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놀이 중에 겨울과 딱 어울려 맞아 떨어지는 놀이가 연날리기이다. 연을 날리기 위해서는 바람이 필수적이다. 물론 봄바람이나 가을바람에도 연을 날릴 수가 있지만 높이 오르지를 못한다. 연은 바람이 쌩쌩부는 겨울이라야 안성맞춤이다. 칼바람이 귓불이 얼얼하도록 불어야 연은 얼레에 감긴 연줄이 다하도록 끝없이 하늘로 올라간다.
그것은 연날리는 사람의 마음도 연줄을 타고 연과 함께 하늘로 승천하는 것이다. 그리고 연날리기는 추운 겨울철에 밖에 나가 몸을 단련시킬 수 있어서 아이들만 아니라 어른들도 즐기는 겨울철의 좋은 놀이었다.
팔수는 동네에서 제일 좋은 연을 가지고 있었다. 우리들은 가오리연도 좋아라 날리지만 팔수는 언제나 근사하게 생긴 방패연을 날렸다. 크고 잘생긴 팔수의 방패연은 곱게 색칠한 반달그림이 그려진 반달 방패연이었다. 아이들은 팔수의 방패연을 언제나 부러워하였다.
직사각형의 종이에 대나무 살로 뼈대를 붙인 방패연은 생김새는 단순하지만 기능은 뛰어나서 솟구쳣다가 곤두박질을 하고 옆으로 날기도 하며, 연날리는 사람의 기술에 따라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었기에 언제나 부러워했다.
초등학교 사학년 때였던가? 오줌독이 얼어터질 만큼 추운 날이었다. 우리 집에 낯선 손님이 찾아들었다. 그 손님은 동네에 하숙할 만한집이 없겠냐고 할머니에게 물었다. 전근을 오게 되었는데 미혼인지라 마땅하게 집을 얻어 거처를 마련하느니 깨끗한 방만 한 칸 있으면 하숙을 하였으면 하였다.
손님의 안색을 살피던 할머니가 마침 우리 집에 빈 방이 있으니 살펴보고 마음에 들면 있으라고 했다. 그날로 우리 집에는 든든한 식구가 한 사람 늘었다. 이상하게도 나는 그 낯선 아저씨가 좋았다. 해말쑥한 얼굴에 단정한 옷차림의 그 젊은 아저씨가 낯설게 느껴지지 않았고, 팔수네 삼촌보다 더 멋있었다.
며칠 지난 어느 날 가오리연을 들고 들어오는 나를 보더니 방패연 하나 만들어줄까? 아저씨는 방패연을 만들며 자기도 어릴 때 잘생기고 큰 방패연 하나 갖는 것이 소원이었지만 만들어 줄 사람이 없었다고 했다. 몇 해 묵어 진이 빠진 대나무를 매끈매끈 다듬어서 한 지에 잘 붙여 물을 한 모금 품어서 잘 말렸다.
먹물먹인 검은 한지로 방패연 옆으로 지네발을 만들어 붙인 모양이 너무 씩씩하고 아름답게 보여 나는 하늘을 날것만 같았다. 사금파리와 유리조각을 분가루같이 곱게 빠수어서 발이고운 체로 쳐서 굵은 것은 골라내 버리고는 밥풀에 섞어 연줄에 맥였다. 감맥여 말린 연줄은 칼날처럼 날카로웠다. 연줄을 잘못다루면 손이 금방이라도 베어나갈 것만 같았다.
-19-*
연을 만들면서 아저씨는 연에 관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옛날 고려 말의 명장 최영 장군이 제주도를 정벌할 때의 일이었다. 섬 주위에 가시덤불이 무성하여 병사가 진군할 수가 없어서 최영 장군은 묘안을 생각해 냈다. 연 밑에 갈대 씨를 담은 주머니를 달아 그 연을 높이 띄워 섬 주변 가시밭에 그 씨 주머니를 떨어뜨렸다.
그 해 가을에 섬 주위는 마른 갈대로 뒤덮였으므로 여기 불을 질러 가시밭을 태워 마침내 상륙하여 섬을 점령하게 되었다고 한다. 또한 소년들을 소집하여 각기 연을 날리게 하여 성 안에 떨어뜨려 이것을 이용하여 줄을 대어 성중으로 기어 올라가 성을 쳐부수었다고 했다.
나는 동네아이들의 부러움의 대상이 되었다. 팔수의 반달 방패연보다 내 지네발 방패연이 더 멋있었고 씩씩해 보였다. 아이들은 내 연 한번 날려보는 것이 소원이었다. 재동이형이 팔수와 나를 보고 연싸움하라고 부추겼다. 나는 우쭐함에 젖어 재동이 형의 꼬드김에 팔수를 힐끗 보니 팔수가 먼저 연줄을 내 연에 엇갈리게 걸어왔다.
연싸움에서 이기려면 질긴 연줄에다 감을 잘 먹여야 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연날리는 기술이 있어야 했다. 연줄이 서로 엇걸리면 재빨리 풀었다 감았다 해야 하고 또 연을 사선으로 날렸다가 급강하내지는 급상승시키는 등의 공중곡예를 잘 시킬 줄 알아야 한다. 여기에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것은 기능이 좋은 얼레였다.
-20-*
또한 상대방이 얼레의 연줄을 풀기 시작하면 같이 줄이 풀려나가도록 얼레를 풀어주어야 한다. 얼레 실을 빨리 안 풀면 상대방 연줄이 내 연줄 한 군데만 파고들기 때문에 내 연줄은 금방 끊기고 만다. 연은 점점 하늘 높이 날아가 손바닥만큼 작아지고 마지막에는 장기알 만큼 작아져 까마득히 멀리서 가물거릴 때까지 연줄이 감겨 있는 데로 풀어주어야만 한다.
연싸움이 벌어지면 구경꾼들은 하늘 저 멀리 바둑돌만해진 연 두 개를 치어다보는 마음은 조마조마해진다. 서로 엉킨 연줄은 그때쯤이면 풀 수가 없었고 어느 쪽이든 한 쪽 연줄이 끊어져야 싸움이 끝을 보게 되기 때문이다.
가오리연만 날려보았던 나는 연싸움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도, 기술도 없었다. 하수중의 하수였던 것이다. 내 지네발 방패연에 줄을 걸었던 팔수가 얼마쯤 줄을 풀었다가 감아오기 시작하자마자 내 잘생긴 방패연은 너풀너풀 떨어져 날아가 버렸다. 팔수는 내 친구였지만 벌써 몇 해째나 자기 삼촌이 만들어준 방패연으로 기술을 연마하고 있었던 것이다.
내 연은 산을 넘어 끝없이 날아가 버렸다. 그 연을 가진지 사나흘도 되지 않았지만 내 분신과 같았던 방패연이 그렇게 허무하게 날아가 버렸다. 매서운 바람이 귓불을 때렸지만 온몸은 식은땀으로 흠뻑 젖었다. 정신이 몽롱해졌다. 집으로 돌아갈 마음도 없었다.
혼자 동산에 서 있는 동안 아이들은 모두들 집으로 돌아가고 없었다. 울고 싶기는 한데 눈물이 나지를 않았다. 연줄 몇 올 감긴 빈 얼레를 들고 서 있는 내손은 파랗게 얼어있었지만 손이 시린 줄도 몰랐다. 방패연이 날아간 먼 산만 바라보며 그 날 이후 나는 심한 허탈감으로 앓아눕는 몸이 되었다.
바람부는 날에는 연을타고 하늘을 날고 / 117
10 바람부는 날에는 연을타고 하늘을 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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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 놀이 중에 겨울과 딱 어울려 맞아 떨어지는 놀이가 연날리기이다. 연을 날리기 위해서는 바람이 필수적이다. 물론 봄바람이나 가을바람에도 연을 날릴 수가 있지만 높이 오르지를 못한다. 연은 바람이 쌩쌩부는 겨울이라야 안성맞춤이다. 칼바람이 귓불이 얼얼하도록 불어야 연은 얼레에 감긴 연줄이 다하도록 끝없이 하늘로 올라간다.
그것은 연날리는 사람의 마음도 연줄을 타고 연과 함께 하늘로 승천하는 것이다. 그리고 연날리기는 추운 겨울철에 밖에 나가 몸을 단련시킬 수 있어서 아이들만 아니라 어른들도 즐기는 겨울철의 좋은 놀이었다.
팔수는 동네에서 제일 좋은 연을 가지고 있었다. 우리들은 가오리연도 좋아라 날리지만 팔수는 언제나 근사하게 생긴 방패연을 날렸다. 크고 잘생긴 팔수의 방패연은 곱게 색칠한 반달그림이 그려진 반달 방패연이었다. 아이들은 팔수의 방패연을 언제나 부러워하였다.
직사각형의 종이에 대나무 살로 뼈대를 붙인 방패연은 생김새는 단순하지만 기능은 뛰어나서 솟구쳣다가 곤두박질을 하고 옆으로 날기도 하며, 연날리는 사람의 기술에 따라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었기에 언제나 부러워했다.
초등학교 사학년 때였던가? 오줌독이 얼어터질 만큼 추운 날이었다. 우리 집에 낯선 손님이 찾아들었다. 그 손님은 동네에 하숙할 만한집이 없겠냐고 할머니에게 물었다. 전근을 오게 되었는데 미혼인지라 마땅하게 집을 얻어 거처를 마련하느니 깨끗한 방만 한 칸 있으면 하숙을 하였으면 하였다.
손님의 안색을 살피던 할머니가 마침 우리 집에 빈 방이 있으니 살펴보고 마음에 들면 있으라고 했다. 그날로 우리 집에는 든든한 식구가 한 사람 늘었다. 이상하게도 나는 그 낯선 아저씨가 좋았다. 해말쑥한 얼굴에 단정한 옷차림의 그 젊은 아저씨가 낯설게 느껴지지 않았고, 팔수네 삼촌보다 더 멋있었다.
며칠 지난 어느 날 가오리연을 들고 들어오는 나를 보더니 방패연 하나 만들어줄까? 아저씨는 방패연을 만들며 자기도 어릴 때 잘생기고 큰 방패연 하나 갖는 것이 소원이었지만 만들어 줄 사람이 없었다고 했다. 몇 해 묵어 진이 빠진 대나무를 매끈매끈 다듬어서 한 지에 잘 붙여 물을 한 모금 품어서 잘 말렸다.
먹물먹인 검은 한지로 방패연 옆으로 지네발을 만들어 붙인 모양이 너무 씩씩하고 아름답게 보여 나는 하늘을 날것만 같았다. 사금파리와 유리조각을 분가루같이 곱게 빠수어서 발이고운 체로 쳐서 굵은 것은 골라내 버리고는 밥풀에 섞어 연줄에 맥였다. 감맥여 말린 연줄은 칼날처럼 날카로웠다. 연줄을 잘못다루면 손이 금방이라도 베어나갈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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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을 만들면서 아저씨는 연에 관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옛날 고려 말의 명장 최영 장군이 제주도를 정벌할 때의 일이었다. 섬 주위에 가시덤불이 무성하여 병사가 진군할 수가 없어서 최영 장군은 묘안을 생각해 냈다. 연 밑에 갈대 씨를 담은 주머니를 달아 그 연을 높이 띄워 섬 주변 가시밭에 그 씨 주머니를 떨어뜨렸다.
그 해 가을에 섬 주위는 마른 갈대로 뒤덮였으므로 여기 불을 질러 가시밭을 태워 마침내 상륙하여 섬을 점령하게 되었다고 한다. 또한 소년들을 소집하여 각기 연을 날리게 하여 성 안에 떨어뜨려 이것을 이용하여 줄을 대어 성중으로 기어 올라가 성을 쳐부수었다고 했다.
나는 동네아이들의 부러움의 대상이 되었다. 팔수의 반달 방패연보다 내 지네발 방패연이 더 멋있었고 씩씩해 보였다. 아이들은 내 연 한번 날려보는 것이 소원이었다. 재동이형이 팔수와 나를 보고 연싸움하라고 부추겼다. 나는 우쭐함에 젖어 재동이 형의 꼬드김에 팔수를 힐끗 보니 팔수가 먼저 연줄을 내 연에 엇갈리게 걸어왔다.
연싸움에서 이기려면 질긴 연줄에다 감을 잘 먹여야 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연날리는 기술이 있어야 했다. 연줄이 서로 엇걸리면 재빨리 풀었다 감았다 해야 하고 또 연을 사선으로 날렸다가 급강하내지는 급상승시키는 등의 공중곡예를 잘 시킬 줄 알아야 한다. 여기에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것은 기능이 좋은 얼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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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상대방이 얼레의 연줄을 풀기 시작하면 같이 줄이 풀려나가도록 얼레를 풀어주어야 한다. 얼레 실을 빨리 안 풀면 상대방 연줄이 내 연줄 한 군데만 파고들기 때문에 내 연줄은 금방 끊기고 만다. 연은 점점 하늘 높이 날아가 손바닥만큼 작아지고 마지막에는 장기알 만큼 작아져 까마득히 멀리서 가물거릴 때까지 연줄이 감겨 있는 데로 풀어주어야만 한다.
연싸움이 벌어지면 구경꾼들은 하늘 저 멀리 바둑돌만해진 연 두 개를 치어다보는 마음은 조마조마해진다. 서로 엉킨 연줄은 그때쯤이면 풀 수가 없었고 어느 쪽이든 한 쪽 연줄이 끊어져야 싸움이 끝을 보게 되기 때문이다.
가오리연만 날려보았던 나는 연싸움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도, 기술도 없었다. 하수중의 하수였던 것이다. 내 지네발 방패연에 줄을 걸었던 팔수가 얼마쯤 줄을 풀었다가 감아오기 시작하자마자 내 잘생긴 방패연은 너풀너풀 떨어져 날아가 버렸다. 팔수는 내 친구였지만 벌써 몇 해째나 자기 삼촌이 만들어준 방패연으로 기술을 연마하고 있었던 것이다.
내 연은 산을 넘어 끝없이 날아가 버렸다. 그 연을 가진지 사나흘도 되지 않았지만 내 분신과 같았던 방패연이 그렇게 허무하게 날아가 버렸다. 매서운 바람이 귓불을 때렸지만 온몸은 식은땀으로 흠뻑 젖었다. 정신이 몽롱해졌다. 집으로 돌아갈 마음도 없었다.
혼자 동산에 서 있는 동안 아이들은 모두들 집으로 돌아가고 없었다. 울고 싶기는 한데 눈물이 나지를 않았다. 연줄 몇 올 감긴 빈 얼레를 들고 서 있는 내손은 파랗게 얼어있었지만 손이 시린 줄도 몰랐다. 방패연이 날아간 먼 산만 바라보며 그 날 이후 나는 심한 허탈감으로 앓아눕는 몸이 되었다.
-계속-
김 명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