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 (1부 4막 : 인해대전(忍海大戰) #02 & #03)

J.B.G2004.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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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다음날.

대장군 유무기와 군사 위창소는 황도인 선루(善婁)로 향했다. 그리고 수군장 달현을 중심으로 한 수군은 군사훈련에 더욱 박차를 가했고, 무위와 적령이 이끄는 적귀대(赤鬼隊)와 육군은 작은 부대 단위로 나누어 비밀리에 요성(謠城)으로 향했다.

 

태상국의 황도 회령(回靈).

어전에서 황제 정초수(鄭初受), 제상 소의(燒誼), 대장군 정무조(貞武造)를 비롯한 여러 문, 무 대신이 있었으며, 군사 선우현(善禹賢)이 전하는 전황에 대해 논하고 있었다.

 

“우리 태상국은 드넓은 함현평야의 8할과 함께 대양의 동쪽 해로를 모두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곧 우리 태상국 국력의 9할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 우리와 인접한 목진국이 군사를 일으켰다 합니다. 그러니 적은 틀림없이 이 두 곳 중 한곳을 차지하려 할 것이 분명합니다.”

 

군사 선우현의 말을 듣고 있던 대장군 정무조가 물었다.

 

“군사께서는 적이 어디를 노릴 것이라 생각하십니까?”

“목진은 비록 2할이라고는 하나 함현평야를 걸치고 있습니다. 몇 년 동안 전쟁을 치르기에는 부족하다고 하나 당장에 부족함은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따라서 제가 목진의 군사이고 또 군사를 일으켜야 한다면, 대양 진출의 길이 막힌 것을 먼저 열려고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율도를 노릴 것이란 말입니까?”

“일단 목적은 율도 이겠지만… 인해도를 공략하는 양동작전을 사용하지 않을까 사료됩니다.”

 

그렇게 목진국에 대항한 태상국의 전략회의는 깊어가고 있었다.

 

목진국의 황도 선루(善婁).

대장군 유무기가 황제와 알현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제상 양현무(陽賢茂)가 있었다.

 

“…저희의 계책은 이러합니다.”

“음… 7천의 군사를 희생시켜야 한단 말입니까?”

“그러합니다. 어쩌면 그보다 더 큰 희생이 따를지도 모릅니다. 5만의 대병을 모두 잃을 수도 있습니다. 허나, 하늘이 도운 다면 7천으로 대륙의 동쪽의 항로를 장악할 수 있습니다.”

 

황제 유성찬(柳性讚)은 잠시 깊은 고민에 빠져 들었다. 지금 그는 7천의 병사를 잃는 것에 대해 슬퍼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를 잘 아는 유무기가 그 심정을 모를 리 없었다.

 

“전하 저희 중 어는 누구도 7천의 목숨을 가벼이 여기는 것이 아닙니다.”

 

그가 그리 아뢰자 지금까지 조용히 대장군 유무기의 말을 듣고 있던 제상 양현무가 말했다.

 

“한가지 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무슨…”

“전하의 윤허를 받는 일을 왜 유(柳) 장군께서 맡으신 것입니까?”

 

그의 물음에 유무기가 아무 말이 없자 제상 양현무가 대답했다.

 

“그것은 장군께서 전하의 친척이기 때문이 아닙니까?”

“그것도 전술의 하나라 한다면 부인하지 않겠습니다.”

“실패했을 때 이후를 미리 생각하는 것입니까?”

 

제상 양현무의 이 물음에 그만 유무기는 갑자기 노기를 드러냈다.

 

“장수에게 실패란 없소. 오직 죽음 뿐이오.”

 

갑작스러운 대장군 유무기의 노기에 제상 양현무는 스스로 놀라고 말았다.

 

“…이 전쟁에 목숨을 내 놓으시겠다는 것입니까?”

“이 한 몸의 목숨을 내어 놓아 바다의 영토를 얻는다면 기꺼이 그 7천에 내 이름을 올릴 것입니다.”

 

지금 두 사람은 침묵으로 일관한 채 팽팽하게 긴장하고 있었다. 그리고 황제는 여전히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유무기에게는 그러할 틈이 없었다. 황제의 윤허가 없이도 군인 이미 전략을 실행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전하나 제상께서 학사 유시찬(柳施燦)과 함께 인(仁)을 국가의 통치이념으로 하고 있음은 소신도 이미 잘 알고 있습니다. 허나, 때로는 자신의 살을 내 주어 적의 뼈를 꺾어야 할 때가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자애를 베풀 백성도 없어집니다. 나라가 있어야 성군이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런 일로 살을 다 떼어주면 어찌 백성이 전하를 따르겠습니까?”

 

제상 양현무가 다시 유무기의 말을 반박했다. 그러나 유무기도 물러서지 않았다.

 

“이것은 단순히 그런 일이라 치부할 일이 아닙니다.”

“무엇이 다른 단 말이오. 단 한명의 백성의 목숨도 중히 여기여 함을 모른다 말입니까?”

“끙… 내가 이곳에 오기 전에 군사가 전하와 반드시 독대를 하라 이른 말을 지키기 않은 것이 후회스럽군요.”

“아니? 장군!”

“그만들 하시오.”

 

갑작스러운 황제의 명에 두 사람은 침묵했다. 그러는 사이 황제는 갑자기 눈물을 흘렸다.

 

“전하…?”

 

잠시 눈물을 보이던 황제는 결정을 내린 듯 대장군 유무기를 바라 보았다.

 

“잘 알겠소. 7천의 병사의 목숨은 내 눈물로 사죄하겠소. 그러니 그 목숨을 헛되이 하지 마시오.”

“전하?”

 

제상 양현무의 반대에 황제는 이미 마음속으로 결정한 일을 번복하지 않고 잘라 말했다.

 

“그리 정했으니 제상도 더 이상 반대하지 마시오.”

“…”

“감사합니다. 전하!”

 

그렇게 대장군 유무기는 어전을 물러 나왔다.

 

 

 

 

#03

 

대장군 유무기가 황제의 윤허를 받자 이를 기다리던 군사 위창소는 즉시 사신으로서 무국(武國)의 황도 상성(常晟)을 향했고, 그는 곧 무국의 황제 허조(墟硝)를 알현하게 되었다. 무국의 황제를 어전에서 알현하게 된 위창소는 곧 거침없이 이미 적령과 정한 대로 그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수추국(秀鄒國)은 좌로는 서백산(西白山) 우로는 봉신(奉神) 그리고 북으로는 빙백산(氷白山) 남으로는 적산(適山)에 이르는 큰 영토를 가진 대국 입니다. 그리고 라(喇)제국 시절부터 산업이 발달했으며, 그 인구는 무려 1억 5천만에 이릅니다.

그리고 무국(武國) 또한 수추국과 같이 좌로는 인분(仁分) 우로는 동백산(東白山) 그리고 북으로는 문산(刎山) 남으로는 주도산맥(周導山脈)에 이르는 큰 영토를 가진 대국 입니다. 또한 라(喇)제국 시절부터 수추가 점령한 지역과 함께 동, 서로 산업의 양대 축을 이루는 지역 이었습니다. 인구는 무려 1억 1천만에 이릅니다.

그런데 무국과 이러한 공통점을 가진 수추국은 지난 수년간 그 영토가 넓고 광대함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봉국과 용국을 침범하며 남하를 염원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이겠습니까? 그것은 수추국이 북으로는 거칠고 야만적인 북방민족에게 그 진출로가 막혀 있고, 또 진출한다 하더라도 대부분의 지형이 험악한 추운 지방인 북쪽 땅은 그 효용가치가 적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동으로는 천위국이 있으나 이 또한 해상교역이 불가능한 국가입니다. 서로는 역시 북방민족으로 막혀 있으며 조금만 남하면 용에 닿아 있습니다. 수추가 비록 북방민족을 몰아낸다 해도, 북방 서북의 항구는 겨울에 얼어버리기 때문에 그 역시 해상무역의 중심지가 될 수 없습니다. 과거 수추국은 대륙의 가장 북단에 있는 부동항인 부동진(不凍津)의 길목인 적성(適城)을 얻기 위해 적성주인 탁승(卓昇)의 흉폭함을 알고도 이를 묵인했으나 결국, 그것이 빌미가 되어 용국에 빼앗기고 말았습니다. 이리하여 적성으로 이어지는 부동진의 길목마저 막혀 있는 실정입니다. 결과적으로 해상으로 나갈 수 없는 것! 이것이 수추국이 지속적으로 바다로 외국과 활발한 교역과 군사행동이 가능한 봉국과 용국을 침략하는 첫 번째 이유입니다.

과거 수추는 용국의 벽제를 얻으려 했다 장군 적청에 의해 실패했고, 또 봉국의 용마를 얻으려 하다 장군 묘령에 의해 실패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모든 침략이 오직 바다로의 길을 열기 위함이겠습니까? 여기에는 또 다를 큰 이유가 있습니다. 그것은 이 두 곳이 바로 풍양평야로 가는 길목이기 때문입니다. 수추국은 그 인구가 아홉 국가 중 가장 많지만, 부족한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농지입니다. 용국과 봉국은 풍양(豊洋)평야를 나누어 국경이 정해져 있습니다. 천위와 현, 연은 연주(連周)평야를 나누어 국경이 정해졌습니다. 또한 목진과 태상국은 함현(咸俔)평야를 나누어 국경이 정해졌습니다. 이것이 수추가 끊임없이 봉과 용을 침략하는 두 번째 이유입니다.

아홉 개 국가 중 유일하게 해상으로의 길이 막혀 있으며, 식량조달을 원할히 할 수 있는 곡창지대가 없는 국가! 이러한 두 가지 악재를 모두 갖춘 나라! 그것은 바로 수추국과 무국 입니다.”

 

위창소의 거침없는 달변에 그만 황제와 문, 무 백관이 모두 탄복하고 말았다. 이러한 상황을 파악한 위창소는 곧 자신이 여기에 온 본론을 꺼내 들었다.

 

“전하께서 포차 50, 전차 100기와 보병 3만, 그리고 기병 500과 궁수 1천을 허락하신다면 함현평야를 무국이 얻을 계책을 드리겠습니다.”

 

위창소의 말은 더욱 거침이 없었으며 아무도 감히 그에게 반론을 제기하는 자가 없었다.

 

“또한, 동의 최 북단 부동항인 해구진(海口津)을 얻을 계책 또한 드리겠나이다.”

“도대체, 어떠한 계책을 내어놓을 생각인가? 만약, 그대의 계책이 그대의 말에 미치지 못하다면, 그대는 여기에서 목을 내어놓아야 할 것이다.”

“잘 알고 있습니다. 소신의 계책은 이렇습니다. 저희 목진은 비록 바다에 인접해 있으나 강대한 태상국의 수군의 위세에 막혀 그 군세가 심히 미약합니다. 또한 율도와 인해도를 얻지 못함으로 해서 해상의 모든 해상무역로가 막혀 있는 실정입니다. 따라서, 저희는 인해의 기후를 이용하여 율도를 얻고자 합니다. 그러나 태상의 군세는 심히 강대하여 저희가 율도를 얻고자 하면 인해도와 운암진의 수군과 육군이 동시에 목진의 영토를 노릴 터. 그리 되면 그 힘을 감당할 수가 없사옵니다. 따라서, 전하의 대군이 태상국의 함현을 공략하신다면, 태상은 어찌할 도리 없이 군세를 둘로 나눌 것입니다. 그렇다면 양국의 군대는 그 군세가 둘로 나뉜 한 나라의 군대를 능히 당해낼 수 있을 것입니다. 이것은 어린아이의 셈으로 보아도 2 : 1의 싸움인 것입니다. 만약 이 계책이 성공한다면 무국은 그 기세를 몰아 함현(咸俔)과 가곡(加曲), 해구진(海口津)의 육로와 해상로를 얻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상황에 따라 주인을 바꾸는 지방의 귀족들을 곧 무국의 휘하에 들어올 것입니다. 그리고 저희 목진은 율도를 얻고, 천운이 따른다면 인해도까지 얻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위창소의 말은 누가 보아도 너무나 간단한 셈으로 보였다. 그러나 이야기를 모두 들은 무국의 군사 허유기(墟柳氣)가 의문을 제기했다.

 

“사신의 말대로 전략은 그럴 듯 하나, 무국과 태상국 사이에는 험난한 주도산맥(周導山脈)이 가로막고 있습니다, 주도산맥은 그 산세가 험악하여, 전차가 한 줄로 지나가야만 하는 좁은 길 밖에 없습니다. 그 길로 어찌 수만의 군사를 이동시킬 수 있단 말입니까? 사신의 말대로 우리도 여러 차례 태상을 넘보려 했으나, 주도산맥이 그 길을 가로막고 있어 시도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만약 한 줄로 수만의 병사가 이동한다면, 단 일백의 군사가 길목을 지키고 있어도 그 길을 뚫을 수 없을 것입니다.”

 

위창소는 이미 예상했던 질문에 마음 속으로 이 전략이 이미 절반은 성공했음을 알 수 있었다.

 

“대답은 간단합니다.”

“…”

“목진이 길을 열어드리겠습니다.”

“뭣이?”

 

위창소의 제안은 실로 놀라운 것이었다. 적국의 대군을 자신의 영토에 들인다는 것은 작은 신뢰로는 절대로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그의 제안에 동요하는 무국을 보며 위창소는 자신에게 속삭였다.

 

‘적령장군… 난 할 일을 다 했소, 이제 당신 차례입니다.’

 

그렇게, 양 국의 비밀 협약은 성사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