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시작했습니다.

삐질이2005.01.10
조회4,411

처음에 그놈의 순대국 한그릇 때문에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어찌어찌 눈이 맞아가지고

 

결혼예기가 오가고... 양가집안에 인사드리고 그러다 새로 시작한 일에 결혼식 자금을 몽땅(?)

 

털리고 한푼이라도 더 아끼자고 의기투합해서 이제 3개월째 같이 살고 있는 커플입니다.

 

둘다 서른을 넘긴 나이입니다. 한때의 불장난같은건 아니랍니다^^

 

살아가며 생기는 작지만 소중한 예기들... 그리고 마음 아픈 예기들을 털어놓을 공간이 필요해서

 

글을 쓰게 되었네요.

 

서른이 넘은 나이에 만난 사람들이다 보니 과거(?)가 없을수는 없겠지요. 저도 전에 죽을만큼

 

사랑했던 사람이 있었고 오빠도 14년동안 사귀었던 애인이 있었습니다.

 

징그럽지요? 14년.... 저도 놀랐으니까요. 하지만 가끔... 그 14년이란 세월이 절 참 힘들게 합니다.

 

아주아주 가끔이지만요... 하지만 행복한 일이 더 많습니다. 처음에 저희는 약속을 했습니다.

 

살면서 더 사랑하자라고....^^ 그리고 그 약속은 둘 다 꼭 지킬껍니다.

 

저흰요 글을 쓰고 있는 전 삐질이라서 좀 잘삐집니다.

 

물론.. 삐진건 잘 풀립니다. 화난건 좀 오래가지만....

 

그리고 지금 침대에서 쿨쿨 자고 있는 우리 오빠 삐쟁이는요...  매일...  '어! 눈온다~ 뻥이야'

 

'나 오늘 학부모를 만났는데 유부남이냐고 해서 총각이라고 했다. 근데...... 뻥이야'라던지

 

'실은.... 내가 예기 안한게 있는데... 이건... 정말 말 안하고 싶었는데... 그래도 꼭 해야겠어

 

용서해 줄꺼지? 나.... 실은.... 방귀꼈다. 우헤헤헤헤~~'

 

이런 스타일 입니다 ㅡㅡ; 대충 감이 오실런지...

 

삐쟁이는 첨엔 잘 삐지지 않더니 요샌 절 닮아서 그러나 삐지기도 잘합니다.

 

오늘도 삐졌드랬습니다.  발단은 저였죠. 제가 보드게임 할리발리를 사달라고 졸랐거든요.

 

물론... 저희 긴축 재정이라 무지 아껴야 하는걸 알길래 안된다고 해도 어쩔수 없다

 

포기하고 그냥 한번 때를 써 봤습니다.

 

명목은 제가 학원에서 사회과목을 가르치는데 아이들을 좀더 재미있게 가르치고 싶어서....

 

였습니다.

 

당연히... '안됏!' 였습니다. '왜?' 그랬더니 '내맘이야~' 이러더군요.

 

몇 번 그러다가 제가 쪼끔 삐져서 '췻. 그럼 나도 밥 안해!' 그랬더니 바로 삐져서는...

 

'나 삐진다' 그러더니 이불을 돌돌말아서 그속에 쏙 들어가버렸습니다.

 

울 삐쟁이... 이건 저희 시엄뉘도 모르는 비밀인데요.... 울 삐쟁이 방귀쟁이입니다 ^^;;;

 

아니나 다를까 방귀를 '뿌~웅~' 뀌더군요.

 

그건 저에 대한 반항(?)의 표시이기도 하구요. 그러다 두번 세번 방귀를 뀌어도 제가

 

반응이 없자 갑자기 누렇게 뜬 얼굴만 이불 밖으로 내밀더니

 

'에이씨... 방귀 냄세 지독해서 더이상 못 삐지겠다' 이럽니다.

 

둘다 배꼽 빠지게 웃었습니다. 막 웃다가 삐쟁이 왈...

 

'뭐 때문에 삐졌는지도 잊어버렸네' 그러고는 이내 잠들어 버리네요

 

너무나 사랑스러운 우리 삐쟁이.... 갈수록 미운짓만 골라하지만 그래도 사랑스러운

 

제 남편입니다. ^^

 

남들이 보면 저희의 시작은 참 초라해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단촐한 원룸에서

 

보잘것 없이 시작했지만 그래도 저희의 꿈은 크답니다.

 

부부가 결혼식때 서로 마주보며 인사를 하듯이 서로 상대방 보다 조금만 더 숙이며 산다면

 

행복한 가정을 꾸밀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부자로 높은 명성을 가지고 사는것도 

 

좋겠지만 제 꿈은 그저... 평범하게 우리 삐쟁이랑 알콩 달콩 사는것 입니다.

 

지금은 외식한번 마음 놓고 할수 있는 형편은 아니지만... 평소 회라면 자다가도 벌떡 깨는

 

삐쟁이한테 9천9백원짜리 회도 마음껏 사줄수 없는 상황이지만... 그래도 아직은

 

젊으니까.... 나중에 이런날을 회상할 추억거리라도 없으면 슬프잖아요..^^;;;

 

아무것도 가진건 없지만 없는거 빼곤 다 있는 저희 커플... 앞으로 더 활기차게

 

사랑하며 살아 가렵니다.

 

2005년 올해는 모든 가정을 이루고 사시는 분들이 웃을일만 생기는 해였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다 그 웃음이 넘치시면 저한테도 좀 나누어 주시길....^^;