엔, 너 지금 그렇게 큰소리 칠 처치가 아니라고 본다. ^^]

 

[윤아 : 뭐?]

 

[나현 : 너 최선생님한테 딱! 걸렸어.]

 

[윤아 : (?) 그게 무슨 소리야?]

 


설마...


 

[윤아 : 나 어제 어떻게 들어왔어?]

 

[나현 : 물 없어? ]

 

[윤아 : 어, 어,... (물 갖다주는)]

 

[나현 : (한 컵 단숨에 비우고) 너 암것두 기억 안나?]

 

[윤아 : ... (생각해보는) 최선생님하고 얘기했던 건 기억나는데...]

 

[나현 : 너 거기서 아예 엎어진 모양이드라...?]

 

[윤아 : 응?]

 

[나현 : 우리가 회식하던데서 나왔더니,
최선생님이 너 업구, 앞서서 먼저 가고 있더라구.]

 


...맙소사!!!

 


[윤아 : 그럼... 여기 들어와서, 내 술 가져간 사람이...]

 

[나현 : 말 마라... 그 새벽에 아주~ 드라마틱했다.
너야 취해서 잠들어버리고 만사 땡이었지만.]

 

[윤아 : ...]

 

[나현 : 너 무슨 깡으로 여태 뭐 먹고 산 거야, 혼자서.]

 

[윤아 : ...]

 

[나현 : 최선생님이 너 매트에 던져놓고,
물 찾다가 냉장고 열었는데, 아주 볼만하드라.
니 집 냉장고는 음식점 영업용 냉장고냐? ]

 

[윤아 : -_-;;;]

 

[나현 : 무슨 냉장고에 술하고 약봉지밖에 없어?!!!
안그래두 최선생님두 취해있었는데, 그거 보구 얼마나 화를 내시던지...
민수 선배랑 박감독님까지 올라왔다가, 같이 광분하구...]

 


아, 아니... -_-;;;
광분은 왜 했는데...?
뭣땜에?

 


[윤아 : 그래서, 그 나쁜 술을 빨리 없애야 한다구
자기들이 들고 내려가서 다 마셔버렸단 말야?]

 

[나현 : 응. ^^]

 


휴우- 골치아프게 됐군.

 

하필이면 최선우 그와
날 어린애 취급하는
박감독하고 민수 선배한테 걸렸으니...

 

두통약 먹고 좀 낫나 싶었는데,
나현의 말을 듣곤 다시 편두통까지 시작됐다.

 

다시 냉장고 안에 있는 약봉지를 꺼내,
진통제와 편두통 알약을 찾아 삼켰다.

 


[나현 : 윤아야-]

 

[윤아 : 응?]

 

[나현 : 글쓰는 거 그렇게 힘들어?
술을 박스채로 사다놓고 마셔대야 돼?]

 

[윤아 : ...]

 

[나현 : 술... 마시는 건 그렇다쳐도, 밥은 먹어야지.]

 

[윤아 : 배고프면 해 먹어, 걱정마. ^^]

 


나현이 내게 다가와서
내 왼쪽 소매를 확- 끌어올렸다.

 


[나현 : 이건 뭔데? 너 혹시 정신병 있니?]

 

[윤아 : ...! ]

 


아주, 제대로 다 들켜버렸다.

 

왼쪽 팔 안, 여기저기
수시로 칼등으로 그어버린 자해 상처들까지.

 


[윤아 : 최선생님두 봤어?]

 

[나현 : 그건 겁나?]

 

[윤아 : ...]

 

[나현 : 왜 이런거야?]

 

[윤아 : ... 대본 쓰다보면, 재능도 없는 나 자신한테 환멸이 들어...
그래도 어떻게든 써내야 하니까, 이렇게라도 하면 견뎌져서...]

 

[나현 : (눈물 그렁해서, 소리치는) 그렇게 힘들면 하지마! 안쓰면 되잖아!]

 

[윤아 : (억지로 웃으며) 일 다 벌여놓구, 그렇게 나자빠지면 다른 사람들 어떻하라구.
박감독님이 날 얼마나 믿어주는데...]

 


나현이 갑자기 날 확 밀어 넘어뜨리더니
베개로 나를 마구 때렸다.

 


[나현 : 이 나쁜 기지배야!!! 죽다 살아났음 이젠 좀 멀쩡하게 살면 안돼?!!!]

 

[윤아 : !!]

 

[나현 : 죽을라구 글 쓰니? 죽을라구 손목 그은 것도 모자라서, 글 쓸라구 또 그어? ]

 

[윤아 : ...나현아... 나현아...]

 


베개로 맞는 건 하나도 안아픈데,
나현의 악다구니에, 그만 얼이 빠졌다.

 

나현인 베개 폭행(?)을 멈추고,
털석 주저앉아 날 끌어안고
엉엉 울었다.

 


[나현 : 못된 기지배... 최선생님이 얼마나 마음 아파하셨는지 알아? 허엉-]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대체 어떻게... 느닷없이 2년 전 일을...

 


[윤아 : ...누가... 어떻게... 무슨 말을... 했는데...]

 

[나현 : (울면서) 그게 뭐가 중요해... 넌 우리한테 안미안하냐, 어?]

 

[윤아 : ...미안해...T_T]

 


학교에서 지낼때는 그다지 의식하지 않았지만,
이 곳 숙소로 오면서부터는
양 손목에 남아있는 흉터를 보이고 싶지 않아,
일부러 옷 소매끝을 손등이 덮일 정도로
늘이고 덧붙였다.

 

이곳에
...그가 있었기 때문에.
민수 선배가 있었기 때문에.

 


술에 취해 잠든 나를, 그가 업고 오는데
나현과 유리가 뒤따라와 나란히 걷다가
나현이가 답답해 보이는 내 소매를 걷었던 모양이다.
나현과 그가 흉터를 이상하게 보자,
유리가 (나에게 들어서 아는 만큼만)
아무렇지 않게 내 자살 기도에 대한 것을 얘기한 것이고.

 


[윤아 : ...정말 미안해...]

 


나현이가 이렇게 충격적으로 받아들였다면,
그는...

 


#
나현인 2층 여자 숙소로 들어갔고,
난 1층 남자 숙소로 내려갔다.

 

1층의 중앙 대청마루는 투명 통창이기 때문에
창이 닫혀있어도 밖에서도 안을 들여다 볼 수 있다.

 

아마도 내 옥탑방에서 가져간 술로
거실서 바닥에 늘어놓고 2차로 마셔대다
그대로 쓰러져버렸는지,
박감독과 민수 선배를 비롯한 몇몇 스탭과 배우들이
음식쓰레기 옆에 뻗어서 켭켭히 지그재그로 쌓여있었다.

 

아아... 늘 생각하지만
난민수용소도 꼬락서니가 이렇게 비참하진 않을거다 -_-;;;

 

...그런데 그는?

 


조심스럽게 1층 현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뻗어있는 인간들은 많되,
멀쩡하게 일어나 움직이는 인간이
거의 없어 아직까지 조용하다.

 

인기척이 있는 것 같아 욕실문을 열었더니
그가 변기에 대고, 술 마신 것을 토하는 중이었다.

 

다가가 옆에 앉아, 등을 두드려주고 쓸어줬다.

 


[윤아 : 그러게 남의 걸 뺏어먹으니까, 탈이 나죠. ^^]

 

[선우 : ...]

 


대충 다 토한 것 같은데,
그가 고개를 들지 않는다.

 

양치컵에 물을 담아 건넸다.
입을 헹구게 하고, 입가를 티슈로 닦아줬다.

 

그제서야 그의 까칠한 얼굴을 보니, 한숨도 못잔 것 같았다.

 


[윤아 : ^^ 술 가져가신 건, 꼭 보상하세요..?
안그럼 도둑들었다고 신고할거니까.]

 


가볍게... 가자.
이제와서 지난 일로 심각해지는 게 더 이상한거니까.

 

그래서 나는 계속 방긋방긋 웃어보였다.

 

그를 부축해서, 그의 방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그와 함께 한 방을 쓰는
욱이 선배가 구석에 처박혀 잠들어 있었다.

 

침대에 그를 눕혔다.
멍하니 눈을 깜빡거리는 것이, 잠을 잘 것 같진 않지만.

 

민수 선배한테서 받은 촬영 스케쥴에
그는 오늘 오후에 서울 방송국의 스튜디오 촬영이 있었던 것 같은데...

 


[윤아 : 좀 주무세요, 오늘 서울 가셔야 되잖아요. ^^]

 


일어나려는데,
그의 손이 내 흉터있는 손목을 꽉 잡았다.
피가 통하지 않을 정도로...

 

그의 손에서
차마 말로, '미안하다'로, 끝내지 못할
아픈 감정이 전해져왔다.

 


[선우 : (갈라진) 윤아야-]

 

[윤아 : 아, 아... ^^ 참, 유리가 제 무용담을 얘기했다면서요?
철없을 때 잠깐 헛짓한 거 갖구... 창피하게스리... ^^;;;;]

 


남자들 사이에서,
군대에서 축구한 얘기가 최고의 화제고,
군대 훈련이 얼마나 쎘는지가 대단한 무용담(武勇談)이라면

 

청솔고교에선,
사회에서 얼마나 날라리로 놀았는지,
얼마나 드러운 세상 경험이 있었는지가
최고의 무용담이다.

 


손목 꽉 잡힌 그의 손을 풀어내려고 애쓰자,
어느 순간 그의 손이 힘없이 툭- 풀어지며 침대 아래로 떨어졌고,
그는 나에게서 얼굴을 옆으로 돌렸다.

 

이 남자... 또... 우나...?

 

그의 어깨가... 약하게 들썩거린다.

 

이번엔 정말 나... 때문에...?

 


...저 괜찮아요.
아직도 가끔 예전의 악몽을 꾸지만...
아니, 거기에 몇 가지 더해진 핏빛 악몽을 꾸지만...
그건 꿈일뿐이니까요, 절 해치진 않으니까요.

 


턱 밑까지 올라오는 말들을
꾸역꾸역 도로 삼켰다.

 

구석에서 자고 있던 욱이 선배가
'으음-' 뒤척였다.

 

그의 방을 나오면서,
편두통의 재발에 인상을 썼다.

 

빈 속에 먹은 진통제때문에
속이 계속 쓰린데... 또 먹어야 하나...

 

아무래도 오늘은 악몽에 시달릴 것 같다.

 

강간당하는 꿈,
내 몸 아래에서 피가 계속 흘러 나와
사방이 핏빛이 되는 낙태 꿈,
...그리고 그와 재회하기 전, 1년 전부터 꾸기 시작한 슬픈 꿈.

 


#
대본 뒷편에, '비상'을 시청하면서
메모해 둔 것을 같이 정리해 덧붙여
민수 선배 편에 박감독에게 보냈다.

 

서울의 연감독한테 가는 대본은,
정해진 제본소를 통해 제본되어 책자로 나오지만...
제본되어 이곳으로 운반되는 시간의 공백도 만만치 않아서,
이곳은 대부분 내가 에피소드별로 그 때 그 때 프린터기로 인쇄한 것을
복사해, 그걸 그대로 들고 촬영에 들어가는 경우가 태반이다.
그래서 난 절대 촬영직전에 쪽대본을 날리는 작가도 아닌데,
본의아니게 쪽대본을 남발하는 생방송 작가가 되어버렸다. -_-'''

 

노트북 옆에 놓아둔 핸드폰이 울렸다.

 

청솔고에서 살면서, 핸드폰같은 건 전혀 필요없었던 내게
민수 선배가 촬영 진행용으로 구비된 핸드폰 중 하나를
내게 억지로 쥐어줬었다.

 


[박감독F : 방금 다 읽었어. 이대로 가자. ^^]

 

[윤아 : 수정 볼 곳 없나요?]

 

[박감독F : 지난 번에 미리 다 얘기했던 게 대부분이라,
더 수정 볼 필요 없을 것 같은데..?]

 

[윤아 : 그럼, 저 앞으로 5시간 동안은 이거 꺼놓고 자겠습니다.]

 

[박감독F : 어, 그래. 수고했으~ ^0^]

 

[윤아 : 수고해주세요. ^^]

 

[박감독F : 오케바리. (딸깍)]

 


핸드폰 파워 버튼을 눌렀다.
띠리링~ 핸드폰이 마지막 비명을 지르며 꺼졌다.

 

이틀동안 세 시간도 채 못잤다,
그런데 잠이 쉽게 오지 않는다.

 

대본을 쓰면서 내 안에서 등장인물들이
한바탕 굿 판 벌인 여운이 아직까지 남아있어서 그런가보다.

 

쓰면서도 아직까지 모르겠는 것이...
한 시간짜리 이야기를 쓰는 것이,
구상을 끝내고 눈 앞에 흘러가는 한 시간짜리 장면을
옮겨 적는 것 뿐인데도...
어째서 초고 한 회 쓰는데에
최소한 7~8시간이 걸리는지 알 수 없다. -_-
계속되는 수정은 그렇다치고...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 없다,
난 다른 사람들보다 한시간짜리 드라마를
앞서 보는 것 뿐인데..

 


냉장고에서 차갑게 식힌 녹차 소주를 꺼냈다.
소주만 마시면, 나중에 머리가 아파서
미리 녹차잎을 넣어뒀다.

 

한 회 대본작업이 끝나면,
내가 나 자신에게 허용하는 짧은 자유의 시간.

 

술병과 안주거리 과자와 담배를 들고
방으로 들어가 매트에 누웠다.

 

넓은 방도 아닌데,
침대 매트 달랑 하나에 그 위에서 깔고 덮는 이불과 베개,
벽의 못에 걸린 옷들이 인테리어(?) 전부인지라..
항상 내 방이 아니라, 무슨 여관방같단 느낌이 자주 든다. ^^;;;

 

하긴, 방만 이런가...
주방 겸한 거실에도
노트북 놓고 작업하는 약간 큰 밥상에 좌식의자가 전부고
욕실 겸 화장실에도 원래 붙어있던 거울과
세면을 위한 최소한의 생필품이 전부다.

 

이미 반 년 넘게 살았으면서도, 정이 안든다.

 

하긴... 정들면 나중에 떠날 때 마음만 안좋지.

 


소주를 홀짝홀짝 마시면서, 담배를 태웠다.

 

허무하다...
한 회 대본을 써서, 박감독에게 바톤터치하고 나면
내 속이 텅-비어버린 것 같은 허망함이 견디기 힘들었다.

 

'비상'은 다른 이야기도 아닌 내가 주변 이야기를 소재로 했기 때문에
더더욱 다른 이야기보다 더 많이 내 안을 힘겹게 들여다보아야 한다.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내가
나와 가장 닮은... 나의 대변인 같은 서하영이 되어 그녀를 쓰는 것,
그리고... 동시에 서하영의 파트너 박상현도 내 안에 들여놓는 것.

 

서하영을 연기하는 조유리와
박상현을 연기하는 최선우.

 

드라마가 방송되면서,
대부분의 연기자들이 배역에 체질화되어
나에게 배역 그대로 살아 들어오는데,
두 사람만큼은 개인적으로 다른 면을 많이 알기에
그들의 체질화가 내게 온전히 전달되어 들어오지 않는다.

 

그럴수록 다른 에피소드를 쓸 때보다
내 에너지가 몇 배는 더 빠져나가는 것 같다.

 

그렇게 내 마음에 차있던 사랑도,
몸과 머리 속도 기운도... 대본작업이 끝나면
완전히 소진되서... 진이 다 빠져서...
한동안 일어서기도 힘들다.

 

대본 작업 초반엔
일어서다가 뒤로 엉덩방아를 찧기가 일쑤고,
무릎으로 기어다닐 정도였으니까.

 

다시 기운내서 다음 회를 쓰려면...
내 안의 뭔가를 완전히 태워버린 잿가루를 쓸어내고
다시 다음 회에서의 사랑을 시작하려면
술이라도 마셔야 했다.

 

그래도 그나마 대본 속의 인물들이
내 안에서 한바탕 굿하고 놀아날 때는 덜 외로운데...
작업이 끝나고, 지난 이야기를 훌훌 털때는
외롭고 고독하고 괴로움이 뼛속까지 스며들어온다.

 

하긴 그것들이 다음 대본 작업의
근본적인 힘이 되어주는 것이지만...

 


내 안이 텅-비고,
철저하게 혼자가 되자...
왈칵! 울음이 터져나온다.

 

어차피 나 혼자 감당하고 견뎌야 할 몫이다...
언제나 숨 죽여 혼자 남모르게 흐느낄 수 밖에 없는...

 

그렇지만... 정말 견디기 힘들다.
차마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내 어떤 속엣것 때문에.

 

이런 기막힌 타이밍에 그 감정까지 밀물처럼 한꺼번에 밀려오면,
마음이 죽고싶도록... 고통스럽다.

 

... 술을 마셔, 몸을 가누지 못하게 해
나 자신을 주저앉히는 방법도
별 효과가 없었다.

 

이럴 때면 어쩔 수 없이 자해를 하게 된다.

 

상처를 내면 그 통증때문에라도
다른 고통들을 잠깐이나마 잊을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 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그렇게 시작하는 '풀'이란 시를 썼던 김수영 시인은
6.25 전쟁 당시 거제도 포로 수용소에서
사상때문에 하루에도 수십명의 사람이 죽어가는 끔찍한 상황과
자신도 살해당할지도 모를 공포를 견디지 못하고
자신의 생니를 뽑는 자해를 했다고 한다.

 


자학도, 자해도 위험한 것이지만...
이 정도면 자살보단 낫지 않나...
칼등으로 팔 안을 살짝 스치는 정도라면.

 


금새 알콜에 취한 몸으로
거실로 나와 싱크대로 가서, 과도를 꺼내드는데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누구지...?

 

나와 직접적으로 대면할 필요가 있는 사람은
대본으로 연관된 사람뿐일텐데.

 

역시 대본에 수정 볼 것이 있었나?

 

방문자를 확인할 것도 없이, 현관문을 열었다.

 


[윤아 : 박감독님? (하다가, ! ) ... 선생님!]

 


그였다.

 

내 비틀거리는 몸을 살짝 문지방에 기댔는데,
그는 금새 알아차렸다.

 


[선우 : (찡그린) 또 술이야?]

 

[윤아 : ^^;;;]

 

[선우 : 대낮부터...]

 

[윤아 : (선우를 빨리 보내려고, 냉랭하게 선우 말 가로채는)

저한텐 이제부터 한밤중이에요.
근데 무슨 일이세요?]

 


그가 포장된 상자를 내밀었다.

 


[윤아 : ...? (선우 보고)]

 

[선우 : ...받아줬음 좋겠다.]

 


그의 말이... 애원조라서
할 수 없이 받아들었다.

 

일부러 그 자리에서 포장을 풀었다.

 

거절해도 그 자리에서 하는 게 낫다,

 

자살 기도했던 일까지 알아버렸는데
또 여러 번 부딪치는 것... 불편하다.

 


[윤아 : !! ]

 


고급스런 명품 여성용 손목시계와 보석 팔찌였다.

 

내가 굳어서 보고만 있자...

 


[선우 : 너 별로 안좋아할 것 같았지만...]

 

[윤아 : (선우 말 가로채며) 좋네요, 예쁘고. ^^
(꾸벅) 감사합니다.]

 

[선우 : ... (윤아 반응이 의외인)]

 

[윤아 : 저 지금 막 대본 넘겼거든요, 잠을 좀 자야되는데...]

 

[선우 : 아, 그래...]

 

[윤아 : 그럼...(목례하며, 문 닫으려는데)]

 

[선우 : 윤아야-]

 

[윤아 : 네?]

 

[선우 : (머뭇거리다가) ...술... 줄일 수 없니?
작업 힘들어서 그런 거 알겠는데...]

 


속에서 헛웃음이 나왔다.

 

알긴 뭘 안다고 그러나...이 사람이.

 

대본 끝내고 에너지를 다 소진하고
기절할 듯 허탈할 때... 떠오르는 사람이 그였다.

 

나를 다시 울 수 있게 해주었던, 그의 손길이...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던 그의 따스했던 손길이...
그리웠다.

 

당장이라도 그에게 달려가고 싶은
나 자신을 통제할 수 없을 것 같아,
몸뚱이만이라도 그냥 이 자리에
주저앉혀 놓으려고 시작한... 술이었다.

 


[윤아 : 안그래도 노력하고 있어요...^^]

 

[선우 : (반가운)...그래. 그럼 식사는...]

 

[윤아 : 선생님.]

 

[선우 : 응?]

 

[윤아 : 저 지금 무지 졸려요.]

 

[선우 : 아... 미안하다.]

 


그의 아쉬운 얼굴을 놓아두고
현관문을 닫는데, 현관 바닥에
메모지가 떨어져있는 게 보였다.

 

아까 포장지를 풀 때, 떨어졌나보다.

 

------------------------------
네가 좋아할 것 같진 않지만,
내 마음 편하자고 하는 것 같아서...
사놓고도 여러 번 망설였다.

 

너 불편하지 않게
내가 뭔가 해 줄 수 있는 게 있다면
알려줄래...?

                                   -최선우
------------------------------

 


단정한 글씨체로
그의 단정한 마음을 전하고 있었다.

 

시계와 팔찌...
사용할 일은 거의 없겠지만, 받아줘야 할 것 같았다.
그 의미를 아니까...

 

하지만... 메모지는 나를 더 견딜 수 없게 만들었다.

 

손에 잡히는대로 책상 위의 커터칼등으로
팔 안을 여러 번 그었다.

 


이젠 그가 내게 손을 내민다해도,
나 스스로도 절대 허락해선 안되는 사람...

 


조금만... 조금만 더 견디자.
'비상'이 이미 1/3을 넘어가고 있어.
이 드라마가 끝나면, 더 이상 서로 마주칠 일이 없겠지.
그는 서울로 돌아가 유성린과 결혼하고, 난 이곳에 남을테니까.

 

...그와 직접적으로 부딪치지 않는다면,
내 마음은 견디기 훨씬 쉬울테니까...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