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의 바닥은 대리석으로 만들어져 반들반들 윤이났다. 방들은 나무 바닥인데 밑이 단단하지 않은지 약간 쿨렁거리는데가 있어서 불안했지만 그런대로 아늑하고 좋았다.
장미문양 나무로 된 창문을 젖히니 유리 창문이 활짝 열려진다. 넝쿨장미 너머로 앞집 정원이 내다보이고 길가가 보인다.
랑이 집을 잘 얻었다고 자랑스럽게 말한 거처럼 집은 참 아담하고 이뻤다. 빨간 기와집에 앞 정원에는 이쁜 꽃들이 앞다투어 피어있었고, 하얀 나무 담장을 따라 나팔꽃도 넝쿨져 내려오며 피어 있었다. 집을 뺑 돌아가며 넝쿨장미도 있어서 유럽풍 영화에 나오는 집처럼 근사했다.
집안을 대충 청소하고 아침을 챙겨먹었다. 여름 한 철 편하게 먹으려고 가져온 짠지들을 무치고 시원한 물에 송송 썰어담가 작게 썬 파를 동동 띄웠다.
췌장에 문제가 있어 평생 식이요법을 하셔야하는 아버님은 아침 식단이 따로 짜여져 있다.
고기를 소금만 뿌려서 굽고, 죽을 끓여내고, 부드러운 빵을 계란물 적셔서 후라이팬에 굽고, 과일샐러드와 꿀물차를 낸다. 그리고 후식으로 헬라티나(젤라틴)을 드리는데 우린 그걸 냉장고에 만들어 놓고 말랑말랑 굳으면 떠먹지만 아버님은 그냥 물로 된 거로 드신다. 그건 많은 철분같은 무기질을 함유하고 있어서 환자와 어린이 모두에게 좋다.
아버님의 식단은 부드러운 음식을 좋아하는 내 입맛에도 맞아서 난 아이들과 아버님 식사를 차려드리며 우리도 먹을 껄 챙기고, 아침에도 밥을 꼭 먹어야하는 조선양반 랑 밥상도 차린다. 이렇게 밥상에 신경쓰며 지내다보면 하루 종일 밥차리고 설거지하고 밥차리고 설거지하다 하루를 보내는 거처럼 느끼게 된다.
남자들이 나가고 나면 아가를 유모차에 태우고 아들녀석과 동네 한 바퀴를 돈다. 아침의 시골은 신선한 공기로 마음을 맑게 한다.
집에서 한 블럭 가면 빵집이 나온다. 아침에 빵집을 지나게 되면 어찌나 구수하고 맛난 냄새가 나는지 침이 꼴깍 꼴깍 넘어간다. 우리 아이들도 그 빵집을 지나게 되면 쇼윈도에 달라붙어서 도무지 가려고하질 않는다.
아르헨티나 빵은 너무 단게 흠인데, 이 빵집도 달아서 사다가 먹지도 못하고 버릴까봐 겁이나서 하나도 안 사먹고 며칠동안 구경만 했다.
새벽 세 시면 온 동네에 빵굽는 냄새가 퍼지는데 얼마나 맛있는 냄새가 나는지 잠결에 깨기도 한다. 새벽 네시에 가면 벌써 잘 구워진 말랑말랑한 빵이 진열이 되어 있는데 그 시간에 가면 바로 낳은 따끈따끈한 달걀도 구입할 수가 있었다.
따스한 달걀을 가지고 와서 요리를 하면 더 고소하고 맛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무래도 신선하니 더 맛은 있을꺼다. 그리고 어떤건 따스하다못해 뜨꺼운 기까지 있는 달걀도 있는데 그 빵집 마당에서 키우는 닭들이 낳은 거라서 낳자마자 가져다 팔기 때문인가부다. 달걀을 달라고 하면 빵집 아가씨는 바구니를 들고 뒷마당으로 줏으러 가곤했는데, 호기심이 생겨 몇 번 쫓아가서 마당가 짚불에 하나가득 낳은 달걀을 집어주는걸 구경하곤했다.
용기를 내어 빵을 종류별로 하나씩 사가지고 갔다.
부드러운 빵을 6개를 샀는데 어느 물건이고 한다스(12개씩)로 팔기 때문이다. 한다스 아니면 반다스 사야하는거다.
빵은 너무 부드럽고 참 맛있었다. 아버님은 맛있다고 앉은 자리에서 네개를 다 드셨다. 아들넘이 하나 먹고 내가 하나 먹었다. 다음 날부터 빵을 한다스씩 샀다. 그 빵은 사오자마자 다 먹어치워졌는데, 어찌나 맛있었는지 저녁이면 아침이 기다려지곤했다. 난 빵을 그다지 즐기지 않는데도 그 빵은 정말 맛있었다. 그렇게 먹다보니 살이 통통하게 쪄가는 것 같아 아침에 남자들 일하러 가면 앞마당에서 음악을 틀어놓고 에어로빅을 했다.
아들녀석은 내가 에어로빅을 하면 좋아서 깡총깡총 뛰며 내 흉내를 내곤했는데, 앞 집에 사는 할머니들이 우리 모자가 하는 행동이 우스운지 창문으로 내다보곤했다.
아들 녀석은 친구도 사귀어서 앞집 꼬마랑 왔다갔다하며 잘 지냈다. 그 꼬마가 다니는 여름학교도 같이 딸려서 보내곤 해서 스페인어를 자연스럽게 배워오게 했다.
그렇게 학교를 다니니까 발표회에 오라고 연락이 왔다. 아직 다른 애들보다 한 살이 어려서 참가를 못하지만 그냥 시골이니 선생님들이 껴줘서 우리 아들도 같이 배우게 된건데 운동회 비슷한걸 하는 것 같았다. 전체 마스게임도 있고 춤추는 것도 있었다. 드디어 아들이 참가한 마스게임이 시작됐다. 운동장을 빙 한바퀴돌고 자기 자리에 가서 춤을 추는 것이었다.
여자애들은 꽃모양의 옷을 입고 가운데서 춤을 추고 있었다. 아들이 있는 팀은 벌과 나비 종류의 날개를 달고 운동장을 한바퀴 돌고 꽃을 둘러싸며 춤을 춰야하는 거다.
아들 녀석은 날 발견하자마자 "엄마~" 소리지르며 운동장 돌 생각도 안하고 운동장을 가로질러 곧바로 나한테 달려왔다. 그 뒤를 따르는 애들도 운동장을 돌아야 하는데 우리 아들 뒤를 따라와서 마스게임이 엉망이 되었다.
꽃들은 지네들끼리 춤추고 있었고, 벌과 나비 날개를 단 녀석들은 아들을 쫓아와서 내 주위에서 멍청하니 서 있었다. 사람들이 웃고 난리가 났다. 난 아이를 타일러 제자리로 돌려보내려고 했지만 나도 너무 웃겨서 웃음이 터져나왔다.
그래도 착한 선생님들은 윤희가 똘똘하다 착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고마웠다. 시골의 인심은 후해서 우리 아들녀석은 인기를 독차지했다.
<아르헨티나, 아르헨티나> 75. 따스한 달걀이 있는 곳
새벽녘 새소리에 잠이 깨었다.
맑고 아름다운 새소리가 앞마당과 뒷마당에서 들려왔다.
집안의 바닥은 대리석으로 만들어져 반들반들 윤이났다. 방들은 나무 바닥인데 밑이 단단하지 않은지 약간 쿨렁거리는데가 있어서 불안했지만 그런대로 아늑하고 좋았다.
장미문양 나무로 된 창문을 젖히니 유리 창문이 활짝 열려진다. 넝쿨장미 너머로 앞집 정원이 내다보이고 길가가 보인다.
랑이 집을 잘 얻었다고 자랑스럽게 말한 거처럼 집은 참 아담하고 이뻤다.
빨간 기와집에 앞 정원에는 이쁜 꽃들이 앞다투어 피어있었고, 하얀 나무 담장을 따라 나팔꽃도 넝쿨져 내려오며 피어 있었다. 집을 뺑 돌아가며 넝쿨장미도 있어서 유럽풍 영화에 나오는 집처럼 근사했다.
집안을 대충 청소하고 아침을 챙겨먹었다. 여름 한 철 편하게 먹으려고 가져온 짠지들을 무치고 시원한 물에 송송 썰어담가 작게 썬 파를 동동 띄웠다.
췌장에 문제가 있어 평생 식이요법을 하셔야하는 아버님은 아침 식단이 따로 짜여져 있다.
고기를 소금만 뿌려서 굽고, 죽을 끓여내고, 부드러운 빵을 계란물 적셔서 후라이팬에 굽고, 과일샐러드와 꿀물차를 낸다. 그리고 후식으로 헬라티나(젤라틴)을 드리는데 우린 그걸 냉장고에 만들어 놓고 말랑말랑 굳으면 떠먹지만 아버님은 그냥 물로 된 거로 드신다. 그건 많은 철분같은 무기질을 함유하고 있어서 환자와 어린이 모두에게 좋다.
아버님의 식단은 부드러운 음식을 좋아하는 내 입맛에도 맞아서 난 아이들과 아버님 식사를 차려드리며 우리도 먹을 껄 챙기고, 아침에도 밥을 꼭 먹어야하는 조선양반 랑 밥상도 차린다. 이렇게 밥상에 신경쓰며 지내다보면 하루 종일 밥차리고 설거지하고 밥차리고 설거지하다 하루를 보내는 거처럼 느끼게 된다.
남자들이 나가고 나면 아가를 유모차에 태우고 아들녀석과 동네 한 바퀴를 돈다. 아침의 시골은 신선한 공기로 마음을 맑게 한다.
집에서 한 블럭 가면 빵집이 나온다. 아침에 빵집을 지나게 되면 어찌나 구수하고 맛난 냄새가 나는지 침이 꼴깍 꼴깍 넘어간다. 우리 아이들도 그 빵집을 지나게 되면 쇼윈도에 달라붙어서 도무지 가려고하질 않는다.
아르헨티나 빵은 너무 단게 흠인데, 이 빵집도 달아서 사다가 먹지도 못하고 버릴까봐 겁이나서 하나도 안 사먹고 며칠동안 구경만 했다.
새벽 세 시면 온 동네에 빵굽는 냄새가 퍼지는데 얼마나 맛있는 냄새가 나는지 잠결에 깨기도 한다. 새벽 네시에 가면 벌써 잘 구워진 말랑말랑한 빵이 진열이 되어 있는데 그 시간에 가면 바로 낳은 따끈따끈한 달걀도 구입할 수가 있었다.
따스한 달걀을 가지고 와서 요리를 하면 더 고소하고 맛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무래도 신선하니 더 맛은 있을꺼다. 그리고 어떤건 따스하다못해 뜨꺼운 기까지 있는 달걀도 있는데 그 빵집 마당에서 키우는 닭들이 낳은 거라서 낳자마자 가져다 팔기 때문인가부다.
달걀을 달라고 하면 빵집 아가씨는 바구니를 들고 뒷마당으로 줏으러 가곤했는데, 호기심이 생겨 몇 번 쫓아가서 마당가 짚불에 하나가득 낳은 달걀을 집어주는걸 구경하곤했다.
용기를 내어 빵을 종류별로 하나씩 사가지고 갔다.
부드러운 빵을 6개를 샀는데 어느 물건이고 한다스(12개씩)로 팔기 때문이다. 한다스 아니면 반다스 사야하는거다.
빵은 너무 부드럽고 참 맛있었다.
아버님은 맛있다고 앉은 자리에서 네개를 다 드셨다. 아들넘이 하나 먹고 내가 하나 먹었다.
다음 날부터 빵을 한다스씩 샀다. 그 빵은 사오자마자 다 먹어치워졌는데, 어찌나 맛있었는지 저녁이면 아침이 기다려지곤했다.
난 빵을 그다지 즐기지 않는데도 그 빵은 정말 맛있었다. 그렇게 먹다보니 살이 통통하게 쪄가는 것 같아 아침에 남자들 일하러 가면 앞마당에서 음악을 틀어놓고 에어로빅을 했다.
아들녀석은 내가 에어로빅을 하면 좋아서 깡총깡총 뛰며 내 흉내를 내곤했는데, 앞 집에 사는 할머니들이 우리 모자가 하는 행동이 우스운지 창문으로 내다보곤했다.
아들 녀석은 친구도 사귀어서 앞집 꼬마랑 왔다갔다하며 잘 지냈다. 그 꼬마가 다니는 여름학교도 같이 딸려서 보내곤 해서 스페인어를 자연스럽게 배워오게 했다.
그렇게 학교를 다니니까 발표회에 오라고 연락이 왔다.
아직 다른 애들보다 한 살이 어려서 참가를 못하지만 그냥 시골이니 선생님들이 껴줘서 우리 아들도 같이 배우게 된건데 운동회 비슷한걸 하는 것 같았다.
전체 마스게임도 있고 춤추는 것도 있었다.
드디어 아들이 참가한 마스게임이 시작됐다. 운동장을 빙 한바퀴돌고 자기 자리에 가서 춤을 추는 것이었다.
여자애들은 꽃모양의 옷을 입고 가운데서 춤을 추고 있었다. 아들이 있는 팀은 벌과 나비 종류의 날개를 달고 운동장을 한바퀴 돌고 꽃을 둘러싸며 춤을 춰야하는 거다.
아들 녀석은 날 발견하자마자
"엄마~" 소리지르며 운동장 돌 생각도 안하고 운동장을 가로질러 곧바로 나한테 달려왔다. 그 뒤를 따르는 애들도 운동장을 돌아야 하는데 우리 아들 뒤를 따라와서 마스게임이 엉망이 되었다.
꽃들은 지네들끼리 춤추고 있었고, 벌과 나비 날개를 단 녀석들은 아들을 쫓아와서 내 주위에서 멍청하니 서 있었다.
사람들이 웃고 난리가 났다.
난 아이를 타일러 제자리로 돌려보내려고 했지만 나도 너무 웃겨서 웃음이 터져나왔다.
그래도 착한 선생님들은 윤희가 똘똘하다 착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고마웠다.
시골의 인심은 후해서 우리 아들녀석은 인기를 독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