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이기에......(중국에서)

심천황후2004.12.23
조회582

 

속 많이 상하셨겠군요

아마 외국에서 애키우는 분들은 다 한번 쯤 겪어보셨음직한 일일겁니다.

저 역시 님의 심정을 이해하고도 남습니다

아마 이런 마음 다잡는 데는 다른 사람 경험 듣는 것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전 작년3월달에 중국에 왔으니까 좀 있음 2년이 되네요.

올때 큰 딸아이 만5살3개월. 작은 아들 두돌 지나 27개월에 이 중국 땅을 밟았습니다.

한국에서 아이들에게 중국어 가르쳐본 적 없구요

우리 두 아이도 말 그대로 엄마아빠도 중국어로 모른 채 저희 따라왔죠.

오자마자 짐정리하고 대충적응하고  나니 사스 터지는 바람에

유치원 보름다니다가 집에서 3달을 저하고만 있었구요.

여름부터 중국유치원에 집어넣었는데 말이 전혀 통하지 않으니 가뜩이나 환경이 바뀌어서

힘든데 도통 알아들을 수가 없으니 정말 죽을맛이었겠지요

그래도 아이들은 빨리 적응하고 중국어도 금방 는다는 그런 말에 희망을 걸고

조금만 고생하자 했습니다.


하루는 남편이 제 대신 아이를 유치원에 데려다 주고 왔는데 하는 말이

창문으로 몰래 넘겨다 보니까 선생님이 뭐라고 하니까 딸아이가 대충 눈치로 자리에 앉더니

멍하니 천장만 바라보고 있더라는 겁니다.

선생님이 이름을 불러도 못알아듣는 그 애가

5살의 내 딸이 수업시간에 의자에 앉아서 할 수 있는게 무엇이 있을까요?

그 말을 듣고나서 너무 안타깝고 불쌍한 맘에 가슴이 미어지더군요

우리 딸 힘드냐고 물으면 아니라고 고개 젓습니다

자기가 울면 동생이 운다고 안간다고 떼도 못쓰고 울지도 못하더군요...

그렇다고 유치원을 안보내자니 앞으로 중국에 있어야 하는 형편을 생각하면

언젠가는 견뎌야 할 시련이다 생각하고 모진 마음으로 등떠밀었습니다


얼마후 선생님이 절 부르더니 하는 말이 아이가 수업시간에 통제가 안된다는 겁니다

수업하는데 갑자기 벌떡 일어서서 뒤로 가서는 장난감을 가지고 논다네요

깜짝 놀랐습니다. 우리 애가 그럴 애가 정말 아니거든요

물론 답답하긴 하겠지만 해서 안된다는 느낌만으로라도 스스로 철저하게 통제를 하는 아이입니다

집에 와서 조용히 아이에게 물었습니다

제 물음에 아이는 야속하다는 듯이 울음을 터뜨리며 말하더군요

“무슨말인지 하나도 못알아 듣는데 어떻게 해?

그리고 선생님이 나는 그거 공부하는거 주지도 않는단 말이야“

수업시간에 주어야 할 교재를 우리아이는 어차피 못알아듣는다고 안주었다는 겁니다

아무리 몰라도 학생이 책이 있는거랑 없는거랑은 틀리지요

선생님께 아무리 못알아듣더라도 다른 아이들과 똑같이 교재를 챙겨달라고 하니까

오히려 이해가 안간다는 표정을 짓더군요

그 뿐이 아니라 그 이후로도 저에게 전달이 되어야 하는

수업시간에 직접적으로 영향이 있는 여러 정보면에서 선생님이 저에게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는 걸 여러번 알게 되었습니다

아이역시 무슨 말인지 못알아 듣고 나중에 실망해서 돌아오기 일수였구요

전 선생님께 우리아이가 다른아이와 똑같은 상황에서 수업을 받을 수 있도록

전달사항에 있어서 다른 아이들과 다른 우리아이의 상황을 고려해주셔서 제게 직접 전해주실 것을 정중하게 하지만 명확하게 요구했습니다.


한번은 딸아이가 선생님이 나만 미워해...라고 말하는겁니다

왜 그런 생각을 하냐니까 다른 아이들은 다 아이스크림을 주는데 자기만 안준다는 겁니다

정말로 너만 안줬냐니까 자기랑 어떤 아이 하나만 안주고 다른 애들은 다 주었답니다

그럼 혹시 아이스크림이 모자라서 너랑 그 애가 젤 착하니까 양보하라고 안주셨나보다 그랬습니다.

설마 일부러 그럴리야 있겠냐구요...


그런데 며칠후 딸아이가 다시 아이스크림 이야기를 꺼내더군요

어디가면 아이스크림이 있는데 정말로 선생님이 자기는 아이스크림을 안준다는 겁니다

어느 엄마가 한 번 사왔거나 어쩌다 한 번 준게 모자랐겠거니 했는데 딸아이말로는

그 이후로도 다른 아이들은 계속 아이스크림을 먹었다는 겁니다

그 때마침 유일하게 그 유치원에 같이 다니는 한국아이엄마한테 전화가 왔습니다

애가 아이스크림 얘기 안하더냐고...

그래서 그렇지않아도 그게 무슨소리냐고 물었더니만 그 엄마는 더 황당해 합니다.

며칠전 애가 유치원에서 돌아오더니 “엄마 메이어우치엔이 뭐야?”하고 묻더랍니다.

돈이 없다는 뜻이거든요 돈이 없다는 말이라고 알려줬더니 애가 불쑥 하는 말이 “엄마 우리 집에 돈이 없어서 나 아이스크림 못 먹는거래...선생님이 나만 아이스크림 안줘” 이러더랍니다

우리 딸은 입도 뻥끗 못하고 있을 때 평소 활발하고 늘 낙천적인 성격의 그 아이는 선생님께 그 일을 물어봤던 모양입니다 물론 우리보다 6개월정도 먼저 온 아이라 어느정도 말을 할 수 있는 수준이었기도 하구요.


그 엄마가 가서 선생님한테 물어봤더니

선생님이 하는 말이 한국애들 아이스크림 같은 거 안먹는줄 알고 그랬다고 하더랍니다.

다른 애들 다 먹는데 자기만 안줄때마다 얼마나 속상했나 왜 나만 안주냐고 물으니까 너네 엄마가 돈을 안줘서 그렇다 이렇게 대답한거구요...

물론 서로 다른 반이었지만

선생님들 모두 저나 그 아이 엄마에게는 아이스크림에 대한 이야기는 꺼내지도 않았지요

가끔씩 이 사람들 변명하는 걸 보면 정말 혀를 내두를 지경입니다.

그뒤로 우리 아이와 그 아이는 유치원 끝나고 나면 유치원 앞에서 다시 하나씩 아이스크림을 사서

그간 못먹은 분풀이 라도 하듯이 양손에 아이스크림을 들고 집으로 돌아오곤 했던

웃지못할 기억도 있습니다.


또 아이들인지라 가끔은 말 못한다고 손가락질하고 놀리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특히 중국에 아이들이 다 하나씩이다 보니까 다들 무지 잘났습니다

웃기는건 자기도 그리 잘 하는건 아닌데 남 못하는거 비판은 무지 잘 합니다.

그거 역시 아이에게 상처가 되더군요


다들 그렇게 말합니다.

아이들은 쉽게 적응한다고...시간이 약이라고...

저도 예전에는 외국에서 어려서 살다 돌아와서 영어 술술 하는 친구들 보면 마냥 부럽고

누군 부모 잘 만나서 그 어려운 외국어를 거져 먹는구나...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직접 제가 아이들을 데리고 나와서 살아보니 그거 거저 얻는 선물 아닙니다.

그 애들 술술 내뱉는 영어, 중국어는 -아이들도 내가 오고 싶어서 온것도 아닌데-어느날 갑자기 낯선 환경과 언어와 문화속에서 정말 비싼 수업료 내면서 힘들게 터득하는 결과물입니다.

비싼 돈 주고 사는 인생체득이라는 고급잡지에 딸려나오는 부록 정도인 것입니다.

이 세상에 공짜가 어딨습니까?

다들 남들이 가진 건 결과만을 보고 부러운 맘을 가지기게 그렇게 거져 받은 선물이라고 생각할 겁니다.


엄마 아빠 말고는 기댈 데도 없는 아이들을 어떻게 도울것인지 생각하고 또 생각했습니다.

우선 빨리 중국어에 익숙해 지게 하기 위해서

- 오고 나서 쭉 가정교사를 매일 불러서 아이들과 놀아주게 했지만 그걸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에 -

집에서 먹고 자는 아이들과 놀아주기 적당한 성격 좋은 한족(중국인)아가씨를 구해서 친해지고 놀아주고 조금씩 중국어를 자연스럽게 가르치도록 했습니다.


첨에는 말이 안통해서 저를 중간에 두고 말을 전달하던 세사람이 차츰차츰 눈치코치로 알아듣고

다행히 정말로 다행히 너무도 좋은 아이를 만나서 아이들을 진심으로 사랑하면서 중국어를 하나하나 가르치기 시작했습니다.

늘 무릎에 끼고 같이 그림단어장 보고 놀고 옛날 얘기 해주고 카드 맞추기 하고...

 이렇게 자연스럽게 놀이로 중국어를 익히다보니 2-3개월이 지나자 제가 없이도 거의 의사소통이 되고 6개월이 지나자 제가 틀린 성조를 짚어내면서 이젠 엄마를 가르치려고 하더군요...^^;

처음보는 사람이 딸애 말하는거 들으면 한국사람이란 걸 눈치못챌 정도로까지 늘더군요



하지만 여전히 아이는 침묵했습니다...유치원에도 가기 싫어했습니다.

선생님이 무엇을 물어봐도 그저 말없이 나만 뚫어지게 바라보곤 했습니다

제발 대답을 하라고 달래도 보고 혼내도 보고 했지만 아이의 표정은 여간해서 펴지질 안터군요.

가장 힘든 것이 뭐냐니까 중국어로 공부하는게 젤로 어렵답니다.

그래서 전 선생님께 반을 하나 낮춰달라고 했습니다.

공부보다도 즐겁게 유치원에 다니게 하고 싶다구요...

애가 내성적이라 말하는걸 안좋아하고 말을 못하는데 반을 바꾼다고 소용이 있겠냐고

뾰로퉁한 선생님께 양해를 구하고 그날로 반을 낮추었습니다

 

그리고 딸아이에게 말했죠

엄마가 너를 지금 당장 다른 유치원으로 보내줄수도 있고 한국유치원으로 보내줄 수도 있지만

지금 이대로는 안된다고 ...

왜냐면 웅지가 앞으로 힘든 일이 생기면 무조건 피하고 싶을테니까...

웅지가 여기서 잘 적응하게 되면 어디라도 원하는대로 옮겨주겠다고....

엄마는 겁쟁이처럼 피하고 싶지 않으니 엄마랑 다시 한번만 해보자고...

다행히 아이는 고개를 끄덕이더군요


“이전의 너의 모습은 모두 지워버리고 넌 지금 집에서 하는대로만 하면 된다

예전 반에서는 다 네가 말 못한다고 말 못한다고 생각하니까 말하기 싫었지?

이젠 그렇게 안해도 돼...웅지는 지금 엄마보다도 중국말 잘 하는데...그치?“

그날부터 저는 아이에게 자신감을 길러주는데 의식적으로 노력을 했습니다.

아침마다 유치원가는 애들을 잡고 자신있는 표정 연습도 하고 밤마다 잠자리에 들기전에

선서하듯이 손가락을 들고 쿠에의 법칙“나는 날마다 모든 면에서 점점 더 좋아지고 있습니다.”를 외쳤습니다. 어느새 제가 잊고 자려고 하면 “엄마, 손!^^”하며 아이들은 익숙해져가더군요


그리고 자주 먹을 것을 쥐어 반 아이들과 함께 나누어 먹게 했습니다.

가끔 제가 직접 먹을걸 들고 가기도 하고요. 아이들에게 먹는거 만큼 좋은게 없지요

그리고 한국에 연락해서 아이들 좋아하는 스티커랑 작은 딱지 머 그런거 가져다가

한두개가 아니라 반 아이들 다 나누어 주게 들려보냈습니다

하지만 한국사람 자존심에 선생님께는 일원 한푼 돈으로 쓴적 없습니다.

한번 주면 계속 바랄까봐 염려도 되고 사실 그렇게 까지 하고 싶지는 않데요...

그저 성의표시로 지나가다가 빵 잘하는 집 있으면 빵 몇봉지...이쁜 머리끈 머 이런걸로

중국사람들도 잘 안하는 더 싸구려로 난 당신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만 표시했습니다.

 

말 못하네 외국애네 하면서 놀리던 아이들이 차츰차츰 딸 곁으로 모여들기 시작하더군요

유치원놀이터에서 늘 저에게 그네만 밀어달라고 하던 아이가

차츰 중국친구들과 모여 놀기 시작했습니다.

딸 이름을 숨넘어가게 부르며 따라다니는 아이들을 보면서 초코파이랑 사탕... 그동안 뿌렸던 스티커가 헛되지 않음에 흐뭇하더군요


한달이 지나고 유치원비를 내러 갔는데 경리 아가씨까지 우리아이를 칭찬합니다.

예의바르고 똑똑하고 온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중국어 그렇게 잘하는 아이 처음 봤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지진아에 자폐아 취급하던 유치원 선생님들이 만나는 사람마다 침이 마를 정도로 칭찬을 합니다.


그렇게 자신감을 어느정도 회복하고 나서

정말로 자랑스럽게 -선생님들의 만류와 아쉬움속에서- 다른 유치원으로 옮겨주었습니다.

반도 다시 올리고 수업도 전 유치원보다 높은 수준이었지만

이미 자신감을 회복한 아이는 잘 따라주었고 거짓말 조금 보태서 선생님들의 총애를 한몸에 받으며

대표로 상까지 받으면서 졸업을 했습니다.

무용할 때도 늘 앞에서 시범을 보이는 자리를 도맡아하고

엄마인 내가 봐서는 그저 상중정도일 것 같은데 제 생각으로는 자기가 반에서 일등이라는 자신감에 넘쳐서 아무리 아파도 유치원에 가야 하는 전형적인 모범생으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기후도 발음도 전혀 다른 이곳에 와서도 물론 크고 작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나름대로 잘 이겨내고 

- 거짓말 또 조금 더 보태서 - 귀찮을 정도로 상장 쌓아놓으면서 학교 다니고 있습니다.

학교 가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운데 공부 열심히 해주는 건 정말이지 황송합니다.

 

저도 한국에서는 직장생활하면서 애들을 직접 거두어 본적이 없습니다.

여기 오고 나서 특히 의지할 데라고는 부모밖에 없는 아이들을 보면서 엄마가 현명해야

아이들이 고생을 안한다는 생각을 참 많이 하게 되더군요

(교회는 안다니지만 늘 지혜로운 엄마가 되게 해달라고 빌어봅니다...ㅠ.ㅠ)

 

특히 수줍음을 많이 타고 성격이 내성적이고 자존심이 센 아이들은

- 제 아이는 이 세가지가 다 포함됩니다.- 특히나 옆에서 잘 관리(?)를 해주어야 할 것 같습니다

더 쉽게 상처를 받거든요

엄마가 인생을 대신 살아줄 수는 없지만 적어도 아이들이 힘들어할 때

그걸 헤쳐나가기 위해 환경이나 여건을 개선해줄 수는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아이들이 무슨힘이 있다고 무작정 견디길...될때까지 기다립니까?

어른도 눈앞이 깜깜할 때가 이렇게 많은데... 아이들도 힘들 때 옆에서 보듬어 주고 아이가 스스로 나아갈 수 있도록 가장 좋은 길을 만들어주는 게 엄마의 역할이겠죠.

사실 제 방법이 좋은건지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다행히도 제 아이에게는 좀 효과가 있었네요


저도 겪어본...그리고 지금도 가끔씩 겪는 아픔이기에 오지랍 넓은 아줌마 말이 길어졌습니다.

혹시 맘이 아직도 아프시면 연락하세요...멜로 라도 수다를 떨면 좀 나아질 지도 모릅니다.

님도 님 상황에서 아이를 진단하시고 차근차근 아이를 도와줄 수 있는 길을 찾아보세요.

너무 맘 아파하지 마시구요...

에구 너무 길어졌네여...힘들어서 읽기나 하실수 있을지...그럼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