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감히 석궁테러를 해? -_-;;;

성안토깽이2007.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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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가 사람을 물었다면 뉴스가 아니지만, 사람이 개를 물었다면 이는 뉴스거리이다. 최근 이처럼 우리의 관행적 관념을 깬 쇼킹한 사건이 벌어졌다. 재임용탈락 무효소송을 청구한 전직 대학교수가 그 소송을 기각한 판사에게 앙심을 품고 석궁으로 테러를 한 것이다. 그래서 언론이 들고 나섰다. 어느 보수 일간지의 준엄한 사설 제목은 '석궁에 유린된 법치주의'이다. 다른 주류 언론의 논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어떤 경우에도 정당화될 수 없는 폭력과 테러' '야만적 범죄' '국민 저항권 운운은 궤변' 등의 키워드가 이 사건에 대한 주류언론의 입장을 대변한다.

그런데 과연 '법치주의'와 '테러', '국가권력'과 '폭력', '정당한 지배'와 '야만적 범죄'의 차이는 뭘까? 답을 찾기 위해 개념사의 대가 코젤렉 교수가 편찬한 '역사기본개념' 사전을 찾아봤다. 그 사전은 위에서 언급한 대립적 개념들의 역사적 용례를 추적한 끝에, 놀랍게도 양자 간의 차이는 속된 말로 해서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의 차이에 지나지 않았음을 지적하고 있다. 즉, 지배 권력의 폭력성은 '법' '질서' '국가'의 이름으로 정당화되는 한편, 지배 권력에 대한 폭력적 도전은 '테러'라 명명되었다. 반면 지배 권력에 반대하거나 저항하는 사람들은 국가, 그리고 법과 질서를 '테러'라 불렀다. 한마디로 내가 어떤 입장에 서있느냐에 따라, 법치주의가 테러가 될 수 있고, 반대로 테러가 권력의 폭력에 대한 정당한 저항행위가 될 수 있다.

여기서 의적과 탐관오리, 안중근과 이토 히로부미, 빈 라덴과 조지 W. 부시는 굳이 언급할 필요도 없다. 중요한 것은 재임용탈락 무효 소송에서 피고가 되었던 서울의 유명 사립대학과 그 대학을 운영하는 국내 최대의 재벌, 그리고 사법부 및 판사라는 국가권력, 이 지배 권력의 트라이앵글에 주류언론이라는 또 다른 지배 권력이 가세해 '법치주의 수호 신성동맹'을 맺고 일개 국민에 지나지 않는 전직 교수와 투쟁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중립적인 견지에서 한마디 질책하자. 이 어리석은 전직교수여, 당신이 지닌 석궁의 폭력이 파워엘리트 신성 동맹군의 전지전능한 폭력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까?

그러나 필자는 그 전직교수를 변호하고 싶다. 약자에 대한 동정은 인지상정이 아닌가. 그 전직교수는 자신이 근무하던 대학의 수학 입시 문제 하나가 틀리게 출제된 것을 지적하고 이 문제에 대한 합리적 대처방안을 제안했다. 그러나 이것이 화근이 되어 해교행위로 징계를 받고, 마침내는 대학에서 쫓겨난 것이다. 이후 그는 법치주의를 신봉하는 여느 평범한 시민처럼 법정에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 과정에서 그는 수학문제의 오류에 대한 자신의 지적을 지지하는 국내외의 수많은 동료 수학자들의 탄원서를 법정에 제출했다. 재임용탈락의 원인이 무효였다는 판결을 기대했으리라. 그러나 법원은 이를 무시했다. 이후 그는 합법적 테두리 내에서 사력을 다해 자신의 인권을 지키기 위한 투쟁을 했다. 이번 테러를 자행하기 직전까지 말이다.

어린아이들도 알 것이다. 틀린 것을 틀렸다고 말한 양심적 교수, 이 발언 때문에 자신의 권위가 손상된 힘 있는 출제 교수, 힘 있는 교수와 공모하여 그 교수를 왕따 시킨 과내의 동료 교수들, 자신의 실수가 외부에 알려진 것이 화가 나서 그에게 보복한 학교, 또한 이 사실을 알면서도 학교 측의 주장대로 그가 교육자적 자질이 없음을 트집 잡아, 앞서 말한 재임용탈락의 잘못된 원인보다 그의 자질이 더 큰 문제이기 때문에 재임용탈락은 유효하다고 공개적으로 궤변을 늘어놓는 판사. 이 중 누가 틀렸는지를.

판사님께 한 마디만 더 하자. 듣기에 따라서는 교육자적 소신으로 들리는 발언 몇 마디를 가지고 그가 교육자적 자질이 없다고? 당신은 그가 학생을 폭행하거나 성추행한 물적 증거나, 그가 여느 정치교수들처럼 휴강을 밥 먹듯이 했다는 증거를 확보한 채 그런 소리를 하는가?

한나 아렌트는 다수의 보통사람이 지녔던 악의 평범성이 결국 나치의 엄청난 범죄를 초래했음을 지적한 바 있다. 우리의 대한민국은 대중을 도덕적 재앙으로 몰아가는 기관차 같다. 무섭다. 그 끝은 파국이기에. 오, 주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