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짱] 이성재 "추남은 즐거워~"

kojms2004.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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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짱] 이성재 "추남은 즐거워~"“영화 재미있게 보셨어요?”
어느새 반듯한 외모를 되찾은 이성재가 대뜸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되물었다. ‘재미있게 봤다’는 상투적인 대답을 원하는 것 같지 않았다. 조목 조목 어떤 장면이 좋았고, 어떤 장면이 어색했는지 제대로 된 분석을 바라고 있었다.

배우 이성재는 그런 사람이다. 전작 ‘공공의 적’ ‘빙우’를 끝내고 만났을 때 그는 메소드 연기법을 논하는 진지한 배우였다. 아무리 영화 ‘신석기 블루스’(감독 김도혁ㆍ제작 팝콘필름)에서 망가진 외모로 코믹 연기를 시도했다 해도 천성은 변함이 없었다.

그래도 조금은 신석기의 잔향이 남아 있는지, 이성재는 인터뷰 중간 중간 복학생 개그와 썰렁한 농담을 간혹 섞어 가면서 즐겁게 대화를 이어갔다.

# '신석기 외모가 어때서요?'
이성재는 영화 ‘신석기 블루스’의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별다르게 새로운 점을 발견할 수 없었다. 새롭지 않은 구성에 새롭지 않은 장르영화일 뿐이었다. 그러나 그는 김도혁 감독을 만나 연출관을 듣고 난 후, ‘신석기 블루스’가 자신이 생각한 영화 이상이 될 거라는 믿음을 얻었다.

“상당히 특이한 영화가 될 것 같았어요. 상업영화로는 완벽한 시나리오였는데, 감독의 말을 듣고 나니 고급스러운 코미디 영화가 될 거라는 기대감이 생겼어요.“
이성재의 기대처럼 영화 ‘신석기 블루스’는 상당히 독특한 영화임에는 분명하다. 잘생긴 배우 이성재의 외모를 엄청나게 망가뜨린 용감한 영화가 아니던가.

“외모가 망가지는 것, 그게 뭐 그리 대단한 일인가요? 외모는 별로 중요하지 않아요.”
이성재는 어느덧 추남 신석기에게 동화해 있었다. 김감독은 처음 이성재에게 헤어스타일을 이렇게 하고, 눈썹을 반을 없애고, 구강구조가 돌출된 틀니로 이미지를 바꿔보자고 제의했다. 대개는 조금이라도 잘 생긴 얼굴을 부각시키려 할 텐데, 이성재는 추남으로 변한 캐릭터에 흥미가 생겼다.

“제일 먼저 헤어스타일을 바꾸고, 그 다음에 눈썹을 밀고, 틀니를 꼈어요. 차례차례 변해가는 모습을 보니까 별로 이상하지 않았어요.”
여주인공 김현주를 비롯한 현장 스태프들은 변신한 이성재를 못 알아볼 정도였다. 심지어 이성재의 주변 사람들은 그렇게까지 망가지면서 영화를 해야 하냐고 화를 내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주변의 반응과는 상관없이 한 몸에 두 개의 영혼이 들어간 신석기라는 캐릭터에 매력을 느꼈다.

그는 자신이 신석기에 적응해가는 과정을 그대로 투영시켰고, 결국 꾸부정한 자세에 뒤뚱뒤뚱 걷는 모습까지 완벽한 신석기를 만들어냈다.

# "열심히 한 게 다죠. 뭐."
이성재는 늘 어떤 역할을 맡아도 최선을 다하는 배우다. 영화 ‘공공의 적’을 찍을 때 ‘몸짱’이 되기 위해 열심히 운동을 했고, 영화 ‘빙우’에서는 산악 장면을 찍기 위해 등반 수업을 받기도 했다. ‘바람의 전설’에서 스포츠 댄스를 수준급으로 배웠던 그는 이번 ‘신석기 블루스’를 위해 트럼펫을 3개월 동안 불었다.

“영화 ‘꽃피는 봄이 오면’의 최민식 선배처럼 잘 불 필요가 없어서 그나마 다행이었죠”라며 너스레를 떠는 그는 3개월 동안 경희대 대학원생에게 일주일에 한 번씩 사사했고, 집에서도 꾸준히 연습한 끝에 트럼펫 실력을 뽐낼 수 있었다.

또 그는 신석기가 ‘몸꽝’인 설정 때문에 운동을 자제하기도 했다. ‘공공의 적’ 이후 생활의 일부가 되어 버린 운동을 자제하면서 ‘몸꽝’을 만들어 보려 했지만, 언뜻 옷 사이로 보이는 근육들을 숨길 수는 없었다.

그래서 영화 속에서는 일부러 반팔을 입지 않았고, 샤워신에서는 어깨까지만 노출했다. 그럼에도 눈치빠른 관객이라면 ‘얼꽝’ 신석기의 몸이 얼마나 탄탄한지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이성재는 영화 ‘신석기 블루스’를 끝내놓고, 처음 감독을 만났을 때 느꼈던 영화에 대한 믿음이 헛되지 않았다고 평가한다. 그만큼 즐겁게 작업했고, 재미있는 영화가 완성됐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흥행에 대한 부담감도 없는 듯했다.

“정말 재미있는 영화잖아요. 많이 보러 오시면 좋지만, 흥행에 대한 부담은 초월했어요.”
겸손하게 말하는 이성재의 미소에서 왠지 모를 자신감이 엿보인 것은 오해였을까. 최선을 다해 한 편의 영화를 끝낸 배우의 마음은 그 누구도 공감할 수 없는 뿌듯함, 그 이상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