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의 춤(影舞) 53 - 제2장 죽음과 삶의 기록들 32 - 내글 - - 죽음은 삶의 마침표가 아니다, 단지 삶의 쉼표이지…
32
“어머니, 또 그 말씀…!”
“아주머니…!”
황준일과 하란은 정민의 어머니가 한말에 어쩔 줄을 몰라 잠시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잠시 침묵이 흐른 뒤 하란이 말을 꺼내 어색함을 털어냈다.
“에이, 아주머니도! 연이가 듣겠어요. 추운데 들어가세요. 연이를 데리고 들어갈게요.”
“그래…, 추운데 빨리들 들어오너라.”
“네! 연이야 고모랑 들어가자. 어서 일어나!”
“헉헉, 안 돼! 압쁘로(앞으로) 삼십뿐(삼십 분) 더 할고야(할 거야)! 삼추니(삼촌이)랑 약속했져(약속했어). 엄마가 사내가 한 번 약쪽(약속)한건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야 한다고 했져(했어), 헉헉! 아빠도 그런 사람이라고 했져(했어). 그러니까 연이는 삼추니(삼촌이)랑 약속을 지켜야 돼, 헉헉! 힘드니…헉…까 말시키지…헉…마, 헉헉!”
“준일 씨 이! 이게 뭐예요? 당장 그만 두게 하세요. 어른도 추운날씨에 10분을 있기 힘든데 저런 어린 아이를 도대체 얼마나 시키는 거예요?”
“얼마 안돼요, 다해서 한 시간 쯤….”
- 퍽
“ 아이쿠!”
하란은 황준일의 말에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작은 주먹으로 황준일의 옆구리를 쳤고, 불의 일격을 받은 황준일은 옆구리를 움켜쥐고 비명을 질렀다.
“정신 있어요? 영하 10도나 내려가는 날씨에 어린아이를 저렇게 할 수 있어요? 애를 아주 잡으려고 하는 작정을 했군요?”
“아야야, 그러지 말아요, 지난주에는 더 추운데서 두 시간을 버…!”
다시 하란이 주먹을 휘두르며 다가서자 황준일은 엄살을 피우며 지난 이야기를 꺼냈다가 하란의 인상이 더욱 험악해 지자 말을 다하지 못하고 입을 다물었다.
“뭐라 구요? 혹시 지난주 수요일을 말하는 거예요?”
“그, 그래요. 수요일….”
“어머, 어머 진짜로 미쳤어! 말이 되요? 그 추운 날에 두 시간씩이나 이랬단 말예요? 말도 않되…, 그때가 영하 15도였는데… 미쳤어…!”
“미치긴, 뭐가 미쳐요? 연이는 그런 것쯤은 식은 죽 먹기보다 쉽다 구요.”
두 사람이 다시 말다툼이 시작되려하자 정민의 어머니가 끼어들어 말렸다.
“애들아, 그만 싸우고 들어와라. 그리고 연이도 그만하고 할미에게 오지 않으련?”
“네! 헉헉, 할머니!”
준일과의 약속이라며 버티던 정연은 두말 않고 일어나 할머니 품으로 달려들었다.
“에고, 내 강아지! 힘들지?”
“헉헉, 아니요 할머니! 하나도 힘 안 들어요, 헤헤, 헉헉!”
“야, 정연! 나랑 한 시간 하기로 했잖아. 약속 안 지키는 거야? 비겁하게….”
“미안 삼촌! 엄마가 절대로 할머니 말씀을 어기면 안 된다고 하셨어. 그리고 아빠가 할머니에게 올 때까지 아빠역할을 이 연이가 대신해야 한다고 했단 말이야. 그러니까 나머지는 이따 다시 할게. 그 대신 두 배로 할 테니까.”
정연의 말이 끝나자, 세 사람은 할 말을 잊고 정연의 얼굴을 바라만 보았다.
정연은 신비한 아이였다. 연정의 죽음으로 팔삭 동이로 태어난 정연은 젖동냥으로 컸지만 잔병치례가 없었다. 정연이 인공보육기 안에 있을 때는 발육이 너무 좋아 의사들이 놀랄 정도였고, 퇴원해서는 잘 울지 않아 장애가 있는 것 아닌가하여 종합검사를 받는 소동을 일으키기도 했다.
정연은 무슨 일이 있어도 밤 10시면 어김없이 잠자리에 들었는데 매일 두 시간씩 응얼거리는 소리 때문에 병이 아닌가하여 놀라 소동을 일으켰다. 말을 배운 후로는 엄마를 만나러 간다는 말을 했고, 아침에 일어나서는 엄마와 재밌게 놀던 이야기를 해서 가족들이 가슴 아파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정연은 마치 연정과 정민이 살아 있는 것처럼 말을 했다.
정연은 9개월이 되기도 전에 걸음마를 시작했고, 첫 돌이 지나자마자 말문이 트여 주위를 놀라게 했음은 물론, 36개월이 넘자 가르쳐주지도 않은 글을 읽고 쓰기를 해서 신동 소리를 들었다. 최근에는 황준일이 정연에게 가족들 몰래 정민에게서 전수받은 호신술을 가르치고 있었는데, 일단 배우기 시작하자 어린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정학한 동작을 구사했고 때로는 황준일의 잘못된 부분까지도 지적해주는 일이 있을 정도였다.
그렇다고 정연이 나이에 어울리지 않은 애어른 소리는 듣지 않았다. 특히 할머니 앞에서는 그 나이 또래아이처럼 응석받이노릇도 해서 할머니의 얼굴에 웃음이 끝이지 않았고, 때로는 귀여운 악동의 모습으로 가족들의 귀여움을 독차지 하고, 동네에서도 인기가 좋았다.
그러나 정연이 절대로 양보 못하는 게 있으니 할머니와 정민의 형제들, 그리고 황준일을 뺀 누구에게도 말을 높이는 법이 없었다. 정연의 말투에 대해 다른 사람이 시비를 걸면, 정연은 항상 자신은 하늘님의 선택받은 아버지의 자랑스러운 독자이기 때문에 누구에게도 고개를 숙일 수 없다는 고집을 세웠다. 때문에 동네 어른들이나 찾아온 손님들은 정연을 꾸짖거나, 벌을 주기도 했으나 소용이 없었다. 결국 정민의 어머니가 정연에게 한 가지 약속을 받아내는 것으로 타협을 했는데, 그것이 손님이나 어른들에게 말을 할 때는 말끝에 ‘요’를 꼭 붙이는 것이었다. 그러나 하란에게만은 ‘요’자를 안 붙이고 그대로 반말을 했다.
집안에 들어온 황준일과 하란은 서로외면하고 앉았다. 그런데 정연이 작정을 했는지 두 사람사이에 앉더니, 심각하게 말을 꺼냈다.
두 사람은 밑도 끝도 없이 꺼내는 정연의 말에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고 있다가 자신들도 모르게 웃을 띠우다가 어색한 듯 고개를 돌렸다.
“거봐요, 두 사람은 좋아하잖아요. 이젠 그만 싸우고 사이좋게 지내지. 그럼 내가 고모한테도 ‘요’자 붙여줄게?”
“뭐라고, 그 말 정말이지! 나한테도 그렇게 해줄 거야?”
“…!”
하란은 황준일과의 관계보다 정연이 그동안 어떤 조건을 제시해도 들어주지 않았던 것을 해주겠다는 말이 더 좋아서 소리를 질렀고, 황준일은 그런 하란의 태도에 표정이 이상하게 변하며 입을 굳게 다물었다.
“호호, 그래라! 내가 보기에도 그러는 게 좋겠다.”
옆에서 지켜보던 정민의 어머니까지 거들고 나섰다. 정연이 태어난 날로부터 거의 매일 다툼이 있었지만, 악의가 없는 다툼이었기에 두 사람사이에는 미운정이 들어있는 상태였다. 시간이 흘러 두 사람 사이에 어색한 분위기가 가시자 정연의 제의로 앞으로 싸우지 않고 잘 지내겠다는 의미에서 화해식이 진행되었고, 식구전체가 모여 이야기꽃을 피우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날, 밤이 되면서 서울에는 많은 눈이 내렸다. 황준일은 내일이 월요일이었기 때문에 출근을 위해서 일찍 사령부 관사로 돌아갔고, 하란도 평소보다 일찍 최근 독립해 살림을 차린 자신의 아파트로 돌아갔다. 저녁 8시경 저녁밥을 먹은 뒷설거지를 하던 정민의 어머니는 왠지 모를 불안감에 몸서리를 치며 일손을 멈추고 안방으로 들어가 자리를 펴고 누웠고, 다른 식구들도 거실에 모여 TV를 보다가 이 모습을 보고 하나 둘 각자의 방으로 돌아가고 거실에는 정연이 혼자서 장난감을 가지고 놀게 되었다.
- 연야, 빨리 모두들에게 밖으로 나가라고 해라! 시간이 없단다, 빨리 …!
“예에? 어, 엄마…! 왜요?”
정연은 갑자기 자신의 귀에 소리가 들리자 잠시 어리둥절하다가, 꿈속에서 늘 듣던 엄마의 목소리임을 깨닫고 반가운 마음에 외쳤다.
- 말이 많구나! 빨리 식구들에게 집안에서 밖으로 나가시라고 소리쳐라.
연정은 급하게 정연은 다그쳤다.
“네, 알았어요! 할머니, 할아버지, 빨리 나와 보세요, 빨리요!”
정연은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집안 어디에서도 정연의 소리를 답하는 식구가 없었다.
“막내 고모…! 훈이 삼촌…! 큰아버지…! ….”
다시 식구들을 불렀으나 대답이 없었다. 정연은 덜컥 겁이 났다. 정연은 곧바로 일어나 안방 문을 열었다. 창문이 열려있었고 눈보라가 방안을 휘돌다 문을 열고 들어선 정연에게 덮쳐들었다.
- 피, 피해라!
- 쿵!
정연은 황준일에게서 배운 기술을 이용해 자신을 덮치는 눈보라를 피해 방문을 닫으면서 몸을 거실로 굴렸다. 그와 동시에 닫히는 문에 무언가가 걸린 듯 둔탁한 소리가 났다.
- 이미 늦었구나! 어서 너라도 집을 빠져나가라, 빨리!
“예에…!”
정연은 안방 문이 다시열리며 검은 물체가 걸어 나오는 것을 보고 공포에 질려 그대로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
- 크크크, 네놈이 선택받은 자냐? 생각보다 어리 구나. 너 따위가 우리를 막기 위해 만 이천 년 동안 준비된 선택받은 자라니 우습구나. 아직 젖도 못 뗀 어린나이에 안됐지만 윗분이 시키신 일이니 나를 원망치 말거라.
- 정연아 정신 똑바로 차려라! 너는 선택받은 자의 아들이다. 충분히 이겨낼 수 있을 거다!
그림자의 춤 53 - 제2장 죽음과 삶의 기록들 32
그림자의 춤(影舞) 53 - 제2장 죽음과 삶의 기록들 32 - 내글 -
- 죽음은 삶의 마침표가 아니다, 단지 삶의 쉼표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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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또 그 말씀…!”
“아주머니…!”
황준일과 하란은 정민의 어머니가 한말에 어쩔 줄을 몰라 잠시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잠시 침묵이 흐른 뒤 하란이 말을 꺼내 어색함을 털어냈다.
“에이, 아주머니도! 연이가 듣겠어요. 추운데 들어가세요. 연이를 데리고 들어갈게요.”
“그래…, 추운데 빨리들 들어오너라.”
“네! 연이야 고모랑 들어가자. 어서 일어나!”
“헉헉, 안 돼! 압쁘로(앞으로) 삼십뿐(삼십 분) 더 할고야(할 거야)! 삼추니(삼촌이)랑 약속했져(약속했어). 엄마가 사내가 한 번 약쪽(약속)한건 무슨 일이 있어도 지켜야 한다고 했져(했어), 헉헉! 아빠도 그런 사람이라고 했져(했어). 그러니까 연이는 삼추니(삼촌이)랑 약속을 지켜야 돼, 헉헉! 힘드니…헉…까 말시키지…헉…마, 헉헉!”
“준일 씨 이! 이게 뭐예요? 당장 그만 두게 하세요. 어른도 추운날씨에 10분을 있기 힘든데 저런 어린 아이를 도대체 얼마나 시키는 거예요?”
“얼마 안돼요, 다해서 한 시간 쯤….”
- 퍽
“ 아이쿠!”
하란은 황준일의 말에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작은 주먹으로 황준일의 옆구리를 쳤고, 불의 일격을 받은 황준일은 옆구리를 움켜쥐고 비명을 질렀다.
“정신 있어요? 영하 10도나 내려가는 날씨에 어린아이를 저렇게 할 수 있어요? 애를 아주 잡으려고 하는 작정을 했군요?”
“아야야, 그러지 말아요, 지난주에는 더 추운데서 두 시간을 버…!”
다시 하란이 주먹을 휘두르며 다가서자 황준일은 엄살을 피우며 지난 이야기를 꺼냈다가 하란의 인상이 더욱 험악해 지자 말을 다하지 못하고 입을 다물었다.
“뭐라 구요? 혹시 지난주 수요일을 말하는 거예요?”
“그, 그래요. 수요일….”
“어머, 어머 진짜로 미쳤어! 말이 되요? 그 추운 날에 두 시간씩이나 이랬단 말예요? 말도 않되…, 그때가 영하 15도였는데… 미쳤어…!”
“미치긴, 뭐가 미쳐요? 연이는 그런 것쯤은 식은 죽 먹기보다 쉽다 구요.”
두 사람이 다시 말다툼이 시작되려하자 정민의 어머니가 끼어들어 말렸다.
“애들아, 그만 싸우고 들어와라. 그리고 연이도 그만하고 할미에게 오지 않으련?”
“네! 헉헉, 할머니!”
준일과의 약속이라며 버티던 정연은 두말 않고 일어나 할머니 품으로 달려들었다.
“에고, 내 강아지! 힘들지?”
“헉헉, 아니요 할머니! 하나도 힘 안 들어요, 헤헤, 헉헉!”
“야, 정연! 나랑 한 시간 하기로 했잖아. 약속 안 지키는 거야? 비겁하게….”
“미안 삼촌! 엄마가 절대로 할머니 말씀을 어기면 안 된다고 하셨어. 그리고 아빠가 할머니에게 올 때까지 아빠역할을 이 연이가 대신해야 한다고 했단 말이야. 그러니까 나머지는 이따 다시 할게. 그 대신 두 배로 할 테니까.”
정연의 말이 끝나자, 세 사람은 할 말을 잊고 정연의 얼굴을 바라만 보았다.
정연은 신비한 아이였다. 연정의 죽음으로 팔삭 동이로 태어난 정연은 젖동냥으로 컸지만 잔병치례가 없었다. 정연이 인공보육기 안에 있을 때는 발육이 너무 좋아 의사들이 놀랄 정도였고, 퇴원해서는 잘 울지 않아 장애가 있는 것 아닌가하여 종합검사를 받는 소동을 일으키기도 했다.
정연은 무슨 일이 있어도 밤 10시면 어김없이 잠자리에 들었는데 매일 두 시간씩 응얼거리는 소리 때문에 병이 아닌가하여 놀라 소동을 일으켰다. 말을 배운 후로는 엄마를 만나러 간다는 말을 했고, 아침에 일어나서는 엄마와 재밌게 놀던 이야기를 해서 가족들이 가슴 아파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정연은 마치 연정과 정민이 살아 있는 것처럼 말을 했다.
정연은 9개월이 되기도 전에 걸음마를 시작했고, 첫 돌이 지나자마자 말문이 트여 주위를 놀라게 했음은 물론, 36개월이 넘자 가르쳐주지도 않은 글을 읽고 쓰기를 해서 신동 소리를 들었다. 최근에는 황준일이 정연에게 가족들 몰래 정민에게서 전수받은 호신술을 가르치고 있었는데, 일단 배우기 시작하자 어린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정학한 동작을 구사했고 때로는 황준일의 잘못된 부분까지도 지적해주는 일이 있을 정도였다.
그렇다고 정연이 나이에 어울리지 않은 애어른 소리는 듣지 않았다. 특히 할머니 앞에서는 그 나이 또래아이처럼 응석받이노릇도 해서 할머니의 얼굴에 웃음이 끝이지 않았고, 때로는 귀여운 악동의 모습으로 가족들의 귀여움을 독차지 하고, 동네에서도 인기가 좋았다.
그러나 정연이 절대로 양보 못하는 게 있으니 할머니와 정민의 형제들, 그리고 황준일을 뺀 누구에게도 말을 높이는 법이 없었다. 정연의 말투에 대해 다른 사람이 시비를 걸면, 정연은 항상 자신은 하늘님의 선택받은 아버지의 자랑스러운 독자이기 때문에 누구에게도 고개를 숙일 수 없다는 고집을 세웠다. 때문에 동네 어른들이나 찾아온 손님들은 정연을 꾸짖거나, 벌을 주기도 했으나 소용이 없었다. 결국 정민의 어머니가 정연에게 한 가지 약속을 받아내는 것으로 타협을 했는데, 그것이 손님이나 어른들에게 말을 할 때는 말끝에 ‘요’를 꼭 붙이는 것이었다. 그러나 하란에게만은 ‘요’자를 안 붙이고 그대로 반말을 했다.
집안에 들어온 황준일과 하란은 서로외면하고 앉았다. 그런데 정연이 작정을 했는지 두 사람사이에 앉더니, 심각하게 말을 꺼냈다.
“있자나, 준일이 삼촌은 하란이 고모 좋아하죠? 그리고 하란이 고모도 준일의 삼촌 좋아하잖아!”
두 사람은 밑도 끝도 없이 꺼내는 정연의 말에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고 있다가 자신들도 모르게 웃을 띠우다가 어색한 듯 고개를 돌렸다.
“거봐요, 두 사람은 좋아하잖아요. 이젠 그만 싸우고 사이좋게 지내지. 그럼 내가 고모한테도 ‘요’자 붙여줄게?”
“뭐라고, 그 말 정말이지! 나한테도 그렇게 해줄 거야?”
“…!”
하란은 황준일과의 관계보다 정연이 그동안 어떤 조건을 제시해도 들어주지 않았던 것을 해주겠다는 말이 더 좋아서 소리를 질렀고, 황준일은 그런 하란의 태도에 표정이 이상하게 변하며 입을 굳게 다물었다.
“호호, 그래라! 내가 보기에도 그러는 게 좋겠다.”
옆에서 지켜보던 정민의 어머니까지 거들고 나섰다. 정연이 태어난 날로부터 거의 매일 다툼이 있었지만, 악의가 없는 다툼이었기에 두 사람사이에는 미운정이 들어있는 상태였다. 시간이 흘러 두 사람 사이에 어색한 분위기가 가시자 정연의 제의로 앞으로 싸우지 않고 잘 지내겠다는 의미에서 화해식이 진행되었고, 식구전체가 모여 이야기꽃을 피우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날, 밤이 되면서 서울에는 많은 눈이 내렸다. 황준일은 내일이 월요일이었기 때문에 출근을 위해서 일찍 사령부 관사로 돌아갔고, 하란도 평소보다 일찍 최근 독립해 살림을 차린 자신의 아파트로 돌아갔다. 저녁 8시경 저녁밥을 먹은 뒷설거지를 하던 정민의 어머니는 왠지 모를 불안감에 몸서리를 치며 일손을 멈추고 안방으로 들어가 자리를 펴고 누웠고, 다른 식구들도 거실에 모여 TV를 보다가 이 모습을 보고 하나 둘 각자의 방으로 돌아가고 거실에는 정연이 혼자서 장난감을 가지고 놀게 되었다.
- 연야, 빨리 모두들에게 밖으로 나가라고 해라! 시간이 없단다, 빨리 …!
“예에? 어, 엄마…! 왜요?”
정연은 갑자기 자신의 귀에 소리가 들리자 잠시 어리둥절하다가, 꿈속에서 늘 듣던 엄마의 목소리임을 깨닫고 반가운 마음에 외쳤다.
- 말이 많구나! 빨리 식구들에게 집안에서 밖으로 나가시라고 소리쳐라.
연정은 급하게 정연은 다그쳤다.
“네, 알았어요! 할머니, 할아버지, 빨리 나와 보세요, 빨리요!”
정연은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집안 어디에서도 정연의 소리를 답하는 식구가 없었다.
“막내 고모…! 훈이 삼촌…! 큰아버지…! ….”
다시 식구들을 불렀으나 대답이 없었다. 정연은 덜컥 겁이 났다. 정연은 곧바로 일어나 안방 문을 열었다. 창문이 열려있었고 눈보라가 방안을 휘돌다 문을 열고 들어선 정연에게 덮쳐들었다.
- 피, 피해라!
- 쿵!
정연은 황준일에게서 배운 기술을 이용해 자신을 덮치는 눈보라를 피해 방문을 닫으면서 몸을 거실로 굴렸다. 그와 동시에 닫히는 문에 무언가가 걸린 듯 둔탁한 소리가 났다.
- 이미 늦었구나! 어서 너라도 집을 빠져나가라, 빨리!
“예에…!”
정연은 안방 문이 다시열리며 검은 물체가 걸어 나오는 것을 보고 공포에 질려 그대로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
- 크크크, 네놈이 선택받은 자냐? 생각보다 어리 구나. 너 따위가 우리를 막기 위해 만 이천 년 동안 준비된 선택받은 자라니 우습구나. 아직 젖도 못 뗀 어린나이에 안됐지만 윗분이 시키신 일이니 나를 원망치 말거라.
- 정연아 정신 똑바로 차려라! 너는 선택받은 자의 아들이다. 충분히 이겨낼 수 있을 거다!
“누, 누구야! 정체를 밝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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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을 사랑 합시다.
내글이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