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씨뉴스]인터뷰에 가려진 몇 가지 에피소드

tomasson2004.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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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씨에서 이런거 쓸때도 있군요. 이런 기사 보면 보통 스포츠신문 기사랑 별반 다를게 없다고 생각함.

 

가끔 직업에 대한 회의를 느낄 때가 있다. 아이템을 잡지 못해 몇 시간동안 끙끙대고 있다거나, 애써 잡은 아이템으로 간신히 기사를 작성했는데 상부에서 걸러질 때, 또 상부에서 통과된 기사가 수용자들로부터 좋은 호응을 받지 못하면 하루에도 수 십번씩 전업을 생각하게 된다. 바꿔야 하나, 말아야 하나.

  특히 ‘인터넷 뉴스’ 기자는 여러 모로 스트레스가 더하다. ‘이런 걸 기사라고 썼냐’, ‘기사거리 없으면 차라리 쓰지 마라’ 등 일부 악플을 보면서 상처 받기 일쑤고, 인터뷰 대상을 섭외할 때도 압박감을 느낀다. “디시인사이드를 찾아오는 네티즌들에게 호감을 줄 수 있는 대상인가”, “그 분야에서 인정받고 있는 사람인가” 등 여러가지 요인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참 단순한 것이 네티즌들이 예의상 달아주는 ‘재미있게 잘 읽었소’, ‘고생했소’ 등의 접대성 리플을 보면 한없이 기운이 난다. 그래, 이게 천직이야.

  워낙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해서 인터뷰 업무를 가장 좋아하지만 그래도 가끔 짜증이 날 때가 있다. 괜찮은 인터뷰 대상을 선정해도 막상 섭외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아이돌 그룹으로 데뷔해 솔로로 전향한 가수 M군. 정작 음악성보다 패러디로 일약 세간의 관심을 모은 M군의 인터뷰는 사실 <디시뉴스>가 태어나고 곧바로 시도됐었다. 다른 매체에서 M군을 두고 단순히 ‘떠오르는 락커’라고 소개할 때 <디시뉴스>는 새로운 시각으로 그에 대해 재조명하려고 했던 것. 그러나 그를 만나는 일이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처음 그의 소속사에 전화를 걸어 인터뷰 요청을 하자 잘 대해 주었는데 막상 ‘디시인사이드’라는 이름을 제시하면 슬슬 기자를 따돌리는 것이다. 가까스로 M군 매니저의 개인 연락처를 알아내 끈질기게 인터뷰 요청을 했다. 그러자 그 매니저 하는 말.

  “(울먹울먹) 가까스로 언론이 잠잠해졌는데 이제 와서 다시 파헤쳐지고 싶지 않아요. 부탁드립니다. 당분간 이대로 편히 쉬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은 M군도 안정을 찾아야 할 것 같습니다.”

  사실 그 통화를 하면서 기자들은 ‘이 내용을 녹음해서 보낼까’에 대한 갈등을 했었다. 하지만 차마 인간적으로 그럴 수 없어 무한정(!) 인터뷰를 연기하기로 했다.

  <디시뉴스>가 인터넷 매체라는 단 한가지 이유로 일언지하에 인터뷰를 거절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 대표적인 사람이 바로 가수 O양과 C양. O양은 최근 가벼워진 몸과 다듬어진 얼굴로 변신한 채 2집 앨범을 발표하고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그녀의 놀라운 변화에 감동한 네티즌들의 심경을 반영, 그녀에게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저는 ‘인터넷’하고는 인터뷰 안해요”라는 볼멘소리만 돌아왔다.

  그런 대답을 하기는 C양도 마찬가지. 특히 군인에게 인기가 많은 C양은 최근 발매한 2집 앨범의 뮤직비디오가 선정적이라는 이유로 세간에 오르내리고 있다. 근황도 궁금하고 네티즌들도 원하는 것 같아 인터뷰 요청을 했더니 그녀 역시 “인터넷하고는 안한다”라는 대답을 남겼다. 본인들이 언제까지 인터뷰 요청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모르지만 기자들도 아쉬울 것이 없기는 매한가지였다.

  그러나 앞으로 하게 될 K양과의 일을 생각하면 인터뷰를 안하겠다고 미리 말이라도 한 O양과 C양은 차라리 기자들을 배려한 편이다. ‘얼짱 출신’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최근 모 방송사의 시트콤에서 연기자로 신고식을 한 K양에게 인터뷰를 요청했고 매니저는 “오후 7시까지 여의도로 오라”고 말했다.

  인터뷰를 담당한 모 기자가 교통 문제로 30분 정도 늦게 도착해 매니저에게 양해를 구했더니 매니저는 괜찮다며 "그대신 K양이 잠깐 밥 먹으러 갔으니 돌아오면 (인터뷰를) 시작하자"고 말했다. 그렇게 시작된 기다림은 오후 8시 반까지 계속됐고, 매니저는 교체되어 다른 매니저가 그녀를 관리하기 시작했다. 분장실에 가는 K양을 발견하고 인터뷰를 시작하기 위해 기자는 녹음기를 꺼냈으나 그녀는 곧바로 시트콤 촬영에 들어갔다. 바뀐 매니저는 바빠서 신경을 못썼다며 "한 씬만 찍고 하자"라는 말만 되풀이하면서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는 양해는 구하지 않았다.

  그렇게 그 기자는 밤 10시 반까지 무작정 기다렸다. 조금씩 지쳐가던 기자는 K양이 촬영을 마치고 나오길래 다시 녹음기를 꺼냈다. 그. 러. 나! K양은 갑자기 입고 있는 옷이 마음에 안든다고 투털대기 시작했다. 보다 못한 기자가 "저희 인터뷰는 상반신 사진만 올라가기 때문에 옷까지 신경 안쓰셔도 돼요"라고 거들었으나 그녀의 옷에 대한 집념은 끈질겼다. 거기에 매니저는 한 술 더떠 말도 안돼는 갖가지 핑계를 대며 그녀의 말을 거들었다.


  '얼짱이라는 그 얼굴을 얼꽝으로 만들어 버릴까'하는 생각이 기자의 머릿속을 스쳐갈 무렵 매니저의 한마디는 지금까지의 상황을 깨끗이 정리할 수 있게 했다. 시트콤 네 씬만 더 촬영하고 10분 후에 인터뷰 하자는 것. '한 씬' 찍는다고 해서 두시간을 기다렸는데 네 씬 촬영을 10분에 끝낸다는 것을 믿기 어려웠던 기자는 이렇게 실랑이를 하다가 결국 인터뷰를 포기하고 밤 11시쯤 집으로 향했다. 좀비 상태가 되어 집으로 돌아가던 기자가 처음에 연락을 취했던 매니저에게 전화를 걸어 이렇게 된 상황을 항의하자 어록에 남을 만한 대답이 돌아왔다.

  "저번에도 이런 경우가 있었는데 그 분들은 밤 12시까지 기다리셨다가 인터뷰 했어요."

  이렇게 된 상황을 오히려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있는 매니저의 태도에 어이없어하던 기자가 집에 도착한 시각은 새벽 2시. 평소에도 잠자는 낙으로 살아가는 그 기자는 그 날 이후로 분노에 앓아 누웠고, 이제 'K'라는 철자만 봐도 경기를 일으키고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K양은 ‘잘나가는 신인’이기에 앞서 사람 대하는 것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이 없는 사람 같았다.

  매일 작성해야 하는 기사뿐만 아니라 그 외 부수적인 업무가 있기 때문에 인터뷰 대상이 인터뷰를 하기 곤란하다면 “못한다”고 확답을 주는 것이 차라리 도움이 된다. 상대를 배려한답시고 일부러 연락을 피하거나 대답을 차일피일 미루면 연락을 기다리는 사람은 그 대답에 매달리느라 다른 업무를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부류의 대상으로 신인 개그맨 L 씨를 빼놓을 수 없다. 춤 하나로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특유의 느끼함으로 주가를 올리고 있는 개그맨 L 씨는 특히 디시를 찾는 네티즌들이 인터뷰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던 대상이었다. 때문에 모 기자는 그에게 인터뷰를 요청했고 잠시 후에 답변을 준다고 했다.

  그러나 아무리 기다려도 연락은 오지 않았다. 그와 연락을 취했던 모 기자는 그와 인터뷰할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끊임없이 연락을 취했으나 답변이 없었다. 성격 좋기로 소문난 그 기자의 입에서는 연신 한숨이 쏟아졌고, 얼굴은 점점 초췌해졌다. 며칠을 전전긍긍하던 그 기자가 최후통첩을 예고하며 전화를 걸자 그는 허무하게도 “바빠서 못하겠다”는 대답을 들려줬다. 그야말로 그에게서 호감이 미끄러지는 순간이었다.

 

  앞으로 <디시뉴스>가 존재하는 한 인터뷰는 계속될 것이다. 연기자에서 DJ로 활동 영역을 넓힌 탤런트 C양, 군만두를 먹어도 제대로 카리스마가 분출되며 ‘승업’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영화배우 C씨, 그리고 이제 안정을 많이 되찾았을 락커 M 군까지… 단순히 한 대상과의 만남을 기자의 입으로만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인터뷰를 접하는 네티즌들도 그 자리에 함께 있는 것처럼 느낄 수 있게 하기 위해 오늘도 기자들은 수화기를 집어든다.

  “여보세요? 디시인사이드 <디시뉴스>팀의 문은주 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