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 (1부 7막 : 함현대전(咸俔大戰) #05 & #06)

J.B.G2005.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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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

 

영웅 (1부 7막 : 함현대전(咸俔大戰) #05 & #06)

 

이틀 후.

가곡에서 군사를 정비해서 결전을 준비하던 선우현은 뜻밖의 광경을 목격했다. 그것은 대규모의 병사가 해구진 방향에서 가곡를 향해 행군해 오고 있는 광경이었다.

 

“안돼…!”

 

장수 영위(英威)를 본 군사는 선우현은 노기를 참지 못하고 그만 실신해 버렸고, 그나마 정비되어가다 군세는 다시 꺾이고 말았다.

 

그 시각 해구진에는 대규모 목진의 수군이 상륙하고 있었다. 텅빈 해구진에 상륙하는 것은 너무나도 손쉬운 일이었다. 해구진에는 태상의 전함이 있었으나, 전함을 타고 싸울 병사도 지휘할 장수도 없었다.

 

“이거 너무 쉬운 일이 아닙니까?”

“그리 된 것 같습니다. 이렇게 아무런 피해 없이 대군이 모두 상륙하게 되었으니… 함현을 얻기가 생각보다도 더욱 수월해진듯 합니다.”

“태상의 군사가 이번에는 큰 실수를 한 듯 합니다.”

“글쎄요. 군의 수장들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 것도 그의 능력의 한계라면… 그렇겠지요.”

“네?”

“…”

 

겨우 반나절만에 목진은 태상의 해구진을 복속했다. 그리고 이러한 비보는 곧 가곡 태상군에게 전해졌다. 그것은 해구진에 수만의 목진군이 상륙했고, 상륙한 대군이 가곡으로 향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럴 수가…”

 

대장군 정무조는 큰 충격을 받았다. 해구진의 원군으로 비록 그 숫자는 다시 늘었으나, 사기는 이미 땅에 떨어진 상태였다. 더군다나 실신한 군사는 며칠째 정신을 수습하지 못하고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목진의 대군은 이미 동, 서에서 가곡으로 몰려들고 있었다.

 

“이 사태를 어찌한단 말인가…”

 

대장군 정조무는 영위를 향해 이를 갈고 있었다. 그는 당장이라도 장검을 들어 그의 목을 칠 기세였다.

 

“장군의 이 과오는 황도에서 묻겠소”

“…”

 

장수 영위는 유구무언 이었다.

 

‘나는 이 전쟁에서 죽게 되겠구나…’

 

이리하여 태상은 군사(軍師) 없이 결전을 맞이하고 말았다. 전투는 거대한 공포와 두려움이 가득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태상의 군사에게만 해당하는 것이었다. 양군은 서로 필사적으로 대적하고 있었으나, 목진군은 승전을 위해 싸우고 있었고, 태상군은 단지 죽지 않기 위해 공포에 에워쌓여 싸우고 있었다. 그러한 전쟁의 승패는 사실 이미 결정 된 것이었다.

 

“이렇게… 태상의 해가 기울고 마는 것인가…”

 

군사 허유기는 막사에 누워 몽롱한 상태에서 전장의 소음에 이끌려 중얼거리고 있었다.

 

“아군이 패하고 있구나…”

 

그는 막사에서 누워 몸이 말을 듣지 않았지만… 두렵게도 정신은 점점 선명해져 가고 있었다.

 

“영위가 배반을 하겠구나…”

 

그의 예상대로 이미 목숨을 위협받고 있던 영위는 첫 전투가 끝나 군세를 정비하는 틈에 곧 자신이 지키던 북문을 활짝 열고 목진에 항복했으며, 곧 그가 이끄는 군사들은 산산이 흩어지고 말았다.

 

“장군님! 북문이 열였습니다.”

“무엇이라?”

 

정조무는 큰 충격에 빠졌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상한 일?”

“북문을 이미 접수한 목진군이 더 이상 나아오지 않고 있습니다.”

“…!”

 

큰 충격을 받은 정조무는 장수들고 함께 곧 북문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그는 놀라운 광경에 직면하게 되었다. 그것은 활짝 열린 북문을 사이에 두고, 공포에 찬 태상군과 거대한 살기를 품은 목진군이 대치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건…”

“장군 어찌합니까?”

 

대장군 정조무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북문은 이미 열렸고, 곧 목진의 대군이 몰려들면, 자신들은 죽은 것이나 진배가 없었다. 그대, 그 앞에 위창소가 나아왔다.

 

“살아 후일을 도모하시지요.”

“당신의 그 말은 항복하면 우리를 모두 살려준다는 이야기 입니까?”

“우리는 모두 본시 대륙의 한 백성이 아닙니까?”

“시간을 주시오.”

 

이리하여 대장군 정무조와 장수들은 밤이 맞도록 숙의를 한 끝에 수성을 포기하고 항복하고 말았다. 태상의 대장군 정무조는 항복의 조건으로 퇴로와 영위의 신변을 요구했으나, 군사 위창소는 이미 약속한 대로 퇴로는 열어주었지만 영위를 내어주지는 않았다. 그러나 위창소는 배신한 장수 영위를 등용하지는 않았으며, 그의 무장을 해제하고 주도산맥에 위패시켜 버렸다. 그렇게 해서 태상군은 남은 병사를 이끌고 료안강(僚顔江) 서(西)로 패주했다.

 

제국력 1330년 목진국이 태상국의 함현, 가곡, 해구진을 복속해서 태상국을 료안강 서남으로 밀어냈으며, 함현평야의 9할을 차지하게 되었다.

 

영웅 (1부 7막 : 함현대전(咸俔大戰) #05 & #06)

 

 

 

#06

 

큰 전쟁을 치은 후에 초란을 찾은 적령에게 그녀는 자신에게 학문을 가르쳐 주는 서당의 학사를 소개시켜 주고자 했다. 그렇게 해서 지금 두 사람은 현애규의 서당에 들어서고 있었다.

 

“누님 오셨어요?”

“그래, 선생님는?”

“지금 손님이 와 계세요.”

“그러면 여기에서 좀 기다릴게”

“그러세요.”

 

그렇게 두 사람이 마루에 걸쳐 않았는데, 방 안에서 나누는 이야기기 들려왔다.

 

“그럼, 현선생께서는 황제와 천민의 목숨의 경중이 같다 하시는 것입니까? 황제가 죽으면 나라는 큰 혼란에 빠지게 되고, 그렇게 되면 탐관오리가 득세하며, 도둑이 창궐하고 국방이 혼란스러워 지며, 백성은 도탄에 빠지게 될 것입니다. 허나 천민 하나가 죽었다고 해서 그런 혼란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그런데 어찌 그 목숨의 경중이 같다 할 수 있습니까?”

“제 말의 참 의미는 그런 것이 아닙니다. 물론, 황제와 일개 백정의 죽음이 같을 수는 없습니다. 허나 제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황제가 죽었을 때, 왜 그런 혼란이 오는가 하는 것입니다.”

“그거야 황제는 하늘에서 내리는 것이니 그를 이을 인물을 찾기가 쉽지 않으며, 자칫 태자가 그 지혜가 미약하다면 이러한 혼란이 오기 때문인 것입니다. 그러기에 또한 제후와 신하들이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렇다면 그 지혜가 미약함의 그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 하십니까?”

“원인이라니… 하늘이 현군을 내리지 않음은 어찌 원망하겠습니까? 모든 것이 하늘의 뜻이 아니겠습니까?”

“그 원인은 황제는 하늘이 정한 것이라고 하는 편견에 있는 것입니다. 누구든 새로운 인재가 황제의 소임을 하면 되는 것입니다. 다만, 작금의 제후들은 하늘의 뜻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신분으로 황제가 될 수 있는 계급을 정해놓고 있으니 황족 중에 인재가 없으면 나라가 혼란에 빠지는 것입니다. 이것은 또한 지식을 통제하는 지배계급의 횡포가 아닐 수 없습니다. 만약, 성군이 나온다면, 자신들의 입지가 어려워 짐을 싫어하며, 황족 또한 자신의 신분을 보장 받기 위해 백성을 기만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현선생은 글도 모르는 백정이 황제가 되어야 한다고 하시는 것입니까?”

“그런 것이 아닙니다. 지혜롭지 못한 자가 어찌 한 나라를 다스리겠습니까? 다만, 백성도 나라의 일에 출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현재의 백성은 글을 배우려 해도 책을 구할 수 없으며, 스승을 구하려 해도 그 비용을 담당할 수 없습니다. 또 어찌하여 지혜를 얻었다 해도, 제물이 없으면, 자신을 추천할 관리를 찾을 수 없습니다.”

“어찌 농사를 짓는 백성이나 천민이 제후의 지혜를 얻을 수 있다는 말입니까?”

“선생의 그러한 편견이 백성들을 무지하게 만들고 신분제도를 고착시키며, 신분이동이 어려운 백성들에게 미래에 대한 희망을 꺾는 결과를 낳으며, 국력을 소진시키는 것입니다.”

“과거 어느 성군도 신분제도를 폐지한 일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그들은 모두 폭군이라는 말입니까?”

“그들은 물론, 백성을 사랑하는 성군 이었습니다. 허나, 현자는 아닐 것입니다.”

“이런… 어찌 그런 궤변을…”

“제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신분제도 보다는 직위제가 옳다고 보며, 또 그 직위에는 현재의 신분제 같은 귀천이 없어야 합니다. 그래서 각 직종에서 가장 뛰어난 자야말로 영웅이 되어 존경 받는다면 나라는 더 부강해질 것입니다. 일개 농군도 농사에 달인이 되면 영웅으로 대접 받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리 되면 어찌 하나의 목숨에 경중이 있겠습니까?”

“농사꾼이 영웅이라니… 지금은 전란의 시대입니다. 시대를 평정하는 패왕 만이 영웅이 될 수 있습니다.”

“영웅이란 자신의 의지를 뼈를 깎는 고통을 통해 관철시키는 자를 말합니다. 그것은 어느 분야이든 관계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두 사람은 논쟁은 거기에서 잠시 소강상태에 들어갔다. 안에서 아무 말도 새어 나오지 앉자 곧 초란이 밖에서 현선생을 불렀다.

 

“선생님!”

“누구냐?”

“초란 입니다.”

“잠시 기다리거라.”

“네”

 

곧 손님이 방을 나와서는 불쾌한 얼굴로 간단한 예를 차린 후에 물러서 서당을 나섰다. 그러자 현애규는 초란에게 물었다.

 

“옆에 계신 분은…”

“일전에 말씀 드린 목진의 장수이십니다.”

“그래…”

 

학사는 다른 제자에게 말해서 자신의 제자 중 하나인 연기현(然基顯)을 부르도록 했다. 그리고 그가 오자 그를 적령에게 소개시켜 주었다.

 

“이 아이는 기현이라 하는데… 총명함이 우매한 저를 뛰어넘습니다. 이 아이가 성장하면 장차 통일 제국에 큰 일을 하게 될 것입니다.”

 

초란은 자신의 제자를 적령에게 소개하는 현애규를 보며 잠시 놀랐다.

 

‘선생님은 단 한번도 자신의 제자를 손님에게 소개한 적이 없는데… 어째서…’

 

적령은 그냥 듣기만 할 뿐, 많은 이야기를 기피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