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신들의 유희 정웅기는 이상하게 분노가 솟아올랐다. 흉가에서 좆긴 것도 정말 무서웠고 민장호가 끔찍하게 죽은 것도 화가 났다. 그리고 잘 달리던 차에 갑자기 뛰어들어 차를 망가트린 할머니와 저 남자가 정말 싫었다. 그는 지금 마음속에서 부글거리는 분노를 풀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 그리고 그 분노의 대상은 당연히 할머니와 검은 도포를 입은 사나이였다. 심운중 또한 정웅기와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 그 또한 여태 두려움에 좆긴 것이 억울하고 미칠 것 같았다. 왜? 왜? 자신이 이렇게까지 무서움에 떨며 도망 다녀야 하는지 이제는 정말 짜증나고 미칠 것 같았다. 그리고 차사고까지 나다니....이젠 정말 참을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들이 씩씩거리며 다가가자 할머니와 검은 도포의 사내가 쳐다보았다. 정웅기가 화난 목소리로 소리쳤다. “뭡니까? 길 한가운데 떡! 하니 있으면 어떻게 해요? 죽으려고 작정했어요?” 심운중이 옆에서 거들었다. “할머니! 길 한가운데는 위험하니 길옆으로 다녀야지요. 그리고 아저씨! 아저씨는 다 알 것 같게 생긴 사람이 말이야 노친네 데리고 다니려면 길 한쪽으로 다녀야지 저 차 어떻게 할 겁니까?“ 그들이 씩씩거리며 말하자 주름살투성이의 할머니가 히죽 웃으며 말했다. “고놈들 귀엽게 노는구나. 다 놀았으면 이제 우리와 가련?” 할머니의 말을 들은 정웅기와 심운중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헛! 참! 아니 이 할머니가? 귀엽게 논 다구요? 저 차 안보이세요? 저 차 어떻게 할 겁니까?” “할머니! 저 찻값이 얼마 나가는지 아세요? 아주 비싼 차란 말이 예요.” 그들의 말을 계속 들으며 무표정하게 있던 검은 도포의 사내가 말했다. “차 값만 물어주면 우리와 같이 가겠느냐?” 그의 말을 들은 정웅기는 헛웃음이 나왔다. “헛 참나! 뭐? 같이 가? 이게 날...........” 정웅기는 더 이상 말을 할 수 없었다. 화가 나서 한 바탕하려고 검은 도포의 사내를 쳐다본 그는 온 몸이 얼어붙듯 움직일 수 없었다. 검은 도포의 사내의 푸른 눈빛을 보자 온 몸이 싸늘하게 식으면서 식은땀이 등줄기에 흘러내렸다. 심운중은 정웅기의 표정이 이상하자 검은 도포의 사내를 쳐다보고 기겁했다. “헉! 뭐....야?” 그들의 놀람에 찬 표정을 보며 검은 도포의 사내가 히죽 웃으며 말했다. “후후후....이제는 같이 갈 수 있지?” 히죽 웃는 그의 창백한 얼굴과 푸른 눈은 끔찍스럽다 못해 경악스러웠다. 놀란 정웅기와 심운중이 비명을 지르며 뒤돌아 도망쳤다. “아아아아아” 그러나 그들은 얼마 못가 멈추어야 했다. 어느새 마을의 이미지가 확 바뀌어버렸던 것이다. 길가에 늘어서 있던 수많은 마을 사람들은 사라지고 검은 도포를 입은 사람들이 주위에 꽉 들어차 있지 않은가! 그 모습을 본 심운중이 덜덜 떨며 중얼거렸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저 시커먼 놈들이 언제 이렇게 모여든 거야.” 정웅기도 놀라며 심운중의 손을 잡고 말했다. “도망가자!” 그가 말하며 뛰기 시작하자 심운중이 같이 뛰었다. 그 모습을 뒤에서 보던 검은 도포의 사내는 히죽 웃더니 괴상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끌고 와라!” 그의 외침에 주위에 가득 차 있던 검은 도포의 사람들이 심운중과 정웅기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그들의 움직임은 마치 물결이 흐르듯 무척이나 자연스러워 걷거나 뛰는 것 같지 않았다. 그들이 어느새 스윽 다가와 심운중과 정웅기의 앞을 가로 막았다. 놀란 정웅기가 앞을 막는 한 명을 주먹으로 올려쳤다. 스윽! 그러나 앞에 있던 검은 도포의 사람은 유령처럼 슬며시 옆으로 빠지며 정웅기를 덮쳐왔다. 놀란 정웅기가 옆으로 피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또 다른 검은 도포의 사람이 정웅기의 팔을 붙잡았다. “앗! 놔! 이거 놔!” 정웅기가 버둥거렸지만 순식간에 여러 명의 검은 도포의 사람들이 정웅기의 주위로 몰려들더니 그를 꽉 잡고는 바닥을 미끄러지듯 질질 끌고 가기 시작했다. “안돼! 이거 놔! 안돼! 놔줘!” 이리저리 피해 다니던 심운중은 정웅기가 검은 도포의 사람들에게 끌려가자 안타깝게 소리쳤다. “웅기야!” 그가 소리칠 때 어느새 다가온 검은 도포의 사람들이 그의 주위를 천천히 에워싸기 시작했다. 심운중은 사방에서 푸른 눈을 반짝이며 창백한 표정으로 다가드는 그들을 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아! 제발!’ 그러나 그의 바람과는 달리 검은 도포의 사람들이 순간에 다가와 그의 양팔을 붙잡았다. “안돼! 이거 놔!” 그가 소리치며 거세게 반항하자 검은 도포의 사람이 순간 푸른 눈을 싸늘하게 빛내며 괴상한 외침을 질러댔다. 캬아아악! 캬아아악! 그 소리를 들은 심운중은 온 몸이 싸늘하게 식어가며 주체할 수 없는 공포가 가슴속에 스며들었다. “아아아아. 살려줘!” 검은 도포의 사람들은 순식간에 심운중을 잡더니 미끄러지듯 그를 끌고 가기 시작했다. “살려줘! 제발!” 심운중과 정웅기는 검은 도포의 사람들에게 끌려가며 애원했지만 그들은 아무 말도 없이 길 가운데 있던 할머니와 검은 도포의 사내가 있는 곳으로 데려갔다. 끌려온 심운중과 정웅기를 보고 할머니가 주름진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 “바보 같은 것들! 이미 시간의 문이 열려서 혼돈의 강을 건너야 하거늘 너희들 때문에 늦어지고 있지 않느냐! 이번에 혼돈의 강을 넘지 못하면 너희들은 평생 이곳 안개마을에 갇혀 살아야 한다.“ 할머니의 말을 들은 정웅기가 의문스런 얼굴로 물었다.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혼돈의 강은 뭐고 시간의 문은 또 뭡니까? 그것을 왜 저희들이 건너야 된다는 겁니까?“ 그의 말에 할머니는 혀를 차며 안타까운 듯 말했다. “아직도 스스로의 죽음을 자각하지 못했느냐? 그러니 망각의 공간에서 망령들에게 좆기고 있었지. 너희들은 이미 죽은 몸. 스스로 자각을 했다면 처음부터 이 안개마을로 들어와 시간이 문이 열릴 때까지 기다렸을 것인데.....쯔즈...“ 할머니의 말을 들은 정웅기와 심운중은 충격을 받았다. “뭐요? 죽어요? 우리가?” “내가 죽었다니 말도 안돼!” 그들의 혼란스러운 표정을 보고 검은 도포의 사내가 괴상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너희들은 이미 현세에서 죽어 영혼이 되어 망각의 공간을 헤매다 이곳 안개 마을로 들어온 것이다. 그것도 운이 좋았던 거지! 어떤 영혼은 스스로 자각을 못하고 망각의 공간에 머물다 망령들에게 영혼을 흡수당하는 경우도 있으니 이제 곧 시간의 문이 열려 혼돈의 강을 넘으면 저승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의 말을 들은 정웅기는 믿지 못하겠다는 듯이 말했다. “아니요. 전 죽지 않았어요. 제가....어떻게 죽었다는 말이죠? 어떻게......” 그의 말을 들은 할머니는 한숨을 쉬더니 검은 도포의 사내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검은 도포의 사내가 정웅기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 정웅기는 그의 손이 머리에 닿자 순간 싸늘한 기운이 머릿속을 헤매는 것 같더니 이내 정신이 밝아오며 마치 스크린처럼 자신의 인생이 눈앞에 펼쳐졌다. 약간의 시간이 지났을까. 검은 도포의 사내가 손을 떼자 정웅기는 허탈한 듯 털썩 주저앉으며 중얼거렸다. “그랬군! 그랬던 거였어.....” 그의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던 심운중이 그를 잡고 흔들며 말했다. “정말 우리가 죽은 거야? 그런 거야? 난? 난 어떻게 죽은 건데?” 심운중의 혼란에 찬 말을 들려왔지만 정웅기는 아무 말이 없었다. 강민우와 강민아는 심운중과 정웅기가 검은 도포의 사람들에게 끌려가는 것을 보며 기겁을 하고 숨었다. 그들은 달려가 도와주고 싶었지만 검은 도포를 입은 사람의 숫자가 너무 많았다. 그리고 검은 포도의 사람들은 푸른 눈을 번쩍이며 강민우와 강민아도 찾고 있었다. 강민아가 울먹이며 말했다. “어떻게...웅기와 운중이가 잡혀갔어.” “쉿! 놈들이 온다.” 어느새 검은 도포를 입은 사람들이 그들이 숨은 곳까지 미끄러지듯 다가왔다. 그들은 안개 낀 숲 여기저기를 뒤지며 강민우와 강민아를 찾았다. 그러나 다행히 강민우와 강민아는 높게 쌓아올린 볏짚 덤미 속에 숨어들어가 쉽게 찾을 수 없었다. 그들은 숨죽이며 검은 도포의 사람들이 사라지기 기다렸지만 그들은 쉽게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몇 명의 검은 도포의 사람들이 볏짚 더미 쪽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들은 푸른 눈을 번쩍이며 볏짚더미를 천천히 쳐다보았다. 그러더니 이내는 다가와 볏짚더미를 걷어내려 했다. 강민우와 강민아는 속으로 놀라며 덜덜 떨었다. ‘큰일이다!’ 검은 도포의 사람들이 막 볏짚더미를 걷어내려는 찰라, 괴상한 소리가 울렸다. 크크크크.....크크크크.....크아아아아아.... 그 소리를 듣던 검은 도포의 사람들은 인상을 쓰더니 소리가 나는 쪽으로 사려져 갔다. 강민우와 강민아는 다행스런 한 숨을 쉬었다. “휴우~” “그런데....저 소리....우리를 좆던 그 무서운 그림자들의 소리 같지 않아?” 강민아의 말에 강민우도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런 것 같아. 일단 빨리 여기서 피하자!” 그들은 주위를 살핀 후 조용히 볏짚더미에서 나와 안개 낀 숲으로 숨어 들어갔다. 괴상한 소리가 안개 마을에 울려 퍼지더니 이내 시커먼 그림자들이 마을 하늘에 가득 들어차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인상을 쓰며 보던 검은 도포의 사내가 할머니를 보고 말했다. “대모님! 이상합니다. 저들은 망각의 공간에 있는 망령들인데 어떻게 이곳까지 왔을 까요? 잘 못하다가는 안개마을이 피해를 입겠습니다.“ 대모로 불린 할머니는 하늘 가득 검은 색으로 덮고 있는 그림자들을 보며 말했다. “흥! 이제 마지막 승부수를 던지려는 거지.” “마지막 승부수라뇨?” “넌 신경 쓸 것 없다. 넌 저들이나 데리고 혼돈의 강을 넘어라.” 대모가 정웅기와 심운중을 가리키며 말하자 검은 도포의 사내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기 도망간 놈들은 어떻게 할까요? 잡아 와야겠죠?” 대모는 검은 도포의 사내를 힐끔 쳐다보더니 말했다. “아니야. 됐어. 나도 승부수를 한번 던져봐야지. 후후” “예? 무슨?” “이미 저들이 나간다 해도 이곳 보다 좋을 것 없는 세상이야. 그리고 운 좋으면 ....후후....잘되는 것이고.....잘 안되면 또다시 잡아오지. 후후후후“ 검은 도포의 사내는 도대체 대모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단지, 도망간 사람들을 그냥 내버려 두어야 한다는 것만 알뿐이었다. 검은 도포의 사내는 정웅기와 심운중에게 말했다. “가자!” 그의 말에 정웅기와 심운중은 고개를 푹 수그리고 천천히 넋을 놓은채 따라가기 시작했다. 그들의 뒤 쪽으로는 검은 그림자가 안개 마을을 헤집어 놓고 있었다. 그림자들은 괴상한 소리를 지르며 하얀색 일색의 마을 사람들을 하나 둘씩 잡아먹기 시작했다. 정웅기는 그 끔찍한 장면을 쳐다보며 검은 도포의 사내에게 말했다. “왜 저들을 구해주지 않죠?” 검은 포도의 사내는 잡아먹히는 마을 사람들을 보며 말했다. “그건 내가 관여할 일이 아니다. 너희들은 운 좋은 줄 알아라. 얼른 가자!” 그의 재촉에 뒤돌아서려던 심운중이 멈추어 서며 뒤 쪽 그림자를 다시 쳐다봤다. 그가 멈추어 서서 가지 않자 검은 도포의 사내가 다시 재촉했다. “얼른 가자! 우리도 잘 못하면 저들에게 잡혀 먹힌다.” 심운중은 그의 재촉에 다시 몸을 돌려 걸어가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상하다. 장호 같았는데.....” 그의 말에 정웅기가 말했다. “무슨 소리야? 장호라니?” “방금 검은 그림자 중에 장호하고 무척 닮은 그림자를 본 것 같아서...내가 잘못 봤겠지.” 이내 그들은 검은 도포의 사내를 좆아 안개 속으로 사라졌다. 그러나 정웅기와 심운중은 안개 낀 숲 속에서 자신들을 지켜보는 검은 그림자가 하나이었다는 것을 몰랐다. 얼마나 달렸는지 몰랐다. 강민우와 강민아는 안개 낀 숲을 달리고 달렸다. 숨이 턱까지 올라 찼지만 멈출 수가 없었다. 언제 또다시 검은 그림자가 좆아 올지도 몰랐고, 검은 도포의 사람들도 만나게 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 그들이 어느 정도 달려갔을까? 숲의 중간에 거대한 석상이 하나 서 있는 것이 보였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가부좌를 틀고 있는 부처상이었다. 아니, 부처상으로 볼 수는 없었다. 그 얼굴이 무척이나 기괴하고 무섭게 생겼기 때문이었다. 인자함은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그 석상은 왼손은 하늘을 가리키고 오른 손은 연인원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강민우와 강민아는 기괴한 자세와 생김을 갖은 석상을 보며 기분이 묘했다. “이상하다. 숲 한가운데 갑자기 웬 석상?” “그러게. 정말 이상하네. 얼굴 표정도 무섭고....” 그들은 석상 주위를 천천히 돌며 살폈다. 석상 앞 쪽에 있는 바닥을 보더니 강민아가 말했다. “바닥에 무슨 원이 이렇게 많이 그려져 있지?” 그녀의 말대로 석상 앞에는 커다란 원이 하나 있고 그 안에 무수한 작은 원들이 그려져 있었다. 무척이나 오묘하고 신비스런 문양이었다. 강민우는 그 원 모양을 유심히 보자 갑자기 머리가 어지러웠다. 그는 휘청거리다 쓰러질 것 같아 석상의 오른 손을 잡았다. 그러자, 툭! 하는 소리와 함께 석상의 오른 손이 옆으로 틀어지는 것이 아닌가! “뭐지? 석상의 손이 움직이네.” 그는 말하며 석상의 오른 손을 천천히 옆으로 틀었다. 투툭! 하는 소리와 함께 이상한 음향이 울려왔다. 우우우우우웅!!!! 그러더니 바닥의 조그만 원들이 갑자기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큰 원들과 겹쳐지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이내 원 중간이 쩍! 하고 갈라지며 찬란한 빛 줄기가 솟아 올라왔다. 너무나 강렬한 빛줄기에 놀란 강민우와 강민아가 소리치며 뒤로 물러나려 했으나 몸이 마음대로 움직여주지 않았다. 마치 자석에 끌려가는 듯 그들은 점점 빛기둥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엇! 미끄러져....계속! 이렇다가 저 속에 빠지겠어!” 강민우는 무엇이든 잡으려고 몸부림 쳤지만 아무것도 손에 잡히는 것이 없었다. 강민아가 쭉! 미끄러지며 빛줄기 속으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안돼! 민우야!” 놀란 강민우가 돕고 싶었지만 그의 몸도 갑자기 쭉! 당기는 느낌이 들며 순식간에 빛기둥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안돼! 아아아!” 강민아도 함께 같이 빛기둥 속으로 빨려 들어가며 찬란한 빛에 눈이 부셔 눈을 뜰 수 없었다. 그들은 빛기둥 속에 빨려 들어가 끝없이 떨어져 내려가기 시작했다. “아아아아아” 그러면서 순식간이지만 자신이 살아온 모든 생애가 주마등처럼 그들의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강민아는 정신이 희미하게 들면서 목이 무척이나 아파왔다. 마치 뼈가 부러진 듯 아프고 절여왔다. 그녀는 차가운 거리 바닥에 누워있었다. 천천히 정신을 차린 강민아는 아픈 목을 만지며 자신이 왜 이렇게 거리 바닥에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었는지 기억해 내려했다. “어떻게 된 거지?” 그녀는 혼란스런 머리를 잡고 주위를 살펴보았다. 그녀의 눈에 들어온 거리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달리는 차도 걸어 다니는 행인도 심지어 개나 고양이도 눈에 띄지 않았다. 그리고 상점에도 사람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마치 죽은 도시 같은 분위기에 강민아는 부스스 일어서며 혼란스런 머리를 흔들어대었다. “어떻게 된 거지?” 그때, 그녀의 뒤 쪽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려 쳐다보니 남자 한명이 끙끙거리며 일어서고 있는 것이 보였다. 처음에는 생소했으나 자세히 보니 자신이 알고 있는 사람 같아 보였다. “누...누구 시죠?” 그녀의 물음에 남자가 뒤 돌아보았다. 그 순간,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 쳤다. 그리고 이내 순식간에 그녀의 머리 속에서 과거의 기억이 번개처럼 떠올랐다. ‘파란 눈! 악마의 심장에 전염된 파란 눈! 그래! 저 사람은 강민우 그와 난 같이 도망쳐 나왔는데....그도 악마의 심장에 전염되어서 나를 공격했었지.‘ 생각이 나자 강민아는 놀라서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그녀를 보던 강민우는 아픈 머리를 만지며 이상한 듯 물었다. “왜 그래요? 민아씨! 전....괜찮아요.” 그의 말을 들은 강민아는 두려운 목소리로 물었다. “당신....악마의 심장에 전염되어서 절 목 졸라 죽이려 했잖아요.” “미안해요. 저도....기억이나요. 그땐 제 정신이 아니었어요. 그러나 이제는 전염된 기운 없어졌어요. 나를 지배하던 그 이상한 목소리도 사라졌고요.“ 강민아는 그의 소리를 듣고 강민우의 눈과 얼굴을 보았다. 그리고는 이내 긴장된 얼굴이 풀리며 말했다. “정말인가요?” “예. 어떻게 된 건지는 모르지만.....전염이 해독 된 것 같아요.” “눈동자에 푸른색이 없어진 것을 보니.... 그런 것 같네요.” 강민우는 혼란 스러운 듯 인상을 쓰며 말했다. “그런데 우린 어떻게 된 거죠?” “뭐가요?” 그녀의 물음에 무언가 말하려 하던 강민우는 입을 다물었다. 강민아는 그가 묻고자 하는 것이 혹시 자신이 지금 마음속에 품고 있는 괴상한 악몽에 관한 것이 아닐까 생각했으나 아내 고개를 저었다. ‘아니겠지. 그냥 나만 이상한 악몽을 꾼 거야. 악마의 심장 때문에...’ 강민우도 속으로 생각했다. ‘정말 이상한 악몽이었다. 악마의 심장에 전염되어서 그런 꿈을 꾸었을까?’ 그들이 서로의 생각에 몰두해 있을 때, 거리 끝 쪽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더니 일단의 사람들이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쿠쿠쿠쿠...... 그 모습을 본 강민우와 강민아는 경악스런 표정을 지었다. “전염자들 이예요. 어떻게 하죠?” “도망갑시다.” 강민우가 소리치며 뒤 쪽으로 달려가자 강민아가 좆아 갔다. 그러나 그들은 이내 걸음 멈출 수밖에 없었다. “맙소사! 이쪽에도 있어요.” “사방에 전염자들이 널렸어요.” 그들은 양 쪽 길가에서 천천히 다가오는 푸른 눈 빛의 전염자들을 보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상가로 들어갑시다.” 강민우가 소리치며 상가로 들어가려 할 때, 와장창! 하는 소리와 함께 상가 유리 창이 깨지며 그곳에서도 전염자들이 튀어 나왔다. 강민우와 강민아는 갑작스럽게 사방에서 조여 오는 전염자들을 보며 참담했다. 그들은 피하려 해도 피할 곳이 없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그 모습을 보며 강민우가 중얼 거렸다. “아직도 꿈에서 깨지 못 한거야. 난 아직도 악몽을 꾸고 있는 거야.” 강민아도 고개를 흔들며 중얼거렸다. “우리 몸속에 해독제가 있는데....우리가 죽으면 정말 인간은 멸종되는 거야.” 그러나 그들이 중얼거리는 와중에도 차갑고 푸른 눈빛을 번쩍이며 악마의 심장에 전염된 사람들이 침을 질질 흘리며 몰려들고 있었다. 하늘은 잿빛으로 물들고 있었고 아스팔트는 붉은 빛으로 번져가고 있었다. 세상의 종말은 그렇게 예고 없이 우리들을 찾아오고 있었던 것이다. -에필로그- 우유 빛 투명한 공간에 아름다운 여인 수가 누워있었다. 그녀는 비가 오듯 땀을 흘리며 괴로워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안타깝게 지켜보던 에레보스가 옆에 있는 발드르에게 말했다. “이제 괜찮은 건가?” “아마 이제는 괜찮을 거야. 백신을 넣었으니....” “도대체 이유가 뭔가? 갑자기 저렇게 아픈 이유가.” “수는 자신 만의 아름다운 세상을 창조하겠다고 항상 말해왔었지.그러나 다른 신들은 웃긴 소리라고 말했어. 그러자 수는 자신의 말을 증명하겠다고 하면서 자신이 만든 세상을 몸속에 넣은 거야.“ “뭐야? 그럼 검증되지도 않은 세상을 자신의 몸속에 품었다는 것이야?” 발드르가 고개를 끄덕이며 슬픈 표정으로 계속 말을 이었다. “나도 처음에 무척 말렸지만 수는 말을 듣지 않더군. 자신이 창조한 세상을 너무 사랑하고 있었어. 그러나 수가 창조한 세상은 얼마 못가서 병균을 몰아 왔네. 너무나 지독한 병균을....악취가 나서 냄새도 맡지 못할 병균 때문에 수는 시름시름 앓고 있었던 거야. 더구나 자신이 창조한 세상이 몸속에서 병균을 만들어 자신을 죽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계속 놔두고만 있었어. 차마! 자신의 손으로 없앨 수 없었던 거지.“ 에레보스가 화가 나서 소리쳤다. “어리석긴! 그래 그럼 이제는 좋아지는 거지?” “응. 바이러스를 심었네. 곧 수가 창조한 세상에서 풍기는 악취는 사라지고 다시 아름다운 모습을 찾을 것이네. 걱정 말게.“ 에레보스가 중얼거리듯 말했다. “그러게 함부로 검증되지도 않은 것을 몸속에 품으면 안돼. 차라리 나처럼 몇 개 가지고 다니며 키워도 되잖아! 수는 너무 정이 많아.“ 발드르가 에레보슬 보며 말했다. “자네는 너무 잔인해. 저번에 가지고 다니던 것은 또 어떻게 했나? 모두 폐기 처분했지? 약간만 마음에 들지 않아도 없애버리니...쯔쯔....어떻게 자네 같은 성격과 수가 잘 어울리는 모르겠어.“ 그들이 말하고 있을 때, 수가 힘겹게 눈을 뜨며 말했다. “내가 만든 세상은.....어떻게 됐죠?” 에레보스가 한 숨을 쉬며 말했다. “미안해. 수! 다음에 더 좋은 세상을 만들어!” 그의 말에 수 투명한 눈동자에서 굵은 눈물을 흘러내렸다. “아...불쌍한.....내 아기들......불쌍한 내.....인간들.....” -- 우린 어쩌면 신들의 몸속에 있는 바이러스 일지도 모른다. 또는 신들이 즐기기 위해 툭 던져놓은 동그란 구슬 속 세상에 살고 있는지도..... 우리 인간의 끝없는 호기심과 상상은 신들이 심어놓은 장난 일지도 모른다. 아니 어쩌면 신은 우리 마음 속에 잠들어 있는 또다른 자신일지도 모른다...................바람. --- 좀 마지막이 거창한가요? ㅎㅎㅎ 그냥 가끔 생각했던 것을 써봤네요. 졸작을 끝까지 보아 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이번에는 정말 마지막이네요. 참! 제가 예전에 여기 올렸던....the mask(탈)-3부는 아직 준비 중이라 내년에나 올리게 되겠네요.....탈 3부는 더욱 색다르게 다시 써 내려갈 계획 입니다. 그때도 많은 응원 바랄께요...........그럼 연말 잘들 보내시고.........올 한 해 잘 마무리 하세요. 내년에는 행운만 가득하시고요..............^^ 벌써 12시 39분이 넘어가고 있네요. 마지막 글을 쓰느라 잠도 못하고.........ㅎㅎㅎ ......오타가 좀 있어도 용서해 주세요......졸린 눈으로 써서리...^^
악마의 심장-30(마지막회)
13. 신들의 유희
정웅기는 이상하게 분노가 솟아올랐다. 흉가에서 좆긴 것도 정말 무서웠고
민장호가 끔찍하게 죽은 것도 화가 났다. 그리고 잘 달리던 차에 갑자기 뛰어들어
차를 망가트린 할머니와 저 남자가 정말 싫었다. 그는 지금 마음속에서 부글거리는
분노를 풀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 그리고 그 분노의 대상은 당연히 할머니와
검은 도포를 입은 사나이였다.
심운중 또한 정웅기와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 그 또한 여태 두려움에 좆긴 것이
억울하고 미칠 것 같았다. 왜? 왜? 자신이 이렇게까지 무서움에 떨며 도망 다녀야 하는지
이제는 정말 짜증나고 미칠 것 같았다. 그리고 차사고까지 나다니....이젠 정말
참을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들이 씩씩거리며 다가가자 할머니와 검은 도포의 사내가 쳐다보았다.
정웅기가 화난 목소리로 소리쳤다.
“뭡니까? 길 한가운데 떡! 하니 있으면 어떻게 해요? 죽으려고 작정했어요?”
심운중이 옆에서 거들었다.
“할머니! 길 한가운데는 위험하니 길옆으로 다녀야지요. 그리고 아저씨!
아저씨는 다 알 것 같게 생긴 사람이 말이야 노친네 데리고 다니려면 길
한쪽으로 다녀야지 저 차 어떻게 할 겁니까?“
그들이 씩씩거리며 말하자 주름살투성이의 할머니가 히죽 웃으며 말했다.
“고놈들 귀엽게 노는구나. 다 놀았으면 이제 우리와 가련?”
할머니의 말을 들은 정웅기와 심운중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헛! 참! 아니 이 할머니가? 귀엽게 논 다구요? 저 차 안보이세요? 저 차 어떻게
할 겁니까?”
“할머니! 저 찻값이 얼마 나가는지 아세요? 아주 비싼 차란 말이 예요.”
그들의 말을 계속 들으며 무표정하게 있던 검은 도포의 사내가 말했다.
“차 값만 물어주면 우리와 같이 가겠느냐?”
그의 말을 들은 정웅기는 헛웃음이 나왔다.
“헛 참나! 뭐? 같이 가? 이게 날...........”
정웅기는 더 이상 말을 할 수 없었다. 화가 나서 한 바탕하려고 검은 도포의 사내를
쳐다본 그는 온 몸이 얼어붙듯 움직일 수 없었다. 검은 도포의 사내의 푸른
눈빛을 보자 온 몸이 싸늘하게 식으면서 식은땀이 등줄기에 흘러내렸다.
심운중은 정웅기의 표정이 이상하자 검은 도포의 사내를 쳐다보고 기겁했다.
“헉! 뭐....야?”
그들의 놀람에 찬 표정을 보며 검은 도포의 사내가 히죽 웃으며 말했다.
“후후후....이제는 같이 갈 수 있지?”
히죽 웃는 그의 창백한 얼굴과 푸른 눈은 끔찍스럽다 못해 경악스러웠다.
놀란 정웅기와 심운중이 비명을 지르며 뒤돌아 도망쳤다.
“아아아아아”
그러나 그들은 얼마 못가 멈추어야 했다. 어느새 마을의 이미지가 확 바뀌어버렸던
것이다. 길가에 늘어서 있던 수많은 마을 사람들은 사라지고 검은 도포를 입은
사람들이 주위에 꽉 들어차 있지 않은가!
그 모습을 본 심운중이 덜덜 떨며 중얼거렸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저 시커먼 놈들이 언제 이렇게 모여든 거야.”
정웅기도 놀라며 심운중의 손을 잡고 말했다.
“도망가자!”
그가 말하며 뛰기 시작하자 심운중이 같이 뛰었다. 그 모습을 뒤에서 보던 검은 도포의
사내는 히죽 웃더니 괴상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끌고 와라!”
그의 외침에 주위에 가득 차 있던 검은 도포의 사람들이 심운중과 정웅기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그들의 움직임은 마치 물결이 흐르듯 무척이나 자연스러워 걷거나 뛰는 것
같지 않았다. 그들이 어느새 스윽 다가와 심운중과 정웅기의 앞을 가로 막았다.
놀란 정웅기가 앞을 막는 한 명을 주먹으로 올려쳤다.
스윽!
그러나 앞에 있던 검은 도포의 사람은 유령처럼 슬며시 옆으로 빠지며 정웅기를
덮쳐왔다. 놀란 정웅기가 옆으로 피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또 다른 검은 도포의 사람이
정웅기의 팔을 붙잡았다.
“앗! 놔! 이거 놔!”
정웅기가 버둥거렸지만 순식간에 여러 명의 검은 도포의 사람들이 정웅기의 주위로
몰려들더니 그를 꽉 잡고는 바닥을 미끄러지듯 질질 끌고 가기 시작했다.
“안돼! 이거 놔! 안돼! 놔줘!”
이리저리 피해 다니던 심운중은 정웅기가 검은 도포의 사람들에게 끌려가자
안타깝게 소리쳤다.
“웅기야!”
그가 소리칠 때 어느새 다가온 검은 도포의 사람들이 그의 주위를 천천히 에워싸기
시작했다.
심운중은 사방에서 푸른 눈을 반짝이며 창백한 표정으로 다가드는 그들을 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아! 제발!’
그러나 그의 바람과는 달리 검은 도포의 사람들이 순간에 다가와 그의 양팔을
붙잡았다.
“안돼! 이거 놔!”
그가 소리치며 거세게 반항하자 검은 도포의 사람이 순간 푸른 눈을 싸늘하게
빛내며 괴상한 외침을 질러댔다.
캬아아악! 캬아아악!
그 소리를 들은 심운중은 온 몸이 싸늘하게 식어가며 주체할 수 없는 공포가
가슴속에 스며들었다.
“아아아아. 살려줘!”
검은 도포의 사람들은 순식간에 심운중을 잡더니 미끄러지듯 그를 끌고 가기
시작했다.
“살려줘! 제발!”
심운중과 정웅기는 검은 도포의 사람들에게 끌려가며 애원했지만 그들은
아무 말도 없이 길 가운데 있던 할머니와 검은 도포의 사내가 있는 곳으로 데려갔다.
끌려온 심운중과 정웅기를 보고 할머니가 주름진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
“바보 같은 것들! 이미 시간의 문이 열려서 혼돈의 강을 건너야 하거늘 너희들
때문에 늦어지고 있지 않느냐! 이번에 혼돈의 강을 넘지 못하면 너희들은 평생
이곳 안개마을에 갇혀 살아야 한다.“
할머니의 말을 들은 정웅기가 의문스런 얼굴로 물었다.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혼돈의 강은 뭐고 시간의 문은 또 뭡니까? 그것을 왜
저희들이 건너야 된다는 겁니까?“
그의 말에 할머니는 혀를 차며 안타까운 듯 말했다.
“아직도 스스로의 죽음을 자각하지 못했느냐? 그러니 망각의 공간에서 망령들에게
좆기고 있었지. 너희들은 이미 죽은 몸. 스스로 자각을 했다면 처음부터 이 안개마을로
들어와 시간이 문이 열릴 때까지 기다렸을 것인데.....쯔즈...“
할머니의 말을 들은 정웅기와 심운중은 충격을 받았다.
“뭐요? 죽어요? 우리가?”
“내가 죽었다니 말도 안돼!”
그들의 혼란스러운 표정을 보고 검은 도포의 사내가 괴상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너희들은 이미 현세에서 죽어 영혼이 되어 망각의 공간을 헤매다 이곳
안개 마을로 들어온 것이다. 그것도 운이 좋았던 거지! 어떤 영혼은 스스로
자각을 못하고 망각의 공간에 머물다 망령들에게 영혼을 흡수당하는 경우도
있으니 이제 곧 시간의 문이 열려 혼돈의 강을 넘으면 저승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의 말을 들은 정웅기는 믿지 못하겠다는 듯이 말했다.
“아니요. 전 죽지 않았어요. 제가....어떻게 죽었다는 말이죠? 어떻게......”
그의 말을 들은 할머니는 한숨을 쉬더니 검은 도포의 사내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검은 도포의 사내가 정웅기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
정웅기는 그의 손이 머리에 닿자 순간 싸늘한 기운이 머릿속을 헤매는 것
같더니 이내 정신이 밝아오며 마치 스크린처럼 자신의 인생이 눈앞에 펼쳐졌다.
약간의 시간이 지났을까. 검은 도포의 사내가 손을 떼자 정웅기는 허탈한 듯
털썩 주저앉으며 중얼거렸다.
“그랬군! 그랬던 거였어.....”
그의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던 심운중이 그를 잡고 흔들며 말했다.
“정말 우리가 죽은 거야? 그런 거야? 난? 난 어떻게 죽은 건데?”
심운중의 혼란에 찬 말을 들려왔지만 정웅기는 아무 말이 없었다.
강민우와 강민아는 심운중과 정웅기가 검은 도포의 사람들에게 끌려가는 것을
보며 기겁을 하고 숨었다. 그들은 달려가 도와주고 싶었지만 검은 도포를 입은 사람의
숫자가 너무 많았다. 그리고 검은 포도의 사람들은 푸른 눈을 번쩍이며 강민우와
강민아도 찾고 있었다.
강민아가 울먹이며 말했다.
“어떻게...웅기와 운중이가 잡혀갔어.”
“쉿! 놈들이 온다.”
어느새 검은 도포를 입은 사람들이 그들이 숨은 곳까지 미끄러지듯 다가왔다.
그들은 안개 낀 숲 여기저기를 뒤지며 강민우와 강민아를 찾았다. 그러나 다행히
강민우와 강민아는 높게 쌓아올린 볏짚 덤미 속에 숨어들어가 쉽게 찾을 수
없었다. 그들은 숨죽이며 검은 도포의 사람들이 사라지기 기다렸지만 그들은
쉽게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몇 명의 검은 도포의 사람들이 볏짚 더미 쪽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들은 푸른 눈을 번쩍이며 볏짚더미를 천천히 쳐다보았다. 그러더니 이내는
다가와 볏짚더미를 걷어내려 했다.
강민우와 강민아는 속으로 놀라며 덜덜 떨었다.
‘큰일이다!’
검은 도포의 사람들이 막 볏짚더미를 걷어내려는 찰라, 괴상한 소리가 울렸다.
크크크크.....크크크크.....크아아아아아....
그 소리를 듣던 검은 도포의 사람들은 인상을 쓰더니 소리가 나는 쪽으로
사려져 갔다.
강민우와 강민아는 다행스런 한 숨을 쉬었다.
“휴우~”
“그런데....저 소리....우리를 좆던 그 무서운 그림자들의 소리 같지 않아?”
강민아의 말에 강민우도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런 것 같아. 일단 빨리 여기서 피하자!”
그들은 주위를 살핀 후 조용히 볏짚더미에서 나와 안개 낀 숲으로 숨어 들어갔다.
괴상한 소리가 안개 마을에 울려 퍼지더니 이내 시커먼 그림자들이 마을 하늘에
가득 들어차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인상을 쓰며 보던 검은 도포의 사내가 할머니를
보고 말했다.
“대모님! 이상합니다. 저들은 망각의 공간에 있는 망령들인데 어떻게 이곳까지
왔을 까요? 잘 못하다가는 안개마을이 피해를 입겠습니다.“
대모로 불린 할머니는 하늘 가득 검은 색으로 덮고 있는 그림자들을 보며
말했다.
“흥! 이제 마지막 승부수를 던지려는 거지.”
“마지막 승부수라뇨?”
“넌 신경 쓸 것 없다. 넌 저들이나 데리고 혼돈의 강을 넘어라.”
대모가 정웅기와 심운중을 가리키며 말하자 검은 도포의 사내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기 도망간 놈들은 어떻게 할까요? 잡아 와야겠죠?”
대모는 검은 도포의 사내를 힐끔 쳐다보더니 말했다.
“아니야. 됐어. 나도 승부수를 한번 던져봐야지. 후후”
“예? 무슨?”
“이미 저들이 나간다 해도 이곳 보다 좋을 것 없는 세상이야. 그리고 운 좋으면
....후후....잘되는 것이고.....잘 안되면 또다시 잡아오지. 후후후후“
검은 도포의 사내는 도대체 대모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단지, 도망간 사람들을 그냥 내버려 두어야 한다는 것만 알뿐이었다.
검은 도포의 사내는 정웅기와 심운중에게 말했다.
“가자!”
그의 말에 정웅기와 심운중은 고개를 푹 수그리고 천천히 넋을 놓은채 따라가기
시작했다. 그들의 뒤 쪽으로는 검은 그림자가 안개 마을을 헤집어 놓고 있었다.
그림자들은 괴상한 소리를 지르며 하얀색 일색의 마을 사람들을 하나 둘씩 잡아먹기
시작했다. 정웅기는 그 끔찍한 장면을 쳐다보며 검은 도포의 사내에게 말했다.
“왜 저들을 구해주지 않죠?”
검은 포도의 사내는 잡아먹히는 마을 사람들을 보며 말했다.
“그건 내가 관여할 일이 아니다. 너희들은 운 좋은 줄 알아라. 얼른 가자!”
그의 재촉에 뒤돌아서려던 심운중이 멈추어 서며 뒤 쪽 그림자를 다시 쳐다봤다.
그가 멈추어 서서 가지 않자 검은 도포의 사내가 다시 재촉했다.
“얼른 가자! 우리도 잘 못하면 저들에게 잡혀 먹힌다.”
심운중은 그의 재촉에 다시 몸을 돌려 걸어가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상하다. 장호 같았는데.....”
그의 말에 정웅기가 말했다.
“무슨 소리야? 장호라니?”
“방금 검은 그림자 중에 장호하고 무척 닮은 그림자를 본 것 같아서...내가 잘못 봤겠지.”
이내 그들은 검은 도포의 사내를 좆아 안개 속으로 사라졌다. 그러나 정웅기와 심운중은
안개 낀 숲 속에서 자신들을 지켜보는 검은 그림자가 하나이었다는 것을 몰랐다.
얼마나 달렸는지 몰랐다. 강민우와 강민아는 안개 낀 숲을 달리고 달렸다.
숨이 턱까지 올라 찼지만 멈출 수가 없었다. 언제 또다시 검은 그림자가
좆아 올지도 몰랐고, 검은 도포의 사람들도 만나게 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
그들이 어느 정도 달려갔을까? 숲의 중간에 거대한 석상이 하나 서 있는 것이
보였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가부좌를 틀고 있는 부처상이었다. 아니, 부처상으로
볼 수는 없었다. 그 얼굴이 무척이나 기괴하고 무섭게 생겼기 때문이었다.
인자함은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그 석상은 왼손은 하늘을 가리키고
오른 손은 연인원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강민우와 강민아는 기괴한 자세와 생김을 갖은 석상을 보며 기분이 묘했다.
“이상하다. 숲 한가운데 갑자기 웬 석상?”
“그러게. 정말 이상하네. 얼굴 표정도 무섭고....”
그들은 석상 주위를 천천히 돌며 살폈다. 석상 앞 쪽에 있는 바닥을 보더니
강민아가 말했다.
“바닥에 무슨 원이 이렇게 많이 그려져 있지?”
그녀의 말대로 석상 앞에는 커다란 원이 하나 있고 그 안에 무수한 작은 원들이
그려져 있었다. 무척이나 오묘하고 신비스런 문양이었다.
강민우는 그 원 모양을 유심히 보자 갑자기 머리가 어지러웠다. 그는 휘청거리다
쓰러질 것 같아 석상의 오른 손을 잡았다. 그러자, 툭! 하는 소리와 함께 석상의
오른 손이 옆으로 틀어지는 것이 아닌가!
“뭐지? 석상의 손이 움직이네.”
그는 말하며 석상의 오른 손을 천천히 옆으로 틀었다.
투툭!
하는 소리와 함께 이상한 음향이 울려왔다.
우우우우우웅!!!!
그러더니 바닥의 조그만 원들이 갑자기 움직이기 시작하더니 큰 원들과 겹쳐지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이내 원 중간이 쩍! 하고 갈라지며 찬란한 빛 줄기가 솟아
올라왔다.
너무나 강렬한 빛줄기에 놀란 강민우와 강민아가 소리치며 뒤로 물러나려 했으나
몸이 마음대로 움직여주지 않았다. 마치 자석에 끌려가는 듯 그들은 점점 빛기둥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엇! 미끄러져....계속! 이렇다가 저 속에 빠지겠어!”
강민우는 무엇이든 잡으려고 몸부림 쳤지만 아무것도 손에 잡히는 것이 없었다.
강민아가 쭉! 미끄러지며 빛줄기 속으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안돼! 민우야!”
놀란 강민우가 돕고 싶었지만 그의 몸도 갑자기 쭉! 당기는 느낌이 들며 순식간에
빛기둥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안돼! 아아아!”
강민아도 함께 같이 빛기둥 속으로 빨려 들어가며 찬란한 빛에 눈이 부셔 눈을
뜰 수 없었다.
그들은 빛기둥 속에 빨려 들어가 끝없이 떨어져 내려가기 시작했다.
“아아아아아”
그러면서 순식간이지만 자신이 살아온 모든 생애가 주마등처럼 그들의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강민아는 정신이 희미하게 들면서 목이 무척이나 아파왔다. 마치 뼈가 부러진 듯
아프고 절여왔다. 그녀는 차가운 거리 바닥에 누워있었다. 천천히 정신을 차린
강민아는 아픈 목을 만지며 자신이 왜 이렇게 거리 바닥에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었는지 기억해 내려했다.
“어떻게 된 거지?”
그녀는 혼란스런 머리를 잡고 주위를 살펴보았다.
그녀의 눈에 들어온 거리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달리는 차도 걸어 다니는
행인도 심지어 개나 고양이도 눈에 띄지 않았다. 그리고 상점에도 사람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마치 죽은 도시 같은 분위기에 강민아는 부스스 일어서며 혼란스런
머리를 흔들어대었다.
“어떻게 된 거지?”
그때, 그녀의 뒤 쪽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려 쳐다보니 남자 한명이 끙끙거리며
일어서고 있는 것이 보였다. 처음에는 생소했으나 자세히 보니 자신이 알고 있는
사람 같아 보였다.
“누...누구 시죠?”
그녀의 물음에 남자가 뒤 돌아보았다. 그 순간,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 쳤다.
그리고 이내 순식간에 그녀의 머리 속에서 과거의 기억이 번개처럼 떠올랐다.
‘파란 눈! 악마의 심장에 전염된 파란 눈! 그래! 저 사람은 강민우 그와 난 같이
도망쳐 나왔는데....그도 악마의 심장에 전염되어서 나를 공격했었지.‘
생각이 나자 강민아는 놀라서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그녀를 보던 강민우는 아픈 머리를 만지며 이상한 듯 물었다.
“왜 그래요? 민아씨! 전....괜찮아요.”
그의 말을 들은 강민아는 두려운 목소리로 물었다.
“당신....악마의 심장에 전염되어서 절 목 졸라 죽이려 했잖아요.”
“미안해요. 저도....기억이나요. 그땐 제 정신이 아니었어요. 그러나 이제는 전염된
기운 없어졌어요. 나를 지배하던 그 이상한 목소리도 사라졌고요.“
강민아는 그의 소리를 듣고 강민우의 눈과 얼굴을 보았다. 그리고는 이내 긴장된
얼굴이 풀리며 말했다.
“정말인가요?”
“예. 어떻게 된 건지는 모르지만.....전염이 해독 된 것 같아요.”
“눈동자에 푸른색이 없어진 것을 보니.... 그런 것 같네요.”
강민우는 혼란 스러운 듯 인상을 쓰며 말했다.
“그런데 우린 어떻게 된 거죠?”
“뭐가요?”
그녀의 물음에 무언가 말하려 하던 강민우는 입을 다물었다.
강민아는 그가 묻고자 하는 것이 혹시 자신이 지금 마음속에 품고 있는
괴상한 악몽에 관한 것이 아닐까 생각했으나 아내 고개를 저었다.
‘아니겠지. 그냥 나만 이상한 악몽을 꾼 거야. 악마의 심장 때문에...’
강민우도 속으로 생각했다.
‘정말 이상한 악몽이었다. 악마의 심장에 전염되어서 그런 꿈을 꾸었을까?’
그들이 서로의 생각에 몰두해 있을 때, 거리 끝 쪽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더니
일단의 사람들이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쿠쿠쿠쿠......
그 모습을 본 강민우와 강민아는 경악스런 표정을 지었다.
“전염자들 이예요. 어떻게 하죠?”
“도망갑시다.”
강민우가 소리치며 뒤 쪽으로 달려가자 강민아가 좆아 갔다. 그러나 그들은 이내
걸음 멈출 수밖에 없었다.
“맙소사! 이쪽에도 있어요.”
“사방에 전염자들이 널렸어요.”
그들은 양 쪽 길가에서 천천히 다가오는 푸른 눈 빛의 전염자들을 보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상가로 들어갑시다.”
강민우가 소리치며 상가로 들어가려 할 때, 와장창! 하는 소리와 함께 상가 유리
창이 깨지며 그곳에서도 전염자들이 튀어 나왔다.
강민우와 강민아는 갑작스럽게 사방에서 조여 오는 전염자들을 보며 참담했다.
그들은 피하려 해도 피할 곳이 없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그 모습을 보며 강민우가 중얼 거렸다.
“아직도 꿈에서 깨지 못 한거야. 난 아직도 악몽을 꾸고 있는 거야.”
강민아도 고개를 흔들며 중얼거렸다.
“우리 몸속에 해독제가 있는데....우리가 죽으면 정말 인간은 멸종되는 거야.”
그러나 그들이 중얼거리는 와중에도 차갑고 푸른 눈빛을 번쩍이며 악마의 심장에
전염된 사람들이 침을 질질 흘리며 몰려들고 있었다.
하늘은 잿빛으로 물들고 있었고 아스팔트는 붉은 빛으로 번져가고 있었다.
세상의 종말은 그렇게 예고 없이 우리들을 찾아오고 있었던 것이다.
-에필로그-
우유 빛 투명한 공간에 아름다운 여인 수가 누워있었다.
그녀는 비가 오듯 땀을 흘리며 괴로워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안타깝게 지켜보던 에레보스가 옆에 있는 발드르에게 말했다.
“이제 괜찮은 건가?”
“아마 이제는 괜찮을 거야. 백신을 넣었으니....”
“도대체 이유가 뭔가? 갑자기 저렇게 아픈 이유가.”
“수는 자신 만의 아름다운 세상을 창조하겠다고 항상 말해왔었지.
그러나 다른 신들은 웃긴 소리라고 말했어. 그러자 수는 자신의 말을 증명하겠다고
하면서 자신이 만든 세상을 몸속에 넣은 거야.“
“뭐야? 그럼 검증되지도 않은 세상을 자신의 몸속에 품었다는 것이야?”
발드르가 고개를 끄덕이며 슬픈 표정으로 계속 말을 이었다.
“나도 처음에 무척 말렸지만 수는 말을 듣지 않더군. 자신이 창조한 세상을
너무 사랑하고 있었어. 그러나 수가 창조한 세상은 얼마 못가서 병균을 몰아
왔네. 너무나 지독한 병균을....악취가 나서 냄새도 맡지 못할 병균 때문에
수는 시름시름 앓고 있었던 거야. 더구나 자신이 창조한 세상이 몸속에서
병균을 만들어 자신을 죽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계속 놔두고만 있었어.
차마! 자신의 손으로 없앨 수 없었던 거지.“
에레보스가 화가 나서 소리쳤다.
“어리석긴! 그래 그럼 이제는 좋아지는 거지?”
“응. 바이러스를 심었네. 곧 수가 창조한 세상에서 풍기는 악취는 사라지고
다시 아름다운 모습을 찾을 것이네. 걱정 말게.“
에레보스가 중얼거리듯 말했다.
“그러게 함부로 검증되지도 않은 것을 몸속에 품으면 안돼. 차라리 나처럼
몇 개 가지고 다니며 키워도 되잖아! 수는 너무 정이 많아.“
발드르가 에레보슬 보며 말했다.
“자네는 너무 잔인해. 저번에 가지고 다니던 것은 또 어떻게 했나? 모두
폐기 처분했지? 약간만 마음에 들지 않아도 없애버리니...쯔쯔....어떻게
자네 같은 성격과 수가 잘 어울리는 모르겠어.“
그들이 말하고 있을 때, 수가 힘겹게 눈을 뜨며 말했다.
“내가 만든 세상은.....어떻게 됐죠?”
에레보스가 한 숨을 쉬며 말했다.
“미안해. 수! 다음에 더 좋은 세상을 만들어!”
그의 말에 수 투명한 눈동자에서 굵은 눈물을 흘러내렸다.
“아...불쌍한.....내 아기들......불쌍한 내.....인간들.....”
-- 우린 어쩌면 신들의 몸속에 있는 바이러스 일지도 모른다. 또는 신들이 즐기기 위해
툭 던져놓은 동그란 구슬 속 세상에 살고 있는지도.....
우리 인간의 끝없는 호기심과 상상은 신들이 심어놓은 장난 일지도 모른다. 아니 어쩌면
신은 우리 마음 속에 잠들어 있는 또다른 자신일지도 모른다...................바람.
--- 좀 마지막이 거창한가요? ㅎㅎㅎ 그냥 가끔 생각했던 것을 써봤네요.
졸작을 끝까지 보아 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이번에는 정말 마지막이네요.
참! 제가 예전에 여기 올렸던....the mask(탈)-3부는 아직 준비 중이라 내년에나
올리게 되겠네요.....탈 3부는 더욱 색다르게 다시 써 내려갈 계획 입니다.
그때도 많은 응원 바랄께요...........그럼 연말 잘들 보내시고.........올 한 해 잘 마무리 하세요.
내년에는 행운만 가득하시고요..............^^ 벌써 12시 39분이 넘어가고 있네요. 마지막 글을
쓰느라 잠도 못하고.........ㅎㅎㅎ ......오타가 좀 있어도 용서해 주세요......졸린 눈으로 써서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