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짜라고 -40-

여시녀2004.12.23
조회824

-40-


“유경아...내가 너를 이해시키기는 힘들거라는거 잘 알지만..

지금은 모든 걸 다 말해줄 수가 없어...내 욕심인건 알지만...날 기다려 달란 말도 할 수가 없어.“


“그래..무슨말인지 알겠어..나도 구질구질하게..이렇게..너에게 짐되는 느낌..

부담 스러워지는 느낌..싫어...알았어...우리가..음~~더 이상 가까워지기 전에..

이렇게 되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조심해서 가..나 먼저 일어날게“


나는 말도 안되게..마지막 순간까지도...쿨한 여자인 척 하고 싶었다...

하지만..그건 정말로 말그대로...쿨한 척이었다..


자리에서 일어나면서..벌써...커피숍 문 손잡이를 잡고 나가면서 벌써...나는 후회되기 시작했다.


다시 돌아가서...도대체 무슨 이유냐고..내가 멀 잘못했냐고...따지고 묻고..화낸다음에..

정말..이러는건 잘못하는거라고..잘못된 거라고..가르쳐주고나서..

 

그냥..같이 소주 한잔 하고..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돌아가고 싶었다..

하지만...그런 생각을 하면서..이미 나는 커피숍으로 들어갈수 없게....비를 맞고 있었고..

이미 내 머리와 얼굴에선....눈물같은 빗물이..빗물같은 눈물이...다 흘러내려 버려서..

다시 그 싸갈텡이의 옆으로 갈수가 없었다..


‘그래..원래..저녀석은 첨 만날때부터..싸갈텡이였어..내가 어린앨 데리고 머한건지...내원참...’

결국 내가 할수 있는건....그런 어린 사랑을 믿었던..어리석은 내 자신을 책망하는 일밖에 없었다...


며칠동안..지독한 여름 감기로 인해서..나는 거의 초죽음이 되었다..

정말 다행인 것은...그나마...보충수업까지 끝나서..마음놓고 아플수 있었다는 것이다...


내가 학교 수업에 열중하고...최선을 다하는 만큼..학생들의 영어실력은...높아 갔지만..

그 속에서의 나의 갈증은...점점 더 심하게 메말라갓다..


나는 그때부터..진지하게...유학을 고민해 보고 있었다..


다만....내가 싸갈텡이로부터..도망가고파서...그런 선택을 하는 것은 아닌지...고민을 조금 더 하게

되었다는 것만 빼면...나의 유학길은 .점점 더 구체적으로 길을 만들어 나가고 있었다.


“이게 머야? 너 얼굴이 왜이래?”

오래간만에 들른..학교 조교실에서...예전에 한번 사귄적이 있었던...조교오빠가 깜짝 놀란

얼굴로...나를 바라 보았다..


세상물정 모르고...철없기만 하던..대학 1학년 시절...

노래도 잘 부르고..학생들을 잘 이끌던..선배 오빠와..정말 짧지만..가벼운 .연애시절을

가진적이 있었다..

하지만...오빠가 군대에 들어가면서..서서히 멀어지게 되었고...

오빠가 제대해서 돌아왔을때..나는 이미..그 사람과 사랑이라는 단어를 나누는것에..

어색해져버려서..그냥 그렇게...멀어지게 된 사람이었다..


둘다..어떤 상처라든지..어떤..마음의 무게 따위에...눌려있지 않았기에..그 이후에도

자주 만나서...서로에게 도움도 주고 하는...정말...친한 선후배 사이가 되었다..


“아이고..울 깜찍이 유경이..그 많던 젖살들 다 어디갔어? 이 오빠가 그렇게 좋아했었는데..”

여전히 너스레를 떨며..내 볼을 심하게 꼬집어 보는 오빠..

하지만..내가 별스런 반응없이 피식 웃고 말자...오빠도..분위기가 이상함을 그제서야 감지

했나 보다..


“머냐..이 여름에..긴팔을 입고 갑자기 희멀그레한 얼굴로 나타나서는...

머...누구한테 차이기라도 했냐? 학교서 짤렸어? 그래도...교수님들께서는..니가

좋은 학교에서..정말 좋은 선생님 되어 간다고 이뻐라 하시는데..너  무슨일이야?”


오빠의 따따부따..수다가 귀에 따가웠지만..별다른 말 없이..


“그냥...젖살이 이제야 빠지나 봐여...잘 먹고..잘 자는데두..이렇게 되넹..무슨일인가?”


짐짓 웃어넘기려는 내 모습에...오빠는 그제서야 입을 꾹 다물었다..


준비해갔던..여러 자료와 교수님께서 또 부탁했던..수많은..A4지의 자료들을 한아름

넘기고 나니..그제서야 팔이 가벼워지고 자유로워 졌다...


빨리..집으로 돌아가서..따뜻한 물에...샤워하고...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고 싶었다..


사람들이 많고...밝은 햇살과...활기와..낭만이 넘쳐나는 거리거리를 혼자 걸어다니는게..

나는 웬지 너무 춥고..쓸쓸하게 느껴졌다..


그래서..요즘의 나는....껍데기속으로...껍데기 속으로..숨어 들어가기에 바빴다..


“너..잠깐 기다려..오빠가 집까지 데려다 줄게..”

“아니에요..오빠..혼자 갈수 있어요..바쁘실텐데..”

“방학인데..바쁘긴 뭐가 바빠? 교수님께서..니 자료 받아두라고 안했으면..오늘도

안나왔을지 몰라...요즘은..내가 엄청 농땡이를...크크...너만 알아두라구..좀만 기다려.“

오빠는 훌쩍훌쩍...긴다리를 옮겨서는 계단을 뛰어올라가고...정말 5분도 안되어서...

또 계단을 훌쩍훌쩍..뛰어내려왔다..


“가장...울..깜띡이...오빠가 안 바래다 주면..쓰러질 것 같아서..걱정돼..가장...”


냉방이 잘된 건물을 나서자 뜨거운 햇살에...습한 바람이..나를 훅하고 감싸왔다.

오빠가..차를 가져왔다..

예전에는 차가 없었는데...언제 구입했지?

“아~ 이녀석...”

나의 눈빛에 호기심이 어린걸 알았는지..자신의 차를 툭툭 치며 알아서 척척 다 말해준다..


“아버지가 타시던거 그냥 내가 받은거야..아버진 요새 운전 잘 안하시거든...가자”

차에 타자..시원한 에어콘 바람이 나왔다..


“오빠..저 에콘 바람 싫은데..끄면 안돼요?”


“엉? 너 안더워?”

“창문 열께요..전 자연바람이 더 좋아요..”

“그래? 그럴까..그럼?”


창문을 내리고 차가 달리기 시작하자...뜨겁고 습하지만..에어콘 바람에는 없는..

자연의 냄새가 물씬 담긴 바람이...내 머리카락을 날리기 시작했다..

어느덧 길게 자란 내 머리는...부드럽게...이리저리 휘날리기 시작했다..


“그동안 잘지냈니?”

나도 모르게 눈을 감고 바람을 느끼고 있었나 보다...갑작스런 오빠의 목소리에

화들짝 놀랐다.

“잠들었던 거야? 놀랬어?”

“아니요...그냥..바람이 너무 좋아서요...”

그이후론 아무런 말도 없이..우리 집앞까지 왔다...편하게 데려다 줘서 고마웠다..


“오빠 덕분에 편히 왔어요..고마워요..”


“별말씀을......유경아..”

네?라는 눈으로 쳐다보니...

“그냥..뭐가 힘든지는 모르지만..한번씩..술친구 해줄게..안되면...운전기사 해줄게..

오빠 찾아와..알았지?”


그저 그런 호의로...잘 아는 후배가 아파 보여서...그저 그런 호의를 보이는 거라 생각하고..

“네..고마워요..오빠..조심히 가세요..”

라고 인사했다...


어느새...붉게 물들어가는 노을이...햇살이..내 그림자를 기일게 늘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